<정치를 만나다> 사분오열 정의당 류호정에게 묻다

“지금 이 순간도 가라앉고 있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의당의 존폐가 갈림길에 섰다. 당을 향해 목소리를 키우고 있는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침몰하는 배에서 다른 배로 옮겨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12년간 타고 온 배를 버릴지언정 목표를 위한 항해는 멈출 수 없다는 것이다. 곱지 않은 당내 시선이 이어진다. 그럼에도 류 의원은 자신의 길을 걷고 있다. <일요시사>가 류 의원과 만나 정의당의 내부 사정을 조목조목 뜯어봤다.

재창당을 앞둔 정의당이 녹색당과의 선거연합정당 추진을 공식화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위성 정당 전략’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밀려 설 자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평도 나온다. 기울어지는 가세를 일으키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논의됐지만, 흡수되지 못하고 내홍으로 번졌다. 현 지도부를 향해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맞서 일어났다. 다음은 류 의원과의 일문일답.

-공동대표를 맡은 정치유니온 ‘세번째권력’이 출범한 지 7개월이 지났다. 그동안의 근황이 궁금하다.

▲세번째권력은 양극단의 진영 정치가 끝없이 펼쳐진 이곳에서 ‘새로운 정당’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최근에는 세 가지 축으로 움직이고 있다. 우선 운영위원은 정의당의 노선 전환을 위한 활동을, 집행위원은 신당 창당을 위한 실무적 작업을 하고 있다. 회원들은 새로운 정당의 비전을 놓고 토론 중이다.

-현재 정의당 내부에서는 ‘자강론’과 ‘연대론’으로 파가 나뉘어져 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주장하는 자강론이 무엇인지 설명을 부탁한다.

▲자강론은 “우리가 열심히 힘을 키워나가면 다음을 기약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논리다. 선거 때가 되면 ‘반윤석열 투쟁’의 일환으로 민주당과 다시 손잡을 수 있다는 기대를 내심 깔고 있는 듯하다.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고 있지만 민주대연합으로의 회기를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닐지 싶다. 결국 ‘민주당 2중대론’이 반복되는 것이다. 반대 선상에 있는 연대론은 ‘신당 창당론’과 ‘진보통합론’으로 나뉜다.

-진보통합론은 이 대표의 주장과 궤를 같이하는 게 아닌가?

▲결이 다르다. 사실 이번 녹색당과의 연대는 오직 그 당의 정체성만 끌어들인 느낌이 강하다. 진보통합론은 노동당, 진보당 등 소위 진보정당이라고 불렸던 모든 정당을 합치는 방법이다. 이런 ‘헤쳐모여’ 방식은 과거 민주노동당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민주노동당도 민주대연합론도 다 실패했다. 그래서 세번째권력은 신당창당론을 주장한다. 정의당의 당명, 당색, 정책을 모두 원점서 재검토하고, 정의당이 신당창당의 선봉에 서자는 것이다.

대선부터 보궐선거까지 ‘참패’
언제까지 해 뜰 날만 기다리나

-이 대표와 지도부가 자강론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지?

▲그동안 지켜온 가치와 신념 등 내려놓을 수 없는 게 너무 많기 때문이다. 챙길 게 많을수록 생각의 속도와 방향은 더뎌진다. 오히려 모든 걸 바꿀 수 있을 때 비로소 그 꿈을 지킬 수 있다.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그리고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거치면서 “이대로는 안 된다”는 현실을 모두가 확인했다. 그런데 소위 말하는 ‘진성 당원의 자존심’까지 생각하다 보니 모든 걸 바꾸겠다는 결심이 쉽지 않아 보인다.

-재창당을 마친 정의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지금 배가 가라앉고 있다. 당원을 설득해서 데리고 나온 뒤 다른 배를 타고 항해를 이어가야 한다. 이 대표가 변화를 끌어낼 수 없는 상황이라면 차라리 사퇴하는 게 맞다. 이 대표가 변화를 결심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당원이 낯설어하는 것들을 이 대표가 끈기 있게 설득해 바꿔야 한다.

-이 대표 사퇴와 더불어 정의당을 ‘가라앉는 배’라고 표현했는데?

▲그렇다. 배가 가라앉고 있는데 당원들이 이 배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상황이다. 그래도 우리는 탈출해서 ‘정치 집권’이라는 목표를 향해야 한다. 다 부둥켜 끌어안고 가라앉는 걸 기다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정의당이 접촉 가능하다고 알려진 세력 중에 ‘이준석 신당’도 언급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대표가 직접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선택 금태섭 대표나 한국의희망 양향자 대표와도 소통이 안 되는 상황서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라고 되겠는가? 큰 의미가 없는 일종의 ‘정치적 수사’라고 생각한다.

-이전부터 이 대표는 제3지대와의 연대에 선을 그었다. 녹생당과의 통합·연대가 추진된 배경이 궁금하다.

▲녹색당이 다른 진보정당을 재고 따지다 보니 소거법으로 정의당만 남았다. 나는 이 연대에 모순이 있다고 본다. “녹색당과 연대했으니 이제 다른 제3지대로 세력을 넓히겠다”고 말은 하지만 진심이 아니다. 지금껏 그런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지금 녹색당과의 통합·연대를 깰 수는 없는 노릇이다. 주변서 다른 세력과의 연대를 이야기하니까 마지못해 꺼낸 말이라고 보고 있다.

“자존심 부리다 다 죽어”
“대표직 사퇴” 쓴소리도

-새로운선택·한국의희망 등 신당 창당 발기인대회에 매번 참석하고 있다. 이유가 무엇인지?

▲축사를 위해서 갔다. 세번째권력은 제3지대서 양당제를 깨부술 사람이 다 모여야 한다는 기치를 갖고 있기 때문에 나부터 찾아가 대화하려는 노력을 보인 것이다. 꽉 막힌 21대 국회를 경험하면서 양당제로는 좋은 정치를 기대할 수 없겠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이를 22대 국회서 반복하지 않기 위해 다당제를 구성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제3지대는 결국 거대 양당에 흡수될 것이란 회의적인 시선이 있는데?

▲총선용 기획정당을 만들 생각은 없다. 향후 만들어질 제3지대 정당은 국민과 지지고 볶으면서 20년, 30년 지속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애초에 정의당 출신인 만큼 양당에 흡수되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여당 야당을 떠나 청년층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우려가 나온다. 청년 정치인의 시선으로 봤을 때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청년 정치인이 겪는 부당한 상황에 자신을 투영해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보궐선거를 예로 들 수 있다. 패배한 뒤 국민의힘은 이준석 전 대표를, 정의당은 장혜영 의원과 나를 탓하고 있다. 어느 집단이든 젊은 느낌을 내기 위해 ‘젊은 피 수혈’을 하지만 그만큼의 권력을 주지 않는다.

청년이 집단에 소비되는 데 그치고 있다. 청년이 회사나 일터로부터 느끼는 기시감을 그대로 느끼는 것이다. 결국 청년이 정치를 불신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내년 총선 출마 계획은 있는지?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있는 분당갑에 출마한다. 내년이면 분당서 거주한 지 약 10년이 된다. 취업을 위해 수도권 중에서도 판교로 왔고, 지금까지도 애정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 현재 분당은 30여년 된 신도시다 보니까 이제 재건축 이슈가 떠오르고 있다. 또 교육에 관한 열기가 상당한 곳이고 환경과 동물 복지도 관심을 갖고 계신다.

-끝으로 국민에게 어떤 국회의원으로 남고 싶은지 궁금하다.

▲임기 초부터 ‘정치는 사회적 약자의 무기’라는 생각을 했다. 임기가 끝났을 때에는 필요할 때 곁에 있었던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다. 마지막까지 잊지 않고 실천하겠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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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이 지뢰밭’ 9월 정기국회 관전포인트

‘곳곳이 지뢰밭’ 9월 정기국회 관전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번 9월 정기국회는 여야 모두에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에는 국정 동력을 재충전하고 국정 운영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하는 무대인 반면, 국민의힘에는 정권의 허점을 공략해 국정 지지율을 떨어뜨리고 정국 주도권을 가져와야 하는 결정적 기회다. 양당 모두 저마다의 사정으로 발목이 잡혀 있는 만큼 팽팽한 힘겨루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 날 선 대립이 정치권을 강타한 가운데 정국이 어디로 흘러갈지 여야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제22대 국회의 후반기 첫 정기국회가 초반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양당 대표의 교섭단체 연설을 시작으로 대정부질문과 인사청문회가 잇따라 예정되면서 대치 전선이 급격히 확대되는 모양새다. 이번 정기국회는 향후 정국의 주도권을 어느 쪽이 쥐게 될 것인가를 가름할 분수령이기도 하다. ‘여기서 더?’ 바닥 친 민심 정기국회는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역대 최하를 기록한 시점에서 시작됐다. 지난 7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510명을 대상으로 지난 8월31일부터 9월4일까지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8주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 또한 동반 하락해 국민의힘과의 격차가 오차범위 안으로 좁혀졌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는 ▲긍정 37.4% ▲부정 59.5%인 것으로 집계됐다.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5%p 하락한 반면 부정 평가는 전 주 대비 0.8%p 상승했다.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는 7월2주 차 정기 여론조사에서 48.9%를 기록한 이래 8주 연속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해당 여론조사는 무선 RDD 표집틀 기반 ARS 자동응답조사이며 응답률은 4.2%이다.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는 ±2.0%p로 자세한 조사 내용과 개요에 대해선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민주당 김민석 대표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선’을 조건으로 내걸며 개헌으로 정기국회의 포문을 열었다. 여당이 신중한 개헌을 앞세워 국민 의견 통합을 시도하려 했으나, 야당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정국은 급격히 냉각됐다. 김 대표는 지난 7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현행 헌법과 법률의 절차적 정신을 지키면서 시대의 변화와 국민 요구를 반영해 현실 가능한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5·18, 부마항쟁 등의 헌법 전문 수록은 개헌의 출발이고, 권력구조 개편은 국민이 원하는 선까지 가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아울러 김 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 “전두환·노태우를 단죄하며 하나회를 척결하고, 5·18을 문민정부의 정체성으로 삼은 김영삼 대통령의 사진을 걸어놓은 국민의힘도 결국은 선택해야 할 것”이라며 “역사적 성찰을 마치고 함께 개헌의 길에 나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여당의 개헌 카드는 지난 7월 조정식 국회의장의 “현직 대통령 연임의 개헌 문제는 결국 국민 선택의 문제”라는 발언을 의식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을 열어둔 듯한 조 의장의 발언이 파장을 일으킨 만큼 민주당이 ‘국민 공감대’를 중심에 두고 개헌을 추진하는 등 진화 작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필 지금? 또 다시 나온 ‘개헌 카드’ “반대·보완수사권 부활” 맞불 놓는 야 국민의힘은 곧바로 반발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다음 날인 8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번 정부에서 개헌은 없다. 명백하게 위헌을 저지르고, 개헌으로 사적 이익을 도모하는 세력과 절대로 개헌을 논의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개헌을 통해 ‘장기 집권’을 노리고 있다고 봤다.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중임제 개헌도 언급했다. 그런데 ‘연임 안 한다’ ‘재판받겠다’는 말은 절대로 안 한다”며 “혹시 개헌으로 임기를 연장하고, 이를 통해 재판을 미루겠다는 의도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지금 정부와 여당의 국정과제 1호는 대통령의 자기 죄 지우기”라며 “개헌마저 자기 죄 지우기의 도구로 쓰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현재 이 대통령의 장기집권은 불가능하다. 헌법 제70조 등에 따르면 대통령의 임기는 5년으로 연임이나 중임이 불가하다.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해 헌법을 개정하더라도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해서는 효력이 없다는 규정(제128조)이 있기 때문이다. 즉 현직 대통령이 임기 중 헌법을 개정해 자신의 임기를 연장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개헌을 반대하는 이유는 단순히 민주당의 장기 집권 시도 때문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헌법 대통령’이 민주당에서 배출되는 것을 국민의힘이 지지할 리 없다”며 “국민의힘을 설득해야 개헌 논의가 진전되는데 지금처럼 여야 협치가 꽉 막힌 상황에서는 오히려 개헌 카드가 반발을 일으켰다”고 우려했다. 늘어지는 국민의힘 현재 민주당은 지지율 하락 등 정부·여당발 악재가 연달아 터지면서 더 이상의 약점 노출은 반드시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이 점을 파고들어 정부의 동력에 제동을 걸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정기국회를 무대로 이정부의 실책을 조목조목 따져가며 여당 압박에 나섰다. 정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연설에서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완전히 다른 길을 가겠다”며 야당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했다. 먼저 6·3 지방선거 때 투표용지 부족에서 비롯한 참정권 침해 사태를 정조준했다. 정 원내대표는 “방만하고 오만한 선거관리위원회를 제대로 감시하겠다”며 “관리도 못하는 사전선거제도를 전면 폐지하고, 본투표 기간 연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여당의 주도로 이뤄진 검찰개혁도 정면으로 비판했다. 정 원내대표는 오는 10월 예정된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와 관련해 “민주당은 검찰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으로, 전당대회 득표를 위한 탐욕으로 지옥문을 기어이 열고야 말았다”며 “사법 체계의 왜곡은 수사 부실로 이어지고 부실한 수사는 국민의 고통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무너진 치안부터 바로 세우겠다”며 “보완수사권을 부활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정부 지지율이 하락한 주요 원인인 부동산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부동산이 아니라 국민을 잡았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세금으로 부동산을 잡지 않겠다고 공약했는데 집권 후 정책은 정반대다. ‘공약 사기’”라며 전세에 대해서도 “우리가 누렸던 제도의 혜택을 왜 청년세대는 누리지 못하게 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 주거 사다리를 지키겠다. 민간 재개발·재건축 규제부터 폐지해 주택 공급부터 확 늘리겠다. 1가구 1주택자는 세금 걱정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청년·신혼부부의 생애최초주택은 취득세를 감면하고 초저금리 대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용 난타전 힘 빠지는 민주당 ‘롤러코스피’ 원인으로 지목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해서는 “투자 손실은 54조원에서 56조원 이상까지도 추산된다”고 주장했다. 정 원내대표는 “국정조사는 물론 특검까지 해야 한다. 상품 도입에 권력의 압박이 있었는지, 그 압박이 김용범 전 정책실장의 독단인지 윗선이 따로 있는지, 왜 지방선거 직전에 출시됐는지 모두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곧바로 이어진 대정부질문에서도 여야는 격돌했다. 국회 최대 쟁점인 이정부의 ‘2기 개각’ 인사 논란과 주요 정책을 놓고 공방을 벌인 것. 여야 모두 중진급 의원을 배치하면서 첫날부터 팽팽한 창과 방패의 싸움이 이어졌다. 지난 9일 진행된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이 가장 눈길을 끌었다. “내각 인사 참사” 대 “수사자료 상납 게이트”가 충돌하면서 정기국회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였다. 국민의힘은 나경원 의원은 이정부를 향해 “암장과 인멸의 1년, 파탄과 박멸의 1년”이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한성숙 국무총리를 향해 “준연동형 비례제로 1년에 11억원씩이나 받고 꼼수로 의원이 되는 것이 정당한가. 잘못된 제도를 고치는 건 총리가 할 일”이라고 질타했다. 용혜인 전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의 비례대표 연임 및 겸직 논란을 겨냥한 것이다. 이에 한 총리가 “정부에서 고쳐야 하는 제도인가”라고 답변하면서 장내 소란이 일기도 했다. 아울러 나 의원은 “(2차 개각에서) 주요 인사 내각이 전과(를 전부 합치면) 총 34범”이라며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인사 참사”라고 꼬집기도 했다. 검증의 날은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도 향했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신약 청탁 의혹’ 폭로전에 나섰지만 오히려 여당은 제보 출처를 문제 삼으면서 방어에 나섰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검찰이 내부 수사 자료를 특정 정치인에게 갖다 바치며 검찰 출신 국회의원의 정치 생명을 연장해주는 ‘정치 스폰서’가 돼서는 안 될 것”이라며 “한 의원이 역설적으로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스스로 증명해주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진사퇴’ 용혜인 ‘사면초가’ 김승원 청문회가 빨아들인 정기국회…민생은 뒷전 전 의원은 이진수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을 향해 “과거 한 의원이 장관 후보자 시절 개인정보가 유출돼 국회 사무처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즉시 이뤄졌었다”며 “이 사건도 똑같이 신속히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사자인 김 후보는 폭로된 녹취록이 일부 내용을 삭제하고 순서를 바꾸는 등 악의적으로 왜곡·조작됐다고 주장했다. 두 후보를 둘러싼 관심이 뜨거운 만큼 대정부질문에 이어 진행될 인사청문회서 여야의 공방 수위가 최고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14일 김성수 대법관 후보자를 시작으로 15일에는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잇따라 열린다. 16일에는 ▲강신철 국방부 장관 후보자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예정돼있다. 뜨거운 감자였던 용 전 후보는 결국 자진사퇴를 택했다. 지난 13일 용 전 후보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정부의 성평등부 장관 후보자로서 모두를 위한 성평등 사회를 만들어 내고자 했던 결심과 함께 장관 후보직을 오늘로써 내려놓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성평등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지 14일 만이다. 이날 용 전 후보는 “민주당으로부터 후보자와 기본소득당이 처한 상황을 존중하지만, 비례대표 의원직과 장관직 겸직을 두고 국민적 공감대가 넓지 못한 상황을 고려해 후보자가 결단해 달라는 의사를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무위원은 국회와 정부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협력을 이끌어내야 하는 역할이다. 그러나 여당도 우려를 표하는 상황에서 그 직을 수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앞서 용 전 후보는 지난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에 여권에서조차 “국민과 싸우는 듯한 모습”이라는 우려가 나왔고,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용 전 후보 역시 자신의 반박 기자회견에 대해 “국회의원이 아닌 '국무위원 후보자'로서는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전해주셨다. 제 부족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미 닫힌 귀? ‘레드팀’ 어디? 그러자 야당은 김 후보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그에 대한 지명 철회 요구가 높아지고 있지만 청와대는 “소명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정부 2기 내각과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 청와대나 김민석 대표는 ‘왜 사람들이 나를 이해해 주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봤다. 이 관계자는 “그들에게 있어 이번 인선은 틀린 일이 아니라 옳은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대 여론과 사태의 심각성이 크게 와닿지 않는 것”이라며 “하지만 국민 여론은 두 후보자에 대해 ‘아니’라고 말하지 않나. 중요한 건 국민 의견에 떠밀려 가는 게 아니라 의견을 수렴해 전화해 나가는 과정이다. 김 대표가 민주당의 레드팀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연임 논란’ 진화 나선 이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을 둘러싼 연임 논란에 직접 입을 열었다. 프랑스에 국빈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파리 현지 동포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저의 임기는 헌법상 명확하게 제한돼있다”며 개헌 연임 의혹에 대한 우회적인 입장을 전했다. 해당 발언에 대해 청와대는 “연임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한 라디오를 통해 “이미 헌법적인 질서 속에선 (대통령) 임기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항간에서 이야기하는 연임 자체는 아예 불가능한 사안이고 검토될 수도 없는 사안이라는 말씀을 한 걸로 해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연임 안 한다’, 이 말은 결국 안 하고 있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