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카지노 차무식’ 현실판 사기극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6.01.27 06:37:09
  • 호수 15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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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만 믿고 투자했다 ‘탈탈’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 클락(Clark) 지역에서 한국인 투자자들 간의 법적 분쟁이 지속되고 있다. 한국인 투자자들의 150억원대 자금이 투입된 제이비 크레스타(JB Cresta Corporation)와 자회사 스카이 블루 골프 앤드 리조트(Sky Blue Golf and Resort Corporation)의 지분과 핵심 자산이 한 사람에 의해 체계적으로 탈취됐다는 것이다.

필리핀 고위층 관계자들과 수십년간 인맥을 형성한 피의자 정모씨는 현지 사정에 어두운 한국인 투자자들을 손쉽게 기망했다. 필리핀 법원조차 “즉각 개입하지 않으면 회복 불가능한 피해가 현실화된다”며 단순 경영권 분쟁을 넘어 단계적으로 설계된 조직적 경제범죄로 설명했다.

모회사
지분 강탈

법률적으로도 이 사건은 지분 탈취, 문서위조, 배임, 무권한 처분 행위, SEC 규정 위반 등 복수의 중대 범죄 요건을 동시 충족한다.

한국 투자자들은 2019년부터 총 104억원을 투자해 제이비 크레스타(JBC)의 법적·실질적 최대 지배주주였다. 계약에 따라 지분도 정상적으로 배정됐고, 각종 투자금도 정당하게 입금됐다. 정모씨는 투자자들에게 JBC의 자회사인 스카이 블루 골프 앤 리조트의 지분 2%만 요구했고, 투자자들은 이를 수락했다.

이후 정씨는 필리핀 국회의원 등 현지인 4명을 리조트에 이사로 등재하고, JBC의 대표이사와 이사진을 사임 등기한 후 지분을 모두 차지했다.


정씨는 스카이 블루 대표이사라는 직함을 이용해 사실상 JBC와 스카이 블루 두 회사를 동시에 지배했다. 초기 지분은 2%에 불과했으나, 그는 주총에서 “경영권 없으면 못한다” “각서 써라. 자산은 내가 다 책임진다” 등 강압적 발언을 이어가며 실질적으로 경영 전권을 요구했다.

이는 명백히 위법성을 인식한 상태에서 지분 조작과 회사 장악을 강행한 발언으로, 이후에 발생한 배임·사기·문서위조 행위의 고의성을 뒷받침한다.

정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장기간 활동하며 가족과 친인척, 측근들을 조직적으로 포진시켜 범죄 구조를 구축했다. 며느리·아내·직원 등이 지분 수령자 역할을 맡았고, 이들은 나중에 조작된 주주명부에 대주주로 등장한다. 범행의 첫 단계는 JBC 지분을 사실상 강탈하는 주주명부(GIS) 조작이었다.

피고발인들은 합법적 지배주주 63.98%를 주주명부에서 통째로 지워버리고, 2007년 설립 당시 발기인 명단으로 회귀시키는 방식으로 소유권을 도둑맞기 위한 기반을 만들었다.

조작 수법은 정교했다. 합법적 주주 전원을 삭제하고, 이미 지분을 처분한 과거 발기인 6명을 ‘부활’시켜 등록했다. 이어 회사 명의 자기주식을 75.02% 등재해 주총 성원이 불가능한 허위 구조를 만들어낸 것이다.

또 동일 기준일의 GIS를 여러 차례 제출하는 소급 패턴을 사용해 시점을 교란했고, 재조작(B 시리즈) 단계에서 첫 조작(A 시리즈)의 실수를 덮기 위해 다시 주주명부를 소급 조작했다. 최종적으로 정씨의 가족·직원·측근 명의로 지분을 분산해 실질적으로 장악했다.

정씨의 며느리인 현지인 S씨는 조작 전 보유주가 1주에서 조작 후 1378주(27.56%)로 급등하면서 비정상적 대주주로 등장했다. 이는 범죄이익이 고스란히 일가로 집중된 명백한 증거다.


필리핀 리조트 100억대 투자금 탈취 의혹
정씨일가 조직적 침탈 정황···현지 재판 중

정씨 일당은 2024년 11월4일 스카이 블루 주총에서 골프장·클럽하우스·부지를 230억원에 매각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모회사 JBC의 대주주(한국 투자자)는 반대했으나 불과 4일 뒤인 11월8일, 어떤 통지도 없이 주총을 강행해 매각을 승인했다.

필리핀 회사법에 따르면, 회사의 주요 자산 매각에는 주주 2/3의 특별 결의가 필요하고, 99.9% 지분을 보유한 모회사 JBC 주총의 사전 결의가 필요하다. 정씨를 포함한 피고발인들은 이를 무시하고 자회사 단독으로 매각을 강행했다. 이는 배임 및 무권대리의 전형적 구성요건이다.

이 밖에 정씨에게 추가 피해를 입은 투자자도 있다. 한국인 투자자 함모씨와 김모씨는 2022년 정씨와 체결한 양해협약에 따라 스카이 블루의 증자에 참여했고 약 47억원을 송금했다. 송금 내역은 스카이 블루 법인통장으로 확인되며, 일부는 정씨가 지정한 한국 계좌에 카트 구매비 명목으로 입금됐다.

그러나 이후 정씨는 2년 이상 증자를 등록하지 않았고 투자자 지분도 SEC에 등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심지어 조작된 주주명부에서도 이들을 고의로 배제했다. 이는 투자금을 받은 뒤 지분 발행 없이 은폐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배임에 해당한다.

정씨 일당은 역할을 분담해 조직적으로 주주명부를 위조했다. GIS만 최소 8회 이상 조작, 존재하지 않은 이사회 회의록 작성, 이사진을 친인척으로 교체, 발기인 명단을 허위로 되살리는 등으로 지분 구조를 조작했다. 필리핀 SEC에 제출된 문서가 모두 허위였다는 점에서, 이는 정부기관을 기망한 중대 경제범죄로 해석된다.

필리핀 현직 국회의원이 범행 구조에 편입된 점에서, 이는 조직적이며 고도의 계획성을 띤 범죄임이 명확하다. 특히 허위 GIS 제출은 필리핀에서 최상급 중형에 해당하며, 조직적 공모가 입증될 경우 가중처벌 규정이 적용된다.

가족 동원
정치인까지

정씨 일당의 행위는 단순한 경영 분쟁이나 해석의 문제로 포장될 수 없다. 이는 투자를 미끼로 한 사기, 회사 지분의 조직적 탈취, 자산의 불법 매각, 공문서 위조, 정치권 유착까지 모두 결합된 완성된 범죄 구조다. 지배주주 63.98%가 삭제된 순간 이미 범죄는 시작됐고, 그 이후 벌어진 모든 행위는 배임과 절도, 사기의 연속이다.

범행 과정은 치밀했고, 관련자들의 역할 분담은 명확하며, 피해 규모는 수백억 원대에 달한다.

정씨는 2022년 무렵부터 주주명부를 의도적으로 조작해 이들의 존재를 회사 공적 기록에서 통째로 제거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필리핀 회사법에서 가장 무겁게 다루는 범죄 중 하나인 ‘허위 회사 기록 작성’에 해당한다. 동일 기준일의 GIS를 여러 차례 다른 내용으로 제출한 소급 조작 방식은 범의가 명백하며, 판례상 고의적이고 반복적인 허위 GIS 제출은 형사 처벌의 핵심 근거로 인정돼 왔다.

여기에 더해 정씨는 2007년 발기인 명단을 다시 끌어와 당시 연락이 두절된 인물까지 포함시키는 조작을 감행했다. 이는 필리핀 형법 제161조에서 금지하는 ‘허위 회사문서 제출’에 해당하며, 필리핀 SEC는 이런 형태의 허위 제출을 조직적 경제범죄로 분류하고 있다.


JBC가 보유하던 75% 이상의 자기 주식을 아내·며느리·측근 명의로 이전한 행위 역시 ‘자기 거래’로 간주되며, 이는 이사·대표이사에게 금지된 행위로 형사 책임까지 발생할 수 있다. 자기 주식 매각 과정에 이사회의 정식 승인이나 주주 동의가 없었다는 점은 배임과 자산 편취 행위를 동시에 구성한다.

스카이 블루 핵심 자산 매각 시도는 절차 위반의 총집합체다. 2024년 11월 8일 정씨 측은 한국 투자자에게 아무런 통지 없이 골프장 18홀, 클럽하우스, 대규모 부지, 장비 일체, 향후 개발 사업권까지 포함한 약 230억원 규모의 자산 매각을 일방적으로 승인했다.

이는 회사법상 ‘통지 의무’를 정면으로 위반하고, 주주총회 결의의 적법성을 완전히 상실시키는 중대 위법 행위다.

증자한다며 돈만 받고 미등재
GIS·회의록·이사회 결의 위조

매각 상대가 한국의 모 자산운용사라는 사실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해당 부지가 필리핀 국유지로 BCDA 승인 없이는 어떤 처분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은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든다. BCDA 승인 절차를 고의로 생략한 것은 명백한 무권한 처분 행위며, ‘본질적으로 무효’로 규정한다.

필리핀 법원의 개입 그 자체가 이 사건의 심각함을 증명한다.


필리핀 법원은 지난해 9월26일, 단 한 차례의 정식 심리도 없이 72시간 임시 가처분명령을 발령했다. 이는 필리핀 사법부가 극도로 중대한 위험이 확인되었을 때만 사용하는 비상 조치다. 법원은 결정문에서 투자금 전체가 무의미해질 위험이 있으며, 매각 절차가 비정상적으로 급박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명시했다.

이는 법원이 정씨 측의 행위가 정상적 경영권 행사 범위를 완전히 벗어났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국에서의 형사 고소는 정씨의 범죄 의도를 더욱 분명히 드러낸다. 고소장에 따르면 정씨는 스카이 블루 지분을 배정한다는 명목으로 약 46억원 이상의 투자금을 받았지만 실제로는 발행조차 하지 않았다. 이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죄 구성요건에 정확히 부합한다.

투자 유치 당시부터 이행 의사가 없었다는 점이 드러난다면 이는 ‘고의 기망행위’로 간주되며, 형량은 일반 사기보다 훨씬 무겁다. 특히 허위 주주명부 이메일 송부는 문서위조 및 위조문서 행사죄 성립의 핵심 근거가 된다.

한편, 정씨의 집안 배경을 보고 투자한 피해자들도 적지 않다. 그의 아버지인 정석규 신양문화재단 이사장은 24년 동안 기부활동과 장학사업에 헌신해 왔다. 서울대에 3차례 신양학술정보관을 기부한 것을 포함, 약 155억원을 기부한 인물로 알려졌다.

정 이사장은 1998년 신양문화재단 설립 이래 지난 12년간 장학금과 연구비 등을 지원했다. 특히 정 이사장은 모교인 서울대에도 신양학술정보관 건립, 난치병 연구기금, 의대 연구기금, 교수 초빙 기금 등을 지원했다. 서울대에 따르면 정 이사장은 지난 10년간 100회에 걸쳐 약 133억원을 기부했다.

장학재단
이사장?

정씨의 아버지인 정 전 이사장은 ‘신양 할아버지’란 애칭으로 불리며 서울대 학생들의 존경을 받아왔다. 1952년 공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정 전 이사장은 1967년 태성고무화학을 설립해 고무의 국산화 등 우리나라 산업화에 이바지해 온 인물이다. 서울대에는 신양학술정보관 1,2,3호관을 건립하는 등 총 155억 원 상당을 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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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