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카지노 차무식’ 현실판 사기극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6.01.27 06:37:09
  • 호수 1568호
  • 댓글 62개

서울대만 믿고 투자했다 ‘탈탈’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 클락(Clark) 지역에서 한국인 투자자들 간의 법적 분쟁이 지속되고 있다. 한국인 투자자들의 150억원대 자금이 투입된 제이비 크레스타(JB Cresta Corporation)와 자회사 스카이 블루 골프 앤드 리조트(Sky Blue Golf and Resort Corporation)의 지분과 핵심 자산이 한 사람에 의해 체계적으로 탈취됐다는 것이다.

필리핀 고위층 관계자들과 수십년간 인맥을 형성한 피의자 정모씨는 현지 사정에 어두운 한국인 투자자들을 손쉽게 기망했다. 필리핀 법원조차 “즉각 개입하지 않으면 회복 불가능한 피해가 현실화된다”며 단순 경영권 분쟁을 넘어 단계적으로 설계된 조직적 경제범죄로 설명했다.

모회사
지분 강탈

법률적으로도 이 사건은 지분 탈취, 문서위조, 배임, 무권한 처분 행위, SEC 규정 위반 등 복수의 중대 범죄 요건을 동시 충족한다.

한국 투자자들은 2019년부터 총 104억원을 투자해 제이비 크레스타(JBC)의 법적·실질적 최대 지배주주였다. 계약에 따라 지분도 정상적으로 배정됐고, 각종 투자금도 정당하게 입금됐다. 정모씨는 투자자들에게 JBC의 자회사인 스카이 블루 골프 앤 리조트의 지분 2%만 요구했고, 투자자들은 이를 수락했다.

이후 정씨는 필리핀 국회의원 등 현지인 4명을 리조트에 이사로 등재하고, JBC의 대표이사와 이사진을 사임 등기한 후 지분을 모두 차지했다.


정씨는 스카이 블루 대표이사라는 직함을 이용해 사실상 JBC와 스카이 블루 두 회사를 동시에 지배했다. 초기 지분은 2%에 불과했으나, 그는 주총에서 “경영권 없으면 못한다” “각서 써라. 자산은 내가 다 책임진다” 등 강압적 발언을 이어가며 실질적으로 경영 전권을 요구했다.

이는 명백히 위법성을 인식한 상태에서 지분 조작과 회사 장악을 강행한 발언으로, 이후에 발생한 배임·사기·문서위조 행위의 고의성을 뒷받침한다.

정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장기간 활동하며 가족과 친인척, 측근들을 조직적으로 포진시켜 범죄 구조를 구축했다. 며느리·아내·직원 등이 지분 수령자 역할을 맡았고, 이들은 나중에 조작된 주주명부에 대주주로 등장한다. 범행의 첫 단계는 JBC 지분을 사실상 강탈하는 주주명부(GIS) 조작이었다.

피고발인들은 합법적 지배주주 63.98%를 주주명부에서 통째로 지워버리고, 2007년 설립 당시 발기인 명단으로 회귀시키는 방식으로 소유권을 도둑맞기 위한 기반을 만들었다.

조작 수법은 정교했다. 합법적 주주 전원을 삭제하고, 이미 지분을 처분한 과거 발기인 6명을 ‘부활’시켜 등록했다. 이어 회사 명의 자기주식을 75.02% 등재해 주총 성원이 불가능한 허위 구조를 만들어낸 것이다.

또 동일 기준일의 GIS를 여러 차례 제출하는 소급 패턴을 사용해 시점을 교란했고, 재조작(B 시리즈) 단계에서 첫 조작(A 시리즈)의 실수를 덮기 위해 다시 주주명부를 소급 조작했다. 최종적으로 정씨의 가족·직원·측근 명의로 지분을 분산해 실질적으로 장악했다.

정씨의 며느리인 현지인 S씨는 조작 전 보유주가 1주에서 조작 후 1378주(27.56%)로 급등하면서 비정상적 대주주로 등장했다. 이는 범죄이익이 고스란히 일가로 집중된 명백한 증거다.


필리핀 리조트 100억대 투자금 탈취 의혹
정씨일가 조직적 침탈 정황···현지 재판 중

정씨 일당은 2024년 11월4일 스카이 블루 주총에서 골프장·클럽하우스·부지를 230억원에 매각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모회사 JBC의 대주주(한국 투자자)는 반대했으나 불과 4일 뒤인 11월8일, 어떤 통지도 없이 주총을 강행해 매각을 승인했다.

필리핀 회사법에 따르면, 회사의 주요 자산 매각에는 주주 2/3의 특별 결의가 필요하고, 99.9% 지분을 보유한 모회사 JBC 주총의 사전 결의가 필요하다. 정씨를 포함한 피고발인들은 이를 무시하고 자회사 단독으로 매각을 강행했다. 이는 배임 및 무권대리의 전형적 구성요건이다.

이 밖에 정씨에게 추가 피해를 입은 투자자도 있다. 한국인 투자자 함모씨와 김모씨는 2022년 정씨와 체결한 양해협약에 따라 스카이 블루의 증자에 참여했고 약 47억원을 송금했다. 송금 내역은 스카이 블루 법인통장으로 확인되며, 일부는 정씨가 지정한 한국 계좌에 카트 구매비 명목으로 입금됐다.

그러나 이후 정씨는 2년 이상 증자를 등록하지 않았고 투자자 지분도 SEC에 등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심지어 조작된 주주명부에서도 이들을 고의로 배제했다. 이는 투자금을 받은 뒤 지분 발행 없이 은폐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배임에 해당한다.

정씨 일당은 역할을 분담해 조직적으로 주주명부를 위조했다. GIS만 최소 8회 이상 조작, 존재하지 않은 이사회 회의록 작성, 이사진을 친인척으로 교체, 발기인 명단을 허위로 되살리는 등으로 지분 구조를 조작했다. 필리핀 SEC에 제출된 문서가 모두 허위였다는 점에서, 이는 정부기관을 기망한 중대 경제범죄로 해석된다.

필리핀 현직 국회의원이 범행 구조에 편입된 점에서, 이는 조직적이며 고도의 계획성을 띤 범죄임이 명확하다. 특히 허위 GIS 제출은 필리핀에서 최상급 중형에 해당하며, 조직적 공모가 입증될 경우 가중처벌 규정이 적용된다.

가족 동원
정치인까지

정씨 일당의 행위는 단순한 경영 분쟁이나 해석의 문제로 포장될 수 없다. 이는 투자를 미끼로 한 사기, 회사 지분의 조직적 탈취, 자산의 불법 매각, 공문서 위조, 정치권 유착까지 모두 결합된 완성된 범죄 구조다. 지배주주 63.98%가 삭제된 순간 이미 범죄는 시작됐고, 그 이후 벌어진 모든 행위는 배임과 절도, 사기의 연속이다.

범행 과정은 치밀했고, 관련자들의 역할 분담은 명확하며, 피해 규모는 수백억 원대에 달한다.

정씨는 2022년 무렵부터 주주명부를 의도적으로 조작해 이들의 존재를 회사 공적 기록에서 통째로 제거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필리핀 회사법에서 가장 무겁게 다루는 범죄 중 하나인 ‘허위 회사 기록 작성’에 해당한다. 동일 기준일의 GIS를 여러 차례 다른 내용으로 제출한 소급 조작 방식은 범의가 명백하며, 판례상 고의적이고 반복적인 허위 GIS 제출은 형사 처벌의 핵심 근거로 인정돼 왔다.

여기에 더해 정씨는 2007년 발기인 명단을 다시 끌어와 당시 연락이 두절된 인물까지 포함시키는 조작을 감행했다. 이는 필리핀 형법 제161조에서 금지하는 ‘허위 회사문서 제출’에 해당하며, 필리핀 SEC는 이런 형태의 허위 제출을 조직적 경제범죄로 분류하고 있다.


JBC가 보유하던 75% 이상의 자기 주식을 아내·며느리·측근 명의로 이전한 행위 역시 ‘자기 거래’로 간주되며, 이는 이사·대표이사에게 금지된 행위로 형사 책임까지 발생할 수 있다. 자기 주식 매각 과정에 이사회의 정식 승인이나 주주 동의가 없었다는 점은 배임과 자산 편취 행위를 동시에 구성한다.

스카이 블루 핵심 자산 매각 시도는 절차 위반의 총집합체다. 2024년 11월 8일 정씨 측은 한국 투자자에게 아무런 통지 없이 골프장 18홀, 클럽하우스, 대규모 부지, 장비 일체, 향후 개발 사업권까지 포함한 약 230억원 규모의 자산 매각을 일방적으로 승인했다.

이는 회사법상 ‘통지 의무’를 정면으로 위반하고, 주주총회 결의의 적법성을 완전히 상실시키는 중대 위법 행위다.

증자한다며 돈만 받고 미등재
GIS·회의록·이사회 결의 위조

매각 상대가 한국의 모 자산운용사라는 사실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해당 부지가 필리핀 국유지로 BCDA 승인 없이는 어떤 처분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은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든다. BCDA 승인 절차를 고의로 생략한 것은 명백한 무권한 처분 행위며, ‘본질적으로 무효’로 규정한다.

필리핀 법원의 개입 그 자체가 이 사건의 심각함을 증명한다.


필리핀 법원은 지난해 9월26일, 단 한 차례의 정식 심리도 없이 72시간 임시 가처분명령을 발령했다. 이는 필리핀 사법부가 극도로 중대한 위험이 확인되었을 때만 사용하는 비상 조치다. 법원은 결정문에서 투자금 전체가 무의미해질 위험이 있으며, 매각 절차가 비정상적으로 급박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명시했다.

이는 법원이 정씨 측의 행위가 정상적 경영권 행사 범위를 완전히 벗어났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국에서의 형사 고소는 정씨의 범죄 의도를 더욱 분명히 드러낸다. 고소장에 따르면 정씨는 스카이 블루 지분을 배정한다는 명목으로 약 46억원 이상의 투자금을 받았지만 실제로는 발행조차 하지 않았다. 이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죄 구성요건에 정확히 부합한다.

투자 유치 당시부터 이행 의사가 없었다는 점이 드러난다면 이는 ‘고의 기망행위’로 간주되며, 형량은 일반 사기보다 훨씬 무겁다. 특히 허위 주주명부 이메일 송부는 문서위조 및 위조문서 행사죄 성립의 핵심 근거가 된다.

한편, 정씨의 집안 배경을 보고 투자한 피해자들도 적지 않다. 그의 아버지인 정석규 신양문화재단 이사장은 24년 동안 기부활동과 장학사업에 헌신해 왔다. 서울대에 3차례 신양학술정보관을 기부한 것을 포함, 약 155억원을 기부한 인물로 알려졌다.

정 이사장은 1998년 신양문화재단 설립 이래 지난 12년간 장학금과 연구비 등을 지원했다. 특히 정 이사장은 모교인 서울대에도 신양학술정보관 건립, 난치병 연구기금, 의대 연구기금, 교수 초빙 기금 등을 지원했다. 서울대에 따르면 정 이사장은 지난 10년간 100회에 걸쳐 약 133억원을 기부했다.

장학재단
이사장?

정씨의 아버지인 정 전 이사장은 ‘신양 할아버지’란 애칭으로 불리며 서울대 학생들의 존경을 받아왔다. 1952년 공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정 전 이사장은 1967년 태성고무화학을 설립해 고무의 국산화 등 우리나라 산업화에 이바지해 온 인물이다. 서울대에는 신양학술정보관 1·2·3호관을 건립하는 등 총 155억원 상당을 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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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