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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 2025.11.06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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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기의 시사펀치

[김삼기의 시사펀치] 병원은 죽음 연습하는 공간이 아니다

며칠 전, 한 중년 남성이 뇌 CT 검사를 받기 위해 검사실로 들어갔다. 간호사는 별다른 설명 없이 침대를 가리켰고, 그는 조심스럽게 누웠다. 하얀 조명 아래 누워 있는 그의 모습은 살아 있는 사람이기보다 어디론가 실려가기 직전의 몸처럼 보였다. 옆에 있던 아내가 조심스레 말했다. “꼭 누워서 해야 하나요? 이렇게 있으니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요.” 간호사는 “다들 이렇게 합니다”라고 말하면서 웃었다. 그러나 그 말은 환자의 불안한 마음을 안정시키지 못했다. 그는 더 이상 살아 있는 주체가 아니라, 움직임을 멈춘 대상이 되는 순간이었다. 병원에서 환자가 눕는 장면은 너무 익숙해 누구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피를 뽑을 때, 초음파나 심전도, 혈압 측정을 할 때도 환자는 자동으로 침대에 눕는다. 하지만, 사람은 누우면 자연스럽게 눈을 감고, 눈을 감고 누운 모습은 영락없이 ‘죽음의 자세’를 닮는다. 그래서 노인 환자들은 자주 이렇게 말한다. “가만히 누워 있으니 내가 살아 있는 건지, 실려가는 건지 모르겠다.” 필자의 작품 중에 도시의 밤을 ‘죽은 자로 가득한 공동묘지로’ 묘사한 부분이 있다. 도시의 밤이 캄캄해서가 아니라, 도시에서 잠자는 사람들의 모습이 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