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6.01.16 01:01
내란특검(조은석 특별검사)이 지난 13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하며, 헌정사에 또 하나의 묵직한 페이지가 더해졌다. 사형은 법정 최고형으로, 그만큼 혐의의 중대성을 강조한 결정이다. ‘12·3 비상계엄’ 선포 등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에게 내려진 이번 구형은 단순히 한 개인의 운명을 넘어, 대한민국의 헌법 가치와 정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특검은 ‘반국가 세력에 의한 중대한 헌법 질서 파괴 사건’이라는 강도 높은 규정을 내세우며, 그 심각성을 강조했다. 이는 과거 전두환, 노태우에 대한 단죄보다 더 엄중한 판결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하며, 역사적 비극의 반복을 막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냈다.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겠다’라는 선서를 저버리고 헌정을 유린한 이번 사건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현재와 미래를 비추는 거울과도 같다. 특히, 2023년 10월 이전부터 측근들과 장기간에 걸쳐 비상계엄을 계획했다는 결론은, 단순한 권한 남용이나 위법한 국정 운영의 수준을 넘어, 헌법이 설계한 국가 작동 구조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특검은 이 같은 행위가 ‘전례를 찾기 어려운 반국가 세력에 의한 중대한 헌법 질서 파괴
최근 전·현직 국가경찰위원 간담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경찰 지휘부에 당부하고 싶었으나 하지 못한 말이 있었다. 바로 “경찰은 전지전능하지도 않으며, 때로는 ‘아니요’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라는 경찰을 응원하는 충정의 말이었다. 경찰 활동은 기본적으로 위험한 일이고, 긴급한 찰나의 순간에 결정과 행동을 요구한다. 당연히 위험한 일은 아무나 해서도 안 되고, 할 수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경찰은 시민의 안전이라는 관점에서 적당한 거리를 두고 “그들 시민과 우리 경찰”이라는 직업적 부문화도 형성했다. 그렇게 위험한 일은 전문가인 경찰에게 맡겨야 한다는 논리였을 것이다. 물론 지금도 적지 않은 경찰 업무가 위험한 일이고 상당한 전문성을 요구한다. 그러나 ‘전문가주의’가 설득력이 있었을 때의 경찰과 과학기술 사회인 지금의 경찰과 비교하면 상당한 차이가 있다. 단순히 전통 범죄만을 표적으로, 순찰을 통한 예방 및 억제와 범죄 발생 이후 범인의 검거라는 사후 대응적 수사 활동이 일의 전부라면 전부였을 때와 디지털 사회와 과학기술 사회에서의 범죄는 그 모습도, 원인도, 따라서 대응 방식도 전혀 다를 수밖다. 그럼에도, 혹시 우리 경찰이
쿠팡이 왜 퇴출돼야 하는지 우리는 충분히 알고 있다. 소비자 개인정보 관리 실패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게 됐다. 소비자와 근로자를 숫자로만 관리해 온 기록들, 반복되는 사망과 사고조차 수많은 범죄 증거의 일부에 불과하다. 이건 어쩌면 극단적으로 비인간화한 하나의 기업을 통해 무한히 효율만 추구하는 자본주의의 모순과 한계를 우리 공동체에 보여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도 알고 있다. 차가운 광장 바닥에 서서, 앉아서 온몸으로 외쳤던 윤석열의 파면과 처벌을 기억한다면 말이다. 그때 우리는 완벽한 권력을 요구한 것이 아니었다. 권력이 국민을 상대로 절대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기 때문에 공동체 밖으로 축출했던 것뿐이다. “우리 사회에서 인간의 존엄을 이렇게도 극단적으로 파괴하는 기업이 아무 일 없다는 듯 존속할 수 있는가?” 이 질문을 회피하는 순간, 우리는 국가와 권력을 심판하면서도 자본에는 침묵하고 굴종하는 이중 기준을 스스로 용인하게 된다. 쿠팡 사태는 사실 개별 기업의 논란을 넘어서도 한참 넘어섰다. 이는 단순한 경영 실패나 노사 갈등의 문제로 치환할 수 없는, 한국 유통 구조 전반에 균열을 일으키는 사회적 재난 상황에 가
이재명 대통령의 1월 외교를 두고 가장 많이 나온 질문은 ‘중국과 일본이 서로 불편한 관계에 놓여 있는 상황에서, 왜 굳이 두 나라를 모두 방문했느냐’였다. 나아가 ‘어떻게 한쪽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 다른 한쪽을 만날 수 있었는가’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외교 수사나 개인적 친화력에서 나오지 않는다. 답은 병법에 있는데 바로 <손자병법>이다. <손자병법>은 전쟁의 기술서로 알려졌지만, 그 본질은 ‘충돌을 관리하는’ 책이다. 손자는 싸움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오히려 싸움을 피하는 구조, 갈등이 폭발하지 않도록 배치하는 기술을 반복해서 강조한다. 최근 출간된 <손자병법>의 저자 박병영은 병법이란 상대를 쓰러뜨리는 기술이 아니라, 불필요한 오해와 오판을 막는 설계라고 설명한다. 이번 외교는 바로 이 지점에서 읽힌다. 중국과 일본은 구조적으로 불편한 관계다. 역사와 영토 문제, 미·중 전략 경쟁 속에서 두 나라는 언제든 긴장 상태로 돌아설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 국가의 지도자가 양국을 잇따라 방문하는 것은 자칫하면 ‘선택’이나 ‘편 가르기’로 오해받기 쉽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1월 외교는 그런 오해를 피하는 데 성
지난 13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사형이 구형됐다는 소식은 한국 사회에 적잖은 충격을 던졌다. 이날 내란특검(조은석 특별검사)은 재판부에 법정 최고형인 사형 선고를 요청하며, 이 사건을 “헌정 질서 파괴의 극단적 사례”라고 규정했다. 한국 형법상 내란죄의 법정형은 사형·무기징역·무기금고로 정해져 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의 행위가 단순한 권력 남용이나 일탈이 아니라, 헌법적 질서를 근본적으로 뒤흔든 반헌법적 폭거라고 판단했다. 그는 지난 2024년 12월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려 한 시도가 헌정 체제를 파괴하려는 시도였다는 혐의로 기소됐으며, 특검은 설계 및 집행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법정 최고형 구형은 단순한 형량 선택을 넘어 사회적·법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대한민국은 1997년 이후 사형 집행은 중단된 상태지만, 여전히 사형제를 명문화하고 있는 나라 중 하나다. 실제 집행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법조계는 사형 구형 자체를 극단적 비상 상황의 결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번 특검의 사형 구형은 그 자체만으로도 한국 현대사에서 하나의 이정표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전직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했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 사회가 직
2026-01-14
윤석열정부 시절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 과정에서 외압 의혹을 제기했던 박정훈 대령이 지난 9일, 준장으로 진급했다. 일각에서는 ‘감동적인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이 장면을 감동으로 받아들이기에는 한 번 더 생각해볼 지점이 있다. 이것은 정의의 회복일 수는 있어도 감동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당시 박 대령의 판단은 분명했다. 그는 상관의 부당한 지시에 따르지 않았고, 조직의 관행보다 원칙을 우선했다. 공직 사회에서 이런 선택은 실제로 상당한 부담을 동반한다. 문제는 그 선택이 당시 권력 아래에서 어떤 대우를 받았느냐는 점이다. 그는 보호받지 못했고, 항명자로 규정돼 징계와 수사 대상이 됐다. 만약 윤정부가 정권 운영에 부담이 되는 불리한 폭로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판단은 원칙에 부합했다”고 인정하며 당시 박 대령을 보호했다면, 그 장면은 오래 기억될 사례가 됐을 것이다. 권력에 부담되는 사안을 불리함까지 감수하면서 원칙을 인정할 때, 그 선택은 감동으로 남는다. 그러나 박 준장의 진급은 정권교체 이후에야 이뤄졌다. 이는 뒤늦은 복원에 가깝다. 여기서 논의의 초점은 개인의 영웅화가 아니라, 인사와 평가의 기준에 있다. 모든 문제 제기와 내부 고발이
2026-01-14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구호에는 늘 전제가 숨어 있다. 미국은 한때 위대했고,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인식이다. 이 전제는 미국 내부의 상실감과 불안을 정확히 겨냥한다. 제조업의 쇠퇴, 중산층의 붕괴, 정치 엘리트에 대한 불신, 세계를 이끌던 규범 국가라는 자부심의 약화. MAGA는 이 모든 감정의 집합체다. 문제는 이 구호가 향하는 방향이다. 과연 ‘다시 위대하게’라는 말이 미국을 더 강하게 만들고 있는가, 아니면 미국을 혼자로 몰아가고 있느냐다. 트럼프식 MAGA는 동맹을 자산이 아니라 비용으로 본다. 국제 규범은 리더십의 도구가 아니라 족쇄로 인식된다. 협약은 전략이 아니라 거래의 실패로 취급된다. 이런 세계관 속에서 외교는 조율이 아니라 압박이 되고, 동맹은 파트너가 아니라 잠재적 무임승차자로 전락한다. 이 지점에서 MAGA는 ‘Make America Great Again’이 아니라 ‘Make America Go Alone’으로 변질된다. 다시 말해,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구호가 미국을 혼자로 만드는 선택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냉전 이후 미국의 힘은 군사력만으로 유지되지 않았다.
2026-01-13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더불어민주당 이병진·신영대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잃게 됐다. 이로써 6·3 지방선거와 동시에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역구였던 인천 계양을과 강훈식 비서실장 지역구인 충남 아산을에 이어 4곳으로 늘어났다. 여기에 서울시장 등 광역단체장까지 고려하면 최대 10석 안팎을 놓고 겨루는 만큼 ‘미니 총선’ 못지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의원과 불법 기부 행위 혐의를 받는 송옥주 의원의 2심 재판이 진행중인 만큼 선거판이 더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재보선 대상 지역은 오는 4월30일까지 실시 사유가 확정된 곳으로 정해진다. <webmaster@ilyosisa.co.kr>
2026-01-12 글·구성 정치부/사진 사진부
<webmaster@ilyosisa.co.kr>
2026-01-12 김홍기 화백
대한민국은 이미 노인 1000만명 시대에 들어섰다. 행정안전부 발표에 따르면, 2025년 기준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1.21%를 기록했고, 전체 주민등록 세대의 42%에 달하는 1인 세대 가운데 70대 이상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런데 정부의 정책은 아직도 노인을 ‘대상’으로만 본다. 우리나라의 노인 정책은 노인을 ‘보호 대상’, 실버산업을 ‘돌봄 산업’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이 정의는 이미 현실을 설명하지 못한다. 65세는 인간의 능력을 가르는 기준이 아니다. 65세가 되는 순간 모든 사람이 노동 능력을 상실하거나 사회적 역할에서 자동으로 퇴장하는 것도 아니다. 지금의 60·70대는 한국 산업화와 민주화, 시장 경제의 실전 경험을 모두 통과한 세대며, 이들을 단순한 보호 대상으로만 묶어두는 것은 국가적 자원 낭비에 가깝다. 65세는 은퇴선이 아니라 재출발선 우리나라 제도에서 65세는 상징적인 나이다. 연금, 노인복지, 각종 감면 혜택이 시작되는 기준선이다. 동시에 이 나이는 일을 내려놓는 시점이라는 기준이 암묵적으로 규정돼 왔다. 정책은 이 순간부터 노인을 보호 대상으로만 설정하고, 경제 활동의 주체 목록에서 제외한다. 그러나 평균 기대수명이
2026-01-12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외교부나 주요 언론의 공식 발표는 없지만, 말레이시아 말라카 주지사 모흐드 알리의 오는 19일 방한 가능성이 전해지고 있다. 그는 국왕 선출과 헌법 질서를 관리하는 마상회의 총재 자격을 겸한 인물이고, 말라카는 말레이반도 최초의 독립 국가이자 인도·중국을 잇는 해상 무역의 상징적 거점이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ASEAN 정상회의 기간 중 지난해 10월27일, 이재명 대통령과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의 정상회담 이후, 말레이시아는 한국과의 방산·반도체 후공정·배터리·디지털경제 협력 확대를 언급해 왔다. 이 같은 협력 기조의 연장선에서 말라카 주지사 방한 가능성도 함께 거론되고 있다. 싱가포르가 사실상 동남아의 초강력 허브를 독점해 온 구조 속에서, 말레이시아가 한국과의 협력을 전략급 의제로 격상하고 ASEAN 정상회의 이후 불과 3개월 만에 말레이시아 13개주를 관장하는 마상회의 총재가 직접 방한한다는 것은 외교·경제 차원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로 읽힌다. 최근 쿠알라룸푸르 주요 언론은 한국을 “말레이시아 산업 고도화의 핵심 파트너”라고 규정했고, 안와르 총리 역시 “한국과의 협력은 단순한 외교가 아니라 미래 성장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조용했던 양국
2026-01-11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요즘 사법개혁 논의의 중심에는 ‘특별재판부 설치’가 있다. 특정 사건과 정치적 사안에 대응해 전담 재판부를 만들자는 요구가 반복되지만, 사건이 터지면 재판부를 바꾸고 여론이 흔들리면 제도를 덧붙일 뿐, 판결의 질이 왜 흔들리는지에 대한 질문은 빠져 있다. 특별재판부는 공정성을 강화하는 수단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사법부를 정치의 전면으로 끌어내는 구조이기도 하다. 누가 그 재판부에 들어가느냐, 왜 그 사건이 특별 취급을 받느냐는 논쟁이 판결 전부터 시작된다. 사법부는 판결로 말해야 하지만, 구조 설계부터 의심받는 순간 판결의 권위는 약해진다. 진짜 사법개혁은 재판부의 이름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판결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바꾸는 것이다. 법 조문 숙련보다 사건 작동에 대한 깊은 이해가 판결의 질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제도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한, 사법개혁은 반복해서 제자리로 돌아온다. 특별재판부가 개혁처럼 보이는 이유 특별재판부 논의는 늘 정의감에서 출발한다. 기존 사법 시스템으로는 공정한 판단이 어렵다는 불신이 쌓일 때, 정치권과 여론은 별도의 장치를 요구한다. 물론 그 요구는 설득력이 있다. 기존 재판부가 부족하다면, 더 강한 재판부를 만들자는 논리다. 위기 상
2026-01-10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쿠팡이 있어 먹고사는 셀러와 운송사, 기사와 창고 인력, 그리고 소비자는 분명히 존재하는데, 지금 정부는 그 사람들은 보지 않고 여론만 붙잡고 외국 자본 하나를 본보기처럼 두들기고 있다.” 쿠팡 배송 업무를 수행하는 KD물류 C 대표의 이 말은 오늘 한국이 외국 자본을 대하는 방식이 정책이 아니라 감정과 정치로 흘러가고 있음을 정확히 찌른다. 현장은 생존과 기회를 말하는데, 국정은 분위기만 바라본다. 이 간극이 지금의 쿠팡 논란을 키우고 있다. 몇 년 전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에 약 10조원 규모의 투자를 발표했을 때, 한국 사회는 즉각 반발했다. 국내에 투자해야 할 돈이 해외로 빠져나간다는 비판이 여론을 지배했고, 일자리 유출과 국부 유출이라는 말이 손쉽게 동원됐다. 그 논리는 단순했지만 정치적으로는 매우 강력했다. 해외 투자는 곧 애국의 반대말처럼 취급됐다. 그러나 시간은 그 판단이 틀렸음을 증명했다. 미국의 IRA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현지 생산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 조건이 됐다. 공장을 짓지 않으면 보조금에서 배제되고, 시장에서 밀려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현대차의 투자는 탈한국이 아니라 탈락을 피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지금은 이 판단이 상식이
2026-01-09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김병기 의원 공천 과정에서 금품수수 논란 등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휴먼 에러”라는 표현으로 해명한 것은,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다. 정 대표는 지난 6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저도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생각이 들었는데, 이 외에는 다른 일은 없다고 믿고 있고 없기를 바란다”면서도 “시스템 에러라기보다는 휴먼 에러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날 정 대표의 발언은 공천이라는 민주주의 핵심 절차를 바라보는 집권여당 지도부의 인식 수준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으로 꼽힐만 하다. 정당 공천은 실수가 반복될 수 있는 행정 처리나 기술적 입력 오류가 아닌, 국민의 대표를 선출하는 정치의 심장부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그 무게와 책임을 ‘사람이니까 실수할 수 있다’는 말로 가볍게 덮으려는 태도는, 시민의 선택권과 정당 민주주의를 동시에 경시하는 발상이기도 하다. 게다가 정 대표의 해명은 문제의 본질을 비껴가는 동시에 무책임하게 들릴 수 있다. 김 의원 공천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단순한 절차상의 착오가 아니라, 공정성·투명성·책임성이라는 공천의 기본 원칙이 제대로 작동했는지에 대한
2026-01-08
정치에서 의혹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의혹이 어떤 경로를 통해 세상에 등장했는가다. 사람들은 흔히 사실보다 맥락을 먼저 본다. 누가 말했는지, 어디에 말했는지, 왜 그곳이었는지를 통해 사건의 진위 여부를 가늠한다. 그래서 같은 내용의 폭로라도 제보의 방향에 따라 국민의 신뢰도는 극명하게 갈린다. 최근 불거진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 관련 공천 헌금 의혹 수사는 이 같은 점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경찰이 확보한 진술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총선을 앞두고 금품수수 탄원서가 당 대표실을 거쳐 윤리감찰단에 접수됐고, 이후 김 의원 측이 이를 인지하고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 사안은 당시에는 내부적으로 봉합됐고, 정치적 파문도 크지 않았다. 그런데 6년이 지난 2026년 같은 사안의 연장선에 있는 공천 헌금 의혹은 전혀 다른 양상으로 폭발했다. 이번에는 단순한 문제 제기를 넘어 원내대표직을 사퇴했고, 탈당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정치적 위기로 비화됐다. 내용이 더 자극적이어서만은 아니다. 결정적인 차이는 ‘어디에 제보했는가’였다. 2020년 당시 탄원서는 보수 정당이나 보수 언론이 아니라 민주당 내부, 즉 윤리감찰단으로 향했다. 이는 제보자가 최소한 정파적 공
2026-01-08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외교는 말솜씨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말과 선언은 쉽게 바뀌지만, 한 번 만들어진 질서는 오래 간다. 명·청 시대 조선의 대중 외교를 다시 살펴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 외교는 감정이나 충성심이 아니라, 약소국이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현실적 방식이었고 이는 2026년 1월 초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이해하는 데 지금도 충분한 참고가 된다. 지난 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 장면은 이를 잘 보여준다. 의전은 과하지 않았고, 발언은 짧았으며, 공동성명 문구 하나하나에 계산이 담겨있었다. 불필요하게 감정을 자극하는 말은 없었고, 긴장을 키우는 표현도 피했다. 대신 공급망, 기술 협력, 투자 환경처럼 실제로 중요한 문제들이 대화의 중심이 됐다. 명과의 관계에서 조선은 사대를 선택했지만, 그 사대는 흔히 오해되듯 굴복이나 자존의 포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국제 질서를 정확히 인식한 약소국의 합리적 선택이었다. 조선은 명의 세계관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대신 국경의 안정을 확보했고, 왕조의 정통성을 유지했다. 조공은 비용이었지만 전쟁보다 저렴했고, 책봉은 체면을 낮췄지만 체제를 지켜냈다. 조선 사신 외교의 기록을 보면 사신의 규모, 행렬의
2026-01-07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조선은 왕의 나라였고, 현대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다. 혈통과 신분의 권력은 선거와 헌법으로 대체됐지만,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까지 달라진 것은 아니다. 조선에는 수렴청정이 있었고, 오늘날에는 제도 밖에서 흐름을 조율하는 보이지 않는 권력이 존재한다. 수렴청정은 왕이 어리거나 통치가 어려울 때 왕비나 대비가 전면에 나서지 않고 정사를 대신 듣고 판단하던 정치 방식이다. 그 대표적 인물이 세조의 부인이자 예종의 어머니, 성종의 할머니였던 정희왕후다. 그는 왕이 아니었지만, 왕조의 방향을 결정한 인물이었다. 막후 권력 정희왕후 현대 정치에서도 선출되지 않은 영향력은 권력의 경계를 미리 그린다. 왕은 사라졌지만, 왕을 설계하는 기술은 남아 있다. 필자는 지난 토요일 남양주 광릉에 있는 정희왕후의 능을 찾았다. 이 칼럼은 조선과 현대를 나란히 놓고, 왜 비슷한 장면이 반복되는지를 살펴보려는 시도다. 조선의 권력은 ‘얼굴 없는 손’에서 움직였다= 조선 정치에서 왕은 절대적 존재처럼 기록되지만, 실제 권력은 왕을 둘러싼 여러 세력의 균형 속에서 작동했다. 대비와 외척, 대신과 공신 세력은 서로를 견제하며 왕권의 방향을 조정했다. 이 구조의 가장 깊숙한 지점에 정희왕후가 있
2026-01-06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교정시설의 과밀 수용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해결의 기미가 잘 보이지 않자 고육지책으로 가석방 인원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과밀 수용의 기준은 나라나 문화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거의 모든 나라에서 과밀 수용은 교정 당국이 겪고 있는 공통의 문제라고 한다. 현재 국내 교정시설의 수용률이 130%에 이른다고 하니 과밀 수용의 정도가 매우 심각한 수준이 아닐 수 없다. 수용률이 130%라는 것은 10명이 수용되어야 할 공간에 13명이 수용되어 있다는 뜻이다. 혹자는 조금 비좁게 생활한다고 무슨 큰 문제냐, 그것도 죄를 지어 형벌을 받고 있는 사람들인데 뭐가 문제냐고 할 수도 있지만, 사실 교도소의 과밀 수용은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 우선, 과밀 수용은 수형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과밀 수용이 수형자 개인에게 교육, 처우 등에 불이익이나 차별을 초래할 수 있는데 이는 10명에게 주어져야 할 처우가 13명이 나눠야 하는 처지가 되기 때문이다. 과밀 수용은 각종 교정사고의 발생률을 높일 수 있고, 이는 곧 교도관의 과중한 업무 부담으로 작용하고, 더 나아가서는 교도소의 근본 목적 중 하나인 교화 개선을 위한 교육과 처우보다는 사고방지를
2026-01-05 이윤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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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05 김홍기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