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6.01.09 01:01
정치에서 의혹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의혹이 어떤 경로를 통해 세상에 등장했는가다. 사람들은 흔히 사실보다 맥락을 먼저 본다. 누가 말했는지, 어디에 말했는지, 왜 그곳이었는지를 통해 사건의 진위 여부를 가늠한다. 그래서 같은 내용의 폭로라도 제보의 방향에 따라 국민의 신뢰도는 극명하게 갈린다. 최근 불거진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 관련 공천 헌금 의혹 수사는 이 같은 점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경찰이 확보한 진술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총선을 앞두고 금품수수 탄원서가 당 대표실을 거쳐 윤리감찰단에 접수됐고, 이후 김 의원 측이 이를 인지하고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 사안은 당시에는 내부적으로 봉합됐고, 정치적 파문도 크지 않았다. 그런데 6년이 지난 2026년 같은 사안의 연장선에 있는 공천 헌금 의혹은 전혀 다른 양상으로 폭발했다. 이번에는 단순한 문제 제기를 넘어 원내대표직을 사퇴했고, 탈당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정치적 위기로 비화됐다. 내용이 더 자극적이어서만은 아니다. 결정적인 차이는 ‘어디에 제보했는가’였다. 2020년 당시 탄원서는 보수 정당이나 보수 언론이 아니라 민주당 내부, 즉 윤리감찰단으로 향했다. 이는 제보자가 최소한 정파적 공
외교는 말솜씨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말과 선언은 쉽게 바뀌지만, 한 번 만들어진 질서는 오래 간다. 명·청 시대 조선의 대중 외교를 다시 살펴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 외교는 감정이나 충성심이 아니라, 약소국이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현실적 방식이었고 이는 2026년 1월 초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이해하는 데 지금도 충분한 참고가 된다. 지난 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 장면은 이를 잘 보여준다. 의전은 과하지 않았고, 발언은 짧았으며, 공동성명 문구 하나하나에 계산이 담겨있었다. 불필요하게 감정을 자극하는 말은 없었고, 긴장을 키우는 표현도 피했다. 대신 공급망, 기술 협력, 투자 환경처럼 실제로 중요한 문제들이 대화의 중심이 됐다. 명과의 관계에서 조선은 사대를 선택했지만, 그 사대는 흔히 오해되듯 굴복이나 자존의 포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국제 질서를 정확히 인식한 약소국의 합리적 선택이었다. 조선은 명의 세계관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대신 국경의 안정을 확보했고, 왕조의 정통성을 유지했다. 조공은 비용이었지만 전쟁보다 저렴했고, 책봉은 체면을 낮췄지만 체제를 지켜냈다. 조선 사신 외교의 기록을 보면 사신의 규모, 행렬의
조선은 왕의 나라였고, 현대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다. 혈통과 신분의 권력은 선거와 헌법으로 대체됐지만,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까지 달라진 것은 아니다. 조선에는 수렴청정이 있었고, 오늘날에는 제도 밖에서 흐름을 조율하는 보이지 않는 권력이 존재한다. 수렴청정은 왕이 어리거나 통치가 어려울 때 왕비나 대비가 전면에 나서지 않고 정사를 대신 듣고 판단하던 정치 방식이다. 그 대표적 인물이 세조의 부인이자 예종의 어머니, 성종의 할머니였던 정희왕후다. 그는 왕이 아니었지만, 왕조의 방향을 결정한 인물이었다. 현대 정치에서도 선출되지 않은 영향력은 권력의 경계를 미리 그린다. 왕은 사라졌지만, 왕을 설계하는 기술은 남아 있다. 필자는 지난 토요일 남양주 광릉에 있는 정희왕후의 능을 찾았다. 이 칼럼은 조선과 현대를 나란히 놓고, 왜 비슷한 장면이 반복되는지를 살펴보려는 시도다. 조선의 권력은 ‘얼굴 없는 손’에서 움직였다 조선 정치에서 왕은 절대적 존재처럼 기록되지만, 실제 권력은 왕을 둘러싼 여러 세력의 균형 속에서 작동했다. 대비와 외척, 대신과 공신 세력은 서로를 견제하며 왕권의 방향을 조정했다. 이 구조의 가장 깊숙한 지점에 정희왕후가 있었다. 정희왕후는 단종
교정시설의 과밀 수용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해결의 기미가 잘 보이지 않자 고육지책으로 가석방 인원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과밀 수용의 기준은 나라나 문화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거의 모든 나라에서 과밀 수용은 교정 당국이 겪고 있는 공통의 문제라고 한다. 현재 국내 교정시설의 수용률이 130%에 이른다고 하니 과밀 수용의 정도가 매우 심각한 수준이 아닐 수 없다. 수용률이 130%라는 것은 10명이 수용되어야 할 공간에 13명이 수용되어 있다는 뜻이다. 혹자는 조금 비좁게 생활한다고 무슨 큰 문제냐, 그것도 죄를 지어 형벌을 받고 있는 사람들인데 뭐가 문제냐고 할 수도 있지만, 사실 교도소의 과밀 수용은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 우선, 과밀 수용은 수형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과밀 수용이 수형자 개인에게 교육, 처우 등에 불이익이나 차별을 초래할 수 있는데 이는 10명에게 주어져야 할 처우가 13명이 나눠야 하는 처지가 되기 때문이다. 과밀 수용은 각종 교정사고의 발생률을 높일 수 있고, 이는 곧 교도관의 과중한 업무 부담으로 작용하고, 더 나아가서는 교도소의 근본 목적 중 하나인 교화 개선을 위한 교육과 처우보다는 사고방지를
<webmaster@ilyosisa.co.kr>
2026-01-05 김홍기 화백
지난달 29일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약 7개월 만에 청와대로 출근했다.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가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옮긴 지 3년7개월 만이다. 이날 청와대에는 한국 국가수반을 상징하는 봉황기가 게양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청와대 복귀에 대해 “헌정 질서 유린으로 얼룩진 용산 시대를 마무리하고 국민 주권과 민주주의의 제자리를 찾았다는 점을 상징하는 이정표”라고 말했다. <webmaster@ilyosisa.co.kr>
2026-01-05 글·구성 정치부/사진 사진부
지난 3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 지상군을 투입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체포·압송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적 권력 이양이 가능해질 때까지 미국이 나라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군사작전이 아니라, 주권 국가를 사실상 관리 대상으로 선언한 장면이었다. 국제정치의 냉혹함을 감안하더라도 쉽게 넘기기 어려운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 사건이 유독 불편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타이밍 때문이다. 같은 시기 이재명 대통령은 중국을 국빈 방문하며 한·중 관계 재정립에 나섰다.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외교적 좌표를 조정하려는 국면에, 미국은 힘의 정치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장면을 전 세계에 과시했다. 동맹 관계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장면이 겹쳐진 것이다. 동맹은 상호 존중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강대국의 세계관에는 늘 간섭의 충동이 깔려 있다. 정권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언제든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이 쌓일수록, 개입은 조심스러움 대신 노골성을 띤다. 베네수엘라에서 벌어진 일은 그 확신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미국은 이번 작전을 ‘정의의 실현’으로 포장했다. 마약과의 전쟁, 불법 독재자, 자위권이라는 명분이 차례로 동원됐다. 그러나 국제정치에서
2026-01-05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Q] 강제경매신청서에 청구금액은 어떻게 기재하면 되나요? [A] 청구금액은 집행권원에 표시된 채권액의 범위 내에서 기재하되 이자가 있는 경우 그 이자 부분도 기재해야 한다. 청구금액이란 강제경매에 의해 변제받고자 하는 일정한 채권과 그 청구액을 말한다. 채권은 다른 채권과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특정해야 하며, 채권자는 그 채권의 일부만을 청구할 수 있기 때문에 금액은 명확히 기재해야 한다. 청구금액은 집행권원에 표시된 채권액의 범위 안이어야 한다. 채권자는 여러 개의 집행권원을 갖고 동시에 경매신청을 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각 집행권원의 내용이 된 채권을 모두 특정해 표시해야 한다. 청구금액은 반드시 정액의 표시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정기금채권, 이자채권 등의 경우와 같이 기간과 액수, 이율 등으로 계산 가능한 표시가 있으면 무방하다. 예를 들어, “언제부터 언제까지 매월 금 얼마의 비율에 의한 금원”이라고 표시하면 특정됐다고 할 것이다. 집행권원에 원금 외에 이자채권이 포함돼있는 경우에는 경매신청 시에 이자채권에 관해 표시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배당요구의 종기까지 채권계산서에 기재하면 그 부분에 관해 배당요구의 효력이 있으므로 배당을 받을 수 있
2026-01-05 김기록 법무사
정치는 개인의 능력이나 정당의 간판으로 설명되지만, 어떤 경우에는 ‘시대의 성격’이 정치의 방향을 결정한다. 선거가 치러지는 해는 무엇을 상징하는가, 사회는 어떤 속도를 요구하는가, 그리고 유권자의 기대는 어디에 머물러 있는가가 정치의 성패를 가른다. 필자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 5년 사이 바로 이 ‘시대의 성격’이 바뀌는 구간을 통과하고 있는 정치인이라고 본다. 이 둘의 정치적 궤적은 2021년 4·7 재보궐선거에서 결정적으로 시작됐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각각 성폭력·성추행 사건으로 임기 중 자리를 비우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대한민국의 수도와 제2의 도시에서 동시에 재보궐선거가 치러졌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장의 ‘도덕적 파탄’이 도시 행정의 정당성 자체를 흔들었고, 유권자의 분노와 피로가 누적된 자리에서 국민의힘 후보였던 오세훈과 박형준이 각각 서울과 부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이 둘의 승리는 개인의 정치적 역량 이전에 ‘시대의 요청’이었다. 유권자는 혁신이나 속도를 요구하지 않았다. 먼저 요구된 것은 도덕과 함께 안정이었다. 무너진 신뢰를 복구하고, 흔들린 행정을 다시 세우는 일, 과열된
2026-01-04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2026년 새해 벽두, 한국 외교의 좌표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4일부터 7일까지 중국을 국빈 방문한다. 9년 만의 방중이고, 일정도 이례적으로 빠르다. 시기도 우연이 아니다. 4월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미·중·북을 둘러싼 한반도 질서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번 방중은 단순한 양자 외교 일정이 아니다. 미·중 관계, 북핵 문제, 동아시아 안보 질서가 동시에 얽힌 지점에서 한국이 어디에 서야 하는지를 묻는 시험대다. 그리고 이 질문은 더 근본적인 물음으로 이어진다. 한국을 여전히 ‘중간국가’로 부를 것인가, 아니면 ‘문명 교차 국가’로 다시 정의할 것인가라는 문제다. 한국을 설명할 때 가장 자주 호출되는 개념은 여전히 중간국가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놓여 있고, 해양과 대륙의 경계에 위치하며, 강대국 경쟁의 압력을 동시에 받는 나라라는 의미다. 그러나 이 개념은 이제 설명이 아니라 굴레에 가깝다. 한국을 중간국가로 규정하는 순간, 한국은 스스로를 수동적 존재로 고정시키게 된다. 중간국가라는 말 속에는 늘 같은 전제가 숨어 있다. 선택을 강요받는 나라, 줄을 서야 하는 나라, 어느 쪽에도 완전히 속
2026-01-03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새해가 밝으면 사람들은 “이제 시작”이라고 말한다.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공부를 시작하고, 운동을 시작하며, 관계를 정리하고 인생 2막을 열겠다고 다짐한다. 새해 첫날의 결심은 언제나 단단해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그 시작이 실제 삶에서는 거의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는 데 있다. 우리는 왜 매년 같은 출발선에서 같은 선언을 반복하는가. 오래된 격언 중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다. 무슨 일이든 마음만 먹고 시작하면 절반은 이미 해낸 것이라는 의미다. 이 문장은 우리를 위로하고, 망설임을 밀어내는 힘을 갖고 있다. 그러나 2026년의 문턱에서 이 격언은 다시 질문받을 필요가 있다. 정말 시작은 반인가? 아니면 우리는 ‘시작’이라는 말로 스스로를 안심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 주부 K씨의 이야기에서 출발해 보자. K씨는 런닝머신 옆에 ‘시작이 반’이라는 문구를 붙여 놓고 30일 다이어트 계획에 들어갔다. 작심삼일은 넘겼고, 일주일도 버텼으며 열흘도 채웠다. 그러나 13일째 되는 날, 체중계 위의 숫자는 기대만큼 줄지 않았다. 실망이 밀려왔고, “이 정도면 충분히 해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작이 반이다’를 영어로 옮기면 “Well begun is half
2026-01-02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2026년 새해에 시행되는 주요 법안들은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법이 아니다. 그동안 누구에게 떠넘겨졌는지를 숨겨왔던 책임의 주인을 드러내는 법들이다. 노란봉투법, 중대재해처벌법 강화, 플랫폼 노동자 보호, 인공지능 기본법, 상법 개정안 등은 더 이상 개인과 약자에게 위험을 미루지 않겠다는 방향을 가리킨다. 이 변화는 곧 정치의 시험대가 된다. 책임을 넓히겠다는 법 앞에서 누가 감당할 준비가 돼있는가. 특히 2026 지방선거는 약속을 늘어놓는 선거가 아니라,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 권력을 가려내는 선거가 될 것이다. 말이 아니라 선택과 결과로 그 준비가 검증되는 선거가 될 가능성이 크다. 2026년은 ‘입법의 해’ 아닌 ‘책임 재정의의 해’ 2026년에 새롭게 시행되거나 본격 적용되는 법안들을 하나의 흐름으로 보면, 규제 강화나 복지 확대가 아니라 ‘책임의 이동’이라는 공통된 키워드가 드러난다. 누가 어디까지 부담져야 하는지, 그 책임을 정치와 제도가 어디에 내려놓을 것인지라는 질문이 모든 법안의 바탕에 깔려 있다. 노란봉투법, 중대재해처벌법 강화, 플랫폼 노동자 보호법, AI 기본법, 상법 개정안은 서로 다른 영역의 법처럼 보이지만, 기존에 개인·하청·노동자
2026-01-01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2025년 말, 정치와 연예는 전혀 다른 언어를 쓰는 듯 보이면서도 똑같은 결말을 맞았다. 국회에서는 보좌진과의 갈등 끝에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30일 원내대표직에서 하차했고, 방송가에서는 매니저와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방송인 박나래가 출연 중이던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사건의 맥락은 달랐지만, 사회가 읽어낸 메시지는 하나였다. 더 이상 보좌진과 매니저 뒤에 숨을 수 없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사실이다. 문제는 ‘누가 먼저 잘못했는가’가 아니라, 왜 이 갈등이 조정되지 못하고 하차로 끝났는가다. 정치에서 보좌진은 의원의 손과 발이다. 연예계에서 매니저는 연예인의 분신이다. 일정 관리, 대외 소통, 위기 대응까지 그들의 손을 거치지 않는 일이 거의 없다. 이 말은 곧 가장 많은 권한을 위임받은 존재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가장 가까운 관계가 동시에 균열을 일으켰다. 이는 우연이 아니다. 권력과 명성이 커질수록 직접 통제는 줄어들고, 대신 ‘사람을 통한 관리’가 늘어난다. 문제는 그 관리가 시스템이 아니라 정서와 관성에 의존해 왔다는 점이다. 갈등은 쌓였고, 조정 장치는 없었으며, 결국 내부에서 폭발했다. 신기하게도 사건이 터질 때마다 “보좌진이
2025-12-31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지난 30일,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여론의 비판에 마지못해 자리를 떠나는 모양새다. 불거진 의혹들이 사퇴의 이유라면 이쯤에서 단순히 원내대표직을 그만두는 게 아니라 ‘국회의원직을 내려놓는 게 더 적절하지 않느냐’는 생각이 드는 건 그가 공사 구분 못하는 깜냥이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에겐 수많은 ‘특권’이 있다. 법과 규정에 있는 ‘특권’뿐 아니라 적발되면 위법으로 처벌 대상인 음성적 ‘특혜’도 많다. 의사당 안에서 쉬쉬하는 일들인데, 이번에 민주당 김병기 의원과 옛 보좌진 사이의 진흙탕 폭로전에서 그 ‘일부’가 드러난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제도적 특권 외에 음성적 특혜를 누린다는 짐작이 있었던 참에 이번 폭로전을 통해 ‘물증’이 쏟아졌다. 심부름한 보좌진들이 당시 김 의원과 그 가족, 특혜 제공자와 주고받은 메시지가 고스란히 공개되고 있다. 국민은 충격을 받았다. 얼마 전 불거진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보좌진 갑질 논란을 훨씬 뛰어넘는 내용들이 연일 폭로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을 둘러싼 논란은 단일 사안으로 정리하기 어려울 만큼 범위가 넓다. 쿠팡 오찬 논란을 시작으로, 대한항공으로부터 고가의 호텔 숙박권을 제공
2025-12-31 김명삼 대기자
2025년의 끝자락에 한해 동안 우리 사회를 돌아보니, 잘못된 장면들은 너무도 선명한데 책임의 얼굴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정치의 언어는 거칠어졌고, 사회의 감정은 쉽게 들끓었으며, 공동체는 사소한 계기로 갈라졌다. 규범도 윤리도 약해졌고, 타인의 고통에 대한 감각도 둔해졌다. 공정과 상식이라는 말은 여전히 넘쳐났지만, 그것이 실제 삶의 기준으로 작동하지는 않았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무너지고 망가지는 데도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라는 질문만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와 문화의 왜곡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오랜 기간 누적된 선택과 방관, 침묵과 타협이 겹쳐진 결과다. 그래서 우리는 흔히 “사회 문제의 책임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고 말한다. 이 말은 틀리지 않다. 그러나 문제는 이 문장이 오늘날 가장 쉬운 책임 회피의 표현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모두의 책임이라는 말은 결국 누구도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구조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누가 해결해야 할까? 정치인일까, 정부일까, 시민단체일까, 학자일까? 아니면 과거처럼 사회적 신뢰를 지닌 지식인과 종교 지도자, 작가의 몫일까? 현실은 냉정하다. 어느 누구도 책임의 중심에 서려 하
2025-12-30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성인 범죄자와는 달리 미성년 범죄자는 형사처벌이 아니라 소년보호처분을 한다. 이처럼 미성년 범죄자, 비행소년들에게 형벌이 아닌 보호적 접근을 강조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형벌 철학에 따르면, 인간은 자유의지를 가진 존재고, 범죄 행위를 포함한 자신의 행위를 자신의 자유의지에 따라 이성적,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고 선택한다는 인간의 본성을 토대로 스스로 자유의지대로 선택한 범죄 행위에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가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미성년자는 스스로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하고 선택할 정도로 아직은 충분히 성숙되지 않았고, 따라서 미성숙한 그들의 행위는 합리적, 이성적 선택의 결과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처벌이라는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는 논리가 보호를 우선하는 소년 사법을 성안 사법과 분리해서 따로 두고 있다. 설사 이런 비행이나 범죄가 소년의 자유의지에 따른 이성적 선택이고, 따라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해도, 어린 소년들에게 형벌이라는 낙인은 지나치다. 소년들은 아직 인성 등이 고착되지 않아서 적정한 교육이나 치료 등 보호를 통해서, 그것도 국가가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제공한다면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가장 큰 이유일지
2025-12-29 이윤호 교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무제한 토론인 필리버스터 최장 기록을 세웠다. 장 대표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상정된 오전부터 발언을 시작해 다음 날까지 총 24시간 발언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부의장에게 사회를 제안했으나 주 부의장은 “악법을 만드는 데 협조할 수 없다”며 거절했다. 결국 우 의장이 24시간 자리했고 필리버스터 종료 후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통과됐으며 이를 계기로 장 대표의 리더십이 회복됐다는 평이 나왔지만 오래 가지 못할 것이란 비관적인 관측이 나온다. <webmaster@ilyosisa.co.kr>
2025-12-29 글·구성 정치부/사진 사진부
<webmaster@ilyosisa.co.kr>
2025-12-29 김홍기 화백
지난 28일, 이재명 대통령이 정부 조직 개편으로 내년에 새로 출범하는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보수 야당의 3선 중진 출신인 이혜훈 전 미래통합당 의원을 지명했다. 동시에 장관급 자리인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에는 김성식 전 바른미래당 의원을 발탁했다. 경제·예산의 심장부에 야권 출신 인사를 앉힌 이 선택은 단순한 인사가 아니다. 이는 “누가 우리 편인가”가 아니라 “누가 이 일을 해낼 수 있는가”를 묻겠다는 국정 운영 방식의 선언에 가깝다. 정권 초반 인사는 늘 메시지다. 특히 예산과 재정을 쥔 자리는 대통령의 철학이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공간이다. 그 자리에 진영의 충성도가 아닌 조정과 설득의 능력을 앞세운 인물을 앉혔다는 사실은 이 정부가 향후 무엇을 우선순위로 둘지에 대한 예고편처럼 읽힌다. 기획예산처는 돈을 나누는 부서가 아니다. 국가의 시간표를 설계하는 곳이다. 중장기 재정 전략을 세우고, 부처 간 우선순위를 조정하며, 국회와의 협상을 통해 정책을 말이 아니라 숫자로 구현한다. 그래서 역대 정부에서 이 자리는 대통령과 정치적 궤를 같이하는 인물이 맡는 경우가 많았다. 통제와 신뢰의 문제가 동시에 걸려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야권 출신 인사
2025-12-29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