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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 2025.12.13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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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기의 시사펀치

[김삼기의 시사펀치] 이기주의·이타주의가 사라진 사회

요즘 한국 사회를 들여다보면 묘한 변화가 눈에 띈다. 예전에는 누군가의 행동이나 사회 현상을 평가할 때 너무나 당연하게 쓰이던 말, “이기주의냐, 이타주의냐”라는 기준이 거의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권에서도, 기업 조직에서도, 시민사회의 담론에서도 이 단어는 더 이상 중심적인 개념으로 언급되지 않는다. 마치 오랜 세월 사회를 관통해 온 도덕적 나침반이 어느 순간 조용히 책장에서 치워진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우리는 스스로도 모르게 ‘도덕으로 타인을 규정하는 사회’에서 ‘권리와 구조로 문제를 설명하는 사회’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한국 사회는 오랫동안 희생을 미덕으로 삼아왔다. 가정을 위해, 회사를 위해, 혹은 국가 경제를 위해 개인의 시간과 감정을 뒤로 미루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던 시대가 있었다. 그 시대에 이타주의는 마치 가장 순수한 미덕처럼 포장됐고, 이기주의는 조직 공동체를 해치는 부정적 낙인처럼 사용되었다. 그러나 MZ세대가 사회의 중심축으로 올라오면서 “왜 내가 나를 지키는 선택이 이기적인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러워졌다. 이 흐름 속에서 이기주의·이타주의라는 이분법은 더 이상 유효한 잣대가 아니게 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