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기함 노리는 한동훈 잠수함 정치

치고 빠지는 기습 공격 ‘먹혔다’

국힘 기함 노리는 한동훈 잠수함 정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무소속 한동훈 의원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게 여러 차례 어뢰 피격급 충격을 줬다. 한 의원은 무소속이라는 신분을 역으로 유감없이 활용하면서 장 대표에게 예상치 못한 정치적 기습 공격을 가했다. 과연 장 대표는 한 의원의 잠수함 정치를 막을 수 있을까?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국회 등원 이후 철저한 ‘잠수함 정치’로 눈길을 끈다. 하지만 한 의원의 잠수함 정치는 여러 차례 파문을 일으켰다. 국민의힘이 지난 1월 한 의원을 제명한 이후 그는 무소속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재보궐선거에서도 무소속 신분을 유지한 채 당선돼 한 의원은 보수 야권 내 대권주자로서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내부 점접 늘리는 이유 무소속이라는 신분 자체가 잠수함의 항해와 비슷한 상황을 연출한다. 한 의원은 국회 등원 이후 주요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기습적으로,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국민의힘 의원들과의 접점을 늘리고 있다. 한 의원은 한 달여 동안 눈에 띄는 주요 행적을 여러 차례 연출했다. 지난달 22일에는 자신의 1호 법안으로 감사원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해 외부 감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하는 감사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기에는 계파를 망라한 국민의힘 의원 다수가 법안 발의에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에서는 고동진·김건·김성원·김형동·박정하·배현진·서범수·송석준·안상훈·유용원·정성국·한지아 의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국민의힘 쇄신파 모임인 ‘대안과 미래’ 소속으로는 신성범·권영진·이성권·조은희 의원이 참여했다. 국민의힘 중진 다수도 참여해 눈길을 끈다. 국민의힘 중진 중에는 김기현·윤상현·김도읍·김태호·박대출·윤재옥·이헌승·한기호 의원이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심지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특보단장을 맡고 있는 김대식 의원과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을 맡고 있는 서천호 의원도 법안 발의에 참여했다. 그로부터 3일 전인 지난달 19일에는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이 사전투표를 폐지하는 대신 본투표일을 하루에서 이틀로 늘리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 발의에는 송언석·유상범·신동욱 등 국민의힘 의원 24명과 한 의원이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한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하거나 참여하는 토론회 등 행사에도 다수 참여해 눈길을 끈다. 지난달 23일에는 국민의힘 이성권 의원과 범시민사회단체연합이 공동 주최한 ‘참정권 피해 사태와 선거제도 개혁 국회 토론회’에 참석했다. 이 의원은 대안과 미래 간사를 맡고 있다. 이 행사에는 주호영·김기현 의원 등 중진들과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가 참석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원래 참석 예정이었으나 시정 일정을 이유로 불참한 뒤 서면 축사를 전했다. 토론회·연구 모임 참석 늘려 원내 존재감↑ “한동훈입니다” 인사하자 장, 대화방 퇴장 지난 1일에는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 개최한 ‘상속세 개편의 경제적 효과’ 토론회에 참석했다. 지난 6일에는 국민의힘 정연욱 의원이 개최한 ‘한국 축구 살리는 골든타임: 한국 축구 긴급 토론회’에 참석했다. 지난 7일에는 국민의힘 유의동 의원이 개최한 ‘KTX 경기남부역사 신설’ 토론회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가장 결정적인 장면은 지난달 30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활동하는 국회 연구 모임 ‘글로벌 외교안보포럼’에 가입한 후 텔레그램 대화방에 인사를 남긴 것이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한 의원은 이 포럼에서 활동하는 의원들의 요청에 따라 가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외교안보포럼의 대표는 국민의힘 윤재옥 의원이 맡고 있고,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의원 등 총 37명의 국민의힘 의원들이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장(친 장동혁)계로 분류되는 의원들 중에는 장 대표·신동욱 최고위원·정희용 사무총장·강명구 조직부총장·서천호 전략기획부총장·최은석 원내수석대변인 등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송언석 전 원내대표·박성민·임종득·김민전 의원 등 구 친윤계 의원들도 활동하고 있다. 한 의원은 포럼의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에 입장한 후 “초대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한동훈입니다”라는 인사를 남겼다. 그러자 장 대표는 곧바로 대화방에서 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장 대표를 따라 대화방에서 퇴장한 의원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한 의원의 이 같은 보폭을 놓고 “국민의힘 복당을 위한 사전 대응”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한 의원이 구 친윤계와의 접점을 만들어 나가고 있고, 이들도 거부감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다. 잠수함의 항해에 비유하면, 한 의원은 국민의힘 밖에 있지만 수면 아래에서 국민의힘 내부 해역으로 조용히 진입해 접점을 넓히고 있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한 의원은 당선 직후인 지난달 4일 <TV조선>과 인터뷰하면서 “부당하게 제명당했을 때, 반드시 다시 돌아온다고 말씀드렸다”면서도 “복당 자체에 너무 포커스를 맞추면 괜히 싸움이 일어날 수 있으니 크게 서두르려고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한 의원 스스로 어떤 작전을 구사해 국민의힘 복당을 추진할지 미리 예고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무소속이라는 신분은 잠항 상태에 가깝다. 당 밖을 항해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당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수중 항로를 탐색하는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이어 ▲법안 발의 ▲연구 모임 가입 ▲연구 모임 대화방 참여 등의 형식으로 국민의힘 내부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 소나 탐지를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3일간의 격한 공방 활발하게 전개하는 언론 인터뷰와 페이스북 활동은 잠망경 상승이라고 할 수 있다. 잠수함이 수면 위로 올라와 존재를 노출하면서 타격 대상에게 존재감을 심어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복당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한 것은 타격 대상에게 자신의 큰 존재감을 심어주기 위한 일보 후퇴 격의 소음 제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장 대표에게는 어뢰 공격으로 느껴졌을 법한 잠망경 상승은 지난 2일 진행됐다. 장 대표는 이날 갑작스러운 가족 상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원은 이날 장 대표의 가족 상을 조문했다. 지난 3일에는 <부산일보> 유튜브 ‘뉴스캐라’에 출연해 장 대표 등 국민의힘 당권파를 강하게 비판했다. 한 의원은 이날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친한계에 대한 징계 검토에 착수한 것을 두고 “괴기스럽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가 주도하는 징계들에 대해 “위기를 모면하고 연명하기 위해 자꾸 저와 싸우는 그림을 만들어서 비빌 언덕을 만들려는 것인데, 저는 거기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복당 문제에 대해서도 “제 복당을 도시락 싸 들고 다니면서 막고 싶은 당권파가 있지 않느냐”며 “이분들과 노이즈를 만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4일에는 한 의원이 장 대표의 가족 상을 조문한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그러자 당권파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구성원 일부는 “한 의원이 언론 플레이를 위해 기자들을 몰고 장례식에 나타난 것”이라는 취지로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의힘 김효은 대변인은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전 조율 없이 갑자기 찾아와서 장례식장 분위기를 얼어붙게 만든 사람이 있었다”며 “10분 남짓 머물면서 연출된 모습을 남기고 떠났다”며 한 의원을 비판했다. 국민의힘 박민영 미디어대변인은 같은 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한씨가 장 대표 장례식장에 딱 15분 머물렀다고 전해 들었다”며 “사전 언질 없이 불청객처럼 방문해 장례를 뒤집고 가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은 안 바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주현철 외신대변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 의원을 일컬어 “사이코패스”라고 지칭했다. 이어 그는 “유족과의 단 한마디 사전 조율도 없이 불청객처럼 빈소에 들이닥쳤다”며 “고작 10분 만에 사라진 이 불청객을 보면서 현장에 있던 우리는 ‘이 사람은 사이코패스’라는 소름 끼치는 직감에 휩싸였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친한계인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강하게 반박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한 의원은 주한미국대사관의 부산 행사 축사 일정을 취소한 후 부산에서 상경해 조문한 것”이라며 “왜 문상 왔느냐고 비난하는 것은 저질스럽다”고 주장했다. 심리적 포위망 이어 “당시 빈소에는 취재진이 10명 이상 있었기 때문에 한 의원의 조문이 기사화된 것”이라며 “도의적인 조문을 놓고 작위적인 비난으로 언론 플레이를 하는 것은 오히려 일부 당권파 인사들”이라고 비판했다. 이 과정에서 김 전 최고위원은 장 대표의 가족이 사망한 원인을 그대로 적시했다가 얼마 후 수정해 일각의 비판을 받았다. 조용히 장례를 치르려고 했던 장 대표 측은 경위야 어떻든 해당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고 가족의 사망 원인까지 알려지면서 적지 않은 내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잠수함 작전 교리는 방사 통제 및 정숙 항해 → 수동 소나를 통한 정보 수집 및 적 수역 침투 → 해상 교통로 차단 및 기뢰 부설 → 현존 함대 전략과 적 대잠 전력의 과부하 유도 → 어뢰 발사 등의 순서로 구성된다. 잠수함 작전의 핵심은 적의 탐지망에서 벗어나는 은폐성이다. 따라서 한 의원의 무소속 신분은 국민의힘 당헌·당규상 통제망에 포착되지 않는 심해 잠항 상태를 의미한다. 이 때문에 “복당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발언도 의미를 갖는다. 이는 장 대표의 탐지망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국민의힘 구성원들과 접촉하면서 복당을 위한 사전 작업을 매끄럽게 진행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 메시지를 최소화하면서도 징계 등 장 대표 체제의 요격 체계가 한 의원 자신이라는 목표물을 획득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구조적 기만에 가깝다. 이런 상황에서 각종 포럼 참석 및 법안 공동 발의는 수동 소나라고 할 수 있다. 잠수함이 발사하는 능동 소나는 자신의 위치를 노출한다. 이 때문에 주변의 소음을 듣기만 하는 수동 소나를 활용해 적진을 탐색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장 대표는 한 의원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어느 지점에서 갑자기 나타날지 미리 예상하기 어렵다. 이를 파악하는 시점은 한 의원이 자유로운 작전을 행한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한 의원이 미래혁신포럼과 글로벌 외교안보포럼에 연쇄 가입한 것은 수동 소나를 가동한 채 적의 핵심 방어 수역인 국민의힘의 핵심 네트워크로 깊숙하게 침투하는 초계 기동으로 볼 수 있다. 한 의원은 언론 인터뷰와 정치 행위를 교차로 활용하는 등 능동 소나와 수동 소나를 동시에 융통성 있게 활용하고 있다. 한 의원은 이를 토대로 ▲국민의힘 의원들의 현황 ▲국민의힘 의원들과의 의사소통 ▲장동혁 체제의 장악력 파악 ▲장동혁 체제에 대한 내부 불만의 크기 등 핵심 정치 지형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가족 상 조문 두고 당권파·친한계 충돌 “언론플레이” 공방 속 장과 갈등 격화 그래서 한 의원이 글로벌 외교안보포럼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가입 인사를 하자, 장 대표가 곧바로 대화방을 나간 행위는 의미심장한 정치적 메시지가 된다. 잠수함은 적의 주력 함대와 전면전을 치르기 어렵다. 그래서 적의 보급로와 핵심 길목을 차단하는 비대칭 교리를 따른다. 한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정치적 교감 경로에 침투해 기뢰를 부설한 격의 행위를 했다. 한 의원이 미래혁신포럼과 글로벌 외교안보포럼에 상주하는 상황은 장 대표 체제와 주류 의원 간 결속력 약화를 의미할 수도 있다. 장 대표에게는 심리적 포위망일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장 대표는 대화방을 나가는 것으로 응수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잠수함의 흔적을 포착한 함대 지휘관이 과잉 대응해 스스로의 심리적 상태와 위치를 노출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한 의원이 단지 가입 인사만 했을 뿐인데도 장 대표가 대화방을 나간 행위 자체는 장 대표가 ‘한동훈 견제’라는 단일 목표에 불필요한 정치적 자원과 신경을 과도하게 쏟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한 의원 관점에서는 능동적 유인 전술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한 의원은 국민의힘 내부 격변에 따라 지도부 변화 등 결정적 부상 타이밍을 잡기 위해 기회를 포착하는 정치 행위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 의원이 어뢰를 발사해 적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지점은 국민의힘 복당 완료 시점이다. 한 의원이 국민의힘에 복당한다면, 어떤 이유에서든 장동혁 체제는 수명을 다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05년부터 2007년까지 미 해군에 임대됐던 스웨덴 해군 고틀란드급 A19 잠수함(이하 A19)은 2005년 미 태평양함대 합동작전부대훈련(JTFEX) 도중 가상 적 역할을 맡았다. A19는 세계 최초로 스털링 AIP(공기불요추진장치)를 탑재해 조용하고 장기간 잠항할 수 있는 잠수함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덕분에 특유의 정숙성을 기반으로 미 항모전단 방어망 안쪽까지 접근해 미 해군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를 모의 격침했다. 한 의원의 정치적 목표는 A19 잠수함의 항공모함 격침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작전 호흡을 어떻게 제어하느냐도 한 의원의 큰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의원과 장 대표의 관계는 가족 상 조문 행위조차도 서로 반목하는 소재가 됐을 정도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전략적 모호성 정치학적으로 보면, 한 의원과 장 대표의 관계는 ▲비대칭 권력 투사 ▲전략적 모호성 활용과 방어 ▲상징 자본 약탈전 ▲규범적 역풍과 과도한 확장 등 상황이 이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과연 장 대표는 전략적 모호성을 활용한 한 의원의 침투 작전을 방어할 수 있을까? 잠수함 한동훈함은 국힘 기함을 향해 항해를 이어 나가고 있다. <ctzxp@ilyosisa.co.kr>

단독‘기업 비자금’ 다단계에 털린 보험설계사들

23억 날리고 싹 발라 먹혔다

<단독> ‘기업 비자금’ 다단계에 털린 보험설계사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넷플릭스 드라마 <레이디 두아>에서 사라킴은 이렇게 말했다. “사람의 눈을 가리는 건 거짓이 아니에요. 믿음이죠”라고. 피해자들은 2년여 동안 수십억원을 뜯기면서도 차용증은 물론 사업계획서 같은 문서 한 장 보지 못했다. 그나마 명함에도 이름과 전화번호뿐이었다. 그들의 눈을 가린 건 대체 뭐였을까? 그들은 무엇을 믿었을까? 서울의 한 보험사 소회의실. 처음에 3명이던 피해자가 2시간 뒤 1명 더해져 총 4명이 됐다. 몇 명은 과거 학습지 회사에서 동료로 일했고, 몇 명은 현재 보험사에서 함께 일하고 있다. 이들의 접점은 최모씨라는 한 여자였다. 이들 모두 최씨를 만났고 한 명도 빠짐없이 돈을 뜯겼다. 4명에게서만 20억원 가까운 돈이 흘러나갔다. 클래식한 사기 수법 최씨의 사기 행각은 광범위하면서도 폐쇄적이었다. 학습지 교사, 보험설계사, 헬스케어 제품 판매 직원 등 각각의 피해자 그룹이 있었지만 서로 알지 못했다. 이들은 ‘뭔가 이상하다’ 느낄 때쯤에서야 또 다른 피해자의 존재를 발견했다. 피해자 수가 70~80명, 피해액이 300억원에 이른다는 것도 대략적인 수치일 뿐, 그 이상일 가능성도 있다. 한 피해자는 “본인이 피해자인지도 모르는 피해자도 분명히 존재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최씨의 정체는 모호했다. 최씨가 일부 피해자에게 건넨 명함에는 ‘기업/개인 세금 처리 대행’이라는 문구와 함께 이름, 전화번호만 적혀 있다. 한 피해자는 “최씨는 기업의 비자금을 관리하면서 세무 업무를 대행한다고 했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계속 전화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상대에게 ‘사장님’ ‘회장님’이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자신을 세무 관련 전문직으로, 배우자는 외교관이라고 소개했다. 서울 한남동의 고급 아파트, 명품 옷, 외제 차 등은 최씨를 ‘돈 많고 유능한 사람’으로 보이게 하는 일종의 장치로 작용했다. 실제 최씨를 만났던 몇몇 피해자들은 ‘(집에) 가정부가 있었다’ ‘가정부에게 LA 갈비 세트를 줬다’ ‘(최씨와 그 가족이) 블랙카드를 사용하고 있었다’ ‘고급 카페에서 비싼 디저트를 자연스럽게 주문했다’ 등의 말을 하기도 했다. 최씨의 배경에 흔들리던 피해자를 완전히 넘어가게 만드는 데는 건 주변 동료, 지인의 부추김이 결정적이었다. 몇 년 동안 한 직장에서 근무한 동료, 오랜 시간 알고 지낸 지인의 말에 피해자들은 최씨를 ‘믿을 만한 사람’으로 판단했다. 한 피해자는 “처음에는 내켜 하지 않던 사람이 있었는데 (중간에서) 질릴 정도로 권했다. 집까지 찾아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피해자가 대부분 ‘여초 직장’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파악한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학습지 회사에서 함께 일하다가 보험사로 같이 넘어왔다. 이 과정에서 몇몇이 최씨와 얽히면서 지인을 데려오는 방식으로 판이 커졌다. 전형적인 ‘피라미드’ ‘불법 다단계’ 방식이다. 한 변호사는 “굉장히 클래식한 방식의 사기”라고 표현했다. 최씨의 배경과 언행, 동료와 지인의 꼬드김에 넘어간 피해자들은 그때부터 홀린 듯이 돈을 보내기 시작했다. 사기 수법은 간단했다. ‘(돈을) 일주일 쓰는 대신 이자를 1% 주겠다.’ 예를 들어 1억원을 일주일 동안 빌려주면 이자로 100만원을 주겠다는 것이다. 정상적이라면 피해자는 일주일 뒤 원금과 이자를 합해 1억100만원을 받게 된다. 한 피해자에 따르면 처음에는 아예 선이자를 떼고 빌려 갔다고 한다. 다시 말해 1억원이면 9900만원만 빌려주는 식으로, 원금을 돌려받으면 100만원을 번 셈이 된다. 한남동 아파트 ‘상류층’ 행세 동료, 지인 부추김에 거액 투자 처음 한두번은 이자가 들어왔다. 하지만 원금이 들어와야 할 시기가 늦어지기 시작하더니 이후 이자까지 끊겼다. 원금과 이자를 달라는 요구에 최씨는 이자 비율을 높이면서 추가로 돈을 넣으라고 권했다. ‘돈을 더 넣으면 이자로 10%를 주겠다’는 식이다. 피해자마다 이자 비율은 달랐지만 대략 5~10% 정도를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카드 대금을 대신 결제해 주면 월 수수료로 0.8%를 주겠다는 말도 했다. 최씨의 말대로라면 카드로 100만원을 긁었을 때 수수료로 8000원이 발생한다. 당연히 카드 결제액이 커질수록 수수료도 많아진다. 피해자들은 자신의 카드를 내준 것도 모자라 몇몇은 카드를 새로 발급까지 받아 최씨에게 건넸다고 한다. 결말은 같았다. 카드 대금은 쌓여가고 수수료는 들어오지 않았다. 한 피해자는 “카드 대금이 계속 연체되고 한도 때문에 사용이 막히니까 리볼빙을 하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리볼빙은 카드 대금의 일부만 결제하고 나머지는 다음 달로 미루는 서비스다. 당장 변제 부담은 덜하지만 잔액에 연이자가 15~19%가량 붙는다. 눈 깜짝할 새에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는 상품이다. 이자나 수수료는커녕 원금도 못 받는 상황이 계속되자 피해자들은 결국 최씨와 ‘중간 다리’ 역할을 한 사람들을 사기 혐의로 고소하기에 이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보험설계사 등 피해자 7명은 지난해 12월 최씨를 포함한 5명에 대해 특정경제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사기) 등 혐의로 고소장을 접수했다. 7명 외에도 피해자가 3명 더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피고소인 5명은 주범 최씨, 모집책 차모씨, 이모씨, 박모씨, 그 외 김모씨 등이다. 피해자 7명과 접점이 가장 적은 김씨를 제외하고 4명의 피고소인만 놓고 보면 역학 관계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피해자들은 차씨와 이씨, 박씨 등이 최씨와 이전부터 아는 사이였다고 입을 모았다. 피해자 7명의 피해액은 26억8700만원에 달한다. 나머지 피해자 3명의 피해액까지 합치면 28억8000만원으로 불어난다. 이들은 계좌이체, 카드 결제 등의 방법으로 최씨 등에게 돈을 보냈다. 이 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까지 계산하면 피해액은 10억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피해자 가운데서도 A씨의 피해액은 확인된 것만 약 17억원에 이른다. 피해자 7명의 전체 피해액(27억원) 중에 63%가 A씨의 몫인 셈이다. 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추가 이자 비용은 별도다. 이 돈까지 합치면 A씨의 피해액은 약 23억원까지 늘어난다. A씨는 차씨를 통해 최씨를 만났는데, 두 사람은 보험사에서 5년간 동료로 지냈다. 홀린 듯이 돈 보냈다 지난 7일 서울의 한 사무실에서 만난 A씨는 늦게까지 야근하고 있었다. 그는 “죽도록 벌어야 빚을 갚을 수 있다”고 말하며 힘없이 웃었다. 2024년 초 ‘잠깐 바람이라도 쐬러 나오라’는 차씨의 부름에 나간 게 시작이었다. A씨는 인근의 카페에서 또 다른 피해자와 함께 최씨를 만났다. 또 다른 피해자는 차씨와 이전부터 알던 사이였다. A씨는 “처음 만난 최씨는 쉽게 믿기 어려웠지만 차씨는 5년 동안 같이 일하면서 ‘일 하나는 똑 부러지게 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그런 차씨가 나와 다른 피해자에게 ‘원금은 보장된다. 나도 2억을 벌었고 두 달 뒤에 추가로 1억을 번다’고 말하니 솔깃했다. 최씨의 신상에 대해서도 차씨가 신나서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차씨는 A씨에게 자신의 계좌를 보여주기도 했다. 카드 결제, 계좌 이체 등의 방식으로 최씨에게 돈이 흘러 들어가기 시작한 시점은 2024년 4월경부터다. A씨의 카드는 2024년 4월부터 8월, 지난해 2월에 집중적으로 사용됐다. 거래처는 정유사, 명품관 등이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자동차 기름값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큰돈이 주유 대금으로 결제됐다는 점이다. 2024년 4월, A씨의 카드가 처음 사용된 날짜에 ‘○○석유’라는 곳에서 1200만원이 결제됐다. 이후에도 1000만원 단위의 돈이 ‘○○상사’ ‘○○○ 에너지’ 등에서 사용됐다. 카드로 긁어놓고 이후에 현금으로 되돌려받는 ‘카드깡’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동시에 최씨는 명품관에서도 총 7700만원을 긁었다. 이렇게 결제된 카드 대금은 3억6000만원에 달한다. 카드 대금과 수수료를 주겠다는 최씨의 말은 ‘공수표’였다. A씨는 “카드를 빌려준 쪽에서 돈을 넣어달라고 오히려 빌어야 했다. 몇 번을 요구해야 한번 돈을 넣어줄까, 말까였다. 한도가 막히면 다른 카드를 달라고 요구하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1년여에 걸쳐 최씨로부터 입금된 돈은 2억원. 원금과 주기로 한 수수료를 계산하면 턱없는 돈이다. 결국 A씨는 카드 대금으로만 1억5000만원을 뜯겼다. ‘짧게 쓰고 줄게’라며 빌려 간 자금은 상상을 초월했다. 피해자들은 최씨가 이자 명목의 돈을 주지 못한 시기를 2024년경으로 기억했다. A씨 역시 2024년 4월에 처음 돈을 넣고 한 달 뒤부터 제대로 돈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최씨가 회사 세무조사 등을 이유로 돈이 묶였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사람도 죽었나 ‘돈만 들어오면 A씨부터 챙겨줄게’라는 말은 당시 상황에서 A씨가 매달린 유일한 동아줄이었다. ‘손절’하기에는 이미 너무 큰돈을 넣은 상태였고 어떻게든 원금만이라도 돌려받아야겠다는 생각이 A씨를 지배했다. 그 대가는 가혹했다. ‘이번만 빌려주면’ ‘곧 돈이 들어온다’는 최씨의 말에 속아 A씨가 빌려준 돈은 15억5000만원에 이른다. 문제는 이 돈이 전부 A씨 돈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A씨는 “동생, 부모님, 지인, 심지어 고객에게까지 돈을 빌렸다”고 털어놨다. 이 중 3억원가량은 집을 담보로 제3금융권에서 빌린 돈으로 즉, 사채다. 급하게 돈을 빌리는 과정에서 제시한 높은 이자율은 A씨의 목을 옥죄고 있다. A씨는 지금도 그 이자를 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의 악랄한 수법은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최씨는 A씨가 보험설계사인 점을 이용해 그의 고객으로 또 다른 피해자를 연결했다. 또 다른 피해자에게 보험금을 대납해 주는 방식으로 돈을 갚겠다며 A씨를 이용한 것이다. A씨는 해당 고객이 최씨와 연결된 사람이라는 사실을 처음에는 몰랐다고 주장했다. 월 400만원이 넘는 보험을 2개 가입한 고객은 10개월 정도 보험료를 낸 뒤 사라졌다. 보험설계사는 고객을 유치하면 전체 납입 기간에 대한 선수수료로 익월에 월급을 받는다. 예를 들어 월 100만원, 20년 납기 보험을 든다고 하면 총 보험료 2억4000만원에 대한 수수료가 보험설계사의 몫이다. 능력에 따라 보험설계사의 연봉이 천차만별로 차이 나는 이유다. 하지만 여기에는 결정적인 단서 조항이 있다. 고객이 최소 25개월 이상 보험료를 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보험설계사가 받은 월급은 ‘환수’ 조처된다. 보험설계사의 능력은 신규 고객 유치가 아니라 유지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20년 가까이 단 한 건의 환수 조처도 없던 A씨의 경력은 최씨로 인해 무너졌다. A씨의 동료이면서 피해자인 이들 역시 최씨, 차씨 등이 연결해준 고객이 보험금을 납입하지 않으면서 발생한 환수 조처로 허덕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최씨에게 넘어간 1억5000만원은 결정타였다. 그전까지 약 10개월간 돈을 보내지 않고 빚 독촉만 했던 A씨는 최씨에게 “450억원이 들어왔다”는 말을 듣게 된다. A씨에 따르면 최씨는 수표 다발이 찍힌 사진을 카카오톡 메신저로 보냈다. 그러면서 수표를 현금으로 바꾸는 과정에 1억5000만원의 수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 자리에서 다시 1억5000만원을 주겠다는 약속과 함께였다. 돈 못 빌려주면 카드라도 내놔 주범 최씨 다른 사건으로 재판 5000만원만 마련해 갔던 A씨는 그 자리에서 고객에게 1억원을 빌려 최씨에게 건넸다. A씨는 “무슨 영화를 찍는 줄 알았다. 사채업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나타나 ‘당신(A씨) 때문에 450억원을 출금 못하게 생겼다. 어떻게 책임질 거냐’고 윽박질렀다. 최씨도 나서서 ‘빨리 어디에서라도 빌려봐’라고 계속 압박했다. 정말 내 책임이 될 것 같은 마음에…”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후 1억5000만원은 공중으로 사라졌다. ‘껍질까지 벗겨 먹었다’ ‘뼈까지 발라 먹었다’는 말이 나올 만큼 A씨는 최씨에게 말 그대로 ‘탈탈’ 털린 상태였다. A씨의 사정을 들은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까지 속을 수 있냐고 의문을 표했다. 결국 A씨도 피해자들도 쉽게 돈을 벌고자 했던 욕심에 눈이 먼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실제 피고소인 가운데 1명인 김씨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나 역시 최씨에게 빌려준 돈이 상당하다. 그걸로 마음고생 많이 했는데 되짚어 보면 내 욕심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고소인들도 마찬가지 아닌가. 돈 욕심에 시작했다가 원하는 만큼 돈을 받지 못하니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을 대리하고 있는 황유준 법무법인 LKB평산 변호사는 “피해자들은 실제 존재하는 웅덩이에 발을 담근 게 아니다. 웅덩이 자체가 없었다고 말하는 게 맞다. 다시 말해 투자의 배경이 되는 회사나 사업체 같은 실체가 아예 없었다. 즉, 최씨는 처음부터 피해자들을 기망할 의도로 만났고 피해자들을 끌어들인 피고소인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씨는 A씨 등에게 받은 돈을 투자 목적이 아닌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자초지종을 듣기 위해 피고소인들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최씨는 전화를 받지 않았고 몇몇은 ‘(자신의)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느냐’고 따져 물을 뿐이었다. 유일하게 통화가 연결된 김씨는 “최씨는 고소인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부자도 아니고 특출난 사람도 아니다. 걔도 사업 과정에서 돈 문제가 꼬여 지금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이다. 어찌 보면 걔도 사기 피해자”라며 “가족하고도 사이가 틀어졌고 정말 죽지 못해 사는 것으로 안다. 나는 (최씨가)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해서 기다리고 있다”고 울먹였다. 최씨 사건은 크게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미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이 있고 A씨 등의 고소 사건도 비슷한 유형이라 검찰 송치 가능성이 크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또 다른 보험사 지점, 헬스케어 제품 회사, 화장품 회사 등에도 피해자가 있다. 이들이 법적 대응에 나서면 최씨를 비롯한 중간 모집책들이 빠져나갈 구멍은 상당히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피해 금액이 크기에 이들은 형량이 높은 ‘특경법’에 걸리는 상황이다. 여기에 이 사건으로 2명이 자살했다는 흉흉한 소문도 나도는 상태다. 최씨와 피해자 사이에서 모집책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한 여성과 큰돈을 투자했던 한 남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내용이다. 피고소인들은 이 여성이 원래 우울증을 앓았고, 남성은 지병이 있었다고 반박했다. 추가 피해자 더 나올 듯 과거 사기 사건을 맡았던 한 변호사는 “피라미드, 다단계 사기 사건의 진짜 공포는 피해자가 가해자가 된다는 점이다. 처음에 돈을 뜯겼던 피해자가 원금을 회복하기 위해 다른 피해자를 양산하는 구조다. 사기 사건이 정말 사람을 죽이는 살인 사건에 비견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피해자들은 이미 죽은 상태나 다름없다. 영혼이 다 빠져나갔을 것”이라며 “일전에 사기 사건 피해자들을 변호하면서 ‘소리 없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자리에 시체가 널브러져 있다’고 생각한 적 있다. 반드시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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