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찜찜한 압승’ 막전막후

이기고도 웃지 못한다

민주당 ‘찜찜한 압승’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6·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전국 광역단체 16곳 중 12곳에서 승리를 거뒀다. 동시에 진행된 14곳의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도 9곳을 차지했다. 숫자로만 따지면 압승이다. 그럼에도 민주당 지도부가 마음 편히 웃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재명정부 1년차에 치러진 6·3 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혼잡하게 뒤섞인 탓에 투표함을 열기 직전까지 결과를 알 수 없었다. 국민의 관심도가 높아진 만큼 투표 결과 또한 밤새 엎치락뒤치락을 반복해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주요 격전지서 순위가 역전될 때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탄식도 깊어졌다. 너무 높은 5선의 벽 가장 중요한 서울을 탈환하지 못했다는 점이 뼈아프다. 그동안 민주당은 서울을 지방선거 승리의 지표로 삼은 만큼 적잖은 타격을 받았다. 지난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따르면 국민의힘 오세훈 당선인은 이날 오전 9시30분 개표율 97.7% 기준 48.94%를 얻어 48.34%를 득표한 민주당 정원오 후보를 0.6%p 차이로 앞서며 승리를 확정했다. 개표 막판까지 접전을 다툰 끝에 오 당선인이 3만359표 차이로 정 후보를 따돌렸다. 앞서 발표된 지상파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가 완전히 뒤집힌 순간이었다. 당시 오 당선인이 46.0%로 정 후보(51.4%)에게 오차범위 밖에서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정을 넘기자 두 사람의 격차가 빠르게 좁혀졌고 결국 민주당의 패배로 끝났다. 정 후보는 “시민 여러분의 선택을 무겁고 겸허히 받들겠다”며 패배 승복 선언을 했다. 그는 “제가 부족했다. 모든 것이 제 탓”이라며 “더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고 더 깊이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더 넓게 마음을 얻지 못했다”는 정 후보는 “저를 믿고 함께해 준 시민 여러분, 선거운동원과 자원봉사자, 캠프 관계자, 당원들에게, 기대에 보답하지 못해 송구하다. 함께 경쟁해 주신 후보들께 감사드린다. 당선되신 오세훈 후보께 축하의 말씀을 전한다”고 아쉬워했다. 정치권에서는 정 후보가 보수 후보와 차별화를 두지 않았던 점 등을 패배 원인으로 지목했다. GTX 철근 문제 등 안전 문제를 부각시켰으나 서울 민심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동산 관련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여권 프리미엄을 앞세울 수 있었으나 정책 면에서 아쉬웠다는 반응이 나오는 만큼 “여권 프리미엄과 명픽(이재명픽)에 기대 안일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인지도 싸움에서 밀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토론을 회피하는 등 방어적인 태도를 보인 탓에 유권자로서는 ‘검증된’ 오 시장에게 한 표를 행사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지난 4년 ‘오세훈의 서울’을 심판하는 심판론에서는 유리했으나 경험과 인지도를 모두 충족한 오 당선인을 상대하기엔 부족했을 것이란 해석이다. 서울·대구·부산까지 몽땅 내줬다 될 것 같던 ‘이곳’서 낙마 이유는? 그동안 오 당선인은 정 후보를 “오직 대통령 후광에 기대 선거를 치르는 후보”라고 규정하며 “1000만 시민의 삶과 직결된 시장의 자리를 감당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오 당선인은 토론을 거부하는 정 후보를 겨냥해 “검증의 장을 만들지 못한 정 후보는 준비 안 된 초보 운전자”라며 “서울시를 연습 코스로 만들어드릴 수 없다”고 했다. 아울러 “국민께 전달 드릴 수 있었던 선거에 임하는 마음가짐이나 목표, 서울시에 대한 비전을 전달하는 데 완벽하게 실패했다고 평가한다”고도 말했다. 이런 결과는 정 후보를 서울시장 선거판으로 이끈 이재명 대통령에게도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지도부 역시 주요 격전지인 서울을 뺏긴 만큼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조승래 중앙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은 서울시장 선거 패배 원인에 대해 “오세훈 당선인이 5선에 도전하는 사람이니 인지도 측면에서 그런 상황이 있을 것 같다”며 “서울시의 인구 구성의 문제도 있고 여러 가지 다양한 측면들을 봤을 때 실제 이 선거는 갈수록 접전 양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부겸 바람’이 몰아쳤던 대구도 결국 국민의힘 쪽으로 돌아섰다. 개표 결과 김부겸 후보는 45.05%를 득표해 53.92%를 득표한 국민의힘 추경호 후보에게 패배했다. ‘보수의 심장’인 대구인 만큼 막판에 결집한 ‘샤이 보수’ 현상이 ‘샤이 부겸’을 이긴 것이다.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교통정리가 한창일 때 민주당은 일찌감치 김 후보를 앞세웠다. “파란색 동남풍이 분다”는 말이 나올 만큼 김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렸고, 최초의 민주당 출신 대구시장이 탄생할지 여부에 이목이 쏠렸다. 김 후보는 정치색을 최소화하고 ‘대구 부흥’에 초점을 맞춰 TK(대구·경북) 맞춤형 선거운동을 이어갔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스타벅스 논란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여권에서는 여전히 냉담한 반응이 이어진 것에 대해서도 “이제 이 정도 선에서 그쳤으면 한다”며 민주당 지도부와 거리를 뒀다. 공천 전쟁 끝에 국민의힘에서 추경호 후보가 김 후보의 대항마로 나섰고 갈 곳 없던 보수 민심이 다시 모이기 시작했다. 그는 “이재명정부가 모든 권력을 장악하려는 오만한 정권”이라며 민주당 견제론을 띄웠고 여당이 발의한 조작기소 특검법이 결정타를 날리면서 보수 결집은 갈수록 끈끈해졌다. 보수 텃밭 ‘졋잘싸’ 결국 김 후보는 대구의 벽을 넘지 못했다. 조작기소 특검법 발의와 맞물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원 유세가 보수 표심을 자극했다는 게 주요 원인이다. 김 후보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하다. 선거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고 승복한다. 믿어주시고 응원해 주신 모든 분께 죄송하다”며 심경을 밝혔다. “저 개인의 패배이지 변화를 열망하는 대구 시민의 패배가 아니다. 좌절하지 말라. 절망하지 말라”는 김 후보는 “대구의 경쟁이 벌어지고 여야가 서로 시민께 잘 보이려는 노력을 하는 서비스로의 정치의 가능성을 우리는 봤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부산 북구갑에서도 고배를 마셨다. 정청래 대표가 호명하고 이재명 대통령이 띄운 하정우 후보가 41.26%를 득표해 42.96%를 얻은 무소속 한동훈 후보에게 석패한 것이다. 북구갑은 민주당 전재수 의원이 3번 낙선 끝에 당선된 뒤 내리 3선을 지낸 곳으로 부산의 유일한 민주당 지역구였지만 하 후보의 패배로 그간의 맥이 끊기게 됐다. ‘급하게 투입된 정치 신인’이라는 꼬리표를 잘라내지 못한 것이 패배 원인으로 지목된다. 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부산에 전략적으로 투입된 만큼 지역 현안과 유권자와의 스킨십이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출마 선언 직후 벌어진 ‘손털기 논란’과 ‘오빠 논란’이 연달아 불거지면서 유권자로부터 호감을 얻지 못한다는 측면도 있다. 패배 직후 하 후보는 “이번 보궐선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 후보는 앞서 발표한 지역 공약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이번 선거 과정에서 제가 강조했던 ‘AI 교육 1번지’ ‘서부산 AI 테마밸리’ 구상은 우리 북구가 나아가야 할 필연적인 방향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주민 여러분의 마음을 온전히 얻기에는 저의 노력과 준비가 부족했음을 인정한다”며 “보내주신 따끔한 질책과 격려 모두 저의 정치적 자산으로 삼겠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혈투가 벌어졌던 경기 평택을에는 국민의힘 유의동 후보가 승기를 꽂았다. 이곳에서의 득표율은 유의동 당선인 34.59%, 민주당 김용남 후보 28.99%, 혁신당 조국 후보 27.44%로 집계됐다. 뜻밖의 결과에 김 후보와 조 후보 모두 적잖게 당황한 모양새다. 본전도 못 찾았다 두 사람은 선거를 치르기 직전까지 서로를 겨냥해 “네거티브(흑색선전)를 하지 말라”며 네거티브 공세를 펼쳤다. 김 후보는 조 후보를 ‘민주당을 참칭하는 후보’라고 날을 세웠고 조 후보는 ‘대부업체 의혹’으로 받아치면서 선거는 진흙탕으로 빨려 들어갔다. 단일화가 불발되면서 결국 민주 진영 표가 갈라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범야권 표심이 두 갈래로 흩어졌고, 선거 기간 동안 반복된 의미 없는 소모전에 평택 유권자들이 돌아섰다는 설명이다. 두 사람은 선거가 끝난 뒤에도 기싸움을 이어갔다. 김 후보는 “다음엔 더 좋은 후보가 깨끗한 선거로 이기기를 바란다. 네거티브 없는 깨끗한 선거에 성공했더라면 우리나라 정치 풍토가 바뀌는 계기가 됐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며 조 후보를 겨냥하는 듯한 말을 했다. 또 혁신당의 선거운동 기조인 ‘국힘 제로(0)’를 언급하며 “이번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는 평택을 포함해 국힘 제로는 안 되는 것 같다. 대단히 아쉽다”고 되돌아봤다. 조 후보는 “범진보 진영을 지지하신 국민들께 크나큰 실망과 아픔을 드렸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는 국민주권정부 성공이라는 바다를 향해, 지치지 않고 함께 흘러가야 한다”며 “연대와 통합 정치는 절실하다. 함께 손잡고 전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혁신당 관계자는 “조 후보는 계속해서 도전할 것이고, 그 장소는 평택을이 될 것”이라며 차기 총선에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혁신당의 훼방으로 소중한 한 석을 국민의힘에 빼앗긴 셈이다. 두 당은 한 차례 합당이 무산됐던 만큼 ‘평택’이라는 강을 가운데에 둔 채 감정의 골이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의 낙선이 민주당 계파 갈등의 도화선이 될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 진영의 대표 스피커인 김어준씨는 방송을 통해 “평택을 선거구의 김용남 공천 갈등을 이번 선거의 결정적 패착”이라며 김 후보의 공천을 결정한 정청래 대표의 책임론으로 몰아갔다. 서로 헐뜯다 끝나버린 평택을 정 대표 위기…전대 쟁점될까 그는 정 대표를 겨냥해 “제가 보기에 출발점은 민주당과 혁신당의 합당 실패”라며 “그때 합당했어야 한다. 그랬다면 평택을 같은 선거구가 아예 안 나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평택을 같은 곳에서는 내란을 함께 극복했던 동지와 ‘이렇게까지 싸워야 하나’ 싶은 갈등을 겪게 되니까 상대를 반드시 이겨야겠다는 승부욕 대신에 마음이 흩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천 연수갑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도 참전했다. 그는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지도부에) 당력을 평택에 집중하라고 강조했다”며 “평택에 우리 당력이 집중됐으면 질 수가 없는 선거인데 져버렸다. 참 아쉬운 점이 크다”고 말했다. 송 전 대표는 “(정청래) 지도부 책임을 따질 것도 없이 바로 전당대회가 있어서, 리더십이 평가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라디오를 통해서는 “당 지도부가 혁신당을 짝사랑하면서 당의 정체성과 중심을 정확히 세우지 않고 애매한 상태로 통합 논쟁에서 여기까지 온 것”이라며 평택 패배에 대한 지도부 책임을 물었다. 이에 조승래 본부장은 “당연히 선거의 모든 책임은 대표를 포함해서 지도부가 지는 것”이라면서도 송 전 대표를 겨냥했다. 그는 “이번 선거 과정에서 당의 일치된 캠페인을 때로는 방해했던 여러 얘기가 있었다”며 “그게 선거를 어렵게 한 측면도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선거 이후 이런저런 평가는 충분히 할 수 있는데 과정에 있었던 발언에 대해선 그 발언을 했던 분들이 ‘내가 당의 승리를 위해 기여한 것인가, 그렇지 않은 것인가’ 판단해 보시라”며 “때로는 자숙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이번 6·3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민의를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서울 등 주요 격전지를 탈환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민심 앞에 더 겸손하라는 질책, 신속하게 민생을 개선해 내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 또한 무거운 과제로 주어졌다”고 말했다. 한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민심을 오롯이 받들겠다. 더 낮은 자세로 국민의 삶을 살피고, 한 분 한 분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겠다”며 “민주당에 뼈아픈 쓴소리를 아끼지 않은 국민의 목소리도 가슴 깊이 새기고, 더 유능한 민생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오만했나… 고개 숙이다 정 대표도 “6·3 지방선거에서 전국적으로 민주당에 큰 승리를 안겨주신 국민께 깊이 감사드린다. 다만 서울을 탈환하지 못해 아프다”고 심정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 과정에서 보내주신 국민 여러분의 따뜻한 격려와 응원, 따끔한 경고와 질책까지 전부 다 겸손하고 겸허하게 받들겠다. 국민을 이기는 장사는 없다. 민심이 천심”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대한민국 국가 정상화, 일 잘하는 지방정부로 보답하겠다. 당정청이 원팀·원보이스로 뭉쳐 민주당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든든하게 뒷받침하겠다”며 “당원 주권 경선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준 당원들께도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태풍의 눈’ 오세훈 차기 대선 로드맵

이제부터 국힘은 ‘사국지’

‘태풍의 눈’ 오세훈 차기 대선 로드맵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5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참패했다. 국민의힘의 수도권 참패 기류 속에서 홀로 승리한 오 시장은 국민의힘에 불어올 태풍의 눈이 될 것이다. 과연 오 시장은 성공적인 시정과 국민의힘 체질 개선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은 6·3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지난 4일 오전 개표 결과, 국민의힘은 광역자치단체장 기준 서울·대구·경북·경남 등 4곳 수성에 그쳤다. 전반적으로 전통적인 지지자들의 지원에 힘입어 최소한의 수성을 한 것으로 보인다. ‘졌잘싸’ 최소 수성 이로써 오세훈 서울시장은 사상 첫 5선에 성공했다. 오 시장은 48.94%를 득표해 48.34%를 득표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원오 후보를 가까스로 물리쳤다. 방송사들의 출구조사에서는 정 후보가 오 시장을 약 5% 앞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지만, 개표 후 13시간이 지난 시각부터 정 후보를 역전해 신승을 거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3월 이후 역동적으로 중앙정치에 개입했다. 공천 과정에서는 후보 등록을 거부하면서 ‘윤 어게인’에 기반한 강경 보수 노선을 유지하려는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에 반기를 들었다. 이어 당에 절윤(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선언을 요구했고, 국민의힘은 의원총회를 개최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치적 복귀에 반대한다”는 등 절윤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후에도 오 시장은 당과 거리두기를 멈추지 않았다. 오 시장이 후보 등록을 거부하면서 요구했던 것 중 하나는 혁신 선거대책위원회 설치였으나 실현되지 않았다. 그러자 오 시장은 한동안 당의 상징색인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 차림으로 현장을 누볐다. 그는 장 대표의 지원 유세를 거절하기도 했다. 지난 4월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당 필승결의대회와 지난달 12일 진행된 서울시당 선대위 발대식 모두에 장 대표를 초청하지 않았다. 오 시장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를 거절한 취지는 “마음은 고맙지만 필요 없다”는 것이었다. 오 시장은 지난 3월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모시고 싶다. 변신한 모습으로 지원 와 주시길 촉구한다”며 “국민의힘 자체가 중도 확장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오 시장은 서울시당을 배경으로 서울 내 자치구를 둔 의원들과 함께 선대위를 구성해 독자적으로 선거를 치렀다. 그리고 5선에 성공했다. 오 시장의 승리는 정치학적으로 정치의 개인화 현상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정치의 개인화는 정당 등 집단적 배경이 아닌 정치인 개인의 리더십 등 이미지가 정치 과정의 핵심이 되는 현상을 말한다. 전통적인 지지 세력 외엔 국민의힘이라는 브랜드가 호감을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유권자는 국민의힘과 오 시장을 분리해서 평가한 후 오 시장을 지지했다. 국민의힘이라는 정당 브랜드가 오 시장에게 도움이 되기보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 따라서 오 시장은 당과 거리를 두면서 개인 지지 기반이 잠식되는 것을 최대한 막은 셈이다. 지방선거와 함께 진행된 경기 평택을 보궐선거에서는 국민의힘 유의동 후보가 승리했다. 유 후보는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의 지지 선언 외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언론이 주목한 핵심은 더불어민주당 김용남 후보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의 갈등·상호 폭로였다. 유 후보의 승리는 범여권의 내분 속에서 어부지리 효과를 거둔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뒤베르제 법칙에 따르면, 단순다수대표제와 소선거구제는 양당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와 조 대표가 단일화에 성공했다면, 유 후보를 상대로 여유 있게 승리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참패 속 홀로 선 오…당과 거리 두고 5선 신승 유 어부지리·한 자력 생존…장동혁 책임론 불씨 하지만 두 후보가 화합하지 못하면서 평택을 선거구도는 다당제로 전개됐다. 김 후보와 조 대표가 각각 일정한 경쟁력을 가진 채 분열했기 때문에 범여권 지지자의 표심은 사실상 양분됐다. 반면 자유와혁신 황교안 후보는 김 후보와 조 후보만 한 경쟁력을 갖지 못해 유 후보의 표를 결정적으로 잠식하지는 못했다. 김 후보·조 후보·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 등 진보 성향 범여권 후보들은 각각 28.77%·27.44%·2.95%를 득표했다. 반면 유 후보는 34.83%를, 황 후보는 6.19%를 득표했다. 이 때문에 유 후보는 다수 대결 구도 속 승자가 될 수 있었다. 평택을 결과는 뒤베르제 법칙의 기계적 효과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줬다. 단순다수대표제에서는 1표라도 더 얻은 후보가 의석을 차지한다. 유 후보는 34.83%를 득표하는 데 그쳤지만, 범여권 후보들이 분열하면서 의석을 차지할 수 있었다. 범여권 후보의 분열은 뒤베르제 법칙이 기대하는 심리적 효과인 사표 방지를 위한 유력 후보 결집 효과 실현을 방해했다. 따라서 유 후보의 승리는 국민의힘의 조직적 승리라기보다, 범여권 분열과 단순다수대표제의 기계적 효과가 맞물린 결과에 가까웠다. 부산 북구갑 재보궐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도 민주당 하정우 후보를 물리치고 신승했다. 이로써 한 전 대표는 오 시장과 함께 자력으로 정치적 승리를 거뒀다. 지난 2월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던 장 대표 등 당권파는 매우 치명적인 내상을 입은 것이다. 통상적인 정치적 관례대로라면 선거에서 대패한 당 대표 등 지도부는 일괄 사퇴의 길을 걷는다. 이후엔 비상대책위원회가 설치돼 당의 혼란을 수습한 후 전당대회를 개최한다. 하지만 일각에선 선거 이전부터 “장 대표는 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3일 SBS 선거 방송에 출연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나는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자유한국당 패배를 예고하는 출구조사 발표를 듣는 즉시 사퇴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는 억울하다고 생각하면서 사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가 장 대표가 억울해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유로는 “상당수 후보들이 장 대표에게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으므로 장 대표로서는 할 말이 있다”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지난 4일에도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장 대표를 강제로 사퇴시킬 수단은 사실상 없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청년 최고위원을 포함한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 이상이 사퇴하거나 궐위되면 지도부가 무너진 것으로 간주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된다. 치열한 혈투 치명적 내상 국민의힘 선출직 최고위원은 신동욱·김민수·양향자·김재원·우재준 최고위원이다. 이들 중 신동욱·김민수·김재원 최고위원은 전반적으로 장 대표와 뜻을 함께하고 있다. 물론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장 대표의 거취를 어떻게 결정할지에 따라서 신 최고위원과 김재원 최고위원은 유동적인 결정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구 친윤계로서는 장 대표를 섣불리 사퇴시켰다가 오 시장이 당권 장악까지 시도하는 더 큰 강풍을 맞이할 수도 있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동안 “구 친윤계가 장 대표를 사퇴시킨 후 신 최고위원을 얼굴로 내세울 수도 있다”는 설이 돌아다녔지만, 말 그대로 설로 끝났다. 장 대표와 구 친윤계가 충돌했던 지난 1~2월에도 충돌했던 핵심 요소는 절윤 등 노선 변경 여부였을 뿐, 장 대표의 거취는 아니었다. 인위적인 지도부 붕괴는 사실상 어렵다. 최고위 자체가 장 대표에겐 벙커로 작용하기 때문에 장 대표가 버티면 끌어낼 수 있는 정상적인 방법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대구·경북·경남을 수성했기 때문에, 대체로 이 지역을 기반으로 삼는 구 친윤계는 참패 속에서도 당내 발언권이 사라지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반대로 대구에서 민주당 김부겸 후보가 45.05%를 득표하는 등 핵심 지역 기반 대구에서도 예전과 다른 정치적 정서가 확인됐다. 따라서 구 친윤계로서는 “지역 기반 수성을 위해 당에 변화를 줘야 할 시점”이라는 판단과 “장 대표가 관례대로 사퇴해야 한다”는 판단이 교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하마평에 올랐던 신 최고위원 등 대안 인물을 찾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옹립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의 국민의힘은 ‘윤 어게인’ 정서를 등에 업은 강경 보수 세력과 영남권에 기반을 둔 구 친윤계가 양대 축을 형성한 과두적 구조에 가깝다. 이탈리아의 사회학자 로베르트 미헬스는 ‘과두제의 철칙’이라는 개념을 주장했다. 과두제의 철칙은 “조직이 커질수록 민주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미헬스가 지적했던 근거는 ▲관료화와 분업 ▲대중의 무관심과 무능력 ▲지도부의 권력 독점 등이었다. 이 중 국민의힘에 작용하는 것은 관료화와 권력 독점이라고 할 수 있다. 관료화로 인해 지도부에 권력이 집중되고, 지도부는 권위 유지를 위해 정보·자원을 통제한다. 구 친윤계 대안 옹립? 그간 구 친윤계는 “당의 이익보다 자신의 권력 자산을 보존하려고 한다”는 비판적 평가를 받아왔다. 장 대표가 구 친윤계의 사퇴 공세에 맞설 수단은 당헌·당규가 벙커로 만든 지도부의 견고함밖에 없다. 영남을 수성했기 때문에 국민의힘에서는 역설적으로 큰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기반이 영남에 과도하게 집중돼있기 때문에 연이은 선거 패배라는 외부적 충격이 발생할수록 당내 권력구조 강화로 회귀하려는 관성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구 친윤계에 대해서는 “당을 파벌·지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도구로 활용한다”는 비판이 오랫동안 제기돼왔다. 서울시장 5선에 성공한 오 시장은 지금까지 구 친윤계와 장 대표 모두를 상대해 왔던 한 전 대표와는 다르다. 한 전 대표는 구 친윤계와 강경 보수 성향 지지자들로부터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혀 있었다. 그가 국민의힘 복당 이후 당권 장악을 거쳐 대권에 도전할 것이란 예상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복당은 역설적으로 더욱 어려워질 수도 있다. 복당하더라도 국민의힘 내 소수 계파인 친한(친 한동훈)계 수장에 불과하다. 목표로 삼을 당권·대권 도전을 위해선 당내 구 친윤계의 거부감을 누그러트릴 수 있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따라서 한 전 대표는 당선돼 자력 생존했다고 하더라도 아직은 태풍 속의 찻잔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 사상 최초로 서울시장 5선에 사실상 자력으로 성공한 오 시장이야말로 태풍의 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장 대표는 당 대표직 유지와 생존이 급박하기 때문에 수성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자신이 당 대표이기 때문에 자신의 노선을 변혁하려는 모순을 저지를 수도 없다. 따라서 국민의힘의 차기 권력구도는 오 시장과 구 친윤계가 여러 쟁점을 놓고 충돌하는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몇 달 안으로 결정해야 할 논점만 해도 ▲장 대표 등 지도부의 거취 ▲비상대책위원회 설치 여부 및 위원장 임명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개최 시점 등이며, 이것들이 연쇄적으로 이어진다. 최고위는 장 벙커…영남 기반 구 친윤도 셈법 복잡 복당 벽 마주할 한…‘오세훈계’ 편성 당 흔드나 국민의힘 내 수도권 거점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무너졌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따라서 오 시장이 잔존한 수도권 내 비친한계 성향 중도보수계열 인사들을 규합해 오세훈계를 구성할 수도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광역자치단체장이 직접 정당 대표를 맡기는 어렵다. 오 시장으로서는 오세훈계를 구성해 참신한 개혁 이미지를 표방할 수 있는 대리인을 내세울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그 대리인으로, 친한계로 알려졌지만 서울시당위원장으로서 당권파와 겨뤄가면서 오 시장과 호흡을 맞춘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과 서울 내 험지인 도봉갑에서 당선돼 서울시장 선거전에서도 민주당 정 후보 저격 활동에 집중했던 김재섭 의원 등을 거론한다. 이에 맞서 구 친윤계는 전통적인 논리를 동원해 맞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6년 이후 영남권 중심 구 친윤계의 논리는 “수도권이야말로 늘 국민의힘 선거 패배의 원흉”이라는 것이었다. 만약 오세훈계가 새롭게 편성된다면, 사안에 따라 오세훈계와 친한계가 구 친윤계의 공세에 공동 대응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장 대표의 정치적 수명이 이 사태에 아예 참전할 수 없을 정도로 끝난 것은 아니다. 그의 정치적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는 변수는 이번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용지 관리 논란에서 나올 수도 있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서울 송파구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일각에선 재투표까지 주장하고 있다. 당장 직면한 참패의 여파를 수습하고 당을 뭉치게 하는 데 있어서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위기를 통제 가능한 외부의 독립된 실체로 분리해 내부적 결집을 추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강경 보수 집단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민의힘에선 오히려 내부를 겨냥한 칼이 될 수도 있다. 섬세하게 다루지 못하면 부정선거론의 영향력이 당 안에서 강해질 수 있고, 역설적으로 장 대표의 영향력이 강해지도록 돕는 생명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선은 대권에? 부정선거론과 장 대표의 영향력 유지가 겹쳐지면, 오 시장과 구 친윤계가 일시적으로 연합해 대응할 수도 있다. 따라서 국민의힘에선 네 갈래 권력 투쟁인 ‘사국지’가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 크게는 영남·강경 노선과 수도권·확장 노선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이를 세부적으로 파고들면, ▲대구·경북 중심 구 친윤계 ▲지도부란 벙커에 있는 친 장동혁계(당권파) ▲친 한동훈계 ▲무계파·수도권 중심 친 오세훈계 등으로 편성될 수도 있다. 계파의 세분화 가능성 중심에는 오 시장이 있다. 태풍의 눈이 된 오 시장은 과연 성공적인 서울시정 수행과 국민의힘 체질 개선에 성공할 수 있을까? 오 시장이 대권에 시선을 두고 있다면, 두 마리의 토끼는 반드시 잡아야 한다. <ctzxp@ilyosisa.co.kr>



미-이란 ‘휴전 파국’ 위기⋯호르무즈 해협 다시 폐쇄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지구촌 최대 스포츠 축제인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개막을 단 하루 앞둔 10일(현지시각), 미국과 이란이 주요시설 공습과 해협 봉쇄라는 ‘강대강’ 무력 충돌을 빚으며 중동 정세가 다시 한번 파국 위기로 치닫고 있다. 종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살얼음판 같던 양국의 휴전 체제가 최근 며칠 사이 급격히 붕괴하는 모습이다. 이번 사태는 지난 8일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미 육군 아파치 공격헬기가 이란 드론에 피격돼 추락하면서 촉발됐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튿 날(9일) 1차 공습을 단행해 이란 방공 시설과 지상 관제소, 레이더 기지를 정밀 타격한 데 이어, 10일에도 추가 공습을 개시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미 동부시각 기준 10일 오후 5시15분(한국시각 11일 오전 6시15분) 최고통수권자의 지시에 따라 이란 내 다수의 표적을 대상으로 자위권 차원의 추가 타격을 개시했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추가 공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오늘 이란을 더욱 강하게 다시 타격할 것”이라고 예고한 지 약 5시간 만에 단행됐다. 트럼프 대통령

국힘 새 원내사령탑 정점식⋯‘친윤’ 꼬리표 속 리더십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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