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협박’ 꼼짝 못하는 대통령실 속사정

용산 삼킨 명태균 입

‘카톡 협박’ 꼼짝 못하는 대통령실 속사정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허풍쟁이 정치 브로커’라며 명태균씨를 무시하던 국민의힘이 한 방 맞았다. 명씨가 김건희 여사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창을 공개하며 실세 책사임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하루가 멀다고 명씨와 설전을 벌이던 정치인들은 으름장 놨던 게 무색하게 고발하지 않기로 하거나 침묵을 지키고 있다. 명씨가 가진 캡처본이 2000개 이상 된다고 밝힌 만큼 향후 이어지는 폭로가 주목받고 있다.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의 입에 용산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연일 휘청이는 모습이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명씨를 허언을 내뱉는 정치 브로커로 치부하고 있지만 명씨가 새로이 김 여사와 나눈 메시지를 공개하며 강한 파장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폭로전 트리거 명씨의 이름이 정치권에 처음 소환된 건 <뉴스토마토>가 보도한 김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이 계기가 됐다.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 과정에 김 여사의 측근인 M씨가 개입했으며, 이 같은 정황이 담긴 텔레그램을 봤다는 의원이 다수 있다는 게 보도의 핵심이었다. 최초 보도에서는 익명으로 표기됐으나, 후속 보도 과정서 M씨가 곧 명씨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명씨는 관련 보도를 적극적으로 부인했다. 다만 해명 과정서 김 여사와 자신의 친분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나아가 자신이 지난 대선뿐 아니라 크고 작은 선거서도 여당 후보들의 책사로 활동했었다고 주장했다. ▲2021년 4·7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당시 오세훈-안철수의 단일화 ▲2021년 6·11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시 이준석 전 대표 관련 여론조사 ▲2022년 제20대 윤석열 대선 캠프 등에서 자신이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었다는 게 명씨의 주장이다. 이밖에 지난 7·23 전당대회 과정서 당시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과도 만났으며, 홍준표 대구시장, 김재원 최고위원, 박완수 경남도지사 등의 경선 및 공천 문제에도 자신이 개입했었다고 말했다. 게다가 명씨가 20대 대통령선거 국면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를 만들기 위해 수치를 조작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이어진 폭로에 연루된 것으로 지명된 정치인들은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특히 홍준표 대구시장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자신의 SNS를 통해 강력 부인하고 나섰다. 홍 시장은 지난 10일 자신의 SNS에 “작업한 여론조사를 들고 각종 선거 캠프를 들락거리는 선거 브로커가 언젠가 일낼 줄 알았지만, 파장이 클 줄은 예상 못했다. 유독 홍 대표(시장)만 자신을 인정하지 않고 무시한다고 투덜거리던 선거 브로커 명씨가 이렇게 문제를 크게 만들 줄 몰랐다”고 적었다. 과거 명씨가 자신에게도 접근했지만, 거리를 뒀다는 얘기다. 연루된 정치인 모두 관계 부인 김재원 최고위원 비판에 돌변 그는 “어차피 사법처리가 불가피한 사람이라서 자기가 살기 위해 사실 여부를 떠나 허위·허풍 폭로전을 계속할 텐데 조속히 수사해서 진실을 규명하고 다시는 정치판에 이런 아류의 선거 브로커가 활개 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도 했다. 이어 “연루된 여권 인사들 대부분이 선거 브로커에게 당한 사람들이다. 굳이 부인해서 일 크게 만들지 말고, 솔직하게 인정하고 넘어가는 게 좋겠다”며 “검찰은 성역 없이 나온 의혹들 모두 수사하라”고 덧붙였다. 오 시장은 ‘목불인견(目不忍見)’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자신에 관한 명씨 주장을 반박했다. 목불인견은 눈앞에 벌어진 상황을 눈 뜨고 차마 볼 수 없다는 뜻이다. 오 시장은 “보궐선거 당시 김영선 전 의원이 간청해 그를 만나보기는 했지만, 이상하고 위험한 사람이라는 판단이 들어 관계를 단절했다”며 명씨와의 친분에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처음 보는 한낱 정치 장사꾼 앞에서 읍소한다는 설정 자체가 난센스”라며 “울음 운운하는 것은 가소로운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명씨의 주도로 보궐선거에 출마했던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가 이뤄졌다는 주장도 물리쳤다. 오 시장은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통해 단일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그의 주장인데, 김 전 위원장은 당시 가장 강력한 ‘단일화 불가론자’였다”면서 “명씨가 누구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는 알 바 아니지만 그가 단일화 전략을 조언했다는 분이 단일화를 가장 반대했다는 점에서 자가당착”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명씨는 언론 인터뷰서 자신이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개입해 오 시장이 당선되도록 만들었다는 취지로 주장한 바 있다. 오 시장이 선거 때 도움을 구하기 위해 ‘살려달라’며 명씨 앞에서 4번이나 울었다고도 주장했다. 두 시장의 부인에 명씨는 자신의 SNS에 “오 시장님, 홍 시장님 진짜 자신 있으시냐. 그만하세요. 망신당하지 말고”라며 그저 가벼운 설전으로 취급했다. 무슨 내용 있길래… 그랬던 명씨는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과 설전을 벌이다 갑작스레 김 여사와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했다. 김 최고위원과 명씨는 각자 라디오에 나와 서로에 대해 공격했다. 먼저 명씨가 김 최고위원에 대해 “김재원은 묶인 개다. 묶인 개가 방 안 사정을 어떻게 알겠는가”라며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의 단일화는 내가 나서 성사시킨 것으로 김 최고위원이 할 수 있는 성질의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김 최고위원은 “저는 묶여 있는 것이 아니라 끈이 없는 독립군 개인 반면, 명태균은 곧 철창 속에 들어갈 개”라고 받아쳤다. 이어 “지금 겁에 질려서 아무 데나 왕왕 짖는 것 같다”며 “빨리 철창에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최고위원은 “(명씨가)나 구속되기 싫다. 구속하면 무슨 말할지 모른다는 둥 이리저리 협박성 발언을 하고 있다”며 “허풍, 허위 사실도 있고 일부 사실도 있겠지만 사회적 파장이 큰데 검사들은 요즘 뭐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수사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명씨가 ‘대통령 사저에 수도 없이 출입한 내가 김영선 공천 하나 못하겠냐’ 뭐 이런 주장을 하고 있는데 이 사람이 창원시 6급 공무원 승진시켜 주겠다고 3000만원과 골프용품을 받았다가 그것도 해결 못해 사기죄로 처벌받았었다”고 지적했다. 또 “그 판결의 집행유예 기간 때문에 사실은 공무원으로 임용될 자격도 없는 사람인데 자기에게 (김건희 여사가)공직을 제안했느니 인수위에 자리를 제안했다느니 이런 얘기를 하느냐”며 “인사 검증을 하면 곧바로 들통날 것인데 윤석열정부가 자기를 담아낼 그릇이 아니다(고 거절했다) 이따위 소리로 전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고 불쾌해했다. 공개하니 꼬리 말기 그에 따르면 해당 라디오 방송 이후 명씨는 “방송서 왜 근거 없는 소리를 하느냐”고 항의했다. 이에 김 최고위원이 “제가 ‘뭐가 근거가 없느냐? 당신이 근거없는 소리를 하는 것 같은데’라고 대답했다”라며 “그러자 명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무수석을 했지 않았느냐? 그분이 어떻게 되었느냐?’라고 하므로 저는 ‘잘 알지 않느냐?’라고 답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랬더니 ‘김재원이 어떤 사람인지 다 폭로하겠다. 김재원 때문에 다 폭로한다’고 하므로 ‘다 해 봐라. 허위면 교도소에 가야지’라고 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이런 소동을 벌이는 이유가 짐작되기는 하지만 명씨에 대해서는 절대로 물러서지 않고 철저히 대응해서 응분의 처벌을 받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명씨는 김 최고위원에게 전화를 건 이후 페이스북에 글을 쓰고 “내가 사기꾼이면 너희들은 뭔가. 내가 사기 쳐 얻은 게 도대체 뭐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보수 재건을 위해 정말 열심히 일을 했다. 너희들 중에 밥값, 숙박비, 차비 한번 준 놈 있느냐”며 “배고픈 병사는 창을 들고 나가 싸울 수 없다. 민의를 배신한 너희들이 진짜 사기꾼”이라고 적었다. 악에 받친 명씨는 그날 오후 갑자기 김 여사와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했다. 공개된 카카오톡 메시지에 따르면 김 여사는 명씨에게 “철없이 떠드는 우리 오빠 용서해 주세요. 제가 난감 ㅠ”이라며 “무식하면 원래 그래요”라고 보냈다. 또 “제가 명 선생님께 완전 의지하는 상황서 오빠가 이해가 안 가더라고요, 지가 뭘 안다고”라며 “전 명 선생님의 식견이 가장 탁월하다고 장담합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대화 내용을 올리면서 명씨는 “김재원씨의 강력한 요청으로 알려드린다”며 “너의 세 치 혀 때문에 보수가 또 망하는구나”라고 지적했다. 해당 메시지가 공개된 후 김 여사가 지칭한 ‘오빠’는 누구인지, 명씨와 윤 대통령 부부가 어떤 관계인지 논란이 됐다. “2000개 유사한 캡처본 있어” “사실상 명태균이 승기 잡아” 논란이 일자 대통령실은 “명태균 카톡에 등장한 ‘오빠’는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의 친오빠이며, 당시 문자는 대통령 입당 전 사적으로 나눈 대화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명씨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윤 대통령 부부와 6개월간 매일 스피커폰으로 통화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명씨와 김 여사가 연락을 주고받은 것은 사실이나, 그 과정서 김 여사가 윤 대통령의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았으며, 명씨는 수많은 대선 조력자 중 한 명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이에 명씨는 공개한 카카오톡 메시지와 유사한 캡처본이 2000장이 넘는다며 사적 대화뿐 아니라 공적 대화도 있다고 주장했다. 명씨는 공개했던 김 여사와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언급하며 “내가 알기로는 그런 거 한 2000장은 된다”고 말했다. 그는 “(김건희)여사, (윤석열)대통령 다 있다”며 “내일부터 계속 올릴 것이다. 김재원(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사과할 때까지”라고 경고하면서 “계속 까면 내가 허풍쟁이인지 아닌지, 거기 가면 김건희 오빠 또 나온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명씨가 갖고 있는 대화 내용 중에는 윤 대통령이 명씨에게 ‘체리 따봉’ 이모티콘을 보낸 것도 있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실서)사적 대화라고 하니까 내일은 공적 대화를 올려줄까”라며 “대통령이 ‘체리 따봉’하는 것 있다. 내용은 나보고 ‘일 잘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명씨 폭로와 더불어 김 여사가 지칭한 ‘오빠’가 누구인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당초 명씨도 여사의 ‘오빠’가 지칭하는 대상에 대해 “김건희 여사 오빠지. 김건희 여사 오빠”라며 친오빠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언론 보도가 쏟아진 이후 다시 기자와 만난 뒤엔 “사람들은 오빠를 다 대통령이라고 하더라. 오래 돼서 기억이 안 나는데, 김건희 친오빠라고 한 건 파장이 커질까 봐”라고 말을 바꿨다. 처음에 여사의 친오빠라고 한 이유에 대해 명씨는 “내가 농담한 것”이라며 “대통령이라고 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꼬리 내린 여권 반격? 명씨의 계속된 폭로에 보수 정치인들은 꼬리를 내린 모양새다. 홍 시장은 명씨에 대한 고발 방침을 취소했고, 김재 최고위원 역시 ‘침묵’이라는 간접적 행위를 통해 사실상 ‘유감’ 메시지를 내보냈다. 대통령실서도 명씨와 김 여사의 관계를 부인하지 않은 만큼 현재 김 최고위원보다 명씨 주장에 힘이 실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매일 폭로를 이어가겠다는 명씨가 지난 17일까지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지만 보수진영에서는 ‘뭐가 나올지 모르니 조심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다. 이에 명씨가 폭로를 계속 이어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kcj5121@ilyosisa.co.kr>

‘폭탄 돌리기’ 김건희 엄호 한계

결국 용산도 버릴까?

‘폭탄 돌리기’ 김건희 엄호 한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대통령도 아닌 영부인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이상한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주요 이슈에는 ‘김건희’ 석 자가 으레 따라붙는다. 여권 내에서조차 김건희 여사의 사과 표명이 필요하다며 우려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사를 지키려는 자와 보수를 지키려는 자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하게 맞섰다. 김건희 여사를 놓고 용산의 고심이 깊다. 끝까지 품고 가자니 야당의 칼날이 턱 끝까지 다다랐다. 반대의 경우에는 보수층의 분노가 예상된다. 지난 2021년에 이어 두 번째 대국민 사과가 이뤄질지 이목이 쏠린다. 문제는 그때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더 많은 의혹이 김 여사를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다. 두 번은 못 숙인다? 지난 2021년 12월16일 검은 정장을 입은 김 여사(당시 코바나컨텐츠 대표)는 어두운 표정으로 단상에 섰다. 대선을 앞두고 허위 이력 논란이 불거지자 대국민 사과를 위해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연 것이다. 그동안 김 여사는 2001년부터 2014년까지 약 13년간 5개의 대학에 제출한 이력서에 경력을 허위로 기재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명 당시 대선후보와 초박빙 대결을 벌이고 있던 때라 작은 리스크조차 큰 걸림돌이 되던 시점이었다. 이날 기자회견장서 김 여사는 “두렵고 송구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고개를 숙였다. 김 여사는 “일과 학업을 함께 하는 과정서 제 잘못이 있었다. 잘 보이려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이 있었다”고 자신의 논란에 대해 일부 인정했다. 이어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돌이켜보니 너무나도 부끄러운 일이었다. 모든 것이 저의 잘못이고 불찰”이라며 “부디 용서해달라.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아울러 “앞으로 남은 선거 기간 동안 조용히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겠다”며 “남편이 대통령이 되는 경우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약 3년이 지났다. 대선서 윤석열 후보가 당선된 이후 김 여사는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말한 것과 달리 광폭 행보를 보여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관저 증축 문제부터 최근에는 KTV 국악 공연 관람 논란까지 다방면으로 의혹을 제기해 왔다. 민주당이 정권 심판을 겨냥해 내세운 윤석열정부의 5대 실정인 ‘이채양명주(▲이태원참사 ▲채상병 순직 ▲양평고속도로 ▲명품가방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중 세 개가 김 여사와 관련된 사안이다. 특히 명품가방 수수 논란은 총선을 3개월 앞두고 터진 문제로 ‘김건희 리스크’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국민의힘은 해당 논란이 소위 말하는 ‘몰카 공작’이자 ‘정치적 공작’이라며 선을 그었다. 원내 중진 의원을 중심으로 “김 여사가 직접 사과함으로써 본인 리스크를 털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김 여사가 함정에 빠졌다”는 주장이 압도적이었다. “사과해” vs “못 해” 정치권 연일 기싸움 ‘활동 자제’ 꺼낸 친한계…여권 폭풍전야 민주당은 “김 여사를 구하기 위해 측근들이 고작 생각해 낸 핑계가 ‘몰카 범죄 피해자’라니 지나가던 소도 웃을 일”이라며 “(김 여사는)국민을 기만하지 말고 그렇게 억울하다면 당장 경찰에 신고해 법의 판단을 받아보자”고 주장했다. 날이 갈수록 악화하는 여론에 두 번째 대국민 사과가 이뤄질지 초미의 관심이 집중됐다. 윤 대통령은 설날 특별 대담서 “대통령이나 대통령 부인이 누구한테도 박절하게 대하긴 참 어렵다”며 “여튼 아쉬운 점이 있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김 여사는 검찰의 비공개 조사를 받던 도중 변호인을 통해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한 것이 전부다. 당이 뒤숭숭하던 당시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이 관계자는 “민주당이 눈에 불을 켜고 용산만 쳐다보고 있다. (김 여사가)사과를 한다 해서 민주당이 곧바로 공세를 멈출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렇다고 묵살하고 가자니 여론이 심상치 않다”고 설명했다. 결국 김 여사의 사과 공방은 4·10 총선을 거쳐 국민의힘 전당대회까지 번지면서 보수 분열의 뇌관이 됐다는 평이 나온다. 지난 8월22일 검찰이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무혐의로 결론을 내리면서 김 여사의 행보에 탄력이 붙었다. 바로 다음날인 8월23일 김 여사는 서울역에 있는 쪽방촌을 방문한 데 이어 지난달 2일에는 청와대에 미국 상원의원 부부를 초대해 함께 만찬 자리를 가졌다. 이날 생일인 김 여사가 상원의원 부부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환하게 웃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야권에서는 “아직 남은 의혹이 산더미인데 검찰의 무혐의로 마치 면죄부를 받은 것처럼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10일에는 제복을 입은 경찰과 함께 마포대교를 찾았다. 대통령실은 이날 김 여사가 비공개로 서울시 119특수구조단 뚝섬 수난구조대를 비롯한 한강경찰대 망원치안센터, 용강지구대 등을 방문해 간식을 전달하고 구조 현장을 살폈다고 전했다. 머리 한 올 안 보이게… 이날 행보를 두고 여권은 유독 크게 반응했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19일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법’을 국회 본회에 상정하겠다며 벼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해서라도 김 여사가 여론을 자극할 만한 공개 행보는 자제하는 게 낫지 않았겠냐는 판단이다. 국민의힘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채널A 유튜브를 통해 “김 여사의 마포대교 순찰에 대해 비판 여론이 굉장히 높다”며 “현장의 민심이 어떤지 민정수석실이 대통령 부부께 전달했으면 좋겠다”고 우려를 표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조차 CBS 라디오서 “답답하더라도 지금은 나올 때가 아니다”라며 “공개 활동을 한다는 건 국민을 더 힘들게 할 수도 있다. 좀 참고 있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의견을 전했다. 홍 시장은 “각종 구설수 때문에 국민이(김 여사의 행보를) 악의적으로 본다”며 “소나기가 내릴 땐 피해 가는 게 옳다”고 훈수했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갈등에도 김 여사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용산을 비롯한 친윤(친 윤석열)계는 김 여사를 옹호하고 나섰지만 친한(친 한동훈)계를 중심으로 다른 결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여권의 불협화음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 대표와 친한계 의원은 김 여사의 공개 행보와 관련해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에 동의한다”는 뜻을 드러내면서 용산과 대립각을 세웠다. 그동안 한 대표는 김 여사와 관련된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국민 눈높이’를 언급하며 간접적으로 사과 필요성을 말해왔다. 그런 한 대표가 이제는 사과 표명이 아닌 김 여사의 행동에 브레이크를 걸면서 또다시 정부여당이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한 대표는 지난 7일 원외 당협위원장과의 비공개 자유토론서 김 여사 리스크에 대한 주제가 나오자 “행동할 때가 됐다.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선택을 해야 한다면 민심을 따를 것” 등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9일에는 ‘일부 친한계 의원 사이서 김 여사가 활동을 자제했으면 좋겠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의원들이 뭐라고 말했는지 모르겠지만 저도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하면서 파장이 일었다. 어디로 튈지 몰라 단순히 사과를 넘어 김 여사의 거취를 직접적으론 언급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친한계 세력이 본격적으로 윤정부와 거리두기에 나선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 여사가 사과하기에는 너무 늦었을뿐더러 야당의 공격 수위가 잦아들 것이란 기대가 없으니, 특검법을 수용하는 것보다 느슨한 수준인 ‘활동 자제 요구’로 논란을 일단락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 같은 친한계의 여론에 친윤계가 따가운 눈총을 보내자 한 대표는 “김 여사를 공격하거나 비난한 게 아니다”라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치가 필요하고, 국민의힘은 그런 정치를 해야 한다. 당초 대선서 국민에게 약속한 것 아닌가. 그것을 지키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야당도 아닌 여당 내에서 공개 활동을 자제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아직은 친한계 세력이 탄탄하지 않지만 김 여사의 사과 표명 여론을 타고 급성장한다면 용산서도 결단을 내려야 한다. 용산이 제2부속실 설치를 띄우며 진화에 나선 와중에도 김 여사 이름은 주변 인물의 입을 통해 야금야금 새어 나오고 있다. 여의도서 가장 뜨거운 감자인 명태균씨가 폭로한 공천 개입 논란부터 “한 대표를 치면 김 여사가 좋아할 것”이란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의 녹취까지 잇달아 터져 나온 것이다. 명씨가 주장한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은 텔레그램 대화 내용이 쟁점이었으나 지금은 여권 인사의 갑론을박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다. 김 전 행정관은 논란 이후 국민의힘을 탈당했지만 한 대표가 이에 정면으로 맞서면서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각종 비공식 라인을 통해 정보가 새어 나간 게 원인으로 지목되는 만큼 용산과 여권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추가 폭로로 인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민심이 돌아선다면 그때는 김 여사의 거취를 신중하게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서 용산과 여당이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김 여사가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과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매번 영부인이 고개를 숙이는 건 맞지 않다는 입장으로 갈렸다. 신평 변호사는 김 여사의 사과가 탄핵의 방아쇠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 변호사는 자신의 SNS에 ‘탄핵 정국의 전야’라는 제목의 글 통해 “여러 언론의 논조나 야권의 동향을 종합적으로 살피면 지금은 탄핵 정국의 전야인 것 같다. 머지않아 탄핵정국이 조성된다는 뜻”이라며 “국회는 탄핵소추 결의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 변호사는 윤 대통령의 가장 큰 실수가 바로 한 대표를 중용한 것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지난 ‘박근혜 탄핵 정국’의 복기서 유추할 수 있듯 그(한 대표)나 야권서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는 김 여사의 사과는 바로 탄핵 정국 조성의 화려한 트리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신 변호사는 윤 대통령에게는 탄핵의 사유인 직무상의 중대한 위법 사유가 없어 탄핵소추안이 발의되더라도 헌법재판소서 탄핵 기각 결정이 선고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벼랑 끝에서도 아내 지키는 이유? “윤, 누구보다 특검법 잘 아는 검사” 그는 오히려 “이를 계기로 한 대표 세력은 보수 진영서 확실하게 추방돼 엄청난 화근이 사라지게 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아닌 ‘노무현 대통령 탄핵’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당내 상황은 여의치 않은 듯하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국민의힘이)언제까지 영부인의 방패막이 되어줄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선을 다해 특검법 통과를 막고 있지만 (이탈하는 의원이)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넷 되는 건 시간 문제”라며 “야당에서는 (특검법이) 서너 번만 더 왔다 갔다 하면 통과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그때마다 보수가 합심해야 하는데, 보다시피 지금 당 상황이 좀 그렇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윤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국회에 돌아온 김건희 특검법을 재표결에 부친 결과 출석 의원 300명 중 ▲찬성 194명 ▲반대 104명 ▲기권 1명 ▲무효 1명 등으로 최종 폐기됐다. 국민의힘이 총 108석이라는 점에 비춰 봤을 때 반대 2표와 무효, 기권이 각각 1표로 총 4표의 이탈표가 나왔다는 분석에 힘이 실렸다. 비록 재의결 문턱을 넘지는 못했지만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에서는 “8표까지 거의 다 왔다”며 통과될 때까지 특검법을 발의하겠다며 압박에 나섰다. ‘김 여사가 사과할 것으로 보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국민의힘 관계자는 “용산에 달려있다고 본다. 김 여사의 판단도 중요하지만 일반인이 사과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인 만큼 여러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심스레 말을 아꼈다. 현시점서 살아 있는 권력은 윤 대통령인 만큼 국민의힘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특검법 통과를 막아야 한다. 안에서는 용산이, 밖에서는 야당이 압력을 가하고 있지만 8표만 넘기지 않으면 해결될 일이다. 이에 한 야권 관계자는 “김 여사 한 명이 사과하면 끝날 일을 두고 108명이나 되는 의원을 일일이 단속하고 있다”며 “3년 내내 서로 힘 빼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싸움에 양쪽 모두 사활을 걸고 있으니, 민생이 제대로 돌아가겠냐”는 비판도 덧붙였다. 남다른 아내 사랑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SNS에 자신을 ‘애처가’라고 소개했다. 김 여사를 끊임없이 괴롭혔던 ‘쥴리’ 의혹을 반박하고 당시 불거졌던 각종 처가 리스크도 정면 돌파했다. 취임 이후 점점 거세지는 야당의 공세에도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그의 의지에는 흔들림이 없다. 결국, 모두가 찬성하더라도 윤 대통령 오직 한 사람은 김 여사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여의도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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