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부 뒷짐’ 요소수 대란 막전막후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6.04.27 14:08:08
  • 호수 15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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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 더 큰 거 온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지난 2월28일(현지시각) 발발한 이후 3주 이상 지속된 가운데, 한국 산업 전반이 ‘공급망 붕괴’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정유·석유화학에서 시작된 충격은 자동차·조선·철강·반도체·바이오로 확산됐다. 2021년을 떠올리게 하는 요소수 대란까지 재현되며 산업계는 “퍼펙트 스톰이 현실화됐다”는 위기감에 휩싸였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가격 상승을 넘어 ‘재고 물량이 사라지는 구조적 위기’라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미 대란이 시작됐다”는 경고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정부는 사태 확산을 막기 위해 긴급 대응에 착수했다.

시스템 붕괴
과거 되풀이?

재정경제부는 ‘요소 및 요소수 매점매석 금지 고시’를 제정해 지난 3월27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제조·수입·판매업자는 전년도 월평균 판매량의 150%를 초과해 7일 이상 보유할 수 없고, 판매 기피 행위 역시 금지된다. 위반 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중동 전쟁이 3차 국면에 접어들며 물가 상승과 공급망 불안이 가시화되고 있다”며 “경제 전시 상황이라는 인식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신고센터 설치와 함께 공정거래위원회·국세청·관세청 합동 단속까지 예고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이번 사태를 ‘경제 안보 위기’로 규정하고 공급망 안정화 대책을 가동했다. 대체 수입선 확보, 전략 비축 활용, 에너지 수급 안정화, 피해 기업 금융 지원 등이 핵심이다. 약 1조5000억원 규모의 금융 지원과 금리 우대 정책도 병행된다.

원유 수급 불안에 대비해 해외 생산 물량 확보와 국제 공동 비축 활용, 원전 가동률 확대 등도 추진 중이다. 산업부는 ‘중동상황대응본부’를 중심으로 원유·가스·석유화학 공급망을 실시간 점검하고, 필요 시 시장 개입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대응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이미 통제가 불가능한 수준으로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먼저 무너진 것은 요소 공급망이다. 차량용 요소수의 핵심 원료인 요소 수급은 중국(약 66%)과 카타르(약 10%)에 의존해 왔지만, 전쟁 이후 공급망이 동시에 흔들리며 사실상 수급이 끊겼다.

전쟁 직후 1톤당 400달러 수준이던 중국산 요소 가격은 500달러대로 급등했고, 이후 중국은 사실상 수출을 통제하는 상태에 들어갔다. 중동 공급까지 차질을 빚자 아시아 국가들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로 몰렸고, 인도네시아는 수출을 금지했다.

베트남은 가격을 본선 인도 조건(FOB) 기준 900달러까지 올렸고 선적은 5월 이후로 밀렸다. 이유는 단순하다. 자국 내 물량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일요시사>와 인터뷰한 요소수 유통업자 A씨는 “국내 요소수 공장 대부분이 4월 생산분을 확보하지 못한 ‘제로 상태’”라며 “지금은 초기 대응 단계가 아니라 이미 본격적인 공급 붕괴 상황”이라고 밝혔다.

‘경제 전시 상황’ 대응 나섰지만…
“이미 늦었다” 4월 생산 ‘제로’

시장에서도 이상 신호는 뚜렷하다. 10리터 기준 1만원 수준이던 요소수 가격은 불과 일주일 만에 2만원대 중반으로 급등했다. 일부 판매처는 품절로 판매를 중단했다. 1~2통 구매 제한이 등장했고, 중간 유통상들의 매점매석 정황도 포착됐다. 현장에선 “개인 운송업자들은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뒤늦게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공급 차질의 배경에는 중국 내 ‘비공식 수출 루트 차단’도 있다. 그동안 산둥성을 통해 요소가 염화칼슘 등으로 위장돼 한국에 들어왔지만, 최근 중국 당국이 수출업자들을 대거 단속하면서 해당 경로가 완전히 막혔다. 실제로 염화칼슘으로 신고된 물량에서 요소가 들어있는 사례까지 확인되면서 기존 우회 수입 구조가 붕괴됐다.

전쟁 여파는 산업 전반으로 확산됐다.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166달러를 돌파했고, 국내 정유사들은 가동률을 50~60% 수준까지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에틸렌 부족은 조선·자동차 산업으로 번졌고, ABS 등 핵심 소재 공급 차질로 생산 라인 조정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헬륨 가격은 일주일 만에 50% 급등했다. 바이오 업계는 중동 항구 폐쇄로 계약 취소가 이어지고 있다. JP모건은 전쟁 장기화 시 글로벌 성장률이 1.2%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구축해 놓은 ‘비축 시스템’마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의혹이다. 정부는 2021년 요소수 대란 이후 민간 업체를 비축 사업자로 지정해 일정 물량을 상시 확보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농협, KG케미칼, 남해화학, 풍농 등이 대표적인 비축 사업자다.

하지만 현재 이들 업체가 요소 물량을 사실상 통제하고 있으며, 추가 수입 역시 불투명한 상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가격 급등 속에서도 시장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가격 상승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설마…뒷북
업계 달래기

핵심은 비축 물량이다. 업계에서는 비축 사업자가 유지했어야 할 약 1만6000톤 규모의 요소가 이미 상당 부분 소진된 정황이 포착됐다고 보고 있다. 이는 비상시 방출해야 할 ‘전략 비축분’이 평시에 시장으로 흡수됐을 가능성을 의미한다.

요소는 장기 보관이 어려워 민간 창고에서 재고를 순환시키는 방식으로 비축되는데, 이 과정에서 실제 비축량이 유지되지 않았다면 제도 자체가 무력화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비축이 돼있다고 보지만, 현장에서는 이미 사용할 수 있는 물량이 없다”며 “이건 단순한 대란이 아니라 공급 자체가 끊기는 ‘시스템 붕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이번 사태는 전쟁이라는 외부 변수에 더해, 특정 국가 의존 구조와 비축 관리 실패가 맞물린 ‘복합 재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지금이 분수령이라고 본다. 한 경제 전문가는 “지금처럼 공급망이 흔들리는 상태에서 수요까지 급감하면 산업 전반이 동시에 무너질 수 있다”며 “요소수는 시작에 불과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한편, ‘제2의 요소수 대란’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정부는 현재 국내 요소수 및 요소 재고가 충분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기준 국내 차량용 요소수와 요소 재고는 공공 비축분과 민간 물량을 합쳐 약 2.8개월분 이상 확보된 상태라고 한다. 여기에 다음 달까지 약 6000톤의 요소가 추가로 국내에 들어올 예정으로 단기적인 수급 불안 가능성은 낮다는 설명이다.

유통 상황도 비교적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재고 정보가 등록된 전국 주유소 4253곳 중 4233곳(99.5%)에서 요소수를 판매 중이며, 평균 가격은 1리터당 1528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요소수 제조사와 수입업체에 대해 평시 수준의 출고를 유지하고 수입 물량을 조기에 확대해 달라고 요청했다. 시장 불안 심리와 사재기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요소수 수급 문제는 과거에도 국가적 혼란을 초래한 바 있다. 지난 2021년 중국이 환경 규제를 이유로 요소 수출을 제한하면서 국내 수입이 급감했고, 이에 따라 요소수 공급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국내 요소 수입의 약 9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었던 구조적 취약성이 드러나며 가격이 급등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요소수를 구하기 위한 긴 줄이 이어지는 등 혼란이 빚어졌다.

오리무중
비축 물량

특히 요소수는 경유차 배기가스 저감 장치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촉매제다. 부족할 경우 차량 시동이 제한된다. 이로 인해 화물차 운행이 차질을 빚으며 물류와 산업 전반에 큰 타격이 우려됐고, 정부는 군 수송기 투입과 해외 긴급 수입 등으로 사태 진화에 나선 바 있다.

최근에는 중동 전쟁 여파로 글로벌 에너지 가격과 화학 원료 공급망 불안이 확대되면서 요소 생산 비용 상승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요소 가격 변화 등으로 요소수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정부는 현재 재고 수준과 추가 물량 확보 계획 등을 고려할 때 단기간 내 공급 차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거 사태가 공급 부족뿐 아니라 특정 국가 의존 구조에서 비롯된 만큼, 재고 관리와 함께 수입선 다변화와 자원 안보 전략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요소수는 경유(디젤)차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을 물과 질소로 분해하는 데 쓰이는 필수 소모품이다. 2016년 이후 제작·수입된 경유차에는 배기가스 저감 장치(SCR)가 의무적으로 장착되는데, 이 장치가 있는 차는 요소수가 없으면 시동을 걸 수 없다.

온라인 쇼핑몰 가격 변동 추적 앱 ‘폴센트’에 따르면 국내 요소수 10L 제품은 2만9900원에 팔리고 있었다. 한달 전 1만1920원보다 약 2.5배 뛰었다. 같은 기간 다른 회사의 요소수 10L 제품 가격도 1만9690원에서 3만6520원으로 2배가량 올랐다.

주유소 점주들은 요소수 ‘사재기 조짐’도 보인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직영 주유소에서 일하는 박모씨는 “평소 요소수를 한 달에 한 명꼴로 사러 왔는데, 지난주에만 세 명이 찾아와 각각 두세 통씩 사갔다”고 말했다.

비축 실패 “1만6000톤 어디로?”
공급망안정화위원회 유명무실

특히 요소수를 많이 쓰는 화물차 운전기사들의 부담이 커졌다. 화물차 기사 박모씨는 “요소수를 사흘에 한 번꼴로 넣는데 비용이 예전보다 1.5배에서 2배가량 올랐다”며 “2021년 대란 전에도 가장 많이 쓰이는 10리터 제품이 먼저 품절됐다”고 말했다.

화물차 운전기사가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가뜩이나 비싼 기름값에 요소수 가격까지 치솟으니 눈앞이 캄캄하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이 같은 불안의 배경에는 요소 원료 공급 문제가 있다. 요소수의 핵심 원료인 요소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데,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중동 공급망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이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물류 차질이 불가피하다.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2월까지 요소 수입액은 총 5728만1000달러(약 850억원)다. 이 가운데 중국에서 들여오는 것이 1982만7000달러(34.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사우디아라비아(1140만7000달러·19.9%), 카타르(1011만1000달러·17.7%) 순으로, 중동 국가 비중이 3분의 1을 넘는다.

과거 요소수 사태가 일어났던 2021년에는 중국 의존도가 66.6%(2억7841만7000달러)에 달했지만, 이후 공급망 다변화가 진행됐다. 사우디아라비아 비중은 0.6%에서 19.9%로 30배 이상 늘었고, 카타르 역시 5.2%에서 17.7%로 3배 이상 확대됐다. 그만큼 중동 변수에 대한 의존도도 커졌다는 것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아직 요소수 대란을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요소수 제조사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주 요소수 업체를 불러 상황 점검을 진행했고 현재 100일 이상 시장에 공급 가능한 재고를 확보한 상태”라고 말했다.

2021년과 2023년에 터진 ‘요소수 대란’ 등을 막기 위한 공급망 정책 컨트롤타워인 ‘공급망안정화위원회’가 2024년 출범했지만, 긴장감만 되풀이되는 형국이다. 당시 요소를 포함한 핵심 품목을 제3국 등에서 수입하거나 국내서 생산·대체 기술을 개발하는 선도사업자에게는 올해 안에 공급망기금 5조원을 우선 지원하기로 했다.

전쟁통에
해결 가능?

위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비축 물자에 경제안보 품목을 추가하고, 비축 물량과 제도도 개선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5.8일~180일어치를 비축했던 희소금속은 2027년까지 60~180일분을, 0~30일분에 그쳤던 요소 등은 올해 안에 30~80일분을 비축하도록 하고, 구매 방식도 단건마다 구매하던 방식에 더해 연간 공급계약 방식도 도입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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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정부-방시혁 ‘밀월설’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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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