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강릉시가 하천 민원 처리 과정에서 서로 다른 내용의 공문을 발송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민권익위원회에는 원상복구를 약속하고도, 민원인에게는 정비사업 협조를 요청한 것이다.
시작은 A씨가 자신의 토지 건너편에 설치된 축대와 교량에 문제를 제기하면서부터였다. 그는 해당 축대와 교량이 자신의 토지에 직접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A씨 토지 앞에는 외계천이 흐르고 있고, 하천 건너편 토지 쪽에 축대와 교량이 설치돼있었다.
축대와 교량
명백한 불법
축대는 흙이나 지반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돌이나 콘크리트 등으로 쌓아 올린 구조물이고, 교량은 하천 위를 건너기 위해 설치된 다리 형태의 시설이다. A씨는 이 구조물들이 하천이 가져야 할 폭을 줄이고, 물이 지나가는 길을 방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구조물들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하천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A씨가 특히 문제로 본 것은 집중호우 때의 위험이었다. 평소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일 수 있지만, 하천은 비가 많이 올 경우 물이 빠르게 흐르며 수위가 상승한다. 이때 물이 지나갈 공간이 충분해야 물이 아래로 빠르게 내려간다.
여기서 물이 흐르는 공간을 ‘통수단면’이라고 한다. 통수단면이 좁아지면 물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범람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하천 관리에서는 이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축대나 교량 같은 구조물이 하천 쪽으로 나와 있거나 물길을 좁히면 수위가 올라가 침수 위험이 생긴다.
맞은편 토지의 축대 구조 역시 문제로 지적됐다. 해당 구간은 과거 경사진 지형을 따라 계단식 밭 형태로 형성돼있었고, 당시 축대 역시 비탈을 따라 낮은 높이로 층층이 쌓인 구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후 해당 구간이 평탄화되면서 축대 높이가 기존보다 크게 높아졌고, A씨 토지와 인접한 구간에서는 약 1~2m 수준이던 축대가 현재는 4~5m까지 높아진 상태라는 설명이다.
문제는 이 같은 축대 형성 과정에서 하천 인접 국유지까지 일부 포함됐다는 점이다. A씨는 기존 계단식 축대 자체가 이미 국유지 일부를 침범한 상태였고, 그 위에 추가로 축대를 높이면서 침범 범위가 확대됐다고 주장했다.
현재 A씨 토지는 마을 도로보다 약 6m 낮은 위치에 있고, 맞은편 토지의 높은 축대 아래에 위치한 구조로 형성돼있다.
권익위에는 ‘원상 복구’
민원인에는 ‘정비 협조’
이로 인해 양쪽이 막힌 형태의 지형이 형성돼있어 단순한 정비만으로는 수해 위험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A씨는 하천의 통수단면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맞은편 축대 높이를 낮추고, 국유지 침범 부분을 확실히 정리하는 방식이 필요했다.
A씨가 2020년 처음 강릉시에 민원을 제기할 당시, 건설과 담당 공무원은 해당 축대가 시에서 시행한 공사가 아니라 개인에 의해 설치된 구조물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또 A씨는 당시 담당 계장과 함께 현장을 방문해 구조물 설치 경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상대측이 해당 축대를 직접 설치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민원 이후 일정 부분 문제 제기를 보류하고 상황을 지켜봤지만, 이후 맞은편 토지에서 폐기물 적치와 오염수 유출이 이어지면서 우려가 커졌다. 특히 같은 시기 장덕리 일대에 집중호우가 발생하면서 하천이 범람하는 상황이 실제로 벌어졌다.
당시 교량 구조물에 나뭇가지 등이 걸리면서 물 흐름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고, 이로 인해 일부 구간에서 물이 넘치는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유사한 구조를 가진 자신의 토지 인근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하천 폭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구조물이 물 흐름을 방해할 경우, 집중호우 시 수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성을 인식하게 됐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이유로 A씨는 기존에 제기했던 축대 및 교량 문제를 다시 제기하게 됐다. 이후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에 2차 민원을 제기했다. 권익위는 해당 사안에 대한 현장 조사에 나섰다. A씨와 강릉시 관계자들이 함께 현장을 확인하고, 하천 주변 구조물과 토지 상황을 놓고 조정 절차가 진행됐다.
오락가락
시가 진행?
조사 과정에서 관계자들은 하천 폭을 확보하고 침수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하천 구간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하천을 좁히고 있는 구조물을 일부 정리해 통수단면을 확보하는 방향이 옳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논의를 바탕으로 권익위는 해당 민원을 합의로 처리했다. 결정문에는 하천 정비 공사 과정에서 국유지에 걸쳐 있는 구조물을 일부 제거하고 하천 폭을 넓혀 수해 피해를 예방하도록 조치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문제의 원인이 된 구조물 정리와 하천 정비를 함께 진행하는 방향으로 정리된 것이다.
A씨는 그렇게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보고 안심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후 강릉시가 A씨에게 보내온 공문은 그 내용이 달랐다. 공문에 따르면 강릉시는 해당 민원을 ‘강우에 따른 피해 방지 대책’으로 이해하고 외계천 수해예방사업을 추진 중에 있으며, 해당 구간에 대해 보축 또는 옹벽 설치 등을 계획했다.
이와 함께 “해당 구간은 통수단면 확보가 필요한 구간”이라며, 공사를 위해 토지 사용 승낙을 요청하니 적극 협조해 달라는 내용도 통보했다. 즉, 권익위에는 구조물을 철거하겠다고 전달하고 A씨에게는 철거가 아닌 하천 정비만을 진행하겠다고 통보한 것이다.
실제 강릉시에서 권익위에 보내온 공문에는 ‘시는 국유지 불법 점유에 대해 원상복구 명령을 진행하고, 20여년 전 쌓은 석축에 대해서는 하천 폭 확보를 위해 일부 재시공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면서 ‘해당 구간의 지형적 특성을 고려해 해당 사유지를 보호하기 위한 하천 정비를 추진하고, 상류부에 위치한 교량 역시 소하천 기본계획에 맞는 규격으로 재시공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관련 예산을 반영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언제 그랬냐
뒤바뀐 약속
A씨에게 보내온 공문과는 확연히 다른 내용이었다. A씨는 개인이 설치한 시설에 대해 공공 예산이 투입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A씨는 담당자에게 곧장 “왜 공문 내용이 다르냐”고 따졌지만, 담당자는 “개인이 한 공사라면 명백히 불법이지만 시에서 한 공사면 얘기가 다르다”며 말을 바꿨다. 그러면서 “긴급을 요하는 수해 복구 차원에서 시에서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달했다.
A씨가 “그렇다면 관련 문서를 보여달라”고 요청했지만, 관계자는 “너무 오래전에 진행한 일이라 자료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A씨는 “개인이 설치한 축대를 시에서 긴급복구로 다시 쌓았다면, 그 과정에서 경계 측량이나 토지사용승낙서를 받아야 한다”며 “관련 기록이 없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후 권익위와 강릉시 건설과, 도시과, 감사실 관계자, 그리고 상대측 등이 참여한 가운데 추가 협의가 진행됐다. A씨에 따르면 권익위 조사 과정에서 담당 조사관이 교체되면서 현장 조정 방향도 일부 정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권익위 측에서는 축대 높이나 교량 자체에 대해서는 문제를 확대하기보다는, 국유지 침범 부분만 정리하는 방향으로 합의를 진행하자는 취지의 제안이 있었고, A씨 역시 이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협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후 진행 과정에서 기존에 확보돼있던 측량 자료와 별도로 재측량이 진행되면서 상황이 다시 변화하게 됐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기존 합의 내용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게 A씨 입장이다.
시가 했다더니…알고 보니 불법
변상금 부과에도 복구 미이행
결국 이 자리에서 A씨는 그동안 확보해 온 녹취를 공개했다. 녹취에는 상대측이 축대를 직접 설치했다는 취지의 진술과 함께, 2020년 당시 건설과 및 감사 관련 부서 공무원들이 구조물이 개인에 의해 설치됐다는 취지로 말한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자료를 공개하자 약정서가 작성됐다. 약정서에는 상대측이 무단으로 설치한 구조물에 대해 자비로 원상복구 공사를 진행하고, A씨 소유 토지에 대해서는 하천 정비 차원의 일부 보강 공사를 시 예산으로 진행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후 실제 공사 과정에서는 약정서 내용과 차이가 있었다. 축대의 경우 일부 구간만 제한적으로 정리됐고, 전체 구조물의 높이나 형태는 상당 부분 유지된 상태였다는 것이다.
특히 축대와 연결된 교량 주변 석축에 대해서는 형태가 다르다는 이유로 시에서 진행한 공사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나왔고, 이에 따라 해당 구간은 철거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후 해당 교량이 산림청 소관 국유림을 침범하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해당 교량이 하천 정비계획에 포함돼있었다는 점도 이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A씨는 “당시 해당 구간이 국유림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을 시에서 알려주지 않았다”며 “명백한 불법인데 이렇게까지 봐주는 게 수상하다”고 말했다.
아직도
그대로
현재 강릉시는 해당 부지에 대해 무단 점유 사실을 인정하고 변상금을 부과해 이미 납부한 상태다. 다만 문제된 구조물의 원상복구는 아직 이행되지 않았다. 현재까지 해당 교량은 별도의 철거 없이 유지되고 있으며, 축대 역시 일부 구간만 정리된 상태다.
<일요시사>는 여러 차례 강릉시 건설과에 연락을 시도한 끝에 담당자와 통화했다. 서로 다른 내용의 공문이 발송된 경위에 대해 질의했으나, 현재까지 별도의 답변은 받지 못했다.
<imshar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늘어나는 불법 점용
정부가 전국 하천과 계곡 일대의 불법 점용 실태를 재조사한 결과, 적발 건수가 기존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안전부는 김광용 재난안전관리본부장 주재로 ‘하천·계곡 및 주변지역 불법시설 정비 범정부 협의체(TF)’ 2차 회의를 열고 재조사 중간 점검 결과를 공개했다.
중간 점검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기준 확인된 불법 점용 행위는 총 7168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월24일 보고된 835건과 비교해 약 8.6배 증가한 수치다.
불법 점용에 따른 시설물도 총 1만5704곳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유형별로는 건축물이 3010곳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경작 2899곳, 평상 2660곳, 그늘막 및 덱 1515곳 등이 뒤를 이었다.
행정안전부는 위성 및 항공사진 등 국토공간정보를 활용해 하천구역 내 불법으로 의심되는 시설을 선별하고, 이를 지방자치단체와 환경 관련 기관, 농어촌공사 등 관리 주체에 전달해 누락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현장 점검은 공무원들이 휴대전화를 이용해 실제 시설물 위치를 확인하고, 인허가 대장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불법 점용 적발 건수가 크게 증가한 배경에 대해 “기존 조사에서는 하천과 계곡의 기준이 모호해 일부가 누락됐지만, 이번 재조사에서는 기준을 명확히 하고 조사 범위를 확대했다”며 “하천과 인접한 구거(소규모 수로)까지 조사 대상에 포함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오는 5월에는 관계기관 합동으로 대규모 감찰이 진행된다. 행정안전부와 환경부, 지방자치단체 등이 참여하는 약 250명 규모의 감찰단이 구성될 예정이다.
감찰단은 재조사 대상 선정의 적정성과 실제 조사 결과가 정확한지 여부를 확인하고, 위반 사항에 대한 행정 처분이 제대로 이행됐는지를 집중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특히 허위 보고나 업무 태만이 확인될 경우 무관용 원칙에 따라 징계 조치가 이뤄지며, 사안이 중대할 경우 수사 의뢰와 함께 해당 지자체에 불이익이 부과될 수 있다.
반대로 정비 실적이 우수한 지자체와 공무원에 대해서는 포상과 재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해 신상필벌 원칙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한 재조사 이후에도 미처 확인되지 않은 불법 시설이 있을 가능성을 고려해, 국민 누구나 신고할 수 있는 전용 창구도 운영된다. 행정안전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하천과 계곡 내 불법 시설을 정비하고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