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불법 공사 봐주기?’ 강릉시 이상한 이중 행정

같은 민원 다른 공문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강릉시가 하천 민원 처리 과정에서 서로 다른 내용의 공문을 발송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민권익위원회에는 원상복구를 약속하고도, 민원인에게는 정비사업 협조를 요청한 것이다.

시작은 A씨가 자신의 토지 건너편에 설치된 축대와 교량에 문제를 제기하면서부터였다. 그는 해당 축대와 교량이 자신의 토지에 직접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A씨 토지 앞에는 외계천이 흐르고 있고, 하천 건너편 토지 쪽에 축대와 교량이 설치돼있었다.

축대와 교량
명백한 불법

축대는 흙이나 지반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돌이나 콘크리트 등으로 쌓아 올린 구조물이고, 교량은 하천 위를 건너기 위해 설치된 다리 형태의 시설이다. A씨는 이 구조물들이 하천이 가져야 할 폭을 줄이고, 물이 지나가는 길을 방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구조물들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하천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A씨가 특히 문제로 본 것은 집중호우 때의 위험이었다. 평소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일 수 있지만, 하천은 비가 많이 올 경우 물이 빠르게 흐르며 수위가 상승한다. 이때 물이 지나갈 공간이 충분해야 물이 아래로 빠르게 내려간다.

여기서 물이 흐르는 공간을 ‘통수단면’이라고 한다. 통수단면이 좁아지면 물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범람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하천 관리에서는 이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축대나 교량 같은 구조물이 하천 쪽으로 나와 있거나 물길을 좁히면 수위가 올라가 침수 위험이 생긴다.

맞은편 토지의 축대 구조 역시 문제로 지적됐다. 해당 구간은 과거 경사진 지형을 따라 계단식 밭 형태로 형성돼있었고, 당시 축대 역시 비탈을 따라 낮은 높이로 층층이 쌓인 구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후 해당 구간이 평탄화되면서 축대 높이가 기존보다 크게 높아졌고, A씨 토지와 인접한 구간에서는 약 1~2m 수준이던 축대가 현재는 4~5m까지 높아진 상태라는 설명이다.

문제는 이 같은 축대 형성 과정에서 하천 인접 국유지까지 일부 포함됐다는 점이다. A씨는 기존 계단식 축대 자체가 이미 국유지 일부를 침범한 상태였고, 그 위에 추가로 축대를 높이면서 침범 범위가 확대됐다고 주장했다.

현재 A씨 토지는 마을 도로보다 약 6m 낮은 위치에 있고, 맞은편 토지의 높은 축대 아래에 위치한 구조로 형성돼있다.

권익위에는 ‘원상 복구’
민원인에는 ‘정비 협조’

이로 인해 양쪽이 막힌 형태의 지형이 형성돼있어 단순한 정비만으로는 수해 위험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A씨는 하천의 통수단면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맞은편 축대 높이를 낮추고, 국유지 침범 부분을 확실히 정리하는 방식이 필요했다.

A씨가 2020년 처음 강릉시에 민원을 제기할 당시, 건설과 담당 공무원은 해당 축대가 시에서 시행한 공사가 아니라 개인에 의해 설치된 구조물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또 A씨는 당시 담당 계장과 함께 현장을 방문해 구조물 설치 경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상대측이 해당 축대를 직접 설치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민원 이후 일정 부분 문제 제기를 보류하고 상황을 지켜봤지만, 이후 맞은편 토지에서 폐기물 적치와 오염수 유출이 이어지면서 우려가 커졌다. 특히 같은 시기 장덕리 일대에 집중호우가 발생하면서 하천이 범람하는 상황이 실제로 벌어졌다.

당시 교량 구조물에 나뭇가지 등이 걸리면서 물 흐름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고, 이로 인해 일부 구간에서 물이 넘치는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유사한 구조를 가진 자신의 토지 인근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하천 폭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구조물이 물 흐름을 방해할 경우, 집중호우 시 수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성을 인식하게 됐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이유로 A씨는 기존에 제기했던 축대 및 교량 문제를 다시 제기하게 됐다. 이후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에 2차 민원을 제기했다. 권익위는 해당 사안에 대한 현장 조사에 나섰다. A씨와 강릉시 관계자들이 함께 현장을 확인하고, 하천 주변 구조물과 토지 상황을 놓고 조정 절차가 진행됐다.

오락가락
시가 진행?

조사 과정에서 관계자들은 하천 폭을 확보하고 침수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하천 구간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하천을 좁히고 있는 구조물을 일부 정리해 통수단면을 확보하는 방향이 옳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논의를 바탕으로 권익위는 해당 민원을 합의로 처리했다. 결정문에는 하천 정비 공사 과정에서 국유지에 걸쳐 있는 구조물을 일부 제거하고 하천 폭을 넓혀 수해 피해를 예방하도록 조치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문제의 원인이 된 구조물 정리와 하천 정비를 함께 진행하는 방향으로 정리된 것이다.

A씨는 그렇게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보고 안심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후 강릉시가 A씨에게 보내온 공문은 그 내용이 달랐다. 공문에 따르면 강릉시는 해당 민원을 ‘강우에 따른 피해 방지 대책’으로 이해하고 외계천 수해예방사업을 추진 중에 있으며, 해당 구간에 대해 보축 또는 옹벽 설치 등을 계획했다.

이와 함께 “해당 구간은 통수단면 확보가 필요한 구간”이라며, 공사를 위해 토지 사용 승낙을 요청하니 적극 협조해 달라는 내용도 통보했다. 즉, 권익위에는 구조물을 철거하겠다고 전달하고 A씨에게는 철거가 아닌 하천 정비만을 진행하겠다고 통보한 것이다.

실제 강릉시에서 권익위에 보내온 공문에는 ‘시는 국유지 불법 점유에 대해 원상복구 명령을 진행하고, 20여년 전 쌓은 석축에 대해서는 하천 폭 확보를 위해 일부 재시공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면서 ‘해당 구간의 지형적 특성을 고려해 해당 사유지를 보호하기 위한 하천 정비를 추진하고, 상류부에 위치한 교량 역시 소하천 기본계획에 맞는 규격으로 재시공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관련 예산을 반영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언제 그랬냐
뒤바뀐 약속

A씨에게 보내온 공문과는 확연히 다른 내용이었다. A씨는 개인이 설치한 시설에 대해 공공 예산이 투입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A씨는 담당자에게 곧장 “왜 공문 내용이 다르냐”고 따졌지만, 담당자는 “개인이 한 공사라면 명백히 불법이지만 시에서 한 공사면 얘기가 다르다”며 말을 바꿨다. 그러면서 “긴급을 요하는 수해 복구 차원에서 시에서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달했다.

A씨가 “그렇다면 관련 문서를 보여달라”고 요청했지만, 관계자는 “너무 오래전에 진행한 일이라 자료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A씨는 “개인이 설치한 축대를 시에서 긴급복구로 다시 쌓았다면, 그 과정에서 경계 측량이나 토지사용승낙서를 받아야 한다”며 “관련 기록이 없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후 권익위와 강릉시 건설과, 도시과, 감사실 관계자, 그리고 상대측 등이 참여한 가운데 추가 협의가 진행됐다. A씨에 따르면 권익위 조사 과정에서 담당 조사관이 교체되면서 현장 조정 방향도 일부 정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권익위 측에서는 축대 높이나 교량 자체에 대해서는 문제를 확대하기보다는, 국유지 침범 부분만 정리하는 방향으로 합의를 진행하자는 취지의 제안이 있었고, A씨 역시 이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협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후 진행 과정에서 기존에 확보돼있던 측량 자료와 별도로 재측량이 진행되면서 상황이 다시 변화하게 됐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기존 합의 내용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게 A씨 입장이다.

시가 했다더니…알고 보니 불법
변상금 부과에도 복구 미이행

결국 이 자리에서 A씨는 그동안 확보해 온 녹취를 공개했다. 녹취에는 상대측이 축대를 직접 설치했다는 취지의 진술과 함께, 2020년 당시 건설과 및 감사 관련 부서 공무원들이 구조물이 개인에 의해 설치됐다는 취지로 말한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자료를 공개하자 약정서가 작성됐다. 약정서에는 상대측이 무단으로 설치한 구조물에 대해 자비로 원상복구 공사를 진행하고, A씨 소유 토지에 대해서는 하천 정비 차원의 일부 보강 공사를 시 예산으로 진행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후 실제 공사 과정에서는 약정서 내용과 차이가 있었다. 축대의 경우 일부 구간만 제한적으로 정리됐고, 전체 구조물의 높이나 형태는 상당 부분 유지된 상태였다는 것이다.

특히 축대와 연결된 교량 주변 석축에 대해서는 형태가 다르다는 이유로 시에서 진행한 공사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나왔고, 이에 따라 해당 구간은 철거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후 해당 교량이 산림청 소관 국유림을 침범하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해당 교량이 하천 정비계획에 포함돼있었다는 점도 이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A씨는 “당시 해당 구간이 국유림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을 시에서 알려주지 않았다”며 “명백한 불법인데 이렇게까지 봐주는 게 수상하다”고 말했다.

아직도
그대로

현재 강릉시는 해당 부지에 대해 무단 점유 사실을 인정하고 변상금을 부과해 이미 납부한 상태다. 다만 문제된 구조물의 원상복구는 아직 이행되지 않았다. 현재까지 해당 교량은 별도의 철거 없이 유지되고 있으며, 축대 역시 일부 구간만 정리된 상태다.

<일요시사>는 여러 차례 강릉시 건설과에 연락을 시도한 끝에 담당자와 통화했다. 서로 다른 내용의 공문이 발송된 경위에 대해 질의했으나, 현재까지 별도의 답변은 받지 못했다.

<imshar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늘어나는 불법 점용

정부가 전국 하천과 계곡 일대의 불법 점용 실태를 재조사한 결과, 적발 건수가 기존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안전부는 김광용 재난안전관리본부장 주재로 ‘하천·계곡 및 주변지역 불법시설 정비 범정부 협의체(TF)’ 2차 회의를 열고 재조사 중간 점검 결과를 공개했다.

중간 점검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기준 확인된 불법 점용 행위는 총 7168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월24일 보고된 835건과 비교해 약 8.6배 증가한 수치다.

불법 점용에 따른 시설물도 총 1만5704곳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유형별로는 건축물이 3010곳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경작 2899곳, 평상 2660곳, 그늘막 및 덱 1515곳 등이 뒤를 이었다.

행정안전부는 위성 및 항공사진 등 국토공간정보를 활용해 하천구역 내 불법으로 의심되는 시설을 선별하고, 이를 지방자치단체와 환경 관련 기관, 농어촌공사 등 관리 주체에 전달해 누락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현장 점검은 공무원들이 휴대전화를 이용해 실제 시설물 위치를 확인하고, 인허가 대장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불법 점용 적발 건수가 크게 증가한 배경에 대해 “기존 조사에서는 하천과 계곡의 기준이 모호해 일부가 누락됐지만, 이번 재조사에서는 기준을 명확히 하고 조사 범위를 확대했다”며 “하천과 인접한 구거(소규모 수로)까지 조사 대상에 포함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오는 5월에는 관계기관 합동으로 대규모 감찰이 진행된다. 행정안전부와 환경부, 지방자치단체 등이 참여하는 약 250명 규모의 감찰단이 구성될 예정이다.

감찰단은 재조사 대상 선정의 적정성과 실제 조사 결과가 정확한지 여부를 확인하고, 위반 사항에 대한 행정 처분이 제대로 이행됐는지를 집중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특히 허위 보고나 업무 태만이 확인될 경우 무관용 원칙에 따라 징계 조치가 이뤄지며, 사안이 중대할 경우 수사 의뢰와 함께 해당 지자체에 불이익이 부과될 수 있다.

반대로 정비 실적이 우수한 지자체와 공무원에 대해서는 포상과 재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해 신상필벌 원칙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한 재조사 이후에도 미처 확인되지 않은 불법 시설이 있을 가능성을 고려해, 국민 누구나 신고할 수 있는 전용 창구도 운영된다. 행정안전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하천과 계곡 내 불법 시설을 정비하고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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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