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인터뷰> 박민우 전 정보사 여단장 베일 속 정보사를 말하다

“내란 가담자들, 그 안에 지금도 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의 수첩이 세상에 공개된 2024년 12월이다. 일각에서는 신빙성을 낮게 봤다. 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 건 한 장성의 증언 이후다. 증언자는 박민우 전 정보사 여단장이다. 30년 넘게 블랙 요원이었던 그의 실명은 지난해 2월 국회 내란 청문조사특위를 통해 알려졌다. 신분상 얼굴조차 공개된 적 없던 박 전 여단장은 12·3 내란 이후 처음으로 언론 인터뷰에 응했다.

“국가를 위해 일할 수 있어서 뿌듯했고 행복했고 아쉽다.” <일요시사>와 서울 용산구 모처에서 만난 박민우 전 국군정보사령부 A 여단장(예비역 준장)의 말이다. 지난해 말 전역한 그는 30년간 정보사 휴민트(HUMINT·820·인간정보) 요원으로 일했다. 이른바 ‘블랙’이었다. 박 준장은 군 생활 중 아쉬우면서도 ‘최악’이었던 순간을 12·3 내란에 자신이 몸담았던 정보사 조직이 동원된 일을 꼽았다.

대북공작
수행 30년

박 준장은 육군사관학교 47기다. 생도 때부터 죽마고우로 알려진 장성 대부분이 유명 인사다. 그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학과 위탁교육을 마친 20대 후반, 강원도 속초 HID(북파 공작부대) 팀장을 맡았다. 이때부터 그의 대북공작 인생이 시작된 셈이다.

박 준장은 “휴민트 업무가 적성에 맞았다. 원래 정보사에 들어가기 전의 내 꿈은 기자였다. 글 쓰는 걸 좋아하고 항상 무언가를 잘 기록했다. 기자들도 사건을 취재할 때 출입처에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외곽 취재로 정보를 습득한다. 휴민트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군도 임무 수행 과정에서 기록이 생명이지 않나”면서도 “다만 휴민트 업무는 평시에 어떤 오퍼레이션이라서 상당히 변화무쌍, 복잡다단하고 위험이 수반된다. 30여년간 보람찬 기간이었지만 마무리가 좀 비정상적이었다. 개인적인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있다. 가장 심각한 건 12·3 내란에 내가 30년 넘게 근무한 조직이 동원되면서 쑥대밭이 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준장의 대북공작 생활은 어땠을까? 그는 소령부터 중령까지 필드에서 뛰던 때를 회상했다. 공작 성과를 인정받아 실제 여러 차례 정부 포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대북공작 임무를 100% 성공할 순 없다.


박 준장은 “실패한 사례도 있다.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지듯이 내 에이전트가 피해를 보거나 체포돼 북한 내에서 불행한 일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 그건 마음의 짐으로 남는 휴민트의 숙명이다. 그들의 운명이 어찌 될지 알기에 일부러 확인까지 하진 않았다. 나중에 통일이 된 이후 대한민국을 위해 일했던 이들에 대해선 국가가 최소한 그들의 가족들에라도 보상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30년 넘게 대북공작 휴민트·블랙 임무 수행·지휘
“계엄법 없는 정보사 임무 노상원 때문에 쑥대밭”

박 준장은 북한의 대남공작 능력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휴민트 강국이자 사이버 심리·여론전으로는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한다. 실제 국내에서 드러난 간첩 사건들만 봐도 북한의 능력을 알 수 있다는 게 박 준장의 평가다.

“확인되지 않았거나 드러나지 않은 북한의 대남공작 성공 사례는 무수히 많다. 북한은 우리와 다르게 공산주의 국가다. 공산주의에 맞는 인재를 양성하고 정해서 그 임무를 국가가 필요한 부서 및 조직에 활용할 수 있다”는 그는 “개인적인 능력이든 국가 시스템이든 휴민트의 공작 여건과 환경이 우리보다 훨씬 우위에 있는데, 그건 모든 사회주의, 공산주의 국가가 그렇다. 그래서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미국과 이스라엘, 영국의 정보 경쟁이 치열한 것이다. 세계적인 정보 강국은 과학기술 강국이 아니다. 휴민트의 문제”라고 짚었다.

정보사와 국정원은 경쟁 관계이자 협력·갑을 관계다. 정보사의 공작 예산을 국정원에서 컨트롤하기 때문이다. 물론 국정원에는 대테러·사이버·방첩 등 다양한 부서가 있지만 국정원 내에는 한 부서가 정보사의 휴민트 활동을 통제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박 준장은 “갑을 관계라고 보는 게 옳다. 경험상 국정원의 갑질이라고 느껴지는 게 많았다. 에이전트를 데려가거나 우리가 선점하기로 한 정보를 중간에서 가져간다는 등 좋지 않은 일들로 인해 부딪히기도 했다. 어떤 좋은 성과나 영향력을 미치면 괜찮은 건데 정보사의 역량을 제한하고 통제하기도 한다”며 “해외 출장을 나가거나 해외 블랙 거점에 대한 모든 통제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화에서 블랙이라고 하면 국정원 요원으로서 총칼 빼들고 멋있는 액션을 보여주지만 국정원은 그런 위험 지역에서 활동하지 않는다. 이들은 우아하고 좋은 곳을 선점하고, 우린 두만강·압록강과 같은 북한과 직접 접촉하면서 임무를 수행한다. 뭐가 더 위험하겠나. 영화에서 나오는 모든 블랙의 위험 임무는 정보사가 맡는다. 국정원이 블랙? 그레이가 맞지 않나”라고 말했다.


국정원과
다른 건…

이런 정보사 블랙 요원들의 명단 등 군사기밀이 유출된 적도 있다. 지난 1월20일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전직 정보사 군무원 천모씨의 일반이적 등 혐의 재판 상고심에서 상고 기각 판결하며 천씨에게 징역 20년에 벌금 10억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천씨는 2017년 4월 중국을 방문했을 당시 중국 정보기관 소속 인물로 추정되는 B씨에게 포섭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천씨는 2019년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문서 12건, 음성 메시지 18건 등의 형태로 블랙 요원 명단, 정보사 조직 편성, 작전 계획 등 총 30건의 군사기밀을 B씨에게 유출했다. 천씨는 그 대가로 2억7852만원을 요구해 1억6205만원을 받았다.

1심을 맡은 국방부 중앙지역군사법원은 천씨에게 징역 20년에 벌금 12억원, 추징금 1억6205만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도 “피고인이 오랜 기간 정보사에 근무하면서 정보관들의 인적 정보가 누설됐을 때 생명에 큰 위해가 가해질 수 있음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동료들의 생명을 거래한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2심은 천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하며 벌금만 10억원으로 감형했다.

박 준장은 이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정보기관 휴민트망이 와해돼 복구하기 어렵다는 우려는 사실보다 과장됐다고 지적했다.

박 준장은 “언론에 나오기 이전 이미 사전 조치를 끝냈다. 물론 실명이 넘어가 신변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던 만큼 전원 복귀했다. 또 개인적인 신상이 완벽하게 넘어갔던 게 아니다. 위험의 정도가 과장된 측면이 많다. 자세한 사안을 말할 수 없지만 정보기관이 와해된 수준이라는 분석은 잘 모르는 사람들”이라며 “예시로 동남아 국가 등에 블랙요원 거점이 드러났다고 치자. 정확한 현지 활동명, 주소, 인적사항이 드러나지 않았는데, 북한 애들이 찾을 수도 없고 찾아다니지도 않는다”고 반박했다.

“정보사 업무 이해에 두세 달 걸렸다? 동의 못 해”
“군검찰, 공작보고서 턴 적 있어…압색 왜 안 했나”

그러면서 “제3국이라 북한 요원들의 활동도 노출될 수 있다. 우리도 문제지만 지금 북한도 해외에서 쓸 수 있는 예산이 없어서 공관 철수 등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 김정은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되지 않는 한 북한도 불필요한 위험과 노력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고 평가했다.

박 준장의 군 생활 중 빼놓을 수 없는 인물들이 있다. 12·3 내란의 주요 피의자인 노상원·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이다. 이들 모두 휴민트가 아닌 일반 군사·야전(150) 정보병과다. 노 전 사령관과 박 준장은 초반부터 사이가 나빴다. 잠시 좋았던 적도 있던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업무 스타일과 성격은 ‘상극’이었다.

박 준장은 “노상원은 공작의 ‘ㄱ’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정보사라는 조직을 잘 알지도 못하고 그저 자신의 욕망을 위해 이용한 권력 지향적인 인물이다. 일부에서는 우리 휴민트 820을 파리똥이라고 한다고 하는데 그건 휴민트 전체에 대한 모욕이자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노상원 같은 작자들이 무슨 북한군을 만나봤겠나, 뭘 했겠나. 그저 권력자 근처에 빌붙어 30년간 호의호식한 것이다. 노상원은 그런 인물 중에서도 가장 문제가 많았다. 성폭력으로 옷을 벗은 것 외에도 많은 문제가 있던 인물이다. 그러니 임무 수행 중인 요원들을 폭사시키라는 말도 안 되는 지시를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지시는 노 전 사령관이 박근혜정부 때인 2016년 박 준장이 속초 HID 부대장 시절 지시했던 내용이다. 실제 공작보고서가 존재한다고 한다. 박 준장이 노 전 사령관의 지시를 이행해 북한 내 HID 요원들이 사망했다면 남북 간 전쟁이 벌어졌을 수도 있던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고 볼 수 있다.

정보기관 안팎에서는 당시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이 노 전 사령관의 해당 지시와 연관된 게 아니냐고 의심한다.

무너진
휴민트

박 준장은 “OO계획을 말하면 그로 인해 피해 볼 사람이 많다. 그 계획에 참여하고 실행하고 수행했던 인물 다수 중에는 아직 근무 중인 사람도 있을 것이다. 차후 내란전담수사본부나 종합특검에서 수사가 진행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정보사를 내란에 동원하려 박 준장을 축출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한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 진술조서를 보면 여 전 사령관은 “(노 전 사령관으로부터) 박 준장의 비위, 비밀은닉, 업체 로비 등 4~5건의 중요한 제보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방첩사는 군형법상 군사기밀누설 및 암호 부정사용,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등 사건에 대해 수사권을 갖는다. 당시 블랙 요원 명단 유출 사건도 방첩사가 초동수사해 사건을 군검찰로 넘겼다. 여 전 사령관이 노 전 사령관의 연락을 받은 건 박 준장과 문 전 사령관 간 갈등 전후다. 박 준장이 노 전 사령관의 연락을 받은 시기와도 일치한다.


박 준장은 “갑자기 전화가 와서 ‘아직도 고집이 세냐’고 하길래 ‘그렇다’고 말한 게 전부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날 내란에 동원하려 일종의 간보기 차원으로 질문했던 것 같다. 노상원에 의해 직무에서 배제됐다고 본다. 여단장이 공석이 되자 이 자리 진급을 미끼로 김봉규, 정성욱을 노상원이 조종한 것”이라고 말했다.

위에 언급된 두 대령은 실제 노 전 사령관의 지시에 따라 제2수사단에 편성할 정보사 요원 40명을 직접 선발했다. 노 전 사령관이 지휘하는 제2수사단은 계엄 선포 다음날인 2024년 12월4일 아침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 출동해 선관위 직원 30명을 붙잡아 조사할 계획이었으나 계엄이 해제되면서 실행되지는 않았다.

노 전 사령관의 수첩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윤석열씨의 재판 증거로 인정받지 못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다양한 분석이 나왔다. 내란 특별검사팀(조은석 특별검사)이 수사를 제대로 끝내지 못해 법리구성에 실패했다거나 봐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노상원이 김용현 말 적었다고?
김은 휴민트 임무 전혀 모른다”

문제는 지귀연 재판부도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 대해 직권조사를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특검팀 관계자들도 정보사를 수사하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하지만 박 준장의 생각은 달랐다. 특검팀이 애초 수사할 의지가 없었던 것이 아니냐고 반문한다.

그는 “정보사 업무 보안 문제가 있는 데다 전문성이 있어도 수사하기 어렵다. 군 검사와 수사관 및 군 수뇌부도 자세히 알 수 없는 조직이 정보사인데 나에게 내란 특검 참고인 조사 당시 무인기 외에는 그 어떠한 질문도 하지 않았다. 노상원 수첩과 관련해 많은 걸 물어볼 줄 알고 준비도 많이 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런데 노상원 수첩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묻지 않았다. 노상원 수첩 수사를 위해서는 반드시 전문가의 조력이나 자문이 필요하다. 정보사 현직 요원들이 특검팀 조사에서 솔직하게 말하겠나? 부담감이 클 것이다. 나 같아도 현직이었다면 먼저 대놓고 말하기 어려웠을 거다. 무엇보다 지금 휴민트 상급 요원들은 상당수 내란 준비 및 실행과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사람들이기에 더더욱 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박 준장은 “특검이 정보사를 압수수색하지 않은 점도 석연치 않다. 과거 군검찰이 수사를 목적으로 공작 문서를 싸그리 가져간 적도 있는데 군검찰보다 훨씬 강도 높게 수사가 가능한 특검이 왜 정보사를 압수수색하지 않고 노상원 수첩에 대해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많은 비판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수사 의지 문제다. 수사를 못한 게 아니라 안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초기 경찰 조사에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말을 받아 적은 것”이라고 진술했다가 변호인을 선임한 이후 “계엄 선포 이후에 ‘이랬으면 어땠을까’하며 아이디어 차원으로 메모한 내용”이라며 진술을 뒤집었다.

박 준장은 “헛소리다. 수첩 내용을 보면 전부 휴민트 임무다. 김용현이 알 수가 없고 머릿속에서도 나올 수 없는 내용이다. 김용현이 말한 내용을 받아적었다는 진술은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주장으로 보인다. 수첩은 내란 계획과 준비 과정을 김용현에게 보고하기 위해 자기만 알 수 있는 방식으로 적은 내용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분석했다.

노 수첩
미스터리

아울러 그는 “심각한 게 지금 휴민트 재건인데, 국방부의 관심이 약한 것 같다. TF를 구성해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정도로 심각하다. 한 가지 예를 들면 내란에 가담한 인물 중 어떤 이는 처벌이 약하게 나오고 어떤 이는 과하게 나오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현재 내부가 분위기에 휩쓸려 징계도 일괄적으로 처리하는 게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을 정도”라며 “정보사 안에는 여전히 내란에 가담했음에도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이들이 존재한다. 신중하게 처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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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