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천테크노밸리U1 ‘전면전’ 무슨 일이⋯

하다 하다 구청장 서명 위조까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지식산업센터 인천테크노밸리U1에 관리인 선임 문제를 두고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전 관리인 선임 과정에서 자격 요건과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다. 소유자들은 “동의율조차 넘지 못했는데 어떻게 된 일이냐”며 부평구청의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하고 나섰다.

인천테크노밸리U1은 입주가 시작된 이후 건물 관리를 위해 관리위원회를 먼저 구성했다. 당시 건물은 제조동, 오피스동, 기숙사동 등 여러 동으로 나뉘어 있었고, 각 동의 이해관계를 반영하기 위해 동별 대표를 선출했다. 이 과정에서 각 동을 대표하는 총 9명의 관리위원이 선출됐다.

떠오르는
비리 의혹

그러나 이후 관리위원회 운영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소유주 측은 “관리소장을 통해 A씨라는 특정 인물이 관리위원회와 접촉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A씨가 관리위원들에게 자신을 관리단 대표, 즉 ‘관리인’으로 선출해 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관리소장이 직접 나서 관리위원들을 연결하고 설득하는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소유주 측은 “관리소장의 도움으로 관리위원들이 모였고, 그 결과 A씨가 관리인으로 선출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법과 절차에 맞게 합리적으로 운영된다면 대표 선출 자체만으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이후 관리위원회는 정기적으로 회의를 열어 건물 관리와 관련된 여러 사안을 논의했다. 공사 계약, 용역 계약, 시설 운영 방식 등이 회의 안건으로 다뤄졌고, 관리위원회는 이 같은 안건들을 검토하는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회의가 반복되면서 관리위원회 내부에서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소유주 측은 “회의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특정 계약과 관련해 의문이 드는 부분들이 하나둘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가장 먼저 문제로 제기된 것은 각종 공사 및 용역 계약이었다.

“동의율도 못 넘었는데”
관리인 선임 신고 승인

이 가운데 일부 계약이 A씨와 개인적으로 연관된 업체와 체결됐다는 정황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소유주들은 계약 상대방이 A씨의 친인척과 관련된 회사거나 이해관계가 있는 업체라는 점을 문제 삼았다. 또 “계약 체결 과정에서 입찰 절차가 진행됐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았고, 해당 업체가 선정된 이유에 대한 설명도 충분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계약 내용과 업체 선정 기준이 관리위원회 또는 소유주들에게 투명하게 공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관리위원들 사이에서 문제 제기가 이어졌고, 따라서 계약 구조와 관리 방식 전반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소유주 측은 이러한 계약 문제가 누적되면서 관리단 운영 전반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A씨가 관리인을 맡은 후 관리 전반과 관련해 납득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있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계약 문제 외에도 관리비 집행의 불투명성, 관리 인력 운영 논란, 공용공간 이용 제한, 하자보수 지연 문제 등이 겹치면서 운영 전반에 대한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법인대표
관리인?

이런 문제들이 누적되면서 관리위원회 내부에서는 관리인 해임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관리위원회는 관련 계약 사항과 운영 문제를 검토한 뒤, A씨의 해임을 결정했다. 당시 A씨를 제외한 관리위원 8명이 참여했고, 전원 동의로 해임이 의결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A씨는 해임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집합건물에서는 관리인을 해임할 경우, 법으로 정해진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관리인은 관리단 집회의 결의를 통해 해임된다. 관리단 집회는 구분 소유자들이 모여 관리와 관련된 주요 사항을 결정하는 회의를 말한다.

관리인이 부당하게 관리 업무를 수행하거나 재정적 문제가 발생한 경우, 구분 소유자들은 집회를 열어 해임안을 상정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법에서 정한 의결정족수를 충족하면 관리인은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다만 동별 대표 등 소수 인원으로 구성된 관리위원회의 결정만으로는 해임 효력이 인정되기 어렵다. 관리인 해임은 소유주 전체가 참여하는 관리단 집회의 결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소유주들은 관리인이 애초에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자격도 갖추지 못한 상태로 선임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대충대충
부실 행정

관리인 선임 신고 당시 구청에 제출된 회의록이 관리인 선임에 필요한 과반수 동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구청이 이를 근거로 관리인 선임 신고를 처리했다는 것이다. 당시 관리위원 9명 가운데 4명만 A씨의 관리인 선임에 찬성한 서류가 존재했음에도, 구청은 관리인 선임 신고를 받아들였다는 설명이다.

또 구청에 첨부된 서류 중에는 2022년 10월에 열린 것으로 기재된 관리단 집회 회의 결과가 포함돼있었으나, 실제 관리단 집회는 2023년 3월에 열린 것으로 확인되면서 서류 작성 시점과 실제 집회 시점이 맞지 않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가 법인대표였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소유주들에 따르면 A씨는 개인이 아닌 법인대표 자격으로 관리단 대표가 됐으나, 관리단 대표는 개인 자격으로 선임돼야 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후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이 같은 자격 문제를 제기하며 관리인 선정 무효를 주장하자, 관리인 측은 법인 자격이 아닌 개인 자격으로 전환해 다시 관리인단을 구성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구청의 행정 처리 과정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소유주 측은 최초 관리 규약이 관리단 집회를 통해 적법하게 승인됐는지 여부를 구청이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채 관리인단을 인정했다고 보고 있다. 관리 규약은 관리단과 관리인 권한의 근거가 되는 문서인 만큼, 집회 승인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구청에서 서명한 문서 아냐”
관리인 A씨에 고발 조치 예고

집합건물의 소유 및 권리에 대한 법률은 관리인을 구분 소유자들로 구성된 관리단의 대표자로 규정하고 있다. 단체의 대표자는 자연인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법인이 관리인이 될 경우 문제가 있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집합건물법은 관리단이라는 단체의 존재와 관리인의 대표자 지위를 전제로 하고 있는데, 법인이 관리인이 될 경우, 관리단의 의사 결정과 법인의 내부 의사 결정이 분리돼 관리단의 대표성 구조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관리인 해임을 둘러싼 갈등은 결국 법적 다툼으로 이어졌다. 관리인 해임 관련 가처분 소송 과정에서 법원에 제출된 서류 중 부평구청이 관리인 해임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확인서가 포함됐고, 해당 문서에는 차준택 부평구청장의 서명과 날인이 기재돼있었다.

<일요시사>가 부평구청에 해당 문서에 대해 질의한 결과, 구청 측은 “구청이 작성하거나 서명한 문서가 아니”라고 밝히며 관여 사실을 부인했다. 이어 “사문서 위조로 고발 조치를 한 상태”라고 전했다. A씨에게도 해당 문서와 관련해 입장을 물었다.

A씨는 “부평구청 직원이 서명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으며,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서명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위조된
사문서

한편, 소유주들은 관리인 문제 해결을 위해 수차례 구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구청 측으로부터 “75% 이상의 동의가 확보될 경우 대표자 변경이 가능하다”고 안내받았다. 최근 소유주 측은 관리인 변경을 위해 동의서를 확보했고, 일정 비율 이상의 동의를 바탕으로 관련 서류를 구청에 제출했다. 이후 관리단 대표 변경 관련 서류는 접수됐고, 현재 대표자는 변경된 상태다.

<imshar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인천테크노밸리U1센터는?

인천 부평구 갈산동에 조성된 인천테크노밸리U1센터는 지하철과 도로망을 모두 갖춘 입지로 주목받아 왔다.

인천지하철 갈산역을 비롯해 인천 1호선과 서울 7호선 환승이 가능한 부평구청역을 이용할 수 있으며, 경인고속도로 부평IC와 중동IC도 인접해 서울과 수도권 전역으로의 이동이 수월하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를 통해 주요 간선도로와의 연결성도 확보했다.

대규모 교통 개발 사업도 반영됐다.

서울 지하철 7호선 연장과 수도권 광역교통망 확충 계획 등이 더해지면서 광역 접근성은 한층 강화됐다.

인천테크노밸리U1센터는 지하 1층부터 지상 23층까지로 조성됐으며, 연면적 약 28만㎡ 규모로 인천 지역 최대급 지식산업센터로 완공됐다.

저층부에는 제조형 공장이, 상층부에는 업무형 공장이 들어서 있고, 별도로 상업시설과 기숙사 시설도 함께 조성됐다.

건물에는 제조·물류 환경을 고려한 특화 설계가 적용됐다.

차량이 작업 공간 앞까지 직접 진입할 수 있는 구조와 높은 층고, 높은 바닥 하중을 견달 수 있는 구조를 갖춰 대형 장비를 사용하는 기업도 입주가 가능하다.

단지 내에는 광폭 도로가 조성돼 대형 차량 이동도 원활하며, 휴식 공간과 녹지 공간도 마련됐다. 

수변 공원과 연결된 야외 공간, 옥외 정원 등이 조성돼 입주 기업과 근로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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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도 못 뚫은 선관위 방패

감사원도 못 뚫은 선관위 방패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안 하는 걸까, 못하는 걸까. 지방선거 이후 선거관리위원회에 쏟아지던 폭발적인 관심이 사그라들고 있다. 그로 인한 나비효과는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정작 핵심은 비껴가는 모양새다. 지난 6월3일 치러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이재명정부 들어 처음 열리는 대형 정치 이벤트였던 만큼 국민의 관심이 매우 높았다. 이미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여당은 압승으로 국정 운영에 동력을 더하고자 했고, 12·3 비상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등으로 궤멸 직전에 몰려 있던 보수 진영은 ‘샤이 보수’를 기대하며 유권자에게 읍소했다. 사상 초유 참정권 침해 결과는 절묘했다. 지방선거의 승패를 가를 때 판단하는 광역단체장 수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16개 시도 중 12곳을 석권했다. 하지만 서울을 내줬고 국민의힘의 텃밭인 대구·경북 지역도 빼앗지 못했다. 선거 운동 초반 16개 시도를 전부 싹쓸이할 것으로 예상했던 상황이라 민주당의 실망은 더욱 컸다. 특히 서울에서의 패배는 뼈아팠다. 이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서울시장을 내주면서 중간 평가를 받았다는 말이 나왔다. 실제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방선거 이후 내리막을 타기 시작했다. 규제 중심의 부동산 정책이 시장에 먹히지 않았고, 지방선거 직전 상장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여파가 지지율을 흔들었다. 여기까지는 지방선거 이후 늘 나타났던 여파였다. 문제는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실한 관리로 선거의 근간 자체가 흔들렸다는 점이다. 선거가 한창 진행 중이던 시각,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지가 부족한 사상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선거를 총체적으로 관리, 감독하는 기관이 국민의 참정권을 침해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사태 이후 선관위의 대응은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선관위는 투표지가 부족한 투표소의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선관위는 6월5일 투표지를 추가로 송부한 투표소는 67개, 용지가 부족했던 투표소는 50곳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 같은 내용은 사흘 뒤인 6월8일 140개 투표소에 추가 투표용지가 송부됐고, 이중 91곳에서 투표지가 부족했다는 발표로 바뀌었다. 3일 만에 각각 거의 두 배씩 늘어난 것이다. 결국 조현욱 전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을 위원장으로 한 진상규명위원회가 꾸려졌다. 진상규명위원회는 10일(6월10일~19일)간의 조사 끝에 “선거 관리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에 관한 책임 소재에 따라 수사 의뢰를 권고한다”며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을 비롯한 선관위 수뇌부 등 12명을 지목했다. 채용 비리 의혹·소쿠리 투표 투표지 부족 사태로 민심 폭발 진상규명위원회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 발생 당시의 상황을 보면 상급위원회에 대한 신속한 보고 체계가 전혀 작동되지 않았다”며 “상급위원회의 지휘권도 전혀 발동되지 않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서울시선관위가 투표 시간 연장을 중앙선관위 보고나 논의 없이 결정했으며 송파구선관위가 투표가 종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표를 개시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관위 해체에 가까운 대대적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선관위의 과거 행태도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휴직자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현상이 10년여 동안 이어졌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선관위의 존재 의의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선거 기간 휴직자의 증가로 인력 공백이 생기면서 ‘소쿠리 투표’ 사건 등 부실 관리 문제가 불거졌는데도 이번 선거에서 같은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중앙선관위가 국민의힘 김선교 의원에게 제출한 ‘최근 5차례의 선거 중 휴직자 통계’에 따르면 6·3 지방선거 당일 선관위 직원 179명이 휴직 상태였다. 휴직자의 71%는 육아휴직(127명), 일반 질병(30명), 가족 돌봄 및 해외 동반 휴직(8명), 유학·병역 및 노동조합 전임자(1명) 등의 사유였다. 특히 최근 4년 새 진행된 다섯번의 선거에서 두 차례 이상 휴직한 직원이 97명으로 집계됐다. 2회 휴직자는 77명, 3회 휴직자는 19명이다. 다섯번의 선거 중 4번이나 휴직한 직원도 있었다. 선관위는 휴직자의 대다수가 육아 휴직자인 만큼 법적 권리를 보장했다는 뜻을 밝혔다. 국가공무원법 제71조에 따르면 자녀 양육 및 임신·출산을 사유로 공무원이 휴직을 신청하면 임용권자는 휴직을 명해야 한다. 선관위 직원들의 휴직을 강제로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쌓이고 쌓인 국민 분노 하지만 선관위의 항변은 국민의 분노를 꺼뜨리지 못했다. 무엇보다 선관위 자체가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는 점을 방패 삼아 각종 문제를 피해 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선관위는 독립성이 생명인 기관이기에 감찰을 받지 않는다. 문제가 발생해도 자체적으로 덮고 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있던 것이다. 이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온 계기는 선관위의 채용 비리 의혹이었다. 2023년 선관위 전·현직 사무총장을 비롯한 고위 간부들의 자녀가 ‘아빠 찬스’를 통해 특혜 채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혜 채용 의혹이 전방위로 번지자 외부 기관의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선관위는 독립성을 근거로 자체 조사를 고집했다.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하자 선관위는 결국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의 조사를 받아들였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당시 권익위가 2023년 이전 7년여 동안 선관위의 경력 채용을 전수조사한 결과 58명의 부정 합격 의혹 등 총 353건의 채용 비리가 적발됐다. 권익위는 고의성이 의심되거나 상습적으로 부실채용을 진행한 28명을 고발하고 가족 특혜나 부정 청탁 여부 등 사실관계 규명이 필요한 312건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다. 일각에서는 권익위와 국회 국정조사만으로는 선관위 조사에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선관위의 조사 수용 방침 자체가 자신들이 그 범위를 정하는 방향으로 잡힌 점도 논란 거리였다. 결국 감사원이 선관위의 인력 관리 전반을 들여다보겠다고 나섰다. 선관위와 감사원 사이의 충돌이 시작된 지점이다. 독립성만 앞세웠다 실제 감사원의 감사가 이뤄지기까지 선관위의 저항은 상당했다. 국민 여론이 부정적으로 흐르자 선관위는 감사원의 감사를 일단 수용하면서도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감사원에 헌법상 독립기구인 선관위를 감사할 권한이 있는지를 다퉈보겠다는 취지였다. 그사이 감사원은 2024년 4월 선관위 내부에 부정 채용이 만연한 사실을 확인하고 비리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선관위 전·현직 직원 27명을 대검찰청에 수사 요청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선관위는 조직 전반에 걸쳐 채용, 인사, 복무 등 관계 법규를 무시하거나 이를 용인하는 행태가 관행화된 상태였다. 고위직부터 중간 간부에 이르기까지 본인의 자녀 채용을 청탁하는 행위가 빈번했고, 채용 담당자들은 각종 위법·편법적 방법을 동원해 선거철 경력 경쟁 채용을 직원 자녀들이 손쉽게 국가 공무원으로 입직할 수 있는 통로로 이용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이 들여다본 2013년 이후 시행된 경력 경쟁 채용 167회를 전수조사한 결과 확인된 위반 건수만 800여건에 달했다. 당시 감사원은 “채용 비리와 관련한 사안은 신속한 수사 착수의 필요성이 크다고 판단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감사원이 내놓은 결과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판단으로 무위로 돌아갔다는 점이다. 헌재는 지난해 2월 감사원이 선관위의 인력 관리에 대해 직무감찰을 할 권한이 없다고 만장일치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감사원의 권한은 행정부 내부의 통제 장치 성격을 가지고 있는 바, 정부와 독립된 헌법 기관인 국회·선관위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며 “감사원이 실시한 직무감찰은 헌법 및 선거관리위원회법에 의해 부여받은 선관위의 독립적인 업무 수행을 침해한 것”이라고 했다. ‘헌법상 독립기관’ 내세워 헌재 판단까지 ‘난공불락’ 감사원장과 감사위원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는데 대통령 소속 기관인 감사원이 선관위에 대해 직무감찰을 할 수 있게 되면 선거 관리의 공정성과 중립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훼손될 위험이 있다고 본 것이다. 헌재의 판단은 법원으로 이어졌다. 지난 6월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는 선관위 직원 A씨가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을 상대로 낸 견책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감사원은 감사에서 A씨에게 경징계 이상의 처분을 요구했고, 선관위는 징계를 의결, 견책 처분을 내렸다. A씨는 2021년 10월에 발생한 사안에 대해 징계시효 3년이 지난 2025년 3월 징계를 의결했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국가공무원법상 공무원의 징계시효는 성폭력 범죄 등이 아닌 기타 징계 사유의 경우 3년이다. 다만 감사원이 조사 개시를 통보하면 시효가 정지된다. 재판부는 감사원의 감사 자체가 위법이기에 조사 개시 통보를 시효 중단 사유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가 권한쟁의 심판에 대해 인용한 점을 들어 A씨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그러면서 이를 토대로 A씨에 대한 징계시효 3년이 이미 지났다고 판단했다. 헌재의 판단은 당시에도 선관위를 난공불락의 요새로 만든다는 말이 나왔다. 이후 투표지 부족 사태가 벌어지면서 선관위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일었다. 특히 투표지 부족 사태는 부정선거 논란으로 이어져 ‘올림픽 공원’ 시위 사태 발생 등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결국 지난달 7일 출범한 선관위 특검에 기대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선관위 특검팀(특별검사 이태한)은 지난 7일 출범 한 달째를 맞아 강제수사, 포렌식 검증, 관련자 소환조사 등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표지 부족 사태를 비롯해 투표율 허위 입력 정황,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 등 선관위 관계자들의 해외 출장 유용 의혹, 투표함 입찰 담합 의혹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사회에 끼친 악영향도 커 특검의 본 수사 기간은 90일이며 필요한 경우 30일씩 두 차례 연장할 수 있다. 최장 150일 간 수사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일단 인력 충원이 시급한 상황이다. 중대범죄수사청 청장 인선 절차가 늦어지면서 선거 관련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감사원은 선관위의 방패를 뚫지 못했다. 특검은 어떨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