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모텔 살인녀 김소영

20세 연쇄살인범 어떻게 살았길래…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최근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해 전국이 떠들썩한 분위기다. 이번 사건은 기존의 연쇄살인 사건들과는 결이 조금 다르다. 범인이 이제 갓 스무살이 된 젊은 여성이라는 점 때문이다. 연쇄살인범의 정체가 드러나자 사람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한 모텔 객실에서 2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된 것은 지난달 초였다. 모텔 직원이 객실 정리를 위해 문을 열었을 때 침대 위에 누워 있던 남성은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 객실 안에서는 몸싸움 흔적이나 외부 침입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사건 초기에는 단순 변사 사건일 가능성도 제기됐다.

충격적인
사건 전말

경찰은 정확한 사망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하는 한편 사건 당일 피해자의 동선을 확인하는 조사에 착수했다.

수사 과정에서 가장 먼저 확인된 사실은 피해자가 사건 당일 밤 한 여성과 함께 모텔에 들어갔다는 점이었다. 모텔 폐쇄회로(CCTV)에는 두 사람이 함께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특별한 다툼이나 이상한 행동은 보이지 않았다.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프런트를 지나 객실로 올라갔다.

그러나 약 두 시간 뒤 상황이 달라졌다. 함께 들어갔던 여성 혼자 모텔을 빠져나오는 장면이 CCTV에 남아 있었던 것이다.

경찰은 해당 여성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CCTV 분석과 동선 추적을 진행했다. 그 결과 이 여성은 20대 김소영으로 확인됐다. 김소영은 피해자와 술을 마신 뒤 모텔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김소영을 상대로 사건 당시 상황을 확인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수사를 진행하던 경찰은 곧 또 다른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비슷한 사건이 그보다 앞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최근 몇 달 사이 강북구 일대에서 접수된 변사 사건과 신고 기록을 다시 확인하던 중 같은 지역 모텔에서 발생했던 또 다른 사망 사건이 수사망에 들어왔다.

시점은 이번 사건보다 약 열흘가량 앞선 1월 말이었다.

당시에도 사건 장소는 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한 모텔이었다. 객실에서 2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됐고 경찰이 출동해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피해자는 20대 후반 직장인으로 확인됐다.

당시 사건 역시 외부 침입 흔적이나 격렬한 몸싸움 정황이 발견되지 않아 정확한 사망 경위를 확인하기 위한 조사가 진행됐다. 사건 초기에는 단순 변사 가능성도 배제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두 사건을 비교하는 과정에서 공통점이 하나둘 확인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확인된 것은 피해자와 함께 모텔에 들어간 인물이었다. CCTV 분석 결과 1월 말 발생한 사건에서도 피해 남성과 함께 객실에 들어간 여성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이 동선을 추적한 결과 해당 여성 역시 김소영으로 특정됐다. 두 사건 모두 피해자는 20대 남성이었고 사건 장소 역시 강북구 수유동 일대 모텔이었다. 무엇보다 사건 직전 피해자와 함께 있었던 인물이 동일하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경찰은 두 사건 사이의 연관성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수사팀은 김소영의 이동 경로와 통신 기록, CCTV 동선 등을 다시 분석하기 시작했다. 특히 두 사건 사이 시간 간격이 크지 않다는 점에 주목했다. 경찰은 이를 단순한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두 사건을 함께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음료에 약 섞어 남성 노렸다
현재 확인된 범행만 총 5건

이 과정에서 경찰은 사건 직전 피해자들의 행적도 함께 추적했다. 피해자들은 사건 당일 김소영과 함께 술자리를 가졌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함께 모텔로 이동한 뒤 사건이 발생했다는 점도 확인됐다.

경찰이 수유동 모텔에서 발생한 두 건의 사망 사건을 함께 검토하기 시작하면서 수사에 속도가 붙었다. 사건 발생 시점과 피해자들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던 수사팀은 강북구 일대에서 발생했던 또 다른 신고 기록을 발견했다. 이번에는 사망 사건이 아니라 술자리 도중 남성이 갑자기 쓰러졌다는 신고였다.

지난 1월 하순 새벽 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한 노래주점에서 119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 내용은 “함께 술을 마시던 남성이 갑자기 의식을 잃었다”는 것이었다. 신고자는 남성을 깨워 보려 했지만 반응이 없다며 구조를 요청했다.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는 피해 남성이 의식이 저하된 상태라고 판단하고 응급 조치를 실시했다. 피해자는 30대 남성으로 확인됐다.

당시 상황만 놓고 보면 단순한 과음이나 건강 이상으로 보일 가능성도 있었다. 그런데 신고자는 김소영이었다. 김소영은 구급대원에게 “오늘 처음 만난 사람이라 집 주소도 모른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남성은 현장에서 응급처치를 받은 뒤 귀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은 당시 큰 문제 없이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모텔 사망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이 해당 기록을 다시 들여다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노래주점 사건 역시 피해자가 술자리에서 갑자기 의식을 잃었다는 점에서 앞서 확인된 사건들과 유사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인물이 김소영이라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경찰은 여러 사건 사이의 연관성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수사팀은 김소영의 이동 경로를 다시 분석했다. 모텔 사망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도 김소영이 수유동 일대에서 남성들과 술자리를 가진 뒤 함께 이동한 정황이 확인됐다. 경찰은 노래주점 사건 역시 단순한 과음이나 건강 문제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피해자가 갑작스럽게 의식을 잃었다는 점은 앞서 확인된 사건들과 유사한 패턴으로 보였다.

수사팀은 김소영의 휴대전화와 통신 기록을 확보해 분석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김소영이 남성들과 접촉한 경로도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일부 남성들은 술집이나 유흥업소에서 처음 만난 사이였고 또 다른 남성들은 지인을 통해 알게 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어 경찰은 수사 진행 과정에서 또 하나의 사건을 확인하게 된다. 이번에는 서울이 아닌 경기 지역에서 발생했는데, 모텔 사망 사건보다 한 달 이상 앞선 사건이었다. 수사팀이 확보한 신고 기록과 피해자 진술을 대조하던 과정에서 경기 남양주시에서 발생했던 사건 하나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지난해 12월 중순 남양주시의 한 베이커리 카페 주차장에서 20대 남성이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당시 피해자는 병원으로 이송됐고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당시 상황만 놓고 보면 갑작스러운 건강 이상이나 과음으로 인한 실신으로 보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남친한테
실험까지

하지만 당시 피해 남성 역시 김소영과 함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는 경찰 조사에서 사건 당일 김소영을 만나 카페에 갔다고 진술했다. 두 사람은 약 한 달 정도 교제하던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남성은 카페 주차장에서 김소영이 건넨 음료를 마신 뒤 갑자기 어지러움을 느꼈고 곧 의식을 잃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는 병원 치료를 받은 뒤 의식을 회복했다. 이후 김소영이 건넨 음료에 대해 의심을 품기 시작했고 결국 경찰에 진정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수사를 확대하던 경찰은 과거 신고 기록과 관련자 진술을 대조하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도 확인하게 됐다. 시점은 남양주 카페 사건보다도 앞선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사건은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음식점에서 발생했다.

피해자는 20대 남성으로 김소영과 함께 술자리를 가진 뒤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진 것으로 전해졌다.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병원으로 이송됐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에는 단순한 건강 이상이나 과음으로 인한 실신으로 정리됐지만 이후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와 함께 있었던 인물이 김소영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지금까지 확인된 사건은 총 다섯 건이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 음식점에서 발생한 실신 사건, 경기도 남양주시 카페 주차장에서 발생한 실신 사건, 서울 강북구 수유동 노래주점에서 발생한 의식 상실 사건, 그리고 같은 지역 모텔에서 발생한 두 건의 사망 사건이었다.

피해자는 모두 남성이었다. 이 가운데 두 명은 사망했고 세 명은 의식을 잃거나 중태에 빠졌다가 회복했다. 사건이 발생한 장소와 시점은 각각 달랐지만 경찰이 확인한 공통점은 분명했다. 사건 직전 피해자와 마지막까지 함께 있었던 인물이 모두 김소영이었다는 점이었다.

수사는 변사 사건에서 연쇄 범죄 가능성을 확인하는 방향으로 확대됐다. 경찰은 김소영을 유력한 피의자로 특정한 뒤 신병 확보에 나섰다.

김소영은 지난달 10일 오후 9시쯤 주거지 인근에서 긴급 체포됐다. 체포 이후 진행된 조사에서 김소영은 남성들에게 음료를 건넨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처방받은 정신과 약을 숙취해소제에 타서 건넨 것은 맞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곧바로 김소영의 주거지와 휴대전화를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수사 과정에서 김소영의 집에서는 사건과 관련된 물건들이 발견됐다. 숙취해소 음료와 약물이 함께 보관돼있었고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빈 음료병도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소영이 남성들을 만나기 전 미리 약물을 준비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특히 김소영이 여러 종류의 약물을 보관하고 있었던 점을 근거로 계획적인 범행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사이코패스
드러난 성향

수사가 진행되면서 김소영의 고의성을 의심할 만한 정황도 확인됐다. 휴대전화 포렌식 과정에서 김소영이 챗GPT를 통해 수면제와 술을 함께 복용할 경우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검색한 기록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기관은 이 검색 기록이 범행 전 약물의 효과를 확인하려 했던 것일 가능성을 의심했다. 경찰은 김소영과 접촉했던 인물들을 상대로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등 수사를 이어갔다.

경찰은 사건의 성격이 단순 우발 범죄인지, 아니면 계획적으로 이뤄진 범행인지 확인하기 위해 범죄심리 분석 절차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김소영에 대한 사이코패스 진단 평가가 실시됐다. 해당 평가는 ‘PCL-R’로 불리는 검사로 냉담함, 공감 부족, 죄책감 결여, 충동성 등 반사회적 성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이다.

총 20개 문항으로 구성된 검사에서 40점 만점 중 일정 점수 이상이면 사이코패스로 분류된다. 수사 결과 김소영은 이 검사에서 25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사이코패스 기준 점수를 넘는 수치였다. 경찰은 이 결과를 검찰에 전달했고 김소영의 범행 동기를 분석하기 위한 프로파일링 작업도 함께 진행됐다.

검찰 조사에서도 김소영의 범행은 사전에 준비된 범죄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 나왔다. 검찰은 김소영이 정신과 진료 과정에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가장해 수면제를 처방받았고 이를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김소영은 이 약물을 숙취해소 음료에 섞어 남성들에게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김소영이 남성들을 제압하거나 갈등 상황을 피하기 위해 약물을 사용했다고 보고 있다. 수사기관은 특히 김소영이 사건 이전부터 약물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점을 근거로 계획적인 범행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하지만 김소영은 경찰과 검찰 조사에서 살인에 고의성은 없었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그는 “남성들을 잠재우려고 약물을 건넸을 뿐 사망할 줄은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김소영이 사건 이전 약물의 효과를 확인하는 검색을 했으며, 여러 남성에게 같은 방식으로 음료를 건넨 정황 등이 확인되면서 검찰은 결국 김소영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서울북부지검은 김소영을 살인과 특수상해,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 정도 외모면 살인도 이해”
머그샷 공개되자 옹호 댓글 뚝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김소영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이 발견돼 논란은 더욱 커졌다. 김소영은 사진상으로 상당한 미인이였기 때문이었다. 수사 초기 그의 인스타그램 계정 팔로워 수는 약 200명 수준이었지만 사건이 알려진 뒤 단기간에 1만명 가까이로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김소영의 SNS에는 사건과 관련된 수천개의 댓글이 쏟아졌다. 일부 이용자들은 “무죄다” “감형해야 한다” “당신 편이다” 등의 글을 남기며 김소영을 옹호하기도 했다. 또 “이 정도 외모면 이해한다” “저런 사람이 음료를 주면 거부하기 어렵다”는 식의 댓글도 달렸다.

이 같은 반응은 피해자와 유가족을 고려하지 않은 2차 가해라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하이브리스토필리아’로 설명하기도 했다. 이는 강력범죄를 저지른 인물에게 매력을 느끼거나 동조하는 심리를 의미한다. 범죄 사실보다 외모나 이미지에 주목하는 왜곡된 관심이 온라인 공간에서 확대되는 현상이다.

그러나 검찰이 김소영의 신상을 공개한 뒤 온라인 분위기는 또 한 번 달라졌다. 공개된 머그샷과 SNS 사진을 비교하며 외모를 언급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기 시작한 것이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SNS 사진과 실제 모습이 전혀 다르다”거나 “화장과 보정에 속았다”는 반응이 확산됐다. 이 과정에서 김소영의 외모를 조롱하거나 비교하는 글들도 이어졌다.

김소영의 신상이 공개되면서 과거 행적과 관련된 제보들도 잇따르기 시작했다. 과거 김소영은 학창 시절부터 학교 생활이 순탄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주변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는 중학교 시절 절도 문제로 학교를 그만둔 뒤 고등학교에서도 비슷한 문제로 자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학교에 입학하는 대신 검정고시를 준비하며 학교 밖 청소년을 지원하는 기관을 이용했다. 김소영은 2024년 서울의 한 자치구에 있는 청소년지원센터를 이용하며 검정고시 준비와 동아리 활동 등에 참여했다. 이 센터는 학교를 중퇴했거나 학업을 이어가지 못한 청년들을 지원하는 기관이었다.

김소영 역시 이곳에서 학업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생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생활도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센터에 함께 다니던 이용자의 물건이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했고 이후 CCTV 확인 과정에서 김소영이 물건을 가져간 것으로 확인됐다는 증언이 나왔다.

피해자는 당시 상황을 언론에 설명하며 “지갑과 에어팟을 분실했는데 CCTV 확인 결과 김소영이 가져간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지갑과 에어팟 케이스는 돌려받았지만 본체는 어디 있느냐고 묻자 김소영이 ‘갈아서 변기에 버렸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사건 이후 김소영은 해당 센터를 더 이상 이용하지 못하게 됐다. 일부 지인들은 “김소영과 함께 있으면 물건이 사라진다는 이야기가 주변에서 돌았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런 김소영의 과거를 바탕으로 그가 저지른 범행을 ‘이상동기 범죄’로 판단했다. 가정 불화와 사회적 고립 속에서 형성된 반사회적 성향이 범행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었다.

가정불화?
사회적 고립?

범죄심리 전문가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김소영의 범행 동기를 ‘가정 불화’와 ‘사회적 고립’으로 설명한 수사기관의 분석에 대해 “범죄자가 말한 내용을 그대로 정리한 수준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배 프로파일러는 “어린 시절 폭행이나 폭언이 있었다면 그것은 아동학대의 문제일 수 있지만 그것이 곧바로 사이코패스 성향이나 연쇄살인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유영철이나 강호순 같은 연쇄살인범들도 자신의 범행을 설명할 때 사회가 납득할 만한 서사를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은데, 범죄자의 진술은 반드시 객관적인 분석을 거쳐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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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부는 ‘김부겸 바람’ 해부

대구에 부는 ‘김부겸 바람’ 해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등장하자 보수의 심장인 대구가 좌우로 흔들리고 있다. 광폭 행보에 나선 김 전 총리를 바라보는 대구 시민들도 양가감정이 교차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1995년 민선 시장 선출 이래 대구에서 단 한 번도 시장을 배출하지 못했다. 그러나 대구 민심이 심상치 않은 만큼 최초의 진보 대구시장이 탄생할지 이목이 쏠린다. 대구는 보수 정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광역자치단체이다. 지난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대통령 후보는 대구에서 23.22%(37만9130표)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반면 국민의힘 대선주자였던 김문수 후보는 67.62%(110만3913표)를 기록했다. 이처럼 대구는 윤석열정부 퇴진 이후 치러진 선거에서조차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약세를 보이는 지역이었다. 적절한 타이밍 그런 대구에서 최근 국민의힘이 힘을 못 쓰고 있다. 지도부를 중심으로 당이 지리멸렬하는 사이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대구시장에 출사표를 던졌고, 민주당이 빠르게 치고 나가면서 우위를 선점했다. 지난달 30일 김부겸 후보는 “지역주의 극복과 지역 균형발전, 그것이 저의 마지막 소명”이라며 공식 출마를 선언했다. 김 후보는 대구에 당선된 경험이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그는 2012년과 2014년 각각 제19대 총선·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대구광역시장)에서 낙선했으나 2016년 제20대 총선을 통해 대구광역시 수성구 갑에서 당선됐다. 이후 제21대 총선에서 또다시 낙선하면서 고배를 마셨다. 당시 김 후보는 캠프 해단식에서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바뀐 게 없는 것 같다. 면목이 없다”면서도 “포기하지 않겠다. 새로운 날들을 향해 걸어가겠다”고 다짐했던 바 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김 후보가 다시 대구 전면에 등장했다. 김 후보는 대구시장 출마 기자회견을 통해 “대구가 점점 나빠지고 있다”며 “굳이 이런저런 수치를 열거하지 않겠다. 대구의 정치, 한 당이 독식하는 구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김 후보는 “정치인이 일을 안 한다. 일 안 해도 서울에서 공천만 받으면 또 된다. 대구 시민을 표 찍어주는 기계로 취급한다”며 “요즈음 시장 공천 과정을 보면 도대체 무엇이 달라졌냐는 생각이 든다. 지금 국민의힘이 보여주는 모습은 제대로 된 보수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구 시민과 함께 대구의 미래 희망을 찾겠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지금 대구에 필요한 사람, 김부겸이다. 나를 잘 써달라. 김부겸과 함께 대구를 바꾸자”고 제안했다. 이날 김 후보는 자신의 개인 전화번호도 공개했다. 김 후보는 “대구시장에 출마하는 김부겸으로서 시민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겠다”며 “경기도 군포 초선 시절부터 해왔던 대로 제 전화번호를 공개하겠다. 대구를 위해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언제든 전화해 달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의힘을 버려야 진짜 건강한 보수가 살아난다”며 “이번 선거는 대구가 다시 숨 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지역주의 극복과 지역 균형 발전이 제 마지막 소명이다. 대구 시민과 함께 대구의 미래 희망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사정없이 흔들리는 ‘보수 심장’ ‘민주당’ 없는 민주당 동진 전략 지난 3일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중앙당의 만장일치로 김 후보를 대구광역시장 후보자에 선정했다. 이를 시작으로 김 후보는 광폭 행보를 보였는데, 특히 김 후보는 ‘민주당’이라는 여당 프리미엄을 전면에 세우는 대신 “김부겸을 도구로 써달라”는 실용주의를 내세웠다. 김 후보는 대구·경북(TK)의 상징인 박근혜·박정희 마케팅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어느 정도 있고 대구 시민들이 자부심을 느꼈다면 과오 논쟁을 넘어 대구의 미래를 향한 논쟁으로 넘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포용의 정치를 강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예방 가능성을 열어둔 데 이어 ‘박정희컨벤션센터’ 공약을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KBS에서 김 후보의 박 전 대통령 예방에 대해 “대구 현실에 대한 판단으로 존중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측근인 국민의힘 유영하 의원이 회동의 전제 조건으로 ‘박 전 대통령의 실질적인 명예회복 방안’을 언급한 데 대해서는 “당 차원의 명예회복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조명했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출마 선언문을 보면 김 후보는 민주당을 강조하는 대신 대구의 발전 방향만 이야기했다”며 “김 후보가 민주당 출신인 것을 모르는 대구 시민은 없다. 그럼에도 ‘내란’ ‘계엄’ 등 예민한 단어를 빼버림으로써 시민들은 김부겸이란 인물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신 김 후보는 국민의힘을 비판한다. ‘지금까지 국민의힘이 대구시장을 해 왔는데 대구가 뭐가 바뀌었냐, 그건 국민의힘이 무능해서’라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준다. 절대 왼쪽으로 치우쳐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현재 보수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분위기가 안 좋다. 그때는 TK를 제외하고 몽땅 내줬지만 지금은 그보다 더 처절하게 패배할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명확하게 ‘절윤’하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워낙 김 후보가 전략을 잘 세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빼고 ‘경제’ 넣고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참전했다. 홍 전 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대구에 도움이 된다면 당을 떠나 정치꾼이 아닌 역량 있는 행정가를 뽑아야 한다”며 김 후보를 추켜세웠다. 그는 “부산은 스윙 보터 지역이라 민주당이 가덕신공항도 해주고 해수부도 이전해 주지만, 대구는 막무가내식 투표를 하니까 민주당 정권이 도와주지도 않고 버린 자식 취급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후임 대구시장이 능력 있고, 중앙정부와 타협이 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김부겸 전 총리를 언급한 것”이라며 “민주당을 지지한 게 아니라 김부겸을 지지했다고 봐주시면 한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의 지지율이 연일 상승하면서 안정궤도에 돌입했다는 평이 나온다. TBC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28~29일 대구 시민 8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는 차기 대구시장 적합도 49.5%를 기록해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15.9%)을 큰 격차로 앞섰다. 김 후보와 국민의힘 후보 간의 1대1 가상 대결에서도 추 의원과 맞붙을 경우 52.3% 대 36.6%로 오차범위 밖 우세를 보였다. 해당 여론조사는 무선전화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5%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김 후보는 꾸준히 상위권을 차지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하 방통위원장)과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이 컷오프되자 반발 차원에서 대구 시민이 역결집한 것으로 봤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오름세를 보이면서 이 같은 현상은 단순 역결집이 아니라 실제 보수 민심에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민주당도 김 후보 지원사격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8일 대구에서 최고위원 회의를 열고 김 후보를 ‘제2의 노무현’ ‘제2의 이재명’이라고 평가했다. 정 대표는 “노무현이 종로 꽃길을 마다하고 부산 가시밭길에 도전했듯이 김부겸도 군포 꽃길을 마다하고 대구 가시밭길에 내려왔다”며 “김부겸도 이재명도 대구·경북 사람이고 민주당에서 비주류였다”고 말했다. 이날 정 대표는 당정 차원에서 지역 숙원사업도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이 지난 대구 타운홀미팅에서 TK 신공항 건설, 취수원 문제 등 대구 숙원 사업 추진 의사를 밝혔다”며 “그 의지는 앞으로 예산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팍팍 깎이는 현지 민심 TK 통합에 대해선 “국민의힘이 우왕좌왕, 갈팡질팡하는 바람에 통합이 멈춰 섰다”며 “김 전 총리와 힘을 합쳐 통합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화답하듯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대구에 중요한 약속을 했고, 정 대표도 ‘무엇이든지 다해드림센터장’이 되겠다고 했다. 이 보증수표를 믿고 대구를 메딕시티, AI·로봇 수도, 미래 모빌리티 산업 선도 도시로 만들어 그 약속을 시민의 삶과 연결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의 전략은 ‘민주당’을 빼고 대신 ‘대구 발전’ ‘민생’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9일 김 후보는 후보 등록을 마친 뒤 취재진들과 만나 1호 공약을 소개하는 등 민생·경제 살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1호 공약으로 대구의 지역 경제 발전을 꼽으며 “지역의 주요 기관과 단체, 어른들께 조속히 인사를 올리는 것이 급선무다. 대구 곳곳을 마주하며 지역의 어려움과 스스로의 부족함을 동시에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최대 현안인 인구 유출 문제를 언급하며 “젊은이들이 떠나는 것이 하나의 흐름으로 굳어져서는 안 되는데 이를 막지 못하는 현실에 시민들이 아픔을 느끼고 있다”며 “그만큼 책임감이 무겁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년 일자리 해결과 경제 도약에 집중할 것”이라며 “대구의 절실한 요구를 예산과 법률로 뒷받침하겠다는 것이 핵심 공약”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안방마저 내줄 상황에 몰렸다. 김 후보가 우후죽순 치고 나가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당내 교통 정리에서조차 애를 먹으면서 표가 갈릴 위험에 처한 것이다. 하루가 멀다고 싸움이 일어나는 만큼 여의도에서는 ‘김 후보의 러닝메이트가 장동혁 대표’라는 웃지 못할 농담도 나온다. 국민의힘을 향한 대구의 실망감은 숫자로도 나타났다. 지난 9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이번 지방선거에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은 54%,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은 30%로 집계됐다. 특히 TK에서 여당 44%·야당 34%로 집계되면서 국민의힘에서도 위기감을 감지한 모양새다. 잘나가는 김 멍 때리는 장 대구 달서병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은 “대구 여론이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라며 “모두 기득권을 버리겠다는 각오를 하지 않는다면 사상 처음으로 민주당이 대구시장을 차지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 의원은 MBC 라디오를 통해 최근 대구 민심에 대해 “그동안 국민의힘에 대한 불만으로 ‘이번에는 갈아보자’고 했지만 대안이 없어 ‘미워도 다시 한번’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저도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민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구에 반이재명 정서가 강했지만 요즘은 사람들이 많이 달라졌다. ‘윤석열보다는 이재명이 잘한다’, 심지어 ‘얄밉게 잘한다’는 사람도 있다”며 여기에 “김부겸이란 대안도 있어 대구 민심이 그 대안으로 옮겨가기 직전”이라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국민의힘 지도부의 안일한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상황인데도 당은 ‘무난히 여섯 명(예비 후보) 중 한 명을 뽑으면 된다고 하고 있다”며 “자칫 잘못하면 국민의힘에 대한 실망으로 ‘김부겸을 통해 이익이라도 챙기자’라고 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주호영, 이진숙을 다독거려서 될 문제가 아니다. 6명 중에서 뽑힌 후보가 김부겸을 이기기 힘들 만큼 대구 민심은 훨씬 더 나쁘다”며 “상황이 이렇기에 보수 기득권에 안주하는, 보수 결집으로 이기겠다라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재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은 무소속 출마 쪽으로 마음을 굳혔으며, 가처분이 기각된 주호영 의원은 “항고심을 지켜본 뒤 거취를 판단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주 후보는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장애물은 장동혁 대표 체제 그 자체”라며 국민의힘 지도부를 정면으로 비판하기까지 했다. 앞서 주 의원은 지난달 26일 법원에 컷오프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고 법원은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이후 주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장 대표를 향해 “민심을 붙잡을 대책도, 보수를 다시 세울 노선도, 국민 앞에 사과하고 변화를 약속하는 모습도 없다”며 “대신 곳곳에서 공천 작당만 벌였다는 비판만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대구 현장에서도 장 대표가 싫어 국민의힘을 못 찍겠다는 말이 적지 않다. 장 대표가 먼저 결단해야 한다”며 “비상대책위원회든 선거대책위원회든 새로운 책임 체제를 즉각 구성하라”라고 장 대표의 후퇴를 촉구했다. 이번 대구시장 선거의 변수는 시민들의 막판 결집력이다. “당장 내일 선거가 치러지면 김부겸을 찍겠다”는 이들조차 투표소에 들어가면 “그래도 보수를 찍어야지”라는 마음으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냥 그렇게 삼진 아웃? 다만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런 ’습관성 투표‘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 관계자는 “‘보수가 큰일 났다’ ‘대구가 위험하다’라는 위기의식이 있어야 이들이 똘똘 뭉쳐 결집하고 표가 된다”며 “지금은 장 대표가 위기 그 자체다. 그래서 ‘이번에는 김부겸 한번 믿어보자’는 기대감이 오히려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14년 (박 전 대통령 탄핵 상황)과 지금은 다르다. 보수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어 가면서 보수 지역 민심도 그에 맞춰가는 것”이라며 “김 후보가 크게 실수하지 않는 이상 ‘이대로라면 대구가 민주당에 뺏긴다’라는 위기감보다 ‘그래도 보수를 먼저 살려야지’라는 여론이 형성될 것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