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탈세 나락행 차은우

한방에 훅 간 ‘얼굴 천재’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얼굴 천재’ 차은우가 ‘탈세 천재’로 불리게 됐다. 러브콜을 보내던 광고계도 이미 손절을 시작했다. 그간 큰 사랑을 받아온 것은 외모 덕이 있었을 뿐 아니라, 데뷔 후 12년간 구설수 없이 ‘바른 청년’ 이미지를 쌓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논란을 계기로 견고해 보였던 그의 이미지가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지난달 22일 그룹 아스트로 멤버이자 배우인 차은우를 둘러싼 대형 세무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날 보도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차은우와 관련된 세무조사를 진행했고, 소득세 등 약 200억원 규모의 세금 추징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연예인에게 부과된 추징금으로는 전례를 찾기 힘든 규모였다.

절세 미남
탈세 천재

내용의 핵심은 차은우와 소속사 판타지오 사이에 차은우 모친이 설립한 A법인이 개입돼있었고, 차은우의 수익이 판타지오·A법인·개인 명의로 분배됐다는 점이다.

국세청은 차은우가 소속사 판타지오와 전속계약을 유지하는 동시에, 모친이 설립한 별도 법인을 중간에 두고 소득을 분배한 구조에 주목했다.

차은우가 벌어들인 연예 활동 수익이 판타지오와 해당 법인, 그리고 개인에게 나뉘어 귀속됐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이 과정에서 법인에 적용된 세율이 개인 소득세율보다 현저히 낮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특히 국세청은 해당 법인이 실질적인 용역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단순히 명의상 존재하는 ‘페이퍼컴퍼니’에 가깝다는 것이다. 개인 소득세 최고세율인 45%를 피하고, 20% 안팎의 법인세율을 적용받기 위해 실체 없는 법인을 활용했다는 것이 국세청의 시각이다.

차은우 측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소속사 판타지오는 “차은우 모친이 설립한 법인은 경영 혼란 상황 속에서 매니지먼트 기능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현재 최종적으로 확정·고지된 사안이 아니고, 과세 전 적부심사 절차를 통해 적극 소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탈세가 아니라 법 해석과 적용을 둘러싼 다툼이라는 입장이다. 의혹은 곧 법인의 ‘주소지’ 문제로 번졌다. 세무조사 과정에서 문제가 된 법인의 주소지가 서울이나 수도권 중심지가 아닌 인천 강화군으로 확인되면서다. 해당 주소지는 차은우 가족이 운영하는 장어 음식점이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혹은 더욱 증폭됐다.

연예 매니지먼트 업무를 수행하기엔 부적절해 보이는 장소라는 점에서 ‘유령회사’ 논란이 불거졌다. 더구나 강화군은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성장관리권역으로 분류돼, 법인이 부동산을 취득할 경우 취·등록세 중과를 피할 수 있는 지역이다. 실제로 해당 법인이 사업 목적에 ‘부동산 임대업’을 추가한 정황도 포착됐다.

해당 장어집 주소지가 공개되고 차은우 모친이 운영하는 음식점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비난이 더 거세졌다. 이 장어집은 차은우의 단골집으로 알려져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차은우는 2022년 9월 SNS에 해당 식당 방문 사진을 올렸고, 이후 식당 측이 이를 공유하며 “차은우가 방문했다”는 식의 홍보 문구를 게시해 화제가 됐다.

같은 해 11월 방송된 JTBC 예능프로그램에서 강화도 맛집으로 소개되며 ‘차은우 단골’로 언급된 대목도 재조명됐다. 문제는 이 식당이 ‘차은우의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이 아닌 ‘단골 맛집’처럼 홍보됐다는 점이다. 대중은 차은우가 가족 식당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사실상 ‘뒷광고’를 한 게 아니냐”며 질타했다.


한 매체 확인 결과 차은우 모친이 운영하는 매니지먼트 법인은 실제로 존재했다. 대중문화예술기획업에도 정식 등록돼있었다. 다만 그 주소지는 강화도가 아니라 경기도 김포시 통진읍으로 확인됐다. 이 보도로 인해 혼선이 커졌다.

200억 포탈 의혹에 본격 맞대응
사과문 올리고 대형 로펌 선임

문제의 법인이 하나인지, 여러 개인지, 국세청이 지적한 대상이 어느 법인인지가 명확히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차은우 측 가족 법인은 복수의 법인으로 나뉘어 있었고, 일부는 대중문화예술기획업 등록이 돼있었지만, 일부는 그렇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소속사 판타지오는 강화도 장어집 주소와 김포 주소 법인의 관계에 대해 “확인 불가”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후 차은우 가족 법인의 구조가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시작은 2019년 설립된 주식회사 ‘차스갤러리’였다. 대표는 차은우, 사내이사는 모친, 감사는 부친이 맡았다. 사업 목적은 매니지먼트와 음반 제작을 비롯해 광고, 공연, 외식업, 부동산 관리 등 30여개에 달했다.

차스갤러리는 이후 김포를 거쳐 강화도로 주소지를 이전했고, 2020년 이후 모친이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이후 유한책임회사 ‘엘앤씨’ ‘디애니’가 차례로 설립되며 법인 구조가 재편됐다.

이 과정에서 주식회사에서 유한책임회사로 전환된 점이 주목받았다. 유한책임회사는 외부 회계감사 의무가 없어 재무 구조가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감사 회피 목적’으로 등록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더불어 현재 군 복무 중인 차은우에게 “국세청이 특혜를 준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국세청은 세무조사 결과를 2025년 봄께 통보할 예정이었으나, 차은우 측 요청으로 통지 시점이 장기간 미뤄졌고, 결국 그가 군에 입대한 이후 통지서가 발송됐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세무조사 결과 통지 후 30일 이내 납세 고지가 이뤄지는 관행과 비교할 때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로 인해 국세청이 특혜를 제공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국세청은 이에 대해 “개별 보안 사안”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네티즌들은 “일반 납세자에게도 동일한 조율이 가능한지”를 두고 형평성을 문제 삼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도피성 입대가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탈세 의혹이 불거진 이후 침묵을 이어오던 차은우가 지난달 26일 직접 입장을 밝혔다. 차은우는 자신의 SNS에 장문의 글을 올리고, 논란과 관련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

수상한
단골집


차은우는 “최근 저와 관련된 여러 일로 많은 분들께 심려와 실망을 안겨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납세의 의무를 대하는 제 자세가 충분히 엄격했는지 스스로 돌아보며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무슨 말씀부터 드려야 할지 며칠 동안 고민했다”며 “구구절절한 설명이 변명처럼 들릴까 걱정했지만, 직접 사과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적었다. 논란이 커진 뒤 비교적 늦게 입장을 낸 데 대한 부담이 담긴 표현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 제기된 ‘도피성 입대’ 의혹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차은우는 “현재 군 복무 중이지만, 이번 논란을 피하기 위한 선택은 아니었다”며 “지난해 군 입대를 더는 미룰 수 없는 상황이었고, 세무 조사 절차를 마무리하지 못한 채 입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이 또한 제 부족함에서 비롯된 오해라면 그 책임을 통감한다”고 덧붙였다.

향후 대응 방향에 대해서는 “추후 진행되는 조세 관련 절차에 성실히 임하겠다”며 “관계 기관의 최종 판단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그에 따른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다.

사과문이 올라왔지만 반응은 냉담했다. 차은우가 사과문을 올린 당일, 대형 로펌을 선임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차은우는 최근 법무법인 세종을 선임하고 국세청의 과세 처분에 대한 불복 절차를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세종은 김앤장, 광장, 태평양, 율촌과 함께 국내를 대표하는 이른바 ‘5대 로펌’ 중 하나로 꼽히는 대형 로펌이다. 특히 조세·행정 소송 분야에서 강점을 지닌 곳으로, 고액 탈세·조세 분쟁 사건을 다수 수행해 온 전력이 있다.


특히 이 같은 사실이 사과문 공개 직후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진심 어린 사과’가 아닌 ‘법적 대응을 병행한 계산된 행보’라는 시선도 제기됐다. 반면 사안의 성격상 법률대리인 선임은 불가피한 절차라는 반론도 맞섰다.

같은 날, 인천시 강화군은 차은우의 모친이 대표로 있는 유한책임회사에 대한 현장 확인에 나섰고, 조사 결과 실제 사무 공간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강화군에 따르면 조사 대상이 된 차은우 모친이 운영하던 강화군 소재 해당 장어집 주소지를 군 관계자들이 직접 방문한 결과, 사무용 집기나 업무 공간, 인력 상주 흔적 등 법인이 실질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볼 만한 요소는 확인되지 않았다. 사무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최소한의 시설조차 갖춰져 있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현장 조사 결과는 국세청이 제기한 ‘페이퍼컴퍼니’ 의혹에 힘을 싣는 정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정상적인 매니지먼트나 자산관리 법인이라면 일정 규모의 사무 공간과 인력이 필요하지만, 해당 법인의 주소지는 실제로는 음식점이었고 현재는 영업을 중단한 채 비어 있는 상태였다는 점에서 의문이 제기됐다.

문제는 현장 조사가 진행된 바로 그날, 해당 법인의 주소지가 서울 강남구로 변경됐다는 점이다. 강화군은 조사 당일 법인 측의 주소 이전 신청을 접수했고, 행정 절차에 따라 전출 처리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조사를 인지한 뒤 급히 주소를 옮긴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조사 결과 사무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시설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강화군은 법리 검토를 거쳐 고발 여부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광고도 손절
나라도 손절

이 같은 행보가 밝혀지자 비난은 더욱 거세졌다. “조사 결과를 받아들이고 책임을 다하겠다”며 수용적인 태도를 보인 사과문과는 배치되는 움직임이 여론의 큰 반감을 샀다. 이에 더해 차은우가 설립한 법인의 지분 100%를 본인이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전문가들은 차은우가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차은우의 탈세 의혹이 확산되면서 군 복무와 관련한 논란도 함께 불거졌다. 현재 차은우는 육군 군악대에서 복무 중인데, 논란의 파장이 커지자 국방부 차원의 검토 절차가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28일 국방부에 따르면, 차은우의 군악대 보직 적정성을 재검토해 달라는 국민신문고 민원이 접수돼 관련 부서가 검토 중이다.

민원인은 차은우에게 “고액 탈세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군악대라는 대외 노출이 많은 보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이 적절한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보직 조정 여부를 검토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악대는 일반 보직과 달리 각종 공식 행사, 대외 행사, 홍보 활동 등에 참여하는 특성상 군의 이미지와 직결되는 보직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사회적 논란에 휩싸인 연예인 병사의 경우, 과거에도 일반 병과로 보직이 변경된 사례가 적지 않다.

국방부 근무지원단 감찰실은 해당 민원을 접수한 뒤, 차은우와 관련된 의혹의 성격과 현재 진행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밝혔다. 다만 아직 탈세 여부가 법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사안인 만큼, 즉각적인 보직 변경이나 조치가 결정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국방부는 “필요할 경우 관련 규정과 절차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현재로서는 보직 조정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도, 그렇다고 단정하지도 않는 상태로 해석된다.

한편 논란이 커지자 국방부 산하 국방홍보원이 운영하는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차은우가 출연했던 일부 콘텐츠가 비공개로 처리되기도 했다. 국방부 측은 이에 대해 “개별 사안에 대한 내부 판단”이라며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광고계에서도 손절이 시작됐다. 탈세 의혹이 겉잡을 수없이 커지자 최종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광고계가 차은우를 손절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상 업계에서는 이미지 회복이 불가하다고 보고 있다는 의미다. 가장 빠른 대응은 뷰티·금융권에서 나왔다.

뷰티·금융·패션·교육 광고 아웃
커지는 논란에 광고계 줄줄이 손절

스킨케어 브랜드 ‘아비브’는 차은우가 등장한 광고 영상과 SNS 게시물을 모두 비공개로 전환했고, 신한은행 역시 공식 SNS 채널에서 관련 콘텐츠를 내렸다. 두 브랜드 모두 구체적인 사유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탈세 의혹 보도 이후 이뤄진 조치라는 점에서 이미지 리스크 관리 차원의 대응으로 해석된다.

이후 패션 브랜드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는 차은우가 참여한 캠페인 콘텐츠를 공식 채널에서 삭제했고, 교육 브랜드 대성마이맥 역시 한동안 유지하던 광고 영상을 논란 확산 이후 비공개로 전환했다.

‘SSG닷컴’은 차은우가 출연한 광고 영상을 유튜브 채널에서 비공개 처리했다. 차은우를 모델로 기용해 온 ‘바디프랜드’는 계약 만료 시점이 임박한 상황에서 논란이 불거지며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특히 설 명절은 안마의자 등 헬스케어 제품 판매가 집중되는 시기로, 이미 기획된 대규모 프로모션을 갑작스럽게 수정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제약도 있다. 바디프랜드 측은 계약이 예정대로 종료될 경우 재계약은 추진하지 않는 방향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차은우는 의혹이 터지기 전 최근 수년간 광고계에서 가장 안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남성 연예인 중 한 명으로 러브콜을 받아왔다.

보이그룹 아스트로의 멤버로 데뷔한 그는 ‘비주얼 아이콘’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대중적 인지도를 빠르게 끌어올렸고, 이후 배우 활동을 병행하며 영향력을 확장했다. 차은우가 본격적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한 계기는 비주얼이다.

당시 아스트로는 비주류 아이돌 그룹이었지만 차은우의 외모 덕에 그룹 이름이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룹은 뜨지 못했고 차은우는 개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연기에 도전하며 웹툰 원작 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과 <여신강림>에 캐스팅되기도 했다.

광고계에서 차은우가 각광받은 이유 역시 이 같은 이미지와 맞닿아 있다. 차은우는 특정 연령대나 취향에만 국한되지 않는 외모로, 금융·교육·헬스케어·패션·뷰티 등 폭넓은 업종의 모델로 기용됐다.

실제로 그는 은행, 화장품, 패션 브랜드, 교육 플랫폼, 헬스케어 기업까지 다양한 분야의 얼굴로 활동하며 ‘전 세대 호감형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광고주들이 주목한 부분은 사생활 리스크가 거의 없었던 점이다. 데뷔 이후 큰 구설 없이 활동을 이어왔고, 성실하고 조용한 이미지는 브랜드 신뢰도를 중시하는 광고계에서 신뢰를 얻었다.

사생활
리스크

이는 곧 광고계에서의 높은 몸값과 직결됐다. 업계에서는 차은우 몸값이 7억~10억원 사이를 호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차은우의 이미지가 추락하면서 위약금만 수백억원이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문제가 생길 가능성을 전제로 검토하지 않아도 되는 몇 안 되는 모델이었다”며 “이런 일이 생길 줄 누가 알았겠느냐”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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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