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 통로’ 1인 기획사 대해부

세금 다 내면 바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중 연예인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누군가는 ‘딴따라’라면서 비하하고, 누군가에게는 ‘우상’이 되기도 한다. 최근 연예인에 대한 표현이 하나 더 생겼다. 바로 ‘신흥 귀족’이다. 일반인은 평생 가도 벌지 못할 돈을 짧은 시간에 벌어들이면서 그들만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연예인을 가리킨다.

한 유명 연예인에게 탈세 의혹이 제기됐다. 국세청이 해당 연예인에게 추징한 금액은 무려 200억원. 소식이 알려지자 인터넷 커뮤니티는 관련 내용으로 도배됐다. 그러면서 누리꾼들은 한 가지 의문을 제기했다. 추징금이 200억원대라면 매출은 대체 얼마였을까? 동시에 누리꾼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했다.

떠오른
신흥 귀족

2017년 국정감사에서 연예인 수입을 분석한 자료가 공개됐다. 당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16년 연예인(배우·가수·모델) 수입 신고 현황’ 자료다. 결과만 놓고 보면 수입 상위 1%와 하위 90% 사이에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했다. 극심한 양극화였다.

배우와 가수, 모델 중에서도 가수의 소득 쏠림 현상이 가장 두드러졌다. 수입액 상위 1%가 벌어들인 돈은 연평균 42억6000만원으로, 가요계 전체 수입의 52%에 달했다. 상위 1%가 가요계 수입의 절반 이상을 번다는 뜻이다. 상위 10%(연평균 7억3200만원)까지 넓히면 전체 수입의 90%까지 늘어난다.

하위 90%의 연평균 수입은 870만원에 불과했다. 상위 1%와 하위 90% 간 소득 격차는 490배에 이른다.


배우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수입 상위 1%의 연평균 소득은 20억800만원, 상위 10%는 3억6700만원으로 각각 전체 수입액의 47.3%, 86.6%를 차지했다. 하위 90%의 연평균 소득은 620만원으로 나타났다. 상위 1%의 소득이 하위 90%의 324배다.

세 부문 중에서 소득 격차가 가장 작은 모델도 수입 상위 1%(5억4400만원)가 하위 90%(270만원)의 201배로 소득 격차가 낮았다.

10년이 지난 현재 상황은 어떨까? 상위 1%에 해당하는 연예인의 수입은 더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영화나 드라마 제작비의 절반이 출연료로 지급된다는 말이 나왔다. 그 배우 가운데서도 주연에게 고액의 출연료가 책정됐다. ‘스타 마케팅’의 대가였다. 출연료 외에 다른 부분에도 비용을 넣으려니 제작비 자체가 치솟았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한 이후 OTT 업계가 파죽지세로 성장하면서 배우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올랐다. 결국 대표 OTT인 넷플릭스가 배우의 출연료에 상한선을 두는 정책을 도입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출연료 상승으로 덩달아 제작비가 오르고 자금력 부족으로 콘텐츠 제작이 난항을 겪자 나름의 처방을 내린 셈이다.

넷플릭스의 출연료 상한 정책은 인기 연예인의 몸값이 일반인은 범접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점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예다. 연예인의 인기는, 곧 출연료와 광고료로 치환된다. 대중이 얼굴과 이름을 알 정도로 인지도가 있고 여기에 높은 호감도까지 더해지면 ‘톱스타’라는 수식어를 얻는 것과 함께 엄청난 부를 축적할 수 있다.

차은우 논란으로 과거 사례 떠올라
국세청 VS 연예인 ‘법 해석 차이?’

가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형 연예기획사에서 데뷔한 아이돌은 다양한 활동으로 수익을 창출한다. 팬덤은 아이돌의 든든한 지원자다. 음반과 음원을 구입하고 콘서트에 찾아간다. 팬덤이 커지면서 얻은 인기로 아이돌은 더 많은 돈을 번다.


실제로 연예기획사 하이브 산하 레이블 어도어에서 데뷔한 뉴진스는 2023년 기준 멤버당 50억원대의 정산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뉴진스의 멤버는 총 5명으로 정산금으로만 250억원 이상이 지급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아이돌에게 지급되는 정산금은 이런저런 비용을 다 뗀 뒤 소속사와 맺은 계약의 비율대로 책정된다. 뉴진스가 한 해 동안 얼마나 큰 성공을 거뒀는지 짐작 가는 대목이다. 심지어 K-팝 열풍이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해외 활동도 활발해졌고 아이돌 그룹 자체의 수명도 길어졌다.

문제는 연예계에서도 상위권에 안착한 연예인들의 도덕적 해이다. 천문학적인 돈을 벌면서 납세 의무를 회피한다거나 편법과 불법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행위를 하는 등의 모습을 대중에게 들키는 것이다. 언론 등을 통해 잘못을 지적받은 연예인은 자숙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가 ‘연기로 보답하겠습니다’ ‘노래로 보답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슬그머니 복귀한다.

높은 자리에 있던 연예인일수록 복귀의 성공 가능성은 커진다. 대중 이미지는 무너졌을지언정 팬덤이 든든하게 남아 있는 경우, 작품의 성공으로 다시 주류에 합류하는 경우 등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최근에는 유튜브나 OTT의 발달로 복귀 방법도 다양해졌다.

이 과정에서 대중 역시 사고를 친 연예인에 대한 인식이 옅어진다. 말 그대로 ‘무뎌지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최근 연예인과 관련된 사건 수준이 선을 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절세를 위시한 탈세, 부동산 구입 과정에서의 편법 사용 등 돈과 관련한 문제가 연이어 터지면서 연예인을 ‘신흥 귀족’ 등으로 부르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 톱 연예인이 벌어들이는 천문학적인 수준의 수입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의견도 존재한다. 연예인도 열심히 일하는 건 맞지만 저렇게 많은 돈을 줘야 할 정도냐는 것이다.

일반인은
평생 가도…

이 같은 생각에 불은 지핀 건 가수 겸 배우 차은우의 최근 탈세 의혹이다. 국세청은 차은우에게 200억원대의 소득세를 추징한다고 통보했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로 따져도 순위권에 오를 만한 액수다. 차은우 탈세 소식이 전해지면서 돈과 관련해 입길에 오른 연예인들 또한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대부분 톱스타라 불렸고, 일부는 현재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연예인들이다.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최근에 탈세 관련 의혹에 휘말린 이들이 대부분 ‘1인 기획사’에 소속돼있다는 점이다. 이 1인 기획사를 개인으로 볼 것인지, 법인으로 볼 것인지가 탈세 의혹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절세를 위한 선택인지, 탈세를 위한 수단인지를 두고 국세청과 연예인 사이에 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처음부터 1인 기획사를 운영하는 연예인은 많지 않다. 대부분 일반 소속사와 계약을 맺고 활동한다. 기존 소속사와의 계약 기간이 종료되면 연예인 앞에는 몇 가지 선택지가 나타난다. 원소속사와 재계약을 진행하거나 다른 소속사로 갈아타거나 1인 기획사를 차리거나. 재계약과 이적, 1인 기획사 설립 등은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는 경우가 많다.


눈여겨볼 대목은 과거와 비교해 1인 기획사를 선택하는 연예인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대부분 1인 기획사는 경영진을 가족으로 두는 경우가 많다. 아니면 연예인이 대표를 맡고 나머지 가족이 직원이 되는 사례도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연예인들의 1인 기획사는 이른바 ‘가족회사’인 경우가 대다수였다.

그 배경에는 ‘세금’이 있다. 좀 더 적나라하게 말하면 ‘돈’이다. 1인 기획사를 운영하면 번 돈에 대한 세금을 적게 내면서 소속사와 나눠 갖지 않고 오롯이 확보할 수 있다. 소득과 지출 부분에서 이득을 볼 수 있는 구조다. 의사결정 등에 있어서도 자율성이 많아진다. 어느 모로 보나 장점밖에 없어 보인다.

석연찮은
가족회사

실제 1인 기획사가 절세의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우후죽순처럼 늘어났다고 한다. 현행 세법상 소득세 최고세율은 45%(지방세 포함 49.5%)에 이른다. 소득세로 계산하면 번 돈의 절반을 토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연예인의 수입을 ‘개인 소득’이 아니라 1인 기획사의 소득, 즉 ‘법인소득’으로 처리하면 세금은 절반 가까이(최고세율 24%) 줄어든다. 세금이 반으로 적어지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1인 기획사의 활동 여부가 중요해진다. 연예인을 관리하는 본연의 목적에 맞게 기획사를 운영했느냐는 것이다. ‘재계 저승사자’로 불리는 국세청 조사4국이 차은우에게 수백억원대의 추징금을 물린 건 그와 원소속사 사이에 존재하는 또 하나의 법인 때문이었다.


그 법인이 기획사로서 역할을 하지 않고 말 그대로 존재만 하는 ‘페이퍼컴퍼니’라는 내용이다.

최근 국세청의 이 같은 과세 논리에 몇몇 연예인이 포착됐다. 배우 이하늬는 2024년 9월 국세청 세무조사 결과 60억원에 달하는 추징금을 내게 된 사실이 지난해 초 알려져 논란에 휘말렸다. 당시 국세청이 부과한 60억원의 추징금은 앞서 탈세 의혹에 휩싸였던 배우 송혜교 사례(25억원)와 비교해도 큰 액수였다.

당시 이하늬의 소속사 팀호프 측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법과 절차를 준수해 납세의 의무를 다해왔다”며 “이번 처분은 법인사업자를 보유한 아티스트 소득을 법인세와 소득세 중 어느 세목으로 납부해야 하는지에 대한 ‘법 해석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하늬 측은 소득에 대해 법인세를 냈는데 국세청은 소득세를 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이하늬의 소득을 개인이 벌어들인 돈으로 봤다는 의미다.

상위 1% 소득에 상대적 박탈감
의혹 계속될수록 대중 신뢰 바닥

소속사는 “이하늬는 본업인 연기 활동과 더불어 매니지먼트에서 수행하거나 관리해줄 수 없는 국악 공연, 콘텐츠 개발 및 제작, 투자 등 다양한 활동을 수행하기 위해 호프프로젝트(법인)를 설립해 운영해 왔다”며 “최근 세무조사 과정에서 연예 활동 수익이 법인 사업자의 매출로써 법인세를 모두 냈더라도 그 소득은 법인 수익으로 법인세 납부의 대상이 아니라 개인소득으로 소득세 납부의 대상이 돼야 한다는 과세 관청의 해석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득세 추가 부과 처분에 대해서는 전액 납부했다고 설명했다.

호프프로젝트는 2015년 이하늬가 설립한 개인 법인이다. 주식회사 ‘하늬’에서 2018년 주식회사 ‘이례윤’으로 사명을 변경했고 2022년 지금의 이름으로 정했다. 현재 이하늬의 남편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하늬 측은 “탈세는 없었다. 오히려 (국세청이) 이중과세로 부과했다”며 “법적 절차를 통해 판단을 구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현재 법적 절차를 진행 중이다.

그로부터 얼마 되지 않아 국세청이 배우 유연석에게 70억원의 추징금을 부과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하늬의 추징금을 넘어서는 액수다. 차은우 탈세 의혹이 터지기 전까지 연예인 추징액 중 가장 많았다. 유연석의 사례도 세금 처리를 법인세로 해야 하는지, 소득세로 해야 하는지의 다툼이었다. 이하늬와 비슷한 사례다.

국세청에 포착된 건 유연석이 대표로 있는 ‘포에버엔터테인먼트’였다. 포에버엔터테인먼트는 유연석이 2015년부터 유튜브 콘텐츠를 개발·제작하고 이를 기반으로 부가적인 사업·외식업을 할 목적으로 설립한 법인이라고 한다. 국세청은 이 소속사에 대한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진행, 세금을 부과한 것이다.

당시 소속사도 “국세청이 포에버엔터테인먼트 수익을 법인세가 아닌 개인 소득세 납부 대상으로 보고 종합 소득세를 부과하면서 발생한 사안”이라며 “법 해석 및 적용과 관련된 쟁점에 대해 조세 심판 및 법적 절차를 준비 중”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유연석은 과세 전 적부심사를 통해 이중과세를 인정받아 30억원의 세금만 내게 됐다. 현재 세금 전액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소득세냐
법인세냐

일각에서는 국세청과 1인 기획사 간의 세금 문제가 계속될 것이라 본다. 1인 기획사가 많이 늘어난 점, 국세청이 세금 추징에 적극성을 보이는 점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특히 차은우 탈세 의혹이 불을 지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연예인이 국세청과 세금 관련 다툼을 벌이는 사이 대중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연예인 공화국’이라는 사회상이 아이러니하게도 연예인에 의해 깨지고 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1인 기획사 또 다른 논란 ‘미등록 운영 걸렸다’

최근 몇몇 연예인이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다.

현행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은 연예 매니지먼트 등 대중문화예술기획 업무를 수행하는 법인이나 1인 초과 개인사업자가 지자체에 등록하지 않고 영업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줄줄이 걸려들고 줄줄이 사과하는 모양새다.

성시경 시작으로 줄줄이

가수 씨엘은 2020년 1인 기획사 ‘베리체리’를 설립한 후 약 5년간 당국에 신고 없이 운영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배우 강동원도 같은 혐의를 받았지만 그는 기획사 운영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판단,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시작은 지난해 9월 가수 성시경이 속한 1인 기획사가 10여년간 미등록 상태로 운영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이후 일부 연예 기획사들이 등록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례가 연이어 적발됐다.

최근 ‘주사이모’ 의혹에 연루된 방송인 박나래도 미등록 기획사 논란에 휘말려 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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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