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품절’ 치솟는 계란값 민낯

한판 7000원 진실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최근 계란값이 다시 오름세를 보이며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매년 계란값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조류인플루엔자(AI)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는 모양이다. 업계에서는 가격 상승 원인으로 유통 과정에서의 거래 관행과 구조적 문제를 지목하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특란 30개 기준 연평균 소비자가격을 보면 2021년 6949원에서 2022년 6629원으로 320원(약 4.6%) 하락했고, 2023년에는 6491원으로 다시 138원(약 2.1%) 떨어졌다. 이후 2024년에는 6560원으로 69원(약 1.1%) 상승하며 반등했고, 2025년에는 6787원으로 227원(약 3.5%) 올랐다. 이처럼 계란 한 판 가격은 최근 몇 년간 6000원대 중후반 수준에서 움직이며 등락을 반복해 왔다.

갈수록
오름세

다만 올해 들어 상승 폭이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26년 현재 계란 소비자가격은 약 7045원 수준으로, 전년 평균 가격(6787원)과 비교해 약 258원(약 3.8%) 상승했다. 특히 1년 전 같은 시기(약 6041원)와 비교하면 1000원 이상 오른 수준으로, 상승률은 약 16%에 달한다.

계란은 대표적인 생활 필수 식품으로, 가정에서의 소비뿐 아니라 제과·제빵과 외식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는 만큼 가격 변동이 체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최근 외식 물가와 가공식품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상황에서 계란값까지 오르며 소비자 부담이 커졌다.

현재 계란값 상승의 주요 원인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에 따른 공급 감소다. 겨울철을 중심으로 AI가 확산되면서 산란계 살처분 규모가 크게 늘었고, 이로 인해 계란 생산량이 감소했다. 계란은 생산과 소비가 거의 동시에 이뤄지는 신선식품 특성상 공급 변화에 따라 가격이 빠르게 움직이는 구조를 갖고 있다.

여기에 사료 가격 상승과 인건비 증가 등 생산비 부담도 영향을 미쳤다. 산란계 농가의 비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면서 산지 가격 역시 오름세를 보였고, 이는 소비자 가격에도 반영되고 있다.

봄철을 앞두고 외식과 가공식품 수요가 증가하는 계절적 요인도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계란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는 반면 공급은 줄어드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수급 요인만으로는 산지 가격과 소비자 가격 사이의 격차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계란값은 단순히 생산량과 수요에 따라 결정되는 구조가 아니다.

실제 유통 과정에서는 농가에서 생산된 계란이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치며 가격이 형성된다. 일반적으로 계란은 ‘농가, 집하·선별업체, 도매상, 소매(마트·시장)’로 이어지는 구조를 통해 유통된다.

이 과정에서 물류비와 선별·포장 비용, 파손 등에 따른 손실 비용이 더해지며 가격이 단계적으로 상승하게 된다.
다만 문제는 이런 비용이 어떻게 반영되는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게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계란은 신선식품 특성상 운송과 보관 과정에서 일정 비율의 파손이나 품질 저하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이를 반영해 유통 단계에서 비용이 붙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이 과정에서 평균 10% 이상 손실이 발생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 손실 규모와 비용 반영 방식은 거래 주체 간 협의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가 많아 가격 형성 과정을 외부에서 확인하기 어렵다.

후장기·DC 등 거래 관행이 원인?
판매가 두고 ‘네 탓’ 엇갈린 주장

계란 거래는 일반적인 상품 거래 방식과 다르다. 대표적인 것이 ‘후장기’로 불리는 사후정산 방식이다. 이는 농가가 계란을 먼저 유통업자에게 넘긴 뒤,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정산을 받는 방식으로, 거래 시점에 가격이 확정되지 않는 구조다.

후장기 거래에서는 유통업자가 도매나 소매 단계에서 판매를 마친 이후, 판매 가격과 손실 등을 반영해 농가에 지급할 금액을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고시 가격이나 시세를 기준으로 일정 금액이 차감되며, 농가는 최종 정산 시점이 되어서야 실제 수취 가격을 확인할 수 있다. 거래 당시에는 수량과 품목만 기록되고 가격이 확정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여기에 ‘DC(Discount,할인)’ 방식이 함께 작용한다. 유통업자는 고시된 산지 가격을 기준으로 거래를 진행한 뒤 유통비, 손실 비용 등을 명목으로 일정 금액을 차감하고 농가에 지급한다.

이로 인해 고시 가격과 실제 농가 수취 가격 사이에는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일부 현장에서는 고시 가격 대비 상당한 수준의 차이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 같은 거래 방식은 가격 형성 과정에서 유통 단계의 영향력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농가 입장에서는 납품 시점에 가격을 확정할 수 없기 때문에 협상력이 제한될 수밖에 없고, 유통 단계에서 가격이 조정되는 구조가 굳어진다.

또 계란 가격은 오랜 기간 생산자단체가 발표하는 산지 가격을 중심으로 형성돼 왔다. 원래는 참고 지표 성격이었던 고시 가격이 실제 거래 기준으로 활용되면서, 가격 결정 구조가 일정한 틀 안에서 움직이는 경향이 나타났다.

유통 단계에서는 이 고시 가격을 기준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이후 정산 과정에서 조정되는 방식이 관행처럼 이어져 왔다. 결국 계란값은 생산 단계에서 결정된 가격이 그대로 소비자 가격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유통 단계에서의 비용 반영과 거래 방식, 가격 기준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형성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중간에
마진은?

계란값 상승의 원인을 둘러싸고 생산자와 유통업계 간 입장은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가격이 오른 원인을 두고 각 주체가 서로 다른 배경을 지목하면서 책임 공방이 이어지는 양상이다. 산란계 농가 측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에 따른 공급 감소를 계란값 상승의 원인으로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동절기 동안 수백만마리에서 많게는 1000만마리에 이르는 산란계가 살처분되면서 생산 기반이 크게 약화됐고, 이로 인해 계란 생산량 자체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하루 약 5000만개 수준이던 계란 공급량이 수백만개 단위로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농가는 살처분 이후 곧바로 생산이 재개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공급 감소 영향이 장기간 이어진다는 점도 강조했다.

병아리를 다시 입식해 계란을 생산하기까지 최소 수개월이 소요되는 만큼, 단기간에 수급을 회복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농가들은 생산비 상승도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사료 가격이 국제 곡물가 상승과 환율 영향으로 크게 오른 데다 인건비와 전기료 등 운영 비용이 전반적으로 증가하면서 생산단가 자체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조사에서는 계란 1개당 생산원가가 170원대 후반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산지 가격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내놨다.

이 때문에 농가 측에서는 현재 가격 수준을 두고 ‘폭등’이 아니라 ‘정상화 과정’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과거에는 생산비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거래되는 경우가 많았고, 최근 가격 상승은 최소한의 비용을 반영한 결과라는 주장이다.

일부 농가에서는 연평균 수익률이 1%에도 미치지 못하거나 적자를 기록하는 사례도 있는 만큼, 가격 상승을 단순히 이익 확대와 연결 짓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상화 과정?
진짜 이유는?

또 생산자단체의 가격 고시와 관련해서도 농가 측은 이를 강제성이 없는 참고 지표로 보고 있다. 실제 거래 가격은 개별 농가와 유통업자 간 협상을 통해 결정되는 만큼, 최근 가격 상승 역시 인위적인 조정이 아니라 공급 감소에 따른 시장 반응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유통업계는 다른 시각을 내놓고 있다. 일부 농가가 공급 부족을 이유로 기존 거래 가격에 더해 웃돈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유통 단계에서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기존 기준가격에 더해 개당 10~20원 수준의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매입 단가가 상승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유통업계는 이 같은 비용 상승이 곧바로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도 강조했다.

대형마트와 식자재마트 등 주요 판매처는 납품 단가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리는 데 제한이 있어, 상승한 매입 가격을 유통업체가 그대로 전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기준가격과 실제 거래 가격 사이에 괴리가 발생하고, 유통 단계에서 일정 부분 비용을 떠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 계란이 소매 유통 과정에서 ‘미끼 상품’처럼 활용되는 점도 유통업체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일부 식자재마트의 경우 소비자 유인을 위해 계란을 낮은 가격에 판매하면서 납품업체에 원가 수준 또는 그 이하의 가격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

유통업계는 이 같은 관행이 지속되면서 정상적인 계란 가격 구조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계란이 갖는 특성상 발생하는 손실 비용도 유통업계가 떠안고 있다고 호소했다.

계란은 운송과 보관 과정에서 파손이나 품질 저하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이로 인한 손실과 선별·포장 비용, 물류비 등을 고려하면 실제 마진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유통업계는 결국 이 과정에서 가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기보다 시장 상황에 따라 조정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커지는 업계 담합 의혹
정부 가격 체계 대수술

정부와 공정거래 당국은 생산자단체가 발표한 산지 가격이 시장에서 사실상 기준 가격이 되면서 경쟁을 제한했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가격 고시 이후 일정 수준 이하로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을 키웠을 수 있다는 시각이다.

대한산란계협회가 지역별 산지 가격을 고시하고, 이 가격이 거래 기준처럼 활용되면서 가격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는 판단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해당 사안과 관련해 제재 여부와 수위를 검토 중이다.

특히 가격 상승 시점과 관련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이전부터 가격이 상승한 점도 조사 대상이 되고 있다. 단순한 수급 변화 외에 가격 형성 과정에서 인위적인 요인이 작용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정부도 계란 유통 구조 전반에 대한 개선 작업에 나선 상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산지 가격을 공공기관이 조사·발표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가격 검증을 위한 별도의 위원회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기존처럼 민간 단체가 가격을 고시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가격 형성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거래 방식 역시 손질할 예정이다. 농가와 유통업자 간 거래에 표준계약서를 도입해 가격, 규격, 손실 반영 기준 등을 사전에 명시하도록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그동안 사후정산 방식으로 이뤄지던 거래 관행을 개선해 가격 결정 시점을 앞당기고 분쟁 가능성을 줄이겠다는 목적에서다.

수급 안정 대책도 병행되고 있다. 정부는 산란계 사육 기반을 확대하고, 계란 가공품을 비축했다가 가격이 상승할 경우 시장에 방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공급이 줄어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다.

이와 함께 계란뿐 아니라 돼지고기 등 다른 축산물 유통 구조에 대해서도 가격 담합과 재고 관리 문제를 점검하는 등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가격 형성 과정 전반을 들여다보겠다는 방침이다.

불투명한
유통 구조

한 유통업계 관계자 A씨는 “가격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단계별로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구조다 보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비싸다고 느낄 수밖에 없는 것 같다”며 “이 과정이 투명하게 드러나지 않다 보니 문제가 매년 반복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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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부는 ‘김부겸 바람’ 해부

대구에 부는 ‘김부겸 바람’ 해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등장하자 보수의 심장인 대구가 좌우로 흔들리고 있다. 광폭 행보에 나선 김 전 총리를 바라보는 대구 시민들도 양가감정이 교차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1995년 민선 시장 선출 이래 대구에서 단 한 번도 시장을 배출하지 못했다. 그러나 대구 민심이 심상치 않은 만큼 최초의 진보 대구시장이 탄생할지 이목이 쏠린다. 대구는 보수 정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광역자치단체이다. 지난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대통령 후보는 대구에서 23.22%(37만9130표)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반면 국민의힘 대선주자였던 김문수 후보는 67.62%(110만3913표)를 기록했다. 이처럼 대구는 윤석열정부 퇴진 이후 치러진 선거에서조차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약세를 보이는 지역이었다. 적절한 타이밍 그런 대구에서 최근 국민의힘이 힘을 못 쓰고 있다. 지도부를 중심으로 당이 지리멸렬하는 사이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대구시장에 출사표를 던졌고, 민주당이 빠르게 치고 나가면서 우위를 선점했다. 지난달 30일 김부겸 후보는 “지역주의 극복과 지역 균형발전, 그것이 저의 마지막 소명”이라며 공식 출마를 선언했다. 김 후보는 대구에 당선된 경험이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그는 2012년과 2014년 각각 제19대 총선·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대구광역시장)에서 낙선했으나 2016년 제20대 총선을 통해 대구광역시 수성구 갑에서 당선됐다. 이후 제21대 총선에서 또다시 낙선하면서 고배를 마셨다. 당시 김 후보는 캠프 해단식에서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바뀐 게 없는 것 같다. 면목이 없다”면서도 “포기하지 않겠다. 새로운 날들을 향해 걸어가겠다”고 다짐했던 바 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김 후보가 다시 대구 전면에 등장했다. 김 후보는 대구시장 출마 기자회견을 통해 “대구가 점점 나빠지고 있다”며 “굳이 이런저런 수치를 열거하지 않겠다. 대구의 정치, 한 당이 독식하는 구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김 후보는 “정치인이 일을 안 한다. 일 안 해도 서울에서 공천만 받으면 또 된다. 대구 시민을 표 찍어주는 기계로 취급한다”며 “요즈음 시장 공천 과정을 보면 도대체 무엇이 달라졌냐는 생각이 든다. 지금 국민의힘이 보여주는 모습은 제대로 된 보수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구 시민과 함께 대구의 미래 희망을 찾겠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지금 대구에 필요한 사람, 김부겸이다. 나를 잘 써달라. 김부겸과 함께 대구를 바꾸자”고 제안했다. 이날 김 후보는 자신의 개인 전화번호도 공개했다. 김 후보는 “대구시장에 출마하는 김부겸으로서 시민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겠다”며 “경기도 군포 초선 시절부터 해왔던 대로 제 전화번호를 공개하겠다. 대구를 위해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언제든 전화해 달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의힘을 버려야 진짜 건강한 보수가 살아난다”며 “이번 선거는 대구가 다시 숨 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지역주의 극복과 지역 균형 발전이 제 마지막 소명이다. 대구 시민과 함께 대구의 미래 희망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사정없이 흔들리는 ‘보수 심장’ ‘민주당’ 없는 민주당 동진 전략 지난 3일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중앙당의 만장일치로 김 후보를 대구광역시장 후보자에 선정했다. 이를 시작으로 김 후보는 광폭 행보를 보였는데, 특히 김 후보는 ‘민주당’이라는 여당 프리미엄을 전면에 세우는 대신 “김부겸을 도구로 써달라”는 실용주의를 내세웠다. 김 후보는 대구·경북(TK)의 상징인 박근혜·박정희 마케팅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어느 정도 있고 대구 시민들이 자부심을 느꼈다면 과오 논쟁을 넘어 대구의 미래를 향한 논쟁으로 넘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포용의 정치를 강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예방 가능성을 열어둔 데 이어 ‘박정희컨벤션센터’ 공약을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KBS에서 김 후보의 박 전 대통령 예방에 대해 “대구 현실에 대한 판단으로 존중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측근인 국민의힘 유영하 의원이 회동의 전제 조건으로 ‘박 전 대통령의 실질적인 명예회복 방안’을 언급한 데 대해서는 “당 차원의 명예회복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조명했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출마 선언문을 보면 김 후보는 민주당을 강조하는 대신 대구의 발전 방향만 이야기했다”며 “김 후보가 민주당 출신인 것을 모르는 대구 시민은 없다. 그럼에도 ‘내란’ ‘계엄’ 등 예민한 단어를 빼버림으로써 시민들은 김부겸이란 인물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신 김 후보는 국민의힘을 비판한다. ‘지금까지 국민의힘이 대구시장을 해 왔는데 대구가 뭐가 바뀌었냐, 그건 국민의힘이 무능해서’라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준다. 절대 왼쪽으로 치우쳐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현재 보수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분위기가 안 좋다. 그때는 TK를 제외하고 몽땅 내줬지만 지금은 그보다 더 처절하게 패배할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명확하게 ‘절윤’하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워낙 김 후보가 전략을 잘 세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빼고 ‘경제’ 넣고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참전했다. 홍 전 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대구에 도움이 된다면 당을 떠나 정치꾼이 아닌 역량 있는 행정가를 뽑아야 한다”며 김 후보를 추켜세웠다. 그는 “부산은 스윙 보터 지역이라 민주당이 가덕신공항도 해주고 해수부도 이전해 주지만, 대구는 막무가내식 투표를 하니까 민주당 정권이 도와주지도 않고 버린 자식 취급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후임 대구시장이 능력 있고, 중앙정부와 타협이 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김부겸 전 총리를 언급한 것”이라며 “민주당을 지지한 게 아니라 김부겸을 지지했다고 봐주시면 한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의 지지율이 연일 상승하면서 안정궤도에 돌입했다는 평이 나온다. TBC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28~29일 대구 시민 8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는 차기 대구시장 적합도 49.5%를 기록해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15.9%)을 큰 격차로 앞섰다. 김 후보와 국민의힘 후보 간의 1대1 가상 대결에서도 추 의원과 맞붙을 경우 52.3% 대 36.6%로 오차범위 밖 우세를 보였다. 해당 여론조사는 무선전화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5%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김 후보는 꾸준히 상위권을 차지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하 방통위원장)과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이 컷오프되자 반발 차원에서 대구 시민이 역결집한 것으로 봤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오름세를 보이면서 이 같은 현상은 단순 역결집이 아니라 실제 보수 민심에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민주당도 김 후보 지원사격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8일 대구에서 최고위원 회의를 열고 김 후보를 ‘제2의 노무현’ ‘제2의 이재명’이라고 평가했다. 정 대표는 “노무현이 종로 꽃길을 마다하고 부산 가시밭길에 도전했듯이 김부겸도 군포 꽃길을 마다하고 대구 가시밭길에 내려왔다”며 “김부겸도 이재명도 대구·경북 사람이고 민주당에서 비주류였다”고 말했다. 이날 정 대표는 당정 차원에서 지역 숙원사업도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이 지난 대구 타운홀미팅에서 TK 신공항 건설, 취수원 문제 등 대구 숙원 사업 추진 의사를 밝혔다”며 “그 의지는 앞으로 예산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팍팍 깎이는 현지 민심 TK 통합에 대해선 “국민의힘이 우왕좌왕, 갈팡질팡하는 바람에 통합이 멈춰 섰다”며 “김 전 총리와 힘을 합쳐 통합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화답하듯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대구에 중요한 약속을 했고, 정 대표도 ‘무엇이든지 다해드림센터장’이 되겠다고 했다. 이 보증수표를 믿고 대구를 메딕시티, AI·로봇 수도, 미래 모빌리티 산업 선도 도시로 만들어 그 약속을 시민의 삶과 연결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의 전략은 ‘민주당’을 빼고 대신 ‘대구 발전’ ‘민생’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9일 김 후보는 후보 등록을 마친 뒤 취재진들과 만나 1호 공약을 소개하는 등 민생·경제 살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1호 공약으로 대구의 지역 경제 발전을 꼽으며 “지역의 주요 기관과 단체, 어른들께 조속히 인사를 올리는 것이 급선무다. 대구 곳곳을 마주하며 지역의 어려움과 스스로의 부족함을 동시에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최대 현안인 인구 유출 문제를 언급하며 “젊은이들이 떠나는 것이 하나의 흐름으로 굳어져서는 안 되는데 이를 막지 못하는 현실에 시민들이 아픔을 느끼고 있다”며 “그만큼 책임감이 무겁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년 일자리 해결과 경제 도약에 집중할 것”이라며 “대구의 절실한 요구를 예산과 법률로 뒷받침하겠다는 것이 핵심 공약”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안방마저 내줄 상황에 몰렸다. 김 후보가 우후죽순 치고 나가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당내 교통 정리에서조차 애를 먹으면서 표가 갈릴 위험에 처한 것이다. 하루가 멀다고 싸움이 일어나는 만큼 여의도에서는 ‘김 후보의 러닝메이트가 장동혁 대표’라는 웃지 못할 농담도 나온다. 국민의힘을 향한 대구의 실망감은 숫자로도 나타났다. 지난 9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이번 지방선거에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은 54%,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은 30%로 집계됐다. 특히 TK에서 여당 44%·야당 34%로 집계되면서 국민의힘에서도 위기감을 감지한 모양새다. 잘나가는 김 멍 때리는 장 대구 달서병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은 “대구 여론이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라며 “모두 기득권을 버리겠다는 각오를 하지 않는다면 사상 처음으로 민주당이 대구시장을 차지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 의원은 MBC 라디오를 통해 최근 대구 민심에 대해 “그동안 국민의힘에 대한 불만으로 ‘이번에는 갈아보자’고 했지만 대안이 없어 ‘미워도 다시 한번’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저도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민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구에 반이재명 정서가 강했지만 요즘은 사람들이 많이 달라졌다. ‘윤석열보다는 이재명이 잘한다’, 심지어 ‘얄밉게 잘한다’는 사람도 있다”며 여기에 “김부겸이란 대안도 있어 대구 민심이 그 대안으로 옮겨가기 직전”이라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국민의힘 지도부의 안일한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상황인데도 당은 ‘무난히 여섯 명(예비 후보) 중 한 명을 뽑으면 된다고 하고 있다”며 “자칫 잘못하면 국민의힘에 대한 실망으로 ‘김부겸을 통해 이익이라도 챙기자’라고 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주호영, 이진숙을 다독거려서 될 문제가 아니다. 6명 중에서 뽑힌 후보가 김부겸을 이기기 힘들 만큼 대구 민심은 훨씬 더 나쁘다”며 “상황이 이렇기에 보수 기득권에 안주하는, 보수 결집으로 이기겠다라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재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은 무소속 출마 쪽으로 마음을 굳혔으며, 가처분이 기각된 주호영 의원은 “항고심을 지켜본 뒤 거취를 판단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주 후보는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장애물은 장동혁 대표 체제 그 자체”라며 국민의힘 지도부를 정면으로 비판하기까지 했다. 앞서 주 의원은 지난달 26일 법원에 컷오프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고 법원은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이후 주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장 대표를 향해 “민심을 붙잡을 대책도, 보수를 다시 세울 노선도, 국민 앞에 사과하고 변화를 약속하는 모습도 없다”며 “대신 곳곳에서 공천 작당만 벌였다는 비판만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대구 현장에서도 장 대표가 싫어 국민의힘을 못 찍겠다는 말이 적지 않다. 장 대표가 먼저 결단해야 한다”며 “비상대책위원회든 선거대책위원회든 새로운 책임 체제를 즉각 구성하라”라고 장 대표의 후퇴를 촉구했다. 이번 대구시장 선거의 변수는 시민들의 막판 결집력이다. “당장 내일 선거가 치러지면 김부겸을 찍겠다”는 이들조차 투표소에 들어가면 “그래도 보수를 찍어야지”라는 마음으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냥 그렇게 삼진 아웃? 다만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런 ’습관성 투표‘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 관계자는 “‘보수가 큰일 났다’ ‘대구가 위험하다’라는 위기의식이 있어야 이들이 똘똘 뭉쳐 결집하고 표가 된다”며 “지금은 장 대표가 위기 그 자체다. 그래서 ‘이번에는 김부겸 한번 믿어보자’는 기대감이 오히려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14년 (박 전 대통령 탄핵 상황)과 지금은 다르다. 보수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어 가면서 보수 지역 민심도 그에 맞춰가는 것”이라며 “김 후보가 크게 실수하지 않는 이상 ‘이대로라면 대구가 민주당에 뺏긴다’라는 위기감보다 ‘그래도 보수를 먼저 살려야지’라는 여론이 형성될 것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