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경기도 용인의 한 골목길에서 60대 보행자를 폭행하고 차량으로 충격한 혐의를 받는 운전자가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 측은 피고인이 진정한 사과보다 반성문 제출과 공탁 등 감형을 위한 법적 대응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엄벌을 호소하고 나섰다.
28일 제보자 A씨는 <일요시사>에 “가해자는 아버지를 진심으로 사죄해야 할 피해자가 아닌, 합의금을 깎아야 할 대상으로만 본 것 같다”고 토로했다.
A씨에 따르면 부친 B(68)씨는 지난 1월23일 경기 용인시 수지구의 한 상가 밀집 골목길을 걷던 중 뒤따르던 차량 운전자 C씨와 실랑이를 벌였다. 이후 C씨가 차에서 내려 가슴 부위를 밀쳤고, B씨는 바닥에 머리를 부딪혀 의식을 잃었다.
문제는 이후 차량에 의해 손목까지 짓눌렸다는 점이다. 함께 제보한 블랙박스 영상에는 C씨가 다시 운전석에 올라 주행을 시도했고, B씨가 비명을 지르자 차에서 내려 상황을 확인한 뒤 후진하는 장면이 담겼다.
얼마 뒤 제3자들이 개입하면서 사고는 수습됐으나, 당시 경찰에는 “자해공갈범이 누워 있다”는 내용으로 신고가 접수됐다는 게 A씨 측 주장이다.
B씨는 병원으로 이송된 뒤 흉부 다발골절과 뇌진탕 증세, 팔과 손목 부위 타박상 등으로 전치 6주의 상해를 입었고, 열흘가량 입원 치료를 받았다.
이에 대해 A씨는 “흉골 골절은 수술이나 깁스가 어려워 안정을 취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었다”며 “아버지는 퇴원 이후에도 숨을 쉬거나 기침할 때마다 극심한 통증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 당시 두꺼운 패딩을 입고 가방을 메 그나마 충격이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며 “아버지는 가족에게 이 일을 두 달 가까이 숨겼는데, 더 빨리 챙기지 못해 후회된다”고 토로했다.
피해자 가족은 합의 과정도 납득하기 어려웠다는 입장이다. A씨는 “병원비와 향후 치료비 등을 산정해 전달했지만, C씨는 ‘판례상 300만~500만원 수준’이라는 취지로 600만원을 제시하는 데 그쳤다”며 “이후 법원에 공탁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뒤로는 사실상 연락이 끊겼다”고 설명했다.
형사공탁은 피해자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에도 피고인이 법원에 금전을 맡겨두는 제도로, 형사사건에서는 피해 회복 노력으로 양형에 고려될 수 있다. 다만 피해자 측은 공탁금을 수령하더라도 처벌불원 의사가 없다는 점을 재판부에 전달할 수 있다.
결국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고, 사건은 법원으로 넘겨졌다. 공소장에 따르면 검찰은 피고인 C씨가 피해자에게 신체적 폭행을 가한 데 이어, 차량을 운행해 손목 부위를 충격했다고 보고, 특수상해와 상해 혐의를 적용했다.
형법 제258조의2에 따르면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상해죄를 범한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일반 상해죄를 규정한 형법 제257조는 사람의 신체를 상해한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피해자 측은 피고인이 법원에 제출한 반성문 내용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A씨는 “최근 제출한 반성문에서는 ‘매주 연락하며 진심으로 사죄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지난달 18일 검찰 송치 이후 지금까지 단 한 통의 사과나 연락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실제 블랙박스 영상과도 맞지 않는 서술이 있는데 진짜 반성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고 한탄했다. 다만 반성문 내용의 사실관계는 향후 재판 과정에서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수사 절차에 대한 불만도 드러냈다. 그는 “가족들이 사건을 알게 된 뒤 적극적으로 엄벌을 요청하기 전까지 조사가 제대로 진행된 것인지 의문”이라며 “경찰의 첫 연락도 수사 종결을 며칠 앞둔 시점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건 당시에도 피의자 측 조사가 먼저 이뤄졌고, 부친에 대한 조사는 뒤늦게 진행됐다”며 “통상 피해자 측 진술을 충분히 들은 뒤 판단했어야 하는 사안 아니냐”고 반문했다.
형사 고소 이후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도 ‘70대 아버지를 차로 밟고 폭행한 가해자, 너무 억울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엄벌 탄원을 요청했다.
법조계에서는 피고인이 반성문이나 의견서를 양형자료로 제출하는 행위 자체는 헌법상 보장된 방어권 행사 범위에 포함되는 만큼, 이를 제한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해석이 나온다.
물론 의견서 제출이 곧바로 양형상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내용이 객관적 증거와 배치되거나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취지로 비칠 경우, 재판부가 피고인의 반성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여지도 있다.
이번 사안은 최근 형사공탁을 둘러싼 제도 정비 흐름과도 맞물려 주목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제144차 전체회의를 열고 ‘피해 회복 관련 양형인자 정비에 따른 수정 양형 기준’을 최종 의결했다. 이에 따라 오는 7월1일 이후 공소가 제기되는 사건부터 모든 범죄 양형 기준에서 공탁은 감경요소에서 제외된다.
이날 양형위는 “공탁이 곧 피해 회복이라는 오해를 불식하기 위해 양형인자 명칭에서 ‘공탁 포함’ 문구를 삭제했다”며 “피해 회복 여부 판단 시 피해자의 공탁금 수령 의사, 피고인의 회수청구권 포기 의사 등을 신중하게 살필 수 있도록 개정해 소위 기습 공탁, 먹튀 공탁 등의 문제를 방지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기습 공탁’은 판결 직전 공탁금을 맡겨 피해자가 의견을 충분히 밝히기 어렵게 만드는 경우를, ‘먹튀 공탁’은 감경받은 뒤 공탁금을 다시 회수하는 경우를 말한다. 그간 형사사건에서 공탁은 피고인의 피해 회복 노력으로 고려돼왔지만, 피해자 의사와 무관하게 감형을 목적으로 활용된다는 지적도 이어져 왔다.
일각에서는 비록 이번 사안에 바뀐 양형 기준이 직접 적용되지 않더라도, 법원의 판단 과정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제기된다. 공탁을 형식적인 감형 자료가 아닌 실질적 피해 회복 여부에 따라 살피려는 흐름이 분명해졌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법원이 공탁 자체만으로 감형해 온 것도 아니다. 공탁금과 피해 규모 사이의 괴리가 커 오히려 재판부가 이를 질타한 사례도 있다.
지난 2022년 음주 운전 사고로 전 제주유나이티드 골키퍼 유연수씨에게 하반신 마비라는 중상을 입힌 사건의 항소심에서 당시 30대 피고인은 820만원을 형사공탁했다. 이에 재판부는 “피해자를 약올리나, 조롱하는 것이냐”며 강하게 지적했고, 이후 1심과 같은 징역 4년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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