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7억 체납자’에 지원금 맡긴 서울시 논란

체납자에게 금고를?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시립승화원에서 7억원 규모의 지역발전 지원금이 장기간 미납됐지만, 수년간 방치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업체는 파산 상태로 회수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지원금을 납부하지 않은 업체 대표가 주민협의회 회장으로 선출되면서, 지원금 운영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장사시설이 위치한 지역에서는 시설 운영과 관련한 민원과 갈등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장사시설 특성상 많은 규모의 방문객과 차량 이동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장례 절차가 집중되는 시간대에는 차량 출입이 늘어나고, 시설 이용객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주변 도로가 혼잡해진다.

소송으로
버티기?

무엇보다 장사시설이 인근에 위치할 경우 주거 환경 선호도에 영향을 준다는 점이 문제다. 장사시설은 흔히 말하는 혐오 시설이기 때문이다. 장사시설이 들어서면 인근 집값뿐만 아니라 지역 이미지에도 큰 영향을 준다.

이러한 상황을 완화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지역발전수익지원금(이하 지원금)’이다. 이 지원금은 주로 지역 주민을 위한 각종 지원사업이나 복지사업 등에 활용된다. 지역 전체의 생활 여건을 개선하고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다.

이 지원금은 부대시설의 수익금에서 발생한다. 장사시설 내에는 매점, 식당, 카페 등 부대시설이 함께 운영되는데, 이들 시설은 공공기관이 직접 운영하기보다 민간업체에 위탁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이 과정에서 업체는 시설 운영권을 부여받는 대신 일정 금액을 납부하게 되며, 이 금액이 지원금금으로 조성된다.

먼저 기관이 입찰 등을 통해 부대시설 운영 업체를 선정하고, 선정된 업체는 계약 조건에 따라 매년 일정 금액을 납부한다. 즉, 이 지원금은 부대시설에서 발생하는 수익 일부를 지역사회로 환원하는 구조다.

따라서 지원금 납부 여부와 금액은 부대시설 운영업체와 공공기관 간 계약에 따라 결정된다. 계약 조건에 따라 매년 일정 규모의 금액이 정해지는 방식이다.

장사시설 내 부대시설은 장례식장을 찾는 조문객과 방문객을 대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이용률이 높은 편이다. 특히 부대시설 운영 규모가 크거나 이용객이 많은 경우, 하루 수천 명 단위의 방문이 이뤄지면서 안정적인 매출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부대시설 운영권은 일정 수준의 수익이 보장되는 사업이다. 실제로 운영업체는 일정 금액의 지원금을 납부하는 조건을 감수하더라도, 운영을 통해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지역발전 기금 7억5000만원 미납
계약 해지 후에도 영업 지속

공단은 2018년도 공개입찰을 통해 운영 업체를 모집했고, 이 과정에서 업체들은 부대시설 운영 조건으로 납부할 지역발전 지원금 규모 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낙찰자로 선정된 업체는 ‘높빛’이라는 업체로, 매년 7억원 수준의 지원금 납부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높빛은 2018년 서울시립승화원 부대시설 운영권을 확보한 뒤, 2019년 1차년도 지원금 7억원을 납부하며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2020년부터 기금이 미납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업체 측은 당시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악화를 이유로 기금 납부가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기금이 미납되기 시작하자, 공단은 계약 해지 절차에 들어갔다. 공단은 기금 납부 의무가 이행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하지만 높빛 측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업체 측은 계약 해지의 정당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계약 해지를 둘러싼 다툼이 이어지게 됐다. 문제는 높빛 측이 계약 해지 통보 이후에도 즉시 시설에서 철수하지 않고, 일정 기간 부대시설을 계속 운영했다는 점이다.

높빛은 소송을 진행하면서 2년이나 운영을 지속해 왔다. 2019년 1차년도 지원금 납부 이후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지원금을 납부하지 않은 상태에서 영업을 이어왔고, 이로 인해 총 7억5000만원의 미납금이 발생하게 됐다.

회수도
불투명

이 과정에서 업체는 서울시 측에 시설 사용에 따른 임대료는 납부하면서도, 지원금은 납부하지 않는 상태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22년 강제집행을 통해 해당 부대시설 영업장이 폐쇄되면서 운영은 종료됐지만, 미납된 지원금은 해소되지 않은 상태로 남게 됐다.

문제는 이후 대응 과정이다. 공단과 서울시는 2020년부터 지원금 미납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즉각적인 채권 회수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 계약상 매년 납부해야 하는 금전 채무가 발생한 경우 통상적으로는 채권 보전 조치가 뒤따라야 하지만, 장기간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실제로 높빛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총 7억5000만원의 기금을 납부하지 않았음에도, 공단은 해당 기간 동안 실질적인 회수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 2022년 강제집행을 통해 영업장이 폐쇄될 때까지도 미납금에 대한 적극적인 법적 대응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이후 피해 지역 주민들과 고양동 주민자치회, 직능단체장협의회 등이 서울시와 감사원 등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문제 제기가 이어진 뒤에야 공단과 서울시는 미납금에 대한 법적 대응에 착수했다. 다만 소멸시효 만료를 앞둔 시점에서 미납금 7억5000만원 규모에 대해서 민사소송이 제기됐다.

더 큰 문제는 해당 업체가 이미 법인 해산 상태라는 점이다. 법인이 해산된 경우 채권 회수는 더욱 까다로워지며, 실질적인 변제가 이뤄지기 어렵다. 결국 7억5000만원은 회수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8억을
또 지급?

미납금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장사시설 관련 주민협의회에 대한 문제도 불거졌다. 서울시립승화원 부대시설 운영과 관련된 주민협의회는 2012년 서울시와 고양동 일대 주민들이 체결한 ‘부대시설 운영권 부여 합의서’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조직이다.

이 합의서는 고양동 18·19·20통과 원신동 5통 등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부대시설 운영과 관련한 권리를 일부 인정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지역에 환원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쉽게 말해, 화장장 부대시설에서 발생하는 돈을 해당 지역 주민들을 위해 사용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약속이다. 이에 따라 지원금은 주민들을 위한 재원으로 쓰이게 되고, 이 돈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정하기 위해 주민 대표들이 참여하는 협의체가 필요하게 된다. 이 역할을 맡는 것이 바로 주민협의회다.

하지만 당시 협의회 내부 갈등과 운영 문제 등이 겹치면서 2018년 서울시는 기존 주민협의회를 해산시켰다. 문제는 이후 과정이다. 2020년 2월, 고양시는 ‘주민협의회 재구성 명단’이라는 공문을 서울시에 전달했다.

이 공문은 협의회가 다시 구성됐다는 취지의 자료였지만, 서울시는 이후에도 협의회가 정상적으로 재구성됐는지 여부에 대해 명확히 확인하지 못한 상태였다.

실제로 서울시는 2021년 고양시에 공문을 보내 협의회 재구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다시 전달했고, 2024년에도 “재구성 회의에 참석한 사실이 없고 회의록도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의회는 사실상 운영을 이어왔다.

수년 미납금 방치? 채권 관리 도마 위
서울시, 소멸시효 앞두고 뒤늦게 소송

이 같은 상황에서 2025년 3월, 높빛 대표였던 B씨가 협의회 회장으로 선출됐다. B씨는 앞서 7억원의 지원금을 납부하지 않은 업체의 대표이기도 하다. 주민협의회는 운영 규정에 따라 구성원이 참여하고 내부 의결로 회장을 선출하는 구조다.

즉, 일정 자격을 갖춘 구성원으로 포함되면 내부 절차를 통해 회장 선출이 가능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높빛 대표도 내부 의결을 거쳐 회장으로 선출됐다.

문제는 이 협의회가 실제로 주민들을 제대로 대표하고 있는지 여부다. 관계자 A씨에 따르면 협의회 구성 과정에서부터 논란이 이어져 왔다. 일부 구성원이 실제 피해지역 주민이 아니거나, 주민들이 직접 선출한 대표가 아닌 인물들로 채워졌다는 것이다.

A씨는 “실제 구성원의 10명 중 6명이 피해지역 주민이 아니며, 피해지역 주민 4명도 총회 선출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이 협의회가 정말 주민 전체를 대표하는 조직이 맞느냐”는 의문이 제기돼 왔다. 당초 합의서 취지는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기금을 관리하는 구조였지만, 실제 운영은 그 취지와 다르게 흘러갔다는 주장이다.

특히 2025년 5월, 서울시가 해당 주민협의회를 사실상 기존 조직의 연속으로 인정하면서 논란이 확대됐다. 이 결정에 따라 과거 높빛에서 최초 납부했던 지원금이 다시 협의회로 지급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2026년에도 약 8억원 규모의 지원금 예산이 편성·통과됐다. 이에 A씨는 “협의회 구성원의 선출 과정도 불분명한데 기존 협의회와 같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믿을 수
없는 상태

한편, <일요시사>는 서울시 관련 부서에 “현재 주민협의회 회장이 지원금을 미납한 업체 대표가 맞느냐”고 질의했고, 해당 부서는 “그 사람이 맞다”고 답했다.

채권 문제와 관련해서는 “현재 법원에 채권 확보를 요청한 상태로,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채권자는 협의회지만 해당 업체가 법인 파산 상태여서 실제 확보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회수 조치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서는 “그동안 회수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그동안 납부 독촉을 했지만 결국은 납부가 되지 않아 소송을 제기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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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호 폭발’ 시험대 오른 한미 관계

‘나무호 폭발’ 시험대 오른 한미 관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지난 2월 시작된 중동 전쟁의 여파가 경제는 물론 외교까지 흔들고 있다. 전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미국의 초조함이 우리나라에 불똥으로 튀는 모양새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익에 도움 되는 ‘실용 외교’를 줄곧 강조하고 있다. 어떤 선택이 우리나라에 가장 좋은 결과를 가져다줄까. 미국과 이스라엘이 한낮에 이란 수도 테헤란에 폭탄을 떨어뜨렸다. 공습의 여파로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를 비롯한 고위급 인사들이 폭사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이 응전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들의 저항은 거셌다. 이란은 전 세계 원유의 20~30%가 오가는 물류 허브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방법으로 응수했다. 끝날 듯 안 끝나는 원유 이동이 제한되면서 유가가 폭등했다. 주가가 출렁였고 물가도 오르기 시작했다. 이란은 전 세계 경제를 볼모로 잡고 버티기 작전에 들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을 석기시대로 돌려놓겠다’고 말하는 등 협박에 가까운 말로 압박했다. 이스라엘은 이란 주변국에도 폭탄을 투하하는 등 확전 태세를 보였다. 지난 2월28일 이후 두 달 가까이 이어지던 강 대 강 대치는 지난달 초 미국과 이란이 임시 휴전에 합의하면서 소강상태를 맞았다. 하지만 서로의 요구사항이 극명하게 다른 상황이라 휴전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무엇보다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미국과 이란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하길 원했다. 이번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한 만큼 계속 주도권을 갖고 싶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반면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 개방, 자유 항행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미국과 이란의 힘겨루기 양상은 다른 나라에 영향을 미쳤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가는 선박의 통행이 제한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은 선박을 멈춰 세운 이란에 반발해 군사작전을 기획했다.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인 선박의 탈출을 돕는 이른바 ‘프로젝트 프리덤’이다. 프로젝트 프리덤 착수 첫날 이란은 즉각 반발했다.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무력을 행사하면서 긴장 수위가 높아졌다. 불똥은 우리나라 선박에도 튀었다. 지난 4일 오후 8시40분경 호르무즈 해협의 아랍에미리트 움알쿠와인 인근 해역에 정박 중이던 HMM(옛 현대상선) 소속 선박 나무호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 호르무즈 해협서 선박 사고 “이란 공격” VS “관련 없다” 폭발과 화재 당시 우리나라 국적 선원 6명을 포함한 24명이 타고 있었지만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HMM에 따르면 나무호는 예인선을 통해 두바이항으로 옮겨졌다. 두바이 현지의 한국선급 지부 인력, 중앙해양안전심판원 소속 조사권, 소방청 감식 전문가 등이 참여해 사고 원인을 조사했다. 외교부는 지난 10일 “조사 결과 5월4일 미상의 비행체가 HMN 선미를 타격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CCTV 영상에 해당 비행체가 포착됐으나 발사 주체, 정확한 기종 및 물리적 크기 등을 확인하기에는 제약이 있는 상황”이라고 정부 합동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수거된 비행체 엔진 잔해 등을 추가 분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나무호 폭발을 바라보는 엇갈린 시각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사건을 동맹의 전쟁 참여의 ‘지렛대’로 사용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현지시각) “이란이 한국 화물선을 포함해 관련 없는 국가들을 공격했다”며 “이제는 한국이 이 작전에 참여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나무호 폭발과 관련해 사고 원인이 정확히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공격 때문이라고 규정해 버린 것이다. 반면 이란 측은 나무호 사건에 선을 그었다. 주한이란대사관은 지난 6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한국 선박 피해 사건에 이란군이 연루됐다는 모든 의혹을 강력히 거부하며 단호히 부인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책임’을 언급했다. 이란대사관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관련 규정을 준수하고 발령된 경고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지정된 항로를 따르고 이란 이슬람 공화국 관계 당국과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격이냐 결함이냐 또 “군사 및 안보적 긴장의 영향을 받는 환경에서 선포된 요구사항과 작전상의 실태를 무시할 경우 의도치 않은 사고가 발생할 수 있음은 자명하다”며 “이 같은 고려 사항을 무시한 채 해당 구역에서 통행이나 활동을 진행하는 당사자들에게 그런 결과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했다. 미묘하게 우리나라 선박 측으로 책임을 돌리는 듯한 뉘앙스다. 정부는 지난 6일 “(프로젝트 프리덤) 작전이 종료됐기 때문에 (참여) 검토는 꼭 필요하지 않게 됐다”고 밝혔다.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는 그동안 ‘해양 자유 구상’에 대해 검토하고 있었고 프로젝트 프리덤에 대해서도 검토하려고 했었다”고 말했다. 정부의 선 긋기에도 불구하고 이번 나무호 사건은 동맹국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노골적인 요구가 또다시 표면화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지난 3월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5개국을 향해 호르무즈 해협에 함정 파견을 요구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국가, 특히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도로 영향을 받는 국가들은 해협을 개방하고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미국과 함께 군함을 보낼 것”이라고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글을 썼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5개국은 중국, 프랑스, 일본, 한국, 영국 등이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에너지 수급에 큰 영향을 받은 국가들이 직접 호위 작전에 나서야 한다는 ‘수익자 부담 원칙’을 내세웠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도 우리나라를 포함한 5개국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일부 국가들은 군함을 보내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우리나라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그러다 두 달도 못 돼 또 한 번의 ‘트럼프발 호르무즈 청구서’가 날아든 것이다. 신중한 정부 넘겨 왔는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한미 관계에 균열이 생긴 게 아니냐는 말이 지속해서 흘러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전쟁을 빌미로 우리나라에 여러 가지를 요구하는 것과는 별개로 동맹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부정적인 상황이 잇따라 벌어지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임기 초 각국에 관세 폭탄을 던질 때부터 시작된 균열이 아직까지 봉합되지 않고 있다는 말까지 들린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혈맹’이라고 불리던 한미 관계가 무색할 정도로 우리나라에 거친 태도를 보여왔다. 특히 관세 문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등을 대놓고 화두로 올렸다. 관세를 부과하고 분담금을 더 내라는 식으로 여러 차례 압박했다. 미군이 북한으로부터 우리나라를 지켜주고 있으니 돈으로 보상하라고 밀어붙였다. 최근에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말을 두고 진실 공방이 벌어졌다. 정 장관이 지난 3월6일 국회에서 북한 우라늄 농축시설 소재지로 구성을 언급했다. 정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공식 확인한 영변과 강선 외의 장소다. 국민의힘 정보위원회 소속 의원들에 따르면,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미국은 4월 초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일부 제한했다. 정 장관은 구성이 과거 미국 싱크탱크나 국내 언론 보도 등으로 이미 언급됐던 장소라며 정보 유출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달 20일 “정 장관의 발언 이전에 구성 핵시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각종 논문과 언론 보도로 이미 전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었던 점은 명백한 팩트”라고 두둔했다. 정 장관의 발언은 정쟁으로도 번졌다. 국민의힘은 정 장관의 해임 건의안을 발의했다. 국민의힘은 해임건의안을 발의하면서 “(한미) 동맹의 균열을 초래하고 국가 안보의 금도를 넘어섰다”며 그 배경을 밝힌 바 있다. 정 장관은 “안보 사안에 대해 숭미주의가 너무 지나친 것 같다”고 맞섰다. 정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은 자동 폐기됐다. 트럼프 노골적 참전 요구 청구서 받아든 이 선택은? 미국 측에서 우리나라 사법 체계를 흔드는 듯한 행보도 잇따라 나왔다. 김범석 쿠팡 의장, 방시혁 하이브 의장 관련 논란이다. 쿠팡은 지난해 11월 3300만건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로 조사를, 방 의장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심지어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미국 정계에서는 다양한 경로로 쿠팡 ‘감싸기’를 하고 있다. 미국 기업인 쿠팡을 ‘차별적으로’ 대하지 말라는 게 골자다. 수사 대상에 오른 김 의장의 안전을 보장해야 안보를 논의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들이 쿠팡 등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를 중단하라는 항의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김 의장을 쿠팡의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하면서 한미 간에 감정싸움이 불거질 수 있다는 말도 나왔다. 지금까지 쿠팡의 동일인은 법인이었는데 김 의장(개인)으로 바뀌면서 법적 책임이 대폭 늘었다. 실제 쿠팡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공시 의무를 준수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가 이중으로 규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차별적 조치라는 것이다. 또 김 의장이 미국 국적자인데 그를 한국법상 총수로 지정한 것은 한미FTA를 위반한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주한미국대사관에서 방 의장을 비롯한 하이브 관계자 3명의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는 요청이 경찰청에 오기도 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하이브 상장 과정에서 방 의장이 2000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방 의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검찰이 보완 수사를 이유로 반려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이 내정간섭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어떤 이유로든 미국이 우리나라에서 수사를 받는 인물에 대해 특정 요구를 한다는 것 자체가 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택 기로 앞으로는? 더 큰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가 또다시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재명정부의 외교 방향은 ‘국익’ ‘실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전시작전권 전환 등 안보 독립을 외치는 중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외교는 오랜 시간 한미동맹의 바탕 위에서 이뤄졌다. 결국 선택해야 할 시기가 올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합류일까, 관망일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