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6.09.11 10:07
오래된 주택을 고쳐 만든 가게와 카페가 이어지는 봉황대길에서 여행을 시작한다. 골목 끝에는 가야인의 생활 터전이었던 봉황대공원이 펼쳐지고, 조금 더 걸으면 금관가야 지배층의 무덤이 자리한 대성동 고분군에 닿는다. 오늘의 취향과 고대의 역사가 나란히 흐르는 김해 원도심 여행이다. 봉황대길에 들어서면 원도심의 정겨운 골목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과거의 주택과 상가,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의 형태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거리다. 처음 마주한 봉황대길의 풍경은 평범한 주택가에 가깝다. 골목을 조금 더 걷다 보면 세월이 묻은 담장과 파란 지붕의 구옥 사이로 카페와 음식점, 소품점과 공방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다. 옛 골목, 새 취향 건물의 골격과 마당은 살리고 창문과 간판, 조명에 새로운 감각을 더해 원도심의 시간과 젊은 취향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봉황대길의 매력은 모퉁이를 돌 때마다 거리의 표정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주황빛 능소화가 늘어진 담장 너머로 한적한 골목이 이어지고, 레트로풍 소품 숍 앞에는 알록달록한 간판과 장난감이 시선을 붙잡는다. 손으로 만든 소품을 진열한 작은 가게와 이국적인 분위기로 꾸민 음식점도 나란히 자리한다. 서로 다른 개성을 지닌 상점들이
백운산 자락의 고요한 산사에서 하루를 시작해 잔잔한 호숫가를 걷고, 오래된 열차가 간직한 시간 속으로 들어간다. 백운사의 여유와 백운호수의 낭만, 철도박물관의 이색적인 볼거리가 어우러진 의왕은 대화를 나누며 천천히 둘러보기 좋은 하루 데이트 여행지이다. 백운사는 조선 시대부터 백운산 자락을 지켜온 사찰이다. 백운산의 비탈을 따라 석축과 전각이 층층이 자리하고 있어 규모가 크지는 않아도 깊은 산중에 들어온 듯한 아늑함을 느낄 수 있다. 경내에 들어서면 오색 연등과 푸른 기와를 차곡차곡 쌓은 낮은 담장, 작은 불상과 동자승 장식이 차례로 눈에 들어온다. 숲과 어우러진 산사 석축 위에는 백운사의 중심 전각인 대웅전이 단정하게 들어서 있다. 푸른 숲을 배경으로 펼쳐진 팔작지붕의 곡선과 선명한 단청이 조화를 이루며, 처마 아래로 겹겹이 이어진 서까래에서는 전통 목조건축의 섬세한 아름다움이 드러난다. 경내에는 다층 석탑을 비롯해 바위에 새긴 관음보살상과 석조 관음보살 입상도 자리한다. 자비로운 표정의 보살상 앞에는 향로와 복전함이 정갈하게 놓여 있어 지금도 기도와 공양이 이어지는 사찰의 일상을 보여 준다. ‘소원을 이루는 곳’이라 적힌 공양함에서는 하얀 촛불이 잔잔하게
덕유산 자락에서 흘러내린 맑은 물은 거창의 숲과 바위 사이로 굽이친다. 솔바람이 부는 장풍숲을 지나 너른 암반이 펼쳐진 수승대에 닿고, 계류를 내려다보는 용암정에서 고요히 머문다. 자연을 벗 삼아 시를 짓고 마음을 다스렸던 옛사람들의 풍류를 따라 거창으로 가자. 장풍숲은 장풍교 아래로 흐르는 위천 한가운데에 자리한다. 덕유산에서 흘러내린 물길이 빚은 솔숲으로, 멀리서 바라보면 수백 그루의 소나무가 모여 하나의 푸른 섬을 이룬 듯하다. 장풍교를 건너면 숲 안쪽으로 보행로가 이어지고, 얕은 물길과 둥근 바위가 어우러진 수변 풍경이 펼쳐진다. 숲에 들어서면 제각기 굽고 기울어진 소나무 줄기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물과 소나무가 빚은 장풍숲 거친 나무껍질과 짙은 솔잎, 바닥을 덮은 푸른 풀이 서로 다른 질감을 이룬다. 높은 가지와 잎이 넓은 그늘을 드리우고, 그 사이로 스민 햇빛은 숲 바닥에 밝고 어두운 무늬를 그린다. 흙길과 잔디 쉼터, 벤치가 소나무 사이에 놓여 있어 솔바람과 물소리를 가까이에서 느끼며 천천히 걸을 수 있다. 장풍숲은 아름다운 경관에 머물지 않고 마을 사람들의 삶과 맞닿아 있던 숲이다. 한여름이면 들일에 지친 농부들이 나무 그늘에서 땀을 식혔고,
바쁜 일상의 소란에서 벗어나 오롯이 마음의 평온을 찾고 싶을 때, 충청북도 괴산은 나지막한 산세와 물길로 다정하게 여행자를 맞이한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 위 절벽 끝에 서서 호젓한 정취를 느끼고, 푸른 나무들이 수면 위로 초록빛 그림자를 내어주는 저수지 산책로를 거닐며, 조선 선비의 단아한 숨결을 마주하는 여정. 고요함 속에서 내면을 조용히 다독여 줄 괴산으로 떠나자. 괴산 여정의 첫 마중길은 동진천과 성황천이 합류해 맑게 흐르는 달천 언덕 위의 ‘괴산 고산정 및 제월대’다. 이곳은 깎아지른 듯한 바위 절벽인 ‘제월대’ 정상부에 정자가 포근히 들어서 있다. ‘제월(霽月)’이라는 이름은 ‘비가 온 뒤 맑게 갠 하늘에 떠오른 달’을 뜻하는데, 예부터 선비들이 절벽과 강물이 어우러진 빼어난 풍경에 반해 붙인 이름이라 전해진다. 고산정은 조선 선조 때, 예조판서와 대제학을 지낸 문정공 유근 선생이 충청도관찰사 재임 중 지은 뒤, 훗날 관직에서 물러나 내려와 은거한 공간이다. 선생은 이곳에서 학문을 연구하며 내로라하는 선비들과 친목을 나누었다. 괴산의 첫 풍경 당대 이름난 문인인 이항복, 이덕형, 김상헌 등이 찾아와 시를 읊으며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1606년(선조
산청은 조선 시대 허준 선생의 의학서 <동의보감>의 숨결이 스며 있는 곳으로, 한의학 문화와 역사, 자연을 하루에 함께 둘러보기 좋은 여행지다. 이번 산청 여행 코스에서는 동의보감촌, 덕천서원, 한옥카페소북을 차례로 방문한다. 실내 전시부터 역사 문화유산, 고택에서 여유롭게 쉬어가는 시간까지. 하루 동안 둘러보며 머물기 좋은 세 곳을 묶은 코스를 소개한다. 산청 여행의 첫 코스는 ‘산청 동의보감촌’이다. 2013 산청세계전통의약엑스포가 열렸던 곳으로, 전시관과 야외 공원, 출렁다리가 지리산 자락에 넓게 펼쳐져 있다. 전체 규모가 크기 때문에 관람 순서를 먼저 정해 두는 편이 좋다. 동의폭포에서 시작해 엑스포주제관, 한방테마공원, 산청한의학박물관, 약초테마공원, 무릉교 순서로 둘러보면 수월하게 관람할 수 있다. 가장 처음 마주한 곳은 동의폭포다. 동의보감 고장 바위 절벽을 따라 떨어지는 시원한 물줄기 뒤로 산자락이 시야에 들어온다. 동의폭포를 지나 엑스포주제관으로 들어간다. 어두운 전시장 벽면에는 동서양에서 전해 내려온 불로장생 이야기와 전통의약을 담아낸 영상이 펼쳐진다. 밤늦게 책을 읽는 아이를 위해 어머니가 총명탕을 준비하는 모습처럼, 생활 속
단양의 여름은 짙은 녹음이 물가와 산자락을 두텁게 덮는 계절이다. 강 위 바위와 서늘한 동굴, 조용한 카페를 차례로 지나고 나면 하루가 선명하게 남는다. 푸릇한 여름의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단양 여행지를 소개한다. 단양에 도착해 가장 먼저 어디로 갈지 고민된다면, 도담삼봉은 탁월한 선택지이다. 남한강 한가운데 세 봉우리가 서 있는 모습이 워낙 독보적이라, 처음 방문한 사람이라도 단양에 도착했음을 단번에 실감하게 된다. 차에서 내려 조금만 걸어도 시야가 확 열리고, 물과 바위가 어우러진 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탁월한 선택지 초여름에는 강가의 초록빛이 한층 짙어져 세 봉우리의 윤곽이 더 선명하게 살아난다. 굳이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왜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는지 금방 이해할 수 있다. 멀리서 볼 때보다 가까이서 바라보는 봉우리가 훨씬 큼직하고, 강물 위에 둥둥 떠 있는 듯해 사진으로 익숙했던 장면도 새롭게 다가온다. 강가 가까이 서면 유유히 흐르는 물길이 잔잔하게 번져 눈이 오래 머문다. 강가로 향하는 길목에는 꽃이 가꾸어진 구간과 사진을 남기기 좋은 포토존이 이어져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그냥 지나치기 쉽지만 산책로가 정갈하게 정돈돼있어 가볍게 산책하듯 둘
흔히 광양은 ‘철의 도시’라 부르며 뜨거운 제철소의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지만, 한낮의 열기를 피해 머물 곳이 도심 곳곳에 있다. 일본식 목조 건물, 옛 광양역 자리에 들어선 미술관, 연못이 있는 공원까지 모두 걸어서 닿는 거리다. 기차가 다니던 옛 터널에 만든 시원한 와인동굴도 멀지 않다. 올여름, 무더위를 피할 광양 여행지를 소개한다. 일본식 건축은 인천, 군산, 목포처럼 개항했던 항구도시에 주로 남아 있다. 그런데 광양읍 한복판에도 100년의 세월을 품은 일본식 목조 건물이 자리한다. 남부연습림은 1919년 동경제국대학이 백운산 일대에 산림 연구와 실습을 위해 조성한 숲이다. 이를 관리하던 직원들의 관사를 광양읍에 지었다. 산채 명소 돌담 안으로 들어서면 각기 다른 멋을 지닌 두 동의 목조 건물이 앞뒤로 서 있다. 날개처럼 끝이 화려하게 올라간 팔작지붕 건물과 지붕 사면이 평평하고 단정하게 내려앉은 우진각지붕 건물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 관사를 수리하며 발견된 상량문에는 1919년 3월에 지어졌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광복 후에는 서울대학교가 연습림과 관사를 관리했고, 2015년까지 실제 숙소로 썼다. 한동안 비어 있던 건물은 새 단장을 마치고 2024년
바다와 계곡만이 여름을 나는 길은 아니다. 내륙에서도 시원한 하루를 누릴 수 있다. 우거진 숲에서 첫걸음을 떼고 서늘한 실내에서 역사를 마주하며 왕버들 드리운 수변에서 하루를 거둔다. 뜨거운 여름날, 경산시를 시원하게 즐길 여행 코스를 소개한다. 여행의 첫걸음은 도심 속 숲이다. 백자산 자락에 들어선 ‘경산 치유의 숲’은 시내와 가까워 부담 없이 닿을 수 있는 산림 치유 공간이다. 치유센터를 중심으로 물 치유장, 힐링가든, 풍욕장, 명상장, 숲길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본격적인 여정은 숲의 중심에 자리한 치유센터에서 시작된다. 도심 속 숲 아이부터 어른, 어르신까지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프로그램이 마련돼있다. 산림치유지도사와 함께 건강측정실에서 몸 상태를 살핀 뒤 싱잉볼의 맑은 울림으로 마음을 가라앉힌다. 족욕과 건식 반신욕을 하며 따뜻한 온기로 굳은 몸을 녹여내고 땀을 흘린다. 몸속 깊은 곳에 쌓인 열기마저 빠져나가는 듯하다. 이열치열, 뜨거움으로 여름의 열기를 다스리는 개운한 순간이다. 치유센터 밖으로는 체력에 맞춰 걷기 좋은 숲길이 여러 갈래로 뻗어 있다. 소나무 사이로 난 산책로를 따라 그늘 속으로 걸음을 옮긴다. 바람결에 묻어나는 짙은 솔향을 맡
풍부한 햇살과 맑은 공기 속에서 자란 영주 사과는 남다른 맛과 향을 자랑한다. 이 덕분에 경북 영주는 여름철에도 상큼한 사과를 활용한 음식과 디저트를 즐길 수 있어 색다른 미식 여행지로 손꼽힌다. 이번 여정은 근대 문화유산이 남아 있는 거리를 천천히 걸어보고, 사과로 단맛을 더한 닭강정을 맛본 뒤, 달콤한 사과 디저트로 영주의 싱그러움을 즐기는 코스다. 영주근대역사문화거리는 구 영주역 관사와 이발소, 정미소, 근대한옥, 교회 등 영주의 근대 역사를 품고 있는 거리다. 골목 곳곳에 오래된 건축물이 남아 있어 천천히 걸으며 둘러보기 좋다. 대성마트 인근에 자리한 구 영주역에는 5호 관사와 7호 관사가 있다. 이곳은 19 35년 중앙선 철도 개설 공사에 참여했던 공병대 기술자들이 머물던 숙소였다. 근대 역사의 거리 오래된 건물 앞에 서 있으니, 중앙선 철도를 놓던 기술자들이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했을 모습이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그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주려는 듯, 영주동 근대한옥 근처 쉼터에는 흥미로운 조형물이 있다. 가방을 들고 출근길에 나선 세 명의 근대 철도원과, 삼각대 위에 대형 카메라를 설치하고 검은 천을 뒤집어쓴 채 이들의 모습을 담으려는 사진사의 모습
여수는 독특한 바다 풍경과 함께 즐길 거리가 많은 곳이다. 전라좌수영이 있었던 진남관부터 돌산도 끝에 자리한 사찰 향일암, 섬 전체를 문화예술의 터전으로 가꿔 낸 예술의 섬 장도, 여수에 최초로 세워진 동산동성당까지 참 매력적인 도시다. 여수의 숨은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명소들을 소개한다. 전남 여수 진남관은 조선 시대 전라좌수영의 본영이 자리했던 터이자, 임진왜란 당시 충무공께서 수군을 진두지휘했던 역사적인 무대다. 지방에 남아 있는 관아 건물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만큼, 그 가치를 인정받아 국보로 지정해 소중히 관리하고 있다. 충무공의 역사적인 무대 그런 진남관이 10년간의 보수공사를 마치고 지난해 5월30일 우리들 곁으로 돌아왔다. 건물의 뒤틀림과 구조적 안전성 문제 때문에 전면 해체·보수공사에 들어갔었는데, 이번 복원을 통해 일제가 훼손하기 전의 70개 기둥을 원형대로 되살렸고 기왓장 5만4000장을 사용해 기울어진 기둥과 휘어진 처마를 바로잡았다. 사실 진남관이 처음부터 존재했던 것은 아니고 이순신 장군이 좌수사로 부임했을 당시에는 진해루라는 누각이 있었다. 이후 정유재란 때 왜군에 의해 불타 없어졌고 후임 삼도수군통제사였던 이시언이 75칸
초여름 볕이 강해지기 전, 밀양은 걷는 맛이 살아나는 도시다. 오래된 관아에서 하루를 열고, 누각 위 풍경으로 시야를 넓힌 뒤, 한옥 감성 카페에서 천천히 숨을 고르면 혼자 떠난 여행도 단단한 흐름을 갖게 된다. 걸음마다 깊은 여운을 남기는 밀양의 숨은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명소들을 소개한다. 경남 밀양 원도심 쪽으로 들어서 가장 먼저 발걸음을 멈추게 되는 곳은 밀양관아다. 관광지의 화려한 인상보다 도시의 결을 먼저 읽고 싶을 때 이 장소가 유난히 잘 맞는다. 넓게 비어 있는 마당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건물은 시선을 어지럽히지 않고 오늘 하루의 속도를 자연스럽게 늦춘다. 도시가 품고 있는 세월의 깊이 여행에서는 첫 장소의 인상이 유난히 중요하다. 처음부터 동선이 복잡하거나 감상이 과해지면 오히려 하루 전체가 쉽게 흐트러지는데 관아는 그런 부담이 없다. 행정 중심지였던 자리에 서서 건물과 마당의 관계를 천천히 눈으로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이 도시가 세월을 어떻게 품고 있는지 그 깊이를 가늠해 볼 수 있다. 공식 관광 정보는 이곳을 ‘밀양관아지’로 소개한다. 관아는 지방 수령이 공무를 보던 공간인데, 밀양의 관아 역시 임진왜란 이전부터 존재했다. 1592년 전란
전북 정읍은 오래 머물지 않아도 여행의 결이 또렷하게 느껴지는 도시다. 역사 이야기를 품은 사우에서 걸음을 시작하고, 생활의 온기가 남아 있는 전통시장을 지나, 마지막에는 따뜻한 차 한잔으로 숨을 고르는 흐름이 자연스럽다. 멀리 이동하기보다 천천히 걸으며 장면을 이어 가는 방식이 잘 어울리는 동선이라, 하루 동안 정읍의 분위기를 차분하게 담아내기 좋다. 여행의 첫 장면은 충렬사에서 여는 편이 좋다. 정읍 시내권과 가까이 있어 동선을 무겁게 만들지 않으면서도, 발을 들이는 순간 분위기가 단정하게 바뀐다. 정읍 현감을 지낸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유덕을 기리기 위해 충무공의 위패를 모신 사우(祠宇, 제사 지내는 집)라는 배경 덕분에 공간 전체에 묵직한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여행의 시작 크지 않은 규모임에도 시선이 오래 머무는 힘이 있다. 걷기 여행의 출발점으로 충렬사가 잘 어울리는 이유도 바로 이런 균형감에 있다. 사우 안에는 이순신 장군의 영정과 위패가 모셔져 있다. 정읍에서 꼭 짚고 가야 할 포인트는 바로 이 영정이다. 역사적 기록에 따르면, 월전 장우성이 그린 이순신 영정은 1953년 현충사 소장용, 1962년 정읍 충렬사 봉안용이 함께 언급돼 충렬사의 상
화려함보다 단아함으로 마음을 머물게 하는 곳, 부여다. 1500년 전, 사비 백제가 지향했던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다’는 미학은 초여름으로 향하는 푸른 생명력과 만날 때 비로소 그 깊이가 선명해진다. 요란한 풍경에 지친 마음을 다독여 줄, 사비 백제의 고요한 찬란함을 따라 세 가지 풍경을 제안한다. 부여 시내의 활기찬 일상을 걷다 보면, 어느 순간 주변의 소음이 잦아들며 시야가 탁 트이는 경계점에 서게 된다. 바로 정림사지다. 현대의 건물들 사이로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곳은, 방문객들이 복잡한 도심에서 백제의 정적인 시간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마법 같은 통로가 되어준다. 절터 정중앙에는 국보 제9호인 오층석탑이 당당히 서있다. 이 탑은 차가운 석재를 사용하면서도 목조 건물의 정교한 구조를 완벽하게 재현해 내어 ‘석탑의 교과서’라 불린다. 층마다 지붕돌의 끝이 살짝 들려 있는 모습은 백제 특유의 단아한 세련미를 보여준다. 석탑의 교과서 사실 이 탑의 1층 탑신에는 당나라 장수 소정방이 백제를 멸망시킨 후 새긴 승전 기록이 남아 있어, 한때 ‘평제탑(백제를 평정한 탑)’이라 불리는 아픈 역사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1500년이
500년 된 왕버들의 뒤틀린 줄기부터, 가야의 왕들이 잠든 둥근 능선, 대를 이어 삶을 일궈온 돌담길까지. 성주에서는 시간이 흐르지 않고 차곡차곡 쌓여 만든 ‘무늬’를 볼 수 있다. 맑은 햇살이 이 오래된 시간의 무늬들을 선명하게 비추는 오늘, 성주가 간직한 세 가지 풍경 속으로 들어가 보자. 경북 성주 시내와 인접해 있어 누구나 가벼운 발걸음으로 닿을 수 있는 경산리 성밖숲은 성주 군민들이 가장 아끼는 쉼터다. ‘I ♡ SEONGJU’ 조형물이 반기는 입구에 서면 본격적인 시간 여행이 시작된다. 흙길의 부드러운 감촉을 느끼며 숲으로 들어서면, 척박한 환경에서도 강인하게 생명을 이어온 왕버들 군락이 압도적인 장관을 선사한다. 본격적 시간 여행 이곳의 주인공인 왕버들은 물가를 좋아하는 특성상 줄기가 멋스럽게 휘어지며 자라는데, 성밖숲의 나무들은 특히 그 형태가 역동적이다. 수백년의 세월 동안 뒤틀리고 굽이친 줄기들은 마치 여러 마리의 용이 하늘로 승천하는 듯한 강렬한 시간의 무늬를 그려낸다. 고목의 거친 껍질 위로 돋아난 연둣빛 잎사귀들은 박제된 역사에 숨을 불어넣듯 싱그러운 생명력을 뿜어낸다. 나무 그늘 아래 가만히 앉아 있으면 숲을 가로지르는 이천에서 시원
진주는 과거에도 오늘에도 수많은 이야기를 찾아 거닐기 좋은 여행지다. 두 차례의 임진왜란 전투가 있었던 진주성에서 만나본 과거의 이야기부터, 진주 정신과 오늘의 진주를 만든 인물들의 공간까지 다채롭게 담겨있다. 끝으로 진주의 밤을 화려하게 수놓았던 야시장까지, 매력이 가득한 진주를 알아보자. 진주 외곽에는 안온한 분위기 속에서 우리나라 경제의 중추를 담당했던 인물들을 배출한 요람이 있다. 능성 구씨와 김해 허씨의 집성촌이기도 한 지수승산부자마을의 옛 지수초등학교 교정에는 이병철(삼성 창업주), 구인회(LG 창업주), 조홍제(효성 창업주), 세 창업주가 함께 심고 가꾼 것으로 알려진 ‘부자 소나무’가 있다. K-기업가 정신의 뿌리 이들의 도전과 기업가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옛 지수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한 진주 K-기업가정신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예로부터 승산마을은 천석꾼들이 모여 살던 마을로 유명해 그 명성이 한양까지 알려질 정도였다고 전해진다. 그 사실을 증명하듯 마을 한 바퀴를 돌아보면 고풍스러운 한옥 저택들이 길 따라 자리 잡고 있고, 시골에서 흔히 보이는 초가집은 이곳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고택마다 별도의 재실이 있을 정도라 감탄사가 계속해서 나왔다
신록이 짙어지는 5월, 철공소 골목의 예술적 정취와 도심 정원의 여유가 어우러져 혼자서도 가볍게 걷기 좋은 문래동의 힐링 코스를 소개한다. 지하철 2호선 문래역 7번 출구에서 나와 잠시 걷다 보면 어느새 문래창작촌의 입구가 눈앞에 펼쳐진다. 문래창작촌은 1970년대 대한민국 철강 산업의 심장부였던 철공소 거리에 젊은 예술가들이 하나둘 모여들며 형성된 자생적 예술 공동체다. 골목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거리 곳곳에 설치된 개성 넘치는 조각상들이다. 문래동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커다란 용접 마스크와 거대한 망치 모양의 조형물은 한때 골목을 가득 채웠을 쇳소리와 불꽃을 떠올리게 한다. 자생적 예술 공동체 철공소에서 나온 폐자재를 활용해 만든 독특한 조각상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다 보면, 투박한 쇠붙이조차 예술로 탈바꿈하는 문래동만의 매력에 어느새 깊이 매료된다. 조각상들을 지나 골목 안쪽으로 발길을 옮기면 감각적인 가게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다. 누구나 편하게 들어가 감상할 수 있는 전시도 무료로 열고 있다. 작은 골목 하나하나가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골목마다 이어지는 벽화들 덕분에 발걸음을 멈출 틈이 없다. 공휴일에 방문해 철공소가
전주 여행은 이미 여러 번 다녀왔다면 바로 옆 완주로 눈을 돌려보자. SNS에서 철쭉 군락지로 입소문이 난 화산꽃동산을 시작으로, 숲길을 따라 걸으며 사계절 다양한 식물을 만날 수 있는 대아수목원, 한옥의 정취 속에서 물멍을 즐기며 쉬어 갈 수 있는 소양한옥티롤 카페까지 이어지는 코스는 하루 여행으로 충분히 알차다. 자연과 휴식, 감성적인 공간이 어우러진 완주로 봄 여행을 떠나보자! 완주 화산꽃동산은 완주군 화산면 춘산리 예봉산 자락에 자리한 개인 정원이다. 30여년 전 약 33만㎡(10만평)의 야산을 사들여 오랜 시간 가꾼 완주 화산꽃동산은 SNS에서 철쭉 명소로 소문이 나면서 지금은 이 지역의 명소가 됐다.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 입장료를 받고 싶어지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완주 화산꽃동산은 여전히 무료로 구경할 수 있어 반갑다. 지역 명소 임시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임도를 따라 10분 정도 오르면 화산꽃동산이 모습을 드러낸다. 화산꽃동산에 들어서면 형형색색의 꽃에 둘러싸인 돌탑이 가장 먼저 시선을 붙잡는다. 수풀 사이로 돌탑까지 이어진 길을 따라가면, 돌탑 둘레를 거닐며 꽃과 돌이 어우러진 풍경을 천천히 음미할 수도 있다. 돌탑 정원 맞은편에서는 분홍빛 꽃
누군가와 잊지 못할 하루를 보내고 싶을 때는, 천천히 달리고, 잘 먹고, 좋은 풍경 앞에 오래 머무는 여행을 해야 더 오래 기억에 남는 법이다. 전남 영광은 그런 여행에 잘 어울리는 곳이다. 짭조름한 바다 내음이 감도는 길을 따라 드라이브를 즐기고, 정갈한 보리굴비 한 상으로 몸보신을 하고, 붉게 물드는 서해 노을과 반짝이는 야경 앞에서 하루를 마무리하기에 제격인 곳이다. 좋은 여행은 좋은 식사에서 시작되기도 한다. 영광 여행의 첫 코스는 법성포 인근의 갈매기식당이다. 영광에 왔다면 한 번쯤 꼭 제대로 맛보고 싶은 음식이 바로 보리굴비인데, 이곳은 그 기대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한 곳이다. 법성포는 예부터 굴비로 이름난 지역인 만큼, 영광 여행에서 보리굴비 한상은 단순한 식사를 넘어 이 지역의 맛을 가장 잘 보여주는 메뉴다. 보리굴비를 중심으로 여러 반찬이 정갈하게 놓인 한상이 꽤 푸짐하다. 짭조름하면서도 깊은 풍미가 살아 있는 보리굴비는 씹을수록 고소하고, 따뜻한 밥과 함께 먹으면 그 맛이 훨씬 또렷하게 살아난다. 특히 녹차에 밥을 말아 그 위에 굴비를 올려 먹는 방식은 이곳에서 보리굴비를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는 특별한 비법이다. 여행의 시작 갈매기식당의
따뜻한 봄날 주말에 아이와 함께 수원에서 알찬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코스가 있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수원박물관을 시작으로 오랜 역사를 간직한 사찰, 화장실 문화를 배울 수 있는 해우재, 농사에 관한 기초 지식과 놀이를 함께 즐기는 국립농업박물관까지. 아이와 함께 알찬 주말을 보낼 수 있는 수원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수원의 오랜 역사를 다양한 유물과 콘텐츠로 선보이는 수원박물관에서는 오는 8월30일까지 <1980년대 수원, 그해 우리는>이라는 특별기획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1980년대 수원의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을 기록한 사진들을 통해, 우리가 지나온 시간과 그 안의 수원 사람들을 되돌아본다. 추억 속으로 전시는 1980년대 동수원 개발이 가속화되며 시청이 인계동으로 이전하고 수원 행정 중심축도 새롭게 정비되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수원을 상징하는 문화 행사인 화홍문화제 능행차 퍼레이드에 참여한 학생과 시민들의 사진을 보며 아련한 옛 추억 속으로 빠져들었다. 시민들이 소장한 일상 사진을 통해 당시 다양한 삶을 엿볼 수도 있다. 한 장의 사진은 개인의 기록이지만, 이렇게 모인 사진들은 한 시대의 시간을 보여준다. 수원 사람들이 직접 남긴 사진
친구와 함께 ‘꿈돌이’를 찾아 떠나는 대전 당일치기 여행지를 소개한다. 대전에서 소소하지만 특별한 하루를 만들어보자.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여행을 시작하고 싶다면 대동하늘공원부터 올라가 보자. 낮 시간에 방문하면 대전 시내가 훨씬 또렷하게 보여서 도착하자마자 시야가 확 트이는 느낌을 받는다. 높은 건물들과 주택가가 한눈에 펼쳐지는데, 생각보다 규모감이 느껴져서 첫 코스로 오기 좋다. 대동하늘공원은 대동역에서 도보로 약 20분 정도 소요된다. 공원으로 올라가는 길목에는 대동벽화마을이 자리하고 있어 꼭 같이 둘러보는 걸 추천한다. 골목마다 색감이 다양해서 걷는 재미가 있고, 중간중간 포인트 벽화들이 많아서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멈추게 된다. 걷는 재미 일부러 사진 찍으러 가지 않아도, 그냥 걷다 보면 감각적인 구도가 계속해서 나타나 가볍게 기록을 남기기 좋았다. 다소 오르막길이긴 하지만, 중간중간 볼거리가 있어서 생각보다 덜 힘들게 느껴졌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바람이 더 시원하게 불어와 올라오는 과정 자체도 힐링이다. 위쪽으로 올라가면 벤치나 잠시 쉴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있어,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올라가는 것을 추천한다. 정상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