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0.24 16:59
2025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국을 방문한다. 오는 29일엔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이튿 날엔 트럼프와 시진핑이 미·중 정상회담을 갖는다. 한반도가 국제 정치의 한복판으로 소환된 셈이다. 이번 만남의 표면적 주제는 ‘세계평화와 관세 협상’이지만, 그 이면에는 ‘패권과 선택’의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다. 한국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복잡한 ‘균형의 외교 시험대’ 위에 서 있는 것이다. 한반도는 늘 강대국의 바람 속에서 방향을 잡아야 했다. 냉전의 대립이 끝난 지 30년이 지났지만, 구조는 달라지지 않았다. 미국은 자유와 시장을 내세우며 동맹의 결속을 강화하고, 중국은 공존과 상생을 외치면서도 사실상 영향권 유지를 노린다. 그 사이에서 한국은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이름으로 줄타기를 해왔다. 하지만 모호함은 더 이상 전략이 아니다. 세계는 지금 선택의 시대에 들어섰고, 기술·안보·경제의 경계가 모두 무너진 복합 패권의 전장 속에서 한국은 더 이상 관망할 여유가 없다. 이번 회담의 최대 관심사는 경제다. 미국은 관세 협상을 빌미로 친미 기술 블록을 강
이재명정부의 첫 국정감사, 그 기대와는 달리 곳곳에서 파행이 잇따르며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조롱과 욕설이 난무하는 가운데, 국정 운영을 점검하고 정책을 논의하는 본래의 취지는 퇴색되고, 막장 드라마를 방불케 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이 같은 모습은 국민에게 깊은 실망감을 안겨주며, 정치 혐오를 더욱 부추기는 결과를 낳는다. 국감장에서 벌어지는 정쟁과 아무 말 대잔치를 보노라면 국민은 그저 분노만을 삼킬 뿐이다. 그로 인해 해마다 국감 시기가 되면 국민은 또 한 번의 허탈감에 빠지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러다 보니 국감이 끝나갈 때 쯤이면 매번 ‘국감무용론’마저 제기된다. 아무리 들춰내서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해도 조금도 개선되지 않기 때문이다. 피감기관들은 국감 자료 준비에 며칠 씩 날밤을 새고, 보좌진이 준비한 자료들을 보면서 국회의원들은 증인으로 출석한 피감기관장을 윽박지르거나 면박만 주는 등 보여주기식의 병폐가 아닐 수 없다. 국회의원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국감장에 고성과 삿대질만 남긴 채 일정을 마감하고 또다시 무익하고 의미 없는 당쟁(黨爭)에 몰입하기도 한다. 올해도 지난 해와 별반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여야 할 것 없이 정치가 국민을 허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행정지도는 1914년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졌다. 조선의 13도를 통·폐합해 경상·전라·충청·강원·제주로 나누고, 시·군 지명을 일본식 행정체계에 맞춘 것이다. 그 후로 무려 111년이 지났지만, 대한민국의 지도는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산업 구조가 변했으며 인구가 대거 이동했고, 교통망도 확장됐는데, 지명과 행정구획은 일부 변경된 걸 제외하곤 여전히 일제강점기의 틀에 묶여 있다. 지명은 단순한 표식이 아니라 지역의 정체성을 상징하고, 비전을 만들어가는 나침반이다. 그런데 현재 사용하고 있는 지명은 지역의 정체성과 비전을 설명하지 못한다. 전북의 중심은 전주에서 군산과 새만금 산업지대로 옮겼고, 경남의 경제 축은 진주가 아니라 창원·거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명은 그대로다. 지도 속 지명이 과거에 멈춰 있는 동안 현실은 엄청나게 많이 변했다. 그 결과 행정지도와 생활지도가 따로 돌아가는 기형적인 구조가 됐다. 지명을 바꿔야 하는 이유다. 도·광역시·특별시 그리고 시·군·구 지명을 그 지역의 특색에 맞게 바꿔야 한다. 그래야 지명에 걸맞는 지자체가 돼, 지명이 지자체의 브랜드가 될 수 있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이름은 사회
금융감독원장은 금융 시장과 금융기관들을 감독·감독하는 수장이다. 국민의 자산 보호, 금융권의 건전성 유지, 소비자의 신뢰 확보 등의 핵심 과제를 떠앉는 자리다. 이 같은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이찬진 금감원장이 서울 강남 우면동의 아파트 두 채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이번 아파트 2채 보유 문제는 단순히 개인 재산의 문제가 아니다. 감독기관을 이끄는 수장이 다주택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공적 책임’과 ‘사적인 이해’ 간에 괴리가 있음을 드러내는 상징적 장면이다. 물론, 금융 감독기관의 기관장이 아파트 2채를 소유하지 말라는 법은 그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국민 정서나 눈높이는 현실과 다르다. 게다가 최근 이재명정부는 서울 전역과 과천·성남 등 경기 12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허래허가구역’으로 묶는 이른바 ‘삼중 규제지역’으로 지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10·15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정부가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것으로 “부동산으로의 자금 쏠림을 막아야 한다” “가계대출이 위험을 부추긴다”라는 메시지가 반영된 결과였다. 이 금감원장도 취임 당시 이 같은 언급을 했던 바 있다. 그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파기환송심이 지난 21일, 서울고법 가사1부에 배당됐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16일, 최 회장의 상고를 받아들여 SK 측에 흘러 들어갔다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300억원 비자금을 전제로 한 2심 판단을 파기했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지급해야 할 재산분할 액수는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새롭게 결정하게 된다. 이번 대법원의 파기환송 핵심은 단순히 액수가 아니라, ‘노 관장의 자산 형성 기여도’를 법적으로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느냐였다. 2심 재판부는 노 관장의 기여를 폭넓게 봤다. 결혼 후 30년 동안 SK그룹의 내조자로서 재계 인맥을 관리하고, 사회적 이미지 형성에 기여했다는 점을 인정해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1조380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특히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자금이 그룹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는 정황을 근거로 삼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다. “비자금은 불법자금으로, 재산 형성의 기여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 순간 노소영이라는 한 여성의 ‘보이지 않는 노동’은 다시 법의 언어 속에서 지워졌다. 이 판결은 단지 재벌가의 가정사로 끝나지 않는다. 한국 사회가
정치의 온도는 여론조사보다 이름에서 먼저 읽힌다. 요즘 정치권을 뒤흔드는 두 이름은 김현지와 김민수다. 공교롭게도 이 둘의 이름 끝자는 ‘지’와 ‘수’다. 상명대 경제학과와 상지대 법학과 출신의 쌍김(상김)은 지금 대한민국 정치의 수준을 가늠하게 하는 ‘정치 지수’의 주인공이 됐다. 김현지는 대통령실 총무비서관 출신으로 현재 제1부속실장이다. 최근까지 총무비서관 외 공식 직책도, 명확한 개인 정보도 잘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성남시장 시절부터 수십 년 동안 대통령 주변에서 인사와 행사 실무를 맡았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급부상한 인물이다. 특히 국정감사 출석 문제를 두고 여야가 충돌하면서, 그의 이름은 단숨에 ‘정권의 투명도’를 가늠하는 지표로 떠올랐다. 대통령실은 ‘개인 신상’이라며 방어에 나섰지만, 국민에겐 아직까지 국감 출석을 하지 않고 있는 김현지가 비선의 그림자로 비치고 있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0일 KT 자료를 근거로, “김 실장이 국감 첫날인 지난 13일 기존 사용하던 아이폰14 휴대전화를 아이폰17로 교체했고, 대장동 의혹이 불거졌던 때도 휴대전화 번호를 변경했다”며 “김 실장이 이 대통령의 대장동 의혹 관련 결정적 순간
알부민은 우리 몸의 피 속에서 혈액이 새지 않도록 삼투압을 유지하고, 약과 영양분을 필요한 장기로 정확히 운반하는 단백질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약을 복용했을 때 알부민은 눈에는 눈약을, 위에는 위약을 보내주는 역할을 한다. 덕분에 몸은 균형을 되찾고, 생명은 질서를 유지한다. 하지만, 우리 정치엔 알부민 역할을 하는 정치인이 없다. 국민의 목소리를 필요한 곳에 전달하고, 여야의 갈등 사이를 중재하며, 사회의 균형을 잡아주는 정치인이 없다. 각자의 입장만 주장하고, 소통은 안 되고, 정당은 병들다보니, 정작 여론을 흘려 보내야 할 정치는 정쟁의 벽에 막혀 제자리에서 썩어간다. 정치는 본래 소통과 순환이 핵심이다. 국민의 요구가 국회로, 국회의 결정이 현장으로 흘러가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정치는 삼투압이 작동되지 않아 정보는 한쪽으로 몰리고, 비판만 난무하고, 책임은 떠밀고 있다. 서로의 필요를 읽고 연결해주는 알부민형 정치인이 없기 때문이다. 민심은 아래에서 터져 나오는데, 대화의 통로가 막히고, 권력은 위로만 모이고 있다. 그 결과는 명확하다. 여야는 서로의 논리만 내세우고, 국민의 삶은 정체된 체액처럼 무거워진다. 정치의 삼투압이란 권력과 책임의 균형,
정부의 금융조직 개편이 무산됐다. 금융위 해체, 금감위 신설,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 같은 논의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도 불투명해졌다. 이 철회는 단순한 행정 절차의 후퇴가 아니다. 금융개혁의 문이 닫힌 것이며, 그 결과 금융 시스템의 고질적 병폐를 뜯어고칠 기회를 놓친 것이다. 개혁이 좌절된 자리를 메우는 건 국민의 불안과 파생상품으로 뒤덮인 지뢰밭이다. 자동차는 안전검사를 통과해야 도로를 달릴 수 있다. 식품은 성분 검사를 거쳐야 마트에 깔린다. 약은 임상실험을 마쳐야 약국 진열대에 오른다. 하지만 금융상품은 수천만원, 수억원이 들어가는 상품인데도 사전 검증이 없다. 이로 인해 복잡한 구조 속 위험은 가려지고, 화려한 광고와 판매자의 입담만 남는다. ‘투자자 책임’ 서류 끝에는 늘 같은 면책조항이 붙는다. 한국 금융의 현실이다. 한국에서 불완전판매는 관행이 됐다. 2019년 해외금리 연계 DLF 사태에서 4000여명이 8000억원을 날렸다. 라임·옵티머스 사태는 2조원이 넘는 피해를 남겼다. 피해 사례가 한둘이 아닌데 가해자가 처벌받은 경우는 본 적이 없다. 판매사는 수수료를 챙겼고, 감독기관은 사후 제재에 그쳤다. 금융사 임직원은
<webmaster@ilyosisa.co.kr>
이재명정부가 3차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기존 서울 4개 자치구와 더불어 나머지 서울 21개 자치구 전역 및 경기도 12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추가 지정했다. 주택담보대출 한도 역시 규제 대상에 올랐다. 갭투자를 방지하고 부동산을 투기가 아닌 실거주 목적으로 하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다만 수요 억제로 인한 집값 양극화 등 부작용이 예상돼 정부 차원의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webmaster@ilyosisa.co.kr>
지난주 수요일 모 교수의 출판기념회에 초대받고 돈암동에 위치한 예약형 레스토랑 ‘89번가’를 찾았다. 참석자 중 필자와 공무원 여성 한 명만 빼고 모두 70년대생이었다. 저자의 책 소개가 간단히 끝나고, 주로 70년대생들의 학창시절 이야기가 시작됐다. 특히 병원 원장, 방송국 부장, 그리고 건축사무소 소장이 대화의 주인공이었다. 그런데 필자는 그들의 대화 속에서 “1989년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선배 권유로 거리에 나가 데모를 했다”는 말을 듣고, 그 순간 시간을 36년 전으로 돌려 1989년을 회상했다. 1989년, 그해는 한 시대의 경계였다. 동과 서를 가르던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고, 한국의 청년들이 거리에서 민주주의의 마지막 벽을 허문 해였다 당시 한국의 청년들은 권력을 향해 돌을 던진 게 아니라, 민주주의를 완성하기 위해 목소리를 던졌다. 80년 광주의 피로 시작된 시대의 싸움이 89년 청춘들에 의해 마침표가 찍힌 것이다. 그들은 더 이상 저항의 세대가 아니라, 완성을 위한 세대였다. 그해 6월 전국 곳곳의 대학가엔 최루탄 냄새가 남아 있었지만, 거리의 공기는 이전과 달랐다. 그 때부터 사람들은 더 이상 두려움 대신 토론을, 증오 대신 연대를 말하기 시
요즘 편의점에 가보면 진열대엔 ‘1+1’ ‘2+1’ 상품이 즐비하다. 표면적으론 하나를 사면 하나 더 주고, 두 개를 사면 하나 더 주는 할인이지만, 실제는 소비 심리를 자극하는 불편한 경제학이다. 편의점은 1+1 판매 전략을 통해 공짜의 유혹으로 즉각 구매를 유도하고, 2+1 판매 전략을 통해 묶음 소비로 더 큰 매출을 확보한다. 1+1은 ‘심리의 마케팅’, 2+1은 ‘체감의 착시경제’라 할 수 있다. 필자는 편의점에서 ‘1+1’ ‘2+1’ 문구를 볼 때마다 마치 고객을 위한 것처럼 포장하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고객의 심리를 이용한다는 생각이 들어 불쾌했다. 그런데 문제는 정부가 이 단순한 상술 경제학에 물들어 있다는 점이다. 편의점에서나 볼 법한 이 구조가 국가 정책에 반영되고 있다는 건 정부가 정책을 상품으로 생각해 할인으로 포장하고, 국민을 소비자처럼 여기고 있다는 증거다. 이재명정부 들어 정부의 정책 패턴은 점점 더 ‘할인 정치’의 성격을 띠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심리적 혜택을 앞세운 1+1 정책이 많다. 1+1 청년 정책, 1+1 돌봄 정책, 1+1 서민가계 정책, 1+1 민심 정책, 1+1 세대 정책 등이다. 즉, 지하철·버스 이용 청년에
지하철 개찰구를 통과할 때, 청년용 교통카드를 찍으면 기계가 ‘청년’이라고 말한다. 짧은 음성이지만 그 순간 이상하게 마음이 멈춘다. 그 단어 속에 한국 사회의 청년에 대한 기대와 미래가 불안한 청년의 모습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이재명정부는 청년정책에 적극적이다. 주거·금융·창업·교통까지 전방위로 지원책을 내놓는다. 그러나 표면적으론 청년을 위한 시대가 열린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청년들이 느끼는 체감은 다르다. 정부가 청년을 외치는 데 익숙하지만, 청년의 목소리를 듣는 데는 서툰 것 같다. 정부의 청년정책이 진정으로 성공하려면, 경제 중심에서 관계 중심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청년이 스스로 연결되고 배우는 사회적 인프라, 즉 지역 교류, 국제 교환, 유스호스텔 같은 공공 플랫폼에 대한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 최근 정부의 청년정책을 보면 모든 정책의 키워드에 ‘청년’이라는 단어가 붙는다. 청년 일자리, 청년 주거, 청년 미래 같은 정책이 그렇다. 그런데 정작 청년이 모이고 교류하는 공간에 대한 언급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정부가 말하는 청년은 숫자나 통계로는 존재하나, 현실의 청년은 공간 없이 흩어져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유스호스텔이다. 한때 전국
한반도 분단 80년을 향해 가는 지금, 통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통일은 여전히 지향해야 할 민족의 이상일까, 아니면 이제는 현실에 맞춘 평화적 공존이 더 시급한 과제일까? 최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제기한 ‘평화적 두 국가론’은 이 같은 질문에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들었다. 일부에서는 “통일을 포기한 선언”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반대로 현실적인 평화 통일 전략이라는 평가도 존재한다. 특히 국민 여론조사에서도 이런 인식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절반 이상 “다른 국가”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의 2025년 통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절반 이상이 ‘북한도 하나의 국가’로 인식하고 있다고 답했다. 현실을 인정하고 통일로 가는 가장 실용적인 길은 무엇일까? “두 국가로 못 가기에 통일로 못 간다”는 이 한 문장이야말로 오늘날 남북 관계를 꿰뚫는 통찰일지도 모른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평화적 두 국가론’은 단순한 외교 구호가 아니라, 70년 넘게 이어져 온 냉전적 사고를 깨는 현실적 제안이다. 이재명정부가 추진 중인 대북 정책의 핵심은 ‘평화 공존의 제도화’다. 그 출발점에 바로 ‘두 국가의 상호 인정’이라는 현실 인식이 있다. 정 장관의
지난 1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상대로 한 국정감사에서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이 인사말 직후 이석(국감장 퇴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노태악 이석 사태’는 단순한 의전 논쟁을 넘어 우리 정치와 제도 운영 방식이 지닌 균열을 드러낸 상징적 장면으로 기록됐다. 이번 논란은 크게 ▲헌법기관의 독립과 예우 ▲국회의 질의권과 책임성 및 정치적 균형과 형평성으로 요약된다. 헌법기관의 독립 및 예우는 관례? 특권? 가장 먼저 짚어볼 부분은 헌법기관 수장 또는 권위 있는 기관장의 국감 출석 및 응답 방식이다. 통상 대법원장이나 중앙선관위원장 등은 그 지위의 무게와 독립성 차원에서 국감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거나, 증인신문 없이 정해진 절차에 따라 답변하는 관례가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에서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일반 증인신문 없이 응답한 것이 최근 사례로 꼽힌다. 이 같은 관례는 법적 근거보다는 정치적 관습, 암묵의 균형 감각 위에서 구축된 ‘존중의 룰’이었다. 헌법기관 수장에게 질의석에 나와 의원들의 날선 질문을 감수하라는 것은, 그 자체가 조직의 위상과 독립성을 위협하는 압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
국정감사 전까지만 해도 뉴스의 중심은 늘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였다. 이 두 여야 대표는 각자의 방식으로 ‘정치의 전면’에 섰고, 언론은 매일 그들의 발언을 헤드라인으로 다뤘다. 그러나 막상 국감이 시작되자 두 대표는 신기할 정도로 조용하다. 여야 대표가 동시에 국감에서 잠잠한 이유는 국감이 끝날 때가지 내년 지방선거 공천 룰의 구도를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대표에게 국감장은 ‘국감 쇼윈도’에 불과하고, 진짜 정치 현장은 여의도 뒷방 회의실이다. 두 대표는 국감이 시작도 안 된 지난주 자신의 의중이 반영된 공천 룰을 언론에 흘렸다. 정 대표는 이달 초, 직접 컷오프 최소화와 권리당원 강화를 강조했고, 장 대표는 지난 10일 출범한 총괄기획단을 통해 오픈프라이머리(국민참여경선)를 주장했다. 즉 정 대표는 당원의 힘으로, 장 대표는 국민의 손으로 지방정치의 주도권을 잡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민주당의 정 대표가 내세운 원칙은 명확하다. 8·2 전당대회서도 밝혔듯이 컷오프를 최소화하고, 공천 과정에서 권리당원의 표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현장 당원 중심 정당으로의 회귀를 밝힌 것이라 할 수 있다. 민주당은
LG전자 인도법인 LG Electronics India가 지난 14일, 인도 증권시장에 신규 상장했다. 인도 진출 28년 만의 증시 입성으로 LG전자는 이를 통해 1조8000억원 규모의 현금을 확보하게 됐다. 인구가 많고 가전 보급률은 낮아 ‘슈퍼 블루오션’으로 불리는 인도 시장에 맞춤형 전략을 확대하는 동시에 인도를 ‘글로벌 사우스 전략’의 핵심 거점으로 삼겠다는 게 LG전자의 전략이다. 이날 LG전자 조주완 사장은 인도 뭄바이 국립증권거래소에서 열린 LG전자 인도법인 상장식에서 ‘인도를 위해, 인도에서, 인도를 세계로’라는 비전을 발표했다. LG전자는 먼저 ‘인도를 위해’ 인도 소비자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특화 제품을 선보이겠다는 방침이다. LG전자는 이날 인도 고객을 위해 기획한 특화 가전 라인업을 전격 공개하기도 했다. 인도 특화 가전은 현지 구매력을 고려한 가격, 인도의 생활 환경과 방식에 맞춘 특화 기능 및 디자인 등을 두루 갖췄다는 게 LG전자의 설명이다. LG전자는 그동안 모기 퇴치 에어컨이나 세탁물 종류와 무게를 감지하는 인공지능(AI) 모터 등 생활 환경을 반영한 특화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였다. 코노라 팬데믹 이후 더딘 회복세를 보
지난달 하늘나라로 가신 고모님은 병상에 누워서도 매일 예능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를 보셨다고 한다. 해당 프로그램은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고통 속에서 삶을 버티게 한 의식이었고, 아픈 몸이 다시 자연과 연결되는 통로였을 것이다. <나는 자연인이다>를 통해 고모님은 “나는 아직 살아 있다”는 감각을 되찾으셨는지도 모른다. SBS와 MBN의 인기 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는 10년 넘게 꾸준히 사랑을 받아왔다. 도시를 떠나 자연 속에서 사는 자연인들의 이야기가 시청자에게 위로를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 위로의 방식에 질문을 던질 때가 됐다. 왜 늘 실패한 노인, 혼자 사는 노인만 산으로 가야 하는가? 왜 성공한 노인, 행복한 부부 노인은 화면에 나오지 못하는가? 프로그램 속 인물들은 대부분 도시에서 실패한 노인들이다. 사업이 망했거나, 가족과의 관계가 끊겼거나 병으로 쓰러진 뒤 삶을 포기한 이들이 많다. 이들이 자연 속에서 새 삶을 찾는 과정은 감동적이지만, 동시에 한국 사회가 노년을 바라보는 시선의 단면을 드러낸다. 노인은 패배자여야만 감동의 주인공이 되는 구조 말이다. 하지만 현실의 노인 세대는 그렇게 단순하지
현재 산업단지와 수도권 외곽에는 텅 빈 물류센터들이 무척 많다. 코로나 시기 폭증했던 전자상거래 물량을 감당하기 위해 너도나도 지었지만, 소비 둔화와 경기침체가 겹치며 상당수가 공실로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인천·서부권역의 일부 저온 물류센터는 공실률이 60%를 넘었고, 지식산업센터와 복합물류시설 역시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불 꺼진 건물이 늘고 있다. 한때 ‘황금알’로 불리던 물류센터가 이제는 유휴 자산이 되고 말았다. 이 유휴 물류 인프라를 어떻게 다시 살릴 것인가는 물류업계의 문제만이 아닌 국가 차원의 과제가 됐다. 필자는 그 해답의 실마리를 코트라(KOTRA, 한국무역진흥공사)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바로 코트라가 한국 내에 ‘역(逆)물류 거점’을 구축하는 것이다. 코트라는 그동안 한국 기업의 수출을 돕는 조력자였다. 특히 해외 120여개 무역관과 공동물류센터를 통해 중소기업의 상품을 해외 창고에 보관하고, 현지 바이어와 소비자에게 직접 배송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국내 중소기업의 수출을 도왔다. 덕분에 한국 중소기업 수출의 문턱은 낮아졌고, 한국 상품은 세계의 쇼핑몰로 진입할 수 있었다. 코트라의 해외 공동물류센터가 지난 반세기 동안 ‘수출형 물류
우리나라 민법 제2조는 ‘신의성실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이는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따라 성실히 해야 한다는 것으로, 우리 사회의 대원칙 중 하나라고 할 것이다. 같은 조 제2항은 권리는 남용하지 못한다는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권리의 행사가 주관적으로 오직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고 손해를 입히는 데 있을 뿐, 이를 행사하는 사람에게는 이익이 없고, 객관적으로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볼 수 있으면, 그 권리의 행사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이때 권리행사가 상대방에게 고통이나 손해를 주기 위한 것이라는 주관적 요건은 권리자의 정당한 이익을 결여한 것으로 보이는 객관적인 사정들을 모아 추인할 수 있으며, 이같이 권리의 행사에 해당하는 외관을 지닌 어떤 행위가 권리남용이 되는지는 해당 제도의 취지 및 그 근간이 되는 동시대 객관적인 사회질서의 토대 아래에서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상황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2다20819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어떤 토지가 그 개설 경위를 불문하고 일반 공중의 통행에 공용되는 도로, 즉 공로가 되면 그 부지의 소유권 행사는 제약을 받게 되며, 이는 소유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