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리뷰> 의외의 질문 남긴 영화 ‘노멀’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6.04.28 16:20:26
  • 호수 15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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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인 마을의 거대한 비밀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영화 <노멀>은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와 <베터 콜 사울>에 사울 굿맨으로 등장해 명성을 누린 밥 오덴커크가 세 번째로 출연한 액션 영화다. <노바디> 시리즈에 이어 존윅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특성이 이식된 <노멀>은 가볍고 경쾌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의외의 질문을 남겼다.

영화 <노멀>은 지난 17일 롯데시네마 단독으로 국내 개봉했다. 주연은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와 <베터 콜 사울>에서 사기꾼 변호사 ‘사울 굿맨’을 연기한 이후 유명세를 누리고 있는 밥 오덴커크가 맡았다. <노멀>은 <노바디> 시리즈에 이어 그가 세 번째로 출연한 액션 영화다.

임시 부임

<노멀>은 미국 중북부 미네소타주에 위치한 가상의 마을 ‘노멀’을 배경으로 발생하는 사건들을 다룬다. 주인공 율리시스(밥 오덴커크 분)는 전임자 사망으로 공석이 된 보안관 자리로 임시 부임한다. <노멀> 초중반엔 그가 보안관보들·주민들과 친분을 쌓는 평화로운 분위기를 집중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율리시스에게 만족한 시장은 그를 정식 보안관으로 임명하려고 한다.

이 평화로움은 후반부에 드러나는 마을의 실체와 액션 묘사를 위한 빌드업이다. <노멀>이 마을의 실체 폭로와 액션으로 급회전하는 계기는 어수룩한 강도 커플의 마을 내 은행털이 시도였다.

<노멀>은 <노바디> 시리즈의 연장선상에 있다. <노바디> 시리즈와 <노멀> 모두 존윅 시네마틱 유니버스 시리즈 제작진이 참여했다. 제작을 주도하면서 각본을 쓴 사람은 존윅의 각본을 책임지는 데릭 콜스태드였다. 이 때문에 이 영화에서는 존윅 시네마틱 유니버스와 <노바디> 시리즈의 흔적을 다수 확인할 수 있다.

사울 굿맨은 겉으로는 늘 유쾌하고 좋은 언변으로 사기를 치는 사람이지만, 내면에는 엘리트 변호사인 형에 대한 열등감·인정 욕구가 가득차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인정받기 어려워질 때마다 드러나는 고뇌는 사울 굿맨을 ‘찌질하면서도 비장한’ 캐릭터로 만들었다.

<노바디> 시리즈는 밥 오덴커크의 사울 굿맨 정체성을 완전히 뒤집었다. <노바디> 시리즈 주인공 허치 만셀은 가족과의 사이는 소원하고, 세파에 찌들어 피로를 느낀다.

<노멀>의 율리시스도 초반부터 아내와의 사이가 소원하다. 사울 굿맨 특유의 사기꾼 정체성은 3편의 영화를 거치면서 가족과의 관계 회복을 꿈꾸는 평범하고 피로한 중년 정체성으로 바뀌었다.

찌질·비장 ‘사울 굿맨’ 중년이 되기까지
설원의 미 중북부 마을에 이식된 남부 특성

이는 밥 오덴커크가 구사하는 액션에도 영향을 미친다. 존윅 시네마틱 유니버스 제작진은 주연 배우 키아누 리브스에게 존윅의 정체성을 이식할 때는 완벽할 정도로 합이 맞는 액션을 연출했다. 이로써 그 어떤 범죄자도 두려워하면서도 경의를 표하는 세계 최고의 살인 청부업자인 존윅의 위상을 관객이 여실히 느끼게 했다.

그런데 <노바디> 시리즈와 <노멀>에선 녹슬고 피로한 중년의 액션을 활용한다. 이 때문에 <노바디> 시리즈의 주인공 허치와 <노멀>의 율리시스가 한동안 묵혀놨던 실력이 제대로 올라오지 않아 고생하는 액션 초반 장면이 인상적이다.

죽을 위기에 처해도 자신의 실력으로 금방 극복하는 존윅과 달리 허치·율리시스는 위기를 운이 반쯤 섞인 임기응변으로 극복한다. 지형·지물을 잘 활용해 적을 유인하는 속성은 <람보> 시리즈의 존 람보로부터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존윅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본 관객이라면 <노멀>의 공간적 배경인 마을의 감춰진 비밀이 드러나면서 흥미를 느낄 것으로 예상된다. 존윅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인기를 끌었던 이유 중 하나는 일상적이면서도 복고풍 넘치는 공간으로 위장한 범죄자들만의 세계를 그렸다는 점이다.

그들이 중요한 공지를 하는 수단은 전보였고, 그들 중 누군가는 비둘기를 통신 수단으로 활용한다. 존윅 시네마틱 시네버스의 특성은 마을에 고스란히 개입돼있다. 그래서 마을 이름이 ‘노멀’이란 것은 의미심장하다. 겉으로만 ‘노멀’이기 때문이다.

마을의 위치가 중북부 미네소타주로 설정된 것도 의미심장하다. 미네소타주는 2010년대 이후로는 경합주가 됐다는 평가도 있지만, 전통적으로 블루 스테이트로 알려진 미국 민주당의 텃밭이다. 주지사·연방 상원의원 모두 민주당에서 배출했지만, 주 상원과 주 하원은 민주당·공화당이 각각 절반씩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노멀 마을 주민들은 외지인에 대한 경계심이 강하면서도 임시 보안관인 율리시스를 예의주시해 어딘가 이질감을 준다. 이 때문에 노멀 마을은 분명히 미네소타주에 있는데도 마치 공화당에 몰표를 줄 법한 전형적인 미국 남부 소재 마을인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시간적 배경을 겨울로 설정해 눈이 쌓였다는 것도 그 이질감을 자극한다. 남부를 배경으로 한 다수의 작품에서 흔히 나오는 대사인 “우리 마을에서 떠나”도 중후반 이후 들을 수 있다. “우리 마을에서 떠나”라는 대사에는 대체로 ▲특유의 폐쇄성과 규범 ▲마을 주민이 공유하는 비윤리적 비밀 ▲강한 소유권 의식 등 남부인의 심리적 구조가 개입돼있다.

<노바디2> 이어 고어에 가까운 고 액션
가벼운 블랙코미디 속 공리주의적 의문

미디어에서 묘사되는 남부의 공간적 특성은 척박한 황무지 아니면 울창한 숲이다. 그래서 미네소타주 어딘가의 설원에서 구사되는 “우리 마을에서 떠나”는 미국 영화 특유의 장르적 비틀기를 위해 설정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비슷한 비틀기를 내세워 걸작이 됐던 영화 중엔 코엔 형제의 1996년작 <파고>가 있다. 당시 코엔 형제는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했고, 주연 프랜시스 맥도맨드는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노멀>은 <파고>를 이식해 <노바디>와 다른 개성을 만들려고 한 것 같다.

제작진은 존윅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는 수위를 조절하려고 애썼던 것과 다르게 저예산으로 제작되는 <노바디> 시리즈와 <노멀>에선 수위를 높이는 편이다.

특히 <노바디 2>의 연출은 인도네시아 액션 영화계 흐름을 주도하던 신진 영화감독 중 한 명인 티모 차얀토 감독에게 맡겼다. 차얀토 감독은 지난 2018년 공개된 <밤이 온다>를 통해 수위가 매우 높은 액션 느와르의 진수를 보여줬다. 고어에 가까워 보이던 그의 액션 연출은 <노바디 2>에도 일부 이식됐다.

이로써 국내 기준 15세 이상 관람가였던 <노바디>와 달리 <노바디 2>는 청소년 관람불가였다. <노멀>도 <노바디 2>의 방향을 이어받아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액션이 이어진다.

따라서 “배경과 캐릭터 설정 일부만 달라졌을 뿐, <노바디> 시리즈와 뭐가 다르냐”는 지적이 있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노멀>은 율리시스의 성격과 상황을 비틀었다.

그는 허치 만셀과 다르게 안정을 지향한다. 허치 만셀에게 폭력은 해방구였고, 폭력을 휘두르는 명분은 그저 빌미였다. 무료하던 삶을 바꾸는 에너지를 왕년에 휘두르던 폭력으로부터 찾는다.

안정 지향?

그래서 율리시스는 특유의 안정 지향적인 성격을 토대로 수습에 방점을 둔다. 거대한 폭력의 끝이 수습으로 향하는 것도 관객에게는 어이없는 웃음을 주는 블랙 코미디 특성의 방점을 찍는다. 이는 지난 2009년 공개된 영화 <왓치맨>에서 보여줬던 극단적인 공리주의의 정점이었다.

이 같은 <노멀>의 묘사는 “평화·안정과 진실 중 무엇이 중요하느냐”는 질문에 쉽게 답을 내기 어려운 우리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다. 이렇듯 <노멀>은 가볍고 경쾌한 분위기의 액션 영화 속에서 의외의 질문을 남겼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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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호 폭발’ 시험대 오른 한미 관계

‘나무호 폭발’ 시험대 오른 한미 관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지난 2월 시작된 중동 전쟁의 여파가 경제는 물론 외교까지 흔들고 있다. 전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미국의 초조함이 우리나라에 불똥으로 튀는 모양새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익에 도움 되는 ‘실용 외교’를 줄곧 강조하고 있다. 어떤 선택이 우리나라에 가장 좋은 결과를 가져다줄까. 미국과 이스라엘이 한낮에 이란 수도 테헤란에 폭탄을 떨어뜨렸다. 공습의 여파로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를 비롯한 고위급 인사들이 폭사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이 응전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들의 저항은 거셌다. 이란은 전 세계 원유의 20~30%가 오가는 물류 허브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방법으로 응수했다. 끝날 듯 안 끝나는 원유 이동이 제한되면서 유가가 폭등했다. 주가가 출렁였고 물가도 오르기 시작했다. 이란은 전 세계 경제를 볼모로 잡고 버티기 작전에 들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을 석기시대로 돌려놓겠다’고 말하는 등 협박에 가까운 말로 압박했다. 이스라엘은 이란 주변국에도 폭탄을 투하하는 등 확전 태세를 보였다. 지난 2월28일 이후 두 달 가까이 이어지던 강 대 강 대치는 지난달 초 미국과 이란이 임시 휴전에 합의하면서 소강상태를 맞았다. 하지만 서로의 요구사항이 극명하게 다른 상황이라 휴전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무엇보다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미국과 이란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하길 원했다. 이번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한 만큼 계속 주도권을 갖고 싶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반면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 개방, 자유 항행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미국과 이란의 힘겨루기 양상은 다른 나라에 영향을 미쳤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가는 선박의 통행이 제한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은 선박을 멈춰 세운 이란에 반발해 군사작전을 기획했다.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인 선박의 탈출을 돕는 이른바 ‘프로젝트 프리덤’이다. 프로젝트 프리덤 착수 첫날 이란은 즉각 반발했다.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무력을 행사하면서 긴장 수위가 높아졌다. 불똥은 우리나라 선박에도 튀었다. 지난 4일 오후 8시40분경 호르무즈 해협의 아랍에미리트 움알쿠와인 인근 해역에 정박 중이던 HMM(옛 현대상선) 소속 선박 나무호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 호르무즈 해협서 선박 사고 “이란 공격” VS “관련 없다” 폭발과 화재 당시 우리나라 국적 선원 6명을 포함한 24명이 타고 있었지만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HMM에 따르면 나무호는 예인선을 통해 두바이항으로 옮겨졌다. 두바이 현지의 한국선급 지부 인력, 중앙해양안전심판원 소속 조사권, 소방청 감식 전문가 등이 참여해 사고 원인을 조사했다. 외교부는 지난 10일 “조사 결과 5월4일 미상의 비행체가 HMN 선미를 타격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CCTV 영상에 해당 비행체가 포착됐으나 발사 주체, 정확한 기종 및 물리적 크기 등을 확인하기에는 제약이 있는 상황”이라고 정부 합동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수거된 비행체 엔진 잔해 등을 추가 분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나무호 폭발을 바라보는 엇갈린 시각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사건을 동맹의 전쟁 참여의 ‘지렛대’로 사용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현지시각) “이란이 한국 화물선을 포함해 관련 없는 국가들을 공격했다”며 “이제는 한국이 이 작전에 참여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나무호 폭발과 관련해 사고 원인이 정확히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공격 때문이라고 규정해 버린 것이다. 반면 이란 측은 나무호 사건에 선을 그었다. 주한이란대사관은 지난 6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한국 선박 피해 사건에 이란군이 연루됐다는 모든 의혹을 강력히 거부하며 단호히 부인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책임’을 언급했다. 이란대사관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관련 규정을 준수하고 발령된 경고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지정된 항로를 따르고 이란 이슬람 공화국 관계 당국과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격이냐 결함이냐 또 “군사 및 안보적 긴장의 영향을 받는 환경에서 선포된 요구사항과 작전상의 실태를 무시할 경우 의도치 않은 사고가 발생할 수 있음은 자명하다”며 “이 같은 고려 사항을 무시한 채 해당 구역에서 통행이나 활동을 진행하는 당사자들에게 그런 결과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했다. 미묘하게 우리나라 선박 측으로 책임을 돌리는 듯한 뉘앙스다. 정부는 지난 6일 “(프로젝트 프리덤) 작전이 종료됐기 때문에 (참여) 검토는 꼭 필요하지 않게 됐다”고 밝혔다.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는 그동안 ‘해양 자유 구상’에 대해 검토하고 있었고 프로젝트 프리덤에 대해서도 검토하려고 했었다”고 말했다. 정부의 선 긋기에도 불구하고 이번 나무호 사건은 동맹국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노골적인 요구가 또다시 표면화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지난 3월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5개국을 향해 호르무즈 해협에 함정 파견을 요구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국가, 특히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도로 영향을 받는 국가들은 해협을 개방하고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미국과 함께 군함을 보낼 것”이라고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글을 썼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5개국은 중국, 프랑스, 일본, 한국, 영국 등이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에너지 수급에 큰 영향을 받은 국가들이 직접 호위 작전에 나서야 한다는 ‘수익자 부담 원칙’을 내세웠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도 우리나라를 포함한 5개국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일부 국가들은 군함을 보내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우리나라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그러다 두 달도 못 돼 또 한 번의 ‘트럼프발 호르무즈 청구서’가 날아든 것이다. 신중한 정부 넘겨 왔는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한미 관계에 균열이 생긴 게 아니냐는 말이 지속해서 흘러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전쟁을 빌미로 우리나라에 여러 가지를 요구하는 것과는 별개로 동맹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부정적인 상황이 잇따라 벌어지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임기 초 각국에 관세 폭탄을 던질 때부터 시작된 균열이 아직까지 봉합되지 않고 있다는 말까지 들린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혈맹’이라고 불리던 한미 관계가 무색할 정도로 우리나라에 거친 태도를 보여왔다. 특히 관세 문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등을 대놓고 화두로 올렸다. 관세를 부과하고 분담금을 더 내라는 식으로 여러 차례 압박했다. 미군이 북한으로부터 우리나라를 지켜주고 있으니 돈으로 보상하라고 밀어붙였다. 최근에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말을 두고 진실 공방이 벌어졌다. 정 장관이 지난 3월6일 국회에서 북한 우라늄 농축시설 소재지로 구성을 언급했다. 정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공식 확인한 영변과 강선 외의 장소다. 국민의힘 정보위원회 소속 의원들에 따르면,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미국은 4월 초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일부 제한했다. 정 장관은 구성이 과거 미국 싱크탱크나 국내 언론 보도 등으로 이미 언급됐던 장소라며 정보 유출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달 20일 “정 장관의 발언 이전에 구성 핵시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각종 논문과 언론 보도로 이미 전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었던 점은 명백한 팩트”라고 두둔했다. 정 장관의 발언은 정쟁으로도 번졌다. 국민의힘은 정 장관의 해임 건의안을 발의했다. 국민의힘은 해임건의안을 발의하면서 “(한미) 동맹의 균열을 초래하고 국가 안보의 금도를 넘어섰다”며 그 배경을 밝힌 바 있다. 정 장관은 “안보 사안에 대해 숭미주의가 너무 지나친 것 같다”고 맞섰다. 정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은 자동 폐기됐다. 트럼프 노골적 참전 요구 청구서 받아든 이 선택은? 미국 측에서 우리나라 사법 체계를 흔드는 듯한 행보도 잇따라 나왔다. 김범석 쿠팡 의장, 방시혁 하이브 의장 관련 논란이다. 쿠팡은 지난해 11월 3300만건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로 조사를, 방 의장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심지어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미국 정계에서는 다양한 경로로 쿠팡 ‘감싸기’를 하고 있다. 미국 기업인 쿠팡을 ‘차별적으로’ 대하지 말라는 게 골자다. 수사 대상에 오른 김 의장의 안전을 보장해야 안보를 논의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들이 쿠팡 등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를 중단하라는 항의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김 의장을 쿠팡의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하면서 한미 간에 감정싸움이 불거질 수 있다는 말도 나왔다. 지금까지 쿠팡의 동일인은 법인이었는데 김 의장(개인)으로 바뀌면서 법적 책임이 대폭 늘었다. 실제 쿠팡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공시 의무를 준수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가 이중으로 규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차별적 조치라는 것이다. 또 김 의장이 미국 국적자인데 그를 한국법상 총수로 지정한 것은 한미FTA를 위반한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주한미국대사관에서 방 의장을 비롯한 하이브 관계자 3명의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는 요청이 경찰청에 오기도 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하이브 상장 과정에서 방 의장이 2000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방 의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검찰이 보완 수사를 이유로 반려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이 내정간섭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어떤 이유로든 미국이 우리나라에서 수사를 받는 인물에 대해 특정 요구를 한다는 것 자체가 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택 기로 앞으로는? 더 큰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가 또다시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재명정부의 외교 방향은 ‘국익’ ‘실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전시작전권 전환 등 안보 독립을 외치는 중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외교는 오랜 시간 한미동맹의 바탕 위에서 이뤄졌다. 결국 선택해야 할 시기가 올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합류일까, 관망일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