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압박이 하루 단위로 방향을 트는 가운데, 19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열리는 미일 정상회담 결과에 동맹국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백악관에 따르면, 두 정상은 이날 오전 11시15분(한국시각 20일 오전 12시15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양자 회담을 갖는다.
당초 일본 정부는 이번 회담을 계기로 미일 동맹을 과시하고 중국에 대한 견제 심리를 공유하려 했으나, 미국과 이란의 충돌로 회담의 무게중심이 중동 정세로 급격히 기울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나흘 사이 파병 강요와 철회성 발언을 번복하며 종잡을 수 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어, 다카이치 총리는 회담 직전까지 그의 진의를 파악해야 하는 난제를 떠안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그야말로 종잡을 수 없다. 지난 14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한국·일본 등을 직접 거명하며 군함 파견을 촉구하더니, 이튿날에는 참여 여부를 “기억하겠다”며 사실상 불이익을 암시했다. 16일에는 주한·주일·주독미군 주둔 규모까지 언급하며 압박의 강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이어 17일에는 돌연 “나토의 도움이 더 이상 필요하지도, 원하지도 않는다. 일본·호주·한국도 마찬가지”라며 배신감 섞인 메시지를 던졌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대통령이 이렇게 화난 모습은 처음”이라고 전할 만큼 백악관의 기류는 험악하다.
더욱 의아한 대목은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들의 도움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고 싶어 일부러 요청해 본 것”이라며 이번 소동이 일종의 ‘충성심 테스트’였음을 시사했다는 점이다. 이처럼 냉온탕을 오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 탓에, 막상 회담 테이블에서 그가 다카이치 총리에게 어떤 카드를 꺼내 들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다카이치 총리는 출국 전날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국내법 범위 내에서 필요한 대응을 검토하겠다”면서도 “할 수 없는 것은 할 수 없다고 확실하게 전달할 생각”이라고 못 박았다. 해상자위대의 호르무즈 해협 파견은 완전한 정전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원칙도 재확인했다.
실제로 일본은 헌법 9조와 관련 법률의 제약으로 자위대를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지역에 파견하는 데 매우 높은 법적 장벽을 갖고 있다. 현행 체계에선 유엔 평화유지활동(PKO)이나 후방 지원 등 제한된 틀 안에서만 해외 파견이 가능하기 때문에, 교전이 진행 중인 호르무즈 해협에 전투 목적의 함정을 보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일본 정부는 미국의 이란 공격 자체에 대해 국제법상 평가나 명시적 찬반 입장을 밝히지는 않고 있다. 이는 전쟁의 정당성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 채 외교적 공간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다만 이번 회담에서 다카이치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달래기 위한 카드로, 미국의 군사 행동을 직접 승인하지는 않더라도 ‘이번 전쟁에서 미국 편에 서 있다’는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전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파병이라는 직접적 행동 대신 정치적 지지 의사를 표현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의 체면을 세워주는 동시에, 국내 법적 한계라는 명분도 지키려는 절충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미국 전문가들 사이에선 일본이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정면으로 거절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잭 쿠퍼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은 지난 18일 팟캐스트에 출연해 “유감스럽게도 일본과 한국이 그냥 ‘노(No)’라고 말할 위치에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뢰제거용 소해정까지는 아니더라도 인도양에서의 공중급유 지원 등 ‘적정 수준의 기여’를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크리스티 고벨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고문 역시 이번 회담을 “충성심을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규정하며, 일본이 미국의 차세대 미사일 방어체계 ‘골든돔’ 참여나 이란전에서 소진된 탄약 재고 보충을 위한 미사일 생산 기여 등 우회적 선택지를 모색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대미 투자 2차 프로젝트, 알래스카산 원유 수입 확대, 조선업 연구·개발 투자 등 경제 분야 ‘선물 보따리’를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이 이미 파병 문제로 쏠린 이상, 이런 카드가 충분한 답이 될지는 미지수다.
일본 언론들도 ‘조사·연구’ 명목의 함정 파견 검토 가능성을 보도하면서도 “트럼프가 이 정도에 만족할지는 모른다”고 회의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의 시선 역시 워싱턴을 향해 있다. 일본이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어떤 형태로든 수용하면, 유사한 처지에 놓인 한국을 향한 압박은 한층 거세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본이 압박을 성공적으로 우회할 경우 한국도 숨 고를 여유를 얻게 되지만, 반대로 일본이 먼저 참여 의사를 밝히면 한국은 곧바로 비교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 18일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청 관련 “공식적으로 요청이 진행된 것은 없다”며 일단은 로우키 대응을 유지했다.
결국 변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동맹국 전체가 이 예측 불가능한 시험의 채점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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