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 대담> 조갑제가 보는 보수 분열 시대

“부정선거 음모론자 제거부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박형준 기자 = 올해 56년 차 기자인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거침이 없다. 만나는 사람마다 현 정치권의 문제점을 누구에게나 가감 없이 전달한다. 그런 그의 눈에는 국민의힘이 어떻게 비칠까? 지지고 볶는 싸움판 한 가운데서 조 대표의 쓴소리가 어느 때보다도 따끔하다.

“부정선거 음모론이 윤석열정부를 파멸시켰다. 보수를 분열시키고 국민의힘을 갈랐다. 악의 씨앗이다.” 최근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이같이 말했다. 조 대표는 무너지는 보수의 문제점은 부정선거 음모론에서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조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설 특집 대담에서 “보수 재건을 위해서는 극우와 단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조 대표와의 일문일답.

-국민의힘이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했다. 중도층의 거부감이 클 수 있을 것 같은데….

▲중도를 말하기 전에 우선 보수의 정의를 정확히 해야 한다. 현재 국민의힘 당권을 잡은 사람은 보수가 아닌 극우다. 극우는 보수의 반대말이다. 특히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그 일파는 불법 계엄 옹호자다. 국민의힘은 극우 대표에게 끌려가고 있다. 헌법을 부정하는 보수가 어디 있나? 극우는 보수가 아니다. 극좌에 더 가깝다.

-왜 그런가?

▲극우와 극좌에는 세 가지 기준이 있다. 첫째는 두 집단 모두 법을 무시한다. 둘째는 사실을 무시한다. 셋째는 반일, 반중, 반미 등 인종적 선동을 한다. 말발굽의 처음과 끝이 제일 가까운 것처럼 극우는 극좌에 더 가깝다. 대한민국 정치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진보, 보수, 중도가 아닌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야 한다.


-그들을 뭐라고 부를 수 있을까?

▲불법 계엄에 반대하고 탄핵에 찬성한 국민이 약 70%다. 어중간한 ‘중도’가 아닌 결정적일 때 발언하고 투표하는 사람이다. 그런 그들을 ‘국가 중심 세력’이라고 부르고 싶다. 이들의 특징은 굉장히 활력이 있다는 점이다. ‘침묵하는 다수(Silent majority)’가 아닌 ‘바이털 센터(Vital center)’다.

대한민국 사회를 끌어나가는 집단으로서 4050 세대·중산층·화이트칼라가 주를 이룬다. 대한민국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이들이 중심을 잡아 줬다. 이 중심 세력을 대표하는 정당과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를 ‘보수의 구명정’이라고 표현하셨다.

▲이 대표는 부정선거 음모론에 반대하고 적극적으로 싸운 사람이다. 그런 점에서 이 대표를 높게 평가하고, 또 대한민국의 보수가 그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부정선거 음모론과 싸웠다는 게 이 대표의 정치적 자산이다.

-한 전 대표도 계엄에 반대했다. 이 대표와 함께 두 사람의 상호 협력과 경쟁을 주문했는데, 두 지지층의 사이가 좋지 않아 보인다.

▲두 사람 모두 정치적 자산을 갖고 있다. 그래서 보수의 구명정이라고 본 것이다. 경쟁과 협력을 통해 몸집을 키워야 한다. 우리나라 정치 역사를 보면 김영삼·김대중 두 사람은 야당의 패권을 놓고 치열하게 싸웠지만 협력할 때는 극적으로 함께했다. 지지자들이 감정적으로 싸우는 것이 문제이다. 지도자는 그 지지자를 뛰어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한 전 대표는 세가 있는 사람이다. 개인적 실력이 뛰어나고 참모들도 아주 단단하다.


-전한길씨와 유튜버 고성국씨가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이를 만류하지 않았다. 손현보-전광훈 등 기존 극우 세력이 구속된 이후 무주공산이 된 극우 세력 주도권을 쥐기 위한 셈법일까?

▲국민의힘은 자당을 극우화시켜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지는 게 목표 같다. 가장 좋은 예가 당무감사위원장으로 발탁된 이호선 교수다. 부정선거와 불법 계엄을 옹호한 사람에게 특혜를 준 건데, 그런 사람들로 당을 장악해 극우화하겠다는 것 아닌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극우파는 자기들끼리 더 뭉칠 수 있다. 당권파 입장에서는 좋은 상황이다.

한동훈 빼고 전한길·고성국 투입
“지방선거 지려고 작정했나” 일침

-보수의 수도권 조직이 축소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도권이 진보 일색으로 변한 것은 사회·경제적 배경 때문이다. 세계에서 인구의 반이 수도권에 몰려 사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도시화가 되면 좌경화가 되고, 진보 표밭이 된다. 대통령선거는 이야기가 다르다. 1대 1로 붙기 때문에 근소한 차이로 보수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역설적으로 살기 좋은 수도권을 만든 건 보수 정권으로, 자기 성공의 희생자인 셈이다.

-유튜버 고성국씨는 “한동훈 다음은 오세훈 서울시장”이라고 말했다. 해당 발언을 어떻게 보셨나?

▲논평하고 싶지 않다. 도움이 안 되는 정보를 기사화한다거나, 그런 정보로 논쟁거리를 만들면 그 사람만 키워주는 꼴이 된다. ㅜ부정선거가 그 예시다. 부정선거 ‘선동’이라고 해야 하는데 언론에서는 ‘의혹’으로 부른다. 부정선거는 100% 거짓말이다. 이를 의혹으로 다루니 여기에 속는 사람이 1000만명 이상이다.

-장 대표가 단식을 진행하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회로 찾아와 직접 그를 만류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수 대통합 신호탄을 쏘아올린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극우를 몰아내고 나머지가 통합해야 보수 재건이 되는 것으로, 극우와 보수의 통합은 불가능하다. 근본적으로 정치 이념이 다르다. 박 전 대통령의 영향력은 크지 않다. 상징성은 있겠으나 표로 환산되는 영향력은 없다고 본다. 부정선거 음모론을 해결하지 않는 이상 그 어떤 경우에도 보수 연합 구도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맑은 물에 빨간 점이 하나 딱 들어가면 다 빨갛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12·3 비상계엄에 대해 법원이 “친위 쿠데타 성격의 내란”이라고 판결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한다고 보는지?

▲이번 사태는 기존 양형에 해당되지 않았다. 법원이 새로운 기준으로 친위 쿠데타는 더욱 엄중히 처벌하겠다고 한 것이다. 한덕수 피고인의 선고문을 보면 재판장이 “친위 쿠데타에 성공했으면 독재의 길, 장기 집권의 길로 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 재건이 시급해 보인다. 어떤 시나리오가 가장 현실적일까?


▲보수층은 건재하다. 위기에 빠진 것은 보수 세력이다. 지난 3년간 보수 언론, 보수 지식인, 보수 단체가 윤 전 대통령의 팬클럽이 됐다. 진영 논리에 빠져 ‘박수 부대’가 된 것이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과 손잡고 같이 뛰어내렸다. 보수 세력이 궤멸적 타격을 받았고 그런 보수 세력과 국민의힘이 한 몸이 됐다. 새로운 장이 열릴 것이다. 여기서 한 전 대표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겠다.

-재건 시나리오 중 한 전 대표의 창당 가능성도 있을까?

▲하나의 가능성이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한 다음 극우 세력을 몰아내고 새로운 사람으로 당을 꾸리는 게 맞다. 장 대표의 노림수는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이후에도 당권을 잡는 것이다. 재건 과정서 저항이 있을 테고 극우 색채를 유지하려 할 텐데, 그때는 탈당이나 분당 이야기가 불가피하다.

“윤 손잡고 다 같이 나락행”
막막한 보수 재건 시나리오

-정부·여당 상황도 짚어보겠다. 이재명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 자체는 어떻게 평가하시나?

▲이 대통령은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실리주의자다. 윤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은 미련했다. 의료 대란, 탈원전 등의 실수를 하고도 체면 때문에 굽히지 않다가 결국 그 길로 망해버렸다. 이 대통령은 자신이 잘못했다고 판단하면 곧바로 고치려고 한다.


특히 한일 관계에서 이 대통령의 실리주의가 돋보였다. 역사와 영토 문제는 논의를 해도 결론이 나지 않으니 “이건 논쟁거리로 남겨둡시다. 그리고 시급한 외교 문제를 먼저 해결합시다”라고 했다. 분쟁의 소지를 제거했다. 국민은 한미 외교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사실 한일 외교가 우선이다. 한일 관계가 제대로 작동해야 한미·한중 관계가 돌아간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경우 “사법개혁 때문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아직도 그렇다고 보시나?

▲검찰개혁이 오는 10월부터 시행된다. 지난 80년 동안 검찰이 쌓은 수사 노하우가 흔들리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 국민이 문제점을 느낄 것이다. 민주당이 검찰개혁으로 수사 기능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가장 먼저 국민이, 다음에는 범죄 피해자가 손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

법이 복잡할수록 범죄자들이 잔꾀를 부려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기 때문이다. 검찰청을 없애는 것부터 잘못된 발상이다. 정치 검사가 편파적인 수사를 했다는 게 검찰청 폐지의 이유인데, 그런 수사는 전체 비중에서 5%도 안 된다. 감기 환자를 상대로 대수술하는 격이다. 후유증이 생기면 누가 책임을 지나?

검찰청 폐지로 인한 문제는 천천히, 그러나 광범위하고 확실하게 드러날 것으로 생각한다. 그 시기는 다음 대통령선거 때쯤이 될 수도 있겠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이야기가 뜨거운 감자다. 합당이 두 당에 긍정적 요인이 될 수 있을까?

▲혁신당의 지지율이 3%고, 조국이라는 브랜드가 절대로 아름답지만은 않다. 지방선거를 명분으로 제시했는데 3% 정당과 합치는 게 어떤 도움이 되겠나? 흐름이 부자연스럽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연임을 위해 합당을 제안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서도 합당을 정 대표 개인의 야망과 연결하니 논의에 제동이 걸렸다.

-정 대표가 1인1표제를 띄우는 등 ‘당원 주권 정당’을 외치고 있다. 당의 주인은 당원인 게 마땅하다는 것인데, 본래 당의 주인은 누구인가?

▲법적으로 당의 주인은 국회의원이다. 선거를 통해 뽑힌, 민주적 정당성을 지닌 사람이다. 당원은 선출된 권력이 아니다. 따라서 당원 중심의 정당은 상당히 위험하다고 본다. 포퓰리즘에 넘어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당원이 성숙하고 인격을 갖춘 사람이라면 괜찮겠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당장 국민의힘 상황을 보더라도 당원들이 앞서서 부정선거 음모론을 외치고 있다. 의원들이 당원의 눈치를 보니 국민의힘이 극우가 된 것이다. 당원 민주주의는 위험하다. 수로 밀어붙이는 포퓰리즘의 극치로 치닫게 된다. 1인1표제에 대한 견제 장치가 있어야 한다.

-좌우를 떠나서 대한민국 정치가 위기에 처한 것 같다.

▲대한민국은 항상 위기였다. 그럼에도 위기의 대부분을 스스로 해결했다. 이것이 대한민국이 가진 저력이다. 그 힘은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에서 나온다. 문제를 덮지 않고 터뜨리고 공론화한다. 민주주의는 실수를 견디는 제도다.

-이 시기를 슬기롭게 보낼 수 있도록 <일요시사> 독자에게 조언을 부탁한다.

▲대한민국은 매우 평화롭고 안정된 나라다. 불법 계엄이라는 엄청난 사건에도 사상자 없이 평화롭게 문제를 해결했다. 민주주의 수준은 문제 해결 능력에서 가늠된다. 대한민국은 ‘패스포트 파워 랭킹’ 2위다. 이것이 세계에서 바라보는 대한민국의 위상이다. 질서를 잘 지키고 정직하고, 세계의 모범 시민이라는 평가를 만든 게 대한민국 민주주의 아니겠는가. 그러니 자신을 갖고, 또 자신감에 맞게 행동하라는 말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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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