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몽키하우스’ 미군 위안부 수용소 ⑭“이게 우리가 사는 현실이야”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6.02.16 01:48:44
  • 호수 15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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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는 남대문이나 동대문이 아니라 ‘나라 보지’를 말하는 거야. 국가에서 우리 몸뚱이를 이용했으니…그 무서운 곳을 ‘언덕 위의 하얀 집’이라 부른 건 낭만이 아니라 야유하기 위해서였지…우리 보지는 나라의 보지였어!” <어느 위안부 할머니의 절규>

둘은 뒷문을 통해 밖으로 나섰다. 차가운 공기가 시원스레 느껴졌다.

피에로는 환락가를 빠져나가 시멘트 다리를 건너서는 시골길로 접어들었다. 농촌 마을에 별로 어울리지 않는, 콘크리트 벽에 슬래브 지붕이 얹힌 삭막한 집들이 무리져 있었다.

“저긴 양갈보나 양공주라고도 불리는 여자들이 많이 세들어 살아.”

삭막한 집들

피에로가 골목을 돌아 벗어나며 중얼거렸다.

그들은 인적이 끊긴 오솔길을 계속 걸어갔다. 차가운 하늘에 별이 반짝이며 저들만의 밀어를 속삭이고 있었다.

“별들의 얘기를 알아들을 수 있을 것 같지 않니?”

피에로가 물었다.

“글쎄…그런데 형은 왜 무대에서 한국말을 쓰는 거야? 미군들이 알아들을 수도 없을 텐데 말야.”

“흥, 영어만 언어냐? 내가 영어를 씨부려 봤자 얼마나 잘 씨부리겠냐? 그리고 사실상 난 언어를 뛰어넘는 연기를 하고 싶어. 아마 미군 놈들도 딱딱한 의미보다는 미지의 동물이 지껄이는 소릴 더 좋아할걸, 하하”

보산리의 낡은 철둑길 주변에 닥지닥지 붙은 하꼬방엔 하류급 위안부들이 살고 있었다. 철길 언저리엔 마흔 살, 쉰 살을 넘은 늙어빠진 히빠리들이 지나가는 미군들의 팔을 잡아 끌었다.

하지만 대부분 질겁하며 뿌리치곤 했다. 푼돈밖에 없는 녀석이나 술과 마약에 취해 헤롱거리는 놈들만 그녀들을 따라갔다. 한동안 오솔길을 걸어가자 산기슭에 초가집으로 이루어진 아담한 마을이 나타났다.

간판의 칠이 다 벗겨진 허름한 가게에서 피에로는 소주와 오징어를 사 들고 나왔다. 완만한 길을 좀 에돌자 문득 오두막 한 채가 보였다.

나무 기둥과 판자벽은 낡아빠져 곧 쓰러질 듯했고 볏짚을 엮어 얹은 지붕은 몇 년이 지났는지 모르게 삭아 마치 빈민 노인의 머리카락 같은 몰골이었다.

“구름아, 들어가자. 여기가 내 임시 간이역이야.”

피에로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 그는 선감도 수용소에 갇혀 있을 때부터 청운을 구름이라고 불렀다. 푸른 하늘의 흰 구름….

누가 무슨 목적으로 지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오두막 안쪽엔 방 비슷한 공간이 있긴 했다. 하지만 잔뜩 찌그러진 상태라 머리를 숙인 채 기듯이 겨우 들어갔다.

“히히, 대충 앉아 봐라. 그래도 난 이 정도나마 감사하고 싶다. 청량리 나이트클럽에서는 한 방에 대여섯 명씩 껴 누워 잤지. 오사리 잡놈들의 인생 얘기도 들을 만했지만 독이 되는 것도 많아. 거기 비하면 여긴 작은 천국이야. 히히”

피에로는 양초에 불을 붙이고 나서 술과 안주를 꺼내 놓았다. 낡은 군용 담요로 외풍 구멍을 차단하고 바닥에도 두껍게 깔아 놓아, 바깥에서 불어대는 거센 바람마저 오히려 안온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다시 만나니 기적 같구나야. 너도 나도 어찌 살았을까. 나비가 아닌 나방 같은 삶…싫은데도 어쩔 수 없이…”

피에로는 소주잔을 홀짝 비웠다.

“쓸쓸할 땐 늘 형의 미소를 생각했었지.”

“헤헤…나도 구름이 니가 어딘가에 살아 있으리라 믿으면서도 찾아 나설 생각은 하지 못했어. 형편이 돼야지. 그래서 내가 우선 배우로 성공하면 좀더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하고 막연히 생각했을 뿐이야.”

“그랬구나. 그래, 그 거친 바다에서 어찌 살아났어? 듣기론 반쯤 죽은 상태로 파도에 밀려 다시 선감도로 돌아갔다던데…믿기지가 않아. 상어 밥이 된 줄 알았다니까.”

“흐흐…나도 저승 길목의 삼도천까지 갔다 온 셈이야. 자연의 힘은 생명을 죽이기도 하지만 살려 주기도 하나 봐. 바람결과 물결…삼신할미의 가호로 알고 남은 생은 감사하면서 살려고 해. 히히”

“사실 난 아직도 진짜루 형인지 유령인지 좀 헷갈려. 헤헤”

둘은 건배하고 소주를 마셨다.

“그건 그렇고 구름이 넌 그동안 어떻게 살았었냐?”

피에로가 정색을 하고 물었다.

“난…난 그냥 거센 물살에 시달리다가 여기로 떠밀려 온 느낌이야.”

청운은 사이비 종교단체에 잠입했다가 쫓겨나온 이야기, 그곳의 사악한 실상, 그리고 특수부대에 들어가 겪은 체험 따위를 대충 들려 주었다.

곧 시멘트 다리 건너 시골길로
빈민 노인 머리카락 같은 몰골

너무 속속들이 늘어놓을 계제도 아니었지만, 피에로 자신이 암담하고 처참한 얘길 싫어했던 것이다. 그는 앞니 빠진 자리를 내보이며 히벌쭉 웃었다.

“그랬구나. 어쩐지 전보다 몸도 강건해졌지만 기운 자체가 다르게 느껴졌어. 다리만 예전 같으면 좋을 텐데….”

“지금보다는 차츰차츰 나아진다니까 크게 걱정할 것 없어. 흐흐”

“그렇구나. 그래야지. 그럼 미래의 완쾌를 위하여 건배!”

둘은 잔을 쭉 비우곤 웃었다.

“형은 왜 여기로 들어온 거야? 서울에 질려서 도피? 흐흐, 어떤 여자를 따라왔다는 소문도 있던데 말야.”

“히히, 사실 여자가 웅지를 품은 남자 뒤를 따라오는 게 예쁜데 말이지…흠, 내가 뒤따라오긴 했지만 여자 꽁무니를 쫓아온 건 아니니껴 오해랑 말랑께. 서로 콤비를 이뤄 무대에 서야 하니 왔을 뿐야.”

“그렇구나. 아까 그 꽃팔이 아가씨?”

“응.”

“연인 사이는 아니구?”

“야, 그런 게 어딨냐. 진짜 채플린은 부자에다가 감독에 유명한 배우였으니까 고다르를 연인으로 챙겨…사랑과 연기를 함께 하는 행복을 누렸겠지만…나 같은 새우야”

“새우보다는 차라리 곤쟁이라고 해. 우리가 선감도에서 질리도록 먹은 곤쟁이젓…그런데 형은 꿈이 뭐야? 공상 속에서 꾸는 꿈 말고 현실에서 이루는 것”

“음, 일단은 미8군 연예단에 들어가는 거야. 치사스럽지만 그래야 좀 알아주니까. 한국 사람들은 미군이나 미국인들이 꺼림칙한 듯 쌍을 찡그리면서도 속으론 은근히 좋아하거든. 히히, 그래도 양놈들의 노리개가 되고 싶진 않아. 언젠가는 순수한 금수강산의 엿장수로 떠돌아야지. 히힛”

청운은 잔을 들어 투명한 소주를 바라보았다.

“난 저격수가 되고 싶어.”

“뭐? 특수부대에서 총질은 많이 해봤을 텐데 지겹지도 않니? 사실 난…… 니가 그런 델 다녀왔다는 게 아직도 잘 믿기질 않아.”

“형, 꼭 총으로만 저격하는 건 아니잖아. 아직 잘 모르겠지만…… 이 세상엔 아마 이 세상에서 통하는 저격 방도가 꼭 있을 거야. 그 전에 나 자신부터 저격해야겠지.”

“뭔 소리야?”

“내 속에도 더럽게 악한 요소가 많이 있으니까. 흐흐”

청운은 주절거리며 술을 쭉 들이켰다.

“야, 뜬구름 잡는 소리 그만두고…너 앞으로 어찌 살 작정이니?”

투명한 소주

“뭐 그냥 구름처럼 떠돌면서 세상 공부나 하다 보면…”

“얼뜨기 같은 소린 집어치고 현실을 봐야지, 임마! 세상살이가 삼팔선을 넘나드는 것보다 결코 쉽지 않을 거야.”

“음, 그렇겠지. 선감도 수용소든 특수부대 훈련소든…최하급이나마 일단 의식주는 보장되니까, 흐흣…”

“그래, 이게 우리가 사는 현실이야.”

“흐흐흐”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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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