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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야, 그게 뭐야? 이리 갖고 와봐.” 그건 새로 반장이 된 스라소니의 목소리였다. “아, 아무것도 아녜요.” “새꺄, 갖고 오라면 갖고 와!” 스라소니는 눈알을 부라렸다. 용운은 불안했지만 가져다 보여 줄 수밖에 없었다. 달라진 백곰 “새끼, 이런 걸 쓸데없이…….” “제발 이리 주세요.” “당장 갖다 버려!” 목상을 집어던지려던 스라소니가 갑자기 무슨 생각을 했는지 탁자에서 연필을 집어들었다. 그러고는 음흉스레 웃으며 목상의 앞부분에 유방을 그려넣는 것이었다. 콩알만하게 젖꼭지도 그리고 겨드랑이께엔 검은 칠까지 했다. 용운은 피가 머리끝까지 솟구쳤다. 저도 모르게 입에서 욕설이 새어나왔다. “개새끼!……” 스라소니가 고개를 번쩍 쳐들었다. 눈에서 불똥이 일고 있었다. “뭐? 너 지금 뭐라고 했어?” 그러면서 그는 목상을 힘껏 내던졌다. 목상이 관자놀이를 스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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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형이 직접 본 건 아니잖아 뭐.” “나야 누에똥 치우느라 바빠서 그 멋진 러브 스토리의 일장면을 못 봤으니 억울한 노릇이지.” “괜한 상상은 하지도 마. 아닌 밤중에 귀신을 봤다고 지어내는 애들인데 뭘 믿겠어.” 용운은 애써 반론을 폈다. 박꽃 같은 누나의 이미지와 으슥한 뽕밭은 영 어울리지가 않았다. 하지만 용운의 머릿속엔 그녀의 하얀 목덜미와 젖가슴이 자꾸 떠올랐다. 억누르려 해도 소용이 없었다. 용운은 야릇한 상상을 떨쳐 버리려는 듯 고개를 세게 흔들었다. 사실이야 어찌됐든 그 뒤로 두 남녀의 로맨스에 대한 소문은 공상의 가지를 계속 치며 입에서 입으로 번져 나갔다. 달라진 백곰 그렇게 가을이 지나고 어느덧 겨울이 왔다. 백곰 반장은 몰라보리만치 달라져 있었다. 위악적인 살인미소도 전혀 짓지 않고 벙어리라도 된 듯 아예 입을 봉해 버린 것이었다. 눈을 감고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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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빨리 가서 들것 가져와!” 왕거미 사장이 이르고는 용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너 이 자식, 이 기회에 똑똑히 봐 둬! 도망자의 꼴이 어떤가를…….” 그러나 용운의 귀엔 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다만 아뜩해지는 의식으로 팔딱거리는 심장의 고동 소리만 들을 따름이었다. 제왕 원장 시신은 공동묘지로 운반되고 원장의 명령하에 매장을 했다. 멀리 내려다 보이는 해변에서 파도소리가 아련히 들려왔다. 외로운 주검에게 들려주는 장송곡과도 같았다. 용운은 묘지 위로 눈물을 뿌리며 진심으로 그의 명복을 빌어 주었다. “하늘나라에 가거든 다시는 부모랑 헤어지지 마세요. 다시 태어나더라도 부랑아나 거지는 되지 말구요.” 그건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저 무덤 속에 누운 사람은 이 땅 선감도에서는 시간의 굴레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고 판단하곤 시간으로부터 영원히 자유로운 곳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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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누군가 무덤을 향해 한 마디 던졌다. “아, 선배님들 안녕하쇼?” 뒤이어 또 누군가가 말했다. “안뇽하시므니까? 먼 옛날 쓰카다 다타노부 때부터 여기 누워 계신 선배님들께서는 오랜 세월 얼마나 적적하셨스므니까?” 소년들 고문 쓰카다 다타노부란 일제 식민지 때의 초대 원장을 말했다. 그 당시 선감원에 끌려온 소년들은 전역한 군인과 경찰 등으로 이뤄진 교관들의 엄격한 통제 아래 강제노동에 동원되었다고 한다. 혹시라도 무슨 잘못을 한 경우엔 건물 아래 마련된 지하감옥에 가두고 고문하거나 밥을 굶기는 등의 처벌을 내렸다. 대나무 끝을 뾰족하게 갈아 손톱 아래에 끼워넣는 고문을 비롯해 심한 몰매와 배고픔…… 참지 못해 탈출을 감행한 소년들은 절벽 아래로 뛰어 내리거나 갯벌을 향해 걷다가 서해의 강한 물결에 휩쓸려 목숨을 잃기 일쑤였다. 겨우 살아남은 원생들은 대동아전쟁 말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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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시간이 있건 없건 간에 수용소의 생활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하기야 그런 와중에도 어떤 아이들은 방앗간에서 햅쌀을 훔쳐내 세숫대야에다 밥을 지어서는 기름기가 자르르 흐르는 것을 꿀꺽꿀꺽 삼키기도 하고, 개구리나 뱀을 잡아서 구워 먹기도 했다. 물론 무엇보다 우선 배가 고파서 그랬지만, 그런 일탈행위를 통해 지루하게 반복되는 일상의 시간을 벗어나는 쾌감을 느끼기도 했다. 확실한 목표 그런 때야말로 시간은 시냇물처럼 자연스럽게 흘렀고 그 속에서는 시간 감각이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아찔하면서도 짜릿한 그 찰나가 지나고 나면 한없이 묵중한 시간의 굴레가 이미 다가오고 있는 것이었다. 시간이 없다고 믿는 사내는 간혹 이상한 전화를 걸거나 받곤 했다. 손을 귀에 대고 진지한 표정으로 누군가와 통화하는 시늉을 했다. “자기야, 난 여기서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어. 거긴 어때?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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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잘 들어라. 여기 끝까지 사람대접 받기를 마다하는 놈이 있다. 따라서 지금부터 소원대로 개돼지 취급을 해줄까 한다. 너희들은 간혹 체벌이 가혹하니 어쩌니 하지만, 이쯤 되면 너희들도 할 말이 없을 거다.” 그러더니 사장은 용운을 향해 명령했다. 개돼지 취급 “무릎 꿇어!” 그의 양손에는 몽둥이와 결박용 로프가 들려 있었다. 용운은 시키는 대로 물통 앞에 꿇어앉았다. 동시에 사장의 입에서 두 번째 명령이 무겁게 떨어졌다. “얼굴 담가!” 용운이 불안스런 눈으로 그를 바라보자 사장은 잠시의 여유도 두지 않고 구둣발로 가슴을 걷어찼다. 숨통이 탁 막히면서 정신이 아뜩해졌다. 사장은 숨을 고를 여유조차 주지 않고 계속 다그쳤다. “한번 더 말한다. 얼굴 담가!” 용운은 눈을 감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못하겠다 이거야? 어디 누구 고집이 센가 해보자. 대가리를 스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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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헤어진 엄마를 찾으려 한다구?” “예, 아저씨.” “엄마가 보고 싶니?” “예.” “언제 헤어졌냐?” “몇 년 됐어요. “엄마가 어디 있는지는 알구?” 필사적 매달림 용운은 그의 눈빛을 보며 잠시 망설였다. 무작정 여기저기 다 뒤질 거라는 식의 대답은 그를 어이없게 만들 터였다. 그렇다고 거짓말을 꾸미기도 쉽지 않았다. 섣부른 거짓말은 자칫 낭패를 자초하기가 십상일 것이었다. 엄마의 소재를 안다고 하면 자기가 연락해 줄 테니 주소를 알려 달라고 할 것 같았다. 용운은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고 판단했다. “어디 있는지는 확실히 몰라요. 그렇지만 저는 꼭 찾을 거예요. 지금 우리 엄마도 저를 찾으려고 고생하고 있을 거예요. 은혜 잊지 않을 게요! 제발 저 좀 데리고 나가 주세요. 아저씨 부탁드려요.” 용운은 어느새 글썽거리기 시작하는 눈물을 손등으로 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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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탈출 성공 여부는 열흘 정도 지나면 알게 되었다. 가라앉은 시체가 여름에는 사흘 안에 떠오르지만 겨울에는 열흘쯤 지나야 떠오르는 까닭이었다. 성공 여부를 알 수 있는 건 누구든 도중에 죽으면 시체가 물에 밀려 어김없이 되돌아온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끝장 중압감 익사할 때의 위치나 조수 간만의 변화에 따라 마산포까지 밀려가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어쨌든 시체는 반드시 발견되었던 것이다. 수용소로서는 규율을 무시하고 탈출하다 죽은 일개 무연고자에 대해 어떤 책임의식 같은 걸 느껴야 할 이유는 없었다. 억울한 건 그저 죽은 자들뿐인 것이다. 아무튼 용운이 잠잠하게 참고 있었던 것은 탈출에 대한 의욕이 꺾여서가 아니었다. 실패하면 끝장일지 모른다는 중압감에 그만큼 신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빨리 나서야 한다고 다짐했지만 더 완벽한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참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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