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선감도 (56)생각할수록 기구한 인생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5.06.16 01:00:00
  • 호수 153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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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라디오는 찐빵 같은 하얀 민얼굴로 변하더니 사라져 버렸다. 밤새 다른 악몽에도 시달리곤 했으나 눈을 뜨니 내용은 흐릿해졌다. 외부에서는 아무런 기척이 없었고 음식물도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용운은 고무신에다 오줌을 받아 마셔야만 했다.

‘아, 나는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야 하는가?’

용운은 괴로워하며 이리저리 뒤척거렸다. 생각할수록 기구한 인생이었다.

암흑 속 공포

뒷산에서 두견새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구슬펐지만 평소처럼 한맺힌 자신의 가슴을 긁어 올려 피를 토하는 듯한 소리는 아니었다.

어딘지 좀 겁에 질린 성싶은 어린 두견이의 울음이었다. 고향의 천왕산에서 울곤 하던 뻐꾸기 울음소리가 그리워, 하고 용운은 중얼거렸다.

문득 어떤 특별한 기억이 그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었다.

두견새 울음소리가 귓가에 맴돌았지만, 암흑 속에서 공포에 시달리고 또한 극도로 굶주린 나머지 의식이 오락가락하는 상태였으므로 그게 환각인지 악몽인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사실 그는 가수면 상태에 떨어져 있었다.

사람은 죽음에 맞닥뜨렸을 때에야 생명에 대해 애착을 갖게 된다. 그 전엔 허비하는 경우가 많다. 그걸 인식시켜 준 사람은 다름 아닌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30대 초반의 젊은이답지 않게 점술 따위의 미신을 신봉하는 좀 별스런 양반이었다.

아버지가 그렇게 된 원인은 그의 어머니 때문이었다고 한다. 할머니는 딸만 다섯을 내리 낳다가 겨우 아들을 얻었다. 아버지를 얻기 위한 할머니의 노력은 참으로 눈물겨웠다고 한다.

서낭당에서의 기도는 물론이고, 전국의 영험하다는 곳을 모두 찾아다니며 손이 발이 되게 빌어도 보았단다. 그러나 아무런 효험이 없자 할머니는 어떤 신흥종교 단체에 들어가 맹렬히 기도하기 시작했단다.

“훔바리 훔바라 쿰…….” 하면서 온종일 미친 듯이 읊조렸다.

그 신령한 효험 덕인지 어쩐지는 몰라도 할머니는 그렇게 해서 아들을 얻게 되면서 자신의 신앙에 광적인 신념이 붙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집에 무슨 일이 생길라치면 먼저 회당을 찾았고, 손수 마당에 바가지를 엎고 칼을 꽂은 다음 끓는 물을 뿌리며 악귀를 쫓기도 했던 것이다.

“너는 아로아 천왕님이 내려주신 귀한 애란다. 암, 귀하구말구.”

늘 그런 소리를 들으며 자란 아버지고 보니 정상적인 생각을 지닐 수 없었던 모양이다. 늘 할머니의 손을 빌리다 보니 오줌을 눌 때도 제 손으로 바지를 내리지 못하고 징징 울었다고 한다.

밥도 떠먹여 줘야 했고, 연 날리기나 팽이치기 등 즐거운 놀이도 스스로 하진 못하고 할머니가 대신 해주는 것을 보며 바보처럼 히히 웃기만 했다는 것이었다.

훗날 할머니와 엄마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용운은 자신은 결코 그렇게 하지 않으리라고 다짐했다.

용운은 고향의 푸른 하늘 아래서 황토 흙과 싱그러운 풀꽃의 향기를 맡으며 뛰어다녔다.

전쟁이 끝난 지 얼마 안 되던 때였지만 그곳에서의 유년은 그런대로 행복한 편이었다. 누구나와 마찬가지로 어린애들이란 진종일 마을을 들쑤시고 다니며 노는 게 전부였으니까.

아버지는 노름방에서 살다시피 했다. 그러다가 밑천이 떨어지면 조상이 물려준 땅을 팔아 다시 노름판에 끼여 앉는 것이지만 그 돈 역시 며칠을 못 넘기고 날려 버리기 일쑤였다.

엄마의 얼굴엔 한시도 수심의 그림자가 걷힐 날이 없었다.

당장 생계가 막막한 노릇이었다. 한데도 아버지의 노름은 변함이 없었다.

생명에 대한 애착
지나가던 노신사 말

변하기는커녕 그 일로 끝장을 보고 말겠다는 듯 아예 노름방에서 죽쳤다. 결국 생계비 걱정까지도 엄마 몫이 될 수밖에 없었다.

엄마가 처음 구한 일자리는 삼 껍질을 벗기는 일이었다. 공터에다 삶은 삼나무를 쏟아놓으면 손으로 그 껍질을 벗기는 일이었다.

아버지의 병은 그 즈음부터 생겼다. 어느 날 아버지는 전에 없이 피곤한 기색을 하고 노름방에서 돌아왔다.

“그렇잖아도 힘이 드는데 한여름에 고뿔 감기가 뭐야! 미치겠군.”

아버지는 가래 끓는 소리로 뇌까리며 자리에 누웠다. 허풍스런 신음에 식은땀까지 흘렸다. 엄마가 약국에 가서 감기약을 지어 왔다. 하지만 증세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얼마 후엔 가슴이 아프다고 신음하더니 급기야 각혈을 했다.

“쯧쯧! 이 지경이 되도록…… 하기야 폐병이 몸을 속이고 여간 까다롭잖지.”

불러온 의원이 난처하게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당시의 의학 수준으로 보아 아버지의 병은 절망적이었다. 아버지는 부적을 받아오라고 명령했다.

엄마는 부적을 받아 와서 아버지의 베개 밑에 넣어 놓았다. 그러는 한편 엄마 나름대로 민간요법에 한 가닥 희망을 걸고 뛰어다녔다.

우선 수난을 당한 건 뱀이었다. 뱀이 폐결핵에 특효라는 얘기를 들은 엄마는 날만 새면 자루와 막대기를 들고 산을 헤매었다.

절박감 때문일까, 어머니는 구렁이며 꽃뱀 따위를 적잖이 잡아들였고 그 뱀들은 곧바로 약탕관으로 들어가 꿈틀거리다가 죽었다.

그러나 수십 마리의 뱀을 먹고 부적을 썼음에도 아버지의 병은 전혀 차도가 없었다.

그래도 엄마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면 그럴수록 신묘한 비약을 수소문하러 다녔다.

그런 어느 날 한 노신사가 집으로 찾아왔다. 깔끔한 양복 차림에 손엔 표지가 붉은 책을 들고 있었다. 그는 툇마루에 걸터앉으며 중얼거렸다.

“허! 맑고 밝은 하늘에 저 먹구름 한 점이 웬일인고?”

마당에서 약을 달이고 있던 엄마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를 보았다.

“동지섣달 센바람도 삼월 봄바람도 아무 효과가 없구나!”

엄마가 다급히 물었다.

“저, 어디서 오신 누구신가요?”

“허허, 어디서 온들 무슨 대수겠소. 그나저나 물이나 한 그릇 주면 고맙겠소이다만…….”

엄마는 부리나케 샘으로 달려가 생수 한 대접을 떠 왔다.

하늘의 계시

“음, 시원하군.”

“저, 좀전에 하신 말씀은 무슨…….”

“아, 그건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하늘의 계시요.”

노신사는 그러면서 천천히 물 마시는 여유를 부렸다. 그때였다. 처음부터 듣고 있었는지 아버지가 갑자기 방문을 열고 해골만 남은 얼굴을 내밀었다.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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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