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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 2025.09.17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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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일요연재] 선감도 (69)세 번째 탈출 계획

“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탈출 시도는 세 번째가 되는 셈이었다. 잡힐 때마다 어떤 고초를 치렀는지는 새삼 말할 필요도 없었다. 이제 용운은 수용소 전체가 공인하는 요시찰 제1호가 되었다. 당연히 불침번 명단에서도 제외되었다. 요시찰 1호 불침번을 서게 한다는 것은 마음 놓고 나가라는 말과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밤에 화장실조차 마음대로 갈 수 없었다. 아무리 용변이 급해도 다른 동행자가 일어나기 전까지는 내보내 주지 않았다. 왕거미 사장은 한 번만 더 그 짓을 하면 지옥으로 보내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보다 더한 지옥이 또 있을까? 그런 것들로 해서 탈출의 의지가 꺾이진 않았다. 더 이상 모정의 그리움 때문만이 아니었다. 자유가 그리웠다. 사감이나 스라소니가 말하는 그런 자유가 아니었다. 남을 구속하지 않고 남에게 구속되지도 않고 자신의 노력으로 꿈을 펼쳐 나가는 자유…… 수용소 생활이 소름끼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