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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 2025.08.27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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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일요연재] 선감도 (66)“믿는다는 건 속는다는 것”

“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그 꿈 많은 배우와는 한 번 이별할 기회가 있었는데, 운명의 짓궂은 장난 때문인지 혹은 명배우의 연기 때문인지 다시 만나게 되었어. 육이오 동란이 좀 잔잔해진 어느 날, 거지 꼴이 되어 길을 가는데 맞은편에서 세 명의 흑인 병사가 걸어왔어. 검은 낯짝에 박힌 여섯 개의 눈알이 짐승의 그것처럼 번들거리며 나를 노려보았단다.” 검은 낯짝 그 세 깜둥이는 앞을 가로막고 웃으며 허연 이빨을 드러냈어. 나는 뒷걸음질을 쳤으나 한 놈이 흑표범처럼 잽싸게 돌아가서 막고 어깨를 붙잡았어. 앞에 두 놈, 뒤에 한 놈이었지. 난 예전에 일본 순사 놈의 긴 칼이 정수리를 파고드는 것보다 더한 충격과 두려움을 느끼며 휘청휘청 신랑에게도 기대섰어. 신랑이 누구냐구? 그 엉터리 명배우지 누구겠어, 후후…….” “신랑도 위험을 느끼고는 정신을 제법 가다듬어, 우선 만국 공통어인 미소를 화려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