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몽키하우스’ 미군 위안부 수용소 ④정육처럼 진열된 여자들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5.12.08 04:17:01
  • 호수 15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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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는 남대문이나 동대문이 아니라 ‘나라 보지’를 말하는 거야. 국가에서 우리 몸뚱이를 이용했으니…그 무서운 곳을 ‘언덕 위의 하얀 집’이라 부른 건 낭만이 아니라 야유하기 위해서였지…우리 보지는 나라의 보지였어!” <어느 위안부 할머니의 절규>

청운은 천천히 걸음을 옮겨 홀 한 구석쪽에 붙은 주방으로 다가섰다. 하얗고 투명한 커튼이 반쯤 쳐진 창문 앞에서 그는 멈춰 섰다.

안쪽에서 어떤 소리가 새어나왔다. 비명은 아니지만 겁에 질려 허덕거리며 떨리는 목소리였다.

청운은 슬쩍 훔쳐보았다. 바깥 홀의 현란함에 비해 의외로 어두워 보이는 공간 속에서 어떤 자가 식칼을 든 채 킬킬거리고 있었다.

칼을 숨기고

“너 계속 그렇게 멍청하게 굴래? 왜 아직도 메뉴를 제대로 못 외어서 이 주방궁의 황제인 나를 욕먹이냐구! 뱃대길 콱 찔러 버릴까, 응?”


“아으으…… 주방장님…… 한번만 살려 주시면 다음엔 잘할게요. 흐으…….”

식칼의 퍼런 날 앞에 선 소년이 주춤주춤 구석쪽으로 물러나며 애걸했다. 식칼을 쥔 사내는 눈알을 희번득거리며 점점 공포에 질린 소년 쪽으로 다가서며 위협을 했다. 소년은 털썩 무릎을 꿇곤 두 손을 모아 비벼댔다.

“제발…… 앞으론 제왕님의 명령대로 따를게요. 미라 누나에게 편지도 잘 전달하고 팬티도 자주 훔쳐 올 테니…….”

“쌍놈 새끼, 넌 항상 피맛을 좀 봐야만 정신을 차리니까 어쩔 수 없어.”

사내의 칼날이 소년의 목에 닿는 순간 청운은 창문을 톡톡 두드렸다.

사내는 피를 보겠다며 위협하던 칼을 마술처럼 숨기고 돌아서 도마 위의 오이를 재빨리 썰기 시작했다.

위기 상황에서 벗어난 소년이 창 쪽으로 다가왔다. 키는 어린애 같아도 얼굴은 생각보다 훨씬 더 나이가 들어 보였다.


“혹시 김순식 형을 아세요?”

청운은 부드럽게 물었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천사 같은 그 얼굴을 보자 어조가 저절로 바뀌었다.

“혹시, 그 형, 친구세유?”

늙은 소년이 더듬더듬 물었다.

“어, 그래요.”

“보니까, 바로, 알겄네유. 순식이 형이, 자주, 얘길, 했었지유.”

“그랬군요. 혹시 그 형이 지금 어디 있는지 알아요?”

소년은 머리를 끄떡거렸다. 그러고는 주머니를 한참 뒤적거리더니 접혀진 편지봉투를 꺼냈다.

청운은 손목에다 주소를 옮겨 적고는 소년의 눈을 바라보았다.

“고마워요.”

“피에로 형을, 찾아가려는, 거예유?”

소년이 어눌하게 물었다.


“그래요.”

“나도, 같이, 가고 싶은데…….”

“그럼 그렇게 해요.”

“아, 지금은, 안 되구, 나중에, 꼭, 간다구, 좀 전해주세요…….”

“그럴게요.”

청운은 소년의 손을 잡고 흔든 후 목청을 좀 높였다.


“여보시우, 형씨…… 혹시 소림사 주방장이란 영화 보았수?”

과일을 깎고 있던 사내가 고개만 돌린 채 이맛살을 잔뜩 찌푸렸다.

“거기서는 사람을 썰어 죽이지만…… 만일 이 사람을 또 다시 괴롭히면…… 댁을 산 채로 끌고 가서 온몸에 대못을 서른 개쯤 박아 버리겠어. 눈알과 혀와 생식기에도 한 개씩…… 명심하라구.”

절룩절룩 걸음 옮겨 588 골목 쪽으로
붉은 입술로 껌 짝짝 씹으며 눈웃음

사내의 입술이 말없이 푸르르 떨리는 것을 본 청운은 발길을 돌려 절뚝절뚝 광란의 인파 속을 헤쳐 나갔다.

인간의 오감과 정신마저 바꿔 놓을 듯 현란하게 돌아가는 홀의 조명을 겨우 벗어나 아스팔트 위에 섰을 땐 왠지 계단 밑의 아비지옥이 슬쩍 그리워지기도 했다.

청량리역 광장의 탑시계 바늘은 이미 11시를 지나고 있었다.

‘이미 다른 곳으로 이동하긴 글렀다. 이 부근에서 적당히 보내고 내일 출발해야지. 그런데 왜 굳이 여길 다시…….’

청운은 혼잣말을 하며 찬바람이 불어대는 광장을 거닐었다.

‘청량리는 삭막한 동네지만 왠지 삶의 희비애락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그런 곳으로 느껴져. 명동이나 종로와는 쪼끔 다른 듯해. 어릴 때부터 서울의 밑바닥을 헤매 다녀서 그럴까? 혹은…….’

청운은 문득 걸음을 멈춘 채 가만히 서 있더니 절룩절룩 걸음을 옮겨 588 골목 쪽으로 다가갔다. 어둑한 어둠 속에 분홍빛 조명이 비쳐 나와 섞여서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곳…….

골목 입구에서 망설이는 건 그곳이 범죄를 유혹하는 듯한 추악한 사창가 소굴이라서가 아니었다. 범죄는 오히려 휘황찬란하고 번듯한 곳에 사는 사람들에 의해 더 음험하게 저질러지는 세상이었다.

청운은 그곳에 선 채 겨울바람의 회오리가 아닌 정신 속의 회오리를 체감하고 있었다.

1년 전인지 2년 전인지 정확히 계산하긴 어렵지만 그때도 그는 이곳에 서 있었다. 돌고 도는 시간의 회오리가 그의 뇌수를 어지럽혔다.

1여 년 전의 시간이 마치 어제처럼 돌아와 오늘의 어깨를 슬쩍 두드리고 막힌 내일 앞에서 주춤거리는 성싶었다.

그날은 특수부대에 입대하기 전날이었다. 어떤 여자에게 이끌려 이곳까지 왔었다. 그 창녀는 농담인지 진담인지 언제까지나 기다리겠다고 말했었다.

‘그 슬픈 여인은 지금도 과연 이곳에 있을까? 한두 해 사이에 난 이렇게 변해 버렸는데…… 과연 기억이나 하려나?’

청운은 불그죽죽한 늪 안쪽으로 절뚝절뚝 걸어 들어갔다. 차가운 바람이 전신주를 휘이윙 울리고 홍등의 그림자를 설핏 흔들면서 음산한 골목을 휩쓸어 갔다.

유리창 속에 정육처럼 진열돼 포즈를 취하고 있는 여자들을 지나쳐 청운은 좁은 갈래길 앞에서 주춤거렸다.

불쑥 팔을

“아리송하군. 하지만 어느 쪽을 택하든 더 아리송해질 것 같아. 어차피 만나도 좀 서글플 듯하니 그냥 아무데로나 가 보자.”

청운이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는데 어떤 여자가 불쑥 팔을 붙잡았다.

쥐 잡아먹은 듯한 붉은 입술로 껌을 짝짝 씹으며 눈웃음을 지었다.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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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당사자’라고 주장한 30대 오모씨의 행위와 이력을 두고 파장이 일고 있다. 그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이자 ‘평양 무인기 작전’을 목적으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 이사였다. 2년 전부터의 행적도 수상하다. 정보사령부 휴민트 요원들과 수차례 접촉해 사실상 대북 공작을 준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 17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오씨와 정보사의 직접적 연결고리가 형성된 건 2024년 5월 이후다. 정보사와 오씨와의 접촉은 A 대령의 승인하에 이뤄졌다. 그는 정보사 블랙요원 명단 유출 사건 이후 속초 HID 부대장을 마치고 돌아온 인물로 조직개편 TF(태스크포스) 팀장 및 기반조성단장을 맡았다. 수상한 접촉 앞서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인 오씨는 윤정부 시절 ‘북한 무인기 대통령실 상공 침투’에 대응할 목적에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의 이사로 근무했다. 그는 지난 16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 외관과 위장 무늬, 색 등이 자신이 북한으로 보낸 무인기와 일치한다”며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목적에 대해 “북한 우라늄 공장의 방사선과 중금속 오염도 측정”이라고 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무인기를 북한으로 보냈다는 취지로 읽힌다. A 대령은 ‘정보사 기능·역량 강화’를 위해 추가적인 수도권 안가 설립을 기획했다. A 대령의 계획대로 B 소령은 오씨와 C 상사는 김모씨를 접촉했다. B 소령은 휴민트(HUMINT·820·인간정보) 요원이다. 이들은 오씨와 김씨를 통해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려 확보한 영상 증거를 확인했다. 이 시기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언급했던 정보사의 국방과학연구소(ADD) 접촉 및 무인기 개발 의혹이 시작되던 때와 겹친다. 당시 정보사는 ADD에 “드론에 전단통을 달 수 있느냐”고 문의한 바 있다. ADD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고 내란 특별검사팀에 진술했다. 정보사 간부는 “누구의 지시로 국방과학연구소에 드론과 관련해 연락했냐”는 특검팀의 질문에 “문상호의 지시였고 문 전 사령관이 원천희 전 국방정보본부장에게도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오씨의 영상 증거가 북한의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A 대령은 이후에도 B 소령과 오씨의 접촉을 허가했다. ‘지속적 협력 관계’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A 대령은 오씨에게 이른바 ‘협조비’를 제공한 의혹을 받는다. 사비가 아닌 ‘정보사 공작금’ 수십만원을 정기적으로 전달했다는 게 골자다. 이 같은 행위는 정보기관과 협조·정보원 간 이뤄지는 통상적 거래로 알려져 있다. 실제 정보기관은 국제범죄 및 마약 관련 첩보를 제공한 ‘야당’에게 많게는 수백만원의 금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정보사가 오씨의 행위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24년 여름 ‘대북 공작’ 의심 정보사와 지속적 접촉 정보사·ADD 연락 시기 겹쳐 ‘김태효 안보실’ 연루설도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A 대령과 오씨가 일반적 협력 관계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대북 공작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정보기관이라면 늘 하는 업무다. A 대령이 오씨에게 ‘무인기를 북으로 보내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고 그저 오씨가 회사를 설립하는 데 지원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A 대령의 부하인 B 소령은 오씨가 북한 전문 매체를 설립하는 데 도움을 줬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언론사는 오씨가 발행인으로 있는 곳으로 2025년 3월 중순부터 첫 기사가 작성되기 시작했다. 지난 11일을 끝으로 기사가 작성되지 않은 걸 보면 오씨가 언론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회사 운영에도 차질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정보사 출신 한 소식통은 “오씨가 채널A 인터뷰에서 무인기를 세 번 날렸다고 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닌 걸로 보인다. 적어도 수십번은 날렸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린 건 정보사 조직 차원의 지시가 아니라 오씨의 독단적 행동이다. 오씨와 접촉했던 담당자들도 그의 무리수 때문에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단순히 넘길 일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거세다. 오씨가 대통령실 출신임과 동시에 정보사와 접촉한 배경을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정부 안보실 2차장 산하 정보현안대응팀에 파견됐던 HID 출신 오모 중령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오 중령은 2022년 8월 국정원장 비서실에 근무하다가 다음 해 3월 대통령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자신이 확보한 첩보를 인성한 전 2차장이 아닌 ‘안보실 실세’ 김태효 전 1차장에게 수차례 보고했다. 오 중령의 행위를 두고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비정상적 보고”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김 전 1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원식 전 안보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1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HID 부대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평양 작전' 준비하려 일종의 테스트 아니었나 의심” "오씨 독단적 행동 무인기 날리라 지시한 적 없어”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오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정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가게 된 건 김 전 1차장이 HID를 방문한 직후다. 오 중령은 인 전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전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전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문재인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정보사 차원에서 북한으로 무인기를 보내는 건 부담이 크다. 그래서 민간과 협업해 일종의 테스트를 진행한 후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 안보실이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적극적으로 기획 및 실행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대북 공작 준비? 그러나 이는 아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 오 중령의 경우 내란 특검팀 소환 조사에서 김 전 1차장에게 정보 보고를 했던 사실은 인정했으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기획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정부는 현재 군·경합동조사TF를 꾸려 무인기를 북한에 보낸 정확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등을 수사 중이다. 무인기를 보냈다고 주장한 사람의 과거 이력과 정보사와의 접촉이 확인된 만큼 숨겨진 목적에 대해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