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선감도 (71)총알 빗발치는 파도 속으로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5.09.29 04:31:37
  • 호수 15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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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아앗!”

갑자기 용운이 신음을 흘렸다.

“왜 그래?”“총알이 귀를 스쳤나 봐.”

“괜찮아?”

“형, 상체를 숙이고 빨리 뛰어! 우릴 죽여도 된다는 특명을 내렸나 봐.”


“악마 새끼들!”

두 탈출자

두 탈출자는 마산포를 바라보며 필사적으로 뛰었다.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펄 속에서 속도를 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떤 곳은 무릎까지 빠지기도 했는데, 그럴 때는 진흙 위를 기다시피 해야 했다. 황소도 삼킨다는 늪지대 얘기가 떠올라 용운은 머리털이 곤두서기도 했다.

“앗, 따가워…….”

앞서 가던 피에로가 갑자기 한쪽 발을 치켜들었다.

“왜 그래?”


“조개껍질에 찔려나 봐.”

“많이 아파?”

“음, 푹 찢어진 듯해. 급하니 우선 바닷속으로 숨자.”

“피가 많이 흐르면 안 돼. 바닷물이 피를 마구 빨아낼 텐데. 형, 일단 런닝구로 발을 감자.”

진흙으로 칠갑이 된 러닝셔츠를 찢어 발을 싸맸다. 이제 몸에 걸친 것이라곤 팬티 하나뿐이었다.

그때 바로 뒤쪽에서 셰퍼드의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개는 개펄 앞에서 잠시 멈칫거렸으나 곧 자신의 사명을 떠올렸는지 철벅거리며 쫒아 들어왔다.

“형, 잡히면 우린 끝장이야. 어서 앞만 보고 뛰어들어!”

용운은 피에로를 부축하며 재우쳤다. 그러나 그 순간 셰퍼드가 피에로의 종아리를 물고 늘어졌다.

피에로는 넘어져 뒹굴며 진흙투성이가 된 채 신음소리를 냈다.

용운은 다급한 나머지 진흙을 한 움큼 집어 퍼런 빛을 내며 위협하는 개의 눈에 대고 세게 비벼댔다. 개는 어쩔 줄 모르고 빙빙 맴을 돌며 컹컹거렸다.

그때 뒤 쫒아온 감시병들이 쌍욕을 섞어 소리쳤다.

“저 개보다 못한 인간 종자들! 이젠 어쩔 수 없다. 제대로 겨냥해서 죽여 버려! 포상금이 있어.”


뒤이어 하이에나의 웃음과 같은 괴이한 소리와 함께 총소리가 울려퍼졌다. 둘은 곧장 헐떡거리며 뛰었다. 그들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다만 깊은 펄 속을 딛고 빼는 발소리만 들려왔다.

“아얏!”

갑자기 피에로가 소리를 내지르며 푹 엎어졌다.

“다리에 맞았어.”

“형, 일어서야만 해. 조금만 힘을 내.”

용운은 그를 일으켜 끌며 다급히 말했다.


“으음…… 그래, 빠삐용을 생각하며…….”

피에로는 그 상황에서도 영화 장면을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검은 콜타르 같은 바다
지옥서 꿈을 찾아 수영

이윽고 바닷물이 찰랑찰랑 발목을 적셔 왔다. 한 발짝 한 발짝 내딛을수록 수위는 급속히 차올라 곧 배꼽을 넘어섰다.

“자, 출발이다!”

“좋아!”

총소리가 어둠을 가르며 그들의 뒤를 ㅤ쫒아왔다. 총알은 무정하다.

두 어린 탈출자는 러시안 룰렛보다도 더 아슬아슬하게 그들의 운명을 시험하는지도 몰랐다. 순간은 영원과 통한다지만 목숨은 하나뿐이다.

둘은 급히 심호흡을 한 뒤 바다에 몸을 띄웠다. 개소리와 총소리가 마구 섞여 밤바다를 흔들었다.

그 소리는 그들의 목숨을 일촉즉발의 순간에 멈추고 앗아갈 것만 같이 맹렬했다.

둘은 사력을 다해 검은 콜타르 같은 바다를 헤쳐 나갔다. 추적자들의 소리는 차츰 모깃소리처럼 희미해졌다.

여름이라지만 새벽 물은 차가웠다. 더구나 저 멀리 까마득한 마산포를 바라보자 벌써부터 몸이 떨렸다.

만일 저 넘실거리는 거대한 바다를 건너지 못하고 도중에 좌초한다면, 지금 살아 숨쉬는 이 몸뚱이는 하나의 사물(死物)이 되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표류하게 될 터였다.

“꿈을 찾아 가자!”

“우선 여기서 빠져나가야 해.”

“이 지옥에서?”

“응.”

“이곳을 빠져나가면 과연 천국이 있을까? 그곳은 어떤 천국일까?”

용운과 피에로는 서로 격려하며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면서 천천히 헤엄을 쳐 나갔다.

차츰차츰 선감도는 멀어지고 그들은 바다 한가운데로 진입했다.

하지만 마산포는 눈앞에 가물가물하기만 할 뿐 아무래도 가까워지지가 않는 듯했다. 그들은 마치 해변 위에서 바둥대는 두 마리의 개미처럼 보였다.

저수지나 얕은 해변에서 수영 연습을 할 때와는 달리 깊고 물결이 거센 한바다에서는 아무리 힘껏 헤엄을 쳐도 얼마 나아가지도 않을 뿐더러 오히려 물살에 떠밀려 후진하기도 했다.

그래도 용운은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며 한 뼘씩 한 뼘씩 전진해 나갔다.

세상에서 겪었던 온갖 고생을 떠올리며, 엄마를 생각하며 젖 먹던 힘까지 끌어 모았다.

“구름아, 같이 가!”

자기 별명을 부르는 소리에 용운은 헤엄을 멈추고 돌아보았다. 피에로가 저 뒤에서 힘겹게 물결을 헤치며 다가오고 있었다.

바다 한가운데

용운은 팔을 수면 위에 쭉 편 채 기다렸다. 가까이 다가온 피에로의 얼굴은 창백한 채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형, 왜 그래? 아직 반도 못 왔구만.”

“몰라. 생각보다 훨씬 힘드네…… 아까 갯벌에서 찔린 발이 저리고…… 총알 맞은 다리가 뻣뻣해지면서 힘이 하나도 없는 게…… 이상해. 피가 계속 흐르는 게 아닌가 몰라.”

피에로는 울상을 지었다. 그는 평소에 괴로울 때도 웃는 표정을 일부러 짓곤 했는지라 그것은 좀 생소한 느낌을 용운에게 주었다.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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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장동혁 갈지자 행보 속셈

‘오락가락’ 장동혁 갈지자 행보 속셈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미국 정계가 이재명 대통령을 압박하는 흐름을 타 강경 보수 노선과 장외 집회로 기세를 올리려고 한다. 하지만 8개월여를 앞둔 지방선거에 정치 생명이 달린 정치인의 현실을 고려해 “극우 방식으론 국민을 설득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빙글빙글 도는 장 대표의 ‘용꿈’은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각) 훈훈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한미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28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는 JD 밴스 미국 부통령을 앞세워 “왜 미국에 감사하단 말을 하지 않느냐”는 등 젤렌스키 대통령을 강하게 질타해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호평에서 비판으로 일각에선 “이 대통령도 이런 망신을 당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왓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 대해서도 같은 분위기를 연출할 가능성을 암시했다. 그는 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직전 “한국의 새 정부가 교회를 잔인하게 급습하고, 우리 군사기지까지 들어갔다”며 “한국에서 숙청·혁명이 일어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평양에 가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만나시고, 북한에 트럼프 월드도 하나 지어서 저도 거기서 골프를 칠 수 있게 해달라”는 등 저자세로 나가면서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노벨평화상 수상 욕심을 자극했다. 국내에선 평소 강경한 정치 성향을 유지하는 이 대통령의 ‘저자세’를 유연함으로 해석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한미 관세 협상이 난항에 빠지면서 이 대통령에 대한 호평은 금세 비판으로 바뀌었다. 당시 체결됐던 한미 관세 협상의 핵심은 ▲상호 관세율 15% ▲한국의 대미 투자 3500억달러(약 485조원) 등이었다. 문제는 3500억달러가 우리나라 총 외환 보유고의 84%에 달하는 액수란 것이다. 아울러 두 대통령의 공동합의문도 나오지 않았다. 우리는 미국에 “자동차·반도체 등 한국의 주력 수출품에 대한 15% 관세율을 명시하자”고 요구했고, 미국은 우리에게 “3500억달러의 구체적 조달 시기·방식·사용처를 명문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지난 11일(현지시각) <CNBC>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3500억달러 투자를 이행하지 않으면, 상호 관세율 25%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은 “한국의 직접 투자 비중을 최대한 높이고 투자 대상은 미국이 주도해 선정하며, 투자액 회수 후 미국이 이익 중 90%를 가져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등은 지난 4일(현지시각) 조지아주 소재 현대차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근무하던 한국인 노동자 317명을 단속했다. 이들이 단기 상용 비자(B-1)로 미국에 입국해 근무하다가 불법체류자로 규정됐기 때문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10일(현지시각) 미국에 입국해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과 면담했고, 미국 영주권자 1명을 제외한 316명은 지난 12일 귀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훈훈하게 진행한 후 ‘한국 새 정부가 교회를 잔인하게 급습하고, 미군 기지에 들어간’ 데에 대한 보복을 동시에 진행하는 등 기만책 섞인 양동 작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이재명 압박하자 강경론 선회 미 극우 논객도 한국서 극우 부추겨 미국 정부의 한국인 노동자 추방엔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보수 성향 친위 집단 MAGA 진영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미국의 극우 정치인 토리 브래넘은 지난 5일(현지시각) 미국 잡지 <롤링스톤>과의 인터뷰에서 “그 공장이 조지아주 주민을 고용하지 않아서 ICE에 신고했다”며 “한국 기업이 미국에서 세제 혜택을 받으면서도 저임금 불법체류자를 다수 고용하는 것은 지역경제에 대한 기여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한편 프레드 플라이츠 미국 우선 정책 연구소 미국 안보센터 부의장은 지난 7월21일, 한국 국회의원 13명과 함께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정권이 교체됐다고 해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불공정하거나 그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있으면, 한국에 좋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플라이츠 부의장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비서실장·사무총장을 지낸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부정선거가 진행돼 내가 큰 피해를 봤다”는 취지의 부정선거론을 주장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플라이츠 부의장은 지난 1월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윤 전 대통령을 몰아내고 대통령 권력을 약화하려는 극좌 급진주의자들에게 유리한 발언을 하진 않으리라 생각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윤 전 대통령을 만나고 싶어하고, 두 사람의 보수 철학은 매우 비슷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선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던 강경 보수 진영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탄핵 반대 시위를 주도했던 손현보 부산 세계로교회 목사는 지난 8일 ‘대통령·부산시 교육감 선거서 사전 선거운동을 했다’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손 목사와 손잡고 함께 시위를 주도한 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는 지난 13일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코리아로부터 채널 수익 창출 중단 통지를 받았다. 수익 창출이 중단된 이유는 “민감한 콘텐츠 관련 정책을 위반했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격분한 전씨는 “언론 탄압이자 보수 우파 죽이기”라며 “구글코리아 내 좌파 직원이 판단한 거냐”고 비판했다. 아울러 지난달 26일 당선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강경 보수 표심에 지지를 호소해 당선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당선 이후엔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 체제에서 정책위의장을 지낸 국민의힘 4선 김도읍 의원을 다시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했다. 트럼프의 양동 작전 김 의장은 평소 중도 보수 성향으로 평가받고 있고, 장 대표는 김 의장을 삼고초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관군 국민의힘이 국회에서 소리 낼 때, 전씨는 당 밖 의병으로서 그 소리를 증폭하고 적을 막는 역할을 했다”며 “당 밖 의병이 전씨에게 가장 잘 맞는 옷”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1등 공신임을 자처하던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크게 반발했다. 전씨는 지난달 30일 “제가 장 대표에게 영향력이 있어 힘이 세다고 보는 사람들이 놀랍게도 벌써 제게 인사·공천 청탁을 한다”며 “저는 장 대표에게 부담을 드리지 않기 때문에 그런 역할은 안 한다”고 말하는 등 장 대표에게 견제구를 던졌다.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도 지난 1일 “많은 사람이 ‘김도읍이 웬 말이냐’고 비판하는데, 김도읍은 그런 비판을 받을 만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이기려면, 영남 지방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4개 자유 우파 정당에 양보하면 된다”며 “이에 응하지 않아서 4개 정당이 영남 전 지역에 후보를 내면 국민의힘은 이길 수 없다”고 위협했다. 그러자 장 대표는 지난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밝혔던 “더 강하게, 더 넓게 500만 당원과 함께 싸울 것”이라는 각오를 다졌다. 같은 날엔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두 국회 본관 앞에 모여 ‘야당 말살 정치 탄압 특검 수사 규탄대회’를 진행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지도부가 가장 강력한 방식의 투쟁을 하기로 했고, 장외투쟁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장외투쟁 명분은 ▲검찰청 폐지를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 반대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 수사 기간 연장 반대 ▲내란 특검의 국민의힘 의원 압수수색 규탄 등이었다. 장 대표는 지난 8일엔 대통령실에서 이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악수도 사람과 하는 것”이라면서 국민의힘 등 보수 야당과의 대화를 차단했다. 당시 장 대표는 단군 신화를 인용해 “정 대표와 악수하려고 당 대표가 되자마자 마늘·쑥을 먹기 시작했다”며 “미처 100일이 안 됐는데도 이렇게 악수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린다”는 등 뼈 있는 말을 남겼다. 영수회담은 비교적 훈훈한 분위기에서 진행됐고, 장 대표도 자신의 의견을 이 대통령에게 모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수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장 대표는 다시 장외투쟁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분은 손 목사 구속이었다. 지난 14일 부산을 방문한 장 대표는 첫 일정으로 세계로교회 예배에 참석했다. 장 대표는 이날 “손 목사 구속은 모든 종교인에 대한 탄압”이라며 “2025년 대한민국에서 종교 탄압을 막는 게 제 소명이 될 거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돌고 돌아 장외투쟁 이어 지난 17일엔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구속된 것을 계기로 장외투쟁을 언급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부와 민주당이 장기집권을 위해 차근차근 야당을 말살하고 있다”며 “지금은 그냥 야당인 게 죄인 시대”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2019년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재판과 관련해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징역형이 구형된 것 ▲정부·민주당의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압박 ▲민주당의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 등을 장외투쟁 근거로 내세웠다. 국민의힘의 장외 집회는 지난 21일 동대구역 인근에서 진행됐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 중도 공략 필요성 사이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다. 이는 국민의힘과 장 대표의 현 상황으로부터 비롯된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파면·구속을 거치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7월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7%를 기록하는 등 강경 보수 성향 지지층만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지방선거는 불과 8개월여를 앞두고 있다. 이기기 위해선 지지층을 결집하면서 중도를 공략해야 한다. 장 대표는 지방선거로 첫 시험대에 오르게 되는데, 참패 시엔 대표직을 사퇴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전 세계적으로 극우 정당이 각국 선거에서 승리하고 있고, 미국에선 트럼프 대통령과 MAGA 진영이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각) 21세 청년 타일러 로빈슨의 총격을 받아 사망한 극우 논객 찰리 커크 ‘터닝 포인트 USA’ 대표와 모린 배넌 ‘스티브 배넌 워룸’ 대표는 한국 극우를 부추기는 미국 정계 논객들이다. 이들은 지난 5일 한국을 방문해 ‘빌드업 코리아 2025’에 참석했다. 커크 대표는 “최근 한국 정치는 혼란스러웠다. 특검의 교회 압수수색은 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한국은 미국의 가장 든든한 우방이기 때문에 중국공산당으로부터 독립적이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산주의자들이 정치 검사를 앞세워 우파를 탄압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한국 정부의 행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중국·북한의 공산주의에 맞서는 여러분의 싸움이 곧 우리의 싸움이고, 필요하다면 내가 한국을 위해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모린 대표도 “한국은 공산주의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관성은 오직 한동훈 축출 돌연 “극우론 안 돼” 유턴 손 목사는 커크 대표·트럼프 대통령의 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극우 성향 일부 개신교 교단과 MAGA 진영이 김민아 대표가 이끄는 빌드업 코리아와 연결돼있다는 주장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빌드업 코리아의 모태는 커크 대표가 이끄는 터닝 포인트 USA로 전해졌다. 극우 성향 교단과 미국 극우는 강경한 반공 성향을 매개로 연결된다. 일제강점기 당시 교단의 세가 강했던 지역은 평안도였다. 이들은 북한 정부 수립과 6·25 전쟁 이후 모두 월남했고, 강경한 반공 성향을 유지하고 있다. 당시 미국에서도 소련과의 냉전을 계기로 매카시즘 광풍이 크게 일어나 복음주의 교단을 중심으로 한 반공 세력이 맹위를 떨쳤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과정에서도 복음주의 교단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국민의힘 지지 기반과도 연결되는 미국 정치의 흐름을 외면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장 대표가 일관되게 유지하는 정치 방향은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에 대한 강경한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방송에서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 대변하는 인물을 대상으로 패널 인증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국민의힘 몫인 각종 방송 출연분 중 80% 이상을 친한계가 차지한다”고 보고 있다. 친한계엔 방송 출연을 위주로 정치 활동을 이어가는 원외 인사들이 많다. 장 대표의 방침에 대해선 “친한계의 숨통을 끊으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 대해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도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5일 “민주당은 지난해 8월 이후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근거 있는 확신을 한다고 했다”며 “그 확신의 근거를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내란 특검의 참고인 소환을 2회 거부했고, 내란 특검은 서울중앙지법에 한 전 대표에 대한 공판 전 증인신문을 청구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고, 한 전 대표 증인신문은 오는 23일 진행될 예정이다. 한 전 대표는 연이은 당내 선거 패배와 안 좋게 결별한 장 대표의 당선으로 위기에 몰려 자신의 정치적 상징인 ‘비상계엄 반대’조차 자신 있게 내세우기 어려운 처지가 된 것으로 보인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권성동 의원은 통일교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지난 16일 구속됐다. 나경원 의원 등 지난 2019년 4월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에 연루된 국민의힘 의원들은 징역형을 구형받았다. 안팎으로 이어지는 내우외환에 일각에선 장 대표가 다시 강경 보수를 대상으로 한 장외집회에 전념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지난 16일 공개된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돌연 “우리가 설득하는 방식이 극우와 같다면, 국민을 설득할 수 있겠느냐”며 “국민께서 공감하지 않는 방식으론 싸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지층의 확고한 신뢰 없이 성급하게 중도층 마음을 얻겠다고 나아가면 실패할 거라고 본다”는 의견도 남겼다. 내친 김에… 용꿈의 조건 같은 인터뷰에서도 빙글빙글 돌고 있단 느낌을 줄 소지가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고 보는 해석도 나온다. 용꿈은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명확히 밝혀 대중의 지지를 얻은 다음 노려볼 수 있다. 장 대표는 계속 빙글빙글 돌고 있다. 굳건한 의견 없이 빙글빙글 돌면 집토끼와 산토끼를 모두 놓칠 수 있다. 장 대표의 빙글빙글 회전 정치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