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카지노 황제 비참한 말로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11.27 08:37:08
  • 호수 15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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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일저축은행 그 남자는 지금⋯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전북지역 최대 서민금융기관이었던 전일저축은행이 파산으로 사라진 지 10여년이 지났다. 원인 제공자인 전일저축은행 대주주 겸 전 라마다 프라자 호텔 제주 카지노 회장 은인표는 거물을 꿈꿨다. 그의 심복으로 불린 정모씨가 카지노를 장악하기 전까지 말이다.

은인표는 2000억원대 부실·불법 대출, 교도관 뇌물, 연예기획사 특혜 대출로 징역 7년6개월형이 확정된 뒤 복역하다가 지난 2019년 출소했다. 그 이후에는 그를 둘러싸고 ‘법인 서류 위조’와 ‘자격 도용’, 카지노 영업권을 둘러싼 ‘주주 사칭’ 의혹까지 새로 불거졌다.

정치권과
주먹 세계

전일저축은행(이하 전일저축) 사태는 ‘한 사람의 탐욕과 감독 부실이 결합할 때, 서민금융이 어떻게 사금고로 전락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전형적인 표본이다. 은인표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면, 금융과 정치권 등에 로비를 통해 카지노 왕국을 설립하기를 꿈꾼 남자로 해석된다.

전일저축은 한때 자산 1조2000억원 규모를 자랑하던 전북지역의 최대 저축은행이었다. 그러다 2009년 말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11.13%까지 추락하며 영업정지 처분을 받는다.

이후 금융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는 부실 저축은행 정리 방식으로 ‘가교저축은행(브리지 뱅크)’ 모델을 택한다. 전일저축의 자산과 부채 상당 부분을 새로 만든 예나래저축은행으로 넘기는 계약이전 방식이었다.


2010년 4월엔 예금보험공사가 전일저축 일부 자산과 5000만원 이하 예금을 예나래저축은행으로 계약 이전하고 영업을 재개했다. 예나래저축 영업 개시 첫날인 그해 4월12일엔 6만여명에 달하는 5000만원 이하 예금자들이 한꺼번에 몰려 창구가 마비될 정도였다고 전해진다.

5000만원 초과 예금 및 후순위채 투자자들의 돈은 파산재단으로 넘어가 ‘언제, 얼마나 돌려받을지’ 불확실한 상태로 남았다.

2011년 매체에 따르면 전일저축은행에 예금자 보호 한도(5000만원)를 초과해 돈을 맡긴 고객은 3550명, 후순위채 피해액은 162억원 규모로 추산됐다. 전일저축은 더 이상 ‘서민 금융기관’이 아니라, 누군가의 대담한 도박이 남긴 잿더미로 남겨졌다.

‘연예계·카지노 사업가’였던 은인표의 이름이 본격적으로 금융권에 등장한 것은 2000년대 중반이다. 그는 ‘연예계 대부’이자 제주도 호텔·카지노 사업을 벌이던 사업가로 유명세를 탔다. 호텔 카지노를 인수·운영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대주주로 있던 전일저축을 개인금고처럼 활용한 것으로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300억 불법대출 179억 기획사 특혜
징역 7년6개월 살고 야인으로 지내

은인표는 2006년 6~8월 사이 호텔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다른 업체 두 곳의 명의를 빌려 전일저축에서 총 189억여원을 대출받으면서 차명 대출 혐의를 받게 됐다. 현행 상호저축은행법은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 및 우회(차명) 대출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대주주인 은인표는 자신과 관련된 리조트·카지노 법인을 위해 은행 자금을 동원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연예계 대부 은인표의 저축은행 인수자금은 어디서 나왔는가”라는 의문은, 결국 ‘저축은행 안에서 나왔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2010년대 들어 수사망이 본격적으로 좁혀지면서 검찰은 ▲2006년 제주 리조트 인수 과정에서 대주주 지위를 이용해 전일저축에서 300억원대 불법 대출을 일으켜 은행에 손해를 끼친 혐의 ▲2008~2011년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은인표가 편의 제공 대가로 교도관에게 약 8900만원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 ▲자신이 소유한 연예기획사(외주 제작사 등)에 적정 담보나 심사 없이 불법 대출을 지시해 전일저축에 179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 등을 은인표에게 적용했다.

1심 재판부는 상호저축은행법 위반 등에 징역 4년, 뇌물공여에 징역 2년,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에 징역 3년을 각각 선고, 총합 중형을 내렸다.

항소심에서는 일부 불법 대출 금액에 대해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죄 판단이 내려져 유죄 인정액이 약 300억원대로 줄었지만, 전체 형량은 징역 7년6개월로 정리됐다.

이후 2016년 5월24일, 대법원 3부는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 및 법리 오해가 없다”며 이 판결을 확정한다. 이렇게 전일저축을 무너뜨린 은인표에 대한 형사 책임은 마무리되는 듯 보였다.

중국에
먹히다

은인표를 둘러싼 정치·종교·정관계 인맥에 대한 로비 의혹도 제기됐다. 사건은 단지 ‘한 사람의 파렴치한 금융사기’로만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은인표는 제주지역 유력 인사와 정·관계, 그리고 종교계(특히 일부 불교계 인사)를 연결고리로 삼아 사업 확장과 수사 국면 타개를 위해 광범위한 로비를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2008년 사기 혐의로 수감된 이후, 보석과 석방을 위해 수십억원대 변호사 비용을 쓰고 정·관계 로비를 벌였다는 것이다.

<뉴스타파>는 그가 불교계 고위 인사들을 매개로 정관계 인맥을 쌓아왔다고 보도했다. 정확한 로비 자금 규모나 최종 법적 책임까지 모두 입증된 것은 아니지만, 이 과정은 ‘지역 저축은행이 정·관·종교권력과 어떻게 얽혀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단면이다.

전일저축 사태의 진짜 피해자는 은인표도, 금융당국도 아니다. 은행을 믿고 돈을 맡겼던 예금자와 후순위채 투자자들이다. 예금자 보호 한도(5000만원) 이하 예금자 약 6만명은 예나래저축은행으로 계약 이전돼 원리금을 일정 부분 보호받았다.

전일저축 피해자들은 집단소송 움직임을 보였지만, 파산재단 자산 및 배당률을 감안하면 원금 회수율은 높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꾸준했다. 이는 2011년 이후 저축은행 후순위채 사태 전반에서 드러난 구조적 문제이기도 하다.

전국 24개 저축은행에서 2만3000여명의 투자자가 8170억원 규모의 불완전판매 피해를 입었지만, 파산재단을 통한 실제 보상은 평균 배당률 28.2% 수준에 그쳤다는 분석이 있다. 전일저축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은행은 사라졌고, 대주주는 형을 살았지만, 피해자들의 상처는 아직도 가시지 않았다.

은인표는 2019년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후 그의 이름은 또 다른 사건에서 다시 등장했다.


출소 후
2라운드

2022년 11월경 과거 카지노를 운영했던 A 법인과 관련해 자격모용사문서작성, 자격모용사문서행사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고, 2022년 3월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됐다. 은인표는 A 법인의 등기임원·주주가 아님에도 A 법인의 주주명부·인감신고서·위임장 등을 위조해 법원등기소에 변경등기신청서를 제출, 등기 변경을 완료한 것으로 파악됐다.

A 법인의 대표 정씨는 과거 은인표의 동업자로 알려졌다.

이후 스스로를 A 법인의 사내이사로 등재하고 법인명까지 바꾼 뒤, 실제 주주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까지 제기했지만, 법원은 “대표할 권리나 자격이 없다”며 소송을 각하했다. A 법인 실제 주주들은 은인표를 고소했고,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 1부가 수사 중인 것으로 보도됐다.

이미 저축은행 불법 대출로 중형을 선고받고 출소한 인물이, 타인의 자격을 도용해 법인 지배권을 노린 혐의로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것이다.

지인들은 “은인표가 징역을 살고 있을 때 정씨가 대신 카지노를 관리했는데, 정씨가 카지노를 중국 사업가에게 팔아넘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현재 호텔명이 ‘더케이 제주호텔’로 바뀐 라마다 프라자 호텔 카지노의 경우 중국인 1명이 지난 2014년 하순쯤 30% 지분을 매입하면서 2대 주주가 됐다. 제보자는 “은인표가 이 사실을 알고 정씨를 죽이겠다고 찾아다녔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전일저축 사태와 은인표 사건은 대주주 견제 장치의 실효성과 가교 저축은행·파산 정리 방식 한계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상호저축은행법은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를 금지하지만, 은인표는 차명과 특수관계인을 동원해 300억원대 대출을 끌어냈다.

감독 당국은 왜 이를 제때 포착하지 못했는지 의문이다. 예나래저축은행 설립과 계약 이전은 5000만원 이하 예금자를 신속히 보호하는 데는 일정 부분 성공했지만, 5000만원 초과 예금자와 후순위채 투자자들의 피해는 상당 부분 방치했다.

출소 후 법인 서류 위조하고 자격 도용
재조명되는 전일저축 사건···당국 주시

출소 이후 재범 위험 관리도 주목된다. 중형을 선고받고 출소한 금융사범이 다시 법인 서류 위조와 자격 도용 사건에 연루된 것은, 금융·법인 등기 제도에 허점이 있음을 드러낸다. 상장·비상장 여부를 막론하고, 일정 규모 이상 법인에 대한 ‘실질 지배자’ 등록·공시를 의무화하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은인표는 이미 형사재판에서 중형을 선고받고, 언론과 사법 기록에 이름을 깊이 새긴 인물이다.

그러나 그를 둘러싼 이야기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전일저축 붕괴는 단지 한 대주주의 일탈이 아닌 감독기관의 사전 경고 시스템 실패, 정·관·종교 권력과 결탁한 로비 구조, 가교 저축은행·파산 정리 제도의 한계, 서민·투자자 보호 체계의 허술함이 낳은 결과다.

한편, 한국금융연구원 등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일저축은행 파산배당률과 실제 회수율은 약 25%로 알려졌다. 지역저축은행 정리 과정에서 ‘찾아가지 않은(미수령) 파산배당금 및 예금보험금’이 상당하다는 분석도 있다(6만1676명, 약 139억원).

5000만원을 초과한 예금자 및 후순위채 투자자들은 파산재단을 통한 배당절차에 의존해야 하는 상태다. 배당률이 낮았던 만큼 실질 원금 회수율은 매우 낮고, 배당이 완료되지 않은 재단은 여전히 절차를 진행 중이다. 특히 전북지역이라는 지역성·저축은행이라는 영업 구조가 결합돼 피해자들의 집단 구제 및 실질 배당 시행에 있어 압박이 크다.

비슷한 사례로는 2011년 2월 부산저축은행 등의 여러 상호저축은행이 집단으로 영업정지된 사건이 있다. 이후 대주주의 비리와 마감 시간 후 VIP 고객들에 대한 사전 인출 등이 확인돼 논란이 됐다. 

주된 원인은 부동산 등 리스크가 큰 사업들에 대해 제대로 된 심사 과정 없이 캄보디아 개발사업(캄코시티) 등에 프로젝트 파이낸스 형태로 무분별하게 불법적인 대출을 제공하고, 이로 인해 부실채권을 떠안은 저축은행의 사업 운용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피해는
진행형

‘서민 금융기관’으로 출발했지만 실제로는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중심의 자금 유출이 문제가 됐던 만큼, 피해자 입장에서 제도적 책임과 감독 당국의 사후관리도 중요한 쟁점이다. 전일저축의 해체·파산 과정에서 예금자 보호는 제도상 일정 부분 이뤄졌지만, 실질적인 피해 복구는 아직도 마무리되지 않았다.

지난달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 임정빈 판사는 자격모용사문서작성 및 동행사 혐의로 기소된 은인표에게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임 판사는 “피고인은 누범 기간 중 자숙하지 않고 재차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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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