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배송 금지’ 민노총, 쿠팡 잡도리하는 속내

정부·여당은 ‘방관자 모드’?
쿠팡노조 “탈퇴하자 보복”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김준혁 기자 = 최근 쿠팡 ‘새벽 배송 제한’을 놓고 노동계, 택배업계, 소상공인, 소비자 사이의 찬반 논쟁이 뜨겁다.

노동계에선 쿠팡의 직고용 배송기사 노조인 쿠팡친구 노동조합(쿠팡노조)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을 탈퇴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해당 제안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소상공인 단체와 만난 자리에서 “무리한 요구”라며 또다시 민노총 노조를 향해 날을 세웠다.

장 대표는 지난 12일 서울 영등포구 소상공인연합회 간담회에서 “이제 새벽 배송은 국민에게 없어서는 안 될 생활 필수 서비스이자, 소상공인에게도 너무 중요한 서비스”라며 “노조의 무리한 목소리는 커져만 가고 정부는 민노총, 노조의 목소리를 줄일 어떠한 힘도 가진 것 같지 않아 더 답답하다”고 지적했다.

장 대표는 앞서 지난 10일 충북 청주 충북도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민주당과 민노총의 반민생연대가 국민의 일상을 멈추려 하고 있다”며 “민노총과 민주당은 노동자의 건강권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정작 야간 노동으로 생계를 잇는 기사와 종사자들은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야당뿐만 아니라 노동계를 포함한 새벽 배송을 이용하는 소비자들마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서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강제 금지가 아닌 과로사 방지 기준을 만들겠다며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했다.


‘책임의원’으로 조정을 이끌고 있는 김남근 민주당 의원은 지난 5일 ‘택배 사회적 대화기구’ 2차 회의에서 “(새벽 배송) 전면 금지가 아닌, 총량 근로시간을 줄이거나 분리 작업을 따로 맡기는 등 과로사를 줄일 논의를 막 시작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앞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지난 4일, 국회 당정협의회 직후 “새벽 배송 전면 금지로 가느냐에 대해선 소비자 단체도 있고 당사자들도 있기 때문에 사회적 대화로 합리적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창준 노동부 차관도 지난 12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새벽 배송 자체를 금지할 수는 없지만, 야간 노동 규제 방안은 논의해볼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정부와 여당이 새벽 배송 문제를 두고 “사회적 대화를 통한 합리적 방안 모색”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하며 사실상 논쟁의 한켠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부는 연말까지 야간 노동 규율체계 입법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노동계에선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택배 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구체적 제도 설계보다 ‘정치적 부담 회피’가 우선되고 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새벽 배송을 둘러싼 논의의 무게 중심이 이미 민노총 노조의 요구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지난달 22일 택배기사의 과로사 해결을 위해 열린 사회적 대화 기구 1차 회의에서 심야 시간인 오전 0시부터 5시까지 배송을 금지하자는 안을 냈다.

업계에 따르면 전국 새벽 배송 종사자 중 민노총 산하 노조에 가입한 인원은 수백명 수준에 불과하지만, 사회적 대화 기구 내에서 이들의 발언권은 비중 있게 다뤄지고 있다.


이에 “실제 현장의 다수 의견보다 노조의 구호가 논의의 방향을 좌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같은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작 당사자인 쿠팡노조는 새벽 배송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택배 사회적 대화기구’ 회의에서 배제됐고, 민노총 소속이 아닌 비노조 택배연합 대표는 지난 5일 회의를 참관하려 했지만 ‘초대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퇴장당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여당이 ‘신중론’을 명분 삼아 거리를 두는 태도는 사실상 정책적 공백을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동계의 요구와 산업계의 현실, 국민 편익을 동시에 고려하는 ‘균형 잡힌 해법’을 정부가 주도적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 정책 전문가는 “노조의 주장을 그대로 따라가거나, 반대로 정치적으로만 공격하는 방식 모두 해법이 될 수 없다”며 “정부는 객관적 현장 데이터와 실태 조사를 바탕으로 산업구조와 노동환경을 함께 개선할 종합적 접근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새벽 배송은 이미 국민의 생활 리듬과 중소 유통업계의 생존구조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따라서 단순히 ‘노동시간 단축’이나 ‘노동권 보장’의 문제로 한정하기보다, 산업의 지속 가능성과 노동자의 안전을 함께 도모할 정책 설계가 요구된다.

그러나 새벽 배송 금지 논란이 정치적 공방의 소재로만 소모되는 사이, 정작 현장의 택배 노동자들과 소상공인들은 여전히 불확실한 미래를 맞고 있다.

쿠팡의 야간 노동환경을 둘러싼 문제 제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2020년 고 장덕준씨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국정감사 등에서 여러 차례 언급된 바 있다.

다만 당시 논의의 중심축은 쿠팡의 시스템 구조를 직접 규제하는 방향이라기보다는, 개별 사건을 둘러싼 책임 추궁과 재발 방지 요구, 이중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합의나 규율 마련 필요성을 지적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다 지난 2023년 11월, 쿠팡노조가 조합원 93%의 찬성으로 “정치적 활동이 아닌, 조합원을 위한 실질 활동에 집중하겠다”며 민노총을 탈퇴한 이후, 노동계의 공세가 한층 거세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실제로 쿠팡노조 탈퇴 직후인 그해 12월엔 민노총 산하 전국택배노동조합 쿠팡일산지회가 파주 쿠팡 캠프 앞에서 ‘사람 잡는 쿠팡’을 슬로건으로 한 규탄 기자회견을 열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이듬해엔 택배노조의 제안으로 노동계·시민단체·진보 정당 등이 함께 만든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과로사대책위)’가 국회 앞에서 “로켓 살인 끝장 내자. 국회는 지금 당장 쿠팡 청문회를 열라”는 구호를 내걸기도 했다.

당시 과로사대책위는 쿠팡 택배·물류 노동자의 과로사 문제 해결을 위한 청문회 개최, 야간 노동 구조와 시장 독과점을 규제하기 위한 이른바 ‘쿠팡 갑질 방지법’ 등 온라인 플랫폼 독점 규제 입법 등을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2일 민노총 택배노조가 택배 사회적 대화기구 회의에서 새벽 배송을 제한하자는 취지의 안건을 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쟁에 불을 당겼다.

민노총 택배노조는 입장문을 통해 “쿠팡의 새벽 배송 시스템은 주 6일, 하루 10시간 이상하며 하루 3회전 배송, 300개가 넘는 물량을 소화하도록 만들고, 배송 마감 압박과 ‘클렌징’(사실상 해고) 위협까지 더해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며 “이는 명백한 과로사 기준 초과”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택배기사의 과로사 방지와 최소 수면시간 보장을 취지로 새벽 배송 제한을 요구하고 있다. 김주영 민주당 의원실이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서도 쿠팡 배송기사들의 열악한 노동 조건이 일정 부분 확인됐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0~11월 쿠팡CLS 새벽 배송기사와 물류시설 일용직(헬퍼) 등 268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상 중 66.1%를 차지한 특수고용직(특고) 기사의 76.8%가 ‘야간 3회전 배송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특고의 하루 평균 근로시간은 9시간38분, 주당 근무일수는 5.5일로 집계됐다. 같은 조사에서 직고용 직원의 주당 근무일수가 4.5일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특고 기사들이 더 많은 시간과 물량을 떠안고 있는 셈이다.

악천후 상황에서도 배송을 이어가는 비율 역시 특고에서 더 높았다. 폭우나 폭설 등에도 배송을 계속한다고 답한 비율은 특고가 77%에 달한 반면, 직고용은 42.3%에 그쳤다.


근무일에 새벽 배송을 하지 못했을 때 계약 해지나 배송구역 조정 등 불이익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특고는 절반에 가까운 48.6%가 ‘있다’고 답했으나, 직고용은 ‘없다’는 응답이 96.9%로 나타났다.

다만 일각에선 근로자 처우 문제만으로 이미 일상 인프라로 자리 잡은 새벽 배송 시스템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각종 실태조사를 통해 처우 개선의 필요성은 충분히 시사됐지만 새벽 배송 제한이 자칫 일자리 축소와 소득 감소로 이어질 수도 있는 만큼, 과도한 규제가 아니냐는 것이다. 생계 역시 민노총 측이 주장하는 ‘생명권’과 직결된 부분이기도 하다.

소비자단체에서도 반발이 일고 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심야 배송 전면 금지는 문제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 채 또 다른 사회적 혼란을 일으킬 것”이라며 반대했고, 사단법인 ‘소비자와함께’도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했다.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은 “새벽 배송을 전면 금지하는 것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부작용을 완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단계적 개선을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불필요한 것까지 다 새벽에 배송하는 점은 시정이 필요하다”고 점진적 개선을 주장하고 있다.

다른 일각에선 정작 쿠팡노조가 반대하는 상황임에도 민노총이 규제 도입을 주도하는 것은 명분이 약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쿠팡노조는 지난 7일, 성명서에서 민노총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이들은 “민노총은 쿠팡노조는 물론 다른 택배기사들이 반대 입장을 밝혔음에도 강행 의지를 밝혔다”며 “민노총이 입장을 고수하는 것은 그들 조합 내 야간 배송기사 비율이 극히 낮기 때문에, 나머지는 어떻게 돼도 상관없다는 의미로 보일 정도”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쿠팡노조에서 새벽 배송을 진행하는 조합원 비율은 약 40% 이상에 달하며, 이들의 고용 안전을 위협하는 시도를 우리는 절대 납득할 수 없다. 일자리와 임금 보전 대책 없이 무작정 금지하려는 것은 탁상공론이자 정치적 의도가 섞인 행보일 뿐”이라고 맹폭했다.

이어 “민노총은 노동자를 위해 새벽 배송 금지가 꼭 필요한 것처럼 말하지만 쿠팡노조가 소속됐던 당시에는 한 번도 이런 주장을 한 바 없다”며 “노조가 조합원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주장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금의 새벽 배송 금지 주장은 쿠팡노조가 민노총을 탈퇴했기 때문에 가능하며 (탈퇴에 대한) 보복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jungwon933@ilyosisa.co.kr>
<kj4579@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신학원 이사였던 A씨가 한신대학교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취하했다. 공교롭게도 고소를 취하하기 직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그는 교육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고소가 이뤄진 배경은 지난 5월22일 열린 한신대학교 이사회에서 비롯됐다. 이날 회의에는 총장을 비롯해 이사 17명이 참석했다. 당시 학교법인 한신학원의 감사가 “그동안 한신대에서 사내 공사를 한 금액이 70억원이 넘는데 모두 입찰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공사로,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했다”고 보고하면서다. 학원 감사 내부 폭로 당시 감사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한신학원 이사 A씨는 고민 끝에 업무상 배임 및 횡령으로 한신대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A씨가 지적하는 부분은 세 가지다. 첫 번째로 한신학원 재산인 거제도 땅과 관련한 배임을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학원은 거제시에 임야 약 55만평을 보유하고 있었고,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맹지’로 분류된 해당 부지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그 곳은 수익용 기본재산임에도 장기간 활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한신학원 측은 이 토지를 단순 보유할 경우 관리비만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가치 상승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해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당시 M 건설은 2016년부터 경남 거제시 아주동 일원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업 대상 부지 중 일부가 학교법인 한신학원 소유의 임야로 포함돼있었고, 한신학원 역시 해당 지역 임야를 공동개발 방식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M 건설은 경상남도로부터 지구 지정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신학원 이사들은 당시 이사장이 학원 소유 토지를 공공임대주택 개발에 제공하는 대가로 2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용역업체 대표의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 이사회는 즉시 M 건설 측에 협상단을 파견해 토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한신학원의 상급기관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이하 기장총회)는 사업 자체를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M 건설은 한신학원 측의 토지 사용 승낙을 얻지 못하게 됐고, 결국 조건부 지구 지정이 취소될 위기에 놓이면서 개발사업은 사실상 좌초됐다. 이후, 한신학원 법인 산하 ‘한신영림운영위원회’는 열린 회의에서 해당 부지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로 개발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 회의에는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B씨와 C씨가 직접 참석해 사업 구조와 예상 수익, 한신학원의 참여 방식 등을 설명했다. 이들은 명함까지 주며 자신들을 “삼부토건 고문”과 “부사장”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했다. 한신대 상대로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고소 불법 매각·쪼개기 공사·교비 횡령 의혹 제기 두 사람이 제안한 내용은 “삼부토건이 M 건설로부터 사업권을 인수해 시행하며, 한신학원은 부동산투자회사(REITs)에 현물출자하고 주식 지분을 배당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때 M 건설에도 B씨와 C씨가 접근했다. 이들은 “한신학원과 협의를 주선해 사업을 재개시키겠다”고 제안했다. M 건설은 이 제안을 믿고 2023년 8월 ‘사업시행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은 B씨 측이 같은 해 9월20일까지 한신학원으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아오면 용역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M 건설은 계약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이사회는 한신영림운영위원회의 보고를 바탕으로 관련 헌의안을 기장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신학원은 기장총회가 한신대 운영을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모든 사업은 기장총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사업 예측치도 포함됐다. “지구 단위 승인을 거쳐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될 경우 평당 100만~150만원의 감정가가 예상되며, 현물출자 후 10년 임대 기간이 끝나 분양 전환 시 내부수익률(IRR)은 약 6.77% 이상”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기장총회는 “한신학원 소유 토지는 공공개발 참여 대신 현금 매매로 전환한다”는 결의를 내렸다. 한편, 약속된 기한이 지나도 M 건설에 토지 사용 승낙서는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B씨 측은 “승낙서가 곧 발급된다”며 시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승낙서는 끝내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은 곧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실제 B씨가 대표로 있는 S사를 상대로 계약금 1억원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 시기 한신학원은 삼부토건에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삼부토건은 “B씨와 C씨는 우리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즉, 자신들을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밝힌 B씨와 C씨가 실제로는 삼부토건 관계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삼부토건 본사는 “이들과 별도의 위임이나 계약관계를 맺은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대형 건설사인 삼부토건의 이름을 내세워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이다. 실체 없는 부동산 리츠 이후 B씨는 자신의 배우자 명의의 P사로 이름을 바꿔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 B씨 일행의 만행을 알게 된 M 건설은 지난해 3월, 한신학원에 ‘토지 매수의향서’를 보내 “거제 아주동 임야를 평당 50만원에 매수할 의사가 있다”고 전달했다. M 건설은 인근 토지를 이미 평당 44만원에 매입했다고 밝히며, 한신학원 토지는 “13% 이상 높은 가격으로 정당하게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B씨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한신학원은 같은 해 5월30일, B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P사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총장과 이사장이 이 제안을 알고도 이사회나 총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M 건설의 제안이 있었음에도 총장과 이사장이 P사와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로 지적한 점은 계약 내용이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금 총액은 10억5000만원으로 명시됐지만, 실제 한신학원이 받은 금액은 1억원뿐이었다. 잔금 9억5000만원은 “4년 이내 부동산투자회사(REITs)와의 매매계약 재체결 시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고, 심지어 한신학원은 받은 계약금 1억원을 매수인에게 반환하기로 명시돼있었다. 또 특약 사항에는 ‘매도인은 계약 체결 시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발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계약금 실수령액이 전체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수인이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셈이었다. 고소인은 이를 “매매계약을 가장한 사실상 사용 허가서”라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 시행세칙 제18조에는 “기본재산의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 변경 시에는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관할 관청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고소인은 “삼부토건으로 의결된 사업을 P사로 변경하면서 이사회가 새로이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토지 처분 신고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한신학원은 지난해 1월 교육부에 ‘수익용기본재산 처분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감정가 이상(16억7000만원 이상)에 토지를 처분하고 대체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교육부는 이 신고를 ‘처분 허가’로 정정해 승인했으며 “1년 내 매각 완료, 대금 완납 전 소유권 이전 불가”를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P사와의 계약서에는 잔금 지급 시점이 명확히 적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소인은 “교육부에는 단기 매각으로 보고하고 실제로는 장기 임대 형태로 계약했다”며 기망 가능성을 제기했다. 계약서상 ‘잔금 수령일’이 없고, 2차 계약금도 부동산투자회사와의 별도 계약 체결 이후로 미뤄져 있다. 쪼개기 공사? 교비도 횡령? 가장 큰 문제점은 잔금을 받기로 한 부동산투자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당 회사는 현재 설립 예정으로 실체가 없는 곳이다. 게다가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토지 사용 허락서는 교육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토지 사용 허락서가 교육부에 신고되지 않은 채 발급됐다는게 A씨의 주장이다. 실제 교육부는 민원 답변을 통해" 해당 토지의 사용 승낙 신청을 접수하거나 허가한 내역이 없으며, 우리부 허가가 없는 토지 사용 승낙은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두 번째로, 한신대가 진행한 각종 시설공사와 관련해 수의계약 체결 과정의 절차 위반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학교법인 및 산하 대학이 사립학교법과 학내 재정세칙에 따라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해야 하는 공사계약을 다수 수의계약 형태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과 세칙에는 ‘2000만원 이상의 공사는 공고를 해서 경쟁에 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인 이상의 견적서와 시방서, 설계서를 징수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한신대학교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약 40억원 규모의 공사 57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를 대부분 생략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법인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도 교내 공사 57건이 40억원에 진행됐다. 동일 공사인데도 나눠서 계약을 하고, 2억원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명목으로 쪼개기 공사와 공사 지정 업체의 중복이 발견되는 등 부실 흔적이 많다. 앞으로 전자입찰이 되도록 공사 입찰 규정을 반드시 만들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계약단가가 낮아져 수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규정을 어긴 업무처리로 한신학원 및 한신대에 수억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이를 업무상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 한신대학교 교비 회계 자금이 학교 운영과 직접 관련 없는 법률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A씨는 “교비 회계는 학교 운영과 교육에 필요한 경비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음에도, 교비 자금이 법적 분쟁 비용으로 전용됐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것은 노무사 선임비용 약 6800만원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대 총장은 2023년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제기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무사 및 법률대리인 선임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했다. 해당 진정은 한신대 내부 인사·노무 관련 사안으로, 교직원 고용 문제 및 근로계약 분쟁에 대한 것이었다. 이사회 후 돌연 취하, 왜? 학원 교육인사위원장 임명 A씨는 이를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비는 학생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로만 집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법인 소송이나 노무 분쟁처럼 학교 운영 전반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은 교비에서 부담하면 안 된다는 것이 고소인 측의 입장이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비용 지출의 성격이다. 즉 ‘노무사 선임이 학교 교육활동에 직접 관련된 행위인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실제로 올해 대법원은 노무법인 자문 비용을 교비회계 자금으로 집행한 행위를 업무상 횡령으로 판단하는 판결을 내렸다. 제주의 한 대학교 총장 A씨는 소속 교수가 자신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 비용 330만원을 포함해 총 1880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교수 및 노조 등과 관련한 분쟁 대응을 위한 변호사 비용은 학교의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현재 해당 고소 건은 취하된 상태다. 지난달 <일요시사>가 이 사건을 취재하던 과정에서 한신대 비서실을 통해 A씨가 고소를 취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제보자 역시 “해당 이사가 면직 압박을 받고 고소를 취하했으며, 그 직후 인사위원장 보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기자가 한신학원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지난달 10일 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고, 같은 달 11일부터 공식 업무가 시작됐다. 추가로 확보한 녹취에서 A씨는 고소를 취하한 이유에 대해 “이사회에서 강제로 면직시키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한신학원 인사위원회는 내부 교직원의 인사와 징계 등을 담당하는 핵심 기구로, 교육인사위원장은 실질적인 권한이 큰 자리로 알려져 있다. 통상 이사장은 교육인사위원장 출신 가운데에서 선출되는 경우가 많아, 해당 보직이 사실상 이사장 자리로 가는 주요 루트인 셈이다. 대가성 보직? 이사장 루트 한편, 한신대는 해당 고소 건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한신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토지 매각 문제의 경우 한신학원의 문제고 한신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수의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2억원 미만이면 가능하다”고 밝혔고, 교비 횡령 의혹은 “사건 조사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된 부분이라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