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배송 금지’ 민노총, 쿠팡 잡도리 속내

정부·여당은 ‘방관자 모드’?
쿠팡노조 “탈퇴하자 보복”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김준혁 기자 = 최근 쿠팡 ‘새벽 배송 제한’을 놓고 노동계, 택배업계, 소상공인, 소비자 사이의 찬반 논쟁이 뜨겁다.

노동계에선 쿠팡의 직고용 배송기사 노조인 쿠팡친구 노동조합(쿠팡노조)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을 탈퇴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해당 제안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소상공인 단체와 만난 자리에서 “무리한 요구”라며 또다시 민노총 노조를 향해 날을 세웠다.

장 대표는 지난 12일 서울 영등포구 소상공인연합회 간담회에서 “이제 새벽 배송은 국민에게 없어서는 안 될 생활 필수 서비스이자, 소상공인에게도 너무 중요한 서비스”라며 “노조의 무리한 목소리는 커져만 가고 정부는 민노총, 노조의 목소리를 줄일 어떠한 힘도 가진 것 같지 않아 더 답답하다”고 지적했다.

장 대표는 앞서 지난 10일 충북 청주 충북도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민주당과 민노총의 반민생연대가 국민의 일상을 멈추려 하고 있다”며 “민노총과 민주당은 노동자의 건강권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정작 야간 노동으로 생계를 잇는 기사와 종사자들은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야당뿐만 아니라 노동계를 포함한 새벽 배송을 이용하는 소비자들마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서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강제 금지가 아닌 과로사 방지 기준을 만들겠다며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했다.

‘책임의원’으로 조정을 이끌고 있는 김남근 민주당 의원은 지난 5일 ‘택배 사회적 대화기구’ 2차 회의에서 “(새벽 배송) 전면 금지가 아닌, 총량 근로시간을 줄이거나 분리 작업을 따로 맡기는 등 과로사를 줄일 논의를 막 시작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앞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지난 4일, 국회 당정협의회 직후 “새벽 배송 전면 금지로 가느냐에 대해선 소비자 단체도 있고 당사자들도 있기 때문에 사회적 대화로 합리적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창준 노동부 차관도 지난 12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새벽 배송 자체를 금지할 수는 없지만, 야간 노동 규제 방안은 논의해볼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정부와 여당이 새벽 배송 문제를 두고 “사회적 대화를 통한 합리적 방안 모색”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하며 사실상 논쟁의 한켠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부는 연말까지 야간 노동 규율체계 입법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노동계에선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택배 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구체적 제도 설계보다 ‘정치적 부담 회피’가 우선되고 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새벽 배송을 둘러싼 논의의 무게 중심이 이미 민노총 노조의 요구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지난달 22일 택배기사의 과로사 해결을 위해 열린 사회적 대화 기구 1차 회의에서 심야 시간인 오전 0시부터 5시까지 배송을 금지하자는 안을 냈다.

업계에 따르면 전국 새벽 배송 종사자 중 민노총 산하 노조에 가입한 인원은 수백명 수준에 불과하지만, 사회적 대화 기구 내에서 이들의 발언권은 비중 있게 다뤄지고 있다.

이에 “실제 현장의 다수 의견보다 노조의 구호가 논의의 방향을 좌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같은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작 당사자인 쿠팡노조는 새벽 배송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택배 사회적 대화기구’ 회의에서 배제됐고, 민노총 소속이 아닌 비노조 택배연합 대표는 지난 5일 회의를 참관하려 했지만 ‘초대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퇴장당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여당이 ‘신중론’을 명분 삼아 거리를 두는 태도는 사실상 정책적 공백을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동계의 요구와 산업계의 현실, 국민 편익을 동시에 고려하는 ‘균형 잡힌 해법’을 정부가 주도적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 정책 전문가는 “노조의 주장을 그대로 따라가거나, 반대로 정치적으로만 공격하는 방식 모두 해법이 될 수 없다”며 “정부는 객관적 현장 데이터와 실태 조사를 바탕으로 산업구조와 노동환경을 함께 개선할 종합적 접근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새벽 배송은 이미 국민의 생활 리듬과 중소 유통업계의 생존구조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따라서 단순히 ‘노동시간 단축’이나 ‘노동권 보장’의 문제로 한정하기보다, 산업의 지속 가능성과 노동자의 안전을 함께 도모할 정책 설계가 요구된다.

그러나 새벽 배송 금지 논란이 정치적 공방의 소재로만 소모되는 사이, 정작 현장의 택배 노동자들과 소상공인들은 여전히 불확실한 미래를 맞고 있다.

쿠팡의 야간 노동환경을 둘러싼 문제 제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2020년 고 장덕준씨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국정감사 등에서 여러 차례 언급된 바 있다.

다만 당시 논의의 중심축은 쿠팡의 시스템 구조를 직접 규제하는 방향이라기보다는, 개별 사건을 둘러싼 책임 추궁과 재발 방지 요구, 이중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합의나 규율 마련 필요성을 지적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다 지난 2023년 11월, 쿠팡노조가 조합원 93%의 찬성으로 “정치적 활동이 아닌, 조합원을 위한 실질 활동에 집중하겠다”며 민노총을 탈퇴한 이후, 노동계의 공세가 한층 거세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실제로 쿠팡노조 탈퇴 직후인 그해 12월엔 민노총 산하 전국택배노동조합 쿠팡일산지회가 파주 쿠팡 캠프 앞에서 ‘사람 잡는 쿠팡’을 슬로건으로 한 규탄 기자회견을 열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이듬해엔 택배노조의 제안으로 노동계·시민단체·진보 정당 등이 함께 만든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과로사대책위)’가 국회 앞에서 “로켓 살인 끝장 내자. 국회는 지금 당장 쿠팡 청문회를 열라”는 구호를 내걸기도 했다.

당시 과로사대책위는 쿠팡 택배·물류 노동자의 과로사 문제 해결을 위한 청문회 개최, 야간 노동 구조와 시장 독과점을 규제하기 위한 이른바 ‘쿠팡 갑질 방지법’ 등 온라인 플랫폼 독점 규제 입법 등을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2일 민노총 택배노조가 택배 사회적 대화기구 회의에서 새벽 배송을 제한하자는 취지의 안건을 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쟁에 불을 당겼다.

민노총 택배노조는 입장문을 통해 “쿠팡의 새벽 배송 시스템은 주 6일, 하루 10시간 이상하며 하루 3회전 배송, 300개가 넘는 물량을 소화하도록 만들고, 배송 마감 압박과 ‘클렌징’(사실상 해고) 위협까지 더해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며 “이는 명백한 과로사 기준 초과”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택배기사의 과로사 방지와 최소 수면시간 보장을 취지로 새벽 배송 제한을 요구하고 있다. 김주영 민주당 의원실이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서도 쿠팡 배송기사들의 열악한 노동 조건이 일정 부분 확인됐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0~11월 쿠팡CLS 새벽 배송기사와 물류시설 일용직(헬퍼) 등 268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상 중 66.1%를 차지한 특수고용직(특고) 기사의 76.8%가 ‘야간 3회전 배송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특고의 하루 평균 근로시간은 9시간38분, 주당 근무일수는 5.5일로 집계됐다. 같은 조사에서 직고용 직원의 주당 근무일수가 4.5일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특고 기사들이 더 많은 시간과 물량을 떠안고 있는 셈이다.

악천후 상황에서도 배송을 이어가는 비율 역시 특고에서 더 높았다. 폭우나 폭설 등에도 배송을 계속한다고 답한 비율은 특고가 77%에 달한 반면, 직고용은 42.3%에 그쳤다.

근무일에 새벽 배송을 하지 못했을 때 계약 해지나 배송구역 조정 등 불이익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특고는 절반에 가까운 48.6%가 ‘있다’고 답했으나, 직고용은 ‘없다’는 응답이 96.9%로 나타났다.

다만 일각에선 근로자 처우 문제만으로 이미 일상 인프라로 자리 잡은 새벽 배송 시스템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각종 실태조사를 통해 처우 개선의 필요성은 충분히 시사됐지만 새벽 배송 제한이 자칫 일자리 축소와 소득 감소로 이어질 수도 있는 만큼, 과도한 규제가 아니냐는 것이다. 생계 역시 민노총 측이 주장하는 ‘생명권’과 직결된 부분이기도 하다.

소비자단체에서도 반발이 일고 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심야 배송 전면 금지는 문제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 채 또 다른 사회적 혼란을 일으킬 것”이라며 반대했고, 사단법인 ‘소비자와함께’도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했다.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은 “새벽 배송을 전면 금지하는 것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부작용을 완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단계적 개선을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불필요한 것까지 다 새벽에 배송하는 점은 시정이 필요하다”고 점진적 개선을 주장하고 있다.

다른 일각에선 정작 쿠팡노조가 반대하는 상황임에도 민노총이 규제 도입을 주도하는 것은 명분이 약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쿠팡노조는 지난 7일, 성명서에서 민노총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이들은 “민노총은 쿠팡노조는 물론 다른 택배기사들이 반대 입장을 밝혔음에도 강행 의지를 밝혔다”며 “민노총이 입장을 고수하는 것은 그들 조합 내 야간 배송기사 비율이 극히 낮기 때문에, 나머지는 어떻게 돼도 상관없다는 의미로 보일 정도”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쿠팡노조에서 새벽 배송을 진행하는 조합원 비율은 약 40% 이상에 달하며, 이들의 고용 안전을 위협하는 시도를 우리는 절대 납득할 수 없다. 일자리와 임금 보전 대책 없이 무작정 금지하려는 것은 탁상공론이자 정치적 의도가 섞인 행보일 뿐”이라고 맹폭했다.

이어 “민노총은 노동자를 위해 새벽 배송 금지가 꼭 필요한 것처럼 말하지만 쿠팡노조가 소속됐던 당시에는 한 번도 이런 주장을 한 바 없다”며 “노조가 조합원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주장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금의 새벽 배송 금지 주장은 쿠팡노조가 민노총을 탈퇴했기 때문에 가능하며 (탈퇴에 대한) 보복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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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