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커진 마켓컬리 속살 대해부

대박과 쪽박 경계서 불안한 줄타기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마켓컬리의 고공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구멍가게 수준에 불과했던 매출은 7년 만에 대기업 수준으로 불어났고, 이미 천문학적인 규모의 투자금이 유입된 상태. 다만 불안요소도 엿보인다. 그럴싸한 겉모습과 단 한 번도 흑자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뼈아픈 현실이 공존하는 양상이다.

2014년 12월 출범한 ‘컬리(브랜드명 마켓컬리)’는 다소 생소했던 새벽 배송이라는 개념을 연착륙시킨 일등공신이다. 마켓컬리의 등장과 함께 전날 주문한 신선 식품을 새벽에 건네받는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뿌리내렸고, 틈새시장에 불과했던 새벽 배송은 유통업계의 주류로 올라설 수 있었다.

주류가 된
비주류

마켓컬리가 제시한 성공모델은 새벽 배송 시장을 ‘황금알을 낳은 거위’로 인식하게 된 계기로 작용했다. 그 결과 2015년 100억원대에 불과했던 새벽 배송 시장은 어느덧 3조원대로 확대되기에 이르렀다.

시장규모가 커지는 과정에서 마켓컬리는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2015년 30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불과 3년 만에 1000억원을 돌파했고, 급기야 지난해(연결기준)에는 1조5616억원 수준으로 확대됐다. 이는 전년(9509억원) 대비 60% 이상 증가한 수치다. 

마켓컬리의 눈부신 상승세는 쿠팡을 떠올리게 한다. 쿠팡이라는 기존 성공모델이 밟아온 길을 마켓컬리가 착실히 뒤따라가는 양상에 주목하는 모양새다.


2010년 창업한 쿠팡은 2014년 5월 기업가치를 90억달러(10조7000억원)로 평가받으며, 국내 1호 ‘유니콘 기업’으로 등재됐다. 2015년 매출 1조원을 돌파한 쿠팡은 연평균 67%에 달하는 성장세를 거듭한 끝에, 지난해 매출 규모를 23조원대로 끌어올렸다.

마켓컬리 역시 유니콘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2015년 이래 500배 이상 매출을 키우며 쿠팡과 엇비슷한 상승곡선을 나타내고 있다.

증시 상장을 기업가치 극대화를 꾀했다는 점도 두 회사를 연결짓는 공통분모였다. 

쿠팡은 지난해 3월 미국 증시 상장에 성공했다. 2011년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이 “2년 안에 미국 나스닥에 상장해 세계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지 10년 만에 거둔 성과였다. 미국 증시에 상장하기 직전 현지 언론은 쿠팡의 기업가치를 30조~55조원 수준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마켓컬리의 상장 작업은 현재진행형이다. 주관사로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JP모건을 선정한 마켓컬리는 지난 3월28일 상장 예심을 청구했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상장 예심 결과를 이달 중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장에 성공하면 마켓컬리는 이커머스 업계 1호 상장사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불안정
재무구조

흥미로운 점은 쿠팡에서 목격된 작지 않은 불안요소가 마켓컬리에서도 비슷한 형태로 표면화됐다는 사실이다.


쿠팡은 오랫동안 흑자를 기대하기 힘든 회사였고, 지난해에도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사상 최대치 매출을 기록한 반면 영업손실은 14억9396만달러(약 1조8868억원)에 달했다. 심지어 적자 규모는 전년(5억2773만달러·약 6667억원) 대비 180%가량 확대됐다.

다소 숨통이 트였을 뿐, 올해 들어서도 비슷한 기조가 이어졌다. 쿠팡의 올해 1분기 기준 영업손실은 2억575만달러(약 2652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3%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21.6% 증가한 51억1668만달러(약 6조5900억원)를 기록했지만, 적자에서 빠져나오기에는 한계가 명확했다.

마켓컬리의 급격한 외형적 팽창은 동전의 단면을 비춘 것에 불과하다. 작지 않은 불안요소가 급성장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으며, 해당 사안은 쉽사리 떨쳐내기 힘든 구조적 문제와 맞물려 있다.

특히 업계 1위라는 상징성에 어울리지 않는 적자 행진은 회사의 앞날을 부정적으로 보게 하는 시작점이나 마찬가지다. 마켓컬리는 매출 2조원을 눈앞에 둔 시점이지만, 재무제표가 공개된 이래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는 현실에 처해 있다.

게다가 적자 규모는 나날이 커지는 양상이다. 2017년 100억원대에 진입한 영업손실은 불과 3년 만에 1000억원대를 넘겼고, 지난해에는 2177억원으로 확대됐다. 최근 3년간 영업손실 합산치는 4300억원을 훌쩍 넘긴다.

과도한 변동비가 적자의 원인으로 꼽힌다. 변동비는 매출액과 연동되는 비용으로 생산량에 따라 증감한다. 상품 판매와 직접 관련되는 운반비, 지급수수료, 포장비 등이 해당된다. 지난해 말 기준 마켓컬리의 운반비는 273억원으로, 전년(120억원) 대비 127%, 지급수수료는 815억원으로 전년(465억원) 대비 75% 상승했다.

잘나가지만…곳곳에 허점
빛과 그림자 공존하는 현실

마켓컬리 측은 공헌이익(매출액에서 변동비를 뺀 금액)으로 평가하면 3년 연속 흑자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최근 물류센터 확충과 인력 증가의 영향으로 비용 지출이 많아졌지만, 제반시설 투자가 마무리 단계에 진입하면 흑자 전환이 이뤄질 거란 계산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말 기준 결손금은 1조8270억원으로 전년 대비 3.3배가량 확대됐다. 순손실 1조2766억원이 결손금으로 반영된 결과다.

지난해 기록한 천문학적인 순손실은 상환전환우선주(RCPS) 평가에 따른 손실이 금융비용으로 잡힌 데 따른 장부상 착시현상이라는 걸 감안할 필요가 있다. RCPS가 보통주로 전환되면, 파생상품평가손실이 발생한다. 최근 마켓컬리가 상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RCPS를 재평가했고, 이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커진 게 손실로 잡힌 것이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RCPS를 부채로 인식함에 따른 회계상의 착시”라며 “지난해 말 RCPS를 보통주로 전환해 장부상 손실은 이미 해소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다만 RCPS 평가에 따른 손실분을 감안하더라도 결손금을 단시일 안에 이익잉여금으로 전환시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회계상 착시의 원인이 된 금액(1조659억원)을 제외한 지난해 결손금 규모는 약 7500억원대로 추산된다. 


외부에서 차입한 금액이 좀처럼 줄지 않는 점도 불안요소다. 차입금으로 분류 가능한 ▲단기차입금 98억원 ▲유동성 리스부채 250억원 ▲장기차입금 247억원 ▲비유동성 리스부채 2463억원 등의 총합은 3058억원 수준이다. 총자산(6649억원)의 절반에 가까운 비중이다.

그나마 완전자본잠식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모두 해소된 상태다. RCPS의 보통주 전환이 이뤄지며 대규모 자본 확충이 진행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기업공개(IPO)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상장요건을 갖추기 위한 과정으로 해석된다. 

회사 경영권이 언제든지 위협받을 수 있는 불안정한 경영 환경이라는 점도 마켓컬리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게 하는 이유다. 2016년 경 최대주주는 지분 54.8%를 보유한 이상혁 옐로모바일의 대표였다. 이 대표는 이듬해 마켓컬리 지분 전량을 매각했고, 이 무렵부터 외국계 자금이 대거 유입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기준 최대주주는 지분 11.89%를 보유한 ‘HH SUM-XI Holdings’이고 ‘SCC Growth V Holdco H, Ltd.(10.19%)’ ‘DST Global VII, L.P.(10.17%)’가 지분 10% 이상을 보유 중이다. 이들은 지난해 하반기에 RCPS 전량을 보통주로 전환했다.

마켓컬리는 투자 유치 과정에서 RCPS를 활용해왔다. RCPS는 기업의 주식가치가 커지면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고 투자자는 이를 통해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 투자자에게 유리한 조건이어서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 시 자주 활용되는 투자 방식이다.

유입된 외부 자금은 경영 안정화를 뒷받침하는 수단으로 활용됐지만, 김슬아 현 대표의 지배력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낳았다. 실제로 2016년 27.6%였던 김 대표의 지분율은 지난해 말 기준 5.75%로 낮아졌다. 회사 지분의 절반 이상을 외부 투자 세력이 보유 중이며, 김 대표는 6대 주주에 그친다.


경영권
위험 노출

천문학적인 규모의 외부 투자금이 주식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김 대표는 지분율 방어에 한계를 드러낸 셈이다. 김 대표의 경영권이 불안정하다는 점은 투자자들이 마켓컬리를 매력적인 투자 대상으로 분류하기 힘들게 만들 수 있다. 상장이 이뤄지더라도 해외 자본이 특정 시기에 투자금 회수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를 배제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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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