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방해 공작’ 언더 찐윤 이중 플레이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7.21 13:23:26
  • 호수 15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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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태·안철수 이어 윤희숙도 ‘빠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윤희숙 혁신위원장은 당내 구성원 모두를 겨냥한 혁신 구상을 밝혔다. 그러자 친윤계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했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매일 추락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으로 옮긴 김상욱 의원은 “언더 찐윤이 꿈꾸는 미래는 지역구 대물림을 통한 부와 권력의 세습”이라고 주장했다. 정말로 이 때문에 이들의 당 혁신을 방해하는 걸까?

국민의힘은 지난 9일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을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전임자 안철수 의원은 지난 7일 비상대책위원회의 혁신위 인선안 의결 후 30분 뒤 기자회견을 열어 “합의되지 않은 날치기 혁신위원회를 거부하고, 전당대회에 출마하겠다”면서 사퇴했다.

혁신위
역할은?

윤 위원장은 국민의힘에서 소신파로 통하는 인물이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윤 위원장을 임명한 이유는 지난 5월 대선 중 행보를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당시 윤 위원장은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와 한덕수 전 총리의 단일화 여부를 놓고 “김 후보는 단일화할 마음이 없다면, 후보 자격을 내려놓고 길을 비키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친윤(친 윤석열)계 중심으로 구성된 현 비대위로선 “윤희숙 위원장과는 대화가 될 것”이란 기대를 했을 개연성이 있다. 하지만 윤 위원장은 친윤계의 기대와 달리 강경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는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당이 망한 8가지 이유’를 밝혔다.

윤 위원장이 언급한 8개 이유는 ▲과거 단절과 실패하면서 대선 패배 ▲대선 경선 당시 후보 강제 교체 시도 ▲단일화를 약속한 김 전 후보의 당원 배신 ▲비상계엄 직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관저로 몰려간 의원 45명 ▲한동훈 전 대표의 당원 게시판 사태 수습 실패와 내분 ▲총선 공천 과정 중 규정과 관행 무시 ▲특정 당 대표 선출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과 연판장 논란 ▲대통령을 통해 호가호위하면서 국정 운영 왜곡 방치 등이었다.


윤 위원장은 친윤계와 친한(친 한동훈)계 모두를 겨냥했다. 이어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약속했다가 대선후보로 선출된 후 태도를 바꾼 김 전 후보도 비판했다. 친윤계와 사이가 좋지 않은 세력에게도 책임을 물었지만, 근본적으론 적당한 모양새만을 원했을 것으로 보이는 친윤계에겐 달갑지 않은 지적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또 윤 위원장은 “당 쇄신의 첫걸음은 사과”라며 “사과·반성하지 않는 의원은 당을 떠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과해야 할 주체로는 “총선 공천 이후 비상계엄·윤 전 대통령 파면·대선 패배 과정 중 잘못을 저지르고도 사과에 나서지 않은 이들”이라며 “인적 쇄신의 범위를 좁혀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혁신위원장에겐 인적 청산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이에 대해, 윤 위원장은 “당원 소환제를 마련해 당원의 의지로 칼을 이용할 기반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원 소환을 거쳐 특정 지역구 강제 불출마에 준하는 강력한 조치가 나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친윤계 의원 중 윤 위원장을 가장 강하게 비판한 사람은 나경원·장동혁 의원이었다. 나 의원은 윤 전 대통령 때문에 당 대표 도전 의사가 좌절됐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에서 물러났던 이력이 있다. 하지만 탄핵 정국에선 강경하게 윤 전 대통령 파면을 반대했다.

지지율은 추락하는데…
“난 아니야” 요지부동

장 의원은 친한계로 분류됐다가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직후 수석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하면서 한동훈 당시 대표 체제 붕괴에 일조한 이후 “친윤으로 전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지역구는 충남 보령·서천이다.

충남 보령·서천은 제16대 국회 이후 보수 정당 후보만 당선됐고, 장 의원은 재선 의원이다. 지난 10일엔 당 대표 출마 의사를 밝혔고, “의원 107명을 하나로 묶어 제대로 잘 싸울 수 있는 전사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런 마음이 없는 분들은 당을 떠나라”고 요구했다.


따라서 일각에선 장 의원에 대해 “언더 찐윤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날이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8일부터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은 43%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19%로 집계됐다.

심지어 대구·경북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34%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

이는 전통적인 보수 텃밭서도 국민의힘에 인적 청산 등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단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 송언석 비대위원장은 지난 13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백서를 통해 대선 패배 원인 등을 정리하고, 잘잘못이 정해지면 책임을 묻는 게 순서”라며, “인적 청산 얘기부터 먼저 하는 건 명분·당위성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혁신위는 특정 계파가 다른 특정 계파를 몰아내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필패한다”며 “우리 모두가 혁신의 객체이자 주체란 정신으로 함께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전 원내대표 등 일명 ‘쌍권’을 인적 청산 대상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쌍권은 격렬하게 반발했고, 안 의원이 사퇴함으로써 두 사람에 대한 청산 시도는 끝났다.

친윤 친한
모두 겨냥

하지만 쌍권에 대한 공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 대선후보가 아니었던 한덕수 전 총리를 위해 당이 100억원이 훨씬 넘는 돈을 지출했다는 세간의 소문이 사실이냐”면서 권 전 비대위원장을 비판했다.

이어 “당시 당 지도부가 한 전 총리 이름이 적힌 선거 운동복을 준비하고, 선거 차량까지 주문했다가 후보가 되지 못해 160억원을 날렸단 얘기가 있다”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옷들은 버리지도 못하고 창고에서 먼지만 쌓여가고 있다는 말도 함께 돌고 있는데, 믿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권 전 비대위원장은 “그 소문은 이미 유일준 당무감사위원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분명히 밝혔다”며 “법망을 피해 저와 당시 지도부의 명예를 훼손하기 위한 비열한 행태이니, 저와 당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고발해야겠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민주당에 입당한 김상욱 의원은 국민의힘의 현 상황을 비판하면서 ‘언더 찐윤’이란 용어를 만들었다. 김 의원이 주장하는 언더 찐윤은 지역구 기득권에 집착하는 친윤계 핵심 의원 20~30명을 말한다. 김 의원에 따르면, 이들은 언론 노출을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에, 지역구 외 지역에선 유명하지 않다.


그리고 이들의 지역구는 대체로 영남·강원 등 변화를 꺼리는 보수적인 지역이다.

이들은 의정 활동보단 지역구 기반 다지기에 더 집착한다. 기득권을 유지해야 해서 혁신을 방해하고, 대선 등 주요 선거에선 적당한 얼굴마담을 물색해 옹립한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쌍권을 포함한 전국적 지명도를 가진 친윤계 인사는 얼굴마담에 불과하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 부부의 현 상황엔 관심이 없다고 알려졌다.

국민의힘의 혁신 작업은 연이어 차질을 빚고 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은 벌써 방학을 맞이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약 1년 동안 당 혁신이나 의정 활동은 도외시하고, 민주당을 비난하면서 지역구만 다질 것”이라며 “이들에게 중요한 건 공천을 받아 당선되고, 당권만 지키면 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연이은 선거 패배와 지지율 추락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에 혁신을 방해하는 의원들이 존재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을 필요가 있다. 김 의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언더 찐윤은 철저하게 사람의 본성에 따른 의정 활동을 하는 것이다.

사람은 안정적인 정치·경제적 기반을 다져 부·권력을 확보하면, 세습을 꿈꾼다. 우리나라는 세습 정치인을 부정적으로 여기지만, 세습 정치인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의 아들 문석균 숭문당 대표는 지난 2020년 총선 당시 아버지의 지역구 의정부갑에 출마하려고 했다. 민주당은 매우 난처해하다가 의정부갑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지정한 후 오영환 전 의원을 공천했다. 문 대표는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약 8%를 득표한 후 낙선했다.

당권만
지킨다

문 전 의장 가문은 의정부 지역 내에서 대단히 유력한 가문으로 알려졌다. 문 대표가 아버지와 관계없이 독자적인 위상과 정치력을 입증했다면, 세습 논란이 불거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문 대표는 정치 신인이었다.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와 새누리당 유승민 전 의원도 세습 정치인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아버지의 후광보다 독자적인 정치 활동을 통해 유명세를 누렸다.

정치인의 세습이 구조로 자리 잡은 대표적인 나라는 일본·중국이다. 6·25 전쟁 때문에 모든 국토와 산업 기반이 파괴돼 새로 시작한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의 본토 상륙이 시작되기 전 항복했다. 그래서 전쟁 때문에 국토가 황폐해진 적은 없다.

따라서 센코쿠 시대부터 다이묘로서 권력을 누렸던 가문의 기득권은 현재까지 보전돼 세습 정치 형태로 이어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2021년 10월 일본 중의원에 소선거구제가 도입된 1996년 이후 진행된 총 8회의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을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13%는 세습 정치인이었고, 그들의 당선 가능성은 80%에 달했던 반면, 비 세습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30%에 불과했다. 세습 정치인의 약 70%는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 후보였다.

이시바 시게루 현 총리를 포함해 2000년 이후 총리를 지낸 11명 중 8명도 세습 정치인이었다. 특히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는 3대째 지역구를 세습받은 정치인이었다. 파벌 정치를 타파하려고 하는 등 관행과 다른 정치를 이어갔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조차 차남 신지로에게 지역구를 물려줬다.

고이즈미 가문은 4대째 정치를 이어가고 있고,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상은 해당 지역구에서 현재 6선을 기록하고 있다.

일본에서 세습 정치인이 강한 이유는 국가 선거 풍토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일본 정치권에선 “선거 승리를 위해 ‘3개의 반’이 필요하다”는 말이 돌아다닌다. 3개의 반은 ▲지반(후원회·지역구 조직) ▲간판(가문·지명도 등) ▲가방(자금력) 등을 말한다. 부모의 지역구를 물려받으면, 3개의 반은 한꺼번에 해결된다.

이들의 정치 행태는 일본의 역사적 사실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마치 센코쿠 시대 다이묘가 아들에게 봉토를 물려주듯이 지역구를 물려준다. 지역구에서 세력을 세습하는 가문은 대체로 센코쿠 시대 당시 해당 지역의 다이묘·가신·촌장 가문이었던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대물림, 이권 세습…
국힘 망한 8대 이유 답습

또 일본에선 가문 배경이 없는 정치 신인을 꺼리는 풍토도 만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쉽게 말해, 정치 신인을 ‘근본’이 없어서 언젠가 정치적으로 큰 사고를 쳐서 당에 물의를 일으킬 사람으로 인식한다. 역사적 연원과 보수적인 정치 풍토가 맞물려, 서민의 삶과 지나치게 유리된 세습 정치인이 대거 나타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쌀값이 폭등해 서민경제에 위협이 된 상황에서 “지지자들이 쌀을 많이 주셔서 밖에 팔아도 될 정도로 많다”며 “쌀을 사본 적이 없다”는 망언을 해 사퇴했던 에토 다쿠 전 농림상도 장관을 지낸 10선 의원의 아들로서, 아버지의 지역구를 물려받아 정치를 시작했다.

중국 공산당엔 태자당이란 파벌이 있다. 고위층 인사 자녀들의 집합을 말한다. 정당의 파벌처럼 체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선대로부터 이어진 혈연 등 연결체계라고 할 수 있다. 흔히 말하는 ‘콴시’가 이들의 주요 연결고리다. 인연과 이익을 매개로 연결돼, 중국의 주요 분야를 주름잡고 있다.

특히 중국의 대기업 총수 중엔 왕젠린 완다그룹 회장 등 태자당 출신 인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부친은 시중쉰 전 국무원 부총리였다. 그래서 정치 활동 초기엔 태자당으로 분류됐다. 시 주석은 부패와의 전쟁을 매개로 장쩌민 전 국가주석을 중심으로 뭉친 파벌 상하이방을 몰아냈다.

이어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이 주도하는 중국공산주의청년단(이하 공청단) 인사들도 권력 일선에서 축출했다. 이 때문에 후 전 주석이 지난 2022년 10월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 대표대회 폐막식 중 시 주석의 3 연임을 항의하다가 강제로 끌려 나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독재권력을 구축한 시 주석은 소수 정예 측근 그룹 ‘시자쥔’을 만들었다. 시자쥔은 태자당 내 시 주석의 오랜 측근과 친분이 두터운 인사들로 구성됐다. 시자쥔은 상하이방과 공청단 인사들이 사라진 공백을 메웠고, 사실상 중국을 통치하고 있다.

인연과 이익을 매개로 연결된 파벌이라고 할지라도 강한 야심과 카리스마를 가진 1인자가 나타나, 순식간에 주도권을 장악할 수도 있다.

김 의원은 지난 15일 <일요시사>와 만나 “언더 찐윤이 꿈꾸는 미래는 지역구 대물림을 통한 부와 권력의 세습”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렇게 계속 이익을 누리는 것”이라며 “항상 이권에 발을 디디고 싶어 하므로 ‘언더’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역만 확실히 잡으면, 뒷돈은 항상 지역으로부터 들어온다”고 말했다.

김 의원 주장대로라면, 일명 ‘언더 찐윤’으로 통하는 의원 그룹의 구상은 지역 기반을 바탕으로 하는 ‘한국식 세습정치’의 탄생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남는다. 일본 정치의 혁신이 어려운 이유와 시 주석의 독재로 이어진 중국 정치의 현실은 이권을 독점하는 특정 파벌과 세습 정치 형태로부터 비롯됐다.

심각한 퇴화
가능성 제기

국민의힘이 혁신에 성공하지 못하면, 한국 정치 전체의 매우 심각한 퇴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윤 위원장이 이끄는 혁신위는 올해 들어 세 번째 시도다. 국민의힘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은 실패했고, 안 의원은 시작부터 막혔다. 과연 윤 위원장은 한국 정치 전체의 심각한 퇴화 가능성을 막을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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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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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