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방해 공작’ 언더 찐윤 이중 플레이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7.21 13:23:26
  • 호수 15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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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태·안철수 이어 윤희숙도 ‘빠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윤희숙 혁신위원장은 당내 구성원 모두를 겨냥한 혁신 구상을 밝혔다. 그러자 친윤계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했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매일 추락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으로 옮긴 김상욱 의원은 “언더 찐윤이 꿈꾸는 미래는 지역구 대물림을 통한 부와 권력의 세습”이라고 주장했다. 정말로 이 때문에 이들의 당 혁신을 방해하는 걸까?

국민의힘은 지난 9일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을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전임자 안철수 의원은 지난 7일 비상대책위원회의 혁신위 인선안 의결 후 30분 뒤 기자회견을 열어 “합의되지 않은 날치기 혁신위원회를 거부하고, 전당대회에 출마하겠다”면서 사퇴했다.

혁신위
역할은?

윤 위원장은 국민의힘에서 소신파로 통하는 인물이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윤 위원장을 임명한 이유는 지난 5월 대선 중 행보를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당시 윤 위원장은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와 한덕수 전 총리의 단일화 여부를 놓고 “김 후보는 단일화할 마음이 없다면, 후보 자격을 내려놓고 길을 비키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친윤(친 윤석열)계 중심으로 구성된 현 비대위로선 “윤희숙 위원장과는 대화가 될 것”이란 기대를 했을 개연성이 있다. 하지만 윤 위원장은 친윤계의 기대와 달리 강경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는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당이 망한 8가지 이유’를 밝혔다.

윤 위원장이 언급한 8개 이유는 ▲과거 단절과 실패하면서 대선 패배 ▲대선 경선 당시 후보 강제 교체 시도 ▲단일화를 약속한 김 전 후보의 당원 배신 ▲비상계엄 직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관저로 몰려간 의원 45명 ▲한동훈 전 대표의 당원 게시판 사태 수습 실패와 내분 ▲총선 공천 과정 중 규정과 관행 무시 ▲특정 당 대표 선출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과 연판장 논란 ▲대통령을 통해 호가호위하면서 국정 운영 왜곡 방치 등이었다.

윤 위원장은 친윤계와 친한(친 한동훈)계 모두를 겨냥했다. 이어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약속했다가 대선후보로 선출된 후 태도를 바꾼 김 전 후보도 비판했다. 친윤계와 사이가 좋지 않은 세력에게도 책임을 물었지만, 근본적으론 적당한 모양새만을 원했을 것으로 보이는 친윤계에겐 달갑지 않은 지적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또 윤 위원장은 “당 쇄신의 첫걸음은 사과”라며 “사과·반성하지 않는 의원은 당을 떠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과해야 할 주체로는 “총선 공천 이후 비상계엄·윤 전 대통령 파면·대선 패배 과정 중 잘못을 저지르고도 사과에 나서지 않은 이들”이라며 “인적 쇄신의 범위를 좁혀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혁신위원장에겐 인적 청산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이에 대해, 윤 위원장은 “당원 소환제를 마련해 당원의 의지로 칼을 이용할 기반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원 소환을 거쳐 특정 지역구 강제 불출마에 준하는 강력한 조치가 나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친윤계 의원 중 윤 위원장을 가장 강하게 비판한 사람은 나경원·장동혁 의원이었다. 나 의원은 윤 전 대통령 때문에 당 대표 도전 의사가 좌절됐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에서 물러났던 이력이 있다. 하지만 탄핵 정국에선 강경하게 윤 전 대통령 파면을 반대했다.

지지율은 추락하는데…
“난 아니야” 요지부동

장 의원은 친한계로 분류됐다가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직후 수석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하면서 한동훈 당시 대표 체제 붕괴에 일조한 이후 “친윤으로 전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지역구는 충남 보령·서천이다.

충남 보령·서천은 제16대 국회 이후 보수 정당 후보만 당선됐고, 장 의원은 재선 의원이다. 지난 10일엔 당 대표 출마 의사를 밝혔고, “의원 107명을 하나로 묶어 제대로 잘 싸울 수 있는 전사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런 마음이 없는 분들은 당을 떠나라”고 요구했다.

따라서 일각에선 장 의원에 대해 “언더 찐윤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날이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8일부터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은 43%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19%로 집계됐다.

심지어 대구·경북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34%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

이는 전통적인 보수 텃밭서도 국민의힘에 인적 청산 등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단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 송언석 비대위원장은 지난 13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백서를 통해 대선 패배 원인 등을 정리하고, 잘잘못이 정해지면 책임을 묻는 게 순서”라며, “인적 청산 얘기부터 먼저 하는 건 명분·당위성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혁신위는 특정 계파가 다른 특정 계파를 몰아내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필패한다”며 “우리 모두가 혁신의 객체이자 주체란 정신으로 함께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전 원내대표 등 일명 ‘쌍권’을 인적 청산 대상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쌍권은 격렬하게 반발했고, 안 의원이 사퇴함으로써 두 사람에 대한 청산 시도는 끝났다.

친윤 친한
모두 겨냥

하지만 쌍권에 대한 공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 대선후보가 아니었던 한덕수 전 총리를 위해 당이 100억원이 훨씬 넘는 돈을 지출했다는 세간의 소문이 사실이냐”면서 권 전 비대위원장을 비판했다.

이어 “당시 당 지도부가 한 전 총리 이름이 적힌 선거 운동복을 준비하고, 선거 차량까지 주문했다가 후보가 되지 못해 160억원을 날렸단 얘기가 있다”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옷들은 버리지도 못하고 창고에서 먼지만 쌓여가고 있다는 말도 함께 돌고 있는데, 믿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권 전 비대위원장은 “그 소문은 이미 유일준 당무감사위원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분명히 밝혔다”며 “법망을 피해 저와 당시 지도부의 명예를 훼손하기 위한 비열한 행태이니, 저와 당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고발해야겠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민주당에 입당한 김상욱 의원은 국민의힘의 현 상황을 비판하면서 ‘언더 찐윤’이란 용어를 만들었다. 김 의원이 주장하는 언더 찐윤은 지역구 기득권에 집착하는 친윤계 핵심 의원 20~30명을 말한다. 김 의원에 따르면, 이들은 언론 노출을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에, 지역구 외 지역에선 유명하지 않다.

그리고 이들의 지역구는 대체로 영남·강원 등 변화를 꺼리는 보수적인 지역이다.

이들은 의정 활동보단 지역구 기반 다지기에 더 집착한다. 기득권을 유지해야 해서 혁신을 방해하고, 대선 등 주요 선거에선 적당한 얼굴마담을 물색해 옹립한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쌍권을 포함한 전국적 지명도를 가진 친윤계 인사는 얼굴마담에 불과하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 부부의 현 상황엔 관심이 없다고 알려졌다.

국민의힘의 혁신 작업은 연이어 차질을 빚고 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은 벌써 방학을 맞이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약 1년 동안 당 혁신이나 의정 활동은 도외시하고, 민주당을 비난하면서 지역구만 다질 것”이라며 “이들에게 중요한 건 공천을 받아 당선되고, 당권만 지키면 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연이은 선거 패배와 지지율 추락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에 혁신을 방해하는 의원들이 존재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을 필요가 있다. 김 의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언더 찐윤은 철저하게 사람의 본성에 따른 의정 활동을 하는 것이다.

사람은 안정적인 정치·경제적 기반을 다져 부·권력을 확보하면, 세습을 꿈꾼다. 우리나라는 세습 정치인을 부정적으로 여기지만, 세습 정치인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의 아들 문석균 숭문당 대표는 지난 2020년 총선 당시 아버지의 지역구 의정부갑에 출마하려고 했다. 민주당은 매우 난처해하다가 의정부갑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지정한 후 오영환 전 의원을 공천했다. 문 대표는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약 8%를 득표한 후 낙선했다.

당권만
지킨다

문 전 의장 가문은 의정부 지역 내에서 대단히 유력한 가문으로 알려졌다. 문 대표가 아버지와 관계없이 독자적인 위상과 정치력을 입증했다면, 세습 논란이 불거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문 대표는 정치 신인이었다.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와 새누리당 유승민 전 의원도 세습 정치인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아버지의 후광보다 독자적인 정치 활동을 통해 유명세를 누렸다.

정치인의 세습이 구조로 자리 잡은 대표적인 나라는 일본·중국이다. 6·25 전쟁 때문에 모든 국토와 산업 기반이 파괴돼 새로 시작한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의 본토 상륙이 시작되기 전 항복했다. 그래서 전쟁 때문에 국토가 황폐해진 적은 없다.

따라서 센코쿠 시대부터 다이묘로서 권력을 누렸던 가문의 기득권은 현재까지 보전돼 세습 정치 형태로 이어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2021년 10월 일본 중의원에 소선거구제가 도입된 1996년 이후 진행된 총 8회의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을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13%는 세습 정치인이었고, 그들의 당선 가능성은 80%에 달했던 반면, 비 세습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30%에 불과했다. 세습 정치인의 약 70%는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 후보였다.

이시바 시게루 현 총리를 포함해 2000년 이후 총리를 지낸 11명 중 8명도 세습 정치인이었다. 특히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는 3대째 지역구를 세습받은 정치인이었다. 파벌 정치를 타파하려고 하는 등 관행과 다른 정치를 이어갔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조차 차남 신지로에게 지역구를 물려줬다.

고이즈미 가문은 4대째 정치를 이어가고 있고,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상은 해당 지역구에서 현재 6선을 기록하고 있다.

일본에서 세습 정치인이 강한 이유는 국가 선거 풍토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일본 정치권에선 “선거 승리를 위해 ‘3개의 반’이 필요하다”는 말이 돌아다닌다. 3개의 반은 ▲지반(후원회·지역구 조직) ▲간판(가문·지명도 등) ▲가방(자금력) 등을 말한다. 부모의 지역구를 물려받으면, 3개의 반은 한꺼번에 해결된다.

이들의 정치 행태는 일본의 역사적 사실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마치 센코쿠 시대 다이묘가 아들에게 봉토를 물려주듯이 지역구를 물려준다. 지역구에서 세력을 세습하는 가문은 대체로 센코쿠 시대 당시 해당 지역의 다이묘·가신·촌장 가문이었던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대물림, 이권 세습…
국힘 망한 8대 이유 답습

또 일본에선 가문 배경이 없는 정치 신인을 꺼리는 풍토도 만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쉽게 말해, 정치 신인을 ‘근본’이 없어서 언젠가 정치적으로 큰 사고를 쳐서 당에 물의를 일으킬 사람으로 인식한다. 역사적 연원과 보수적인 정치 풍토가 맞물려, 서민의 삶과 지나치게 유리된 세습 정치인이 대거 나타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쌀값이 폭등해 서민경제에 위협이 된 상황에서 “지지자들이 쌀을 많이 주셔서 밖에 팔아도 될 정도로 많다”며 “쌀을 사본 적이 없다”는 망언을 해 사퇴했던 에토 다쿠 전 농림상도 장관을 지낸 10선 의원의 아들로서, 아버지의 지역구를 물려받아 정치를 시작했다.

중국 공산당엔 태자당이란 파벌이 있다. 고위층 인사 자녀들의 집합을 말한다. 정당의 파벌처럼 체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선대로부터 이어진 혈연 등 연결체계라고 할 수 있다. 흔히 말하는 ‘콴시’가 이들의 주요 연결고리다. 인연과 이익을 매개로 연결돼, 중국의 주요 분야를 주름잡고 있다.

특히 중국의 대기업 총수 중엔 왕젠린 완다그룹 회장 등 태자당 출신 인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부친은 시중쉰 전 국무원 부총리였다. 그래서 정치 활동 초기엔 태자당으로 분류됐다. 시 주석은 부패와의 전쟁을 매개로 장쩌민 전 국가주석을 중심으로 뭉친 파벌 상하이방을 몰아냈다.

이어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이 주도하는 중국공산주의청년단(이하 공청단) 인사들도 권력 일선에서 축출했다. 이 때문에 후 전 주석이 지난 2022년 10월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 대표대회 폐막식 중 시 주석의 3 연임을 항의하다가 강제로 끌려 나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독재권력을 구축한 시 주석은 소수 정예 측근 그룹 ‘시자쥔’을 만들었다. 시자쥔은 태자당 내 시 주석의 오랜 측근과 친분이 두터운 인사들로 구성됐다. 시자쥔은 상하이방과 공청단 인사들이 사라진 공백을 메웠고, 사실상 중국을 통치하고 있다.

인연과 이익을 매개로 연결된 파벌이라고 할지라도 강한 야심과 카리스마를 가진 1인자가 나타나, 순식간에 주도권을 장악할 수도 있다.

김 의원은 지난 15일 <일요시사>와 만나 “언더 찐윤이 꿈꾸는 미래는 지역구 대물림을 통한 부와 권력의 세습”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렇게 계속 이익을 누리는 것”이라며 “항상 이권에 발을 디디고 싶어 하므로 ‘언더’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역만 확실히 잡으면, 뒷돈은 항상 지역으로부터 들어온다”고 말했다.

김 의원 주장대로라면, 일명 ‘언더 찐윤’으로 통하는 의원 그룹의 구상은 지역 기반을 바탕으로 하는 ‘한국식 세습정치’의 탄생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남는다. 일본 정치의 혁신이 어려운 이유와 시 주석의 독재로 이어진 중국 정치의 현실은 이권을 독점하는 특정 파벌과 세습 정치 형태로부터 비롯됐다.

심각한 퇴화
가능성 제기

국민의힘이 혁신에 성공하지 못하면, 한국 정치 전체의 매우 심각한 퇴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윤 위원장이 이끄는 혁신위는 올해 들어 세 번째 시도다. 국민의힘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은 실패했고, 안 의원은 시작부터 막혔다. 과연 윤 위원장은 한국 정치 전체의 심각한 퇴화 가능성을 막을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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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떠나더라도 자신이 모집·관리해 온 고객의 보험계약을 함께 옮길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이른바 ‘포괄양수도’. 한 대형 보험대리점 산하 조직이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퇴사 시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했다. “나가도 기존 계약을 가져갈 수 있다”는 약속은 실제로 지켜질 수 있었을까.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옮길 때 자신이 기존 회사에서 모집·관리하던 보험계약을 새 소속에서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넘겨받는 것을 업계에서는 흔히 ‘포괄양수도’라고 부른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이직 이후에도 기존 고객을 계속 관리할 수 있고, 계약 유지에 따라 발생하는 수수료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어 소속을 옮길 때 중요한 조건으로 꼽힌다. 양수도 약속 실행 미지수 다만 보험계약 자체가 설계사의 소유물인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의 당사자는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이고, 보험설계사는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계약 체결을 중개한 대가로 보험사나 법조인보험대리점(GA)으로부터 약정된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따라서 설계사가 자신이 모집한 계약에 대해 법적인 ‘소유권’을 갖고 있어 회사를 옮길 때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 설계사가 한 법인보험대리점에서 근무하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을 모집했다고 가정해 보자. 설계사가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보험대리점으로 옮긴다고 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이 자동으로 설계사를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 자체는 기존 보험사와 고객 사이에 그대로 유지되고, 설계사가 퇴사하면 기존 회사가 해당 계약을 관리하거나 다른 설계사를 담당자로 지정할 수 있다. 반대로 기존 회사와 설계사 사이에 계약 이관에 대한 합의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설계사가 새 보험대리점으로 이동한 뒤에도 자신이 모집했던 계약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기존 회사에서 새 회사로 관리관계를 옮기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신규 보험대리점 간 협의와 수수료 정산, 보험사 전산상 담당자 변경 등 실무적인 절차가 뒤따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 같은 계약 이관을 보험업법 등이 일률적으로 보장하거나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보험설계사의 이직에 따른 계약 이관을 직접 규율하는 법령이 없어, 실제로 계약을 넘겨줄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보험대리점과 설계사 사이의 계약이나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영역으로 해석된다. 설계사 영입 ‘계약 이관’ 약정 본사는 양수도 불허…엇갈린 방침 이 때문에 보험대리점이 설계사를 영입할 당시 “향후 다른 회사로 옮기더라도 기존 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면 해당 약정이 중요해진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인카금융서비스 내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은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향후 퇴사할 경우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을 약정서에 담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인카금융서비스(주) 사업단 부속 약정서’에는 인카다이렉트 사업단과 설계사 김모씨 사이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적혀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퇴사 이후의 계약 처리 방식이다. 약정서에는 “조직의 이동(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의 양수도 조건으로 원활한 계약 이관 조치한다”고 명시돼있다. 설계사가 향후 조직을 떠나더라도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계약 이관뿐 아니라 퇴사 이후 남아 있는 수수료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약정서에는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미정산 잔여 유지수수료는 월지급 또는 퇴사 시점부터 1년이 되는 시점에 정산해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 영입 당시 지급 수수료율과 일부 시책 등 구체적인 보상 조건도 함께 약정됐다. 앞서 작성된 또 다른 부속 약정서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확인된다. 해당 문서 역시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양수도 조건으로 이관하고, 남은 유지 수수료를 별도로 정산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약정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설계사에게 계약 이관을 약속한 주체는 인카금융서비스 본사가 아니라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다. 인카다이렉트는 인카금융서비스 내에 편입된 영업 조직이다. 기존 다이렉트119가 인카금융서비스에 합병되면서 인카다이렉트라는 조직으로 편입됐고, 그 아래 다시 사업단과 본부 등 영업 조직이 구성돼있다. 계약 옮겨도 정산은 별개 앞서 김씨와 부속 약정을 체결한 사업단 역시 이 같은 인카다이렉트 산하 조직 중 하나다.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체결한 이 같은 약정이 인카금융서비스 본사의 방침과 맞아떨어졌느냐다. 인카금융서비스 본사는 지난 2024년 소속 조직에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방침을 전달했다. 김씨는 이후 본사의 방침과 자신이 체결한 약정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본사에서는 안 된다고 하는 포괄양수도를 사업단이 어떻게 약정할 수 있는 것이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본사가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다면, 사업단이 설계사에게 향후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정할 수 있었는지가 쟁점인 셈이다. 사업단 자체 판단만으로 계약 이관을 약속할 수 있었는지, 아니면 인카다이렉트나 인카금융서비스 차원의 권한이나 승인이 전제돼있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약정서에 ‘계약을 이관한다’고 적었다고 해서 실제 포괄양수도가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기존 소속 회사와 새로 옮길 회사, 보험사 등 여러 주체의 협의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한 설계사가 A법인보험대리점(GA)에서 B 대리점으로 옮기면서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함께 가져가려 한다면, 우선 기존 GA가 해당 계약을 내보내는 데 협조해야 하고, 새 GA 역시 이를 받아 관리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이후 실제 보험계약을 보유한 보험사 전산에서도 담당 조직이나 설계사 변경 등 필요한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근저당 걸고 3년 만 이관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돈 문제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계약 체결 시점에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지 기간에 따라 나눠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자체 재원으로 일부 수수료를 먼저 지급했거나 정착 지원금·시상금 등을 지급했다면, 퇴사 시 이를 어떻게 정산할지를 두고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 보험업계에서는 설계사가 다른 GA로 옮기는 과정에서 기존 소속 회사가 계약 이관에 협조하지 않아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반복돼 왔다. 계약 이관 여부를 일률적으로 정한 법적 기준이 없는 만큼, 기존 GA가 계약을 내보내지 않겠다고 판단할 경우 설계사가 이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기존 GA 입장에서도 계약이 빠져나가면 향후 해당 계약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등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설계사의 이직과 함께 기존 고객 계약까지 다른 회사로 넘어갈 경우, 회사가 관리하던 계약과 수익 기반을 함께 내주는 셈이어서 계약 이관에 소극적일 유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 진행은 쉽지만은 않다. 계약의 관리만 넘겨주는지, 남은 수수료까지 함께 정산하는지, 기존에 지급된 지원금이나 시상금에 환수 조건이 붙는지 등에 따라 설계사가 체감하는 조건은 크게 달라진다. 인카다이렉트 측 관리자들은 이와 관련해 포괄양수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지난 8월 김씨와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한 관리자는 “인카다이렉트 양수도 100% 된다”며 “W금융이 대표적이고, 개인이든 지점이든 자신들이 계속분을 받기 위해 안 한 거지 원하는 분들 다 해드렸다”고 말했다. 이들의 설명대로라면 포괄양수도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는 회사가 이를 거부해서가 아니라, 설계사나 조직이 기존 계약에서 계속 발생하는 수수료를 받기 위해 스스로 계약 이관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라는 취지다. ‘100% 가능’ 철석같은 약속 실제 이관까지 절차 수두룩 하지만 <일요시사>가 확인한 W금융 측 설명은 달랐다. W금융 대표는 DM(다이렉트 메시지)에서 “포괄양수도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내가 과거 인카 측에서 해촉된 뒤 곧바로 포괄양수도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인카다이렉트 측 설명처럼 퇴사와 동시에 기존 계약과 관련 권리가 한꺼번에 넘어온 것이 아니라, 해촉 이후 약 3년이 지나서야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받았다는 것이다. 대표는 계약을 넘겨받는 과정에서도 별도의 조건이 뒤따랐다고 주장했다. 계약 이관 과정에서 근저당 설정 등의 부담이 있었고, 기존 계약에서 발생하는 유지 수수료 역시 충분히 정산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계약 이관을 어디까지 ‘포괄양수도’로 볼 것인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퇴사 이후 기존 계약 일부 또는 전부가 다른 회사로 이관됐다고 하더라도, 영입 당시 약속한 조건에 따라 즉시 계약과 잔여 수수료 등이 함께 이전된 것인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별도의 협의와 조건을 거쳐 이관된 것인지는 성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포괄양수도 사례로 W금융을 언급한 경위에 대해 당시 김씨와 대화를 나눴던 사업단 관리자에게도 확인을 요청했다. 해당 관리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회사에서 전해 들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자신이 포괄양수도 가능 여부나 과거 사례를 직접 확인해 안내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후 A씨는 인카다이렉트를 떠나 같은 인카금융서비스 내 다른 조직으로 소속을 옮겨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포괄양수도 약정과 실제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를 SNS에 제기했다. 해당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자 인카다이렉트 측은 A씨의 게시물 등을 문제 삼았고, 결국 A씨는 ‘허위 사실 유포 및 회사 평판 리스크’ 등을 이유로 해촉 통보를 받은 상태다. 결국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설계사들에게 약정한 포괄양수도가 실제 100% 가능한 조건이었는지다. 또 본사의 방침과는 달리 ‘포괄양수도’에 대해 사업단이 자체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도 쟁점이다. 방침 따로 약정 따로 인카다이렉트 측은 현재 회사 내부 규정상 설계사 퇴사에 따른 타사 계약 이관과 잔여 수수료 등을 일괄 이전하는 포괄양수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가 직접 요청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개별 계약 이관을 허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하 사업단에서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거나 별도 약정을 체결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만약 그렇게 했다면 사업단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잘못된 안내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내부 조사와 필요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