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양평군 센터 사태 보도 이후⋯

죽으려 해도 소송 이겨도 절대 안 바뀐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몇몇은 질렸다는 듯이 혀를 내둘렀다. 누군가는 직원이 몇 명 되지도 않는 곳에서 끊임없이 일이 일어난다면서 손사래를 쳤다. 직원끼리의 ‘감정싸움’이라며 상황을 개인 문제로 치부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갈등의 본질은 ‘구조 문제’라는 것을 불과 1년 만에 잊은 듯한 모습이었다.

지난해 7월 양평군 장애인생활이동지원센터(이하 양평군 센터)서 운전원 정모씨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사건이 일어났다. 다행히 정씨는 주변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졌다. 당시 <일요시사>와 만난 정씨는 극단적 선택의 배경으로 지회장 장모씨의 ‘직장 내 괴롭힘’을 주장했다. 수차례에 걸친 장 지회장의 고소·고발로 도저히 버틸 수 없었다는 것이다.

개인 일탈?

양평군 센터 내부서 일어난 사건은 그 뿌리가 깊다. 정씨 이전에 지병으로 사망한 상담원 윤모씨 사건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윤씨는 2020년 6월 암 진단을 받고 사망했다. 윤씨가 장 지회장으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사실은 사후에 알려졌다.

뒤늦게 아내의 피해 사실을 알게 된 윤씨의 배우자는 장 지회장을 상대로 민·형사상의 소를 제기했다.

형사 소송에서는 패했지만 민사 재판부는 윤씨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장 지회장의 일부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판시하면서 위자료 200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정씨는 윤씨의 배우자가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서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그 이후 장 지회장이 자신을 괴롭히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정씨의 극단적 선택 시도는 큰 파장으로 이어졌다. 상위 기관인 경기도 시각장애인연합회는 장 지회장이 센터 운영에 관여할 수 없도록 조치하고 조사단을 꾸려 진상조사에 나섰다. 정씨는 장 지회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내용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양평군은 센터를 기존 자리서 다른 곳으로 이전했다.

센터 직원들은 “이렇게까지 해야 움직인다”면서도 “그래도 조금씩 정상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반겼다. 그로부터 1년 뒤 양평군 센터 상황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정씨를 돕고 있는 한 관계자는 “예전하고 다를 바 없다. 윤 선생님이 돌아가시기 전 상태로 돌아간 듯하다”고 한탄했다.

일단 장 지회장이 다시 센터 운영에 관여할 수 있게 됐다. 양평군 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경기도 시각장애인연합회는 지난해 12월 장 지회장으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봤다는 또 다른 직원에 대한 조사 결과를 근거로 삼았다.

장 지회장은 해당 사건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 처분을 배경으로 장 지회장의 업무 권한을 돌려 놓은 것이다.

지난달에는 정씨가 장 지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 1심 판결이 나왔다. 수원지법 여주지원 양평군법원은 지난달 17일 장 지회장이 정씨에게 위자료 2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1심 재판부는 정씨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면서 “피고(장 지회장)의 원고(정씨)에 대한 행위는 불법행위(위법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보는 게 타당하므로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명시했다. 직원이 6명에 불과한 센터서 2명이 같은 사람에게 민사소송을 제기해 직장 내 괴롭힘을 일부 인정받은 것이다.

정씨가 근로복지공단에 신청한 요양급여 신청도 승인됐다. 정씨는 “장 지회장에게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 정신과 진료를 받아왔지만 자살 시도에까지 이르게 돼 우울장애를 진단받았다”며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동료 직원이 당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사실확인서를 써준 이후 상급자(지회장)의 고소에 대응하는 과정서 ▲직업 유지에 대한 불안감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해 스트레스 등을 일관되게 호소한 점 ▲정신적 고통으로 지속적인 진료를 받아온 점 ▲진료를 받는 중에도 회사 내 갈등으로 자살을 시도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업무와 정씨가 앓고 있는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심의했다.

법원 ‘직장 내 괴롭힘’ 일부 인정
지회장 ‘선출직’ 방패로 무소불위

단, 정씨가 처음에 신청한 우울장애가 아닌 적응장애로 변경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했다.

아직 1심이긴 하지만 법원과 근로복지공단이 내린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상황은 그다지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장 지회장은 센터에 영향력을 행사 중이고 정씨를 상대로 고소도 진행했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장 지회장은 정씨를 사문서 위조, 사인장 위조, 위조 사문서 행사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과거 정씨가 무혐의를 받았던 내용으로, 양평경찰서는 지난 3월 ▲동일 범죄 사실로 피고발 및 수사돼 불송치된 점 ▲고소인(장 지회장)은 위조된 사문서 및 인장의 권한자로 볼 수 없는 점 등에 근거해 각하했다. 한 센터 관계자는 “장 지회장은 고소가 각하되자 센터장에게 대신 고소하라고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양평군 센터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양평군, 실질적인 운영 주체인 양평군 지회를 관리·감독하는 경기도 시각장애인연합회 등은 현 상황에 손놓고 있다. 양측 모두 “실질적인 권한이 없다”는 입장이다.

양평군 관계자는 “보조금 횡령 등 돈과 관련한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 이상 군 차원서 센터 운영에 관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법원 판결에 대해서도 “군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중이다. 최종 판결까지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시각장애인연합회 관계자 역시 “정관을 보면 지회장이 형사소송 항소심까지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직무 정지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 양평군 센터의 경우는 민사소송이지 않나. 또 아직 1심 판결만 나온 상태이기에 연합회 차원서 지회장에게 내릴 수 있는 처분은 없다. 지난해 12월 장 지회장에게 업무 권한을 돌려준 것도 연합회 차원에서는 처음(지난해 8월)에 처리할 때 무리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장 지회장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1심 판결 이후 “항소했다”고 밝혔다. 또 “저쪽(정씨 측)에서 낸 증거가 다 조작됐다. 재판부가 조작된 사실을 알지 못하고 판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정씨를 경찰에 고소한 사건이 각하된 사실에 대해서는 “(이전과)동일한 범죄로 고소했고 고발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고소를 하니 각하된 것 같다”고 말했다.

센터 직원, 외부 관계자 등은 “양평군, 경기도 시각장애인연합회가 손 놓고 있는 사이 장 지회장은 임기를 다 채우는 것도 모자라 다음 선거에도 나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지회장의 임기는 내년 1월 말까지다. 지회장은 선출직이면서 연임을 제한하는 규정이 없어 뽑히기만 하면 계속 직을 유지할 수 있다.

한 센터 관계자는 “사망한 뒤에야 지회장직을 내려놓는 일도 있다”고 토로했다.

구조 문제


결국 양평군 센터 사태는 구조 문제로부터 기인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애인생활이동지원센터는 시·군·구 지회가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그 위로 시·도 지부가 있다. 지회장은 지회 회원의 투표로 뽑고, 센터장은 지회장이 임명하는 구조다. 센터장 인사권을 지회장이 쥐고 있어 운영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보조금을 지원하는 지자체나 시·도 지부는 특정 상황을 제외하고는 지회장의 직위에 손댈 수 없다. 마음만 먹으면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두를 수 있는 셈이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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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br>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제보자 등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세부섬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