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기 시각장애인연합회 차량 이용료 대납 의혹

센터장 보호 차원서 내줬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아내의 유품에는 생전의 괴로움이 가득했다.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흔적, 동료의 고통을 보며 분노한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남편은 아내의 고통을 새카맣게 몰랐다며 자책했다. 남편이 찾아낸 아내의 메모와 글이 세상에 드러난 순간, 오랜 시간 고여 있던 물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동료를 도와주면 다음 타깃이 됐다. 문제를 제기하면 권한이 없다는 말이 돌아왔다. 2015년부터 최소 3명의 직원이 송사에 휘말렸지만 변화는 없었다. 그사이 한 사람은 죽고 한 사람은 사선을 넘었다가 돌아왔다. 직원이 6명 남짓한 양평군 장애인생활이동지원센터(이하 양평군센터)서 일어난 일이다. 

망인의 메모

장애인생활이동지원센터는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의 이동을 돕기 위한 지역사회 재활사업의 일환이다. 시도 단위의 지부가 관리‧감독하는 시군구 단위의 지회가 운영한다. 양평군센터의 경우, 경기도 시각장애인연합회가 관리하는 양평군지회가 운영 주체다. 양평군과 경기도는 각각 90%, 10%의 보조금을 지원한다. 

양평군센터의 배차 상담원이었던 윤모씨는 2020년 6월 암으로 사망했다. 윤씨의 남편은 망인이 된 아내가 생전에 당시 양평군지회 부회장이자 양평군센터 운영위원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해당 인물은 2022년 양평군 지회장으로 취임한 장모씨다.

윤씨는 사망하기 직전까지도 장 지회장이 자신을 비롯한 동료를 괴롭히고 있다는 내용 등의 민원을 제기했다.


윤씨는 사망(2020년 6월28일) 직전 총 3건의 민원을 제기했다. 2020년 6월24일 ‘직장 내 괴롭힘, 성추행의 고충 처리 요청에도 아무런 조치 없는 사측’ ‘양평군청 주민복지과 담당자와 군수님께’ 등 2건, 같은 달 28일에 ‘양평군 시각장애인연합회 부회장, 임원의 직장 내 괴롭힘’ 등이다.

이 중 양평군청 담당자와 군수를 상대로 한 민원은 취하했다. 

민원은 윤씨가 장 지회장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며 도움을 요청하는 내용으로 가득했다. 윤씨는 “사람이 견딜 수 있는 도를 넘어 죽고 싶은 지경이 되는 게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남아 있는 다른 동료들을 괴롭히는 것을 여기서 멈추게 하고 싶습니다” “죽고 싶습니다” “도와주세요” “남은 내 사랑하는 동료들 그들만이라도 지켜주세요” 등 강하게 호소했다.

하지만 윤씨는 생전에 변화를 보지 못했다. 대신 윤씨의 남편이 나섰다. 윤씨의 남편은 아내가 사망한 뒤에야 상황을 알게 됐고 장 지회장을 상대로 민형사상의 소를 제기했다. 형사 건은 경찰 선에서 ‘무혐의’ 처리됐지만 민사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는 항소심 재판부가 윤씨 측의 손을 들어줬다. 

수원지방법원 제8민사부는 장 지회장이 윤씨에게 한 일부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판단하고 위자료 2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윤씨의 남편은 “위자료는 소송비용과 상계 처리돼 한 푼의 돈도 받지 못했다”면서도 “재판부가 아내가 당한 일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인정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평군센터 상황에 밝은 박모씨는 “그 한 줄의 판결을 얻기 위해 2년을 매달렸다”고 전했다. 윤씨의 남편이 받은 판결은 동료의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내용의 유서를 쓰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던 양평군센터 정모씨 역시 장 지회장을 상대로 민형사상의 소를 제기했다. 

윤씨가 남긴 것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윤씨의 남편은 아내의 유품을 정리하던 도중 발견한 메모를 근거로 민원을 제기했다. 당시 양평군 센터장이었던 김모씨를 비롯한 일부 직원들이 차량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고 비용 처리를 하지 않은 점을 지적한 내용이었다.


양평군 센터 차량을 사적으로 이용한 인물 가운데는 장 지회장도 포함돼있었다. 

윤씨의 남편이 제기한 민원을 토대로 양평군은 지도점검에 나섰고 2014년부터 2019년까지 6년에 이르는 운행일지를 파악해 행정처분을 내렸다. 양평군이 2021년 1월22일 양평군센터에 내린 행정처분명령서에 따르면, 총 10명이 이용료 156만2500원 만큼의 차량을 부당하게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2021년 부적정 차량 이용 적발
3년4개월 만에 수입으로 처리돼

양평군은 “부적정 차량 이용료에 대해 차량 이용료 수입금으로 반환하라”는 내용의 개선명령을 내렸다.

문제는 2021년에 1차 행정처분 이후 최종적으로 차량 이용료 수익금이 양평군센터에 반환되기까지 무려 3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됐다는 점이다. 양평군이 추가로 행정처분을 진행하고 양평군센터가 행정소송까지 제기했다 기각된 끝에 지난 5월24일에야 마무리됐다.

양평군은 2022년 12월26일 양평군센터를 상대로 “‘부적정 차량 이용료에 대해 차량 이용료 수입금으로 반환’ 명령을 미이행한 사실이 있다”면서 이행을 촉구했다. 2차 행정처분명령서에 따르면 8명의 차량 이용료 121만3440원이 여전히 수입금으로 처리되지 않은 상태였다. 양평군은 사회복지사업법 제54조(벌칙)를 들어 고발 조치할 수 있다는 입장도 전했다. 

하지만 양평군센터는 양평군의 2차 행정처분에 반발해 경기도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양평군의 2차 행정처분이 무효라는 취지다.

경기도행정심판위원회는 지난해 3월15일 양평군센터의 청구를 기각했다. 양평군의 행정처분이 유효하다는 판단이 나오면서 양평군센터는 차량 이용료를 수입금으로 반환하라는 개선명령을 이행해야 했다. 

특히 양평군의 행정처분이 이미 2차까지 이뤄진 터라 양평군센터의 상황은 더욱 복잡했다. 행정처분이 3차까지 진행되면 ‘시설장 교체’가 불가피하기 때문. 이미 양평군의 행정처분이 이뤄지는 동안 양평군센터의 센터장은 수차례 바뀌었고 마지막 행정처분이 이뤄진다면 현 센터장인 최모씨가 그 책임을 뒤집어써야 할 판이었다. 

눈여겨볼 만한 대목은 이 과정서 경기도 시각장애인연합회가 개입했다는 사실이다. 경기도 시각장애인연합회는 차량을 부적정하게 이용한 것으로 확인된 8명 가운데 이미 차량 이용료를 납부한 4명을 제외한 나머지 4명의 이용료를 대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장 지회장을 비롯한 4명의 차량 이용료는 총 109만6000원이다. 장 지회장 33만6900원, 신모씨 1만7800원, 한모씨 78만900원, 허모씨 1만400원 등이다. 

경기도 시각장애인연합회는 5월23일 ‘사단법인 경기도 시각장애인연합회’ 이름으로 109만6000원을 양평군센터 계좌에 입금했다. 양평군센터는 하루 뒤인 5월24일 109만6000원을 ‘군청 행정소송 관련 차량 이용료 수익금 반환’이라는 내용으로 수입 처리했다.


이후 양평군에 행정처분 개선명령을 이행 완료했다고 보고했다. 첫 행정처분 이후 3년4개월 만이다.

의문점은 왜 경기도 시각장애인연합회가 양평군센터서 발생한 차량 이용료 문제를 해결해줬느냐는 점이다.

정태곤 경기도 시각장애인연합회 회장은 <일요시사>의 질문에 “센터장 보호 차원이었다”고 해명했다. 한 차례 더 행정처분을 받으면 센터장이 물러나야 하는 상황서 부득이하게 조치를 취했다는 주장이다. 경기도 시각장애인연합회는 회의를 거쳐 해당 조치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정 회장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평군서도 (연합회에)찾아왔었다. 장 지회장 등에게 차량 이용료를 내라고 설득하기도 했다. 하지만 장 지회장 등이 내지 않겠다고 버텨서 궁여지책 끝에 처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시각장애인연합회서 대신 내준 차량 이용료를 장 회장 등에게 받았느냐는 <일요시사>의 질문에 “요청하지 않았다”면서도 “앞으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한 결론


양평군센터 관계자는 “센터장 보호 차원서 차량 이용료를 대납해줬다는 경기도 시각장애인연합회의 해명은 믿기 어렵다”며 “그럼 그동안 임기를 다 채우지도 못하고 몇 개월 만에 날아간 센터장들은 왜 보호하지 않았나. 원래 지회장과 센터장은 임기를 같이 하는데 장 지회장 취임 이후 벌써 센터장이 4번이나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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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