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도 못 가는 회사 골프장, 왜?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7.17 11:42:29
  • 호수 1540호
  • 댓글 1개

70대 이상 입회 불가
그럼 76세 오너는?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사조그룹의 비상장계열사인 ‘캐슬렉스 서울’ 골프장이 신규 회원에 연령 제한을 걸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70세 이상 고령자를 받지 않겠다는 회칙으로 인해 일각에선 ‘올해 76세인 사조그룹 주진우 회장도 가입이 어렵겠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캐슬렉스 서울(이하, 캐슬렉스)이 연령 차별 논란에 휩싸이자 국가인권위원회가 시정권고를 내리며 사업장을 ‘노시니어존’(No Senior Zone) 골프장으로 규정했다. 이에 해당 캐슬렉스 측은 “인권위의 권고와 현실이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고 반박했다.

노시니어존?

지난 5월 하남시 감이동에 위치한 캐슬렉스에서 회원권을 구매하려던 A씨는 클럽 측으로부터 거절당했다. 70세 이상이면 입회가 불가능하다는 회칙 때문이었다. 이에 A씨는 인권위에 부당한 연령 차별이라고 주장하며 진정을 넣었다.

그러자 인권위는 캐슬렉스가 70세 이상 회원 입회가 불가능하도록 제한한 행위는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관련 회칙을 개정하는 등 시정하라는 권고를 내렸다고 밝혔다.

캐슬렉스는 1986년 동서울CC란 이름으로 개장했다가 2002년 사조그룹이 인수해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행정구역상 하남시에 속하지만, 서울 송파구 마천동과 맞닿아 있다. 서울에서 접근성이 좋고 이용 금액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회원 입회 문의가 많은 곳이다.


회원권 금액도 종류에 따라 7000만원대에서 1억원 초반대까지 다양하다. 1억1000만원대 회원권의 경우 배우자까지 회원 대우를 받는다.

다만 홀별로 굴곡이 심한 곳이 많아서 안전사고 발생 위험이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운영사 측이 관련 회칙을 만든 이유는 안전 문제 때문이었다고 한다. 골프장에 급경사지가 많아 고령자의 안전사고 위험도가 높다는 이유에서다.

2024년 초 사측이 안건을 올리고 운영위원회 의결을 통해 70세 이상 고령자의 입회를 제한하는 회칙을 만들었다. 이른바, ‘노시니어존’을 만든 사조그룹 측은 <일요시사>와 통화에서 “저희가 입장을 전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라고 답변했다.

70세 이상 신규 회원은 안 되지만, 기존 캐슬렉스 회원 중 상당수가 70세 이상 고령자라는 점도 형평성 논란을 가중시켰다. 2024년 11월 기준 회원권 보유자는 1901명인데 49.4%에 해당하는 940명이 70세를 넘겼다. 관련 회칙이 만들어진 후에도 70세 이상인 기존 회원들은 자격을 유지 중이다.

이 때문에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70세 이상 이용자의 사고 비율이 13.6%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어 연령과 사고의 인과성이 뚜렷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에 의거해 스포츠시설 이용에서 노인을 일률적으로 배제하는 노시니어존 현상과 연관성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규정했다.

“안전 위해 회칙 신설”
차별에 인권위 나서

캐슬렉스 측은 “노시니어존 골프장이라는 표현은 말도 안 된다”며 “안전을 위해서 회칙을 신설한 것일 뿐”이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권고문에서 근거로 든 사고는 2022~2024년에 국한된 사례들인 데다가 실제 보험 처리하지 않은 사고들도 많다”며 “비회원 고령자의 경우 사용 빈도가 낮지만, 회원의 경우 자주 우리 클럽을 이용하시다 보니 사고 발생 위험도 높아지기 때문에 관련 규정을 만든 것”이라고 해명했다.

인권위가 연령 제한 대신 대안으로 제시한 보험 가입 강화 등이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인권위는 “사고 발생 연관성이 높은 연령대 회원에 대한 보험 가입을 강화하고 그 비용을 회원과 함께 부담하는 방안” 등을 안전사고 예방 대책으로 권고했다.

캐슬렉스 관계자는 “인권위 권고문을 받은 직후 보험사에 문의한 결과 이용자들과 보험료를 함께 부담하는 상품 자체가 없었고, 체육시설업에 대한 보험 체계 자체를 바꿔야 했다”며 “안전을 위한 추가 보험료 부담은 얼마든지 할 용의가 있는데, 현실적인 제약이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캐슬렉스 측은 연령 제한의 이유로 든 안전 문제 해결을 위해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관계자는 “문제 해결 방안을 고심하고 있지만, 인권위에서 권고한 보험 확대 등은 당장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회칙 개정에 앞서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정확한 시기는 현재로서 밝히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캐슬렉스가 지난해 순손실을 입은 이유에는 노시니어존 때문이라는 시선도 있다. 이 회사는 2015년부터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사조씨푸드는 사업보고서를 통해 계열사인 캐슬렉스가 지난해 8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지난 12일 공시했다.

캐슬렉스는 사조그룹의 비상장계열사로 골프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경기도 하남시에 18홀 규모의 회원제 골프장과 96타석 규모의 골프연습장인 캐슬렉스 골프클럽을 운영 중이다. 사조산업이 79.5%, 사조씨푸드 20%, 주진우 사조산업 회장이 0.5%씩 각각 이 회사의 지분을 들고 있다.

캐슬렉스는 주지홍 사조산업 부회장 개인회사인 캐슬렉스칭따오 합병에 동원된 곳이다. 캐슬렉스칭따오는 지난 2007년 설립됐다. 지분은 주지홍 사조산업 부회장이 직·간접적으로 지분 95%를 보유한 캐슬렉스 제주가 100%를 갖고 있었다.

사조 캐슬렉스 신규 회원 연령 제한
막대한 손실 원인? 배경 두고 논란

하지만 2014년 당기순손실 47억원을 기록하고, 자본총계도 마이너스(-) 137억원에 달하는 상황에 처하자 캐슬렉스가 이듬해 지분을 모두 인수한 뒤 흡수합병했다.

캐슬렉스는 2021년에는 캐슬렉스 제주 인수도 시도했다. 당시 캐슬렉스 제주는 장기간의 경영 악화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상태였다. 2019년 말 총자본이 마이너스(-) 206억원이었다. 캐슬렉스가 캐슬렉스 제주의 부실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이 합병을 두고 사조산업 주주들은 반발했다. 주지홍 부회장의 승계 자금 마련을 위한 합병이라는 주장이었다. 캐슬렉스가 캐슬렉스 제주를 인수하면 주 부회장은 합병 비율에 따라 캐슬렉스 지분을 12% 이상 확보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결국 주 부회장은 개인회사의 부실을 계열사에 떠넘기면서 기업가치가 보다 나은 캐슬렉스의 지분까지 얻는 셈이었다. 소액주주들은 또 사조산업이 의도적으로 부동산 등 자산 재평가를 수십 년째 미루는 방식으로 주가를 낮게 관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 부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완전히 확보하기 위해서는 주 회장의 지분(14.24%)을 비롯한 사조산업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데, 사조산업 주가가 낮을수록 경영권 지분 확보에 낮은 비용이 들어간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사조산업 소액주주들은 경영 참여를 선언하고 이사진 퇴직까지 요구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당시 소액주주 측은 “캐슬랙스 제주는 사조그룹 상장사들로부터 수백억 원의 부당대여금을 받아 부실을 내면서도 승계를 위한 계열사 지분 매입에 이 자금들을 활용했다”며 “사조대림은 캐슬렉스 제주에 지원한 대여금 중 237억원을 손실충당금으로 처리하기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대안 마련”

이 갈등은 소액주주의 승리로 끝났다. 지난 2021년 3월 사조산업은 캐슬렉스와 캐슬렉스 제주의 합병을 철회했다. 당시 사조산업은 “캐슬렉스는 비용 절감과 경영 효율성 개선을 통한 시너지효과 극대화를 목적으로 캐슬렉스 제주와의 합병 절차를 진행했다”면서도 “그러나 양사 간 합병 절차 진행 과정에서 회사의 내부 사정과 경영 판단의 사유로 합병 철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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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