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1년’ 관전 포인트 다섯

본선? 선수 선발이 더 뜨겁다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국회의 시간은 빠르게 흘러간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제21대 국회는 어느덧 다음 선거를 준비하고 있고, 국회의원들과 각 정당 관계자들은 내년 총선에 맞춰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선거구제에 관한 논의에 가장 많은 힘을 쏟고 있다. 그 외에도 인재 영입, 당내 반란, 비대위 가능성, 나아가 윤석열정부에 향한 견제까지 많은 부분에 신경을 쓰는 중이다. <일요시사>는 총선이 1년 남은 시점에 남은 기간 주목해야 할 관전 포인트 5가지를 짚어봤다.

어느 회기보다 역동적이었던 제21대 국회가 드디어 다음 회기를 맞이하려 한다. 제21대 국회는 지난 3년 동안 여대야소와 여소야대를 모두 경험했고, 코로나19 대유행 정국과 각 당 의원들의 사건·사고, 패스트트랙 논란 등 수많은 진통을 겪었다.

벌써부터
내년 준비

내년 4월10일엔 제22대 총선이 치러지며 5월29일은 21대 국회 임기가 종료된다. 임기가 1년가량 남은 국회의원들은 차기 총선을 위한 플랜을 미리 짜고 있는 모양새다. 현재 국회의원들이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사안은 다음 선거서 적용할 선거구제에 대한 논의다.

선거제 개편은 총선 시기마다 논의됐던 단골손님으로, 각 정당은 이때만 되면 본인에게 유리한 개편안을 관철시키려 힘쓴다. 보통 총선 1년 전쯤 선거구 개편에 관한 논의가 시작되고, 국회는 그에 맞춰 수많은 보도자료를 배포한다.

선거구제 개편 논의는 주로 국회가 이행하지만, 불을 지피는 건 항상 대통령들이었다. 역대 대통령들은 늘 국회에 먼저 선거구제 개편을 제안해왔다. 본인의 ‘친정집’이 승리해야 국정운영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당선 뒤 몇 달 후 “2004년 총선서 중대선거구제로 지역 편중성이 극복됐을 때 과반수 의석을 획득한 정당 또는 과반수 연합에 총리를 넘기겠다는 약속은 여전히 지켜야 한다”며 선거구제 개편의 화두를 유권자들에게 던졌다.

문재인정부도 출범 당시 100대 국정과제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포함시키며 선거구제 개편에 열의를 드러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주장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작은 정당도 지지율만큼의 의석을 얻도록 보장하는 제도로,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구분을 없애고 지지율로만 의석을 분배하는 제도다.

문 전 대통령은 “호남과 영남서 (특정 정당의)후보가 싹쓸이하는 지역주의 해소가 중요하다”며 선거구제 개편을 의회에 강하게 제안했다.

그러나 이들의 제안은 모두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노 전 대통령의 제안은 ‘텃밭표 잠식’을 우려한 당시 여당과 야당의 반대로 최종 무산됐고, 문 전 대통령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을 각각 출범하며 그 의미를 퇴색시켰다.

이렇게 대통령들이 제안하고 국회가 거부하는 과정은 그동안 대한민국 정계서 쭉 반복돼왔던 그림이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다음 총선에 정권의 성패가 달려 있는 윤석열 대통령은 한 언론사와의 신년 인터뷰서 선거구제 개편안을 제안했다. 현행 선거구제로 계속 간다면 사표가 너무 많이 발생하니,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기 어렵다는 것이 윤 대통령의 생각이었다. 

선거구제 논의 위해 전원위 열어
“각자 입맛대로 주장하다 날 샜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인터뷰서 “전부 아니면 전무로 가다 보니 선거가 너무 치열해지고 진영이 양극화되고 갈등이 깊어졌다”며 “중대선거구제를 통해 대표성을 더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고,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에 “현행 소선거구제도가 사표가 많이 발생해 국민 뜻이 제대로 선거 결과에 반영되지 못한다”며 화답했다.

입법부 수장과 행정부 수장이 힘을 실어준 ‘선거구제 개편안’은 결국 국회 전원위 소집으로 이어졌다. 전원위는 뜻 그대로 의원 300명이 모두 참여해 의견을 수렴하는 기구로 ‘국회의원 모두의 뜻이 반영되는 회의’를 지향한다.

이번 국회 전원위 개최는 2004년 이라크 파병 이후 19년 만으로, 이를 지켜본 정계 관계자들은 “이번엔 모든 의원들이 선거구제 개편에 적극적으로 동조하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물론 전원위 자체는 ‘300명의 의견을 모두 수렴하겠다’는 취지지만 이는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국회는 실제 회의에 100명의 의원만 참여하도록 권장한다. 각 정당은 의석 비율에 따라 의원을 회의에 참여시킬 수 있으며, 이번 회의에는 더불어민주당 의원 54명, 국민의힘 의원 38명, 비교섭단체 의원 8명이 참여했다.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는 이번 회의를 위해 최종 결의안 세 가지를 제시했고, 전원위 참석자들은 이를 기반으로 토론을 이어나갔다.

정개특위가 안건으로 올린 세 가지 개편안은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1안)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전국·병립형 비례대표제(2안) ▲소선거구제+권역별·준연동형 비례대표제(3안)이다.

1안은 현행 의석수 300석을 유지한 채로, 한 선거구서 3인 이상 5인 이하의 의원을 뽑고, 도시와 농촌 지역의 지역구를 줄이는 방향으로 개편한다. 즉, 세분화된 지역구를 묶어 투표를 동시에 실시한 뒤, 한 지역구서 여러 명의 의원이 나올 수 있는 구조로 바꾸자는 안이다. 

해당 안은 군소정당의 원내 진출과 수도권서 약세를 보이는 정당에 유리한 선거제도인 만큼, 군소정당과 국민의힘 등이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비례대표제는 군소정당에 불리한 병립형으로 바뀌어 군소정당과 국민의힘 간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

서로 
유리하게

2안은 1안의 중대선거구제와 개념이 비슷하지만, 의원을 선출하는 규모가 더욱 크다. 2안에 따르면 한 지역구에서 뽑는 국회의원 수는 4~7명이다. 또한 2안에는 후보자 명부를 유권자에게 개방한다는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기존 정당은 후보 순위를 임의대로 결정해 제시하는 ‘폐쇄명부식’ 제도를 따르고 있었다. 개방형 명부제 하에서는 이 자체가 불가능하며 각 정당은 최종 명부뿐 아니라 이를 작성하는 과정까지 유권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2안에서는 비례대표제는 역시 군소후보들이 싫어하는 병립형을 택했다.

마지막 3안은 현행 선거구제를 크게 바꾸지 않고 비례대표제를 권역별로 개편하는 방식이다. 3안에서는 비례대표를 전국구가 아닌 6개의 권역별로 나눠서 뽑으며 권역별 지지율을 계산한 뒤 비례대표를 배분하는 방식이다. 


만일, 한 권역서 높은 지지율을 받은 정당이 권역에 지역구 의원을 많이 확보하지 못했다면 비례대표 의석을 우선 배분받는 것이다. 이 또한 사표를 줄이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소선거구제는 군소정당들이 싫어하지만 비례대표 제도는 병립형보다 선호하는 분위기다. 

세 개의 개편안이 모두 장단점을 갖고 있는 만큼 정당 간의 뚜렷한 선호도는 도출되고 있지 않고 있다.

지난 3일간의 전원위를 지켜본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각자의 주장만 발표하다 끝이 났다. 기득권을 내려 놓으려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각자의 입맛에 맞는 선거구제만 주장하다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훨신 높다. 내년 총선도 크게 바뀌지 않은 선거구제서 진행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당은 각자 ‘당내 반란’에도 민감한 레이더를 돌리고 있다. 양당 관계자들은 비록 지금 정계가 선거제도 개편에 모든 힘을 쏟고 있지만, 공천 시즌이 곧 돌아오면 당내 반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발 리스크에 비명(비 이재명)계 의원들이 힘을 합칠 것으로 내다봤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번 재보궐선거를 지켜본 PK(부산·울산·경남, 부울경) 지역 의원들이 지도부에 반기를 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서 시스템을 이용한 공천을 도입해 유권자들로부터 찬사를 받은 바 있다. ‘투명하고 공정하게’라는 슬로건 앞에 민주당 의원들은 정정당당히 공천 경쟁에 임했고, 유권자들은 그들을 믿었다. 그러나 한 비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에는 그런 신뢰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지난 총선의 승리 비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만들어놨던 ‘청렴함’이었다. 그 맥락에서 나온 시스템 공천과 인재 영입 등이 호응을 었었고, (총선서)대승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당 대표가 저러고 있으니 그런 승리가 가당키나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사법리스크
검찰공화국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이미 민주당의 만성병으로 자리 잡았다. 여의도 관계자들은 그런 민주당의 만성병이 총선이 다가올수록 더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연말에 이 대표의 재판이 줄줄이 열리기 때문이다.

한 선거 전문가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선거 직전 재판에 불려가는 대표의 당을 중도층이 무겁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다들 알다시피 선거는 중도층 싸움이다. 중도층은 상대적으로 정치 현안에 관심이 없는 계층이라 보면 된다”며 “그럼에도 투표를 할라면 관심을 가지려 할 것이다. 그 시기쯤 당대표가 재판받는 소식을 계속 접하게 된다면 민주당에 좋지 않은 인식만 갖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선거 직전 접하는 뉴스로 모든 것을 결정하는 중도층 유권자가 이 대표의 재판 뉴스를 본다면 그 효과가 생각보다 클 것으로 내다봤다.

국민의힘 역시 당내 반란의 가능성이 열려있다. 4·5 재보선서 민주당의 교육감 후보가 당선됐기 때문이다. 비록 고인이된 전임 교육감의 남편이라는 점이 반영됐다고는 하나 당 대표인 김기현 후보의 지역구서 패했다는 점은 PK 지역의 국민의힘 의원들을 긴장케 했다.

김 대표는 지난 국민의힘 전당대회서 윤 대통령의 후광을 입어 당선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란 가능성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총선 전 분당 사태나 당내 반란은 민주당보다 여당 쪽의 역사가 더욱 깊다”며 “본인의 자리가 위태롭게 느껴진다면 의원들의 반란 가능성은 충분하다. (반란이 일어난다면)그 구심점은 분명 PK 지역의 의원들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리스크·비대위 가능성 대두
또 지면 ‘식물 대통령’ 전락

PK 지역 국회의원들 대부분은 모두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거나 개인 인기와 인지도가 높은 의원들이다. 이 관계자는 “반란에는 분명히 구심점이 필요할 것이며 그 주인공은 이번 재보선으로 잔뜩 긴장한 의원들이 될 것”이라 주장했다.

각 당 분위기가 뒤숭숭한 상태서 비상대책위원회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는 관전 포인트다. 한쪽은 불안한 대표를 안고 선거를 진행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고, 다른 한쪽은 ‘대통령의 아바타’라는 힘 없는 대표라는 약점이있다.

대표의 낙마나 당내 반란이 지지자들에게 관철된다면 양당은 비대위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 민주당에선 이미 물밑서 비대위원장 영입설이 퍼진 바 있다. 하마평엔 민주당 박지원 고문, 이낙연 전 대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김부겸 전 총리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이 중 김 전 총리의 영입이 총선 전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입을 모은다. 비대위 전환이 이뤄지건 그렇지 않건, 비명계서 김 전 총리에게 총선 지원사격을 요청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는 문 전 대통령 퇴임 후 정계 은퇴를 선언한 뒤 잠행을 이어나가고 있다. 친문(친 문재인)계와 친이낙연계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으며 정치적 역량도 높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

반면 국민의힘 입장에서 김 대표의 낙마는 상대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부진과 자책골이 이어질 때마다 비대위 전환 논의는 반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가능성이 낮은 만큼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하마평은 아직 나오고 있지 않다.

마지막 관전 포인트는 윤 대통령의 역할론이다.

만일 민주당이 다음 총선서도 압도적으로 다수 의석을 차지한다면 윤 대통령은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것도 하지 못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이름을 새기게 된다. 일각에서는 이를 의식한 대통령실 측이 이미 총선 전 정보수집과 전략 세우기에 몰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윤 대통령
역할론은?

지난 국민의힘 전당대회처럼 윤 대통령이 총선에 영향력을 미치려 한다는 분석 아래서다. 총선의 패배는 윤석열정부의 실패와 맞물려 있으며 일부 강성 민주당 지지자들은 그렇게 될 경우, 윤 대통령의 탄핵까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남은 1년 동안 어떤 전략을 수립하느냐에 따라 내년 총선의 승패가 결정된다. 민주당은 윤정부를 효과적으로 견제하기 위해, 국민의힘은 그런 윤정부의 성공을 돕기 위해 지금부터 사활을 걸어야만 한다.

<ingyu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준석 공천받을까?

차기 총선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유권자들의 이목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의 공천 문제로 쏠렸다.

국민의힘 지도부 입장에서는 이 전 대표 공천 문제가 딜레마다.

막상 공천을 주자니 부담스럽고, 안 주자니 여론과 일부 당원의 반발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는 본인의 고향인 서울 노원구에 출마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당 지도부가 어떤 판단을 할지 지켜볼 심산이다.

이 전 대표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실질적으로 당이 변화하는 노선을 보여줘야 된다”며 “유승민 전 의원을 죽이겠다고 마지막까지 기다리면서 대구 공천을 주느니, 안 주느니 이러다가 나중에 가서 당이 파탄났다. 나는 당하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예고했던 바 있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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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인수전’ 카카오 후유증

‘SM 인수전’ 카카오 후유증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입에 삼키기엔 너무 컸던 걸까?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카카오가 사법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이브와의 전쟁서 이겼지만 ‘상처뿐인 승리’가 된 모양새다. 엔터계 공룡을 삼킨 공룡 기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불과 몇 년 만에 국민 기업서 밉상 기업으로 전락했다. ‘카카오톡’이 전 국민의 메신저가 될 때까지만 해도 카카오의 미래는 밝았다. 카카오톡의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배경으로 사업을 확장했던 초기에도 부정적인 여론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골목상권 침해, 쪼개기 상장 등의 문제가 터지면서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국민 기업 밉상 기업 카카오가 창립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해 2~3월 하이브와의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인수전 과정서 일어난 일이 사법 리스크로 되돌아오는 모양새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라는 말이 어울리는 결말이다. 승자의 저주는 경쟁에서는 이겼지만 그 과정서 과도한 비용을 사용해 후유증을 겪는 상황을 뜻한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는 지난 17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CA협의체 경영쇄신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 인수 과정서 경쟁사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의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올릴 목적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카카오가 지난해 2월 2400억원을 동원해 553차례에 걸쳐 SM 주식을 고가에 매수하는 데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주가가 떨어지지 않도록 지난해 2월16~17일, 27일 원아시아파트너스가 1100억원을 먼저 투입하고 같은 달 28일 카카오가 뒤이어 130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검찰은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 지모씨를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변호인단은 김 위원장이 SM 지분 매수 과정서 어떤 불법적 행위도 지시, 용인한 바 없으며 지분 매수는 정상적 장내 매수였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카카오 내부는 당혹스러운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영장을 청구한 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첫 구속영장을 발부했던 영장전담판사가 배정된 점 등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하이브와 크게 벌인 ‘쩐의 전쟁’ 경영권 차지했지만 사법리스크↑ 김 위원장은 지난 9일, 20시간의 밤샘 조사에서 “SM 주식을 장내 매수하겠다는 안건을 보고받고 승인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매수 방식과 과정에 대해서는 보고받지 않아 몰랐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조사 이후 8일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의 혐의를 입증할 인적·물적 증거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사모펀드를 통해 투자해서 우호 지분을 확보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카카오 임직원 간 메시지를 비롯해 김 위원장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관계자의 통화 녹취, 진술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와 하이브의 SM 인수전은 혈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치열했다. SM은 K팝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연예기획사로 H.O.T, 보아, 동방신기, 소녀시대, 샤이니, EXO, NCT, 에스파, 라이즈 등의 유명 보이·걸그룹을 배출한 ‘아이돌 명가’로 알려져 있다. 대형 연예기획사를 둘러싼 카카오와 하이브의 인수전은 K팝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SM 인수전의 시작은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매각설서 시작됐다. 이 전 프로듀서는 SM의 설립자로 SM 소속 가수를 좋아하는 팬덤 사이에서는 ‘수만 아버지’로 불리는 등 일종의 개척자로 여겨지고 있다. 이 전 프로듀서가 지분을 매각한다는 소문이 돌았을 당시 카카오, 네이버 등이 매수자로 언급되곤 했다.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파트너스)이 SM 지배구조를 문제 삼으면서 인수전의 막이 올랐다. 특히 얼라인파트너스는 이 전 프로듀서 소유의 라이크기획이 SM과의 내부거래로 주주가치를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SM이 얼라인파트너스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내부 갈등이 촉발됐다. 급히 먹다 탈 났나? 이 과정서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 등 현 SM 경영진이 얼라인파트너스, 카카오와 손을 잡았다. 이 전 프로듀서 측과 완벽한 대립각을 세운 현 SM 경영진은 ‘SM 3.0’을 발표하고 멀티 제작센터·레이블 체제로 전환을 발표했다. 이 전 대표 지우기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SM 경영진이 지난해 2월7일 카카오가 신주와 전환사채(CB) 인수를 통해 지분 9.05%를 확보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이 전 프로듀서가 찾은 동앗줄은 하이브였다. 이 전 프로듀서는 SM의 공시 다음 날 법원에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기했다. 그리고 2월9일 자신이 보유한 SM 지분 18% 중 14.8%를 하이브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 하이브는 SM 주식을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해 지분을 추가로 25%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SM 인수전이 카카오와 하이브의 대결로 압축됐다. SM 인수전은 한치 앞도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엎치락 뒤치락을 반복했다. 법원이 이 전 프로듀서가 제기한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면서 하이브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가 공개매수가 실패한 사실이 드러나자 카카오가 반격하는 식이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3월7일부터 SM의 지분 35%를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하기 시작했다. 약 833만주에 달하는 주식으로 총 1조2500억원이 투입되는 어마어마한 물량이다. SM 인수전은 하이브가 카카오가 시작한 ‘쩐의 전쟁’서 한발 물러나면서 변곡점을 맞게 됐다. 쇄신 노력 ‘물거품’ 이후 카카오가 경영권을 갖고 하이브는 플랫폼 협력을 하는 방향으로 SM 인수전이 마무리됐다. 지난해 3월12일 하이브는 SM 인수 절차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하이브는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의 경쟁 구도로 인해 시장이 과열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는 하이브의 주주가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사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카카오는 “SM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자 원동력인 임직원, 아티스트, 팬덤을 존중하고자 자율적‧독립적 운영을 보장하고 현 경영진이 제시한 SM 3.0을 비롯한 미래 비전과 전략 방향을 중심으로 글로벌 성장에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엔터계 ‘공룡’을 삼킨 또 다른 공룡 기업의 탄생이었다. 하지만 카카오가 SM을 인수하기 위해 벌인 ‘쩐의 전쟁’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하이브는 당시 SM 인수전서 발을 뺀 뒤 “비정상적 매입 행위가 발생했다”며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SM 주가가 공개매수가인 12만원을 넘어 한때 13만원까지 급등한 점을 문제 삼았다.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비정상적으로 주식을 매입해 시세를 조종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은 지난해 10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와 카카오법인을 검찰에 넘겼다. 지난 11월에는 김범수 당시 전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홍은택 대표, 김성수·이진수 카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각자 대표이사 등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는 등 카카오 수사에 열을 올렸다. 시세조종 의혹 창업자에 칼끝 댔다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 잃을 수도 카카오는 말 그대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금감원이 카카오 경영진과 함께 카카오법인까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면서 카카오뱅크를 잃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 법인이 벌금 이상의 형을 받으면 카카오뱅크의 지분 27.17%를 보유한 카카오가 대주주 자격을 잃을 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6개월마다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하는데 이때 대주주는 최근 5년간 금융간 금융관련법,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형사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SM 인수전 과정서 제기된 시세조종 의혹으로 카카오는 창업자 구속 가능성과 알짜배기 기업을 놓칠 가능성을 함께 안고 있는 셈이다. 카카오의 쇄신 노력에도 찬물이 끼얹어졌다. 카카오는 지난 3월 새 대표이사에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전 대표를 선임했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게임즈 등 계열사 대표도 바꿨다. 계열사 준법‧윤리경영을 지원하는 독립기구인 카카오 준법과신뢰위원회(준신위)도 쇄신에 속도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김 의장을 비롯한 카카오의 사법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쇄신작업은 물론 기업 전체 동력에 타격을 입게 됐다.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그룹 덩치를 줄이기 위해 알짜배기만 남겨두고 일부 자회사를 매각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쪼개기 상장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만큼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어렵게 인수한 SM 역시 매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뱅크 등은 핵심 자산으로 분류된다. 몸집 줄여 해결될까? 문제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카카오는 SM 시세조종 의혹 외에도 문어발식 기업 인수, 계열사 확장 과정서의 잡음으로 수사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2020년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를 인수하는 과정서 김성수 당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이준호 당시 투자전략부문장이 바람픽쳐스에 시세차익을 몰아줄 목적으로 비싸게 매입·증자했다는 의혹을 조사 중이다. 카카오의 운명이 연이은 사법 리스크에 잠식되는 모양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