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1년’ 관전 포인트 다섯

본선? 선수 선발이 더 뜨겁다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국회의 시간은 빠르게 흘러간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제21대 국회는 어느덧 다음 선거를 준비하고 있고, 국회의원들과 각 정당 관계자들은 내년 총선에 맞춰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선거구제에 관한 논의에 가장 많은 힘을 쏟고 있다. 그 외에도 인재 영입, 당내 반란, 비대위 가능성, 나아가 윤석열정부에 향한 견제까지 많은 부분에 신경을 쓰는 중이다. <일요시사>는 총선이 1년 남은 시점에 남은 기간 주목해야 할 관전 포인트 5가지를 짚어봤다.

어느 회기보다 역동적이었던 제21대 국회가 드디어 다음 회기를 맞이하려 한다. 제21대 국회는 지난 3년 동안 여대야소와 여소야대를 모두 경험했고, 코로나19 대유행 정국과 각 당 의원들의 사건·사고, 패스트트랙 논란 등 수많은 진통을 겪었다.

벌써부터
내년 준비

내년 4월10일엔 제22대 총선이 치러지며 5월29일은 21대 국회 임기가 종료된다. 임기가 1년가량 남은 국회의원들은 차기 총선을 위한 플랜을 미리 짜고 있는 모양새다. 현재 국회의원들이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사안은 다음 선거서 적용할 선거구제에 대한 논의다.

선거제 개편은 총선 시기마다 논의됐던 단골손님으로, 각 정당은 이때만 되면 본인에게 유리한 개편안을 관철시키려 힘쓴다. 보통 총선 1년 전쯤 선거구 개편에 관한 논의가 시작되고, 국회는 그에 맞춰 수많은 보도자료를 배포한다.

선거구제 개편 논의는 주로 국회가 이행하지만, 불을 지피는 건 항상 대통령들이었다. 역대 대통령들은 늘 국회에 먼저 선거구제 개편을 제안해왔다. 본인의 ‘친정집’이 승리해야 국정운영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당선 뒤 몇 달 후 “2004년 총선서 중대선거구제로 지역 편중성이 극복됐을 때 과반수 의석을 획득한 정당 또는 과반수 연합에 총리를 넘기겠다는 약속은 여전히 지켜야 한다”며 선거구제 개편의 화두를 유권자들에게 던졌다.

문재인정부도 출범 당시 100대 국정과제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포함시키며 선거구제 개편에 열의를 드러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주장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작은 정당도 지지율만큼의 의석을 얻도록 보장하는 제도로,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구분을 없애고 지지율로만 의석을 분배하는 제도다.

문 전 대통령은 “호남과 영남서 (특정 정당의)후보가 싹쓸이하는 지역주의 해소가 중요하다”며 선거구제 개편을 의회에 강하게 제안했다.

그러나 이들의 제안은 모두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노 전 대통령의 제안은 ‘텃밭표 잠식’을 우려한 당시 여당과 야당의 반대로 최종 무산됐고, 문 전 대통령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을 각각 출범하며 그 의미를 퇴색시켰다.

이렇게 대통령들이 제안하고 국회가 거부하는 과정은 그동안 대한민국 정계서 쭉 반복돼왔던 그림이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다음 총선에 정권의 성패가 달려 있는 윤석열 대통령은 한 언론사와의 신년 인터뷰서 선거구제 개편안을 제안했다. 현행 선거구제로 계속 간다면 사표가 너무 많이 발생하니,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기 어렵다는 것이 윤 대통령의 생각이었다. 

선거구제 논의 위해 전원위 열어
“각자 입맛대로 주장하다 날 샜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인터뷰서 “전부 아니면 전무로 가다 보니 선거가 너무 치열해지고 진영이 양극화되고 갈등이 깊어졌다”며 “중대선거구제를 통해 대표성을 더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고,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에 “현행 소선거구제도가 사표가 많이 발생해 국민 뜻이 제대로 선거 결과에 반영되지 못한다”며 화답했다.

입법부 수장과 행정부 수장이 힘을 실어준 ‘선거구제 개편안’은 결국 국회 전원위 소집으로 이어졌다. 전원위는 뜻 그대로 의원 300명이 모두 참여해 의견을 수렴하는 기구로 ‘국회의원 모두의 뜻이 반영되는 회의’를 지향한다.

이번 국회 전원위 개최는 2004년 이라크 파병 이후 19년 만으로, 이를 지켜본 정계 관계자들은 “이번엔 모든 의원들이 선거구제 개편에 적극적으로 동조하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물론 전원위 자체는 ‘300명의 의견을 모두 수렴하겠다’는 취지지만 이는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국회는 실제 회의에 100명의 의원만 참여하도록 권장한다. 각 정당은 의석 비율에 따라 의원을 회의에 참여시킬 수 있으며, 이번 회의에는 더불어민주당 의원 54명, 국민의힘 의원 38명, 비교섭단체 의원 8명이 참여했다.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는 이번 회의를 위해 최종 결의안 세 가지를 제시했고, 전원위 참석자들은 이를 기반으로 토론을 이어나갔다.

정개특위가 안건으로 올린 세 가지 개편안은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1안)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전국·병립형 비례대표제(2안) ▲소선거구제+권역별·준연동형 비례대표제(3안)이다.

1안은 현행 의석수 300석을 유지한 채로, 한 선거구서 3인 이상 5인 이하의 의원을 뽑고, 도시와 농촌 지역의 지역구를 줄이는 방향으로 개편한다. 즉, 세분화된 지역구를 묶어 투표를 동시에 실시한 뒤, 한 지역구서 여러 명의 의원이 나올 수 있는 구조로 바꾸자는 안이다. 

해당 안은 군소정당의 원내 진출과 수도권서 약세를 보이는 정당에 유리한 선거제도인 만큼, 군소정당과 국민의힘 등이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비례대표제는 군소정당에 불리한 병립형으로 바뀌어 군소정당과 국민의힘 간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

서로 
유리하게

2안은 1안의 중대선거구제와 개념이 비슷하지만, 의원을 선출하는 규모가 더욱 크다. 2안에 따르면 한 지역구에서 뽑는 국회의원 수는 4~7명이다. 또한 2안에는 후보자 명부를 유권자에게 개방한다는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기존 정당은 후보 순위를 임의대로 결정해 제시하는 ‘폐쇄명부식’ 제도를 따르고 있었다. 개방형 명부제 하에서는 이 자체가 불가능하며 각 정당은 최종 명부뿐 아니라 이를 작성하는 과정까지 유권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2안에서는 비례대표제는 역시 군소후보들이 싫어하는 병립형을 택했다.

마지막 3안은 현행 선거구제를 크게 바꾸지 않고 비례대표제를 권역별로 개편하는 방식이다. 3안에서는 비례대표를 전국구가 아닌 6개의 권역별로 나눠서 뽑으며 권역별 지지율을 계산한 뒤 비례대표를 배분하는 방식이다. 


만일, 한 권역서 높은 지지율을 받은 정당이 권역에 지역구 의원을 많이 확보하지 못했다면 비례대표 의석을 우선 배분받는 것이다. 이 또한 사표를 줄이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소선거구제는 군소정당들이 싫어하지만 비례대표 제도는 병립형보다 선호하는 분위기다. 

세 개의 개편안이 모두 장단점을 갖고 있는 만큼 정당 간의 뚜렷한 선호도는 도출되고 있지 않고 있다.

지난 3일간의 전원위를 지켜본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각자의 주장만 발표하다 끝이 났다. 기득권을 내려 놓으려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각자의 입맛에 맞는 선거구제만 주장하다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훨신 높다. 내년 총선도 크게 바뀌지 않은 선거구제서 진행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당은 각자 ‘당내 반란’에도 민감한 레이더를 돌리고 있다. 양당 관계자들은 비록 지금 정계가 선거제도 개편에 모든 힘을 쏟고 있지만, 공천 시즌이 곧 돌아오면 당내 반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발 리스크에 비명(비 이재명)계 의원들이 힘을 합칠 것으로 내다봤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번 재보궐선거를 지켜본 PK(부산·울산·경남, 부울경) 지역 의원들이 지도부에 반기를 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서 시스템을 이용한 공천을 도입해 유권자들로부터 찬사를 받은 바 있다. ‘투명하고 공정하게’라는 슬로건 앞에 민주당 의원들은 정정당당히 공천 경쟁에 임했고, 유권자들은 그들을 믿었다. 그러나 한 비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에는 그런 신뢰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지난 총선의 승리 비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만들어놨던 ‘청렴함’이었다. 그 맥락에서 나온 시스템 공천과 인재 영입 등이 호응을 었었고, (총선서)대승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당 대표가 저러고 있으니 그런 승리가 가당키나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사법리스크
검찰공화국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이미 민주당의 만성병으로 자리 잡았다. 여의도 관계자들은 그런 민주당의 만성병이 총선이 다가올수록 더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연말에 이 대표의 재판이 줄줄이 열리기 때문이다.

한 선거 전문가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선거 직전 재판에 불려가는 대표의 당을 중도층이 무겁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다들 알다시피 선거는 중도층 싸움이다. 중도층은 상대적으로 정치 현안에 관심이 없는 계층이라 보면 된다”며 “그럼에도 투표를 할라면 관심을 가지려 할 것이다. 그 시기쯤 당대표가 재판받는 소식을 계속 접하게 된다면 민주당에 좋지 않은 인식만 갖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선거 직전 접하는 뉴스로 모든 것을 결정하는 중도층 유권자가 이 대표의 재판 뉴스를 본다면 그 효과가 생각보다 클 것으로 내다봤다.

국민의힘 역시 당내 반란의 가능성이 열려있다. 4·5 재보선서 민주당의 교육감 후보가 당선됐기 때문이다. 비록 고인이된 전임 교육감의 남편이라는 점이 반영됐다고는 하나 당 대표인 김기현 후보의 지역구서 패했다는 점은 PK 지역의 국민의힘 의원들을 긴장케 했다.

김 대표는 지난 국민의힘 전당대회서 윤 대통령의 후광을 입어 당선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란 가능성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총선 전 분당 사태나 당내 반란은 민주당보다 여당 쪽의 역사가 더욱 깊다”며 “본인의 자리가 위태롭게 느껴진다면 의원들의 반란 가능성은 충분하다. (반란이 일어난다면)그 구심점은 분명 PK 지역의 의원들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리스크·비대위 가능성 대두
또 지면 ‘식물 대통령’ 전락

PK 지역 국회의원들 대부분은 모두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거나 개인 인기와 인지도가 높은 의원들이다. 이 관계자는 “반란에는 분명히 구심점이 필요할 것이며 그 주인공은 이번 재보선으로 잔뜩 긴장한 의원들이 될 것”이라 주장했다.

각 당 분위기가 뒤숭숭한 상태서 비상대책위원회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는 관전 포인트다. 한쪽은 불안한 대표를 안고 선거를 진행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고, 다른 한쪽은 ‘대통령의 아바타’라는 힘 없는 대표라는 약점이있다.

대표의 낙마나 당내 반란이 지지자들에게 관철된다면 양당은 비대위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 민주당에선 이미 물밑서 비대위원장 영입설이 퍼진 바 있다. 하마평엔 민주당 박지원 고문, 이낙연 전 대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김부겸 전 총리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이 중 김 전 총리의 영입이 총선 전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입을 모은다. 비대위 전환이 이뤄지건 그렇지 않건, 비명계서 김 전 총리에게 총선 지원사격을 요청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는 문 전 대통령 퇴임 후 정계 은퇴를 선언한 뒤 잠행을 이어나가고 있다. 친문(친 문재인)계와 친이낙연계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으며 정치적 역량도 높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

반면 국민의힘 입장에서 김 대표의 낙마는 상대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부진과 자책골이 이어질 때마다 비대위 전환 논의는 반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가능성이 낮은 만큼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하마평은 아직 나오고 있지 않다.

마지막 관전 포인트는 윤 대통령의 역할론이다.

만일 민주당이 다음 총선서도 압도적으로 다수 의석을 차지한다면 윤 대통령은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것도 하지 못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이름을 새기게 된다. 일각에서는 이를 의식한 대통령실 측이 이미 총선 전 정보수집과 전략 세우기에 몰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윤 대통령
역할론은?

지난 국민의힘 전당대회처럼 윤 대통령이 총선에 영향력을 미치려 한다는 분석 아래서다. 총선의 패배는 윤석열정부의 실패와 맞물려 있으며 일부 강성 민주당 지지자들은 그렇게 될 경우, 윤 대통령의 탄핵까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남은 1년 동안 어떤 전략을 수립하느냐에 따라 내년 총선의 승패가 결정된다. 민주당은 윤정부를 효과적으로 견제하기 위해, 국민의힘은 그런 윤정부의 성공을 돕기 위해 지금부터 사활을 걸어야만 한다.

<ingyu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준석 공천받을까?

차기 총선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유권자들의 이목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의 공천 문제로 쏠렸다.

국민의힘 지도부 입장에서는 이 전 대표 공천 문제가 딜레마다.

막상 공천을 주자니 부담스럽고, 안 주자니 여론과 일부 당원의 반발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는 본인의 고향인 서울 노원구에 출마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당 지도부가 어떤 판단을 할지 지켜볼 심산이다.

이 전 대표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실질적으로 당이 변화하는 노선을 보여줘야 된다”며 “유승민 전 의원을 죽이겠다고 마지막까지 기다리면서 대구 공천을 주느니, 안 주느니 이러다가 나중에 가서 당이 파탄났다. 나는 당하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예고했던 바 있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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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