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내년 총선, 한일전 VS 남북전?

  •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
  • 등록 2023.10.23 11:48:48
  • 호수 1450호
  • 댓글 6개

2023 항저우아시안게임 축구와 야구 결승전서 우리나라가 일본과 중국을 이기고 금메달을 땄다. 우리나라가 종합성적 3위였지만 운동장 전체를 쓰는 축구와 야구 경기서 각각 아시안게임 3연패와 4연패를 달성해 우리 국민을 열광시켰다. 

그런데 한일전과 한중전의 우승 열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정치권서 한일전 프레임 선거전략을 내세우면서 과거 한중전과 남북전 프레임까지 소환돼 우리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4년 전인 2019년 1월 아랍에미리트서 개최된 2019 아시안컵 예선전서 우리나라 축구팀이 중국을 2:0으로 이겼다. 당시 야당인 미래통합당은 2020 총선 승리를 위해 “코로나 바이러스 진원지인 중국에 우호적인 문재인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며 ‘미래통합당 VS 중국(더불어민주당)’이라는 한중전 프레임을 내세웠다.

우리나라가 2019 아시안컵서 중국을 이겼듯이 2020 총선서 더불어민주당을 이기겠다는 선거전략이었다.

같은 해 12월엔 2019 동아시안컵 결승전서 우리나라 축구팀이 일본을 1:0으로 이기고 3연패를 달성했다.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020 총선을 위해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 강경 대응해야 한다”며 ‘더불어민주당 VS 일본(미래통합당)’이라는 한일전 프레임으로 맞대응했다.

결과는 한일전 프레임을 내세운 민주당이 대승했다. 


2024 총선을 앞둔 최근에도 2023 아시안게임 축구 경기 결과가 2024 총선 전략에 소환됐다. 2023 아시안게임 결승전서 우리나라 축구팀이 일본을 2:1로 이기고 우승하자, 민주당 모 최고위원이 “내년 한일전 총선도 이겼으면 좋겠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일전을 소환하는 글을 올렸다.

4년 전 한일전 프레임으로 총선서 승리한 경험이 있는 민주당이 한일전 프레임을 재현해 2024 총선서 “윤석열정권을 심판하겠다”는 맥락의 제스처였다.

내년 1월에 개최되는 2024 아시안컵 결과도 2024 총선 전략에 소환될 게 분명하다. 특히 2020 총선 직전(4개월 전)에 열린 동아시안컵 결과를 총선 전략 프레임으로 사용한 민주당이 2020 총선서 승리했듯이, 2024 총선 직전(2개월 전)에 열리는 아시안컵 결과를 2024 총선 전략으로 사용하는 정당이 더 유리할 것이다.  

축구 경기가 총선 전략에 소환되려면 일단 우리나라가 이겨야 한다.

2023 아시안게임 결승전서 우리나라가 일본을 이기고 우승하면서 민주당이 총선 전략으로 한일전 프레임을 내세웠듯이, 내년 1월에 개최되는 동아시안컵 결승전서 우리나라가 중국이나 북한을 이기고 우승한다면 국민의힘도 2024 총선 전략으로 다시 한중전이나 남북전 프레임을 꺼내들 것이다.

우리나라 축구팀이 2019 아시안컵서 중국에 졌거나 2019 동아시안컵서 일본에 졌다면  축구 결과가 2020 총선 전략으로 한중전이나 한일전 프레임이 소환되지 않았을 것이고, 2023 아시안게임서 우리나라 축구팀이 일본에 졌어도 한일전 프레임이 총선 전략에 소환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나라 축구팀이 승리했기 때문에 양대 정당이 축구경기 결과를 선거전략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정당은 선거 때마다 정책으로 승부를 걸기보다 적대감이 많은 주변국(일본, 북한, 중국)을 소환하는 선거전략 프레임을 내세워 재미를 톡톡히 봤다. 주로 보수정당은 친북, 친중 프레임을, 진보정당은 친일 프레임을 사용했다.

그런데 적대감이 많은 주변국을 끌어들이는 프레임이 처음엔 어느 정도 먹혔지만 계속 반복되면서 식상해져 오히려 역풍을 맞기도 했다.

과거 공화당이나 한국당 등 보수정당은 북한의 도발을 언급하며 친북 프레임으로 진보정당을 공격해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다. 그러나 김대중, 노무현 두 진보정권 10년을 거치면서 보수정당의 친북 프레임은 통하지 않았다.

진보정당인 민주당도 2020 총선서 한일 갈등구조를 부각시키면서 한일전 프레임으로 대승할 수 있었지만, 2022 대선서도 한일전 프레임을 사용하다 패하고 말았다.

2020 총선은 ‘한일전 VS 한중전’ 프레임 대결이었지만 2024 총선은 ‘한일전 VS 남북전’ 프레임 대결이 될 것이라는 게 정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현 정권 내내 국민의힘은 친북 프레임으로, 민주당은 친일 프레임으로 상대 당을 공격하며 대결해온 결과다. 최근에도 국민의힘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비유하며 9·19남북군사합의 효력정지 카드를 꺼내들었고 민주당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를 계속 주장하고 있다. 

2023 아시안게임 남북 축구 대결서 우리나라 여자축구팀은 북한에 1:4로 대패했다. 공교롭게도 친북 프레임을 선거전략으로 내세워야 할 국민의힘은 남북전 프레임을 선거전략으로 사용할 명분을 잃었다. 우리나라가 북한을 이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번 아시안게임 남자축구(한일전 승리)와 여자축구(남북전 패배) 결과가 지난 11일 치러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도 다소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직전(1개월 전)에 열린 아시안게임 결과를 소환해 한일전 프레임을 사용했지만, 국민의힘은 남북전 프레임을 사용하지 못했다. 결과는 민주당 진교훈 후보가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를 17.15%포인트 차로 크게 따돌렸다.

앞서 언급했듯이, 지금은 친일, 친북, 친중 프레임이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시대인데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한일전 프레임이 등장했고, 2024 총선에도 ‘한일전 VS 남북전’ 프레임 대립이 예상되고 있다. 안타까운 정치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이제는 우리 정치가 한일전이나 남북전을 소환할 게 아니라 역풍을 맞았던 경험을 소환해야 한다. 어게인 프레임이 어게인 역풍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배너

관련기사

40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