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격전지를 가다> ‘철길 해결사’ 찾는 김포시

교통지옥, 뚫어야 이긴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총선은 윤석열정부와 거대 야당이 서로를 겨냥해 ‘심판론’을 펼치는 장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경기도 김포시의 총선 승리 어젠다는 다른 지역구보다 선명하다. ‘메가시티’와 ‘5호선 연장안’ 문제를 종식할 해결사에게 표를 던지겠다는 것이다. 교통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김포시 갑·을에 누가 출마할지 <일요시사>가 짚어봤다.

경기도 김포시는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20대 총선부터 선거구가 갑과 을로 나눠지기 시작한 지역구다. 갑은 김포 라베니체를 비롯한 한강신도시 동남부 일부를 관할한다. 을은 한강신도시 서부 지역과 대명항, 그리고 북한과 맞닿은 접경지대를 품고 있다.

체증 해법은?

김포시는 한강신도시 개발과 김포골드라인 신설 등으로 비교적 단시간에 변화가 일어났다. 이에 발맞춰 정치 지형 역시 급변하는 추세다. 지난 18·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이 강세를 보였지만 선거구가 분구된 20대 총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깁포갑에 승기를 꽂았다.

지난해 국민의힘이 ‘서울시 메가시티’ 담론을 화두에 올리면서 김포시가 격전지로 급부상했다. 사건의 발단은 김포시가 경기 북부로 편입되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에 반대하면서다. 당시 김포시에는 경기도로 편입되느니 차라리 서울시로 편입되겠다는 여론이 우세했다.

이 같은 민심을 파악한 국민의힘 김기현 전 대표 체제는 김포시를 서울시로 편입하는 ‘메가시티’ 추진을 당론으로 정했다. 주민 편의성을 높이고 국토 균형발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메가시티 추진에 탄력이 붙자 민주당은 김포시민이 오랫동안 바라던 ‘5호선 연장’ 카드로 급하게 맞불을 놨다. 인프라를 구축하기에 앞서 교통체증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김포시가 원하는 방향으로 5호선을 끌고 올 수 있을지의 여부다. 5호선 연장 사업의 노선을 두고 인천시와 김포시의 의견이 갈리기 때문이다. 인천시는 정류장을 검단신도시에 3개, 불로동에 1개를 설치하는 노선을 주장했다. 반면 김포시는 검단과 김포 경계에 있는 불로동에 각각 하나씩 설치하자는 입장이다.

해당 사업과 관련해 김포갑 현역인 민주당 김주영 의원은 “풍무2역과 김포경찰서역을 신설하고 인천 2호선과의 환승역으로 감정역이 반영된다면 굳이 지자체 노선안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며 “올해에는 5호선 연장 등 교통문제 해결에 중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메가시티 승부에 5호선 맞불
부동표 좇는 여야…현실성은?

김포골드라인 혼잡도 해결 방안도 쟁점이다. ‘골병라인’이라는 오명을 쓴 김포골드라인은 출퇴근 시간대에 혼잡도가 200%에 달한다. 따라서 정치색과 상관없이 “철도교통 이슈를 조속히 해결할 수 있는 당에 한 표를 던지겠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김포시의 ‘스윙보터’ 성향이 짙어지는 추세다.

따라서 이번 총선에서는 개개인의 정치 성향보다는 문제해결을 위한 공약이 중요할 전망이다. 현재 김포시 갑과 을은 모두 민주당이 깃발을 꽂았지만 추후 민심의 풍향계가 어디를 향할지는 미지수다.

총선을 3개월 앞두고 국민의힘이 또다시 메가시티를 띄우면서 긍정적 여론을 만드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메가시티와 관련해 “우리 당이 굉장히 진지하고 구체적인 정책으로 고려하고 있다”며 “정책으로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정책의 실현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반박하는 자세로 맞섰다. 서울시 사정에 밝은 한 민주당 의원은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반짝 지지율을 끌어 올리기 위해 무리하게 추진하다가는 탈이 난다”며 “결국 메가시티는 총선이 지나면 버려질 카드”라고 선을 그었다.

김포갑은 선거구가 분리된 20대 총선부터 민주당이 승기를 잡았다. 이때 민주당 김두관 의원은 59.30%를 득표해 40.69%를 얻은 새누리당 김동식 후보를 가볍게 누르고 당선됐다.

21대 선거서 김 의원은 양산으로 차출됐고 김주영 전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전략 공천됐다. 당시 김주영 후보의 상대는 미래통합당 박진호 후보였다. 투표 결과 김 후보가 52.88%를 얻으면서 박 후보를 14.39%p로 따돌렸다.

이처럼 민주당이 연달아 깃발을 꽂은 김포갑에 최근 들어 국민의힘 후보가 하나둘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김포시는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이 아닌 만큼 메가시티 훈풍을 타고 국민의힘에게 ‘해볼만한 지역구’로 자리 잡았다는 평이 나온다.

김포갑 현역인 김 의원의 맞수로 박진호 김포갑 당협위원장이 거론된다. 이 밖에도 국민의힘 후보군으로 김민 전 데일리폴리정책연구소장과 유영록 전 민선 5·6기 김포시장이 물망에 올랐다. 친윤(친 윤석열)계로 꼽히는 김보현 전 부속실 선임행정관도 도전에 나선다.

민주당에서는 송지원 경기도당 청년위원회 부위원장이 총선 채비에 나섰다.

보수 후보 모여드는 ‘김포갑’
재선-현역 리턴매치 ‘김포을’

김포을은 반대 양상을 띤다. 김포갑과 달리 진보진영이 힘을 받던 곳이다. 분구 전에는 국민의힘 소속 유정복이 김포시장이 17대부터 19대까지 터를 지켰다. 이후 2014년 유 전 의원은 인천시장 출마를 위해 의원직을 사퇴했고, 공석은 같은 당 홍철호 전 의원이 채웠다.

홍 전 의원은 김포을서 19·20대 국회의원을 역임했지만 제21대 선거서 민주당 박상혁 의원에게 밀려 고배를 마셨다. 현재는 국민의힘 소속으로 김포을 지역구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다. 내년 총선을 통해 설욕전에 나설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홍 전 의원은 김포시에 메가시티 여론을 띄운 장본인이다. 그는 메가시티가 국민의힘 당론으로 정해지기 이전부터 ‘서울 편입 좋아요, 경기북도 편입 나빠요’라는 문구의 현수막을 지역구에 게재했다. 이에 맞서 현역인 박 의원은 ‘교통이 먼저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면서 5호선 연장안에 힘을 싣고 있다.

두 사람의 리턴매치가 예고된 가운데 민주당에서는 기경환 전 이재명 당 대표 후보 특별보좌역의 도전이 점쳐진다. 김준현 전 김포을지역위원장과 이회수 전 경기교통공사 사장 직무대행도 출마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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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민심을 얻기 위해 여야가 저마다 공약을 제시했지만 ‘깡통’에 그칠 수 있다는 회의적인 시선도 적지 않다. 메가시티의 경우 서울시 편입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농어촌 전형이 가능한 고촌읍과도 협상이 필요하다.

5호선 연장안 역시 단기간에 끝낼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김포시와 인천시의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만큼 첫 삽을 뜨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번 총선은 단순하게 ‘메가시티 VS 5호선’ 구도로 흘러가지 않을 가능성이 제시된다. 해결해야 할 문제는 뚜렷하지만 정치색은 다소 옅다. 김포 시민의 숙원을 속 시원하게 해결할 일꾼이 누가 될지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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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