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격전지를 가다> ‘정치 1번지’ 종로

이름만 불려도 존재감 ‘쑥’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4월10일 치러지는 제22대 국회의원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2024년을 기준으로 집권 3년 차를 맞이하는 윤석열정부와 거대 야당이 심판론을 펼치기 위한 이벤트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특히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종로에 양당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벌써부터 열기가 오르는 종로에 누가 출사표를 던질지 <일요시사>가 짚어봤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서 서울 22개 지역구 가운데 용산과 종로 두 곳에만 깃발를 꽂았다. 정부·여당이라는 타이틀에 비해 아쉬운 결과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종로 탈환에는 성공했다. 그만큼 국민의힘에게 있어 종로는 반드시 지켜야 할 지역으로 꼽힌다. 중요도가 높은 만큼 이곳을 차지하는 자가 총선 판세까지 주도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빅매치

매번 총선서 종로가 주목받는 이유는 해당 지역구가 대선주자나 원로급 정치인을 다수 배출했기 때문이다. 윤보선 전 대통령은 3·4·5대 동안 종로의 터줏대감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15대 종로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이 밖에도 종로에는 권력의 상징이었던 청와대를 비롯한 헌법재판소, 서울경찰청 등 주요 기관이 자리하고 있다. 이처럼 대한민국 정치의 상징성을 드러내는 만큼 총선 시기가 다가오면 여야 할 것 없이 덩치 있는 후보를 앞세운다.

지난 20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정세균 전 국회의장과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좋은 예다. 두 인물은 각각 19·20대와 21대 종로 국회의원을 지냈다. 당시 상대 후보는 오세훈 서울시장,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 홍사덕 전 국회부의장 등으로 쟁쟁한 경쟁을 벌였다.


종로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이 전 총리는 지난해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당내 경선 과정서 직을 내려놨다. 이후 보궐선거를 통해 국민의힘 최재형 후보가 52.09%인 4만9637표를 획득하면서 10년 만에 종로를 탈환했다. 2위는 무소속 김영종 후보(28.41%), 3위는 정의당 배복주 후보(15.32%)였다.

같은 해 6월에 치러진 종로구청장 선거서도 국민의힘 정문헌 후보가 이름을 올렸다. 여당이 쌍두마차 고삐를 바짝 쥐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에서는 내년 총선을 통해 종로를 되찾는 것이 정권 심판이라는 상징적 의미라고 내다봤다. 두 인물을 꺾을 만한 후보를 민주당서 내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탈환 나선 민주당 주자들은?
여당 꺾을 대물급 후보 누구?

현재 종로에 출마할 가능성이 큰 민주당 인사는 노 전 대통령의 사위이자 현재 종로지역위원장인 곽상언 변호사다.

곽 변호사는 줄곧 공익 변호 활동 등 정치가 아닌 개인 분야에 집중해왔다. 그러던 중 지난 21대 총선서 정계 입문 의사를 밝힌 뒤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 정치인으로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종로 지역위원장에 지원하면서 수도권으로 터를 옮겼다.

만일 곽 변호사가 총선에 승리하게 된다면 노 전 대통령에 이어 종로에 나란히 깃발을 꽂는 셈이다.

지난 6월 미국 유학을 마치고 ‘못다 한 책임을 다하겠다’며 돌아온 이 전 총리가 다시 종로에 뛰어들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이 전 총리는 지난 7월,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만찬회동을 가진 뒤 종로에 비공식 선거사무실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도 그는 각종 지역을 순회하며 북 콘서트를 여는 등 꾸준한 정치 행보를 보였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이 전 총리가 총선 준비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견해를 내놨다.

다만 종로 사무실은 대선을 위한 일종의 ‘시작점’이란 해석에 힘이 쏠리면서 이 전 총리가 내년 총선은 건너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름이 거론되는 인물도 있다. 김부겸 전 총리와 이 대표 등이다. 민주당에서는 정치적 행보가 잠잠한 김부겸 전 총리도 하마평에 올리는 모양새다. 비록 출마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민주당을 위해 한자리를 꿰찰 것이란 게 일부 민주당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이 대표의 종로 출마 시나리오는 민주당 안민석 의원으로부터 시작됐다. 안 의원이 한 라디오를 통해 “이 대표가 종로 지역구로 출마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다. 그는 이 대표가 인천 계양이 아닌 종로에 출마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당을 위해 고군분투함으로써 정치적 위상을 격상시켜야 한다는 설명이다.

스타 장관부터 전 총리까지
거센 치맛바람 휘날릴 수도

이 밖에도 5선 의원을 지낸 민주당 이종걸 전 의원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잠재적 출마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듯 민주당 내에서 대물급 주자들이 언급되는 만큼 국민의힘에서도 이와 맞먹는 인물들을 명단에 올리기 시작했다.

현재 국민의힘에서는 현역으로 뛰고 있는 최 의원이 재선에 도전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큰 소란 없이 주어진 일을 수행해온 만큼 특별한 리스크가 없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여당이 잠룡들을 종로로 내보낼 경우 최 의원의 재선 가능성은 불투명할 것으로 점쳐진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스타 장관’으로 불리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출마를 내심 기대하는 모양새다. 대통령의 핫라인이자 차기 대선주자급으로 평가받는 만큼 둘 중 하나라도 내보내야 종로를 지킬 수 있다는 해석이다.

원 장관은 ‘김건희-양평고속도로 특혜’와 ‘문재인정부 집값 통계 조작’ 논란 등 민감한 사안에 맞서 싸우고 있다는 점에서 여당의 지지를 받는다. 특히 지난 10일 시작한 국정감사를 통해 총선을 앞두고 존재감을 키울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한 장관은 지난해 지명될 때부터 ‘윤 대통령 황태자’로 불린 인물이다. 올해 말까지 몸집을 키운 뒤 내년 총선을 통해 본격 정치인으로 데뷔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하지만 최근 이 대표에 관한 구속영장 기각에 따른 ‘탄핵 후폭풍’이란 리스크를 총선 직전까지 털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두 장관 모두 출마에 관한 공식 입장을 밝힌 적은 없다. 정부·여당이 내세우는 ‘이슈 메이커’인 만큼 입소문만으로 총선 판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주길 바라는 눈치다. 둘 중 한 명이라도 종로를 거쳐 차기 대권주자로 발돋움한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당내에 긍정적인 영향을 끌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몸풀기

종로는 후보자 명단 마감 직전까지 현안이 시시각각 변하는 지역인 만큼 인내심을 가지고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해설이다. 게다가 최근 당의 개혁을 강조하기 위한 ‘중진 험지 출마론’이 고개를 들면서 양당 모두 복잡한 셈법에 들어갔다. 12월 정기국회를 마친 후 당내 교통정리가 시작되는 대로 후보들의 거취가 정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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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로 열린 윤영호 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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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를 둘러싼 정치권 로비·금품 제공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이른바 ‘통일교 특검’이 본궤도에 올랐다. 여야는 통일교의 정치권 금품 지원 의혹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법을 각자 발의한 뒤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김은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만나 이같이 합의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31일 “2차 종합특검, 통일교·신천지 특검(법의 국회 통과)을 설(내년 2월17일) 연휴 전에 반드시 마무리짓겠다”고 밝혔다. 정치인 줄줄이 특검 수사의 초점은 정치인 개개인의 비위 여부를 넘어, 통일교가 어떻게 조직적으로 정치권에 접근해 정책·인사·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살펴볼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이나 뇌물 제공이 있었는지 여부도 핵심이다. 수사선상에는 통일교 지도부와 핵심 실무 라인은 물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실명이 거론된 정치권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종교의 이름’으로 포장된 정치 로비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특검은 출범과 동시에 통일교 내부 자금 흐름과 의사결정 구조를 정밀 추적하고 있다. 수사의 출발점은 통일교 고위 간부였던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진술과 관련된 자료다. 윤 전 본부장은 검찰·경찰 조사 과정에서 “정치권 인사들에게 현금과 고가 물품이 전달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 진술의 신빙성을 가리기 위해 통일교 본부 및 산하 단체 회계, 자금 집행 내역, 내부 문건을 대거 확보해 분석 중이다. 통일교 측은 “조직 차원의 불법 지시는 없었다”며 일부 인사의 개인적 일탈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으나, 특검은 지도부 보고·승인이 있었는지 여부를 핵심 쟁점으로 보고 있다. 이번 특검이 주목받는 이유는 수사의 외연이 정치권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와 수사 과정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전·현직 의원, 광역단체장, 정부 인사들의 이름이 잇따라 등장했다. 민주당에서는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임종성 전 의원, 강선우 의원,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의 이름이 언론 보도에서 거론됐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성동 의원, 김규환 전 의원 등이 수사 관련 기사에 등장했다. 이들 대부분은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거나 “통일교와의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이었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특검은 진술과 물증을 대조해 사실관계를 가려내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계열에서 가장 먼저 거론된 인물은 전 전 장관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2018년 전후 통일교 고위 인사로부터 현금 또는 고가 물품을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이 수사 과정에서 나왔다. 여야 각자 특검법 발의 후 협의키로 여야 막론 정교 유착 전모 밝혀지나 해당 의혹은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을 통해 처음 알려졌고, 이후 경찰과 특검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핵심 쟁점은 실제 금품 전달 여부와 함께, 당시 전 전 장관의 직무와 관련된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전 전 장관은 관련 보도 직후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해 오고 있다. 같은 당의 임 전 의원 역시 통일교 정치권 로비 의혹 명단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의 경우 구체적인 금액이나 전달 시점이 특정되지는 않았지만, 통일교 측이 “여야 정치인 다수에게 자금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과정에서 실명이 언급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특검이 임 전 의원을 포함한 인사들에 대해 소환 조사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쟁점은 통일교와의 관계가 단순한 접촉 수준이었는지, 아니면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하는 금품수수로 이어졌는지다. 임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도됐다. 강 의원은 금품수수보다는 ‘접촉·관리 대상’ 의혹으로 이름이 거론됐다. 보도된 통일교 관계자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언급에서 강 의원의 이름이 등장했다는 내용이 전해지면서다. 해당 보도들은 통일교 측이 정치권 인사들을 분류·관리하며 접근 전략을 세웠다는 의혹을 전하는 맥락에서 강 의원을 언급했다. 현재까지 강 의원과 관련해 현금이나 물품 제공 정황이 확인됐다는 보도는 없다. 그는 통일교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전면 부인했다. 노 전 실장 역시 통일교 인사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문건에서 이름이 언급됐다는 언론 보도로 연관 의혹이 제기됐다. 그의 경우도 금품수수 의혹보다는, 통일교가 ‘영향력 있는 정치·권력 인사’로 인식하고 접촉을 시도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노 전 실장 측은 통일교와의 불법적 관계나 금품수수는 없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 의원이 통일교 특검 국면에서 가장 무겁게 거론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이 권 의원에게 정치자금 또는 현금 성격의 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압수수색이나 계좌 추적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권력 과시 여야 통일? 쟁점은 자금이 실제로 전달됐는지, 전달됐다면 정치자금으로 신고됐는지, 그리고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권 의원 측은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통일교 측이 관리·접촉 대상으로 삼았던 정치인 명단 관련 보도에서 이름이 등장했다. 그의 경우도 구체적인 금품 전달 사실이 확인됐다는 보도보다는,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접점 인사’로 분류됐다는 정황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수사기관은 통일교 자금과의 실질적 연결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했다. 이들 사례를 시기별로 정리하면 공통적인 흐름이 드러난다. 2018년 전후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로비를 담당하는 실무·재정 라인이 가동됐다는 진술이 나오고, 2022년 이후 통일교 지도부 관련 사건이 불거지면서 과거 정치권 접촉 내역이 재조명됐다. 2024~2025년에는 경찰 수사와 특검 출범을 계기로 통일교 고위 인사 진술, 녹취, 내부 문건 일부가 언론에 공개되며 정치인 실명 보도가 잇따랐다. 의혹의 유형을 나누면 세 가지로 첫째, 전재수·권성동처럼 현금 또는 정치자금 성격을 띤 자금 제공 의혹이 직접 제기된 경우다. 둘째, 임종성처럼 통일교 측 진술에서 ‘자금 전달 대상’으로 언급됐으나 구체성이 아직 부족한 경우다. 셋째, 강선우·노영민·김규환처럼 통일교 내부 녹취나 문건에서 ‘접촉·관리 대상’으로 거론된 경우다. 특검은 이 세 유형을 종합해 통일교의 정치권 접근이 우발적이었는지, 아니면 계획적·조직적이었는지를 판단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특검의 법적 판단은 몇 가지 체크 리스트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자금 또는 물품이 실제로 정치인 또는 그 측근에게 전달됐는지에 대한 물증(계좌 흐름, 현금 출처, 구매 내역)이 확보되는지 여부다. 줬다는데 안 받았다 또 해당 정치인의 직무와 관련된 청탁이나 편의 제공 요구가 있었는지, 즉 대가성이 입증되는지다. 이어 자금이 개인 차원의 일탈이 아니라 통일교 지도부 또는 조직의 승인·묵인 아래 이뤄졌는지 여부다. 또 정치자금으로 볼 경우 신고 누락이 있었는지, 뇌물로 볼 경우, 공소시효와 구성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다. 현재까지 통일교 특검에서 거론된 정치인들과 관련한 보도는 모두 ‘의혹 제기’ 또는 ‘수사 진행 상황’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특검이 이 사안을 개별 정치인의 문제로 보지 않고, 종교단체가 정치권을 상대로 벌인 장기적 로비 구조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 소환과 기소 여부에 따라 파장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특검이 향하는 끝이 어디인지, 그리고 정치권 전반의 신뢰 문제로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검 수사의 또 다른 축은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를 둘러싼 고가 선물 수수 의혹이다. 통일교 측이 명품 가방과 귀금속 등을 전달하며 각종 편의를 기대했다는 의혹이다. 이 사안은 정치인 대상 로비와는 별도의 트랙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특검은 통일교 지도부가 동일한 자금·조직 라인을 활용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며, 두 사건을 구조적으로 연결해 보고 있다. 특검이 들여다보는 ‘로비 방식’은 전통적인 봉투 전달에 국한되지 않는다. 통일교 및 연계 단체들은 국제회의, 평화 포럼, ‘평화대사’ 위촉 행사 등을 통해 정치인과의 접점을 넓혀 왔다. 문제는 이 같은 공식 행사 뒤편에서 현금·물품 제공이나 정치적 대가성 요구가 있었는지다. 특검은 행사 전후 일정, 면담 기록, 수행 인력 동선, 통신 기록 등을 종합 분석해 접촉의 성격을 규명하고 있다. 특히 정치자금법상 신고되지 않은 후원이거나, 직무 관련성이 인정될 경우 청탁금지법·뇌물죄 적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린다. 여야 모두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파장 관리에 고심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하나같이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 레퍼토리 반복···한 입서 나온 증언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불법이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원칙론을 내세웠다. 여권과 야권 일각에서는 “특검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경계론도 제기된다. 그러나 특검 수사 대상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확대되면서, ‘편파 수사’ 논란은 힘을 잃는 분위기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특검의 성패가 ‘대가성 입증’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한 친분 관계나 종교 행사 참석만으로는 처벌이 어렵고, 금품 제공과 구체적 직무 행위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자금법 위반의 경우 공소시효 문제도 변수로 작용한다. 특검이 초기부터 강제수사에 나선 배경에는 이 같은 시간적 제약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통일교 특검은 한국 정치사에서 반복돼온 ‘종교-정치 유착’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종교의 자유와 정치의 독립성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어디에서 충돌하는지, 그 경계선을 명확히 그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수사가 개인 처벌에 그칠지, 아니면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통일교 특검이 던진 질문은 “정치가 누구의 돈과 조직에 의해 움직였느냐?”다. 특검의 칼끝이 어디까지 향할지, 그 결과가 한국 정치의 신뢰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핵심 피고인·피의자로는 통일교 지도부(한학자 총재)와 통일교 고위 간부(윤영호 전 세계본부장) 등이 거론된다. 한 언론은 특별검사팀 발표를 인용해 한 총재가 통일교 자금의 유용 및 증거인멸 지시, 정치자금법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됐고, 김건희(전 영부인)씨 및 권 의원(국민의힘) 등에게 전달된 것으로 의심되는 금품·자금이 수사의 초점이라고 전했다. 특히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은 2022년 1월 권 의원에게 1억원을 제공했다는 의혹, 2022년 7월 김씨에게 명품 등을 제공했다는 의혹 등이 ‘수사기관 주장’으로 적시돼있으며, 당사자들은 부인 취지 입장을 밝혀왔다. 로비 자금의 ‘규모’ 논란을 키운 장면은 통일교 핵심 시설(가평 천정궁) 압수수색 과정에서 거액 현금이 발견됐다는 보도였다. <MBC>는 특검 압수수색 당시 한학자 총재 개인 금고에서 외화 포함 약 280억원 상당 현금이 확인됐다며, 이 돈이 통일교 회계와 별개로 관리된 자금이라는 점 때문에 ‘정치권 로비 자금’ 의심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2022년 지방선거 전후 ‘정치 후원금’ 형태의 지원 의혹으로는, 법정 진술을 인용해 유상범 의원(국민의힘), 백경현(경기 구리시장), 김진태(강원도지사) 등의 이름과 액수가 거론됐다고 알려졌다. 또 나온 김건희 통일교 로비 의혹의 ‘작동 방식’으로 자주 지목되는 것은 산하·연계 조직의 외피를 통한 접점 확보다. 예컨대 UPF(천주평화연합) 같은 NGO 성격 단체가 각종 국제 행사(월드서밋 등)를 주최하고, ‘평화대사’ 위촉 등으로 정치인·지자체 관계자·지역 인사들과의 네트워크를 확장해 왔다는 설명이 반복된다. UPF가 권역을 나눠 주요 인사를 접촉·관리하는 구조였다는 의혹을 전하며, 자금 집행과 조직적 접촉이 실제 정치자금 제공이나 청탁과 연결됐는지가 수사의 핵심이라고 짚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