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격전지를 가다> ‘정치 1번지’ 종로

이름만 불려도 존재감 ‘쑥’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4월10일 치러지는 제22대 국회의원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2024년을 기준으로 집권 3년 차를 맞이하는 윤석열정부와 거대 야당이 심판론을 펼치기 위한 이벤트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특히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종로에 양당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벌써부터 열기가 오르는 종로에 누가 출사표를 던질지 <일요시사>가 짚어봤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서 서울 22개 지역구 가운데 용산과 종로 두 곳에만 깃발를 꽂았다. 정부·여당이라는 타이틀에 비해 아쉬운 결과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종로 탈환에는 성공했다. 그만큼 국민의힘에게 있어 종로는 반드시 지켜야 할 지역으로 꼽힌다. 중요도가 높은 만큼 이곳을 차지하는 자가 총선 판세까지 주도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빅매치

매번 총선서 종로가 주목받는 이유는 해당 지역구가 대선주자나 원로급 정치인을 다수 배출했기 때문이다. 윤보선 전 대통령은 3·4·5대 동안 종로의 터줏대감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15대 종로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이 밖에도 종로에는 권력의 상징이었던 청와대를 비롯한 헌법재판소, 서울경찰청 등 주요 기관이 자리하고 있다. 이처럼 대한민국 정치의 상징성을 드러내는 만큼 총선 시기가 다가오면 여야 할 것 없이 덩치 있는 후보를 앞세운다.

지난 20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정세균 전 국회의장과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좋은 예다. 두 인물은 각각 19·20대와 21대 종로 국회의원을 지냈다. 당시 상대 후보는 오세훈 서울시장,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 홍사덕 전 국회부의장 등으로 쟁쟁한 경쟁을 벌였다.

종로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이 전 총리는 지난해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당내 경선 과정서 직을 내려놨다. 이후 보궐선거를 통해 국민의힘 최재형 후보가 52.09%인 4만9637표를 획득하면서 10년 만에 종로를 탈환했다. 2위는 무소속 김영종 후보(28.41%), 3위는 정의당 배복주 후보(15.32%)였다.

같은 해 6월에 치러진 종로구청장 선거서도 국민의힘 정문헌 후보가 이름을 올렸다. 여당이 쌍두마차 고삐를 바짝 쥐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에서는 내년 총선을 통해 종로를 되찾는 것이 정권 심판이라는 상징적 의미라고 내다봤다. 두 인물을 꺾을 만한 후보를 민주당서 내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탈환 나선 민주당 주자들은?
여당 꺾을 대물급 후보 누구?

현재 종로에 출마할 가능성이 큰 민주당 인사는 노 전 대통령의 사위이자 현재 종로지역위원장인 곽상언 변호사다.

곽 변호사는 줄곧 공익 변호 활동 등 정치가 아닌 개인 분야에 집중해왔다. 그러던 중 지난 21대 총선서 정계 입문 의사를 밝힌 뒤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 정치인으로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종로 지역위원장에 지원하면서 수도권으로 터를 옮겼다.

만일 곽 변호사가 총선에 승리하게 된다면 노 전 대통령에 이어 종로에 나란히 깃발을 꽂는 셈이다.

지난 6월 미국 유학을 마치고 ‘못다 한 책임을 다하겠다’며 돌아온 이 전 총리가 다시 종로에 뛰어들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이 전 총리는 지난 7월,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만찬회동을 가진 뒤 종로에 비공식 선거사무실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도 그는 각종 지역을 순회하며 북 콘서트를 여는 등 꾸준한 정치 행보를 보였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이 전 총리가 총선 준비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견해를 내놨다.

다만 종로 사무실은 대선을 위한 일종의 ‘시작점’이란 해석에 힘이 쏠리면서 이 전 총리가 내년 총선은 건너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름이 거론되는 인물도 있다. 김부겸 전 총리와 이 대표 등이다. 민주당에서는 정치적 행보가 잠잠한 김부겸 전 총리도 하마평에 올리는 모양새다. 비록 출마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민주당을 위해 한자리를 꿰찰 것이란 게 일부 민주당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이 대표의 종로 출마 시나리오는 민주당 안민석 의원으로부터 시작됐다. 안 의원이 한 라디오를 통해 “이 대표가 종로 지역구로 출마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다. 그는 이 대표가 인천 계양이 아닌 종로에 출마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당을 위해 고군분투함으로써 정치적 위상을 격상시켜야 한다는 설명이다.

스타 장관부터 전 총리까지
거센 치맛바람 휘날릴 수도

이 밖에도 5선 의원을 지낸 민주당 이종걸 전 의원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잠재적 출마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듯 민주당 내에서 대물급 주자들이 언급되는 만큼 국민의힘에서도 이와 맞먹는 인물들을 명단에 올리기 시작했다.

현재 국민의힘에서는 현역으로 뛰고 있는 최 의원이 재선에 도전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큰 소란 없이 주어진 일을 수행해온 만큼 특별한 리스크가 없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여당이 잠룡들을 종로로 내보낼 경우 최 의원의 재선 가능성은 불투명할 것으로 점쳐진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스타 장관’으로 불리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출마를 내심 기대하는 모양새다. 대통령의 핫라인이자 차기 대선주자급으로 평가받는 만큼 둘 중 하나라도 내보내야 종로를 지킬 수 있다는 해석이다.

원 장관은 ‘김건희-양평고속도로 특혜’와 ‘문재인정부 집값 통계 조작’ 논란 등 민감한 사안에 맞서 싸우고 있다는 점에서 여당의 지지를 받는다. 특히 지난 10일 시작한 국정감사를 통해 총선을 앞두고 존재감을 키울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한 장관은 지난해 지명될 때부터 ‘윤 대통령 황태자’로 불린 인물이다. 올해 말까지 몸집을 키운 뒤 내년 총선을 통해 본격 정치인으로 데뷔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하지만 최근 이 대표에 관한 구속영장 기각에 따른 ‘탄핵 후폭풍’이란 리스크를 총선 직전까지 털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두 장관 모두 출마에 관한 공식 입장을 밝힌 적은 없다. 정부·여당이 내세우는 ‘이슈 메이커’인 만큼 입소문만으로 총선 판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주길 바라는 눈치다. 둘 중 한 명이라도 종로를 거쳐 차기 대권주자로 발돋움한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당내에 긍정적인 영향을 끌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몸풀기

종로는 후보자 명단 마감 직전까지 현안이 시시각각 변하는 지역인 만큼 인내심을 가지고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해설이다. 게다가 최근 당의 개혁을 강조하기 위한 ‘중진 험지 출마론’이 고개를 들면서 양당 모두 복잡한 셈법에 들어갔다. 12월 정기국회를 마친 후 당내 교통정리가 시작되는 대로 후보들의 거취가 정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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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