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준연대’ 몸값 올리는 막후 세력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아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낙연 전 총리의 신창 창당이 가시권에 돌입했다. 한발 앞서 창당을 선언한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와 나란히 언급되면서 무수히 많은 물음표를 낳았다. ‘내부 저격수’ 외에 교집합이 없는 두 사람이 함께 그려나갈 그림이 전혀 예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일까? 새로운 보금자리를 틀겠다며 큰 목소리를 치는 건 결국 몸값을 올리기 위한 ‘간 보기’에 그칠 것이란 회의적인 시선도 적지 않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 할 것 없이 창당설이 우후죽순 솟아나면서 폭풍전야 기운이 감지된다. 국민의힘 내 창당 선발주자는 이준석 전 대표다.

최근 이 전 대표가 신당 준비에 박차를 가하면서 탈당 가능성이 기정사실화됐다. 이 전 대표가 선언한 마지노선은 오는 27일이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과 당정관계에 변화가 없을 경우 국민의힘을 떠나 새로운 당을 꾸리겠다고 줄곧 예고해왔다.

힘 받는
창당설

이 전 대표는 지난달부터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지지자 연락망 구축에 나섰다. 본격적으로 세 모집에 나서는 동시에 함께할 인사를 모으기 위한 작업으로 풀이된다. 최근에는 온라인을 통해 총선 출마 희망자도 모집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를 지낸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야당의 신당 창당 후발주자로 뛰어들면서 단숨에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굵직한 두 사람이 비슷한 시기에 움직이자 자연스레 이목이 쏠린 것이다.

이 전 총리가 신당 창당을 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시점은 이달 초 민주당 강성 지지자의 출당 요구를 받으면서다. 지난 3일, 민주당 청원 홈페이지인 국민응답센터에는 이 전 총리를 ‘당내 통합 장애물’로 칭하며 “더는 민주당에 둘 수 없다”는 글이 게시됐다.

작성자는 “77.7% 당원이 뽑은 이재명 대표를 통해 민주당 당원은 총선을 치르길 원한다”며 “이낙연은 민주당에 있을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청원글에 따르면 올해 3월에 7만명이 넘는 당원들이 이 전 총리에 관한 영구 제명 청원을 넣었지만, 이 대표가 통합의 차원으로 이를 무마시켰다. 그런데도 연일 ‘이재명 때리기’에 나서자 강성 지지자들의 분노를 산 것으로 풀이된다.

작성자는 “이제 당내 통합을 저해하는 이낙연 당신을 향한 당원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 더 이상 민주당에 둘 수 없다”며 “민주당은 당원들의 민주당인데 당신이 무엇인데 선출로 뽑은 당 대표의 거취를 결정하는가”라고 으름장을 놨다. 해당 청원은 이틀 만에 약 1만5000명의 동의를 얻었다.

앞서 이 전 총리는 일주일에 두세 번 법원에 출석하는 이 대표를 향해 “‘이런 상태로 총선을 치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은 당연히 함 직하다”며 사법 리스크를 정조준했다.

한 라디오에서는 “민주당이 상당히 많이 변했고 많이 낯설어졌다”며 참담함을 느낄 지경이라고 직격했다. 당내 민주주의가 시들어가고 다양성이 보장되지 않는 점을 꼬집은 셈이다.

이낙연·이준석 저격수끼리 뭉친다?
기상천외한 조합…가능성은 ‘글쎄’

총선을 앞두고 계파 갈등의 조짐이 보이자 이 대표가 진압에 나섰다. 문제의 소지가 된 탈당 청원글을 삭제하도록 직접 지시했으며 이 전 총리와의 만남도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 전 총리가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불발할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이 전 총리는 민주당과 이 대표가 변화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언제든 응하겠지만, 단순한 사진 촬영을 위해서라면 만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신당을 창당할 계획이 있는지’에 관한 언론의 질문에는 “머지않아 결정될 것”이라며 해석의 여지를 남겨뒀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던 이 전 총리가 최근 마음을 굳히면서 본격적으로 내홍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지난 13일 SBS에 출연해 신당을 창당하겠다는 의사를 공식화했다. 내년 총선서 원내 제1당을 목표로 연대를 추진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 전 총리는 실제로 신당을 창당할 것인지에 관한 진행자의 질문에 “예”라고 짧게 답한 뒤 “절망하는 국민께 작은 희망이나마 드리고 말동무라도 돼 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창당 진행 단계에 관해 “아주 실무 작업의 초기 단계”라며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애를 많이 쓰고 계실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새해 초에 새 희망과 함께 말씀드리겠다”며 이전보다 구체적인 계획을 밝혔다.

이 전 총리와 이 전 대표가 비슷한 시기에 새로운 물꼬를 튼 셈이다. 두 물줄기가 하나로 이어질지가 정치권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 전 대표는 이 전 총리와의 만남에 긍정적인 의견을 비쳤다. 이른바 ‘낙준연대’에 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입장이다.

이 전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낙연 전 대표는 민주당서 활동하신 이력 등을 볼 때 이재명 대표보다 더 민주당에 가까운 인사”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큰 틀을 벗어나는 것에 많은 고민이 있으실 거고, 큰 정치인이 움직일 때는 명분을 아주 크게 가져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야연대
나비효과

이 전 총리는 대선주자로 나섰던 인물인 만큼 향후 거취를 정하는 데 있어 섣불리 움직이지 않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만일 두 사람이 손을 잡는다면 각각 TK(대구·경북)와 호남을 기반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여야 어느 쪽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무당층 비율이 30%에 달하는 만큼 중도 세력을 ‘쌍끌이’하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문제는 두 사람의 정치 기반이 탄탄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친낙(친 이낙연)계로 알려진 이병훈 의원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신당에 참여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오히려 “제1야당인 민주당의 분열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 전 총리의 신당 창당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민주당 텃밭으로 분류되는 광주서도 큰 호응을 얻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대선서 이 대표의 발목을 잡은 ‘대장동 사건’을 이 전 총리가 의도적으로 흘렸다는 의혹 역시 떨쳐내야 할 과제다. 당시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서 한차례 곤욕을 치렀던 만큼 호남서 긍정적인 시그널을 이끌어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 대표의 경우 TK서 ‘비호감’으로 낙인이 찍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대구는 특히 다른 지역보다 의리가 강한 면이 있는데, 이곳에서 한 번 배신자로 찍히면 얼굴 들고 다니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하물며 당에서 ‘내부총질’ 소리를 들었던 이준석 전 대표가 이쪽을 노린다는데, 어디서 나왔는지 모를 자신감”이라며 다소 냉소적인 의견을 보탰다.

이낙연·이준석 조합이 뚱딴지같다는 평도 적지 않다. 둘은 각각 여야의 대표를 지내는 등 인지도가 있는 인물이다. 한때 당을 대표했던 만큼 정치 이념서 엇갈리는 지점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한쪽의 지지자가 다른 한쪽의 이념을 지지할 가능성 역시 미지수다.

신당을 창당하는 목적과 방향성도 사뭇 다르다. 이 전 대표는 윤정부를 향한 비판을, 이 전 총리는 민주당의 회복에 방점을 찍었다. 중도 세력을 흡수하기 위함이라는 목적을 제외한다면 이들의 교집합이 확장될 가능성은 매우 적다. 누구 하나 자신 있게 나서서 손을 내밀지 못하는 이유기도 하다.

성급했나?
흐릿한 노선

낙준연대는 이 전 대표만의 희망 사항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짧은 기간 동안 이 전 총리의 뉘앙스가 여러 번 바뀌면서다.

당초 이 전 총리는 창당이 가시화되기 이전부터는 이 전 대표와의 만남에는 선을 그었지만,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때가 되면 만날 것”이라며 초반보다는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긍정적인 메시지에 이 전 대표 역시 “만날 준비가 됐다”며 화답의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이 전 총리가 또다시 선을 긋는 듯한 모습을 취하면서 낙준연대 성사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 최근에는 이 전 총리가 새로운선택 금태섭 대표와 한국의희망 양향자 대표를 향해 우호적인 메시지를 보내면서 정치권의 스포트라이트가 이 전 대표를 벗어났다는 평이 나온다.

결국에는 총선을 앞두고 제 몸값을 불리기 위해 서로의 유명세를 빌리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가장 뜨거운 주목을 받는 지금, 넘어갈 듯 말 듯 한 줄다리기를 하면서 당 지도부 간 보기에 그칠 것이란 설명이다.

다만 이 전 총리는 민주당 ‘원로’에 가까운 만큼 어떤 선택을 하든 적잖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과거 꾸준히 언급됐던 제3지대 인물들과 비교했을 때 정치적 무게가 다르기 때문이다.

속도감 있는 행보를 두고 당내 친·비명을 막론하고 민주당의 분열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지도부를 대신하듯 이 전 총리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키우는 이들도 있다. 총선을 앞두고 원팀으로 똘똘 뭉쳐 윤정부와 맞서 싸워도 모자랄 판에 새로운 둥지를 틀고 날아가 버리는 건 무책임한 행동이라는 뜻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민주당 내 다른 목소리가 수용되지 않는다는 문제점은 많이들 지적하지만, 이를 풀어가는 방식이 잘못됐다”며 이 전 총리의 개혁 방식을 꼬집고 나섰다. 그는 “당의 원로이고 당 대표도 지내셨다. 문재인정부의 총리까지 지셨던 분인데 당내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민주당을 떠나려는 건 올바른 길이 아니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총리까지 하신 분이 굳이 왜?”
서서히 붙는 ‘배신자’ 꼬리표

이 전 총리를 향해 연일 날을 세우고 있는 민주당 김민석 의원은 “정치인 이낙연의 정체성은 무엇이냐. 내일도 신당 얘기를 할 거면 오늘 당장 나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 덕으로 평생 꽃길을 걸은 분이 왜 당을 찌르고 흔드냐”며 “신당을 할 거면 안에서 흔들지 말고 나가서 하는 것이 최소한의 양식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검찰 독재의 협조자로 기록되실 거냐. 이 전 대표는 ‘사쿠라’ 노선을 포기하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사쿠라는 벚꽃을 뜻하는 일본어로 정치권에선 ‘배신자’를 뜻한다.

혁신계 모임 ‘원칙과상식’을 이끄는 이원욱 의원조차 “매우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그는 “숨 고르기가 좀 필요한데 갑자기 링에 뛰어들어서 100m 질주를 하고 계신 것 같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처럼 이 대표 체제와 결을 달리하는 이들조차 선뜻 민주당을 떠나 신당에 합류할 가능성이 적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국민의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과거 이 전 대표가 윤 대통령을 향해 ‘양두구육’이라고 일침을 가했지만, 지금의 이 전 대표 역시 “창당을 위해 양머리를 내걸고 개고기를 판매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 전 총리가 “큰 줄거리를 함께하겠다”고 밝힌 새로운선택 측 역시 중립적인 태도를 지키고 있다.

새로운선택 관계자는 “금 대표는 양당의 문제점과 문제의식을 느낀 분이라면 언제든 대화할 준비가 돼있다”면서도 “이 전 총리가 연대의 가능성을 비쳤지만 실제로 어떤 생각이고, 또 어디까지 함께할 수 있는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낙준연대의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중도 세력을 끌어오는 데 실패한다면 미미한 성과에 그치는 것은 물론 ‘명분도 실리도 없는 신당’이라는 비판은 불가피하다.

‘낙장불입’
그 결과는?

지금까지는 이 전 총리와 이 전 대표가 서로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양당의 지도부가 안심하기엔 이르다. 다음 해 총선까지 채 반년도 남지 않았지만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힌 여의도의 판을 뒤집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두 사람은 연일 신당 창당에 힘을 실으며 스스로 퇴로를 끊어내고 있다. 지금의 선택이 신의 한 수가 될지 자충수로 전락할지 양쪽의 귀추가 주목된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어색한 삼자대면?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이낙연 전 총리 이외에도 정세균·김부겸 전 총리와의 회동 추진에 나섰다.

‘이낙연 신당’ 파장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문재인 3총리’의 연대 가능성이 제기됐고, 이에 따른 당내 갈등을 사전에 수습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치권에 따르면 정 전 총리는 이 대표와의 만남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이·김 전 총리와는 오는 18일 예정된 다큐멘터리 영화 시사회를 계기로 삼자대면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 전 총리가 연일 선을 긋고 있는 만큼 3총리와의 회동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지는 미지수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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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