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민주당 비대위설 막전막후

총선까지 마지막 한 고비 남았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8·9·10월에 걸쳐있던 더불어민주당 위기론이 고개를 들었다가 수그러들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진교훈 강서구청장 후보가 당선됐기 때문이다. 연달아 호재가 터지면서 당내 축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 기세를 몰아 유력하게 거론됐던 ‘민주당 12월 비대위 전환설’을 무사히 잠재울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지난달 18일, 검찰은 ‘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을 묶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같은 달 21일,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 가결로 막을 내렸다. 이후 27일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배제할 정도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손내민
이재명

민주당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검찰을 향해 반격에 나섰다. 이 대표의 정치 생명에 다시 불이 지펴졌다는 평이 나온다.

하지만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진 것으로 예상되는 비명(비 이재명)계를 둘러싸고 당내 파열음이 터져 나왔다. 숙청과 화합이라는 선택지를 두고 양쪽의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다음 날인 지난달 22일 최고위원회의서 “용납할 수 없는 해당 행위”라며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구속영장이 기각된 당일에는 “검찰과 한통속이 돼 이 대표 구속을 열망했던 민주당 가결파 의원들도 참회하고 속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일에는 자신의 SNS를 통해 “고름은 살이 되지 않는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등 강경 발언을 이어갔다. 가결파에는 공천 불이익을 줄 것이라는 여론까지 형성했다.

그러자 비명계도 크게 반발했다. 오히려 가결표를 던진 것이 민주당의 숙원이었던 ‘방탄 정당’ 이미지를 탈피하는 데 도움을 줬다는 것이다.

이들을 화합의 길로 이끈 것은 다름이 아닌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였다. ‘미니 총선’으로 불렸던 선거서 민주당이 두 자릿수가 넘는 득표율 차이로 이기면서 ‘정부·여당 심판’이라는 통일된 목적이 생겼다.

지난 11일 치러진 보궐선거는 여의도 안팎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총선 전, 수도권 민심을 알아볼 수 있는 마지막 선거인 만큼 이례적으로 주목받았다. 민주당은 진교훈 문재인정부 마지막 경찰청 차장을 후보로 내보냈다. 국민의힘에서는 공무상 비밀 누설로 강서구청장직을 상실했다가 사면받은 김태우 후보가 나섰다.

단식 후 회복하기 위해 병원에 입원했던 이 대표는 지난 9일, 퇴원 후 첫 행선지로 강서구를 찾아 진 후보 유세에 힘을 더했다. 유세 발언 중 이 대표는 “우리 앞에 거대한 장벽이 놓여 있다. 그 장벽의 두께와 높이가 점점 커지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우리가 좌절하지 않고 우리 안에 작은 차이를 넘어서서 함께 손잡고 반드시 넘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손을 잡고 넘어가야 한다’는 대목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비명계와의 화합을 암시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구속영장이 가결된 이후 처음으로 제시한 메시지가 화합인 만큼 당내에서도 이를 따를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곧바로 가결파를 숙청하겠다던 여론이 잠잠해졌다. 특히 정 의원이 한 라디오를 통해 “가결파 색출이란 말을 꺼낸 적이 없고, 당연히 축출, 숙청이란 말을 꺼낸 적도 없다”고 말한 것을 두고 이 대표의 발언을 의식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자신의 발언을 기자들이 해석했을 뿐, 가결파를 향한 숙청은 논의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진교훈 버프’ 제대로 받았다
통합의 길로 들어선 민주당

당이 통합의 길로 들어서는 동시에 민주당이 보궐선거서 압승을 거두면서 비·친명의 갈등은 본격 휴전 상태에 돌입했다. 지난 12일 오전 0시40분께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개표를 완료한 결과 진 후보는 13만7065표를 얻어 당선됐다.

이는 전체 투표수 24만3663표에서 56.52%를 차지한다. 김 후보는 39.37%인 9만5492표를 얻었다. 양자 간 격차는 17.15%p로 집계됐다. 이번 승리를 통해 계파에 상관없이 하나 되어 ‘윤정부 심판’을 외치는 것이 곧 총선 승리라는 여론이 형성됐다.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미니 총선’서 승리를 따낸 만큼 이 대표의 리더십이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평이 나온다. 이 대표 체제가 견고해진 만큼 이대로 총선을 치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다만 일부 비명계 사이에서는 “승리에 도취해 민심을 잘못 읽으면 안 된다”며 신중론을 내세우고 있다. 보궐선거 승리에 도취한 나머지 총선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원욱 의원은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 인터뷰서 “당장 지도부 권한을 강화하는 데 일시적으로 도움이 되겠지만, 페닌실린 주사를 맞은 격”이라며 오히려 당이 현재 체제에 안주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민심 흐름에 일희일비한 나머지 총선을 앞두고 개혁 시기를 놓칠 것이라는 우려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 역시 ‘민심 쇠몽둥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따끔하게 경고했다. 조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체제로 이겼다’ ‘이 상태로 내년 총선도 압승이야’라고 하면 대걸레가 우리 쪽으로 온다”며 “그땐 대걸레 없이 바로 쇠몽둥이가 날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여야 모두 보궐선거에 필요 이상 힘을 쏟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의 긍정적 기류가 연말까지 이어질지 역시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 대표가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모두 떨쳐내지 않은 채 총선 체제가 굳혀진 상황이 오히려 역풍을 몰고 올 수 있다는 것이다.

분당설
이유는?

구속영장 기각 이후 한 장관은 “기각이 곧 무죄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라고 연일 강조하고 있다. 지난 11일 한 장관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국정감사에 출석해 야당 인사인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등을 거론하며 “다 영장이 기각됐었지만 실제로 중형을 받고 수감됐다”고 말했다.

검찰의 자신감이 꺾이지 않는 상황서 민주당 지도부가 대부분 친명으로 꾸려진 것 역시 불안 요소 중 하나라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 몇 개월 동안 민주당은 달마다 ‘비대위 전환설’ ‘이재명 사퇴설’에 시달렸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언제 다시 흔들릴지 모른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계파 간 갈등이 극으로 치달을 때마다 분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어김없이 새 나왔다. 가장 먼저 운을 띄운 것은 민주당 이상민 의원이 쏴올린 ‘유쾌한 결별’ 발언이다. 지난 7월 이 의원은 당내 계파 갈등에 관해 “때로는 도저히 뜻이 안 맞고 방향을 같이할 수 없다면 유쾌한 결별도 각오해야 한다”고 말했다.

뜻이 다른데 한 지붕 아래 있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후에도 “상황에 따라 20명 이상 탈당이 가능하다”며 분당을 시사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같은 달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이 대표의 회동이 연이어 미뤄지면서 친낙(친 이낙연)계와 친명계의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어렵게 성사된 회동에서도 이 대표는 당의 단합과 단결을 주장했지만 이 전 총리는 “단합을 위해서 더 가열차게, 그 다음에 근본적으로 혁신을 통해 당을 바꿔나가야 된다”며 입장 차를 보였다.

집안싸움에 내홍이 일면서 이 대표가 리더십에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얼마 후 정치권 안팎에서는 민주당이 8월 즈음 비대위를 꾸릴 것이란 이야기가 나왔다. 8월 중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날아들 것을 대비해 이 대표가 스스로 직을 내려놓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후 차분하게 뒷선서 총선 승리를 위한 플랜B를 모색할 것이란 의견이 대두됐다.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취임 1년을 맞은 지난 8월31일 이 대표가 돌연 무기한 단식에 돌입하면서 ‘동정론’이 대체했다.


9월 사퇴설에는 김은경 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가 뇌관이 됐다. 당내 쇄신을 위해 지난 6월 출범한 혁신위가 외려 당의 발목을 잡으면서다. 혁신위가 핵심 혁신안으로 ‘대의원제 폐지’ 논의에 나서자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됐다.

악재가 겹치면서 ‘김은경-이재명 동반 사퇴’ 요구가 거세게 일었다. 결국 혁신위는 이 대표가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급조한 방탄에 지나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타이밍
노림수

가장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건 지난 7월 불씨를 지핀 ‘10월 이재명 사퇴설’이다. 이는 한 정치 평론가가 “이 대표가 10월에 퇴진한다고 한다”며 “그래야 내년 총선서 이긴다. 그래서 K 의원을 당 대표로 밀겠다는 말이 나온다”는 발언으로부터 시작됐다.

이 대표 사퇴를 두고 40여명의 의원들이 하나의 뜻을 모은 만큼 조만간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포스트 이재명’으로 거론된 K 의원이 민주당 김두관 의원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대표의 사퇴 여부에 이목이 쏠린 가운데 이를 최초로 주장한 평론가는 자신의 발언을 일부 철회했다. 자신이 사퇴 계획을 일찍이 누설해버리는 바람에 이 대표가 김이 빠져 사퇴할 수 없게 됐다는 취지다.

최근 몇 개월 동안 이 대표가 난항을 겪을 때마다 민주당은 균열과 봉합을 반복하면서 위기를 넘겨왔다. 과연 민주당이 마지막으로 남은 ‘12월 비대위 전환설’도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12월 비대위 전환설은 앞서 제시된 추측보다 유력하다는 평을 받았다. 사법 리스크에 발목을 잡힌 이 대표가 무리 없이 당 대표 직을 내려놓을 수 있는 시기가 12월 말 이전까지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검찰이 이 대표의 백현동 의혹을 먼저 기소하면서 당내 화합 분위기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이날 검찰은 이 대표와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인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위증교사 의혹과 대북송금 의혹은 보강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로써 민주당과 검찰의 싸움이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의 주 먹잇감이었던 당 대표 리스크를 겨냥해 이 대표를 흔들려는 시도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번 실수로 비대위 전환?
‘정권 심판론’ 유지가 관건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현재로서는 민주당 내 화목한 기류가 흐르고 있지만 삐끗해서 역풍을 맞게 된다면 그대로 비대위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라고 시사했다. 내년 총선을 이 대표 얼굴로 치르기 곤란한 상황이 온다면 당내 여론은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진교훈 약발’이 떨어지면서 이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전부터 정치권에서는 12월28일 이전을 콕 집어서 비대위 전환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는 이 대표의 잔여임기가 정확히 8개월 남은 시점이다.

민주당 당헌에 따르면 당 대표가 잔여임기 8개월 이상을 두고 공석이 될 경우 임시전국대의원대회를 열어 당 대표를 새로 뽑아야 한다. 반대로 8개월 미만일 경우에는 중앙위원회서 당 대표를 선출할 수 있다. 강성 지지자를 비롯한 당원의 힘을 입어 친명계 의원이 당선될 가능성이 커진다.

친명계 위주의 비대위가 꾸려지면 공천에 대한 권위 역시 강해진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른다면 공천을 둘러싼 파동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컷오프된 의원이 대거 탈당하면서 분당으로 이어질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현재로서는 이 대표가 포용의 정치를 시도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지만 일부 친명계 의원과 강성 지지자의 ‘가결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비명계 의원의 지역구에 친명계 의원이 도전장을 내밀 경우 표가 누구의 주머니로 들어갈지 명확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손대지 않더라도 ‘뜻밖의 공천 학살’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인 만큼 갈등의 불씨는 언제든지 지펴질 것으로 예상된다.

끝까지
버텨라

민주당이 12월 비대위 전환설을 털어내기 위해서는 ‘정권 심판론’ 여론을 연말까지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보궐선거로 인해 총선 승리가 민주당 쪽으로 유리하게 흘러가는 시점서 굳이 비명계가 이 대표를 향해 날을 세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공론센터 장성철 소장 역시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현재 비명계 의원의 발언을 두고 지도부가 큰 반응을 보이지 않는 ‘백스텝’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궐선거 압승에 따른 신중론에 관해서도 “이 대표 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한 수단이 아닌 ‘오만하지 말자’라는 내부 경고 차원으로 싸움의 강도가 현저히 낮아졌다”며 “내년 총선의 판세가 유리해진 만큼 여론의 움직임이 가장 중요할 때”라고 전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샌드백 이재명? 반격 나선 여당

지난 12일 백현동 개발 의혹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자 민주당은 “민심의 심판을 받은 선거 결과를 덮지 말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의 패배는 민심이 반영된 결과인데 윤석열정부가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앞세워 국민의 경고를 무시하는 최악의 수를 뒀다는 것이다.

이날 민주당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의 참패에 전광석화처럼 기소 카드를 꺼내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궐선거 결과에 대해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던 윤석열정권의 첫 응답이 국정 쇄신이 아닌 ‘정적 죽이기 기소’”라며 “후안무치한 윤석열 검찰의 행태를 규탄한다”고 말했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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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