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민주당 비대위설 막전막후

총선까지 마지막 한 고비 남았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8·9·10월에 걸쳐있던 더불어민주당 위기론이 고개를 들었다가 수그러들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진교훈 강서구청장 후보가 당선됐기 때문이다. 연달아 호재가 터지면서 당내 축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 기세를 몰아 유력하게 거론됐던 ‘민주당 12월 비대위 전환설’을 무사히 잠재울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지난달 18일, 검찰은 ‘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을 묶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같은 달 21일,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 가결로 막을 내렸다. 이후 27일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배제할 정도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손내민
이재명

민주당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검찰을 향해 반격에 나섰다. 이 대표의 정치 생명에 다시 불이 지펴졌다는 평이 나온다.

하지만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진 것으로 예상되는 비명(비 이재명)계를 둘러싸고 당내 파열음이 터져 나왔다. 숙청과 화합이라는 선택지를 두고 양쪽의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다음 날인 지난달 22일 최고위원회의서 “용납할 수 없는 해당 행위”라며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구속영장이 기각된 당일에는 “검찰과 한통속이 돼 이 대표 구속을 열망했던 민주당 가결파 의원들도 참회하고 속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일에는 자신의 SNS를 통해 “고름은 살이 되지 않는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등 강경 발언을 이어갔다. 가결파에는 공천 불이익을 줄 것이라는 여론까지 형성했다.

그러자 비명계도 크게 반발했다. 오히려 가결표를 던진 것이 민주당의 숙원이었던 ‘방탄 정당’ 이미지를 탈피하는 데 도움을 줬다는 것이다.

이들을 화합의 길로 이끈 것은 다름이 아닌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였다. ‘미니 총선’으로 불렸던 선거서 민주당이 두 자릿수가 넘는 득표율 차이로 이기면서 ‘정부·여당 심판’이라는 통일된 목적이 생겼다.

지난 11일 치러진 보궐선거는 여의도 안팎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총선 전, 수도권 민심을 알아볼 수 있는 마지막 선거인 만큼 이례적으로 주목받았다. 민주당은 진교훈 문재인정부 마지막 경찰청 차장을 후보로 내보냈다. 국민의힘에서는 공무상 비밀 누설로 강서구청장직을 상실했다가 사면받은 김태우 후보가 나섰다.

단식 후 회복하기 위해 병원에 입원했던 이 대표는 지난 9일, 퇴원 후 첫 행선지로 강서구를 찾아 진 후보 유세에 힘을 더했다. 유세 발언 중 이 대표는 “우리 앞에 거대한 장벽이 놓여 있다. 그 장벽의 두께와 높이가 점점 커지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우리가 좌절하지 않고 우리 안에 작은 차이를 넘어서서 함께 손잡고 반드시 넘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손을 잡고 넘어가야 한다’는 대목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비명계와의 화합을 암시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구속영장이 가결된 이후 처음으로 제시한 메시지가 화합인 만큼 당내에서도 이를 따를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곧바로 가결파를 숙청하겠다던 여론이 잠잠해졌다. 특히 정 의원이 한 라디오를 통해 “가결파 색출이란 말을 꺼낸 적이 없고, 당연히 축출, 숙청이란 말을 꺼낸 적도 없다”고 말한 것을 두고 이 대표의 발언을 의식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자신의 발언을 기자들이 해석했을 뿐, 가결파를 향한 숙청은 논의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진교훈 버프’ 제대로 받았다
통합의 길로 들어선 민주당

당이 통합의 길로 들어서는 동시에 민주당이 보궐선거서 압승을 거두면서 비·친명의 갈등은 본격 휴전 상태에 돌입했다. 지난 12일 오전 0시40분께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개표를 완료한 결과 진 후보는 13만7065표를 얻어 당선됐다.

이는 전체 투표수 24만3663표에서 56.52%를 차지한다. 김 후보는 39.37%인 9만5492표를 얻었다. 양자 간 격차는 17.15%p로 집계됐다. 이번 승리를 통해 계파에 상관없이 하나 되어 ‘윤정부 심판’을 외치는 것이 곧 총선 승리라는 여론이 형성됐다.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미니 총선’서 승리를 따낸 만큼 이 대표의 리더십이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평이 나온다. 이 대표 체제가 견고해진 만큼 이대로 총선을 치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다만 일부 비명계 사이에서는 “승리에 도취해 민심을 잘못 읽으면 안 된다”며 신중론을 내세우고 있다. 보궐선거 승리에 도취한 나머지 총선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원욱 의원은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 인터뷰서 “당장 지도부 권한을 강화하는 데 일시적으로 도움이 되겠지만, 페닌실린 주사를 맞은 격”이라며 오히려 당이 현재 체제에 안주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민심 흐름에 일희일비한 나머지 총선을 앞두고 개혁 시기를 놓칠 것이라는 우려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 역시 ‘민심 쇠몽둥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따끔하게 경고했다. 조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체제로 이겼다’ ‘이 상태로 내년 총선도 압승이야’라고 하면 대걸레가 우리 쪽으로 온다”며 “그땐 대걸레 없이 바로 쇠몽둥이가 날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여야 모두 보궐선거에 필요 이상 힘을 쏟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의 긍정적 기류가 연말까지 이어질지 역시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 대표가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모두 떨쳐내지 않은 채 총선 체제가 굳혀진 상황이 오히려 역풍을 몰고 올 수 있다는 것이다.

분당설
이유는?

구속영장 기각 이후 한 장관은 “기각이 곧 무죄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라고 연일 강조하고 있다. 지난 11일 한 장관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국정감사에 출석해 야당 인사인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등을 거론하며 “다 영장이 기각됐었지만 실제로 중형을 받고 수감됐다”고 말했다.

검찰의 자신감이 꺾이지 않는 상황서 민주당 지도부가 대부분 친명으로 꾸려진 것 역시 불안 요소 중 하나라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 몇 개월 동안 민주당은 달마다 ‘비대위 전환설’ ‘이재명 사퇴설’에 시달렸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언제 다시 흔들릴지 모른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계파 간 갈등이 극으로 치달을 때마다 분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어김없이 새 나왔다. 가장 먼저 운을 띄운 것은 민주당 이상민 의원이 쏴올린 ‘유쾌한 결별’ 발언이다. 지난 7월 이 의원은 당내 계파 갈등에 관해 “때로는 도저히 뜻이 안 맞고 방향을 같이할 수 없다면 유쾌한 결별도 각오해야 한다”고 말했다.

뜻이 다른데 한 지붕 아래 있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후에도 “상황에 따라 20명 이상 탈당이 가능하다”며 분당을 시사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같은 달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이 대표의 회동이 연이어 미뤄지면서 친낙(친 이낙연)계와 친명계의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어렵게 성사된 회동에서도 이 대표는 당의 단합과 단결을 주장했지만 이 전 총리는 “단합을 위해서 더 가열차게, 그 다음에 근본적으로 혁신을 통해 당을 바꿔나가야 된다”며 입장 차를 보였다.

집안싸움에 내홍이 일면서 이 대표가 리더십에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얼마 후 정치권 안팎에서는 민주당이 8월 즈음 비대위를 꾸릴 것이란 이야기가 나왔다. 8월 중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날아들 것을 대비해 이 대표가 스스로 직을 내려놓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후 차분하게 뒷선서 총선 승리를 위한 플랜B를 모색할 것이란 의견이 대두됐다.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취임 1년을 맞은 지난 8월31일 이 대표가 돌연 무기한 단식에 돌입하면서 ‘동정론’이 대체했다.

9월 사퇴설에는 김은경 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가 뇌관이 됐다. 당내 쇄신을 위해 지난 6월 출범한 혁신위가 외려 당의 발목을 잡으면서다. 혁신위가 핵심 혁신안으로 ‘대의원제 폐지’ 논의에 나서자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됐다.

악재가 겹치면서 ‘김은경-이재명 동반 사퇴’ 요구가 거세게 일었다. 결국 혁신위는 이 대표가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급조한 방탄에 지나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타이밍
노림수

가장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건 지난 7월 불씨를 지핀 ‘10월 이재명 사퇴설’이다. 이는 한 정치 평론가가 “이 대표가 10월에 퇴진한다고 한다”며 “그래야 내년 총선서 이긴다. 그래서 K 의원을 당 대표로 밀겠다는 말이 나온다”는 발언으로부터 시작됐다.

이 대표 사퇴를 두고 40여명의 의원들이 하나의 뜻을 모은 만큼 조만간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포스트 이재명’으로 거론된 K 의원이 민주당 김두관 의원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대표의 사퇴 여부에 이목이 쏠린 가운데 이를 최초로 주장한 평론가는 자신의 발언을 일부 철회했다. 자신이 사퇴 계획을 일찍이 누설해버리는 바람에 이 대표가 김이 빠져 사퇴할 수 없게 됐다는 취지다.

최근 몇 개월 동안 이 대표가 난항을 겪을 때마다 민주당은 균열과 봉합을 반복하면서 위기를 넘겨왔다. 과연 민주당이 마지막으로 남은 ‘12월 비대위 전환설’도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12월 비대위 전환설은 앞서 제시된 추측보다 유력하다는 평을 받았다. 사법 리스크에 발목을 잡힌 이 대표가 무리 없이 당 대표 직을 내려놓을 수 있는 시기가 12월 말 이전까지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검찰이 이 대표의 백현동 의혹을 먼저 기소하면서 당내 화합 분위기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이날 검찰은 이 대표와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인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위증교사 의혹과 대북송금 의혹은 보강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로써 민주당과 검찰의 싸움이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의 주 먹잇감이었던 당 대표 리스크를 겨냥해 이 대표를 흔들려는 시도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번 실수로 비대위 전환?
‘정권 심판론’ 유지가 관건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현재로서는 민주당 내 화목한 기류가 흐르고 있지만 삐끗해서 역풍을 맞게 된다면 그대로 비대위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라고 시사했다. 내년 총선을 이 대표 얼굴로 치르기 곤란한 상황이 온다면 당내 여론은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진교훈 약발’이 떨어지면서 이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전부터 정치권에서는 12월28일 이전을 콕 집어서 비대위 전환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는 이 대표의 잔여임기가 정확히 8개월 남은 시점이다.

민주당 당헌에 따르면 당 대표가 잔여임기 8개월 이상을 두고 공석이 될 경우 임시전국대의원대회를 열어 당 대표를 새로 뽑아야 한다. 반대로 8개월 미만일 경우에는 중앙위원회서 당 대표를 선출할 수 있다. 강성 지지자를 비롯한 당원의 힘을 입어 친명계 의원이 당선될 가능성이 커진다.

친명계 위주의 비대위가 꾸려지면 공천에 대한 권위 역시 강해진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른다면 공천을 둘러싼 파동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컷오프된 의원이 대거 탈당하면서 분당으로 이어질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현재로서는 이 대표가 포용의 정치를 시도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지만 일부 친명계 의원과 강성 지지자의 ‘가결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비명계 의원의 지역구에 친명계 의원이 도전장을 내밀 경우 표가 누구의 주머니로 들어갈지 명확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손대지 않더라도 ‘뜻밖의 공천 학살’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인 만큼 갈등의 불씨는 언제든지 지펴질 것으로 예상된다.

끝까지
버텨라

민주당이 12월 비대위 전환설을 털어내기 위해서는 ‘정권 심판론’ 여론을 연말까지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보궐선거로 인해 총선 승리가 민주당 쪽으로 유리하게 흘러가는 시점서 굳이 비명계가 이 대표를 향해 날을 세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공론센터 장성철 소장 역시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현재 비명계 의원의 발언을 두고 지도부가 큰 반응을 보이지 않는 ‘백스텝’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궐선거 압승에 따른 신중론에 관해서도 “이 대표 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한 수단이 아닌 ‘오만하지 말자’라는 내부 경고 차원으로 싸움의 강도가 현저히 낮아졌다”며 “내년 총선의 판세가 유리해진 만큼 여론의 움직임이 가장 중요할 때”라고 전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샌드백 이재명? 반격 나선 여당

지난 12일 백현동 개발 의혹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자 민주당은 “민심의 심판을 받은 선거 결과를 덮지 말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의 패배는 민심이 반영된 결과인데 윤석열정부가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앞세워 국민의 경고를 무시하는 최악의 수를 뒀다는 것이다.

이날 민주당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의 참패에 전광석화처럼 기소 카드를 꺼내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궐선거 결과에 대해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던 윤석열정권의 첫 응답이 국정 쇄신이 아닌 ‘정적 죽이기 기소’”라며 “후안무치한 윤석열 검찰의 행태를 규탄한다”고 말했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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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차 계엄’ 막은 강호필, 내란중요임무종사 기소 왜?

[단독] ‘2차 계엄’ 막은 강호필, 내란중요임무종사 기소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종합특검팀에 의해 기소된 의외의 인물은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과 조성현 대령만 있는 게 아니다. 강호필 전 지작사령관도 내란 특검팀에 의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었다. 그는 ‘2차 계엄’을 막은 대표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상 신호’를 알았던 그는 “전역하겠다”고 언급했을 정도로 비상계엄에 회의적이었다. 강호필 전 지상작전사령관은 지난해 1월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군은 국민의 군대다” “지작사가 병력 출동이나 어떤 임무를 받은 바가 분명히 없다”는 등 비상계엄 선포가 잘못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12·3 내란 막판에 2차 계엄을 막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특별검사 권창영)의 시선은 달랐다. 비상계엄을 사전에 인지했고 일부 과정에서 협력했다고 결론 냈다. 같은 수사 다른 결론 강 전 사령관은 12·3 내란과 관련해 지난해 9월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에서 처음 조사를 받았다. 입건됐었으나 당시 신분은 참고인이었다. 앞서 강 전 사령관은 같은 해 1월14일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40분 (계엄사로부터) 출동 준비가 가능하냐는 문의가 있었으며, 계엄사의 한 중령으로부터 7군단에 문의가 왔고, 7군단이 지작사 참모장에게 전화했다. 참모장이 나한테 보고했는데 즉시 중지를 명령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강 전 사령관은 내란 특검팀과 종합특검팀 조사에서도 국회에서 증언했던 것과 같은 취지로 진술했다. 내란 특검팀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메모를 근거로 정보사령관·특수전사령관·수방사령관·방첩사령관 4명이 비상계엄 약 한 달 전부터 계엄에 가담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 여 전 사령관 등을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기소했다. 강 전 사령관에 대해서는 병력을 투입하거나 구체적인 임무를 수행한 정황이 없다고 보고 기소 대상에서 제외했다. 종합특검팀의 판단은 달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강 전 사령관의 공소장을 보면 그는 2024년 6월17일 윤석열씨의 초대로 삼청동 대통령 안가에서 윤씨, 곽 전 사령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당시 경호처장), 여 전 사령관, 이 전 사령관 등과의 술자리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김 전 장관은 윤씨에게 “여기 온 장군 4명이 대통령에게 충성을 다하는 장군”이라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같은 해 초부터 강 전 사령관에게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극우 세력의 주장이 포함된 유튜브 영상과 링크를 자주 전송했는데, 이날 술자리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관련 영상을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김 전 장관은 강 전 사령관에게 유튜브 링크를 보내면서 “나라가 이래 되겠느냐. 종북주사파가 지금 우리나라를 장악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정치 상황과 관련된 이야기를 멈추지 않았다. 내란 특검팀, 입건했다가 참고인 조사 2회 후 불기소 종합특검팀, 포고령·상황실 구성 등 근거 명확 판단 강 전 사령관은 삼청동 안가에서의 모임 한 달여 뒤인 같은 해 7월2일 경호처장실에서 김 전 장관을 만났다. 김 전 장관은 이날에도 강 전 사령관에게 “임계점이 다가오고 있는 것 같다. 종북주사파와 부정선거가 있었고 여론조작도 생기고 있다”고 했다. 종합특검팀은 이 같은 정황을 근거로 강 전 사령관이 윤씨가 정치적 목적으로 군을 동원하려 했다는 것과 김 전 장관이 윤씨의 의도에 동조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강 전 사령관은 일주일 후 윤씨의 하와이 출장에 동행했다. 윤씨와 김 전 장관 등과 술자리를 가진 강 전 사령관은 윤씨로부터 “한동훈은 빨갱이다. (야당) 이 새끼들 그냥 두면 안 된다. 군이 참여를 좀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듣고 김 전 장관이 윤씨의 발언에 동조하는 걸 지켜봤다. 강 전 사령관은 이틀 뒤 귀국해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상당히 분위기가 위험한 것 같다. 조치해 달라. 전역하고 싶다”고 보고했다. 신 전 실장은 “내가 조치할 테니 너는 전역할 생각하지 말고 열심히 업무에 충실하라”고 했다. 강 전 사령관은 김명수 전 합동참모본부 의장에게도 “의장님, 전역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은 강 전 사령관에게 “지금 전역 의사를 표시하면 항명죄로 보일 수 있으니 장관님이 조치하는 것을 지켜보자”고 답했다. 전역하려던 강 전 사령관의 계획은 김 전 장관이 국방부 장관으로 지명되면서 수포로 돌아갔다. 강 전 사령관은 김 전 의장에게 “(김용현이) 비상계엄을 하기 위해 국방부 장관으로 오는 거 아니냐”고 물어보면서 비상계엄 선포 가능성에 대해 우려했다. 김 전 장관은 강 전 사령관을 다시 한번 경호처장실로 호출해 “야 너 임마. 정신 차려라. 생각 똑바로 해라. 너 아니라도 사람이 있다”고 질책했다. 물거품 된 전역 계획 강 전 사령관은 12·3 내란 당일 TV를 통해 윤씨가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는 비상계엄 선포 이후 지작사 본부로 출발해 지휘통제실로 들어가 계엄사령부 포고령 문구를 확인했다. 종합특검팀은 강 전 사령관이 비상계엄 선포 약 5개월 전부터 관련 징후를 인식하고 인지했다고 봤다. 이어 지작사 지휘통제실에서 계엄상황실 구성을 지시하고 예하 각 군단에 지역계엄사령부를 설치하도록 했다고 판단했다. 종합특검팀은 그가 계엄상황실을 추가로 운용해 장기적 작전에 대비하려 했다고 의심했다. 강 전 사령관 측은 “법령과 매뉴얼에 따라 자동적으로 이뤄진 조치였고 지구계엄사는 계엄법령에 따라 엄격한 절차에 따라 설치되는 것이므로 특정인의 구두 지시나 보고에 의해 설치가 이뤄진 것이 아니”라고 강변한다. 강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2024년 12월4일 지작사·군단 상황평가회의를 주관하면서 회의 참석자들에게 계엄사 포고령 1호의 내용을 숙지해 준수할 것을 지시했다. 종합특검팀이 수사 결과 강 전 사령관의 지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대대장급 이상 지휘관은 포고령 1호를 반드시 숙독할 것 ▲군과 관련된 부분은 단 한 명도 빠짐 없이 교육할 것 ▲정치 활동을 금지할 것 ▲자유민주주의체제를 부정하거나 가짜 뉴스 또는 허위 선동을 금지할 것 ▲계엄이나 작전 관련 언론에 언급되지 않도록 교육할 것 ▲포고령 위반자는 현행범으로 처벌받는 것을 명심해 범법자가 되지 않도록 할 것 ▲포고령 위반 시 전시에는 사형이고, 명력 불복종하면 즉결심판 받을 수 있으니 지시에 따를 것 ▲관련 내용 지휘관이 반드시 교육할 것 등이다. 강 전 사령관 측은 위 지시가 당시 병력의 경거망동이나 유언비어 유포 등 오판을 막으려 한 조치였다는 입장이다. 실제 강 전 사령관은 “군은 정치적 중립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합특검팀이 강 전 사령관에게 내란 혐의를 씌우려 유리한 내용을 의도적으로 제외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내란 협력 적극적? 김 전 장관은 2024년 12월4일 오전 12시31분 박 전 사령관에게 전화해 국회에 병력을 증원해서 집중하라고 지시했다. 박 전 사령관은 합참에서 계엄사 참모진과 병력 추가 투입을 논의했고 투입 가능한 부대를 제2신속대응사단으로 정했다. 강 전 사령관은 같은 날 오전 12시42분 김 전 장관과 통화한 직후 자신의 부하에게 “신속대응사단 가능한가?”라고 묻고 투입 가능 여부를 확인했다. 전화를 받은 군 간부는 강 전 사령관에게 “제한된다”고 답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보고에도 불구하고 강 전 사령관이 제2신속대응사단 상급부대장인 박재열 전 7군단장에게 투입 준비 태세를 유지하라고 지시했다는 게 종합특검팀의 수사 결과다. 공소장에서 강 전 사령관은 이 같은 보고를 받았음에도 계엄해제 의결 이전에 지시한 사항에 대해 중지하라는 취지의 추가 지침을 하달하지 않았다. 박 전 군단장은 군단장 주관 상황평가회의를 진행하면서 “제2신속대응사단은 계엄군 임무 부여 시 즉각 투입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는 지시 사항을 하달했다. 같은 날 오전 3시21분 김 전 장관은 전군 주요 지휘관 화상회의를 진행하며 상황 해제를 선포했다. 출동한 부대를 철수시킬 것을 지시한 것이다. 윤씨는 이 시간까지 비상계엄을 해제하지 않았다. 종합특검팀은 강 전 사령관이 비상계엄 선포로 유발된 군사적 상황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심했다고 봤다. 같은 날 오전 4시20분 강 전 사령관은 지작사 예하 군단장들에게 지작사 추가 작전지침을 하달했다. “비상계엄이 해제된 것은 아니며, 전군 경계 태세 2급 발령 및 조치 부호가 유효하고, 지작사 예하 부대들은 전투참모단으로서 대비 태세를 유지하라”는 게 핵심 지시였다. 실제론 제2신속대응사단 출발 저지···“국회 동원 1명도 안 돼” 최측근 참모들 “들은 적 전무” “출동 언급 없어” 일관된 진술 결론적으로 종합특검팀은 강 전 사령관이 국회에서 비상계엄이 해제됐고 참모로부터 “실질적으로 계엄이 해제됐다”고 보고받았음에도 추가적인 병력 투입을 시도해 내란에 종사했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 강 전 사령관에 대한 종합특검팀의 수사 결과를 보면 사실상 물적 증거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일부 지작사 참모들의 진술만 있을 뿐이다. 과도한 법 해석·적용 및 무리한 기소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특전사, 수방사, 방첩사 등과는 다르게 지작사 병력은 단 한 명도 국가기관에 투입되지 않은 점도 종합특검팀에게 불리한 근거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종합특검팀은 강 전 사령관이 제2신속대응사단을 국회로 출동하도록 준비를 지시했다고 봤지만 그는 사령관 승인 없이 일체의 부대 이동과 활동 금지를 지시했다. 실제 지작사는 관련 상황보고서까지 작성했다. 강 전 사령관은 국회에서 비상계엄이 해제된 직후 계엄상황실 설치 중단을 지시하기도 했다. 특히 윤씨가 공식적으로 발표하기 이전 지작사 예하 부대의 모든 행동 중지도 참모들을 통해 지시하고 제2신속대응사단 출동을 저지했다. 강 전 사령관이 제2신속대응사단을 동원하려 했다면 지휘계통상 박 전 군단장 또는 제2신속대응사단장과의 통화기록·교신 흔적이 있어야 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복수의 지작사 참모들도 종합특검팀 조사에서 “제2신속대응사단 출동 관련 언급이 전혀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 전 사령관은 삼청동 회동 이후에도 여 전 사령관으로부터 윤씨 주관 식사 자리에 초대받았으나 거절했다. 이날은 비상계엄 선포 한 달여 전이었다. 종합특검팀은 강 전 사령관의 포고령 전파와 관련해 위헌적 계엄의 조기 정착을 획책하고 계엄상황실을 설치해 내란 실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고 봤다. 군 안팎에서는 이를 합참 규정 등에 따른 기계적 절차라고 지적한다. 한 예비역 장성은 “강 전 사령관이 국회에서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안이 통과된 즉시 계엄상황실 설치를 중단하고 부대 복귀를 지시한 점도 내란에 협력했다고 볼 수 없는 정황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물적 증거 사실상 없다 내란 특검팀에 몸담았던 한 검사는 “강호필 사령관의 경우 홍장원 차장과 비슷한 케이스로 볼 수 있다. 사실관계 오인으로 벌어진 기소가 아닌가 한다”며 “현재까지 언론에 보도된 내용은 내란 특검팀에서도 일부 확인했던 내용이다. 비상계엄 선포 전에는 어떻게 행동했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으나 당일 지작사가 내란에 동원되려 했던 걸 막은 사실은 명확하다고 판단해 기소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