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동맹’ 낙준연대 동상이몽

뭉쳐야 사는 ‘시한부 연합’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서로 반대편에 서 있었다. 절대 손을 잡을 것 같지 않던 인물 두 명이 한 걸음씩 내딛더니 이제는 함께할 방법을 찾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앞에 놓인 난관을 헤쳐 나가야 한다. 과연 이낙연과 이준석이 함께 할 수 있을까?

제3지대가 꿈틀거리고 있다. 누군가 행사를 개최하면 우르르 몰려가 ‘빅텐트가 필요하다’며 한 마디씩 보태고 있다. 거대 양당에 맞서 자신들끼리의 연합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말과 궤를 같이 한다. 이 중 주목받는 연대가 바로 이낙연 전 총리와 개혁신당(가칭) 이준석 대표의 결합으로 이른바 낙준연대다. 

닿을 듯 
닿지 않는

최근 이 전 총리와 이 대표는 같은 공간에 자주 출몰 중이다. 우선 서로의 필요성은 인식한 모양새다. 두 인물 모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다. 총선을 앞두고 최대 변수로 통한다. 

앞서 이 전 총리는 개혁신당 이 대표와 만날 의사가 없음을 내비쳤던 바 있다. 지난 달까지만 해도 그는 생각이 같다면 공유하겠지만, 지금 만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 전 총리에게 구애를 먼저 한 인물은 이 대표다. 그는 “생각이 다르다면 이야기를 듣고 싶다”며 손길을 내밀었다. 

이 전 총리도 이에 호응하며 정치권에 드문 인재라고 평가하면서 만날 의향이 있음을 시사했다. 이렇듯 새해가 떠오르면서 제3지대가 더욱 활기를 띄는 모습이다. 본격적으로 제3지대 간의 합종연횡이 이뤄지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가운데, 두 사람도 함께 편승하려는 행보를 보인다. 

현재 제3지대서 새로운 당을 창당하겠다고 나선 세력은 크게 5곳으로 가장 먼저 불을 지핀 곳은 양향자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이 깃발을 세웠던 한국의희망이다. 다음으로 새로운선택(금태섭·조성주 공동대표)과 정의당 류호정 전 의원이 함께 띄우고 있는 신당이다. 

세 번째가 바로 이 대표 주도의 개혁신당이고, 네 번째는 최근 민주당을 탈당한 김종민·조응천·이원욱 의원이 띄운 미래대연합(가칭), 마지막 다섯 번째가 최근 이 전 총리가 참여하게 된 새로운미래(가칭)다. 앞서 이 전 총리는 지난 14일, 민주당을 탈당했던 바 있다.

이날 이 전 총리의 탈당은 민주당 내에 충격으로 돌아왔다. 24년간 민주당에 몸담아오면서 정치를 시작했고, 도지사, 총리, 당 대표 등 주요 보직을 맡았던 바 있다. 과거 새천년민주당, 열린민주당의 분열 때도 민주당에 남았었다.

탈당을 결심한 시기보다, 정치 행보를 멈춘 기간이 더 길었다. 탈당 전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회동한 뒤에도 간극은 좁혀지지 않았다. 

앞서 이 전 총리는 이 대표에게 대표직 사퇴와 동시에 민주당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둘 사이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상황으로 악화됐다. 이 전 총리가 당을 떠나 신당을 차리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순간이다. 

총선 앞두고 최대 변수로
영·호남 뭉치면 파급력↑

결국 민주당에 날을 세우며 나가버렸고 제3지대서 새로운 길을 모색 중이다. 그의 창당 취지는 과거를 넘어 새로운 미래로 넘어가겠다는 것으로 참여 발기인 수가 3만명에 달했다. 신당 창당준비위원회 요건이 200명인 점을 감안할 때 쓰나미급 후폭풍이 일 수도 있다.

공동창당준비위원장으로는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 신정현 전 경기도 의원 등이 맡았다. 그가 민주당을 떠나자 다수 원외 인사가 함께 동참했지만, 당내 현역 의원들이 함께하지는 않았다. 당 기반이 호남인 새로운미래는 선진 복지국가 건설과 중층적 돌고래 외교, 기후위기 대응,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지, 당내 민주주의 확대 등을 내세웠다. 

앞서 새로운미래 이석현 위원장은 “호남이 가장 많고, 호남 지역 참여도가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는데, 현재 호남지역의 민주당 지지율은 주춤한 상태다. 이 전 총리도 이 지점을 알고 공략 중이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이 전 총리가 대표 등 무언가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으나, 이 전 총리가 구상 중인 직책은 영입인재위원장이다. 이는 당 대표 등의 욕심을 내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 탈당 인사 등을 영입할 경우, 당의 외연은 더 확장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 전 총리 혼자 힘으로는 총선서 존재감을 발휘하기는 어렵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이  같은 이유로 그도 최근 개혁신당 이 대표와 함께 연합전선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서로에게 시그널을 보내는 수준이다.

우선 상황은 제3지대 간 첫 회동이 지난 14일 이뤄지는 등 긍정적으로 흘러가는 듯 보인다.

이 자리에는 이 전 총리, 개혁신당 이 대표, 미래대연합 김 의원이 함께 자리했다.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서 20분간 티타임 형식의 3자 회동이었다. 오는 4월10일 총선서 이 전 총리와 개혁신당 이 대표는 빅텐트 구상의 핵심 인물로 통한다. 

3자 회동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제3지대 간의 합종연횡이 슬금슬금 이뤄지려는 분위기인데, 문제는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다는 점이다. 마음이 급한 쪽은 이 전 총리 측이다. 호남 중심이긴 하지만, 전국 정당으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영남, 수도권에 아우를 수 있는 파급력이 필요하다.

함께하는
제3지대

이는 개혁신당 이 대표가 사실상 절대적으로 필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전 총리는 정치권서 잔뼈가 굵은 인사로 적어도 민주당이 이번 총선서 어떤 전략으로 나설지 줄줄이 꿰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친낙(친 이낙연)계 인물들도 이 전 총리와 함께 총선에 나서기 위해 줄줄이 탈당을 하고 있다. 

친낙계 인사들의 탈당 러시에 이 전 총리는 빅텐트의 기반을 우선 세워야 하기 때문에 설연휴 전에 연대가 필요하다는 인식에 동의했다.

새로운미래와 함께 연대가 확실시된 미래대연합 역시 합당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강하게 피력 중이다. 미래대연합 이원욱 의원은 “미래대연합의 정당 틀, 우산 속에 들어오는 당이 합해져 설날 밥상에 올려드리고 싶다는 게 목표”라고 언급했던 바 있다.

그러나 즉시 입장이 뒤바뀌었다. 미래대연합 박원석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시간적으로)설연휴 전은 이르다. ‘어떤 비전과 정책으로 새로운 정치를 선보일 것이냐’는 국민에게 이야기하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다소 주춤하고 있는 제3지대는 단일 정당이 필요하다며 이 전 총리와 개혁신당 이 대표에게 답을 촉구했다. 새로운선택은 두 인물에게 실무협의기구를 제안했고, 제3지대의 모든 세력이 동의할 수 있는 최소 강령을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제는 개혁신당 이 대표가 아직은 시기상조라며 설연휴 이후에 통합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점이다. 근거는 이 전 총리의 창당이 빨라도 1월 말에는 힘들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또 개혁신당 내부적으로도 ‘선명한 보수정당 VS 빅텐트’ 지향 문제를 놓고 갈등이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실제로 개혁신당 내부에는 국민의당 출신 등 다양한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정치권 관계자는 “실제로 개혁신당 이 대표의 신당에는 민생당 등 민주당 계열 인사가 다수 포함돼있다”며 “이 사람들은 이 전 총리와 합칠 것으로 생각하고 갔는데, 내부서 합치자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장은
시기상조?

실제 통합은 가능한 시나리오로 이제 막 합의점과 공통점을 찾아가는 단계다. 다만 서로 호감을 보였더라도 당장 뭔가 움직이기에는 시기상조로 서로 알아가는 단계가 필요한 상황이다. 현실적으로 제3지대가 각자도생해서는 원하는 의석, 의미있는 의석을 차지하기는 쉽지 않다.

관건은 주도권 다툼이다. 지분 싸움이 벌어질 경우, 의미 없는 연대가 될 수 있는 만큼 두 인물의 머릿 속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동맹 과정서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각각 신당을 차릴 경우 두 곳의 지지율은 17% 선으로 생각보다 파급효과가 있다. 

문제는 손을 잡았을 경우인데, 동력이 10%대로 떨어진다. 그도 그럴 것이 두 인물의 정치 노선이 늘 반대였던 탓이다. 그 동안 이 전 총리는 민주당 계열서, 개혁신당 이 대표는 국민의힘 계열서 정치를 해왔다. 정치적 이해관계와 정책적인 부분까지 엇갈림은 불가피하다. 

개혁신당 이 대표는 영남 위주로 당을 만들겠다고 공언했었다. 겉으로 보면 이 전 총리와 개혁신당 이 대표의 연대가 호남과 영남서 파급력을 발휘하기에는 충분한 명분을 갖췄다. 실제로 호남서도 민주당 지지율을 20% 가까이 폭락시키는 등 일부 파급력을 증명해냈다.

호남 기반인 이 전 총리 입장에서는 개혁신당 이 대표와의 연대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다만 개혁신당 이 대표는 설연휴 전 연대가 급하다고 보는 모양새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중요한 것은 시기가 아니다. 오히려 각자 세력이 창당을 추진하고 있는데 선명성이 있어야 유의미한 결합”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 전 총리의 신당 창당은 아직 진행 중이다. 관건은 힘을 발휘하기 위해 현실적인 창당이 아닌, 파격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현실적인 문제로 낙준연대가 불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반면 개혁신당 이 대표는 “이제 막 창당준비위원회를 꾸린 분들이 정책이라는 걸 아직까지 드러낸 게 없다. 국민도 이러면 창당을 따로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전히 가능성을 열어뒀다. 공감할 수 있는 ‘정책및 비전’을 제시해야 연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말로 해석된다.

선명성 있어야 연대 가능
현실적 문제는 극복 필요

문제는 합종연횡 변수들이 여전히 곳곳에 난무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현역 의원이 가장 많은 미래대연합은 테이블 세터 역할을 할 수 있는 만큼 개혁신당 이 대표에게는 필요한 카드다. 낙준연대가 기다리는 지점은 여야 공천 시점이다.

민주당은 ‘비명(비 이재명)계 학살’ 프레임이 씌워질 경우, 국민의힘은 ‘친윤(친 윤석열) 공천’이라는 빌미가 생길 경우 비명과 비윤계를 한데 모으기 쉬워진다. 이 경우 일시적인 연합이라도 파급력이 커져 일정 부분 이상의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

또 다른 변수는 현역 의원들의 참여 여부로 이 전 총리와 개혁신당 이 대표는 모두 기호 3번을 노리고 있다. 기호 3번은 민주당, 국민의힘에 이어 현역 의원 수가 많을 경우 배정받게 된다. 게다가 현역 의원이 많아지면 조직도 더욱 방대해진다.

현재까지 미래대연합을 제외하고는 현역 의원의 참여가 결정된 곳은 없다. 결국 공천장을 받지 못한 인사들의 본격적인 탈당 러시와 종착지에 따라 제3지대의 몸집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병립형 선거제도라는 변수도 존재한다. 제3지대 특성상 비례대표 당선이 목표로 현재 선거제도서 할당돼있는 지역구 의원 수는 253석이다. 제3지대는 현실적으로 모든 지역구에 후보를 내기 어려운 만큼 가장 가능성이 높은 당선 방식은 비례대표다.

선거제도가 병립형으로 회귀할 경우 신당에 불리해질 수밖에 없는데, 여당인 국민의힘은 병립형 회귀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최근 민주당이 준연동형제 유지 움직임이 이 전 총리와 개혁신당 이 대표에게는 희소식이다.

화학적 결합에는 다소 시간이 따를 수 있다. 다만 진영을 떠나 국민을 바라보는 정치를 하자는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돼야 한다. 그래야 낙준연대는 가능해진다. 

비례 지분
문제 생겨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연대는 충분히 가능하다. 다른 이념 속에서 정치를 해왔지만, 잘못됐다고 깨달아서 두 인물은 탈당한 것이다. 과거는 다르지만 미래는 같을 수가 있다”며 “다만 함께하는 사람에게 배지를 달아줘야 하는데, 어느 쪽이 더 많이 비례대표 순위로 들어가느냐는 게 현실적인 문제”라고 짚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군소정당들의 연합 결국 위성정당?

기본소득당과 열린민주당, 사회민주당이 국회 기자회견서 더불어민주당에 제안을 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민주·진보진영이 참여하는 비례연합정당을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현재 개혁연합신당은 기본소득당 용 의원이 이끌고 있는 중이다. 

개혁연합신당 구상은 22대 총선이 병립형이 아니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치러지는 걸 전제로 하는 방안이다.

민주당이 병립형 회귀에 무게를 둬온 것은 사실인데, 최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면서 제도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용 의원의 구상도 이 같은 흐름 속에서 나왔다.

그러나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결국 위성정당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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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