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동맹’ 낙준연대 동상이몽

뭉쳐야 사는 ‘시한부 연합’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서로 반대편에 서 있었다. 절대 손을 잡을 것 같지 않던 인물 두 명이 한 걸음씩 내딛더니 이제는 함께할 방법을 찾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앞에 놓인 난관을 헤쳐 나가야 한다. 과연 이낙연과 이준석이 함께 할 수 있을까?

제3지대가 꿈틀거리고 있다. 누군가 행사를 개최하면 우르르 몰려가 ‘빅텐트가 필요하다’며 한 마디씩 보태고 있다. 거대 양당에 맞서 자신들끼리의 연합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말과 궤를 같이 한다. 이 중 주목받는 연대가 바로 이낙연 전 총리와 개혁신당(가칭) 이준석 대표의 결합으로 이른바 낙준연대다. 

닿을 듯 
닿지 않는

최근 이 전 총리와 이 대표는 같은 공간에 자주 출몰 중이다. 우선 서로의 필요성은 인식한 모양새다. 두 인물 모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다. 총선을 앞두고 최대 변수로 통한다. 

앞서 이 전 총리는 개혁신당 이 대표와 만날 의사가 없음을 내비쳤던 바 있다. 지난 달까지만 해도 그는 생각이 같다면 공유하겠지만, 지금 만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 전 총리에게 구애를 먼저 한 인물은 이 대표다. 그는 “생각이 다르다면 이야기를 듣고 싶다”며 손길을 내밀었다. 

이 전 총리도 이에 호응하며 정치권에 드문 인재라고 평가하면서 만날 의향이 있음을 시사했다. 이렇듯 새해가 떠오르면서 제3지대가 더욱 활기를 띄는 모습이다. 본격적으로 제3지대 간의 합종연횡이 이뤄지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가운데, 두 사람도 함께 편승하려는 행보를 보인다. 


현재 제3지대서 새로운 당을 창당하겠다고 나선 세력은 크게 5곳으로 가장 먼저 불을 지핀 곳은 양향자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이 깃발을 세웠던 한국의희망이다. 다음으로 새로운선택(금태섭·조성주 공동대표)과 정의당 류호정 전 의원이 함께 띄우고 있는 신당이다. 

세 번째가 바로 이 대표 주도의 개혁신당이고, 네 번째는 최근 민주당을 탈당한 김종민·조응천·이원욱 의원이 띄운 미래대연합(가칭), 마지막 다섯 번째가 최근 이 전 총리가 참여하게 된 새로운미래(가칭)다. 앞서 이 전 총리는 지난 14일, 민주당을 탈당했던 바 있다.

이날 이 전 총리의 탈당은 민주당 내에 충격으로 돌아왔다. 24년간 민주당에 몸담아오면서 정치를 시작했고, 도지사, 총리, 당 대표 등 주요 보직을 맡았던 바 있다. 과거 새천년민주당, 열린민주당의 분열 때도 민주당에 남았었다.

탈당을 결심한 시기보다, 정치 행보를 멈춘 기간이 더 길었다. 탈당 전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회동한 뒤에도 간극은 좁혀지지 않았다. 

앞서 이 전 총리는 이 대표에게 대표직 사퇴와 동시에 민주당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둘 사이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상황으로 악화됐다. 이 전 총리가 당을 떠나 신당을 차리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순간이다. 

총선 앞두고 최대 변수로
영·호남 뭉치면 파급력↑

결국 민주당에 날을 세우며 나가버렸고 제3지대서 새로운 길을 모색 중이다. 그의 창당 취지는 과거를 넘어 새로운 미래로 넘어가겠다는 것으로 참여 발기인 수가 3만명에 달했다. 신당 창당준비위원회 요건이 200명인 점을 감안할 때 쓰나미급 후폭풍이 일 수도 있다.


공동창당준비위원장으로는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 신정현 전 경기도 의원 등이 맡았다. 그가 민주당을 떠나자 다수 원외 인사가 함께 동참했지만, 당내 현역 의원들이 함께하지는 않았다. 당 기반이 호남인 새로운미래는 선진 복지국가 건설과 중층적 돌고래 외교, 기후위기 대응,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지, 당내 민주주의 확대 등을 내세웠다. 

앞서 새로운미래 이석현 위원장은 “호남이 가장 많고, 호남 지역 참여도가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는데, 현재 호남지역의 민주당 지지율은 주춤한 상태다. 이 전 총리도 이 지점을 알고 공략 중이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이 전 총리가 대표 등 무언가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으나, 이 전 총리가 구상 중인 직책은 영입인재위원장이다. 이는 당 대표 등의 욕심을 내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 탈당 인사 등을 영입할 경우, 당의 외연은 더 확장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 전 총리 혼자 힘으로는 총선서 존재감을 발휘하기는 어렵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이  같은 이유로 그도 최근 개혁신당 이 대표와 함께 연합전선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서로에게 시그널을 보내는 수준이다.

우선 상황은 제3지대 간 첫 회동이 지난 14일 이뤄지는 등 긍정적으로 흘러가는 듯 보인다.

이 자리에는 이 전 총리, 개혁신당 이 대표, 미래대연합 김 의원이 함께 자리했다.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서 20분간 티타임 형식의 3자 회동이었다. 오는 4월10일 총선서 이 전 총리와 개혁신당 이 대표는 빅텐트 구상의 핵심 인물로 통한다. 

3자 회동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제3지대 간의 합종연횡이 슬금슬금 이뤄지려는 분위기인데, 문제는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다는 점이다. 마음이 급한 쪽은 이 전 총리 측이다. 호남 중심이긴 하지만, 전국 정당으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영남, 수도권에 아우를 수 있는 파급력이 필요하다.

함께하는
제3지대

이는 개혁신당 이 대표가 사실상 절대적으로 필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전 총리는 정치권서 잔뼈가 굵은 인사로 적어도 민주당이 이번 총선서 어떤 전략으로 나설지 줄줄이 꿰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친낙(친 이낙연)계 인물들도 이 전 총리와 함께 총선에 나서기 위해 줄줄이 탈당을 하고 있다. 

친낙계 인사들의 탈당 러시에 이 전 총리는 빅텐트의 기반을 우선 세워야 하기 때문에 설연휴 전에 연대가 필요하다는 인식에 동의했다.

새로운미래와 함께 연대가 확실시된 미래대연합 역시 합당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강하게 피력 중이다. 미래대연합 이원욱 의원은 “미래대연합의 정당 틀, 우산 속에 들어오는 당이 합해져 설날 밥상에 올려드리고 싶다는 게 목표”라고 언급했던 바 있다.


그러나 즉시 입장이 뒤바뀌었다. 미래대연합 박원석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시간적으로)설연휴 전은 이르다. ‘어떤 비전과 정책으로 새로운 정치를 선보일 것이냐’는 국민에게 이야기하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다소 주춤하고 있는 제3지대는 단일 정당이 필요하다며 이 전 총리와 개혁신당 이 대표에게 답을 촉구했다. 새로운선택은 두 인물에게 실무협의기구를 제안했고, 제3지대의 모든 세력이 동의할 수 있는 최소 강령을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제는 개혁신당 이 대표가 아직은 시기상조라며 설연휴 이후에 통합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점이다. 근거는 이 전 총리의 창당이 빨라도 1월 말에는 힘들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또 개혁신당 내부적으로도 ‘선명한 보수정당 VS 빅텐트’ 지향 문제를 놓고 갈등이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실제로 개혁신당 내부에는 국민의당 출신 등 다양한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정치권 관계자는 “실제로 개혁신당 이 대표의 신당에는 민생당 등 민주당 계열 인사가 다수 포함돼있다”며 “이 사람들은 이 전 총리와 합칠 것으로 생각하고 갔는데, 내부서 합치자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장은
시기상조?


실제 통합은 가능한 시나리오로 이제 막 합의점과 공통점을 찾아가는 단계다. 다만 서로 호감을 보였더라도 당장 뭔가 움직이기에는 시기상조로 서로 알아가는 단계가 필요한 상황이다. 현실적으로 제3지대가 각자도생해서는 원하는 의석, 의미있는 의석을 차지하기는 쉽지 않다.

관건은 주도권 다툼이다. 지분 싸움이 벌어질 경우, 의미 없는 연대가 될 수 있는 만큼 두 인물의 머릿 속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동맹 과정서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각각 신당을 차릴 경우 두 곳의 지지율은 17% 선으로 생각보다 파급효과가 있다. 

문제는 손을 잡았을 경우인데, 동력이 10%대로 떨어진다. 그도 그럴 것이 두 인물의 정치 노선이 늘 반대였던 탓이다. 그 동안 이 전 총리는 민주당 계열서, 개혁신당 이 대표는 국민의힘 계열서 정치를 해왔다. 정치적 이해관계와 정책적인 부분까지 엇갈림은 불가피하다. 

개혁신당 이 대표는 영남 위주로 당을 만들겠다고 공언했었다. 겉으로 보면 이 전 총리와 개혁신당 이 대표의 연대가 호남과 영남서 파급력을 발휘하기에는 충분한 명분을 갖췄다. 실제로 호남서도 민주당 지지율을 20% 가까이 폭락시키는 등 일부 파급력을 증명해냈다.

호남 기반인 이 전 총리 입장에서는 개혁신당 이 대표와의 연대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다만 개혁신당 이 대표는 설연휴 전 연대가 급하다고 보는 모양새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중요한 것은 시기가 아니다. 오히려 각자 세력이 창당을 추진하고 있는데 선명성이 있어야 유의미한 결합”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 전 총리의 신당 창당은 아직 진행 중이다. 관건은 힘을 발휘하기 위해 현실적인 창당이 아닌, 파격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현실적인 문제로 낙준연대가 불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반면 개혁신당 이 대표는 “이제 막 창당준비위원회를 꾸린 분들이 정책이라는 걸 아직까지 드러낸 게 없다. 국민도 이러면 창당을 따로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전히 가능성을 열어뒀다. 공감할 수 있는 ‘정책및 비전’을 제시해야 연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말로 해석된다.

선명성 있어야 연대 가능
현실적 문제는 극복 필요

문제는 합종연횡 변수들이 여전히 곳곳에 난무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현역 의원이 가장 많은 미래대연합은 테이블 세터 역할을 할 수 있는 만큼 개혁신당 이 대표에게는 필요한 카드다. 낙준연대가 기다리는 지점은 여야 공천 시점이다.

민주당은 ‘비명(비 이재명)계 학살’ 프레임이 씌워질 경우, 국민의힘은 ‘친윤(친 윤석열) 공천’이라는 빌미가 생길 경우 비명과 비윤계를 한데 모으기 쉬워진다. 이 경우 일시적인 연합이라도 파급력이 커져 일정 부분 이상의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

또 다른 변수는 현역 의원들의 참여 여부로 이 전 총리와 개혁신당 이 대표는 모두 기호 3번을 노리고 있다. 기호 3번은 민주당, 국민의힘에 이어 현역 의원 수가 많을 경우 배정받게 된다. 게다가 현역 의원이 많아지면 조직도 더욱 방대해진다.

현재까지 미래대연합을 제외하고는 현역 의원의 참여가 결정된 곳은 없다. 결국 공천장을 받지 못한 인사들의 본격적인 탈당 러시와 종착지에 따라 제3지대의 몸집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병립형 선거제도라는 변수도 존재한다. 제3지대 특성상 비례대표 당선이 목표로 현재 선거제도서 할당돼있는 지역구 의원 수는 253석이다. 제3지대는 현실적으로 모든 지역구에 후보를 내기 어려운 만큼 가장 가능성이 높은 당선 방식은 비례대표다.

선거제도가 병립형으로 회귀할 경우 신당에 불리해질 수밖에 없는데, 여당인 국민의힘은 병립형 회귀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최근 민주당이 준연동형제 유지 움직임이 이 전 총리와 개혁신당 이 대표에게는 희소식이다.

화학적 결합에는 다소 시간이 따를 수 있다. 다만 진영을 떠나 국민을 바라보는 정치를 하자는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돼야 한다. 그래야 낙준연대는 가능해진다. 

비례 지분
문제 생겨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연대는 충분히 가능하다. 다른 이념 속에서 정치를 해왔지만, 잘못됐다고 깨달아서 두 인물은 탈당한 것이다. 과거는 다르지만 미래는 같을 수가 있다”며 “다만 함께하는 사람에게 배지를 달아줘야 하는데, 어느 쪽이 더 많이 비례대표 순위로 들어가느냐는 게 현실적인 문제”라고 짚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군소정당들의 연합 결국 위성정당?

기본소득당과 열린민주당, 사회민주당이 국회 기자회견서 더불어민주당에 제안을 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민주·진보진영이 참여하는 비례연합정당을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현재 개혁연합신당은 기본소득당 용 의원이 이끌고 있는 중이다. 

개혁연합신당 구상은 22대 총선이 병립형이 아니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치러지는 걸 전제로 하는 방안이다.

민주당이 병립형 회귀에 무게를 둬온 것은 사실인데, 최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면서 제도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용 의원의 구상도 이 같은 흐름 속에서 나왔다.

그러나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결국 위성정당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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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