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동맹’ 낙준연대 동상이몽

뭉쳐야 사는 ‘시한부 연합’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서로 반대편에 서 있었다. 절대 손을 잡을 것 같지 않던 인물 두 명이 한 걸음씩 내딛더니 이제는 함께할 방법을 찾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앞에 놓인 난관을 헤쳐 나가야 한다. 과연 이낙연과 이준석이 함께 할 수 있을까?

제3지대가 꿈틀거리고 있다. 누군가 행사를 개최하면 우르르 몰려가 ‘빅텐트가 필요하다’며 한 마디씩 보태고 있다. 거대 양당에 맞서 자신들끼리의 연합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말과 궤를 같이 한다. 이 중 주목받는 연대가 바로 이낙연 전 총리와 개혁신당(가칭) 이준석 대표의 결합으로 이른바 낙준연대다. 

닿을 듯 
닿지 않는

최근 이 전 총리와 이 대표는 같은 공간에 자주 출몰 중이다. 우선 서로의 필요성은 인식한 모양새다. 두 인물 모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다. 총선을 앞두고 최대 변수로 통한다. 

앞서 이 전 총리는 개혁신당 이 대표와 만날 의사가 없음을 내비쳤던 바 있다. 지난 달까지만 해도 그는 생각이 같다면 공유하겠지만, 지금 만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 전 총리에게 구애를 먼저 한 인물은 이 대표다. 그는 “생각이 다르다면 이야기를 듣고 싶다”며 손길을 내밀었다. 

이 전 총리도 이에 호응하며 정치권에 드문 인재라고 평가하면서 만날 의향이 있음을 시사했다. 이렇듯 새해가 떠오르면서 제3지대가 더욱 활기를 띄는 모습이다. 본격적으로 제3지대 간의 합종연횡이 이뤄지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가운데, 두 사람도 함께 편승하려는 행보를 보인다. 


현재 제3지대서 새로운 당을 창당하겠다고 나선 세력은 크게 5곳으로 가장 먼저 불을 지핀 곳은 양향자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이 깃발을 세웠던 한국의희망이다. 다음으로 새로운선택(금태섭·조성주 공동대표)과 정의당 류호정 전 의원이 함께 띄우고 있는 신당이다. 

세 번째가 바로 이 대표 주도의 개혁신당이고, 네 번째는 최근 민주당을 탈당한 김종민·조응천·이원욱 의원이 띄운 미래대연합(가칭), 마지막 다섯 번째가 최근 이 전 총리가 참여하게 된 새로운미래(가칭)다. 앞서 이 전 총리는 지난 14일, 민주당을 탈당했던 바 있다.

이날 이 전 총리의 탈당은 민주당 내에 충격으로 돌아왔다. 24년간 민주당에 몸담아오면서 정치를 시작했고, 도지사, 총리, 당 대표 등 주요 보직을 맡았던 바 있다. 과거 새천년민주당, 열린민주당의 분열 때도 민주당에 남았었다.

탈당을 결심한 시기보다, 정치 행보를 멈춘 기간이 더 길었다. 탈당 전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회동한 뒤에도 간극은 좁혀지지 않았다. 

앞서 이 전 총리는 이 대표에게 대표직 사퇴와 동시에 민주당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둘 사이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상황으로 악화됐다. 이 전 총리가 당을 떠나 신당을 차리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순간이다. 

총선 앞두고 최대 변수로
영·호남 뭉치면 파급력↑

결국 민주당에 날을 세우며 나가버렸고 제3지대서 새로운 길을 모색 중이다. 그의 창당 취지는 과거를 넘어 새로운 미래로 넘어가겠다는 것으로 참여 발기인 수가 3만명에 달했다. 신당 창당준비위원회 요건이 200명인 점을 감안할 때 쓰나미급 후폭풍이 일 수도 있다.


공동창당준비위원장으로는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 신정현 전 경기도 의원 등이 맡았다. 그가 민주당을 떠나자 다수 원외 인사가 함께 동참했지만, 당내 현역 의원들이 함께하지는 않았다. 당 기반이 호남인 새로운미래는 선진 복지국가 건설과 중층적 돌고래 외교, 기후위기 대응,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지, 당내 민주주의 확대 등을 내세웠다. 

앞서 새로운미래 이석현 위원장은 “호남이 가장 많고, 호남 지역 참여도가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는데, 현재 호남지역의 민주당 지지율은 주춤한 상태다. 이 전 총리도 이 지점을 알고 공략 중이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이 전 총리가 대표 등 무언가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으나, 이 전 총리가 구상 중인 직책은 영입인재위원장이다. 이는 당 대표 등의 욕심을 내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 탈당 인사 등을 영입할 경우, 당의 외연은 더 확장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 전 총리 혼자 힘으로는 총선서 존재감을 발휘하기는 어렵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이  같은 이유로 그도 최근 개혁신당 이 대표와 함께 연합전선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서로에게 시그널을 보내는 수준이다.

우선 상황은 제3지대 간 첫 회동이 지난 14일 이뤄지는 등 긍정적으로 흘러가는 듯 보인다.

이 자리에는 이 전 총리, 개혁신당 이 대표, 미래대연합 김 의원이 함께 자리했다.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서 20분간 티타임 형식의 3자 회동이었다. 오는 4월10일 총선서 이 전 총리와 개혁신당 이 대표는 빅텐트 구상의 핵심 인물로 통한다. 

3자 회동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제3지대 간의 합종연횡이 슬금슬금 이뤄지려는 분위기인데, 문제는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다는 점이다. 마음이 급한 쪽은 이 전 총리 측이다. 호남 중심이긴 하지만, 전국 정당으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영남, 수도권에 아우를 수 있는 파급력이 필요하다.

함께하는
제3지대

이는 개혁신당 이 대표가 사실상 절대적으로 필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전 총리는 정치권서 잔뼈가 굵은 인사로 적어도 민주당이 이번 총선서 어떤 전략으로 나설지 줄줄이 꿰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친낙(친 이낙연)계 인물들도 이 전 총리와 함께 총선에 나서기 위해 줄줄이 탈당을 하고 있다. 

친낙계 인사들의 탈당 러시에 이 전 총리는 빅텐트의 기반을 우선 세워야 하기 때문에 설연휴 전에 연대가 필요하다는 인식에 동의했다.

새로운미래와 함께 연대가 확실시된 미래대연합 역시 합당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강하게 피력 중이다. 미래대연합 이원욱 의원은 “미래대연합의 정당 틀, 우산 속에 들어오는 당이 합해져 설날 밥상에 올려드리고 싶다는 게 목표”라고 언급했던 바 있다.


그러나 즉시 입장이 뒤바뀌었다. 미래대연합 박원석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시간적으로)설연휴 전은 이르다. ‘어떤 비전과 정책으로 새로운 정치를 선보일 것이냐’는 국민에게 이야기하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다소 주춤하고 있는 제3지대는 단일 정당이 필요하다며 이 전 총리와 개혁신당 이 대표에게 답을 촉구했다. 새로운선택은 두 인물에게 실무협의기구를 제안했고, 제3지대의 모든 세력이 동의할 수 있는 최소 강령을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제는 개혁신당 이 대표가 아직은 시기상조라며 설연휴 이후에 통합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점이다. 근거는 이 전 총리의 창당이 빨라도 1월 말에는 힘들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또 개혁신당 내부적으로도 ‘선명한 보수정당 VS 빅텐트’ 지향 문제를 놓고 갈등이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실제로 개혁신당 내부에는 국민의당 출신 등 다양한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정치권 관계자는 “실제로 개혁신당 이 대표의 신당에는 민생당 등 민주당 계열 인사가 다수 포함돼있다”며 “이 사람들은 이 전 총리와 합칠 것으로 생각하고 갔는데, 내부서 합치자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장은
시기상조?


실제 통합은 가능한 시나리오로 이제 막 합의점과 공통점을 찾아가는 단계다. 다만 서로 호감을 보였더라도 당장 뭔가 움직이기에는 시기상조로 서로 알아가는 단계가 필요한 상황이다. 현실적으로 제3지대가 각자도생해서는 원하는 의석, 의미있는 의석을 차지하기는 쉽지 않다.

관건은 주도권 다툼이다. 지분 싸움이 벌어질 경우, 의미 없는 연대가 될 수 있는 만큼 두 인물의 머릿 속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동맹 과정서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각각 신당을 차릴 경우 두 곳의 지지율은 17% 선으로 생각보다 파급효과가 있다. 

문제는 손을 잡았을 경우인데, 동력이 10%대로 떨어진다. 그도 그럴 것이 두 인물의 정치 노선이 늘 반대였던 탓이다. 그 동안 이 전 총리는 민주당 계열서, 개혁신당 이 대표는 국민의힘 계열서 정치를 해왔다. 정치적 이해관계와 정책적인 부분까지 엇갈림은 불가피하다. 

개혁신당 이 대표는 영남 위주로 당을 만들겠다고 공언했었다. 겉으로 보면 이 전 총리와 개혁신당 이 대표의 연대가 호남과 영남서 파급력을 발휘하기에는 충분한 명분을 갖췄다. 실제로 호남서도 민주당 지지율을 20% 가까이 폭락시키는 등 일부 파급력을 증명해냈다.

호남 기반인 이 전 총리 입장에서는 개혁신당 이 대표와의 연대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다만 개혁신당 이 대표는 설연휴 전 연대가 급하다고 보는 모양새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중요한 것은 시기가 아니다. 오히려 각자 세력이 창당을 추진하고 있는데 선명성이 있어야 유의미한 결합”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 전 총리의 신당 창당은 아직 진행 중이다. 관건은 힘을 발휘하기 위해 현실적인 창당이 아닌, 파격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현실적인 문제로 낙준연대가 불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반면 개혁신당 이 대표는 “이제 막 창당준비위원회를 꾸린 분들이 정책이라는 걸 아직까지 드러낸 게 없다. 국민도 이러면 창당을 따로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전히 가능성을 열어뒀다. 공감할 수 있는 ‘정책및 비전’을 제시해야 연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말로 해석된다.

선명성 있어야 연대 가능
현실적 문제는 극복 필요

문제는 합종연횡 변수들이 여전히 곳곳에 난무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현역 의원이 가장 많은 미래대연합은 테이블 세터 역할을 할 수 있는 만큼 개혁신당 이 대표에게는 필요한 카드다. 낙준연대가 기다리는 지점은 여야 공천 시점이다.

민주당은 ‘비명(비 이재명)계 학살’ 프레임이 씌워질 경우, 국민의힘은 ‘친윤(친 윤석열) 공천’이라는 빌미가 생길 경우 비명과 비윤계를 한데 모으기 쉬워진다. 이 경우 일시적인 연합이라도 파급력이 커져 일정 부분 이상의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

또 다른 변수는 현역 의원들의 참여 여부로 이 전 총리와 개혁신당 이 대표는 모두 기호 3번을 노리고 있다. 기호 3번은 민주당, 국민의힘에 이어 현역 의원 수가 많을 경우 배정받게 된다. 게다가 현역 의원이 많아지면 조직도 더욱 방대해진다.

현재까지 미래대연합을 제외하고는 현역 의원의 참여가 결정된 곳은 없다. 결국 공천장을 받지 못한 인사들의 본격적인 탈당 러시와 종착지에 따라 제3지대의 몸집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병립형 선거제도라는 변수도 존재한다. 제3지대 특성상 비례대표 당선이 목표로 현재 선거제도서 할당돼있는 지역구 의원 수는 253석이다. 제3지대는 현실적으로 모든 지역구에 후보를 내기 어려운 만큼 가장 가능성이 높은 당선 방식은 비례대표다.

선거제도가 병립형으로 회귀할 경우 신당에 불리해질 수밖에 없는데, 여당인 국민의힘은 병립형 회귀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최근 민주당이 준연동형제 유지 움직임이 이 전 총리와 개혁신당 이 대표에게는 희소식이다.

화학적 결합에는 다소 시간이 따를 수 있다. 다만 진영을 떠나 국민을 바라보는 정치를 하자는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돼야 한다. 그래야 낙준연대는 가능해진다. 

비례 지분
문제 생겨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연대는 충분히 가능하다. 다른 이념 속에서 정치를 해왔지만, 잘못됐다고 깨달아서 두 인물은 탈당한 것이다. 과거는 다르지만 미래는 같을 수가 있다”며 “다만 함께하는 사람에게 배지를 달아줘야 하는데, 어느 쪽이 더 많이 비례대표 순위로 들어가느냐는 게 현실적인 문제”라고 짚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군소정당들의 연합 결국 위성정당?

기본소득당과 열린민주당, 사회민주당이 국회 기자회견서 더불어민주당에 제안을 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민주·진보진영이 참여하는 비례연합정당을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현재 개혁연합신당은 기본소득당 용 의원이 이끌고 있는 중이다. 

개혁연합신당 구상은 22대 총선이 병립형이 아니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치러지는 걸 전제로 하는 방안이다.

민주당이 병립형 회귀에 무게를 둬온 것은 사실인데, 최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면서 제도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용 의원의 구상도 이 같은 흐름 속에서 나왔다.

그러나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결국 위성정당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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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안 이후⋯‘초상집’ 검찰 내부 분위기

검찰개혁안 이후⋯‘초상집’ 검찰 내부 분위기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정부 조직 개편안이 발표됐다. 개편안이 시행되는 것은 아직 1년여의 시간이 남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검찰수사관, 지휘부와 일선 검사들은 물론 퇴직 검사들까지 나서서 검찰청 폐지에 반대 중이다. 특히 공소청장을 검찰총장으로 한다는 개혁안에 대해 위헌이라는 의견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대선 기간부터 말이 나왔던 검찰개혁안이 발표됐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고 검찰개혁안에 대해 쉬쉬하던 검찰 내부에서는 이제야 조직을 지키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수사관, 검사, 퇴직 검사, 지휘부 등 모든 관계자들이 검찰 해체가 ‘위헌’이라는 목소리를 내는 등 늦게나마 조직을 지키기 위해 나섰다. “위헌” 목소리 지난 7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편안에 의견을 모았다. 다만 시행 시기는 세부 방안 확정 등을 위해 1년 동안 유예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원장은 “당정은 국정기획위원회에서 건의한 조직 개편안을 중심으로 사회 각계의 의견을 듣고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마련한 정부 조직 개편방안을 추진했다”며 “개편 방안 중 검찰개혁을 가장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개혁의 완성은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라며 “그간 검찰의 견제받지 않은 권한의 남용과 공정성 훼손에 대해 지속적인 우려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당정은 검찰 수사·기소를 분리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각각 신설하며,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으로 두기로 확정했다. 한 위원장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의 제기와 유지, 영장 청구 등을 수행하기 위해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공소청을 신설하는 한편, 부패·경제 범죄 등 중대 범죄에 대한 수사를 수행하기 위해 행안부 장관 소속으로 중수청을 신설하겠다”고 설명했다. 헌법의 검찰총장 임명 조항과 관련해 ‘공소청장이 검찰총장이 되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그는 “그렇게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당정은 구체적인 검찰개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국무총리실 산하 범정부 검찰개혁추진단을 구성해 당정대 협의를 거쳐 이른 시일 내에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 위원장은 “오늘 협의 결과를 토대로 의원 입법을 통해 조속히 정부 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추석 이전에 개편안을 시행하기 위해 이달 말에 법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며 “정부 조직 개편에 특별히 야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정부 조직 개편안 발표 “잘못 인정하지만 폐지는 절대…”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지난 9일 야권에 ‘3대 개혁(검찰·사법·언론)’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했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검찰, 사법, 언론은 견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려온 곳”이라면서 “3대 개혁은 비정상적인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시대에 맞게 고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절대 독점은 절대 부패한다”며 “절대 독점을 해소함으로써 권력기관은 스스로 절대 부패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개혁은 타이밍”이라며 “추석 귀향길 뉴스에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는 기쁜 소식을 들려드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해체되는 검찰개혁안이 발표되자, 검찰 구성원은 이제야 뭉쳐 반발하는 분위기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이 ‘검찰청 폐지’를 토대로 한 정부 조직법 개편안을 두고 “검찰이 개명당할 위기에 놓였다”면서도 “이 모든 것은 우리 검찰의 잘못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행은 지난 8일 오전 출근길에 취재진을 만나 전날 정부여당이 내놓은 정부 조직 개편안과 관련해 “헌법에 명시돼있는 검찰이 법률에 의해 개명당할 위기에 놓였다”면서도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우리 검찰의 잘못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저희들이 그 점에 대해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에 검찰개혁 방향에 대해서 세부적인 방향이 진행될 것인데, 그 세부적인 방향은 국민들 입장에서 설계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언급했다. ‘반성’을 앞세우면서도 ‘강제 개명’ ‘국민 입장’ 등 뼈 있는 표현을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앞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저희 검찰도 입장을 내도록 하겠다”고 검찰 존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검찰 수사관들은 전국 검찰 수사관회의를 열어 달라고 대검찰청에 요청하고 있다. 이대로 사라지나 수사관 A씨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현재 검찰 조직을 둘러싼 상황이 우리 가족에게, 내 친구들에게, 내 친척들에게, 내 이웃사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정말 우려스럽다”는 심경을 밝혔다. 자신을 8년 차 수사관이라고 소개한 그는 “저희는 노조(노동조합)도 없고 직장협의회도 없다”며 “검찰이 해체되면 도대체 1년 뒤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른 채 일을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저는 수사가 하고 싶어 수사관이 됐는데, 앞으로 수사할 수도 없이 제가 8년간 소중히 여겨온 검찰 수사관이라는 직업을 빼앗겨야 한다”고 토로했다. A씨는 “대검 운영지원과에 조속히 전국수사관회의를 열어줄 것을 요구한다”며 “저희 검찰 수사관들을 위한 논의를, 검찰 조직의 방향을 위한 논의를, 형사법체계에 대한 논의를 반드시 검찰 구성원들끼리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문재인정부 때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강행하자 서울고검·대구지검 등 소속 검찰 수사관 수백명이 2022년 4월 검찰수사관회의를 열고 우려 입장을 밝혔다. 김건희 특검에 파견된 일부 검사들은 ‘원대 복귀’ 희망 의사를 특검 지휘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명 건진법사 게이트와 통일교 수사팀장을 맡은 부장검사 2명이 팀원들의 의견을 취합해 특검보에게 “전원 복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다만 특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관련 보도에 대해 “정식으로 해당 내용을 확인한 바 없다”며 “내심의 의사는 모르지만 아직 전달받은 내용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퇴직 검사들도 검찰청 폐지를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퇴직 검사 및 검찰공무원 모임인 검찰동우회는 성명서를 내고 “정부와 여당은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정부 조직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다시 살릴 방법은? 이들은 “검찰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져 해체 위기까지 맞이하게 된 데 대해 국민 앞에 먼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검찰이 권력의 시녀라는 비판을 받는 것을 넘어 개혁 대상이 된 현실은 검찰 구성원의 과오에서 비롯됐음을 통감하며 국민 질책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권한을 조정하고 조직을 개편하려는 입법부의 결단을 존중하며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에 동참할 것”이라면서도 “개혁은 헌법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함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다. 성급한 개혁은 위헌 논란을 야기해 개혁의 동력을 상실하게 할 위험이 크다”고 경계했다. 그러면서 “1948년 제헌 헌법은 수많은 직위 중 유독 검찰총장을 국무회의 심의 사항으로 명시했고 이 원칙은 70년 넘는 헌정사 동안 굳건히 지켜져 왔다. 검찰청과 그 책임자인 검찰총장이 단순한 행정 조직이 아닌 헌법적 차원에서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받는 헌법적 기관임을 명백히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헌법이 인정한 기관의 명칭을 법률로 변경하는 것은 헌법정신을 거스르는 일이며 법체계의 위계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법률로 헌법상의 법원을 재판소로 바꾸거나 국무총리를 부통령으로 바꾸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민이 원하는 진정한 개혁은 위헌적 논란을 감수하며 명칭을 바꾸는 방식이 아니어도 충분히 가능하다. 개혁의 핵심은 명칭이 아닌, 검찰이 국민을 위해 어떻게 기능할 것인가에 있어야 한다”며 “개혁의 과정에서 헌법적 가치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올바른 길을 찾아주길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청 폐지 위헌 주장은 헌법 89조16호에서 비롯됐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공청회’에 진술인으로 참석해 “‘공소청장’을 헌법 제89조 제16호의 ‘검찰총장’으로 본다”는 공소청 법안 규정을 두고, “헌법상의 기관을 헌법 하위의 법률로써 바꾸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헌법 89조 16항 발목 잡나 “규정 넣으면 실질 갖출 수도” 그는 “헌법에서 예정하고 있는 검찰총장은 검찰청이라고 하는 조직의 수장이고 검찰청은 수사와 기소권을 모두 갖고 있는 조직을 말하는 것인데, 이런 조직의 명칭만 바꾸는 것도 위헌이고 명칭을 그대로 두고 내용을 바꾸는 것도 위헌”이라고 밝혔다. 헌법 제89조 제16호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할 사항 가운데 하나로 ‘검찰총장·합동참모의장·각군 참모총장·국립대학교총장·대사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과 국영기업체 관리자의 임명’을 규정하고 있다. 앞서 노태우정부에서도 합동참모본부를 국방참모본부로, 합동참모의장을 국방참모의장으로 각각 변경하는 내용의 국군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같은 헌법 89조에 따른 위헌 지적이 나오자 명칭 변경을 포기한 선례도 있다. 2010년에도 군 지휘구조 개편을 통해 합동참모본부를 합동군사령부로, 합동참모의장을 합동군사령관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위헌 가능성이 있어 개정안을 발의하지 못했다고 한다. 더 나아가 검찰청 폐지 역시 검찰총장을 명시한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헌법상 검찰총장은 검찰청이란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한 것인데 이를 없애거나 두지 않는 건 ‘위헌적 입법 부작위’라는 취지다. 공소청 설치법에서 공소청장을 ‘헌법상 검찰총장으로 간주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는 것은 하위 법률로 헌법에서 정한 사항을 무력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논리로 연결된다. 검찰청 폐지가 위헌이라는 지적이 검찰동인회뿐만 아니라 법조계와 학계에서도 나오자 당정은 ‘검찰청이 헌법기관이 아니라 폐지하면 위헌이라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검찰총장을 헌법상 기관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도 “검사는 개개인 독립된 행정관청이고, 검찰총장은 그 집합체의 장일 뿐 조직법상 직위가 만들어질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총장 명시 헌법 위반? 헌법상 검찰총장이 명시돼있더라도 공석으로 임명하지 않은 채 충분히 신설 공소청장을 임명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공소청장을 임명하면 검찰총장은 헌법 조문상에서만 존재하게 두고 법적 지위는 없어진 게 되는 것”이라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헌법 92조), 국가원로자문회의(헌법 90조) 등 헌법상 사문화된 기관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공소청 법안이 준비되면 공소청장 임명에 관한 규정에 ‘헌법 89조 16조의 검찰총장 임명 방식을 준용한다’는 규정을 넣으면 실질도 갖출 수 있다고 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법 역시 법적 미비점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한다’ 등으로 명시해 근거를 마련했다는 게 근거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