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동맹’ 낙준연대 동상이몽

뭉쳐야 사는 ‘시한부 연합’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서로 반대편에 서 있었다. 절대 손을 잡을 것 같지 않던 인물 두 명이 한 걸음씩 내딛더니 이제는 함께할 방법을 찾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앞에 놓인 난관을 헤쳐 나가야 한다. 과연 이낙연과 이준석이 함께 할 수 있을까?

제3지대가 꿈틀거리고 있다. 누군가 행사를 개최하면 우르르 몰려가 ‘빅텐트가 필요하다’며 한 마디씩 보태고 있다. 거대 양당에 맞서 자신들끼리의 연합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말과 궤를 같이 한다. 이 중 주목받는 연대가 바로 이낙연 전 총리와 개혁신당(가칭) 이준석 대표의 결합으로 이른바 낙준연대다. 

닿을 듯 
닿지 않는

최근 이 전 총리와 이 대표는 같은 공간에 자주 출몰 중이다. 우선 서로의 필요성은 인식한 모양새다. 두 인물 모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다. 총선을 앞두고 최대 변수로 통한다. 

앞서 이 전 총리는 개혁신당 이 대표와 만날 의사가 없음을 내비쳤던 바 있다. 지난 달까지만 해도 그는 생각이 같다면 공유하겠지만, 지금 만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 전 총리에게 구애를 먼저 한 인물은 이 대표다. 그는 “생각이 다르다면 이야기를 듣고 싶다”며 손길을 내밀었다. 

이 전 총리도 이에 호응하며 정치권에 드문 인재라고 평가하면서 만날 의향이 있음을 시사했다. 이렇듯 새해가 떠오르면서 제3지대가 더욱 활기를 띄는 모습이다. 본격적으로 제3지대 간의 합종연횡이 이뤄지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가운데, 두 사람도 함께 편승하려는 행보를 보인다. 

현재 제3지대서 새로운 당을 창당하겠다고 나선 세력은 크게 5곳으로 가장 먼저 불을 지핀 곳은 양향자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이 깃발을 세웠던 한국의희망이다. 다음으로 새로운선택(금태섭·조성주 공동대표)과 정의당 류호정 전 의원이 함께 띄우고 있는 신당이다. 

세 번째가 바로 이 대표 주도의 개혁신당이고, 네 번째는 최근 민주당을 탈당한 김종민·조응천·이원욱 의원이 띄운 미래대연합(가칭), 마지막 다섯 번째가 최근 이 전 총리가 참여하게 된 새로운미래(가칭)다. 앞서 이 전 총리는 지난 14일, 민주당을 탈당했던 바 있다.

이날 이 전 총리의 탈당은 민주당 내에 충격으로 돌아왔다. 24년간 민주당에 몸담아오면서 정치를 시작했고, 도지사, 총리, 당 대표 등 주요 보직을 맡았던 바 있다. 과거 새천년민주당, 열린민주당의 분열 때도 민주당에 남았었다.

탈당을 결심한 시기보다, 정치 행보를 멈춘 기간이 더 길었다. 탈당 전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회동한 뒤에도 간극은 좁혀지지 않았다. 

앞서 이 전 총리는 이 대표에게 대표직 사퇴와 동시에 민주당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둘 사이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상황으로 악화됐다. 이 전 총리가 당을 떠나 신당을 차리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순간이다. 

총선 앞두고 최대 변수로
영·호남 뭉치면 파급력↑

결국 민주당에 날을 세우며 나가버렸고 제3지대서 새로운 길을 모색 중이다. 그의 창당 취지는 과거를 넘어 새로운 미래로 넘어가겠다는 것으로 참여 발기인 수가 3만명에 달했다. 신당 창당준비위원회 요건이 200명인 점을 감안할 때 쓰나미급 후폭풍이 일 수도 있다.

공동창당준비위원장으로는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 신정현 전 경기도 의원 등이 맡았다. 그가 민주당을 떠나자 다수 원외 인사가 함께 동참했지만, 당내 현역 의원들이 함께하지는 않았다. 당 기반이 호남인 새로운미래는 선진 복지국가 건설과 중층적 돌고래 외교, 기후위기 대응,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지, 당내 민주주의 확대 등을 내세웠다. 

앞서 새로운미래 이석현 위원장은 “호남이 가장 많고, 호남 지역 참여도가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는데, 현재 호남지역의 민주당 지지율은 주춤한 상태다. 이 전 총리도 이 지점을 알고 공략 중이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이 전 총리가 대표 등 무언가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으나, 이 전 총리가 구상 중인 직책은 영입인재위원장이다. 이는 당 대표 등의 욕심을 내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 탈당 인사 등을 영입할 경우, 당의 외연은 더 확장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 전 총리 혼자 힘으로는 총선서 존재감을 발휘하기는 어렵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이  같은 이유로 그도 최근 개혁신당 이 대표와 함께 연합전선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서로에게 시그널을 보내는 수준이다.

우선 상황은 제3지대 간 첫 회동이 지난 14일 이뤄지는 등 긍정적으로 흘러가는 듯 보인다.

이 자리에는 이 전 총리, 개혁신당 이 대표, 미래대연합 김 의원이 함께 자리했다.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서 20분간 티타임 형식의 3자 회동이었다. 오는 4월10일 총선서 이 전 총리와 개혁신당 이 대표는 빅텐트 구상의 핵심 인물로 통한다. 

3자 회동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제3지대 간의 합종연횡이 슬금슬금 이뤄지려는 분위기인데, 문제는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다는 점이다. 마음이 급한 쪽은 이 전 총리 측이다. 호남 중심이긴 하지만, 전국 정당으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영남, 수도권에 아우를 수 있는 파급력이 필요하다.

함께하는
제3지대

이는 개혁신당 이 대표가 사실상 절대적으로 필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전 총리는 정치권서 잔뼈가 굵은 인사로 적어도 민주당이 이번 총선서 어떤 전략으로 나설지 줄줄이 꿰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친낙(친 이낙연)계 인물들도 이 전 총리와 함께 총선에 나서기 위해 줄줄이 탈당을 하고 있다. 

친낙계 인사들의 탈당 러시에 이 전 총리는 빅텐트의 기반을 우선 세워야 하기 때문에 설연휴 전에 연대가 필요하다는 인식에 동의했다.

새로운미래와 함께 연대가 확실시된 미래대연합 역시 합당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강하게 피력 중이다. 미래대연합 이원욱 의원은 “미래대연합의 정당 틀, 우산 속에 들어오는 당이 합해져 설날 밥상에 올려드리고 싶다는 게 목표”라고 언급했던 바 있다.

그러나 즉시 입장이 뒤바뀌었다. 미래대연합 박원석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시간적으로)설연휴 전은 이르다. ‘어떤 비전과 정책으로 새로운 정치를 선보일 것이냐’는 국민에게 이야기하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다소 주춤하고 있는 제3지대는 단일 정당이 필요하다며 이 전 총리와 개혁신당 이 대표에게 답을 촉구했다. 새로운선택은 두 인물에게 실무협의기구를 제안했고, 제3지대의 모든 세력이 동의할 수 있는 최소 강령을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제는 개혁신당 이 대표가 아직은 시기상조라며 설연휴 이후에 통합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점이다. 근거는 이 전 총리의 창당이 빨라도 1월 말에는 힘들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또 개혁신당 내부적으로도 ‘선명한 보수정당 VS 빅텐트’ 지향 문제를 놓고 갈등이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실제로 개혁신당 내부에는 국민의당 출신 등 다양한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정치권 관계자는 “실제로 개혁신당 이 대표의 신당에는 민생당 등 민주당 계열 인사가 다수 포함돼있다”며 “이 사람들은 이 전 총리와 합칠 것으로 생각하고 갔는데, 내부서 합치자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장은
시기상조?

실제 통합은 가능한 시나리오로 이제 막 합의점과 공통점을 찾아가는 단계다. 다만 서로 호감을 보였더라도 당장 뭔가 움직이기에는 시기상조로 서로 알아가는 단계가 필요한 상황이다. 현실적으로 제3지대가 각자도생해서는 원하는 의석, 의미있는 의석을 차지하기는 쉽지 않다.

관건은 주도권 다툼이다. 지분 싸움이 벌어질 경우, 의미 없는 연대가 될 수 있는 만큼 두 인물의 머릿 속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동맹 과정서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각각 신당을 차릴 경우 두 곳의 지지율은 17% 선으로 생각보다 파급효과가 있다. 

문제는 손을 잡았을 경우인데, 동력이 10%대로 떨어진다. 그도 그럴 것이 두 인물의 정치 노선이 늘 반대였던 탓이다. 그 동안 이 전 총리는 민주당 계열서, 개혁신당 이 대표는 국민의힘 계열서 정치를 해왔다. 정치적 이해관계와 정책적인 부분까지 엇갈림은 불가피하다. 

개혁신당 이 대표는 영남 위주로 당을 만들겠다고 공언했었다. 겉으로 보면 이 전 총리와 개혁신당 이 대표의 연대가 호남과 영남서 파급력을 발휘하기에는 충분한 명분을 갖췄다. 실제로 호남서도 민주당 지지율을 20% 가까이 폭락시키는 등 일부 파급력을 증명해냈다.

호남 기반인 이 전 총리 입장에서는 개혁신당 이 대표와의 연대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다만 개혁신당 이 대표는 설연휴 전 연대가 급하다고 보는 모양새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중요한 것은 시기가 아니다. 오히려 각자 세력이 창당을 추진하고 있는데 선명성이 있어야 유의미한 결합”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 전 총리의 신당 창당은 아직 진행 중이다. 관건은 힘을 발휘하기 위해 현실적인 창당이 아닌, 파격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현실적인 문제로 낙준연대가 불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반면 개혁신당 이 대표는 “이제 막 창당준비위원회를 꾸린 분들이 정책이라는 걸 아직까지 드러낸 게 없다. 국민도 이러면 창당을 따로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전히 가능성을 열어뒀다. 공감할 수 있는 ‘정책및 비전’을 제시해야 연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말로 해석된다.

선명성 있어야 연대 가능
현실적 문제는 극복 필요

문제는 합종연횡 변수들이 여전히 곳곳에 난무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현역 의원이 가장 많은 미래대연합은 테이블 세터 역할을 할 수 있는 만큼 개혁신당 이 대표에게는 필요한 카드다. 낙준연대가 기다리는 지점은 여야 공천 시점이다.

민주당은 ‘비명(비 이재명)계 학살’ 프레임이 씌워질 경우, 국민의힘은 ‘친윤(친 윤석열) 공천’이라는 빌미가 생길 경우 비명과 비윤계를 한데 모으기 쉬워진다. 이 경우 일시적인 연합이라도 파급력이 커져 일정 부분 이상의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

또 다른 변수는 현역 의원들의 참여 여부로 이 전 총리와 개혁신당 이 대표는 모두 기호 3번을 노리고 있다. 기호 3번은 민주당, 국민의힘에 이어 현역 의원 수가 많을 경우 배정받게 된다. 게다가 현역 의원이 많아지면 조직도 더욱 방대해진다.

현재까지 미래대연합을 제외하고는 현역 의원의 참여가 결정된 곳은 없다. 결국 공천장을 받지 못한 인사들의 본격적인 탈당 러시와 종착지에 따라 제3지대의 몸집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병립형 선거제도라는 변수도 존재한다. 제3지대 특성상 비례대표 당선이 목표로 현재 선거제도서 할당돼있는 지역구 의원 수는 253석이다. 제3지대는 현실적으로 모든 지역구에 후보를 내기 어려운 만큼 가장 가능성이 높은 당선 방식은 비례대표다.

선거제도가 병립형으로 회귀할 경우 신당에 불리해질 수밖에 없는데, 여당인 국민의힘은 병립형 회귀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최근 민주당이 준연동형제 유지 움직임이 이 전 총리와 개혁신당 이 대표에게는 희소식이다.

화학적 결합에는 다소 시간이 따를 수 있다. 다만 진영을 떠나 국민을 바라보는 정치를 하자는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돼야 한다. 그래야 낙준연대는 가능해진다. 

비례 지분
문제 생겨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연대는 충분히 가능하다. 다른 이념 속에서 정치를 해왔지만, 잘못됐다고 깨달아서 두 인물은 탈당한 것이다. 과거는 다르지만 미래는 같을 수가 있다”며 “다만 함께하는 사람에게 배지를 달아줘야 하는데, 어느 쪽이 더 많이 비례대표 순위로 들어가느냐는 게 현실적인 문제”라고 짚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군소정당들의 연합 결국 위성정당?

기본소득당과 열린민주당, 사회민주당이 국회 기자회견서 더불어민주당에 제안을 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민주·진보진영이 참여하는 비례연합정당을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현재 개혁연합신당은 기본소득당 용 의원이 이끌고 있는 중이다. 

개혁연합신당 구상은 22대 총선이 병립형이 아니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치러지는 걸 전제로 하는 방안이다.

민주당이 병립형 회귀에 무게를 둬온 것은 사실인데, 최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면서 제도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용 의원의 구상도 이 같은 흐름 속에서 나왔다.

그러나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결국 위성정당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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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