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식 임박’ 황태자 띄우기 막전막후

어명이오, 길을 비키시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윤석열정부의 실질적 2인자가 국민의힘에 곧 등판할 태세다. 몸값을 충분히 불렸다는 계산이 깔렸기 때문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힘에 들어오면 총선 승리가 가능해질까? 오히려 혼란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곳곳서 나온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결국 물러났다. 당 대표로 뽑힌 지 9개월 만이다. 여기저기서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와 더 이상 버티는 게 무리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가 조기 종료하자 그 책임론이 김 전 대표에게 가해졌다. 혁신위가 막 출범했을 무렵, 김 전 대표는 분명 전권을 약속했다. 그러나 중진 험지 출마 및 불출마를 혁신위 안건으로 올리자, 김 전 대표는 애써 무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의 남자들
속속 불출마

결국 혁신위와도 대치 전선이 펼쳐졌고, 결국 남은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조기 종료해 버렸다. 상황은 급박하게 흘러갔다. 사실상 대표직을 버티면서 시간을 끌기 위해 발족한 게 아니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문제는 혁신위의 안건 중 당 지도부 등 주류가 불편할만한 사안은 여전히 공식 의결이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당내에서는 김 전 대표를 점점 옥죄어왔다. 가장 먼저 김 전 대표의 사퇴를 공식적으로 거론한 이는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다. 국민의힘 내부 보고서가 공개된 뒤다. 해당 보고서엔 국민의힘이 다음 해 총선 시 서울서 6석 확보에 그칠 것이라는 자체 분석 결과를 담고 있다. 

이후 줄줄이 당내 의원들로부터 김 전 대표의 사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허은아·김미애·김태흠·서병수 의원 등 초선 및 중진들이 김 전 대표에게 물러날 것을 공식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당시만 해도 김 전 대표는 아무 소리 없이 버텼다. 그러나 점차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하고부터 잠행에 들어갔다. 그사이 대표적인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중 윤핵관인 장제원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장 의원은 지난 12일,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나를 밟고 윤석열정부를 성공시켜 달라”며 “대통령직인수위원회서 비서실장 역할을 맡았을 때부터 불출마를 생각했다”며 “또 한 번의 백의종군의 길을 간다”고 밝혔다. 장 의원이 총대를 메고 내년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시선이 다시 김 전 대표에게 쏠렸다.

김 전 대표는 지난 12일, 13일 예정된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측근과 함께 거취를 고민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권에 따르면 앞서 김 전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물러나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이 말을 듣고 김 전 대표도 거취를 결단하기로 마음먹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일간의 잠행 끝에 결론을 내렸다. 이준석 전 대표에 이어 벌써 두 명의 당 대표가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물러나게 됐다. 

김 전 대표는 “지난 9개월 동안 켜켜이 쌓여온 신적폐를 청산하고 대한민국의 정상화와 국민의힘, 나아가 윤석열정부의 성공이라는 막중한 사명감을 안고 진심을 다 했다. 사명을 완수하지 못하고 소임을 내려놔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김기현 279일 만에 자진 하차
국힘 3번째 비상위 체제 전환 

이어 “당이 지금 처한 모든 상황에 대한 책임은 당 대표인 내 몫이며, 그에 따른 어떤 비판도 오롯이 내 몫이다. 더 이상 저의 거취 문제로 당이 분열되서는 안 된다”며 입장문을 통해 사퇴를 선언했다.

김 전 대표가 물러나면서 국민의힘은 당분간 윤재옥 원내대표의 권한대행 체제로 유지된다. 

김 전 대표는 최측근과 거취를 고민할 때 3가지 사안으로 고민했다. 우선 당 대표직만 내려놓고 울산 남구에 출마하는 안이다. 이번 입장 발표엔 지역구인 울산(남구을)을 포기한다는 워딩은 들어가 있지 않았다. 해당 안이 가장 가능성 높았던 이유는 출마를 저울질하던 울산 남구청장이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 경우 일찍 선거대책위원회를 띄우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 나왔다. 선대위 체제는 가장 안정적인 안으로, 간판만 바뀔 뿐 내부는 변화가 크지 않다는 면에서 고려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 전 대표만 물러났을 뿐, 지도부는 여전히 견고해 혁신 의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다.

공천관리위원회의 결정에 대한 최종 의결권이 여전히 지도부에 남아있기도 하다. 사실상 국민의힘에는 남은 카드가 몇 개 없는데 그나마 현실적인 카드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로 신속하게 전환하는 방법이다. 

이와 관련해 윤재옥 당 대표 권한대행은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열린 중진의원연석회의 직후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여러 의견을 수렴했다”며 “중진 의원님 대부분이 비대위 구성이 국민 눈높이에 맞고 국민이 공감할 수 있다”고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을 시사했다. 

비대위원장에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 등 여러 인사들이 거론된다. 

대대적 
물갈이

이로써 국민의힘은 3번째 비대위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비대위나 어떤 체제가 바뀐다고 해도 길이 크게 바뀌겠느냐”고 의아해했다. 이는 사실상 어떤 체제가 들어서더라도 국민의힘의 현 상황은 어렵다는 말로 해석된다. 

결국 위기를 돌파할 인물로 한 장관이 다시 소환됐다. 일각에서는 한 장관의 소환이 다소 이르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 한 장관은 대구, 울산, 대전 등 지방 방문을 시작으로 사실상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장관 취임 이후 처음으로 국민의힘 정책위원회를 찾아 보폭을 넓히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이 자리서 한 장관은 “300명이 쓰는 언어가 아닌 5000만명이 사용하는 언어를 쓰겠다”는 말로 정치 참여를 하겠다는 의중을 에둘러 내비쳤다. 그는 이달 초 개각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이민관리청 신설건이 마무리된 뒤, 연말 또는 연초 원포인트 개각 대상에는 포함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 장관은 윤석열정부 스타 장관 중 가장 핫한 인물로, 국민의힘을 이끌 새로운 리더로 평가받고 있다. 문제는 한 장관의 이른 등판이 과연 도움이 될 수 있느냐의 여부다. 일단 차기 대선주자로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격차를 많이 줄였다.

보수 대권후보에서는 연일 1위를 차지하면서 명실상부 국민의힘의 유력한 대권후보로 떠올랐다. 위기 때마다 소환되곤 했으며 일단 이름만 거론되면 기대치부터 높아진다. 자신들의 잘못을 한 장관의 이미지를 빌려 덮는 식이다.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설이 나오는 이유도 한 장관으로 인적 쇄신을 하고, 그의 얼굴로 총선을 치르겠다는 구상이다. 보수진영에서는 단연 몸값이 높은 터라 기대치가 높을 수밖에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 게다가 등판 시 이준석 전 대표에게 쏠린 신당 창당론을 어느 정도 분산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도 깔려 있다.

등판 자체만으로 이슈를 끌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당 안팎에서는 한 장관의 거취가 조만간 분명해질 것으로 내다보는 가운데, 다만 이른 이미지 소비는 독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윤의 그림자
왕좌 만들기

이제 국민의힘에 중요한 부분은 한 장관을 사용하는 법 외에도 그가 필요한 이유를 유권자들에게 설명하는 것이다. 지역구로 출마할지, 비례대표로 출마할지, 지역구로 출마하는 경우 보수 텃밭과 험지 중 어디로 출마하느냐도 관건이다. 

출마 지역의 경우, 수도권이 유력해 보이는데 보수의 상징성이 큰 곳과 대권주자로 한층 더 발돋움할 수 있는 비교적 험지 지역들이 거론된다. 안전을 위해서는 보수 성향이 강한 서울 강남이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유세 압박감으로부터 벗어나 전국적으로 선거를 진두지휘하며 보수를 결집시킬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반면 종로 등 수도권 험지로 나섰다가 당선만 된다면 중도층에도 소구력이 있다는 게 입증된다. 비례대표 출마 시에도 선 순위라면 당선이 수월해진다. 또 지역구에 힘을 들이지 않아도 돼 다른 후보를 지원하기도 쉽다. 

총선 국면서 한 장관은 게임 체인저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선대위가 꾸려지면 한 장관은 이때부터 본격적인 임무를 부여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국민의힘이 일찍 선대위를 꾸리지 않고, 비대위로 돌입하는 이유로 해석된다. 한 장관이 장관직서 물러난 후 국민의힘에 입당한 뒤, 반응을 살펴야 한다. 

보수층은 단연 그를 치켜세우지만, 문제는 중도층이다. 윤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인식 때문에 중도층은 유보적인 자세를 보였다. 

국민의힘에 입당한다면 가장 먼저 털어내야 할 이미지다. 윤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할 경우, 확장성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도 한 장관만 바라보다가는 총선서 미역국을 들이킬 수도 있다. 정치 이력이 전무한 그가 선거판서 장관 시절의 모습을 보이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장관 때는 가진 무기가 많아 공격력이 높았던 데다 명실상부한 윤 대통령의 황태자로 불리고 있지만 유세장에선 이런 장점들이 먹히지 않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한동훈 등판?
“이르다…대선까지 아껴?”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 한국 정치사에서 2인자가 대권 도전에 성공한 사례는 없었다. 결국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아야 장관도 득을 보는 구조다. 한 장관으로 박스권 지지율을 탈출하겠다는 국민의힘의 시도가 무위에 그친다면, 앞으로 한 장관의 행보도 빛을 보기 어려워진다.

실제로 당내서도 한 장관을 비롯한 윤 대통령의 측근 세력들이 투입되는 현상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 측근을 대거 총선에 투입한다는 이야기가 나온 지 오래다. 한 장관 역시 윤 대통령의 사람으로서 윤정부 출신 중 가장 전면에 서게 된다. 현재 대통령실서 근무했던 인물 중 총선 출마자로 예상되는 인물만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비롯해, 김은혜 전 홍보수석,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외에도 행정관, 비서실 출신 등 무려 30명이 넘는다.

이 중 몇몇은 실제로 출마 지역구에 예비후보로 등록을 마쳤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출마 교통정리를 두고 혼란이 지속 중인 가운데, 최악의 경우 한 장관과 대통령실 인물들 및 현역 의원들 간 충돌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총선까지 갈등 봉합은커녕 혼란만 지속되다가 총선이 끝나버릴 수도 있는 만큼 그가 확실한 구원투수가 될지 패전투수가 될지는 미지수다. 한동훈이라는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는 게 단순히 윤 대통령의 바람으로 그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문제는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했을 때도 발생한다. 비대위원장은 당연직이므로 선대위원장을 겸임할 수 있다. 당 대표직을 대행하며 공천의 최종 결정권자가 되기도 한다. 이 경우 또다시 용산의 국민의힘 장악이라는 프레임에 갇힐 수밖에 없다. 

입당하면
분란 요소?

이와 관련해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한 장관이 중요한 직책을 맡아 국민의힘 선거를 이끌어가려면 국민적 신망이 있어야 한다”며 “지지층의 지지와 환호만 갖고 뭔가 할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만큼 국민의힘 내년 총선 전략이 허약하다는 반증”이라고 조언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또 다른 비대위원장 후보는?

국민의힘이 본격적으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체제에 돌입한다.

이번에도 누구를 비대위원장에 앉히느냐가 관건이다.

당내에서는 중량감과 스피커가 큰 인물을 선호한다고 전해진다.

현재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된 인물만 해도 여럿이다.

대표적인 인물은 윤석열 대통령 최측근 인사 중 한 명인 김한길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이다.

또 최근 국토부 장관직을 사임한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과 이준석 전 대표 사태 당시 비대위원장을 맡았던 정진석 의원이 꼽힌다.

이 밖에 나경원 전 원내대표,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얼마 전 혁신위원장을 맡았던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 등도 거론되는 중이다.

국민의힘은 조속히 비대위를 추진할 예정으로 체제 전환이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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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떠나더라도 자신이 모집·관리해 온 고객의 보험계약을 함께 옮길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이른바 ‘포괄양수도’. 한 대형 보험대리점 산하 조직이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퇴사 시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했다. “나가도 기존 계약을 가져갈 수 있다”는 약속은 실제로 지켜질 수 있었을까.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옮길 때 자신이 기존 회사에서 모집·관리하던 보험계약을 새 소속에서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넘겨받는 것을 업계에서는 흔히 ‘포괄양수도’라고 부른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이직 이후에도 기존 고객을 계속 관리할 수 있고, 계약 유지에 따라 발생하는 수수료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어 소속을 옮길 때 중요한 조건으로 꼽힌다. 양수도 약속 실행 미지수 다만 보험계약 자체가 설계사의 소유물인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의 당사자는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이고, 보험설계사는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계약 체결을 중개한 대가로 보험사나 법조인보험대리점(GA)으로부터 약정된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따라서 설계사가 자신이 모집한 계약에 대해 법적인 ‘소유권’을 갖고 있어 회사를 옮길 때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 설계사가 한 법인보험대리점에서 근무하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을 모집했다고 가정해 보자. 설계사가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보험대리점으로 옮긴다고 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이 자동으로 설계사를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 자체는 기존 보험사와 고객 사이에 그대로 유지되고, 설계사가 퇴사하면 기존 회사가 해당 계약을 관리하거나 다른 설계사를 담당자로 지정할 수 있다. 반대로 기존 회사와 설계사 사이에 계약 이관에 대한 합의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설계사가 새 보험대리점으로 이동한 뒤에도 자신이 모집했던 계약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기존 회사에서 새 회사로 관리관계를 옮기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신규 보험대리점 간 협의와 수수료 정산, 보험사 전산상 담당자 변경 등 실무적인 절차가 뒤따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 같은 계약 이관을 보험업법 등이 일률적으로 보장하거나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보험설계사의 이직에 따른 계약 이관을 직접 규율하는 법령이 없어, 실제로 계약을 넘겨줄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보험대리점과 설계사 사이의 계약이나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영역으로 해석된다. 설계사 영입 ‘계약 이관’ 약정 본사는 양수도 불허…엇갈린 방침 이 때문에 보험대리점이 설계사를 영입할 당시 “향후 다른 회사로 옮기더라도 기존 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면 해당 약정이 중요해진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인카금융서비스 내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은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향후 퇴사할 경우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을 약정서에 담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인카금융서비스(주) 사업단 부속 약정서’에는 인카다이렉트 사업단과 설계사 김모씨 사이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적혀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퇴사 이후의 계약 처리 방식이다. 약정서에는 “조직의 이동(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의 양수도 조건으로 원활한 계약 이관 조치한다”고 명시돼있다. 설계사가 향후 조직을 떠나더라도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계약 이관뿐 아니라 퇴사 이후 남아 있는 수수료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약정서에는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미정산 잔여 유지수수료는 월지급 또는 퇴사 시점부터 1년이 되는 시점에 정산해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 영입 당시 지급 수수료율과 일부 시책 등 구체적인 보상 조건도 함께 약정됐다. 앞서 작성된 또 다른 부속 약정서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확인된다. 해당 문서 역시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양수도 조건으로 이관하고, 남은 유지 수수료를 별도로 정산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약정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설계사에게 계약 이관을 약속한 주체는 인카금융서비스 본사가 아니라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다. 인카다이렉트는 인카금융서비스 내에 편입된 영업 조직이다. 기존 다이렉트119가 인카금융서비스에 합병되면서 인카다이렉트라는 조직으로 편입됐고, 그 아래 다시 사업단과 본부 등 영업 조직이 구성돼있다. 계약 옮겨도 정산은 별개 앞서 김씨와 부속 약정을 체결한 사업단 역시 이 같은 인카다이렉트 산하 조직 중 하나다.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체결한 이 같은 약정이 인카금융서비스 본사의 방침과 맞아떨어졌느냐다. 인카금융서비스 본사는 지난 2024년 소속 조직에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방침을 전달했다. 김씨는 이후 본사의 방침과 자신이 체결한 약정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본사에서는 안 된다고 하는 포괄양수도를 사업단이 어떻게 약정할 수 있는 것이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본사가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다면, 사업단이 설계사에게 향후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정할 수 있었는지가 쟁점인 셈이다. 사업단 자체 판단만으로 계약 이관을 약속할 수 있었는지, 아니면 인카다이렉트나 인카금융서비스 차원의 권한이나 승인이 전제돼있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약정서에 ‘계약을 이관한다’고 적었다고 해서 실제 포괄양수도가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기존 소속 회사와 새로 옮길 회사, 보험사 등 여러 주체의 협의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한 설계사가 A법인보험대리점(GA)에서 B 대리점으로 옮기면서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함께 가져가려 한다면, 우선 기존 GA가 해당 계약을 내보내는 데 협조해야 하고, 새 GA 역시 이를 받아 관리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이후 실제 보험계약을 보유한 보험사 전산에서도 담당 조직이나 설계사 변경 등 필요한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근저당 걸고 3년 만 이관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돈 문제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계약 체결 시점에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지 기간에 따라 나눠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자체 재원으로 일부 수수료를 먼저 지급했거나 정착 지원금·시상금 등을 지급했다면, 퇴사 시 이를 어떻게 정산할지를 두고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 보험업계에서는 설계사가 다른 GA로 옮기는 과정에서 기존 소속 회사가 계약 이관에 협조하지 않아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반복돼 왔다. 계약 이관 여부를 일률적으로 정한 법적 기준이 없는 만큼, 기존 GA가 계약을 내보내지 않겠다고 판단할 경우 설계사가 이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기존 GA 입장에서도 계약이 빠져나가면 향후 해당 계약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등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설계사의 이직과 함께 기존 고객 계약까지 다른 회사로 넘어갈 경우, 회사가 관리하던 계약과 수익 기반을 함께 내주는 셈이어서 계약 이관에 소극적일 유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 진행은 쉽지만은 않다. 계약의 관리만 넘겨주는지, 남은 수수료까지 함께 정산하는지, 기존에 지급된 지원금이나 시상금에 환수 조건이 붙는지 등에 따라 설계사가 체감하는 조건은 크게 달라진다. 인카다이렉트 측 관리자들은 이와 관련해 포괄양수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지난 8월 김씨와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한 관리자는 “인카다이렉트 양수도 100% 된다”며 “W금융이 대표적이고, 개인이든 지점이든 자신들이 계속분을 받기 위해 안 한 거지 원하는 분들 다 해드렸다”고 말했다. 이들의 설명대로라면 포괄양수도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는 회사가 이를 거부해서가 아니라, 설계사나 조직이 기존 계약에서 계속 발생하는 수수료를 받기 위해 스스로 계약 이관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라는 취지다. ‘100% 가능’ 철석같은 약속 실제 이관까지 절차 수두룩 하지만 <일요시사>가 확인한 W금융 측 설명은 달랐다. W금융 대표는 DM(다이렉트 메시지)에서 “포괄양수도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내가 과거 인카 측에서 해촉된 뒤 곧바로 포괄양수도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인카다이렉트 측 설명처럼 퇴사와 동시에 기존 계약과 관련 권리가 한꺼번에 넘어온 것이 아니라, 해촉 이후 약 3년이 지나서야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받았다는 것이다. 대표는 계약을 넘겨받는 과정에서도 별도의 조건이 뒤따랐다고 주장했다. 계약 이관 과정에서 근저당 설정 등의 부담이 있었고, 기존 계약에서 발생하는 유지 수수료 역시 충분히 정산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계약 이관을 어디까지 ‘포괄양수도’로 볼 것인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퇴사 이후 기존 계약 일부 또는 전부가 다른 회사로 이관됐다고 하더라도, 영입 당시 약속한 조건에 따라 즉시 계약과 잔여 수수료 등이 함께 이전된 것인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별도의 협의와 조건을 거쳐 이관된 것인지는 성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포괄양수도 사례로 W금융을 언급한 경위에 대해 당시 김씨와 대화를 나눴던 사업단 관리자에게도 확인을 요청했다. 해당 관리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회사에서 전해 들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자신이 포괄양수도 가능 여부나 과거 사례를 직접 확인해 안내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후 A씨는 인카다이렉트를 떠나 같은 인카금융서비스 내 다른 조직으로 소속을 옮겨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포괄양수도 약정과 실제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를 SNS에 제기했다. 해당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자 인카다이렉트 측은 A씨의 게시물 등을 문제 삼았고, 결국 A씨는 ‘허위 사실 유포 및 회사 평판 리스크’ 등을 이유로 해촉 통보를 받은 상태다. 결국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설계사들에게 약정한 포괄양수도가 실제 100% 가능한 조건이었는지다. 또 본사의 방침과는 달리 ‘포괄양수도’에 대해 사업단이 자체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도 쟁점이다. 방침 따로 약정 따로 인카다이렉트 측은 현재 회사 내부 규정상 설계사 퇴사에 따른 타사 계약 이관과 잔여 수수료 등을 일괄 이전하는 포괄양수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가 직접 요청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개별 계약 이관을 허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하 사업단에서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거나 별도 약정을 체결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만약 그렇게 했다면 사업단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잘못된 안내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내부 조사와 필요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