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식 임박’ 황태자 띄우기 막전막후

어명이오, 길을 비키시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윤석열정부의 실질적 2인자가 국민의힘에 곧 등판할 태세다. 몸값을 충분히 불렸다는 계산이 깔렸기 때문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힘에 들어오면 총선 승리가 가능해질까? 오히려 혼란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곳곳서 나온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결국 물러났다. 당 대표로 뽑힌 지 9개월 만이다. 여기저기서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와 더 이상 버티는 게 무리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가 조기 종료하자 그 책임론이 김 전 대표에게 가해졌다. 혁신위가 막 출범했을 무렵, 김 전 대표는 분명 전권을 약속했다. 그러나 중진 험지 출마 및 불출마를 혁신위 안건으로 올리자, 김 전 대표는 애써 무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의 남자들
속속 불출마

결국 혁신위와도 대치 전선이 펼쳐졌고, 결국 남은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조기 종료해 버렸다. 상황은 급박하게 흘러갔다. 사실상 대표직을 버티면서 시간을 끌기 위해 발족한 게 아니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문제는 혁신위의 안건 중 당 지도부 등 주류가 불편할만한 사안은 여전히 공식 의결이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당내에서는 김 전 대표를 점점 옥죄어왔다. 가장 먼저 김 전 대표의 사퇴를 공식적으로 거론한 이는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다. 국민의힘 내부 보고서가 공개된 뒤다. 해당 보고서엔 국민의힘이 다음 해 총선 시 서울서 6석 확보에 그칠 것이라는 자체 분석 결과를 담고 있다. 

이후 줄줄이 당내 의원들로부터 김 전 대표의 사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허은아·김미애·김태흠·서병수 의원 등 초선 및 중진들이 김 전 대표에게 물러날 것을 공식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당시만 해도 김 전 대표는 아무 소리 없이 버텼다. 그러나 점차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하고부터 잠행에 들어갔다. 그사이 대표적인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중 윤핵관인 장제원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장 의원은 지난 12일,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나를 밟고 윤석열정부를 성공시켜 달라”며 “대통령직인수위원회서 비서실장 역할을 맡았을 때부터 불출마를 생각했다”며 “또 한 번의 백의종군의 길을 간다”고 밝혔다. 장 의원이 총대를 메고 내년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시선이 다시 김 전 대표에게 쏠렸다.

김 전 대표는 지난 12일, 13일 예정된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측근과 함께 거취를 고민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권에 따르면 앞서 김 전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물러나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이 말을 듣고 김 전 대표도 거취를 결단하기로 마음먹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일간의 잠행 끝에 결론을 내렸다. 이준석 전 대표에 이어 벌써 두 명의 당 대표가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물러나게 됐다. 

김 전 대표는 “지난 9개월 동안 켜켜이 쌓여온 신적폐를 청산하고 대한민국의 정상화와 국민의힘, 나아가 윤석열정부의 성공이라는 막중한 사명감을 안고 진심을 다 했다. 사명을 완수하지 못하고 소임을 내려놔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김기현 279일 만에 자진 하차
국힘 3번째 비상위 체제 전환 

이어 “당이 지금 처한 모든 상황에 대한 책임은 당 대표인 내 몫이며, 그에 따른 어떤 비판도 오롯이 내 몫이다. 더 이상 저의 거취 문제로 당이 분열되서는 안 된다”며 입장문을 통해 사퇴를 선언했다.


김 전 대표가 물러나면서 국민의힘은 당분간 윤재옥 원내대표의 권한대행 체제로 유지된다. 

김 전 대표는 최측근과 거취를 고민할 때 3가지 사안으로 고민했다. 우선 당 대표직만 내려놓고 울산 남구에 출마하는 안이다. 이번 입장 발표엔 지역구인 울산(남구을)을 포기한다는 워딩은 들어가 있지 않았다. 해당 안이 가장 가능성 높았던 이유는 출마를 저울질하던 울산 남구청장이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 경우 일찍 선거대책위원회를 띄우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 나왔다. 선대위 체제는 가장 안정적인 안으로, 간판만 바뀔 뿐 내부는 변화가 크지 않다는 면에서 고려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 전 대표만 물러났을 뿐, 지도부는 여전히 견고해 혁신 의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다.

공천관리위원회의 결정에 대한 최종 의결권이 여전히 지도부에 남아있기도 하다. 사실상 국민의힘에는 남은 카드가 몇 개 없는데 그나마 현실적인 카드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로 신속하게 전환하는 방법이다. 

이와 관련해 윤재옥 당 대표 권한대행은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열린 중진의원연석회의 직후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여러 의견을 수렴했다”며 “중진 의원님 대부분이 비대위 구성이 국민 눈높이에 맞고 국민이 공감할 수 있다”고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을 시사했다. 

비대위원장에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 등 여러 인사들이 거론된다. 

대대적 
물갈이

이로써 국민의힘은 3번째 비대위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비대위나 어떤 체제가 바뀐다고 해도 길이 크게 바뀌겠느냐”고 의아해했다. 이는 사실상 어떤 체제가 들어서더라도 국민의힘의 현 상황은 어렵다는 말로 해석된다. 

결국 위기를 돌파할 인물로 한 장관이 다시 소환됐다. 일각에서는 한 장관의 소환이 다소 이르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 한 장관은 대구, 울산, 대전 등 지방 방문을 시작으로 사실상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장관 취임 이후 처음으로 국민의힘 정책위원회를 찾아 보폭을 넓히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이 자리서 한 장관은 “300명이 쓰는 언어가 아닌 5000만명이 사용하는 언어를 쓰겠다”는 말로 정치 참여를 하겠다는 의중을 에둘러 내비쳤다. 그는 이달 초 개각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이민관리청 신설건이 마무리된 뒤, 연말 또는 연초 원포인트 개각 대상에는 포함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 장관은 윤석열정부 스타 장관 중 가장 핫한 인물로, 국민의힘을 이끌 새로운 리더로 평가받고 있다. 문제는 한 장관의 이른 등판이 과연 도움이 될 수 있느냐의 여부다. 일단 차기 대선주자로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격차를 많이 줄였다.

보수 대권후보에서는 연일 1위를 차지하면서 명실상부 국민의힘의 유력한 대권후보로 떠올랐다. 위기 때마다 소환되곤 했으며 일단 이름만 거론되면 기대치부터 높아진다. 자신들의 잘못을 한 장관의 이미지를 빌려 덮는 식이다.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설이 나오는 이유도 한 장관으로 인적 쇄신을 하고, 그의 얼굴로 총선을 치르겠다는 구상이다. 보수진영에서는 단연 몸값이 높은 터라 기대치가 높을 수밖에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 게다가 등판 시 이준석 전 대표에게 쏠린 신당 창당론을 어느 정도 분산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도 깔려 있다.

등판 자체만으로 이슈를 끌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당 안팎에서는 한 장관의 거취가 조만간 분명해질 것으로 내다보는 가운데, 다만 이른 이미지 소비는 독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윤의 그림자
왕좌 만들기

이제 국민의힘에 중요한 부분은 한 장관을 사용하는 법 외에도 그가 필요한 이유를 유권자들에게 설명하는 것이다. 지역구로 출마할지, 비례대표로 출마할지, 지역구로 출마하는 경우 보수 텃밭과 험지 중 어디로 출마하느냐도 관건이다. 

출마 지역의 경우, 수도권이 유력해 보이는데 보수의 상징성이 큰 곳과 대권주자로 한층 더 발돋움할 수 있는 비교적 험지 지역들이 거론된다. 안전을 위해서는 보수 성향이 강한 서울 강남이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유세 압박감으로부터 벗어나 전국적으로 선거를 진두지휘하며 보수를 결집시킬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반면 종로 등 수도권 험지로 나섰다가 당선만 된다면 중도층에도 소구력이 있다는 게 입증된다. 비례대표 출마 시에도 선 순위라면 당선이 수월해진다. 또 지역구에 힘을 들이지 않아도 돼 다른 후보를 지원하기도 쉽다. 

총선 국면서 한 장관은 게임 체인저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선대위가 꾸려지면 한 장관은 이때부터 본격적인 임무를 부여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국민의힘이 일찍 선대위를 꾸리지 않고, 비대위로 돌입하는 이유로 해석된다. 한 장관이 장관직서 물러난 후 국민의힘에 입당한 뒤, 반응을 살펴야 한다. 

보수층은 단연 그를 치켜세우지만, 문제는 중도층이다. 윤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인식 때문에 중도층은 유보적인 자세를 보였다. 

국민의힘에 입당한다면 가장 먼저 털어내야 할 이미지다. 윤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할 경우, 확장성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도 한 장관만 바라보다가는 총선서 미역국을 들이킬 수도 있다. 정치 이력이 전무한 그가 선거판서 장관 시절의 모습을 보이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장관 때는 가진 무기가 많아 공격력이 높았던 데다 명실상부한 윤 대통령의 황태자로 불리고 있지만 유세장에선 이런 장점들이 먹히지 않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한동훈 등판?
“이르다…대선까지 아껴?”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 한국 정치사에서 2인자가 대권 도전에 성공한 사례는 없었다. 결국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아야 장관도 득을 보는 구조다. 한 장관으로 박스권 지지율을 탈출하겠다는 국민의힘의 시도가 무위에 그친다면, 앞으로 한 장관의 행보도 빛을 보기 어려워진다.

실제로 당내서도 한 장관을 비롯한 윤 대통령의 측근 세력들이 투입되는 현상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 측근을 대거 총선에 투입한다는 이야기가 나온 지 오래다. 한 장관 역시 윤 대통령의 사람으로서 윤정부 출신 중 가장 전면에 서게 된다. 현재 대통령실서 근무했던 인물 중 총선 출마자로 예상되는 인물만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비롯해, 김은혜 전 홍보수석,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외에도 행정관, 비서실 출신 등 무려 30명이 넘는다.

이 중 몇몇은 실제로 출마 지역구에 예비후보로 등록을 마쳤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출마 교통정리를 두고 혼란이 지속 중인 가운데, 최악의 경우 한 장관과 대통령실 인물들 및 현역 의원들 간 충돌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총선까지 갈등 봉합은커녕 혼란만 지속되다가 총선이 끝나버릴 수도 있는 만큼 그가 확실한 구원투수가 될지 패전투수가 될지는 미지수다. 한동훈이라는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는 게 단순히 윤 대통령의 바람으로 그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문제는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했을 때도 발생한다. 비대위원장은 당연직이므로 선대위원장을 겸임할 수 있다. 당 대표직을 대행하며 공천의 최종 결정권자가 되기도 한다. 이 경우 또다시 용산의 국민의힘 장악이라는 프레임에 갇힐 수밖에 없다. 

입당하면
분란 요소?

이와 관련해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한 장관이 중요한 직책을 맡아 국민의힘 선거를 이끌어가려면 국민적 신망이 있어야 한다”며 “지지층의 지지와 환호만 갖고 뭔가 할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만큼 국민의힘 내년 총선 전략이 허약하다는 반증”이라고 조언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또 다른 비대위원장 후보는?

국민의힘이 본격적으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체제에 돌입한다.

이번에도 누구를 비대위원장에 앉히느냐가 관건이다.

당내에서는 중량감과 스피커가 큰 인물을 선호한다고 전해진다.

현재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된 인물만 해도 여럿이다.

대표적인 인물은 윤석열 대통령 최측근 인사 중 한 명인 김한길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이다.

또 최근 국토부 장관직을 사임한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과 이준석 전 대표 사태 당시 비대위원장을 맡았던 정진석 의원이 꼽힌다.

이 밖에 나경원 전 원내대표,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얼마 전 혁신위원장을 맡았던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 등도 거론되는 중이다.

국민의힘은 조속히 비대위를 추진할 예정으로 체제 전환이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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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신학원 이사였던 A씨가 한신대학교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취하했다. 공교롭게도 고소를 취하하기 직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그는 교육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고소가 이뤄진 배경은 지난 5월22일 열린 한신대학교 이사회에서 비롯됐다. 이날 회의에는 총장을 비롯해 이사 17명이 참석했다. 당시 학교법인 한신학원의 감사가 “그동안 한신대에서 사내 공사를 한 금액이 70억원이 넘는데 모두 입찰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공사로,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했다”고 보고하면서다. 학원 감사 내부 폭로 당시 감사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한신학원 이사 A씨는 고민 끝에 업무상 배임 및 횡령으로 한신대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A씨가 지적하는 부분은 세 가지다. 첫 번째로 한신학원 재산인 거제도 땅과 관련한 배임을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학원은 거제시에 임야 약 55만평을 보유하고 있었고,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맹지’로 분류된 해당 부지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그 곳은 수익용 기본재산임에도 장기간 활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한신학원 측은 이 토지를 단순 보유할 경우 관리비만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가치 상승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해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당시 M 건설은 2016년부터 경남 거제시 아주동 일원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업 대상 부지 중 일부가 학교법인 한신학원 소유의 임야로 포함돼있었고, 한신학원 역시 해당 지역 임야를 공동개발 방식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M 건설은 경상남도로부터 지구 지정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신학원 이사들은 당시 이사장이 학원 소유 토지를 공공임대주택 개발에 제공하는 대가로 2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용역업체 대표의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 이사회는 즉시 M 건설 측에 협상단을 파견해 토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한신학원의 상급기관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이하 기장총회)는 사업 자체를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M 건설은 한신학원 측의 토지 사용 승낙을 얻지 못하게 됐고, 결국 조건부 지구 지정이 취소될 위기에 놓이면서 개발사업은 사실상 좌초됐다. 이후, 한신학원 법인 산하 ‘한신영림운영위원회’는 열린 회의에서 해당 부지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로 개발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 회의에는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B씨와 C씨가 직접 참석해 사업 구조와 예상 수익, 한신학원의 참여 방식 등을 설명했다. 이들은 명함까지 주며 자신들을 “삼부토건 고문”과 “부사장”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했다. 한신대 상대로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고소 불법 매각·쪼개기 공사·교비 횡령 의혹 제기 두 사람이 제안한 내용은 “삼부토건이 M 건설로부터 사업권을 인수해 시행하며, 한신학원은 부동산투자회사(REITs)에 현물출자하고 주식 지분을 배당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때 M 건설에도 B씨와 C씨가 접근했다. 이들은 “한신학원과 협의를 주선해 사업을 재개시키겠다”고 제안했다. M 건설은 이 제안을 믿고 2023년 8월 ‘사업시행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은 B씨 측이 같은 해 9월20일까지 한신학원으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아오면 용역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M 건설은 계약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이사회는 한신영림운영위원회의 보고를 바탕으로 관련 헌의안을 기장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신학원은 기장총회가 한신대 운영을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모든 사업은 기장총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사업 예측치도 포함됐다. “지구 단위 승인을 거쳐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될 경우 평당 100만~150만원의 감정가가 예상되며, 현물출자 후 10년 임대 기간이 끝나 분양 전환 시 내부수익률(IRR)은 약 6.77% 이상”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기장총회는 “한신학원 소유 토지는 공공개발 참여 대신 현금 매매로 전환한다”는 결의를 내렸다. 한편, 약속된 기한이 지나도 M 건설에 토지 사용 승낙서는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B씨 측은 “승낙서가 곧 발급된다”며 시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승낙서는 끝내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은 곧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실제 B씨가 대표로 있는 S사를 상대로 계약금 1억원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 시기 한신학원은 삼부토건에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삼부토건은 “B씨와 C씨는 우리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즉, 자신들을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밝힌 B씨와 C씨가 실제로는 삼부토건 관계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삼부토건 본사는 “이들과 별도의 위임이나 계약관계를 맺은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대형 건설사인 삼부토건의 이름을 내세워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이다. 실체 없는 부동산 리츠 이후 B씨는 자신의 배우자 명의의 P사로 이름을 바꿔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 B씨 일행의 만행을 알게 된 M 건설은 지난해 3월, 한신학원에 ‘토지 매수의향서’를 보내 “거제 아주동 임야를 평당 50만원에 매수할 의사가 있다”고 전달했다. M 건설은 인근 토지를 이미 평당 44만원에 매입했다고 밝히며, 한신학원 토지는 “13% 이상 높은 가격으로 정당하게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B씨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한신학원은 같은 해 5월30일, B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P사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총장과 이사장이 이 제안을 알고도 이사회나 총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M 건설의 제안이 있었음에도 총장과 이사장이 P사와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로 지적한 점은 계약 내용이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금 총액은 10억5000만원으로 명시됐지만, 실제 한신학원이 받은 금액은 1억원뿐이었다. 잔금 9억5000만원은 “4년 이내 부동산투자회사(REITs)와의 매매계약 재체결 시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고, 심지어 한신학원은 받은 계약금 1억원을 매수인에게 반환하기로 명시돼있었다. 또 특약 사항에는 ‘매도인은 계약 체결 시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발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계약금 실수령액이 전체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수인이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셈이었다. 고소인은 이를 “매매계약을 가장한 사실상 사용 허가서”라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 시행세칙 제18조에는 “기본재산의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 변경 시에는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관할 관청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고소인은 “삼부토건으로 의결된 사업을 P사로 변경하면서 이사회가 새로이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토지 처분 신고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한신학원은 지난해 1월 교육부에 ‘수익용기본재산 처분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감정가 이상(16억7000만원 이상)에 토지를 처분하고 대체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교육부는 이 신고를 ‘처분 허가’로 정정해 승인했으며 “1년 내 매각 완료, 대금 완납 전 소유권 이전 불가”를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P사와의 계약서에는 잔금 지급 시점이 명확히 적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소인은 “교육부에는 단기 매각으로 보고하고 실제로는 장기 임대 형태로 계약했다”며 기망 가능성을 제기했다. 계약서상 ‘잔금 수령일’이 없고, 2차 계약금도 부동산투자회사와의 별도 계약 체결 이후로 미뤄져 있다. 쪼개기 공사? 교비도 횡령? 가장 큰 문제점은 잔금을 받기로 한 부동산투자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당 회사는 현재 설립 예정으로 실체가 없는 곳이다. 게다가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토지 사용 허락서는 교육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토지 사용 허락서가 교육부에 신고되지 않은 채 발급됐다는게 A씨의 주장이다. 실제 교육부는 민원 답변을 통해" 해당 토지의 사용 승낙 신청을 접수하거나 허가한 내역이 없으며, 우리부 허가가 없는 토지 사용 승낙은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두 번째로, 한신대가 진행한 각종 시설공사와 관련해 수의계약 체결 과정의 절차 위반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학교법인 및 산하 대학이 사립학교법과 학내 재정세칙에 따라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해야 하는 공사계약을 다수 수의계약 형태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과 세칙에는 ‘2000만원 이상의 공사는 공고를 해서 경쟁에 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인 이상의 견적서와 시방서, 설계서를 징수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한신대학교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약 40억원 규모의 공사 57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를 대부분 생략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법인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도 교내 공사 57건이 40억원에 진행됐다. 동일 공사인데도 나눠서 계약을 하고, 2억원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명목으로 쪼개기 공사와 공사 지정 업체의 중복이 발견되는 등 부실 흔적이 많다. 앞으로 전자입찰이 되도록 공사 입찰 규정을 반드시 만들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계약단가가 낮아져 수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규정을 어긴 업무처리로 한신학원 및 한신대에 수억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이를 업무상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 한신대학교 교비 회계 자금이 학교 운영과 직접 관련 없는 법률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A씨는 “교비 회계는 학교 운영과 교육에 필요한 경비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음에도, 교비 자금이 법적 분쟁 비용으로 전용됐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것은 노무사 선임비용 약 6800만원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대 총장은 2023년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제기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무사 및 법률대리인 선임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했다. 해당 진정은 한신대 내부 인사·노무 관련 사안으로, 교직원 고용 문제 및 근로계약 분쟁에 대한 것이었다. 이사회 후 돌연 취하, 왜? 학원 교육인사위원장 임명 A씨는 이를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비는 학생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로만 집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법인 소송이나 노무 분쟁처럼 학교 운영 전반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은 교비에서 부담하면 안 된다는 것이 고소인 측의 입장이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비용 지출의 성격이다. 즉 ‘노무사 선임이 학교 교육활동에 직접 관련된 행위인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실제로 올해 대법원은 노무법인 자문 비용을 교비회계 자금으로 집행한 행위를 업무상 횡령으로 판단하는 판결을 내렸다. 제주의 한 대학교 총장 A씨는 소속 교수가 자신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 비용 330만원을 포함해 총 1880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교수 및 노조 등과 관련한 분쟁 대응을 위한 변호사 비용은 학교의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현재 해당 고소 건은 취하된 상태다. 지난달 <일요시사>가 이 사건을 취재하던 과정에서 한신대 비서실을 통해 A씨가 고소를 취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제보자 역시 “해당 이사가 면직 압박을 받고 고소를 취하했으며, 그 직후 인사위원장 보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기자가 한신학원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지난달 10일 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고, 같은 달 11일부터 공식 업무가 시작됐다. 추가로 확보한 녹취에서 A씨는 고소를 취하한 이유에 대해 “이사회에서 강제로 면직시키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한신학원 인사위원회는 내부 교직원의 인사와 징계 등을 담당하는 핵심 기구로, 교육인사위원장은 실질적인 권한이 큰 자리로 알려져 있다. 통상 이사장은 교육인사위원장 출신 가운데에서 선출되는 경우가 많아, 해당 보직이 사실상 이사장 자리로 가는 주요 루트인 셈이다. 대가성 보직? 이사장 루트 한편, 한신대는 해당 고소 건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한신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토지 매각 문제의 경우 한신학원의 문제고 한신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수의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2억원 미만이면 가능하다”고 밝혔고, 교비 횡령 의혹은 “사건 조사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된 부분이라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