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리는 비명계 1번 타깃

답은 정해졌다 ‘진실의 방으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2대 국회를 향한 신호탄이 울렸다. 시합 초반부터 ‘자객 공천’ ‘공천 학살’ 의혹이 여의도를 오르내린다. 친명계 인사가 비명계 의원 지역구에 도전장을 내밀면서다. 아무렇게나 굴러가도 박힌 돌을 뺄 수 있다는 자신감일까? 비명계를 겨눈 표적이 하나씩 좁혀지고 있다.

지난달 27일을 기점으로 당내 ‘공천 학살’ 우려가 가시권에 돌입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신임 지명직 최고위원에 친명(친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박정현 전 대전 대덕구청장을 내정하면서다. 원래는 비명(비 이재명)계인 민주당 송갑석 의원 자리였지만, 지난 9월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 공석이 됐다.

짙어지는
친명 색채

이 대표가 당무 복귀 후 첫 메시지로 ‘통합’을 내건지 불과 닷새 만에 ‘도로 친명당’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내년 총선까지 반 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서 친·비명 간의 갈등이 재점화됐다.

민주당 지도부는 김민석 전 정책위의장이 사임하면서 공석이 되자, 이개호 의원을 임명했다. 이 의원은 친낙(친 이낙연)계 인물이지만 당내에서는 큰 주목을 받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박 최고위원이 몰고 온 후폭풍을 상쇄하기 위한 ‘형식적 인선’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민주당은 지역 안배와 당내 통합 등 이 대표 인선 기조에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지도부의 인선 논의와 관련해 “특별한 이견은 없었다”며 “두 분에 관해 최고위원들 의견이 일치했다”고 부연했다.


박 최고위원은 대전 대덕 출마를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덕은 비명계인 민주당 박영순 의원의 지역구다. ‘비명계 솎아내기’가 시작됐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이를 시작으로 비명계 측은 공천 학살이 본격 시작됐다고 이구동성했다.

민주당 이원욱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지도부는)박 최고위원이 충청 여성 정치인이라는 명분으로 직을 줬다”며 비명계 지역구에 출마를 결심한 인물을 발탁한 지도부의 속내를 비판했다.

이어 “이번 지명은 통합이 아니라 동지의 가슴에 비수를 들이대는 행위”라며 “박영순 의원을 찍어내기 위함이 아니라면 불출마가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일 공식적으로 당무위원회를 통해 최고위원직을 임명받은 박 최고위원은 ‘자객 공천설’에 대해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충청권의 총선 승리를 통해 전국 승리를 견인하겠다는 당의 의지가 포함된 것”이라며 자신이 임명된 이유를 강조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자객 공천설이 불거진 데는 비단 박 최고위원 한 명뿐만이 아니라는 주장이 나온다. 강성 친명계로 구성된 ‘더민주전국혁신회의’(이하 더민주) 인사를 비롯해 원외 친명계가 비명계 지역구에 대거 출사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여의도 떠도는 숙청 리스트
친명·개딸 합세해 총공격

더민주 강위원 사무총장은 지난달 15일 송 전 최고위원의 지역구인 광주 서구갑 출마를 선언했다. 관련해 송 전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누구나 정치에 출마를 할 수 있다”면서도 “몇몇 출마하시는 분들이 정치로서 지역구민에게 어필하기보다는 친·반명 경선 구도를 가져가려고 하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더민주 상임운영위원장인 김우영 강원도당위원장은 비명계 강병원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은평을 출마를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박 당도 5’로 분류되는 이들의 지역이 가장 위태롭다는 평이 나온다. 수박은 ‘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이란 뜻으로 강성 지지자들이 비명계를 비하할 때 쓰이는 단어다. 당도가 높을수록 강성 비명계로 통한다.

당도 5에 해당하는 민주당 이원욱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화성을에는 진석범 동탄복지포럼 대표가 출마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진 대표는 이 대표 경기지사 시절 경기복지재단 대표를 지낸 인물이다.

민주당 이상민 의원이 내리 5선을 지낸 대전 유성을에는 이 대표의 대선경선캠프의 대변인으로 활동했던 이경 상근부대변인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 대변인은 과거 이 의원이 친명계 인사들을 싸잡아 ‘곰팡이’에 빗댄 발언을 정면으로 저격했다.

중진 의원이 자극적인 언어로 상대방을 비난하는 ‘형편없는 기득권’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민주당 김종민 의원 지역구(충남 논산계룡금산)에 황명선 전 논산시장, 전해철 의원 지역구(경기 안산상록갑)에 양문석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윤영찬 의원 지역구(경기 성남중원)에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각각 이름을 올리고 있다.

비명계
밀어내기

현재 강력하게 거론되는 ‘비명계 숙청’ 시나리오 중 하나는 당이 친·비명 의원을 경선투표에 올려 당원의 선택에 따르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민주당 의원은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비명계 의원에게 속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다”며 “아무리 지금의 이 대표가 통합의 메시지를 내더라도 총선이 다가오면 경선을 거쳐 몽땅 ‘합법적 숙청’으로 잘라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언급된 곳은 민주당 텃밭으로 분류되는 지역인 만큼 이 대표의 강성 지지자를 뜻하는 ‘개딸’(개혁의 딸)의 입김이 세게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친·비명 두 인물을 나란히 경선에 올렸을 때 개딸은 친명이거나 계파색이 옅은 의원이 새로 깃발을 꽂는 데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설명이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5월 다음해 총선 공천특별당규(공천룰)를 발표했다. 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 체제 당시 만들어진 ‘시스템 공천’ 기틀을 유지한 것으로 ▲지역구 경선 원칙 ▲권리당원·국민 50:50 여론조사 ▲전략공천 최소화(20% 내)를 골자로 한다.

이 중에서 뇌관이 된 것은 권리당원과 국민 여론조사 비율이 각각 50%씩 반영된다는 점이다. 민주당 권리당원 중 대다수는 이 대표가 대선후보로 부상한 2021년 이후 입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3월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이후 주말 사이에 약 1만명의 당원이 가입하기도 했다.


과도한 ‘팬덤정치’라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그와 맞먹는 힘을 쥐고 있어 경선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강성 지지자는 연일 비명계를 향한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최근 이원욱 의원의 사무실 앞에는 ‘민주당 내의 검찰 독재 윤석열의 토착 왜구 당도5 잔당들’이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이 의원을 비롯한 윤영찬·이원욱·박용진·박광온·설훈·김종민·이상민·송갑석·조응천 등 비명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의 수박을 뒤집어쓴 합성 사진이 함께 실렸다.

‘나에게 한발의 총알이 있다면 왜놈보다 나라와 민주주의를 배신한 매국노를 백번 천번 먼저 처단할 것이다’라는 협박성 문구는 당내서도 논란이 됐다.

일부는 이 의원의 사무실에 들어가 소란을 일으켰다. 이를 두고 비명계 측은 “이 대표가 말한 통합 메시지가 단지 보여주기에 불과하다”며 “오히려 이 대표가 이를 즐기고 있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연말까지
갑론을박

비명계는 민주당 조정식 사무총장을 향해서도 날을 세웠다. 총선을 관리하는 총선기획단 단장은 관례적으로 당의 사무총장이 맡는데, 친명계 중진으로 꼽히는 조 사무총장이 키를 쥐면 공천 보복이 현실화할 것이란 해석이다.


체포동의안 가결 후폭풍으로 송 전 최고위원과 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직을 내려놨을 당시 조 사무총장은 예외였다. 당시 조 사무총장을 비롯한 정무직 당직자 전원은 사의를 표명했지만, 이 대표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비명계를 중심으로 조 사무총장의 사퇴 여론이 일었다. 사무총장직은 경선 전 정무적 단계서 개입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중립적인 인물로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당 지도부는 조 사무총장의 사퇴론을 일축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사무총장은 대표와 최고위원회 의결 사항을 실무적으로 빈틈없이 지원하는 직책”이라며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거취 논란이 계속되던 지난 1일, 민주당이 조 사무총장을 단장으로 하는 총선기획단을 발족시켰다. 총선기획단은 단장인 조 사무총장을 비롯한 13명의 관련직 위원으로 구성됐다.

총선기획단에는 ▲정태호 민주연구원장 ▲김성주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 ▲한병도 전략기획위원장 ▲김병기 수석사무부총장 ▲한준호 홍보위원장 ▲이재정 전국여성위원장 ▲전용기 전국청년위원장이 이름을 올렸다.

일반직 위원은 ▲신현영 의원 ▲최택용 부산 기장 지역위원장 ▲박영훈 당 청년미래연석회의 부의장 ▲장현주·장윤미 변호사가 임명됐다.

총선기획단이 출범하자 비명계의 불만이 즉각 터져 나왔다. 이들 대부분이 계파색이 옅거나 일부 친명 성향이 드러난다는 게 비명계 의원들의 주장이다.

경선까지 붙여놓고 팽?
합법적 컷오프에 반발

특히 최 위원장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 처리 과정서 가결표를 찍은 의원을 겨냥한 적 있어 친명 색이 짙다는 평을 받는다. 최 지역위원장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진 의원을 두고 SNS를 통해 ‘검찰 독재 부역자’라고 비난하며 “당내 청소에 나서자” “가결표를 던진 의원들이 웃는 얼굴을 보는 것(이) 괴로웠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 21대 총선과 비교했을 때 중립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당시 총선기획단에는 ‘대표 소장파’로 꼽혔던 민주당 금태섭 전 의원이 합류했다. 프로게이머 출신이자 현 노무현재단 이사인 황희두씨를 영입하기도 했다.

한 비명계 중진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 대표의 결함이자 한계”라며 이번 인선을 평가했다. ‘친명 일색’이라는 비판을 예상하면서도 조 사무총장을 단장으로 앉힌 건 민주당이 이 대표의 그늘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백날 통합을 외친다고 하더라도 결국 말을 뒤집는 선수”라며 “이 대표 체제에 관한 불신이 치유되긴커녕 오히려 부채질한 꼴”이라고 소리 높였다.

또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통화서 “이번 인선은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기 위한 절차”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22대 국회서 민주당이 ‘이재명 사당화’될 경우 민주당의 승패는 아무도 모른다”며 “지금 이 대표는 자신이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크게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비명계의 우려 목소리가 우후죽순 솟아나자 지도부에서는 논란에 반박하고 나섰다. 모든 공천은 시스템으로 관리되는 만큼 비명계만 축출될 가능성은 작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중진 비명계 지역구를 노리는 인사가 대부분 신인인 점을 감안했을 때 경선을 치른다면 국민에게 인지도가 쌓인 비명계 의원이 유리하다는 해석도 내놨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자객 공천 논란을 두고 직접 입을 열었다. 그는 “지금 대부분 이재명 대표와 가깝다고 얘기하는 분들은 정치 신인이나 도전자들의 ‘자가발전’”이라며 “전혀 이재명 대표하고 연관된 분들은 없다”고 주장했다.

지도부가 진압에 나섰지만 친·비명 간의 갈등은 공천 결과가 판가름 나는 연말·연초까지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친명계가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뭉치자”는 주장을 이어가며 본격 비명계 압박에 나서면서다. 내년 총선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대여 강경 투쟁’이 필요한데, 비명계가 소란을 일으켜 당에 균열을 초래했다는 설명이다.

기약 없는
마침표

정치권 안팎에서는 비명계가 공천받지 못한다면 대거 탈당해 신당을 창당하는 등 그들의 정치 행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현재 비명계의 결집력이 약한 만큼 ‘각자도생’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해석도 제시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새로운 집단을 형성하기는 위해서는 결이 맞는 인물을 끌어모으는 구심점이 필요한데, 지금으로서는 눈에 띄는 사람이 없다”며 결집 가능성이 작다고 시사했다.

이 관계자는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는 비명계 의원이 여러명 있지만 이들이 하나로 뭉칠 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면서도 “만일 하나의 계기가 기폭제가 된다면 (창당이)가능할지도 모른다”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예산·민생 잡는 이재명 논란은 뒷주머니에

더불어민주당이 총선 체제에 들어섬과 동시에 예산 정국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비명계의 ‘친명기획단’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관련해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당내 갈등을 재점화할 여지를 줄이는 대신 예산안에 집중하면서 민생을 챙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지난 2일 민생경제 기자회견서 “윤석열정부가 오로지 건전 재정에만 매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책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위기 극복 방안을 총동원하면 3% 성장률 회복이 가능하다”며 이를 뒷받침할 ‘쌍끌이 엔진’으로 미래형 SOC 투자와 소비 진작 두 가지를 강조했다.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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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