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격전지를 가다> ‘고인물 싸움’ 아산시

“터줏대감끼리 붙어보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4월10일 치러지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내년을 기준으로 집권 3년 차를 맞이하는 윤석열정부와 거대 야당이 심판론을 펼치기 위한 이벤트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충청남도 아산시에는 인적 자원이 풍부한 후보군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신인 정치인이 치고 올라올 틈은 없다. 현역이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는 아산갑·을에 누가 출사표를 던질지 <일요시사>가 짚어봤다.

단일 선거구였던 충청남도 아산시는 지난 20대 총선을 앞두고 분구가 성사됐다. 하나의 지역 안에 보수·민주 세력이 팽팽히 맞붙는 셈이다. 이번 선거는 지난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심판론과 지방 권력 교체를 이룬 국민의힘의 중간평가 성격을 띠고 있다. 아산갑은 전·현직의 리턴매치, 아산을에는 현역 대항마가 주된 관전 포인트다.

설왕설래

아산갑은 지난 2008년 18대 총선부터 2020년 21대 총선까지 국민의힘 이명수 의원이 내리 4선을 지내면서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은 곳이다. 이곳에 민주당 복기왕 충남도당위원장이 또다시 도전장을 내밀면서 ‘리턴매치’가 펼쳐질 전망이다.

앞서 이 의원과 복 위원장은 지난 17대·21대 총선서 치열하게 붙었다. 17대 총선서 복 위원장이, 21대 총선서 이 의원이 각각 한 번씩 당선됐다. 특히 21대 총선서 이 의원이 복 위원장을 0.7%p인 567표 차이로 누르고 당선되면서 초박빙 승부가 펼쳐졌다. 22대 아산갑 선거가 벌써 이목을 끄는 이유다.

정치 색채와 상관없이 개개인의 행정 능력이 얼마나 높게 평가받는지가 관건이다. 이 의원은 8년 연속 법안 발의 1위를 기록하는 등 행정 부문서 활약하고 있다. 충남도 행정부지사를 역임한 정통행정관료를 지낸 만큼 지난해 6·1 지방선거서 유력한 충남지사 후보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 의원은 지역발전 견인을 통해 지지세 결집에 나섰다. 제2서해안고속도로 사업이나 국립경찰병원 분원 건립지 선정, 아산-천안 1차 구간 고속도로 개통 등이 그 예다.

복 위원장은 민선 5·6기 아산시장을 역임한 뒤 청와대 정무비서관, 충남도당위원장 등을 지냈다. 아산의 현안을 안팎으로 두루 살피면서 정치적 입지를 구축하는 데 힘썼다. 여권 내 차세대 주자 이미지를 굳힌 복 위원장은 최근 각종 미디어에 얼굴을 비추며 이름을 알리고 있다.

‘일꾼’ 뽑겠다는 충청 스윙 보터
“누가 누가 잘하나” 탐색전 돌입

현재 민주당에서는 복 위원장 이외에 당내 경쟁자는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국민의힘 내에서는 김영석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이건영 전 청와대 행정관 등이 자천타천 거론되면서 정치판 흐름에 변화가 감지된다.

특히 아산 출신인 김 전 장관은 그동안 공직을 거치면서 국가의 정책을 수립·추진하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는 지난 6·1 지방선거 당시 고향인 아산에 상주하면서 김태흠 충남도지사 선거를 돕고 인수위원장 역할을 맡았다.

이후 김 지사의 역점사업인 ‘베이밸리 메가시티’ 사업을 총괄하는 베이밸리 추진단장으로 선임됐다.

이 전 행정관은 지방선거와 총선에 출마한 이력이 있는 만큼 얼굴도장을 톡톡히 찍었다. 그는 2010년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서 무소속 후보로 아산시장 선거에 출마했으나 민주당 복기왕 후보에 밀려 낙선했다.


지난 19대 총선에는 아산갑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당시 자유선진당 이명수 후보에게 패배하면서 3위에 그쳤다. 20대 총선서 아산을로 지역구를 옮겨 재도전에 나섰으나 민주당 강훈식 의원에게 쓴맛을 봤다. 비록 여의도에 입성하지 못했지만 오랜 기간 시민과 라포를 형성한 게 강점으로 꼽힌다는 평이다.

아산을은 갑 지역구와 반대로 민주당이 강세를 보이는 곳이다. 각종 산업단지를 비롯한 천안아산역 주변 신도시의 젊은 표심으로 인해 민주당 지지세가 강하게 감지된다.

현역인 민주당 강훈식 의원은 지난 20대 선거서 당시 새누리당 이건영 후보를 13.77%p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21대 선거에서는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박경귀 후보를 19.43%p 차이로 크게 따돌렸다.

강 의원은 지난해 8·28 전당대회 본선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포함해 최종 3파전 대결까지 가는 등 꾸준히 몸집을 키워왔다. 여야를 막론하고 신인 후보가 선뜻 도전장을 내밀기 어려운 상황으로 점쳐진다. 국민의힘에서는 대항마로 누구를 내보낼지 고심하는 이유다.

단일 후보 밀고 나가는 민주당
국민의힘 현역 프리미엄은 글쎄

국민의힘은 지난 9월 아산을 당협위원장으로 전만권 전 천안시 부시장을 임명했다. 당협위원장은 당내 입지를 넓히는 것은 물론 당원명부를 관리할 수 있어 총선 시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하지만 내년 총선과 아산시장 보궐선거에 모두 거론되는 만큼 아직 거취를 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21대 총선서 낙선했던 박경귀 후보는 지난해 6월 지방선거서 아산시장에 당선됐지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2심 모두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았다. 박 시장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상대 후보였던 오세현 전 아산시장에 관한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제기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를 받는다. 현재 대법원 판결만 남은 상태다.

전 위원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아직 최종 판결이 나오지 않은 만큼 보궐선거와 총선 어디에 무게를 둘지 입장이 조심스럽다”며 “지금은 시민을 위해 위원장으로서 열심히 활동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후보자가 거론되지 않아 강 의원의 독무대가 예상된다. 국민의힘에서는 유기준 전 아산시의장과 김길년 아산발전연구소장이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다만 두 인물 모두 총선을 앞두고 큰 움직임이 없는 만큼 국민의힘 내부서 마땅한 인재를 찾지 못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앙당 차원서 거물급 인사가 등판하는 게 아니냐는 희망 섞인 목소리도 간간이 나오는 모양새다.

아산시 사정에 밝은 한 정치권 관계자는 박 시장의 추후 행보가 아산갑·을을 막론한 지역구 전체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봤다. 논란의 중심에 우뚝 선 박 시장이 국민의힘 당적을 두고 있는 만큼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민심의 추


게다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당시 공약했던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노선이 평택·춘천·천안아산까지 확장하면서 민심이 쏠릴 가능성도 제시된다.

이 관계자는 “시를 책임지는 시장이 불미스러운 일로 재판 중인 만큼 시민들도 걱정이 많다”며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총선 후보를 두고 지역 내에서도 설왕설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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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