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격전지를 가다> ‘무주공산’ 부산 중·영도구

파도치는 텃밭 민심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총선은 윤석열정부와 거대 야당이 서로를 겨냥해 ‘심판론’을 펼치는 장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2023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이후 보수 텃밭이었던 부산시에 변화가 감지된다. 부산시 중·영도구는 현역이었던 국민의힘 황보승희 전 의원이 탈당하면서 무주공산이 됐다. 중·영도구에 누가 출마할지 <일요시사>가 짚어봤다.

부산시 중구와 영도구는 각각의 단일 선거구였다. 중구 인구가 감소하면서 인접한 동구와 합쳐서 중·동구 선거구로 묶였다.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선거구 조정으로 인해 동구를 서구와 합쳐 서·동구를 형성했고, 중구는 영도구와 묶어 지금의 중·영도구로 형성됐다.

쟁탈전

과거의 부산은 지금과 달리 진보진영이 힘을 받던 곳이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자 박정희정권을 무너뜨린 ‘부마 민주항쟁’이 발생했던 지역이기도 했다. 진보의 경계가 흐려지기 시작한 건 1990년대 이후 무렵인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대통령이 보수정당과 합당하면서 신한국당, 한나라당 지지율이 높아진 것이 이유로 제시된다.

보수 텃밭 속에서도 부산은 꾸준히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진보 인사들을 배출했다. 문 전 대통령은 부산서 인권·노동변호사로 활동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부산 출신으로 자신의 고향을 자주 언급하는 편이다. 이처럼 부산은 민주당에게 의미 있는 지역으로 꼽힌다.


그중에서도 부산시 중·영도구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인사가 앞다퉈 출사표를 던지면서 예전과 다르게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다. 이곳 역시 대대로 보수 깃발이 휘날리던 곳이다.

하지만 현역이었던 국민의힘 황보승희 의원 논란과 지난해 부산엑스포(이하 엑스포) 유치 실패로 민심의 추가 흔들리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민주당에게 있어 중·영도구는 지금에서야 이른바 ‘해볼만한 지역구’로 꼽히지만 과거에는 보수정당만 줄줄이 당선됐다.

제20대 총선에서는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전 대표를 지낸 김무성 의원이 6선을 노리며 출사표를 던졌다. 상대는 김비오 전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이었다. 김 전 행정관은 단독 선거구이던 18대 총선부터 도전해왔던 인물이다.

개표 결과 김무성 후보가 55.80%로 김비오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김비오 후보는 40.74%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정치권에서는 ‘예견된 결과’라는 평이 돌았지만 보수 색채가 더욱 진했던 과거와 비교했을 때 의미 있는 숫자라는 해석도 나왔다.

현역이었던 김 전 대표는 21대 총선서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시 김 전 대표는 “당이 어렵게 되는 과정서 책임자급으로 있었기 때문에 책임을 지는 게 제가 해야 할 역할”이라며 품위 있는 퇴장을 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6·13 지방선거서 참패하자 스스로 퇴장함으로써 보수통합에 힘을 보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후폭풍?
국힘 후벼 파는 ‘정권 심판론’

중진이 물러난 중·영도구에서는 3선 구의원이자 재선 시의원을 역임했던 국민의힘 황보 의원이 유력한 후보군으로 떠올랐다. 민주당에서는 김 전 행정관이 공천을 받아 또다시 도전에 나섰다. 이때 미래통합당은 서·동구에 출마했던 곽규택 후보를 중·영도로 데려오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하지만 돌연 계획을 물리고 그를 다시 서·동구에 출마시켰으며, 황보 후보에게 공천장을 쥐여줬다.

민주당 측에 따르면 황보 의원은 당시 김형오 공관위원장의 최측근이라는 평을 받았다. 인맥을 이용해 이른바 ‘꿀 지역구’에 공천을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면서 황보 의원의 출마가 뜬금없다는 여론도 형성됐다.

제21대 총선 결과 황보 의원이 51.86%를 득표하면서 44.91%를 얻은 김 후보를 6.9%p로 제치고 당선됐다. 선거 결과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6선이었던 김 전 대표의 후광과 더불어 황보 의원의 인지도가 합쳐진 결과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지난해 황보 의원을 둘러싸고 정치자금법을 비롯한 사생활 논란이 불거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현재 황보 의원은 2020년 3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부동산 개발업체 회장인 A씨로부터 서울 소재 아파트 보증금과 현금, 월세 등 82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또 검찰은 황보 의원이 A씨가 제공한 신용카드로 약 6000만원을 사용하는 등 총 1억4000여만원을 수수했다고 보고 있다.

이후 황보 의원은 국민의힘을 탈당하는 동시에 제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지난해 6월 황보 의원은 “20년간 저를 키워주신 사랑하는 중구·영도구 구민께 거듭 죄송하다”고 사죄했다.

황보 의원의 구설수로 부산 민심이 뒤숭숭하던 중 엑스포 유치 실패까지 실책이 이어졌다. 뿔난 부산 민심을 달래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이 부산시 중구 깡통시장에 총수들과 함께 ‘떡볶이 먹방’에 나섰지만 오히려 역풍만 맞은 형국이다.

‘4전5기’ 김비오 VS ‘친윤’ 박성근
설설 끓는 ‘6선’ 김무성 등판 주목

이를 기회로 삼은 민주당은 이번에야말로 중·영도구에 파란 깃발을 꽂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앞다퉈 예비후보를 등록했다.

우선 2008년부터 출사표를 냈던 김 전 행정관 다시 한번 도전에 나선다. 김비오 예비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복싱선수 홍수환의 4전5기처럼 화려한 결과가 보장돼있지 않더라도 초심을 잃지 않고 스스로와 약속했던 그 길을 가려 한다”며 출마를 시사했다.

김의성 전 청와대 행정관과 한국 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출신인 박영미 전 중·영도구 지역위원장도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면서 총선 대열에 합류했다. 김 전 행정관은 ‘영도 토박이’임을 강조하며 민심 챙기기에 나섰다. 박 전 위원장은 일찌감치 지역주민과의 스킨십에 힘을 쏟으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국민의힘 출마 후보군으로는 ‘친윤(친 윤석열)’으로 분류된 검사 출신의 박성근 국무총리 비서실장이 거론된다.


박 실장은 “오랜 공직 경험을 바탕으로 오직 국가와 국민을 위한 바르고 다른 정치를 실현할 준비를 마쳤다”며 중·영도구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어 “지역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선결과제인 교통을 비롯해 경제·교육·의료복지 등이 필요해 핵심 정책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중·영도구의 최대 관심사는 김 전 대표의 재등장 여부로 당사자인 그는 중·영도 출마 가능성에 대해 “주민들로부터 다시 출마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전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몇 번 거절하고 외면하기도 했는데, 마음이 조금 바뀌고 있는 것”이라며 출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김 전 대표가 정치권으로 돌아온다면 여야를 막론한 후보는 ‘6선의 힘’을 몸소 경험하게 된다. 특히 민주당은 여당 중진과 ‘용산발’ 후보라는 양대 산맥을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다.

심판대

조승환 전 해양수산부장관과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도 하마평에 오른다. 윤정부서 주요 전·현직을 맡았던 인사들이 중·영도를 예의 주시함에 따라 민주당의 총선 계산기도 빠르게 돌아가는 모양새다.

하지만 각종 악재가 겹쳐 발생한 ‘정권 심판론’이 민주당의 돌파구로 여겨질 수 있다. 이번 총선서 부산이 마냥 승산 없는 싸움은 아니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민주당 후보가 격차를 좁혀나가는 모양새다. 결국 정권 심판론이 얼마나 예리하게 작용할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hypak28@ilyosisa.co.kr>

 



배너

관련기사

40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