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격전지를 가다> ‘무주공산’ 부산 중·영도구

파도치는 텃밭 민심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총선은 윤석열정부와 거대 야당이 서로를 겨냥해 ‘심판론’을 펼치는 장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2023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이후 보수 텃밭이었던 부산시에 변화가 감지된다. 부산시 중·영도구는 현역이었던 국민의힘 황보승희 전 의원이 탈당하면서 무주공산이 됐다. 중·영도구에 누가 출마할지 <일요시사>가 짚어봤다.

부산시 중구와 영도구는 각각의 단일 선거구였다. 중구 인구가 감소하면서 인접한 동구와 합쳐서 중·동구 선거구로 묶였다.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선거구 조정으로 인해 동구를 서구와 합쳐 서·동구를 형성했고, 중구는 영도구와 묶어 지금의 중·영도구로 형성됐다.

쟁탈전

과거의 부산은 지금과 달리 진보진영이 힘을 받던 곳이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자 박정희정권을 무너뜨린 ‘부마 민주항쟁’이 발생했던 지역이기도 했다. 진보의 경계가 흐려지기 시작한 건 1990년대 이후 무렵인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대통령이 보수정당과 합당하면서 신한국당, 한나라당 지지율이 높아진 것이 이유로 제시된다.

보수 텃밭 속에서도 부산은 꾸준히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진보 인사들을 배출했다. 문 전 대통령은 부산서 인권·노동변호사로 활동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부산 출신으로 자신의 고향을 자주 언급하는 편이다. 이처럼 부산은 민주당에게 의미 있는 지역으로 꼽힌다.


그중에서도 부산시 중·영도구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인사가 앞다퉈 출사표를 던지면서 예전과 다르게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다. 이곳 역시 대대로 보수 깃발이 휘날리던 곳이다.

하지만 현역이었던 국민의힘 황보승희 의원 논란과 지난해 부산엑스포(이하 엑스포) 유치 실패로 민심의 추가 흔들리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민주당에게 있어 중·영도구는 지금에서야 이른바 ‘해볼만한 지역구’로 꼽히지만 과거에는 보수정당만 줄줄이 당선됐다.

제20대 총선에서는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전 대표를 지낸 김무성 의원이 6선을 노리며 출사표를 던졌다. 상대는 김비오 전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이었다. 김 전 행정관은 단독 선거구이던 18대 총선부터 도전해왔던 인물이다.

개표 결과 김무성 후보가 55.80%로 김비오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김비오 후보는 40.74%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정치권에서는 ‘예견된 결과’라는 평이 돌았지만 보수 색채가 더욱 진했던 과거와 비교했을 때 의미 있는 숫자라는 해석도 나왔다.

현역이었던 김 전 대표는 21대 총선서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시 김 전 대표는 “당이 어렵게 되는 과정서 책임자급으로 있었기 때문에 책임을 지는 게 제가 해야 할 역할”이라며 품위 있는 퇴장을 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6·13 지방선거서 참패하자 스스로 퇴장함으로써 보수통합에 힘을 보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후폭풍?
국힘 후벼 파는 ‘정권 심판론’

중진이 물러난 중·영도구에서는 3선 구의원이자 재선 시의원을 역임했던 국민의힘 황보 의원이 유력한 후보군으로 떠올랐다. 민주당에서는 김 전 행정관이 공천을 받아 또다시 도전에 나섰다. 이때 미래통합당은 서·동구에 출마했던 곽규택 후보를 중·영도로 데려오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하지만 돌연 계획을 물리고 그를 다시 서·동구에 출마시켰으며, 황보 후보에게 공천장을 쥐여줬다.

민주당 측에 따르면 황보 의원은 당시 김형오 공관위원장의 최측근이라는 평을 받았다. 인맥을 이용해 이른바 ‘꿀 지역구’에 공천을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면서 황보 의원의 출마가 뜬금없다는 여론도 형성됐다.

제21대 총선 결과 황보 의원이 51.86%를 득표하면서 44.91%를 얻은 김 후보를 6.9%p로 제치고 당선됐다. 선거 결과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6선이었던 김 전 대표의 후광과 더불어 황보 의원의 인지도가 합쳐진 결과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지난해 황보 의원을 둘러싸고 정치자금법을 비롯한 사생활 논란이 불거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현재 황보 의원은 2020년 3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부동산 개발업체 회장인 A씨로부터 서울 소재 아파트 보증금과 현금, 월세 등 82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또 검찰은 황보 의원이 A씨가 제공한 신용카드로 약 6000만원을 사용하는 등 총 1억4000여만원을 수수했다고 보고 있다.

이후 황보 의원은 국민의힘을 탈당하는 동시에 제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지난해 6월 황보 의원은 “20년간 저를 키워주신 사랑하는 중구·영도구 구민께 거듭 죄송하다”고 사죄했다.

황보 의원의 구설수로 부산 민심이 뒤숭숭하던 중 엑스포 유치 실패까지 실책이 이어졌다. 뿔난 부산 민심을 달래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이 부산시 중구 깡통시장에 총수들과 함께 ‘떡볶이 먹방’에 나섰지만 오히려 역풍만 맞은 형국이다.

‘4전5기’ 김비오 VS ‘친윤’ 박성근
설설 끓는 ‘6선’ 김무성 등판 주목

이를 기회로 삼은 민주당은 이번에야말로 중·영도구에 파란 깃발을 꽂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앞다퉈 예비후보를 등록했다.

우선 2008년부터 출사표를 냈던 김 전 행정관 다시 한번 도전에 나선다. 김비오 예비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복싱선수 홍수환의 4전5기처럼 화려한 결과가 보장돼있지 않더라도 초심을 잃지 않고 스스로와 약속했던 그 길을 가려 한다”며 출마를 시사했다.

김의성 전 청와대 행정관과 한국 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출신인 박영미 전 중·영도구 지역위원장도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면서 총선 대열에 합류했다. 김 전 행정관은 ‘영도 토박이’임을 강조하며 민심 챙기기에 나섰다. 박 전 위원장은 일찌감치 지역주민과의 스킨십에 힘을 쏟으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국민의힘 출마 후보군으로는 ‘친윤(친 윤석열)’으로 분류된 검사 출신의 박성근 국무총리 비서실장이 거론된다.


박 실장은 “오랜 공직 경험을 바탕으로 오직 국가와 국민을 위한 바르고 다른 정치를 실현할 준비를 마쳤다”며 중·영도구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어 “지역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선결과제인 교통을 비롯해 경제·교육·의료복지 등이 필요해 핵심 정책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중·영도구의 최대 관심사는 김 전 대표의 재등장 여부로 당사자인 그는 중·영도 출마 가능성에 대해 “주민들로부터 다시 출마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전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몇 번 거절하고 외면하기도 했는데, 마음이 조금 바뀌고 있는 것”이라며 출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김 전 대표가 정치권으로 돌아온다면 여야를 막론한 후보는 ‘6선의 힘’을 몸소 경험하게 된다. 특히 민주당은 여당 중진과 ‘용산발’ 후보라는 양대 산맥을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다.

심판대

조승환 전 해양수산부장관과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도 하마평에 오른다. 윤정부서 주요 전·현직을 맡았던 인사들이 중·영도를 예의 주시함에 따라 민주당의 총선 계산기도 빠르게 돌아가는 모양새다.

하지만 각종 악재가 겹쳐 발생한 ‘정권 심판론’이 민주당의 돌파구로 여겨질 수 있다. 이번 총선서 부산이 마냥 승산 없는 싸움은 아니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민주당 후보가 격차를 좁혀나가는 모양새다. 결국 정권 심판론이 얼마나 예리하게 작용할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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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인수전’ 카카오 후유증

‘SM 인수전’ 카카오 후유증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입에 삼키기엔 너무 컸던 걸까?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카카오가 사법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이브와의 전쟁서 이겼지만 ‘상처뿐인 승리’가 된 모양새다. 엔터계 공룡을 삼킨 공룡 기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불과 몇 년 만에 국민 기업서 밉상 기업으로 전락했다. ‘카카오톡’이 전 국민의 메신저가 될 때까지만 해도 카카오의 미래는 밝았다. 카카오톡의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배경으로 사업을 확장했던 초기에도 부정적인 여론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골목상권 침해, 쪼개기 상장 등의 문제가 터지면서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국민 기업 밉상 기업 카카오가 창립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해 2~3월 하이브와의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인수전 과정서 일어난 일이 사법 리스크로 되돌아오는 모양새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라는 말이 어울리는 결말이다. 승자의 저주는 경쟁에서는 이겼지만 그 과정서 과도한 비용을 사용해 후유증을 겪는 상황을 뜻한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는 지난 17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CA협의체 경영쇄신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 인수 과정서 경쟁사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의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올릴 목적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카카오가 지난해 2월 2400억원을 동원해 553차례에 걸쳐 SM 주식을 고가에 매수하는 데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주가가 떨어지지 않도록 지난해 2월16~17일, 27일 원아시아파트너스가 1100억원을 먼저 투입하고 같은 달 28일 카카오가 뒤이어 130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검찰은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 지모씨를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변호인단은 김 위원장이 SM 지분 매수 과정서 어떤 불법적 행위도 지시, 용인한 바 없으며 지분 매수는 정상적 장내 매수였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카카오 내부는 당혹스러운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영장을 청구한 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첫 구속영장을 발부했던 영장전담판사가 배정된 점 등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하이브와 크게 벌인 ‘쩐의 전쟁’ 경영권 차지했지만 사법리스크↑ 김 위원장은 지난 9일, 20시간의 밤샘 조사에서 “SM 주식을 장내 매수하겠다는 안건을 보고받고 승인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매수 방식과 과정에 대해서는 보고받지 않아 몰랐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조사 이후 8일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의 혐의를 입증할 인적·물적 증거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사모펀드를 통해 투자해서 우호 지분을 확보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카카오 임직원 간 메시지를 비롯해 김 위원장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관계자의 통화 녹취, 진술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와 하이브의 SM 인수전은 혈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치열했다. SM은 K팝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연예기획사로 H.O.T, 보아, 동방신기, 소녀시대, 샤이니, EXO, NCT, 에스파, 라이즈 등의 유명 보이·걸그룹을 배출한 ‘아이돌 명가’로 알려져 있다. 대형 연예기획사를 둘러싼 카카오와 하이브의 인수전은 K팝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SM 인수전의 시작은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매각설서 시작됐다. 이 전 프로듀서는 SM의 설립자로 SM 소속 가수를 좋아하는 팬덤 사이에서는 ‘수만 아버지’로 불리는 등 일종의 개척자로 여겨지고 있다. 이 전 프로듀서가 지분을 매각한다는 소문이 돌았을 당시 카카오, 네이버 등이 매수자로 언급되곤 했다.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파트너스)이 SM 지배구조를 문제 삼으면서 인수전의 막이 올랐다. 특히 얼라인파트너스는 이 전 프로듀서 소유의 라이크기획이 SM과의 내부거래로 주주가치를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SM이 얼라인파트너스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내부 갈등이 촉발됐다. 급히 먹다 탈 났나? 이 과정서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 등 현 SM 경영진이 얼라인파트너스, 카카오와 손을 잡았다. 이 전 프로듀서 측과 완벽한 대립각을 세운 현 SM 경영진은 ‘SM 3.0’을 발표하고 멀티 제작센터·레이블 체제로 전환을 발표했다. 이 전 대표 지우기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SM 경영진이 지난해 2월7일 카카오가 신주와 전환사채(CB) 인수를 통해 지분 9.05%를 확보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이 전 프로듀서가 찾은 동앗줄은 하이브였다. 이 전 프로듀서는 SM의 공시 다음 날 법원에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기했다. 그리고 2월9일 자신이 보유한 SM 지분 18% 중 14.8%를 하이브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 하이브는 SM 주식을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해 지분을 추가로 25%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SM 인수전이 카카오와 하이브의 대결로 압축됐다. SM 인수전은 한치 앞도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엎치락 뒤치락을 반복했다. 법원이 이 전 프로듀서가 제기한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면서 하이브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가 공개매수가 실패한 사실이 드러나자 카카오가 반격하는 식이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3월7일부터 SM의 지분 35%를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하기 시작했다. 약 833만주에 달하는 주식으로 총 1조2500억원이 투입되는 어마어마한 물량이다. SM 인수전은 하이브가 카카오가 시작한 ‘쩐의 전쟁’서 한발 물러나면서 변곡점을 맞게 됐다. 쇄신 노력 ‘물거품’ 이후 카카오가 경영권을 갖고 하이브는 플랫폼 협력을 하는 방향으로 SM 인수전이 마무리됐다. 지난해 3월12일 하이브는 SM 인수 절차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하이브는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의 경쟁 구도로 인해 시장이 과열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는 하이브의 주주가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사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카카오는 “SM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자 원동력인 임직원, 아티스트, 팬덤을 존중하고자 자율적‧독립적 운영을 보장하고 현 경영진이 제시한 SM 3.0을 비롯한 미래 비전과 전략 방향을 중심으로 글로벌 성장에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엔터계 ‘공룡’을 삼킨 또 다른 공룡 기업의 탄생이었다. 하지만 카카오가 SM을 인수하기 위해 벌인 ‘쩐의 전쟁’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하이브는 당시 SM 인수전서 발을 뺀 뒤 “비정상적 매입 행위가 발생했다”며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SM 주가가 공개매수가인 12만원을 넘어 한때 13만원까지 급등한 점을 문제 삼았다.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비정상적으로 주식을 매입해 시세를 조종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은 지난해 10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와 카카오법인을 검찰에 넘겼다. 지난 11월에는 김범수 당시 전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홍은택 대표, 김성수·이진수 카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각자 대표이사 등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는 등 카카오 수사에 열을 올렸다. 시세조종 의혹 창업자에 칼끝 댔다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 잃을 수도 카카오는 말 그대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금감원이 카카오 경영진과 함께 카카오법인까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면서 카카오뱅크를 잃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 법인이 벌금 이상의 형을 받으면 카카오뱅크의 지분 27.17%를 보유한 카카오가 대주주 자격을 잃을 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6개월마다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하는데 이때 대주주는 최근 5년간 금융간 금융관련법,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형사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SM 인수전 과정서 제기된 시세조종 의혹으로 카카오는 창업자 구속 가능성과 알짜배기 기업을 놓칠 가능성을 함께 안고 있는 셈이다. 카카오의 쇄신 노력에도 찬물이 끼얹어졌다. 카카오는 지난 3월 새 대표이사에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전 대표를 선임했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게임즈 등 계열사 대표도 바꿨다. 계열사 준법‧윤리경영을 지원하는 독립기구인 카카오 준법과신뢰위원회(준신위)도 쇄신에 속도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김 의장을 비롯한 카카오의 사법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쇄신작업은 물론 기업 전체 동력에 타격을 입게 됐다.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그룹 덩치를 줄이기 위해 알짜배기만 남겨두고 일부 자회사를 매각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쪼개기 상장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만큼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어렵게 인수한 SM 역시 매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뱅크 등은 핵심 자산으로 분류된다. 몸집 줄여 해결될까? 문제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카카오는 SM 시세조종 의혹 외에도 문어발식 기업 인수, 계열사 확장 과정서의 잡음으로 수사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2020년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를 인수하는 과정서 김성수 당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이준호 당시 투자전략부문장이 바람픽쳐스에 시세차익을 몰아줄 목적으로 비싸게 매입·증자했다는 의혹을 조사 중이다. 카카오의 운명이 연이은 사법 리스크에 잠식되는 모양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