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인재난에 허덕이는 국민의힘이 대통령실 차출론에도 불구하고, 겉으론 잠잠하다. 총선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마음은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어쩐지 내부에서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 과연 이길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얼굴로 치르는 내년 총선서 내부 분란이 커질 조짐이다.
추석 연휴가 끝나면서 대통령실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인원의 총선 출마 러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벌써 당협위원장이 된 인물도 있고, 지역구로 달려가 표심을 다지는 이도 있다. 본격적인 출마 시기는 이번 달 말부터다. 30명서 최대 40명으로 알려진 탈(脫) 용산 총선 출마자들이 의사를 밝혔다.
줄줄이
출사표
지난 4월만 해도 “근거 없는 여론 흔들기”라며 출마설에 대해 극구 부인했으나 조만간이라는 소식이 들려올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대통령실서도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기 때문이다.
국정감사 이후 내년 1월까지 대통령실 인사들이 줄줄이 출사표를 던질 양상이다. 통상 이들의 출마 시기는 크게 추석 전후, 연말, 연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구 의원으로 출마하기 위해서는 총선 90일 전인 내년 1월11일까지는 사직해야 한다. 22대 총선은 윤석열정부 3년 차에 실시되는 만큼 사실상 윤정부의 중간 평가 성격을 띤다. 총선서 1당의 지위를 얻어야 윤 대통령에게는 국정동력이 생긴다.
반면 패배 시 국민의힘은 물론 대통령실에도 적잖은 타격이 갈 수밖에 없다. 대통령실서 용산 인물들을 투입하려는 이유도 이들을 전면 배치해 국정운영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인식이 생겼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이 당초 대통령실 출신의 출마에 대해 부정적 태도를 취하다 긍정적인 신호를 보낸 이유는 지지율과 관련돼있다. 최근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에 뒤처져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다 보니, 결국 대통령실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일각에서는 청년 대변인 등 젊은 피들도 총선에 내보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중도층이 많은 청년세대 특성상 이를 붙잡기 위한 복안이다.
현재 행정관, 수석, 비서관, 장관 할 것 없이 출마가 가시화된 상황이다. 가장 먼저 내년 출마를 공식화한 인물은 청와대 행정관 출신의 이승환 중랑구을 당협위원장으로 험지인 서울 중랑을에 깃발을 꽂았다. 현재 당협위원장 사무실을 구하고 있다.
해당 지역구는 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버티고 있는데, 서승우 대통령 자치 비서관이 명예퇴직 후 본격적인 총선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서 비서관은 이미 명예퇴직을 신청한 상태다.
그가 노리고 있는 지역은 충북 청주청원으로 알려져 있다. 해당 지역 출신인 서 비서관은 행정고시에 합격한 이후 충북도청, 행정안전부를 오가면서 근무했으며 충북도 행정부지사까지 지냈다.
이 지역에 출마할 경우 5선 중진의 민주당 변재일 의원과의 한판 대결이 펼쳐지게 된다. 다만 김수민 전 의원이 당협위원장으로 버티고 있어 경선부터 통과해야 한다. 김 전 의원은 20대 총선 당시 만 29세의 나이로 국회에 입성한 바 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할 당시 취임식기획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젊은 행정관들 우선 선발대로
수석들 역시 조만간 출마 러시
여기에 이동석 전 행정관도 충북 충주에 출사표를 던졌다. 사실상 대통령실의 선발대인 셈이다. 이 행정관은 충주서 출판기념회를 열었을 때 윤 대통령의 후보 시절 캠프에 참여했던 인물로 이후 대통령실에 몸담아왔고 대통령실 인사로는 처음으로 출마를 공식화했다. 당시 출판기념회는 북새통을 이뤘다는 후문이다.
윤 대통령이 축하 화환을 보냈고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분류되는 장제원 의원이 축전 등을 보냈다. 또 최지우 전 행정관도 충북 제천·단양 출마를 위해 최근 사직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역시 비교적 중도층이 자리 잡고 있는 충청권에 출마를 고려 중이다. 이처럼 젊은 행정관 출신들이 청년 표심을 잡기 위해 우선적으로 선발대로 선 상황이다. 비교적 인지도가 떨어지는 행정관의 경우 일찍부터 내려와 표심을 다지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수석급서 언급되는 대표적인 인물은 김은혜 홍보수석과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이다. 이들은 일찌감치 총선 출마가 유력하다는 이야기가 나온 바 있던 터라 점점 더 공식화되는 분위기다. 김 수석은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의 지역구(경기 성남분당갑)에 출마를 원한다는 말이 나온다.
해당 지역구는 국민의힘이 강세를 보여온 곳으로 실제로 국회의원 선거 기준 민주당 소속 김병관 전 의원이 거뒀던 승리가 유일했다.
그러나 21대 총선서 김 전 의원은 김 수석에게 패배했고, 보궐선거에선 안 의원이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됐던 바 있다. 분당갑 지역서 꾸준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안 의원 입장에선 김 수석의 출마가 부담될 수도 있다.
지난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김 수석은 자객 공천 논란에 휩싸였다. 이번에도 안 의원과 경선을 치르게 된다면 마찬가지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은 얼마 전 자신의 고향을 자주 방문한다는 의혹이 터져나왔다. 동문회를 비롯해 체육대회 등 충남 홍성·예산의 행사에 주말마다 등장해 명함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민에게도 자신이 예산 사람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일각에서는 강 수석을 향해 ‘마음이 콩밭에 가 있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연말되면
투입 시작?
서울 마포서 18대 의원을 지냈던 강 수석은 내년 총선에선 험지보다는 자신의 고향을 택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당대회 당시 강신업 변호사 측에 출마를 자제하라는 요청, MBC 앞 시위 종용 의혹 등 여러 논란을 의식한 듯 최근에는 잠잠한 편이다.
이뿐만 아니다. 장관들 역시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저울질하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은 바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다.
원 장관은 윤 대통령이 언급한 스타 장관 중 한 명으로 분류된다. 대선 당시 윤 대통령과 처음에는 각을 세웠으나 이후 선거캠프에 중용된 인물이다. 최근에는 완전한 윤핵관으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 서울양평고속도로 논란서 민주당의 총공세를 막아내는 역할을 했다.
보수층서 원 장관의 인지도는 상당한 데다 인기가 많은 만큼 출마지로 거론되는 곳도 다양하다. 서울 동작을 비롯해 경기도 고양, 제주까지 전국구 면모를 보인다. 거론되는 지역만 15군데다.
또 차기 총선서 중진 역할론이 대두되는 만큼 원 장관의 당내 위상도 올라갔다고 볼 수 있다. 원 장관은 공동선대위원장부터 제주 지역구 전략공천설까지 다방면서 언급된다. 당초 권영세 전 통일부 장관과 비슷하게 복귀설도 흘러나왔다. 서울양평고속도로 이슈와 관련해서는 백지화라는 강수를 두면서 존재감이 커졌다.
문제는 원 장관 본인의 부담으로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인물 중 한 명이라는 점이다. 내년 총선서 역할을 맡아 선거를 지휘해 승리한다면 단연 몸값은 올라가겠지만 패배할 경우 차기 대선주자는 물 건너갈 수밖에 없다.
도움될지
의문 들어
최근 원 장관은 몸을 사리고 있다. 얼마 전 열린 새로운 미래를 준비는 모임(새미래) 세미나에 강사로 참여해 국민의힘의 총선 승리를 강조했는데, 관련 발언이 문제가 돼 민주당으로부터 고발당한 후로 총선 관련 언급을 피하고 있다.
시험대는 국정감사다. 국토위의 가장 뜨거운 현안은 서울양평고속도로 관련 사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의 총공세를 잘 버터내면서 이른바 ‘국감 스타장관’으로 발돋움하면서 몸값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내년 총선에 출마자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추 장관 역시 내년 총선에 도전하겠다고 시사한 바 있다. 대구 달성군을 찾은 자리서 그는 “올 연말쯤 지역에 내려올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내년도 새해예산안을 처리한 뒤 물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추 장관 역시 원 장관과 마찬가지로 대통령실 차출설에 이름을 올렸다. 추 장관의 경우, 당 지지율보다 개인 지지율이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대구·경북(TK)서의 역할론이 제기된다.
이번 새해예산안 통과를 수월하게 이끌어낼 수 있냐는 게 관건이다. 예산안 법정시한까지는 2개월도 남지 않았는데, 추 장관의 총선 출마에 앞선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국감이 종료된 이후 본격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전망된다. 윤정부와 국민의힘은 ‘국정운영 1년 농사’로 불리는 국감을 문제없이 끝내야 국정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 대통령실 입장에선 이들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 인재난 때문으로 지방선거 기간 동안 국민의힘은 인재들을 끌어다 썼다. 영입을 서두르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거물급을 영입하지 못했다. 대통령실 인물을 차출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윤 대통령을 총선 전면에 내세우는 것 말고는 전략이 부재하다.
장관들 역할론에 부담 따를 듯
당내 현역 의원 일단 경계모드
국민의힘은 대통령실 공천설을 전적으로 부인하고 있지만, 대통령실서 출마에 앞서 몸풀기 중인 인물들과 구체적인 지역까지 거론되면서 당내 분위기도 혼란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여전히 30%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단순히 윤 대통령의 얼굴만으로 선거를 치르기는 힘들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여권 내에서도 부정적인 기류가 흐르는 이유는 현역 의원들의 불만이 쏟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장관, 홍보수석 정도는 인지도가 높은 편이라 해볼만한 싸움이지만, 행정관·비서관 등은 인지도가 높지 않다. 따라서 이들을 험지로 내보내기에는 무리가 있다. 결국 국민의힘의 텃밭으로 분류되는 TK와 PK로 내보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더욱이 국민의힘 중진 의원 대부분이 TK와 부산·경남(PK)에 위치해 있는데 용산 출신들이 이곳으로 향한다면 내부 혼란이 더욱 생길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만남서 “대통령실에 있는 사람은 윤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잘 아는 사람들이다. 윤 대통령과 신뢰관계가 있다”며 “결국 당은 집권여당으로서 윤정부의 성공을 위해 같이 보조를 맞출 수 있어 이들이 차출되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현역 의원들에게 우선권을 주어서는 안 된다”며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청와대 출신) 사람들이 페이버(인기)가 있는 게 아니다. 충분한 경쟁을 거쳐 지역서 본인이 경쟁력을 갖고 공천을 받아야 한다”면서도 “결국은 공천룰을 먼저 확정지어야 한다. 그래야 준비를 할 수 있다. 또 현재 대통령 지지율이 50%를 넘지 않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사진 건다고
못 이긴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30% 후반대와 40%대 초반을 넘나들고 있다. 외교에 방점을 찍고, 민주당을 공격하는 등 보수층 결집을 위해 애쓰고 있지만, 문제는 중도층이다. 중도층을 포섭해야 선거서 훨씬 유리해진다. 아직까지 이를 타개할 방책을 마련하고 있지는 못하는 듯 보인다.
이와 관련해 또 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과거에는 대통령과 사진을 찍은 것을 붙여놓고 선거를 치르면 먹혔지만,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며 “대통령실서 근무했다는 것 자체가 크게 정치적으로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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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속 기사> 추석 이후 여론은? 일단 정권 심판론
고물가 시대 여야는 경제에 방점을 찍고 민심을 듣겠다고 나섰으나 결국 여야의 극한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역시 상대 후보를 힐난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경제 살리기는 실종됐고, 자신만 살아남기 위한 정치가 펼쳐지는 중이다.
일단, 밥상머리 민심서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앞섰다. 연휴 직전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조직이 결집된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총선에서는 정권 심판론이 우세하다.
정당 지지율에서는 민주당이 살짝 앞섰으나 국민의힘과 엇비슷하다.
그러나 총선까지는 아직 반년 정도 남았다.
다음 총선도 네거티브 전이 전개될 양상으로 민주당도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말이다.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