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차출설 도는 윤의 사람들

꽃밭에 떨어질 용산발 낙하산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인재난에 허덕이는 국민의힘이 대통령실 차출론에도 불구하고, 겉으론 잠잠하다. 총선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마음은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어쩐지 내부에서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 과연 이길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얼굴로 치르는 내년 총선서 내부 분란이 커질 조짐이다. 

추석 연휴가 끝나면서 대통령실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인원의 총선 출마 러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벌써 당협위원장이 된 인물도 있고, 지역구로 달려가 표심을 다지는 이도 있다. 본격적인 출마 시기는 이번 달 말부터다. 30명서 최대 40명으로 알려진 탈(脫) 용산 총선 출마자들이 의사를 밝혔다. 

줄줄이
출사표

지난 4월만 해도 “근거 없는 여론 흔들기”라며 출마설에 대해 극구 부인했으나 조만간이라는 소식이 들려올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대통령실서도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기 때문이다. 

국정감사 이후 내년 1월까지 대통령실 인사들이 줄줄이 출사표를 던질 양상이다. 통상 이들의 출마 시기는 크게 추석 전후, 연말, 연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구 의원으로 출마하기 위해서는 총선 90일 전인 내년 1월11일까지는 사직해야 한다. 22대 총선은 윤석열정부 3년 차에 실시되는 만큼 사실상 윤정부의 중간 평가 성격을 띤다. 총선서 1당의 지위를 얻어야 윤 대통령에게는 국정동력이 생긴다. 


반면 패배 시 국민의힘은 물론 대통령실에도 적잖은 타격이 갈 수밖에 없다. 대통령실서 용산 인물들을 투입하려는 이유도 이들을 전면 배치해 국정운영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인식이 생겼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이 당초 대통령실 출신의 출마에 대해 부정적 태도를 취하다 긍정적인 신호를 보낸 이유는 지지율과 관련돼있다. 최근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에 뒤처져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다 보니, 결국 대통령실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일각에서는 청년 대변인 등 젊은 피들도 총선에 내보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중도층이 많은 청년세대 특성상 이를 붙잡기 위한 복안이다. 

현재 행정관, 수석, 비서관, 장관 할 것 없이 출마가 가시화된 상황이다. 가장 먼저 내년 출마를 공식화한 인물은 청와대 행정관 출신의 이승환 중랑구을 당협위원장으로 험지인 서울 중랑을에 깃발을 꽂았다. 현재 당협위원장 사무실을 구하고 있다. 

해당 지역구는 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버티고 있는데, 서승우 대통령 자치 비서관이 명예퇴직 후 본격적인 총선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서 비서관은 이미 명예퇴직을 신청한 상태다. 

그가 노리고 있는 지역은 충북 청주청원으로 알려져 있다. 해당 지역 출신인 서 비서관은 행정고시에 합격한 이후 충북도청, 행정안전부를 오가면서 근무했으며 충북도 행정부지사까지 지냈다. 

이 지역에 출마할 경우 5선 중진의 민주당 변재일 의원과의 한판 대결이 펼쳐지게 된다. 다만 김수민 전 의원이 당협위원장으로 버티고 있어 경선부터 통과해야 한다. 김 전 의원은 20대 총선 당시 만 29세의 나이로 국회에 입성한 바 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할 당시 취임식기획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젊은 행정관들 우선 선발대로
수석들 역시 조만간 출마 러시

여기에 이동석 전 행정관도 충북 충주에 출사표를 던졌다. 사실상 대통령실의 선발대인 셈이다. 이 행정관은 충주서 출판기념회를 열었을 때 윤 대통령의 후보 시절 캠프에 참여했던 인물로 이후 대통령실에 몸담아왔고 대통령실 인사로는 처음으로 출마를 공식화했다. 당시 출판기념회는 북새통을 이뤘다는 후문이다.

윤 대통령이 축하 화환을 보냈고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분류되는 장제원 의원이 축전 등을 보냈다. 또 최지우 전 행정관도 충북 제천·단양 출마를 위해 최근 사직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역시 비교적 중도층이 자리 잡고 있는 충청권에 출마를 고려 중이다. 이처럼 젊은 행정관 출신들이 청년 표심을 잡기 위해 우선적으로 선발대로 선 상황이다. 비교적 인지도가 떨어지는 행정관의 경우 일찍부터 내려와 표심을 다지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수석급서 언급되는 대표적인 인물은 김은혜 홍보수석과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이다. 이들은 일찌감치 총선 출마가 유력하다는 이야기가 나온 바 있던 터라 점점 더 공식화되는 분위기다. 김 수석은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의 지역구(경기 성남분당갑)에 출마를 원한다는 말이 나온다.

해당 지역구는 국민의힘이 강세를 보여온 곳으로 실제로 국회의원 선거 기준 민주당 소속 김병관 전 의원이 거뒀던 승리가 유일했다. 

그러나 21대 총선서 김 전 의원은 김 수석에게 패배했고, 보궐선거에선 안 의원이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됐던 바 있다. 분당갑 지역서 꾸준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안 의원 입장에선 김 수석의 출마가 부담될 수도 있다. 

지난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김 수석은 자객 공천 논란에 휩싸였다. 이번에도 안 의원과 경선을 치르게 된다면 마찬가지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은 얼마 전 자신의 고향을 자주 방문한다는 의혹이 터져나왔다. 동문회를 비롯해 체육대회 등 충남 홍성·예산의 행사에 주말마다 등장해 명함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민에게도 자신이 예산 사람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일각에서는 강 수석을 향해 ‘마음이 콩밭에 가 있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연말되면
투입 시작?

서울 마포서 18대 의원을 지냈던 강 수석은 내년 총선에선 험지보다는 자신의 고향을 택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당대회 당시 강신업 변호사 측에 출마를 자제하라는 요청, MBC 앞 시위 종용 의혹 등 여러 논란을 의식한 듯 최근에는 잠잠한 편이다.

이뿐만 아니다. 장관들 역시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저울질하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은 바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다. 


원 장관은 윤 대통령이 언급한 스타 장관 중 한 명으로 분류된다. 대선 당시 윤 대통령과 처음에는 각을 세웠으나 이후 선거캠프에 중용된 인물이다. 최근에는 완전한 윤핵관으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 서울양평고속도로 논란서 민주당의 총공세를 막아내는 역할을 했다. 

보수층서 원 장관의 인지도는 상당한 데다 인기가 많은 만큼 출마지로 거론되는 곳도 다양하다. 서울 동작을 비롯해 경기도 고양, 제주까지 전국구 면모를 보인다. 거론되는 지역만 15군데다. 

또 차기 총선서 중진 역할론이 대두되는 만큼 원 장관의 당내 위상도 올라갔다고 볼 수 있다. 원 장관은 공동선대위원장부터 제주 지역구 전략공천설까지 다방면서 언급된다. 당초 권영세 전 통일부 장관과 비슷하게 복귀설도 흘러나왔다. 서울양평고속도로 이슈와 관련해서는 백지화라는 강수를 두면서 존재감이 커졌다. 

문제는 원 장관 본인의 부담으로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인물 중 한 명이라는 점이다. 내년 총선서 역할을 맡아 선거를 지휘해 승리한다면 단연 몸값은 올라가겠지만 패배할 경우 차기 대선주자는 물 건너갈 수밖에 없다.

도움될지
의문 들어

최근 원 장관은 몸을 사리고 있다. 얼마 전 열린 새로운 미래를 준비는 모임(새미래) 세미나에 강사로 참여해 국민의힘의 총선 승리를 강조했는데, 관련 발언이 문제가 돼 민주당으로부터 고발당한 후로 총선 관련 언급을 피하고 있다. 


시험대는 국정감사다. 국토위의 가장 뜨거운 현안은 서울양평고속도로 관련 사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의 총공세를 잘 버터내면서 이른바 ‘국감 스타장관’으로 발돋움하면서 몸값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내년 총선에 출마자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추 장관 역시 내년 총선에 도전하겠다고 시사한 바 있다. 대구 달성군을 찾은 자리서 그는 “올 연말쯤 지역에 내려올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내년도 새해예산안을 처리한 뒤 물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추 장관 역시 원 장관과 마찬가지로 대통령실 차출설에 이름을 올렸다. 추 장관의 경우, 당 지지율보다 개인 지지율이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대구·경북(TK)서의 역할론이 제기된다. 

이번 새해예산안 통과를 수월하게 이끌어낼 수 있냐는 게 관건이다. 예산안 법정시한까지는 2개월도 남지 않았는데, 추 장관의 총선 출마에 앞선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국감이 종료된 이후 본격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전망된다. 윤정부와 국민의힘은 ‘국정운영 1년 농사’로 불리는 국감을 문제없이 끝내야 국정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 대통령실 입장에선 이들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 인재난 때문으로 지방선거 기간 동안 국민의힘은 인재들을 끌어다 썼다. 영입을 서두르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거물급을 영입하지 못했다. 대통령실 인물을 차출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윤 대통령을 총선 전면에 내세우는 것 말고는 전략이 부재하다.

장관들 역할론에 부담 따를 듯
당내 현역 의원 일단 경계모드

국민의힘은 대통령실 공천설을 전적으로 부인하고 있지만, 대통령실서 출마에 앞서 몸풀기 중인 인물들과 구체적인 지역까지 거론되면서 당내 분위기도 혼란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여전히 30%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단순히 윤 대통령의 얼굴만으로 선거를 치르기는 힘들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여권 내에서도 부정적인 기류가 흐르는 이유는 현역 의원들의 불만이 쏟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장관, 홍보수석 정도는 인지도가 높은 편이라 해볼만한 싸움이지만, 행정관·비서관 등은 인지도가 높지 않다. 따라서 이들을 험지로 내보내기에는 무리가 있다. 결국 국민의힘의 텃밭으로 분류되는 TK와 PK로 내보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더욱이 국민의힘 중진 의원 대부분이 TK와 부산·경남(PK)에 위치해 있는데 용산 출신들이 이곳으로 향한다면 내부 혼란이 더욱 생길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만남서 “대통령실에 있는 사람은 윤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잘 아는 사람들이다. 윤 대통령과 신뢰관계가 있다”며 “결국 당은 집권여당으로서 윤정부의 성공을 위해 같이 보조를 맞출 수 있어 이들이 차출되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현역 의원들에게 우선권을 주어서는 안 된다”며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청와대 출신) 사람들이 페이버(인기)가 있는 게 아니다. 충분한 경쟁을 거쳐 지역서 본인이 경쟁력을 갖고 공천을 받아야 한다”면서도 “결국은 공천룰을 먼저 확정지어야 한다. 그래야 준비를 할 수 있다. 또 현재 대통령 지지율이 50%를 넘지 않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사진 건다고 
못 이긴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30% 후반대와 40%대 초반을 넘나들고 있다. 외교에 방점을 찍고, 민주당을 공격하는 등 보수층 결집을 위해 애쓰고 있지만, 문제는 중도층이다. 중도층을 포섭해야 선거서 훨씬 유리해진다. 아직까지 이를 타개할 방책을 마련하고 있지는 못하는 듯 보인다. 

이와 관련해 또 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과거에는 대통령과 사진을 찍은 것을 붙여놓고 선거를 치르면 먹혔지만,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며 “대통령실서 근무했다는 것 자체가 크게 정치적으로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추석 이후 여론은? 일단 정권 심판론

고물가 시대 여야는 경제에 방점을 찍고 민심을 듣겠다고 나섰으나 결국 여야의 극한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역시 상대 후보를 힐난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경제 살리기는 실종됐고, 자신만 살아남기 위한 정치가 펼쳐지는 중이다. 

일단, 밥상머리 민심서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앞섰다. 연휴 직전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조직이 결집된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총선에서는 정권 심판론이 우세하다.

정당 지지율에서는 민주당이 살짝 앞섰으나 국민의힘과 엇비슷하다. 

그러나 총선까지는 아직 반년 정도 남았다.

다음 총선도 네거티브 전이 전개될 양상으로 민주당도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말이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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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인수전’ 카카오 후유증

‘SM 인수전’ 카카오 후유증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입에 삼키기엔 너무 컸던 걸까?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카카오가 사법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이브와의 전쟁서 이겼지만 ‘상처뿐인 승리’가 된 모양새다. 엔터계 공룡을 삼킨 공룡 기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불과 몇 년 만에 국민 기업서 밉상 기업으로 전락했다. ‘카카오톡’이 전 국민의 메신저가 될 때까지만 해도 카카오의 미래는 밝았다. 카카오톡의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배경으로 사업을 확장했던 초기에도 부정적인 여론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골목상권 침해, 쪼개기 상장 등의 문제가 터지면서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국민 기업 밉상 기업 카카오가 창립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해 2~3월 하이브와의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인수전 과정서 일어난 일이 사법 리스크로 되돌아오는 모양새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라는 말이 어울리는 결말이다. 승자의 저주는 경쟁에서는 이겼지만 그 과정서 과도한 비용을 사용해 후유증을 겪는 상황을 뜻한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는 지난 17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CA협의체 경영쇄신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 인수 과정서 경쟁사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의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올릴 목적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카카오가 지난해 2월 2400억원을 동원해 553차례에 걸쳐 SM 주식을 고가에 매수하는 데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주가가 떨어지지 않도록 지난해 2월16~17일, 27일 원아시아파트너스가 1100억원을 먼저 투입하고 같은 달 28일 카카오가 뒤이어 130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검찰은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 지모씨를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변호인단은 김 위원장이 SM 지분 매수 과정서 어떤 불법적 행위도 지시, 용인한 바 없으며 지분 매수는 정상적 장내 매수였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카카오 내부는 당혹스러운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영장을 청구한 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첫 구속영장을 발부했던 영장전담판사가 배정된 점 등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하이브와 크게 벌인 ‘쩐의 전쟁’ 경영권 차지했지만 사법리스크↑ 김 위원장은 지난 9일, 20시간의 밤샘 조사에서 “SM 주식을 장내 매수하겠다는 안건을 보고받고 승인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매수 방식과 과정에 대해서는 보고받지 않아 몰랐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조사 이후 8일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의 혐의를 입증할 인적·물적 증거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사모펀드를 통해 투자해서 우호 지분을 확보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카카오 임직원 간 메시지를 비롯해 김 위원장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관계자의 통화 녹취, 진술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와 하이브의 SM 인수전은 혈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치열했다. SM은 K팝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연예기획사로 H.O.T, 보아, 동방신기, 소녀시대, 샤이니, EXO, NCT, 에스파, 라이즈 등의 유명 보이·걸그룹을 배출한 ‘아이돌 명가’로 알려져 있다. 대형 연예기획사를 둘러싼 카카오와 하이브의 인수전은 K팝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SM 인수전의 시작은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매각설서 시작됐다. 이 전 프로듀서는 SM의 설립자로 SM 소속 가수를 좋아하는 팬덤 사이에서는 ‘수만 아버지’로 불리는 등 일종의 개척자로 여겨지고 있다. 이 전 프로듀서가 지분을 매각한다는 소문이 돌았을 당시 카카오, 네이버 등이 매수자로 언급되곤 했다.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파트너스)이 SM 지배구조를 문제 삼으면서 인수전의 막이 올랐다. 특히 얼라인파트너스는 이 전 프로듀서 소유의 라이크기획이 SM과의 내부거래로 주주가치를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SM이 얼라인파트너스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내부 갈등이 촉발됐다. 급히 먹다 탈 났나? 이 과정서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 등 현 SM 경영진이 얼라인파트너스, 카카오와 손을 잡았다. 이 전 프로듀서 측과 완벽한 대립각을 세운 현 SM 경영진은 ‘SM 3.0’을 발표하고 멀티 제작센터·레이블 체제로 전환을 발표했다. 이 전 대표 지우기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SM 경영진이 지난해 2월7일 카카오가 신주와 전환사채(CB) 인수를 통해 지분 9.05%를 확보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이 전 프로듀서가 찾은 동앗줄은 하이브였다. 이 전 프로듀서는 SM의 공시 다음 날 법원에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기했다. 그리고 2월9일 자신이 보유한 SM 지분 18% 중 14.8%를 하이브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 하이브는 SM 주식을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해 지분을 추가로 25%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SM 인수전이 카카오와 하이브의 대결로 압축됐다. SM 인수전은 한치 앞도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엎치락 뒤치락을 반복했다. 법원이 이 전 프로듀서가 제기한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면서 하이브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가 공개매수가 실패한 사실이 드러나자 카카오가 반격하는 식이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3월7일부터 SM의 지분 35%를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하기 시작했다. 약 833만주에 달하는 주식으로 총 1조2500억원이 투입되는 어마어마한 물량이다. SM 인수전은 하이브가 카카오가 시작한 ‘쩐의 전쟁’서 한발 물러나면서 변곡점을 맞게 됐다. 쇄신 노력 ‘물거품’ 이후 카카오가 경영권을 갖고 하이브는 플랫폼 협력을 하는 방향으로 SM 인수전이 마무리됐다. 지난해 3월12일 하이브는 SM 인수 절차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하이브는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의 경쟁 구도로 인해 시장이 과열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는 하이브의 주주가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사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카카오는 “SM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자 원동력인 임직원, 아티스트, 팬덤을 존중하고자 자율적‧독립적 운영을 보장하고 현 경영진이 제시한 SM 3.0을 비롯한 미래 비전과 전략 방향을 중심으로 글로벌 성장에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엔터계 ‘공룡’을 삼킨 또 다른 공룡 기업의 탄생이었다. 하지만 카카오가 SM을 인수하기 위해 벌인 ‘쩐의 전쟁’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하이브는 당시 SM 인수전서 발을 뺀 뒤 “비정상적 매입 행위가 발생했다”며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SM 주가가 공개매수가인 12만원을 넘어 한때 13만원까지 급등한 점을 문제 삼았다.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비정상적으로 주식을 매입해 시세를 조종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은 지난해 10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와 카카오법인을 검찰에 넘겼다. 지난 11월에는 김범수 당시 전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홍은택 대표, 김성수·이진수 카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각자 대표이사 등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는 등 카카오 수사에 열을 올렸다. 시세조종 의혹 창업자에 칼끝 댔다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 잃을 수도 카카오는 말 그대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금감원이 카카오 경영진과 함께 카카오법인까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면서 카카오뱅크를 잃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 법인이 벌금 이상의 형을 받으면 카카오뱅크의 지분 27.17%를 보유한 카카오가 대주주 자격을 잃을 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6개월마다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하는데 이때 대주주는 최근 5년간 금융간 금융관련법,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형사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SM 인수전 과정서 제기된 시세조종 의혹으로 카카오는 창업자 구속 가능성과 알짜배기 기업을 놓칠 가능성을 함께 안고 있는 셈이다. 카카오의 쇄신 노력에도 찬물이 끼얹어졌다. 카카오는 지난 3월 새 대표이사에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전 대표를 선임했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게임즈 등 계열사 대표도 바꿨다. 계열사 준법‧윤리경영을 지원하는 독립기구인 카카오 준법과신뢰위원회(준신위)도 쇄신에 속도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김 의장을 비롯한 카카오의 사법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쇄신작업은 물론 기업 전체 동력에 타격을 입게 됐다.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그룹 덩치를 줄이기 위해 알짜배기만 남겨두고 일부 자회사를 매각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쪼개기 상장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만큼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어렵게 인수한 SM 역시 매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뱅크 등은 핵심 자산으로 분류된다. 몸집 줄여 해결될까? 문제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카카오는 SM 시세조종 의혹 외에도 문어발식 기업 인수, 계열사 확장 과정서의 잡음으로 수사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2020년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를 인수하는 과정서 김성수 당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이준호 당시 투자전략부문장이 바람픽쳐스에 시세차익을 몰아줄 목적으로 비싸게 매입·증자했다는 의혹을 조사 중이다. 카카오의 운명이 연이은 사법 리스크에 잠식되는 모양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