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접수 정청래 ‘절대 권력’ 플랜

내란 세력부터 잡도리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두려워하던 개혁의 시간이 밝았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신임 당대표가 키를 쥐면서 야당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정 대표의 목소리가 거칠어질수록 당원들의 환호는 커지는 모양새다.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의 수장인 그를 막아낼 사람이 없다.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신임 당대표로 당선됐다. 득표율은 61.74%로 38.26%를 얻은 박찬대 의원을 약 30%p 차이로 누르고 승기를 거머쥐었다.

국힘 향해
칼질 예고

정 대표의 당선 배경에는 국민의힘의 극우화와 ‘검찰·언론·사법 3대개혁 완수’ ‘내란세력 척결’이 제대로 들어맞은 게 컸다는 분석이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수사를 거부하고, 아스팔트 보수 인사들이 국민의힘을 쥐락펴락하면서 내란을 현재 진행형으로 본 것이다.

정 대표는 전당대회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강경 노선을 유지했다. 날카롭고 선명한 목소리로 국민의힘을 비판했고 당원들은 내란에 종지부를 찍을 정 대표를 선택했다.

정 대표는 당선 직후부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그는 수락 연설을 통해 “당대회 기간 내내 강력한 개혁 당대표가 되겠다고 초지일관 말씀드렸다. 약속드린 대로 강력한 개혁 당대표가 되어 검찰개혁, 언론개혁, 사법개혁을 추석 전에 반드시 마무리하도록 하겠다”며 “전당대회가 끝난 즉시, 지금 바로 검찰개혁 태스크포스(이하 TF), 언론개혁TF, 사법개혁TF를 가동시키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정 대표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점은 내란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라며 “이 땅에서 윤석열의 비상계엄 내란 사태는 다시는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 내란 세력을 뿌리 뽑아야 한다. 아직도 반성을 모르는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 윤석열과 그 동조 세력을 철저하게 처벌하고 단죄해야 할 것”이라고 소리 높였다.

이어 “프랑스 공화국이 관용으로 건설되지 않았듯이 대한민국도 내란 범죄자들을 철저히 처벌함으로써 민족정기를 바로 세워야한다. 당이 앞장서서 내란 척결에 총력을 기울이겠다. 법사위원장 때처럼 속 시원하게, 헌법재판소 국회 탄핵소추위원 때처럼 진중하게 당을 이끌겠다”고 덧붙였다.

당권을 쥔 정 대표는 국민의힘과의 협치 가능성을 조금도 열어 놓지 않았다. 지난 5일 우원식 국회의장과 김민석 국무총리,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등 범여권 4개 야당 대표를 예방했지만 국민의힘에 대해서는 “사과와 반성이 먼저 있지 않고서는 그들과 악수하지 않을 것”이라며 적대심을 드러냈다. 국민의힘은 ‘내란 동조당’일 뿐, 제1야당으로서 인정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정 “악수는 사람이랑 하는 것”
초반부터 강수⋯목표는 야 해산

앞서 정 대표는 이날 오전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뉴스공장-겸손은 힘들다’에 출연해 “악수도 사람과 하는 것”이라며 “협치보다 내란 척결이 먼저”라고 말한 바 있다.

정 대표는 “내란을 일으킨 윤석열은 국민의힘 당원이었다. 비상계엄 내란 사태를 일으킨 것에 대해 국민의힘은 연대책임이 있지 않느냐”며 “‘윤 어게인(Again)’을 주장하고 탄핵 반대를 주장하는 사람과 악수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먼저 기본적인 대국민 사과와 진솔한 석고대죄, 이런 것은 기본으로 있어야 한다”며 “악수도 사람하고 악수하는 것이지 어떻게 그런 사람들을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정당 해산 추진 가능성도 언급했다. 정 대표는 ‘진짜로 정당 해산을 추진하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박근혜정부 때 내란 예비 음모 혐의로 해산됐던 통합진보당 사례에 비춰보면 국민의힘은 10번, 100번 정당해산 감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내란 특검에서 수사 결과가 발표되면 국민의힘과 윤석열뿐만 아니라 내란에 대해서 중요 임무를 수행했다는 등의 사실이 밝혀지면 국민이 가만히 있겠나. 저 정당을 빨리 해산시키라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정권 초반인 이재명정부가 곧바로 제1야당에 대한 정당 해산 심판을 법무부에 청구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정 대표는 “그래서 제가 국회에서 의결을 한 경우에는 정당 해산 심판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국무회의 심의를 하라는 법을 낸 것”이라며 “국회에서 의결해 온 것이기 때문에, 국무회의에서 무시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벌써부터
큰 그림?

내란 척결을 앞세운 정 대표가 야당의 기강을 잡으며 진두지휘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과 아주 긴밀하게 소통하고 미세한 부분까지 잘 조정해서 우리 국민과 당원께서 만족할 만한 개혁 방안을 내올 것”이라고 자신하기도 했다. 권력이 최정점을 찍었을 때 당원들의 숙원인 검찰 개혁을 빠르게 해결해 정치적 효능감을 안겨주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3대 개혁 특위와 당원주권정당 특위 설치를 의결했다. 그는 “검찰개혁, 언론개혁, 사법개혁은 폭풍처럼 몰아쳐서 전광석화처럼 끝내겠다”며 “3대 개혁 모두 개혁의 방향과 내용이 이미 구성돼 있고, 윤석열 검찰독재정권과 내란 사태를 겪으면서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검찰개혁 특위위원장 민형배 의원 ▲언론개혁 특위위원장 최민희 의원 ▲사법개혁 특위위원장 백혜련 의원 등이 임명됐다. 당원주권정당 특위위원장에는 장경태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임기 초반부터 강하게 치고 나가는 만큼 정치권에서는 벌써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을 주목했다. 관건은 내년 6월 지방선거다. 이변이 없는 한 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인 가운데, 내년 8월 임기를 마치는 정 대표가 훈풍을 타고 당대표직 재임에 도전할 것이란 해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가 노무현의 전 대통령과 이 대통령의 경기도 지사 시절 향수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봤다. 그는 “그동안 당원들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과 이 대통령의 ‘사이다 화법’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며 “이제 정 대표에게 두 사람을 투영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개혁가 적인 면모와 이 대통령의 선명함을 닮았다고 본 것이다. 당원들의 가려운 곳을 속 시원하게 긁어줄 유일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열됐던 전당대회 열기가 사그라지면 이른바 ‘정청래 라인’도 새로 생기지 않겠나. 그럼 그때부터는 대권주자로서 입지가 강해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전당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은 박찬대 후보”라는 확신이 여의도 전역에 깔려 있었다는 점이다. 지금 이 순간도 이 대통령은 통합을 외치지만 정 대표는 협치에 선을 그었다. 정부를 뒷받침해야 할 여당이 튀는 행보를 보인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러한 탓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 대표가 미래 권력을 염두에 둔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 라디오서 국민의힘 위헌 정당 해산과 관련해 ‘이 대통령이 해산 추진을 하지 말라고 할 경우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을 받자 정 대표가 “대통령이 하지 말라고 하면 그때는 심각하게 (고려해보겠다)”고 말한 것을 두고 그가 용산에 부담을 주는 동시에 벌써 몸집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 것이다.

정당 해산 과정서 야당과의 소통 대신 대통령의 의중을 묻겠다는 것인데, 어떤 선택이 떨어져도 본인에게는 득이 되는 만큼 미리 포석을 깔아뒀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상욱 의원은 정 대표의 ‘자기 정치설’에 선을 그었다. 김 의원은 YTN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 승부>에 출연해 “자기 정치를 하면 당원들이 반대하는 여론이 형성이 될 것이고 그러면 아마 내년에 다시 당 대표를 뽑아야 할 때 그만한 후폭풍이 불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협치를, 정 대표는 내란 세력 척결을 외치는 등 당정 간의 시각차가 있어 야당이 주장하는 자기 정치 논란은 꾸준히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까지 정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이 국정에 전념할 수 있도록 당이 앞장서겠다. 대통령은 일을, 싸움과 궂은일은 제가 하겠다”며 투트랙 전략을 제시했다. 비록 지금은 국민의힘이 ‘윤어게인’으로 회귀하는 길목에 서 있어 정 대표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엇박자’가 되지 않겠냐는 지적이다.

흠집조차도…
의미 없는 싸움

정 대표의 광폭 행보가 이어지자 국민의힘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전당대회를 앞둔 만큼 후보들은 저마다 ‘여당 때리기’를 전략으로 내세워 정 대표를 집중적으로 겨냥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당 대표 후보는 자신의 SNS에 “정 대표가 취임 일성으로 국민의힘에 대해 내란 혐의로 위헌 정당 해산을 추진하겠다고 선전포고하더니 국민의힘 방문도 패싱했다”며 “이쯤 되면 전쟁이다. 진짜 해산해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직격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해산돼야 할 정당은 어느 정당인지 이 대통령에게 끝장 토론을 제안한다”며 대응에 나섰다. 김 후보는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야당 해산을 위한 보복의 굿판을 거두어들여야 한다”며 “제1야당 없는 대한민국이 어디를 향하게 될지, 우리는 어떤 체제에서 살게 될지 현명한 국민은 판단하실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내란 특검은 계엄을 빌미로 야당 말살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 저 김문수는 내란 특검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다수 의석을 무기로 밀어붙인 내란 특검에 제1야당이 끌려다녀서는 안 된다”며 “양당 체제로 운영돼 온 대한민국 정치의 틀을 해체하려는 ‘정치적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안철수 후보는 정 대표가 차명 주식거래 의혹을 받는 민주당 이춘석 의원에 대해 윤리감찰단에 긴급 진상 조사를 지시한 것을 꼬집었다. 안 후보는 “강선우는 정청래 사람, 이춘석은 이재명 사람으로 가려서 보느냐”며 “민주당에 명심, 어심(방송인 김어준씨의 의중)이 따로 있다고 하더니 이렇게도 빨리 노골적으로 드러날 줄은 몰랐다”고 비꼬았다.

국민의힘을 내란 정당으로 부르는 것에 대해서는 “내란에 대해 현재 법정에서 판결이 진행 중이고 아직 결론도 나지 않았다”며 “내란 이미지를 심어주려고 하는 선동 메시지”라고 주장했다.

협치는 없다? 용산과 엇박자 우려
“벌써 대권 노리고 자기정치” 비판도

너도나도 목소리를 키우고 있지만 거대 여당 대표의 벽은 견고하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로 맞섰지만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가운데 방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정 대표 체제로 뭉친 민주당은 8월 임시회서 남은 법안을 몽땅 처리하겠다며 벌써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정 대표의 보폭은 더욱 넓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양당의 차이점을 보았을 때 국민의힘은 당이 먼저 나서야 당원이 움직이지만 민주당은 당원이 먼저 움직이고 다음이 정치인”이라며 “살아 있는 권력이 미래 권력을 점지하지 않는다. 당원이 선택한 인물을 밑에서부터 끌어 올리고 탄탄하게 받쳐주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민주당은 더욱 당원 중심으로 움직이고, 당원이 앞서 나가는 당원 주권 정당이 될 것이다. 당원이 이 대통령을 만들고 명심을 받는 박 후보 대신 정 후보가 당대표가 된 것이 그 증거”라고 봤다.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정 대표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아직 처벌받지 않고 기소조차 되지 않은 내란 동조 세력이 곳곳에 남아 있다. 이들을 제대로 털고 가는 것이 이번 민주 정권의 숙명”이라며 “그 중요한 시작을 정 대표가 끊었다. 차기 대통령이 될지에 대한 고민은 다음 단계”라고 설명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그러면서 “지금 정 대표는 자신의 정치 인생에 있어 최고점을 찍었다. 여기서 더 올라 대권주자가 될지, 악재가 겹쳐 하락장이 될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그는 굉장히 똑똑한 정치인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요건만 주어진다면 차기 대권주자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힘발 청-명 갈라치기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나자 국민의힘에서는 곧바로 ‘정청래 vs 이재명’ 프레임을 내세웠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정청래 대표를 ‘수박’이라고 비난하며 당권을 잡은 그가 정부와 상의 없이 개혁안을 비롯한 인사권을 휘두를 것이란 주장이다.

국민의힘 장성민 당대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화 투쟁 경험이 전무한 이재명 대통령은 생리적으로 민주당 정서에 맞지 않는 캐릭터이고, 그만큼 호남 지역의 권력 기반이 취약하다”며 “청-명 권력 구도에서 친명(친이재명) 쪽은 친청(친정청래) 쪽에 계속 밀리는 프레임에 빠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춘석 법사위원장의 긴급 제명·축출에서 이를 확인했다”며 “김어준의 울타리가 새로운 친청계의 세력화를 예고했다”고 덧붙였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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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티 추태’ 윤석열 드러누운 노림수

‘팬티 추태’ 윤석열 드러누운 노림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특검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무작정 버티기’에 나섰다. 내란 특검의 조사와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 불출석하는 것과 더불어 김건희 특검의 소환 조사와 체포 집행에도 강력하게 저항하고 있다. 이를 두고 ‘법조인으로서 부끄럽다’는 의견과 ‘어차피 실익이 없으니 다른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이 나온다.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의혹을 조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하 김건희 특검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을 결국 조사하지 못했다. 조사에 응하지 않아 체포영장까지 발부받았지만 윤 전 대통령의 완강한 거부로 이도저도 못하게 됐다. 드러누운 법꾸라지 김건희 특검팀은 ▲통일교 청탁 의혹 ▲집사 게이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및 재판 청탁 의혹 ▲공천개입 등 ‘명태균 게이트’ ▲양평고속도로·양평공흥지구 특혜 의혹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등을 중심으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은 김 여사와 이들 의혹의 직접적인 연관고리를 밝혀내기 위해 ‘키맨’이라 불리는 여러 핵심 피의자들을 불러 조사한 뒤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소환 조사를 통보했다. 당초 김건희 특검팀은 지난달 29일 윤 전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윤 전 대통령이 특검팀의 소환에 불응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전반적이었다. 윤 전 대통령은 건강상 이유를 거론하며 지난달 재구속된 이후 내란 특검(조은석 특별검사)의 소환 조사에도 줄곧 불응해왔고, 내란 우두머리 혐의 형사 재판에도 같은 이유로 3주 연속 불출석했기 때문이다. 법조계 예상대로 윤 전 대통령은 해당 소환 조사에 불응했다. 특검 측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소환 요구 시한인 오전 10시까지 변호인 선임계도 제출하지 않았고 모습도 드러내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윤 전 대통령의 지병인 당뇨가 악화하고 간 수치가 상승하는 등 건강이 나쁜 상태라고 밝힌 바 있다. 최근에는 주치의로부터 실명 위험 소견까지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상관없이 김건희 특검팀은 언론 공지를 내고 “윤 전 대통령에게 오늘 오전 10시에 출석하도록 통보했으나 별다른 설명 없이 출석하지 않았다”며 “내일 오전 10시에 출석하라는 수사협조요청서를 서울구치소장에게 재차 송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2차 소환 조사에도 불응할 경우 체포영장 청구 등 강제 수사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건강상 이유로 모두 불응 속옷 차림에 부상 주장까지 그러면서 김건희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의 건강에 대해 “아직 구치소에서 윤 전 대통령의 건강과 관련한 어떠한 소식도 전해 들은 바 없다”며 “내란 특검에서 소환했을 때도 건강에 큰 이상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김건희 특검팀의 엄포에도 윤 전 대통령은 지난 30일 예정된 2차 소환조사에도 불응했다. 김건희 특검은 이날 오전 언론 공지를 통해 “윤 전 대통령에게 오늘 오전 10시에 출석하도록 통보했으나 별다른 설명 없이 출석하지 않았다”며 “향후 조치에 관하여는 오후 브리핑 때 말씀드릴 예정”이라고 했다. 결국 김건희 특검팀은 지난달 30일 오후 2시12분경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를 발부했다. 법원이 체포영장을 발부하면서 윤 전 대통령은 반드시 특검 사무실로 출석하게 됐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사가 영장 집행을 위해 구치소로 오면 구치소 직원들을 지휘해 영장을 집행하도록 법이 정하고 있다”며 “검사가 지휘하면 따라야 한다. 이는 강제조항”이라고 말했다. 다만 실제 현장에 투입된 실무자들이 집행을 거부할 우려도 있었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를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는 세 차례 구치소 강제구인을 시도했으나 구치소 측이 “물리력 행사가 어렵다”고 호소하면서 실패했기 때문이다. 윤 전 대통령이 내란 관련 혐의로 구속돼 있어 내란 특검은 별도의 체포영장 없이도 강제구인할 수 있다. 실제로 김건희 특검팀은 체포영장이 발부된 이후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강제 구인을 2차례나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지난 1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려 했지만 윤 전 대통령의 저항 때문에 중단했다. 이날 오전 8시40분 김건희 특검팀의 문홍주 특검보는 검사와 수사관과 함께 서울구치소에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착수했다. 특검팀이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윤 전 대통령을 찾았을 당시 그는 팬티와 메리야스(민소매 속옷 상의)만 입고 수용소 바닥에 누워있었다고 한다. 체포 집행 점입가경 특검팀은 20~30분 간격으로 총 4회에 걸쳐 체포영장 집행에 따를 것을 요구했으나 윤 전 대통령은 응하지 않았다. 특검팀이 협조를 구하는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이 수차례 말을 끊으면서 응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보였다고 한다. 이날 물리력을 동원한 강제 집행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렇게 2시간여 동안의 대치는 빈손으로 끝났다. 당초 문 특검보가 서울구치소를 직접 방문해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건 교도관을 지휘해 어떻게든 조사실로 데려오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속옷 차림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오정희 특검보는 이에 대해 “옷을 다 갖춰 입지 않은 상태에서 물리적인 접촉을 하면 강하게 대응할 것이 예상돼 접촉을 시도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구인을 위해선 옷을 입도록 해야 하는데 강제로 옷을 입히는 과정에선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이다. 그러면서 오 특검보는 “피의자(윤 전 대통령)에게 다음번엔 물리력 행사를 포함해 체포를 집행할 것임을 고지했다”며 “피의자는 평소 법과 원칙 및 공정과 상식을 강조해왔다. 전직 검사·검찰총장·대통령으로서 특검의 법 집행에 협조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체포영장 집행이 중지된 지 1시간 만에 변호인단을 접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접견 이후 변호인단은 “40도에 육박하는 더운 날, 협소한 공간에서의 수용자 복장 상태를 실시간으로 설명하며 논평하는 건 인신 모욕”이라며 “윤 전 대통령은 심장혈관 및 경동맥 협착의 문제, 자율신경계 손상으로 인한 체온조절 장애까지 우려돼 수사와 재판에 응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후 김건희 특검팀은 체포영장 만료 시일인 지난 7일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했지만, 윤 전 대통령의 완강한 저항으로 또다시 불발됐다. 이날 체포영장 집행 시도는 서울구치소 기동순찰팀(CRPT) 요원을 포함한 교도관 10여 명이 윤 전 대통령을 붙잡고 끌어내는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물리력을 동원한 2차 체포 집행으로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특검팀은 또다시 갈등을 빚었다. 이날 윤 전 대통령은 체포영장 재집행을 앞두고 이날 오전 9시에 변호인 접견을 신청했다. 특검팀은 이보다 이른 오전 7시50분쯤 서울구치소에 도착했고, 윤 전 대통령 측 김홍일·배보윤·송진호 변호사도 오전 8시를 약간 넘은 시각 구치소에 도착했다. 특검 측과 변호인단은 오전 8시쯤 사랑방(휴게공간)에서 마주쳤고, 변호인단은 특검 측에 동행을 요구했으나 특검 측이 거절했다고 한다. 버티는 이유가⋯ 김건희 특검팀과 윤 전 대통령이 면담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양측 모두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윤 전 대통령 측 송진호 변호사는 “오전 8시20분쯤 특검 측과 교도관들이 윤 전 대통령 측에 ‘이야기 좀 하자’고 요청했고, 윤 전 대통령은 ‘변호사를 불러준다면 가겠다’며 응했다”고 전했다. 이에 수의를 입은 윤 전 대통령이 면담을 위해 별도 건물에 있는 출정과장실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특검 측이 주차돼 있던 차에 윤 전 대통령을 태우려 했다는 게 변호인단 주장이다. 윤 전 대통령 측 반발로 양측은 출정과장실에서 마주앉았다고 한다. 변호인단은 “특검 측이 윤 전 대통령의 팔짱을 끼고 데려가려 하고, 이에 실패하자 바퀴 달린 의자에 앉아있던 윤 전 대통령의 팔과 다리를 잡은 채 의자를 밀어서 데리고 가려 했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 측과 문홍주 특검보 사이 통화가 이뤄졌다고도 전했다. 문 특검보는 “자발적으로 오실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고, 윤 전 대통령은 “불법에는 응할 수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변호인단은 양측이 대치하는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이 바닥에 떨어졌다고도 강조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의자가 확 빠지며 윤 전 대통령이 땅에 철썩 떨어지는 사태가 발생했다”며 “허리를 의자 다리에 부딪혔고 팔을 너무 세게 잡아당겨서 ‘팔이 빠질 것 같다, 제발 좀 놔달라’고 해서 강제력에서 겨우 벗어났다”고 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이날 오전 9시50분쯤 “물리력을 행사하는 등의 방법으로 체포영장 집행을 했으나, 피의자의 완강한 거부로 부상 등의 우려가 있다는 현장의 의견을 받아들여 오전 9시40분 집행을 중단했다”고 공지했다. 강제 집행 이후에도 김건희 특검팀과 윤 전 대통령 측의 갈등은 멈추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 측은 특검 관계자 고발을 예고했다. 변호인단은 “형사적으로 강요죄이며 그 자체로 가혹행위”라며 “변호인들은 수차례 걸쳐서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하더라도 물리력과 강제력을 행사해서 인치하는 건 불법이라고 주장해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리 검토를 마친 뒤 집행에 참여한 사람들을 고발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오 특검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적법하게 발부한 영장을 피의자가 수감된 상황까지 고려해서 집행한 상황”이라며 “적법하게 영장을 집행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오늘 변호인이 출입할 수 없는 곳에 변호인 들어와 있어 그 경위를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 만료 기한인 7일에도 윤 전 대통령을 체포하지 못하자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정치권에서는 윤 전 대통령의 행보를 비판하기 바밨고, 법조계에서는 조사가 성립되더라도 혐의를 부인할테니 다른 키맨 수사에 몰두해 확실한 증거를 잡는 것이 더 낫다는 의견이 나온다. 기한 만료까지 강제 구인 못해 “어차피 진술거부권 행사할 듯” 더불어민주당 수석최고위원을 맡고 있는 전현희 의원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특검의 2차 체포영장 집행이 무산된 것을 두고 “특검은 물러서지 말라”고 촉구했다. 전 최고위원은 지난 7일 자신의 SNS에 “속옷 저항으로 버티던 윤석열의 완강한 거부에 이어 부상 우려가 있다며 또다시 체포영장 집행이 무산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 최고위원은 “국민에 총칼을 겨눴던 자에게 부상 우려가 웬 말인가”라며 “윤석열은 대한민국 공권력이 그리 만만한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 이름으로 명령한다. 내란수괴 윤석열은 당장 특검의 체포영장 집행에 응하고 특검에 출두하라”며 “국민과 법을 기만하는 자에게 한 치의 관용도 베풀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검찰총장을 지낸 전직 대통령이 속옷 차림으로 누워서 버티고, 특검의 체포영장에 불응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 국민이 뭘 배우겠나”고 비판했다. 이어 “윤석열 전 대통령 개인의 인격 수준이나 이런 문제가 아니고 대한민국의 법치주의와 민주주의 수준을 얘기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2017년 박근혜 국정농단 특검에 소속됐던 한 변호사는 “체포영장 집행 기간이 7일까지지만, 이미 집행에는 착수한 것이고 그 이후 중지된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며 “또한 국정농단 특검 당시에도 최순실에 대한 체포영장을 받아 강제 구인도 쉽지 않았지만 체포영장을 다시 받아서 결국에 강제 구인에 성공했다. 이를 제일 잘 아는 것은 당시 수사 팀장이었던 윤 전 대통령”이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김건희 특검팀이 강제구인에 성공하더라도 실익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 교수는 “(윤 전 대통령을) 사무실까지 끌고 올 수 있어도 진술을 거부하는 것은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며 “과거와 같이 조서에 날인을 안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차피 진술을 안 하거나 거짓말을 할 거라 꼭 조사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며 “주변인 조사로도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한규 형사전문 변호사도 “재판도 안 나오는 사람을 강제로 끌고 간다고 입을 열진 않을 것”이라며 “인권 측면에서 보더라도 조사받기 싫다는 사람을 수사기관에 강제로 데려간다는 것 자체가 좋은 선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사람을 대통령으로⋯ 한편 김건희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의 2차 체포 집행이 진행되는 날에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도 했다. 김 여사에게 적용된 혐의는 3가지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 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