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조국’ 요동치는 정치판

242일 만에 조국호 재출항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의 독무대였던 여의도에 변수가 생겼다.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사면 복권으로 자유의 몸이 된 것이다. 여의도 정가에선 조 전 대표의 생환에 따른 빚 청산, 견제 수단, 계파 통합 등 갖은 해석이 나온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긴장감 속 그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임시 국무회의에서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를 비롯한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를 확정했다. 이로써 조 전 대표는 지난 15일, 자녀 입시비리 및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등 혐의로 징역 2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만에 석방됐다.

변수와
역할론

이날 특별사면·복권이 단행된 인사는 조 전 대표 외에도 더불어민주당 최강욱·윤미향 전 의원과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 등 2188명이다. 대통령실은 “이번 조치가 대화와 화해를 통한 정치 복원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이번 사면은 국민 통합이라는 시대 요구에 부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큰 관심사는 단연 조 전 대표였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무리한 검찰 수사의 희생양이 된 조 전 대표를 사면하라는 여론과 이를 반대하는 여론이 팽팽하게 맞붙으면서 이 대통령의 최종 결단에 관심이 집중된 상태였다.

그러던 중 국무회의 날짜가 예정됐던 날짜보다 하루 앞당겨지면서 사면 명단 공개도 빨라졌다.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는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나서 조 전 대표에 대한 사면을 요구하자 찬반 의견으로 잡음이 생겼고, 이를 빠르게 털어내기 위해 발표 시기를 앞당겼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조 전 대표에 대한 사면이 이뤄지자 정치권은 저마다 곧바로 입장을 내놨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온몸을 부딪혀 얼음을 깨는 쇄빙선처럼 자신을 부딪혀 윤석열정권과 맞서 싸우던 조국호의 선장이 돌아온다. 사필귀정이란 말로는 부족하다. 이는 뒤틀린 정의를 바로잡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혁신당 김선민 당 대표 권한대행 역시 사면이 발표된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조 전 대표가 자유의 공기를 호흡하게 된 것은 국민 덕”이라며 “검찰 독재와 검찰권 오남용 피해 회복을 위해 함께해 주신 대한민국 학계·정계·종교계·시민사회·원로분들께도 고개 숙여 인사 올린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에게는 “고심 어린 결정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김 권한대행은 “이제 개혁에 강한 동력이 생겼다”며 “혁신당이 선봉에 서겠다. 개혁 5당이 국민 앞에 약속한 검찰·사법·감사원·언론개혁과 반헌특위(반헌법행위 특별조사위원회) 설치 등 5대 개혁을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당→돌풍→옥살이→사면→대표?
화려한 서사…목표는 22대 대선?

당 내부에서는 조 전 대표 사건의 재심을 신청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서 원내대표는 “최근 민주당 및 다른 야당과 공동 발의한 ‘검찰권 오남용에 대한 진상 조사 및 피해 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있다. 법안에 따르면 2019년 ‘조국 사태’를 포함한 윤석열 검찰 세력의 검찰권 남용 사례의 진상을 조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피해 회복 조치를 해야 한다”며 “그 조치 중 하나로 재심이 있기에 이 법이 통과되면 (재심 신청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활기가 도는 혁신당과 달리 보수 진영의 반발은 예상대로 거셌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이번 사면 결정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이 대통령의 국민 임명식 행사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사면권을 남용함에 따라 사법 시스템 자체가 무너지게 생겼다”며 “최악의 정치 사면”이라고 평가했다. 서울대 법대 82학번으로 조 전 대표와 동기인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도 “정의와 도덕을 땅에 묻은 것”이라며 “광복절이 이재명정부의 입맛에 맞는 사면을 통해 정의를 사망시키는 날이 됐다는 것이 참담하다”고 비판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에 대해서는 일부 진보 시민단체도 반대의 뜻을 내비쳤다.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은 “여론이 여전히 엇갈리는 상황에서 국민들로서는 ‘충분한 책임을 졌는가’라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조 전 대표가 전체 형기의 30%가량만 복역한 점을 꼬집었고,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은 “조 전 대표의 경우 진보를 자처하는 사람까지 ‘자녀 학벌 세습’을 위해 권력과 연줄을 동원하는 비리를 저질러 시민들에게 배신감과 충격을 줬다”고 꼬집었다.

사면 이후 국정 지지율이 소폭 하락했지만 민주당은 담담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사면이 결정적으로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는 배경이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국민들도 많고 정권 초기 정치인 사면은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을 하는 분도 있다”면서도 “전반적으로 사면에 대해 크게 여론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금배지?
대권 플랜?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 역시 조 전 대표 사면을 발표하면서 혁신당이 야당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강 대변인은 “그런 부분에서 이 대통령의 측근 인사가 아니라 정치계, 종교계 등 각계각층의 사면에 대한 요구가 많이 있었던 인사 중 한 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굉장히 팽팽한 사회적 요구 속 고심의 결과로, 사면권이란 건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여당보다 야당 쪽 사면이 훨씬 많고 이 대통령의 가장 측근이라고 하기 어려운 분들이 주로 사면 대상이다. 시민사회를 비롯한 각계 의견이 충분히 반영됐다”고 부연했다.

사면 후폭풍을 뒤로 한 채 혁신당은 다음 스텝을 준비하고 있다. 혁신당은 조 대표가 사면된 이튿날인 지난 13일 임시 최고위원회를 열어 현 지도부의 임기 단축을 결의, 정기 전당대회 개최를 의결했다. 전당대회를 통해 침체된 당 분위기를 환기시키고 새로운 당 대표를 뽑아 ‘조국혁신당 2.0’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이날 혁신당은 ▲내란의 완전한 종식 ▲강력한 정치개혁과 다당제 연합 정치 실현 ▲민주·진보 진영의 견고한 연대 ▲안정적 지도 체제와 당의 단결 ▲당의 미래 정당화 등 5대 과제를 추진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조 전 대표는 지난 전당대회서 99%의 지지율로 압승한 만큼 사실상 차기 전당대회는 그에게 당 대표직을 돌려주기 위한 형식적인 과정에 가깝다는 평이다. 조 전 대표 체제로 당을 빠르게 재정비하고 다가오는 6·3 지방선거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으로 읽힌다.

정치권에선 “조 전 대표의 최종 목표는 2030년에 치러질 22대 대통령선거”라는 해석이 중론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조 전 대표가 창당을 결심하던 때부터 목표는 대통령이었으며 단거리가 아닌 장거리 선수로 정치판에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출마길이 열린 지금 조 전 대표는 대권주자로 발돋움하기 위한 다음 스텝을 준비하고 있을 가능성에 무게가 쏠린다.

조 전 대표의 복귀가 내년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구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이목이 쏠린다. 자칭타칭 차기 서울시장이나 부산시장 후보군으로 분류될 뿐더러 현재 공석인 인천 계양구 을·충남 아산시 을 등 국회의원직에 도전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로써 ‘내란 청산’을 앞세워 서울시장에 후보를 낼 계획이었던 민주당의 셈법도 복잡해지게 됐다. 만일 조 전 대표가 부산이 아닌 서울시장으로 출마할 경우 표가 분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굴리는
주판알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에서도 위기감이 맴돈다. 혁신당은 지난 4월 치러진 전남 담양군수 재선거 당시 조 전 대표의 부재 속에서도 민주당을 꺾고 승기를 잡았다. 조 전 대표의 사면 소식에 혁신당 전북도당이 “전북 정치의 변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힘을 실으며 사기를 높였다.

지난 총선만 하더라도 진보 정당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검찰 독재정권이라는 공공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뀐 지금 범여권 정당은 ‘내란 정당 축출’ 등 민주당과 비슷한 전략만으로는 거대 여당을 이길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결국 차별화를 내세우기 위해 혁신당과 민주당 간의 견제 심리가 작동할 수밖에 없다.

혁신당 김준형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조 전 대표 본인이 우리는 민주당보다 약간 왼쪽을 지향한다고 했다”며 “지금 정의당이 없는 상황에서 공백이 크지 않나. 양당 구조를 깰 3당·4당이 필요하다면 조 전 대표가 나와서 이 부분을 채우는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이 민주당 지각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도 주목된다. 이번 사면 명단에는 최강욱 전 의원뿐만 아니라 윤건영 의원,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등 친문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문 전 대통령의 ‘아픈 손가락’인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오면서 친문계가 결집할 계기는 물론 구심점까지 갖춰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친문계에 힘을 실어줬냐’는 해석에는 아직 물음표가 붙는다. 통합을 강조해온 이 대통령이지만 사면 찬성만큼 반대 여론도 거센 상황에서 조 전 대표를 안고 간 것은 그 자체로도 리스크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데에는 다름 아닌 민주당 정청래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정치적 전략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받던 박찬대 의원이 전당대회서 낙마하자 친명(친 이재명) 파이를 늘리고 정 대표에게 쏠린 권력의 중심을 이동시키기 위한 셈법이란 것이다. 조 전 대표가 전당대회를 통해 당권을 회복하면 민주당의 수장인 정 대표와의 만남은 필연적인 만큼 두 사람 간의 긴장감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에서는 계파 간의 불화를 우려해 이 같은 해석에 선을 긋고 있지만, 벼랑 끝까지 몰린 국민의힘은 틈새를 노리며 연일 군불을 때고 있다.

지방선거 앞두고 분주해진 셈법
정청래 견제 수단? 난무한 해석

국민의힘 장성민 전 의원은 ‘청·명 전쟁’ 프레임을 강조하는 대표적인 인물로 조 전 대표의 사면에 대해 “민주당 전당대회 이후 신임 정 대표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모든 구심력을 일거에 헝클어뜨려 권력의 초점을 조국으로 이동시켜버리는 이 대통령의 노림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사람 대 사람이 아닌 당끼리의 관계성도 재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몇몇 인사들이 벌써부터 지방선거 채비에 나선 가운데, 일각에선 혁신당과 민주당의 합당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민주당 쪽에서는 혁신당을 향해 우호적인 메시지를 보내며 아군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민주당 김병주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혁신당이) 범여권이 맞다고 보고 있고, 늘 같은 동지 개념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합당설에 대해선 “아직 그런 거는 시기상조인 것 같다. 시대 흐름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전현희 의원 역시 “조 전 대표가 복권돼서 설사 경쟁자가 되더라도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조 전 대표의 혁신당과 민주당이 서로 협조하고 도울 수 있는 일도 많다”고 말했다.

혁신당 측에서 러브콜을 보내지 않고 오히려 민주당에서 운을 띄우는 점이 눈에 띈다. 혁신당을 품고 감으로써 지방선거에서 양측 모두 후보를 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민주당의 ‘큰 그림’일 것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혁신당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그동안 전전긍긍하던 혁신당이었지만 조 전 대표가 돌아오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민주당과 합당을 은근히 바라던 이들도 지금은 손을 거두고 흐름을 지켜보는 것 같다”며 “계산을 끝냈을 때 아쉬운 사람이 먼저 손을 내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처음부터
천천히

조 전 대표는 지금 당장 정치적 목표를 정하기보다는 자신의 사면에 힘써주고 기다려준 당원에게 감사를 표하면서 북 콘서트를 여는 등 바닥 민심부터 훑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혁신당 역시 조 전 대표의 뜻에 따라 차후 행보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김 권한대행은 조 전 대표를 둘러싼 각종 하마평과 출마 여부에 대해 “너무 앞서 나간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지금 중요한 건 내년 선거보다는 내란 청산과 개혁 과제”라며 “이를 위해 어떤 일을 해 나가느냐, 그 중심에서 당과 조 전 대표가 어떤 구심점 역할을 할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하기도 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끝나지 않은 사면’ 후폭풍, 폭탄 달고 돌아온 이 사람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와 더불어 ‘사면 후폭풍’을 몰고 온 인물이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후원금 횡령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전 의원이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명예 회복 활동에 평생을 바쳐온 사법 피해자 윤미향의 명예를 회복하는 데 광복절 특별사면권 (행사의)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에서는 광복 80주년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매국 사면’이라는 거센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 전 의원을 향해 “위안부 할머니들 피눈물 팔아 개인 사리사욕을 채운 반역사적·패륜적 범죄를 저질렀다”며 “그런 사람을 광복절에 사면하는 건 몰역사적 사면의 극치이자 국민에 대한 감정적 도전”이라고 비난했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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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