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0.16 16:44
지난달 하늘나라로 가신 고모님은 병상에 누워서도 매일 예능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를 보셨다고 한다. 해당 프로그램은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고통 속에서 삶을 버티게 한 의식이었고, 아픈 몸이 다시 자연과 연결되는 통로였을 것이다. <나는 자연인이다>를 통해 고모님은 “나는 아직 살아 있다”는 감각을 되찾으셨는지도 모른다. SBS와 MBN의 인기 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는 10년 넘게 꾸준히 사랑을 받아왔다. 도시를 떠나 자연 속에서 사는 자연인들의 이야기가 시청자에게 위로를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 위로의 방식에 질문을 던질 때가 됐다. 왜 늘 실패한 노인, 혼자 사는 노인만 산으로 가야 하는가? 왜 성공한 노인, 행복한 부부 노인은 화면에 나오지 못하는가? 프로그램 속 인물들은 대부분 도시에서 실패한 노인들이다. 사업이 망했거나, 가족과의 관계가 끊겼거나 병으로 쓰러진 뒤 삶을 포기한 이들이 많다. 이들이 자연 속에서 새 삶을 찾는 과정은 감동적이지만, 동시에 한국 사회가 노년을 바라보는 시선의 단면을 드러낸다. 노인은 패배자여야만 감동의 주인공이 되는 구조 말이다. 하지만 현실의 노인 세대는 그렇게 단순하지
현재 산업단지와 수도권 외곽에는 텅 빈 물류센터들이 무척 많다. 코로나 시기 폭증했던 전자상거래 물량을 감당하기 위해 너도나도 지었지만, 소비 둔화와 경기침체가 겹치며 상당수가 공실로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인천·서부권역의 일부 저온 물류센터는 공실률이 60%를 넘었고, 지식산업센터와 복합물류시설 역시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불 꺼진 건물이 늘고 있다. 한때 ‘황금알’로 불리던 물류센터가 이제는 유휴 자산이 되고 말았다. 이 유휴 물류 인프라를 어떻게 다시 살릴 것인가는 물류업계의 문제만이 아닌 국가 차원의 과제가 됐다. 필자는 그 해답의 실마리를 코트라(KOTRA, 한국무역진흥공사)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바로 코트라가 한국 내에 ‘역(逆)물류 거점’을 구축하는 것이다. 코트라는 그동안 한국 기업의 수출을 돕는 조력자였다. 특히 해외 120여개 무역관과 공동물류센터를 통해 중소기업의 상품을 해외 창고에 보관하고, 현지 바이어와 소비자에게 직접 배송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국내 중소기업의 수출을 도왔다. 덕분에 한국 중소기업 수출의 문턱은 낮아졌고, 한국 상품은 세계의 쇼핑몰로 진입할 수 있었다. 코트라의 해외 공동물류센터가 지난 반세기 동안 ‘수출형 물류
최근 몇 년 사이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납치 및 감금 범죄가 크게 늘고 있다. 취업 사이트나 SNS 등에서 고소득 보장을 미끼로 입국을 유도한 뒤 강제로 주식 리딩방이나 보이스피싱 같은 사기 범죄에 끌어들이고, 마지막엔 피해자 가족에게 금품 송금을 강요하는 방식이다.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피해는 2022년 10건 수준에서 지난해 220건, 올해 8월까지 330건으로 급증하는 등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지난 7월 우리나라 대학생이 “캄보디아에 가서 은행 통장을 팔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지인의 제안을 받고 캄보디아 프놈펜에 갔다가 납치 및 감금을 당한 후 결국 주검으로 발견됐다. 9월에도 캄보디아 프놈펜 번화가 카페에서 50대 한국인 남성이 괴한들에게 납치와 감금, 고문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같은 달 캄보디아로 5박6일간 여행을 떠났던 40대 한국인 남성도 현지에서 실종 후 혼수 상태로 현지 병원 중환자실에서 발견됐다. 캄보디아는 앙코르와트, 시엠립, 프놈펜 등 세계적 명소, 저렴한 물가, 아름다운 자연경관으로 유명한 동남아시아 대표 관광지 중 하나다. 한국인도 해마다 15~17만명이 꾸준히 방문해 왔고, 최근 범죄 우려 등으로
국회 17개 상임위원회가 13일부터 31일까지 이재명정부 첫 국정감사에 나선다. 3대 특검을 필두로 내란 청산과 대법원 현장 국감, 검찰개혁, 한미 관세 협상, 정부 전산망 마비와 홈플러스 사태 등 정치와 경제 현안을 놓고 여야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김현지 대통령실 1부속실장의 인사와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의 금거북 의혹, 체포됐다가 풀려난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의 논란도 마찬가지다. 즉 이번 국감은 법제사법위원회, 운영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필자는 올해 국회 국감에서 가장 주목받아야 할 대상은 단연 국방위원회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타 상임위는 대부분 여야 공방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국방위는 우리나라 안보와 직결되는 현안을 다루고, 특히 64년 만에 처음으로 문민 장관이 국방부를 맡아, 우리나라 국방이 안전한가를 점검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북한은 무인기 침투, 전술핵 위협, 위성 발사 등으로 한반도 긴장을 다시 끌어올리고 있다. 올해 초 공개된 신형 전술핵 탑재 미사일은 명백한 도발이자, 한국의 방위체계를 시험하려는 전략적 압박이다. 지난 10일에는 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
최근 일부 강성 진보 성향 유튜브를 중심으로 법무부와 검찰 인사를 둘러싼 왜곡과 과장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막상 내용을 들여다보면, 확인되지 않은 주장과 소문이 마치 사실인 양 유포되며 여론을 오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들은 현실과 전혀 맞지 않으며, 근거 없는 추측에 불과하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중립보다는 극단을 선호한다. 시청자들이 듣고 싶은 말을 더 자주 더 강하게 해주는 콘텐츠가 상단에 노출된다. 그 결과 정치 성향에 따라 우리 편의 정의만이 강화되고 사실의 균형은 무너진다. 법무부나 검찰 인사는 제도적 안정성과 사법 체계의 중립성을 좌우하는 중대 사안이지만, 일부 채널은 이를 정권의 음모로 포장한다. 조회수는 올라가지만, 국민의 법치 신뢰는 그만큼 떨어진다. 법무부나 검찰 인사는 결코 장관 혼자 결정하지 않는다. 인사 절차는 대통령의 재가를 거치는 헌법상 권한이며, 인사안을 만들기까지는 인사위원회, 대통령실 민정라인 등 다층적인 절차가 존재한다. 즉, “한 사람이 좌지우지한다”는 주장은 행정 구조를 무시한 정치적 단순화다. 특히 중견 이상 검사 인사는 대통령실과 협의를 거치는 것이 관행이고, 이재명 대통령 역시 이러한 절차를 철저
2025-10-11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행복한 사람도 명절이 끝나면 허전하다. 그러나 소외된 사람은 그 허전함이 때로 삶의 벽처럼 느껴진다. 명절 끝이 단지 ‘휴식의 끝’이 아니라, ‘고독의 시작’이 되고 만다. 특히 가족과 친지를 만나고 조상을 기리는 추석 연휴가 끝나면, 우리 사회의 고독은 오랫동안 계속된다. 필자는 아버지를 일찍 여읜 뒤 어린 시절 시골에서 어머니와 누나랑 함께 할머님을 모시고 살았다. 당시 우리 집은 할머님을 모시고 산 덕에 매년 추석이면 도시에서 친지들이 찾아와 북적거렸다. 집안에 활기가 돌고, 웃음과 대화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친척들이 떠나고 추석 연휴가 끝나고 나면, 우리 집은 다시 고요해졌다. 어린 나에게 그 순간은 유난히 크게 다가왔고, 그래서 명절 끝마다 허탈감을 경험해야 했다. 며칠 전 고모님을 하늘나라로 보낸 사촌 누나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이혼 후 고모님과 단둘이 살았던 누나는 장례를 치르고 난 후 형제들이 다 떠나고 혼자 남은 집안의 고요가 참을 수 없이 낯설고 공허했다고 했다. 추석 연휴가 끝나면 도시는 다시 일상의 소음으로 가득 찬다. 그러나 그 소음 속에 묻힌 사람들의 마음은 한층 더 외롭고 쓸쓸하다. 추석 연휴 동안 모처럼 가족과 친지가 함께
2025-10-10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추석 명절이면 필자는 “추석은 조선 초기 천문과학기술자 장영실이 만들었다”며 “추석날 하늘의 보름달을 볼 때 장영실을 생각해야 한다“고 열변을 토했던 중학교 과학 선생님을 잊지 못한다. 과학 선생님의 주장은 “추석은 달의 주기와 낮밤의 길이가 바뀌는 자연의 시간과 농경 문화가 합쳐져 생긴 절기인데, 장영실이 혼천의와 간의대를 만들어 달의 주기를 예측했고, 앙부일구(해시계), 자격루(물시계)를 만들어 자연의 시간을 측정했고 측우기를 만들어 비의 양를 측정해 농경문화에 적용했기 때문에 후손들이 추석을 풍요롭게 누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추석에 뜨는 보름달이 민속 신앙이자 농경 문화의 상징이었지만, 장영실에겐 우주를 연구하는 천문학적 계산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장영실의 이름은 우주에서 빛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해군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가 열리는 10월 말을 전후해 우리 독자기술로 처음 개발한 3600톤급 중형 잠수함 ‘장영실함' 진수식을 갖는다고 밝혀, 필자는 의아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동안 해군은 장보고, 홍범도 등 역사 속 호국 영웅들의 이름을 잠수함 명칭으로 사용해 왔지만, 이번부터 과학자의 이름도 사용하는 것으로 지침
2025-10-09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이번 추석 연휴 기간 정신의학과 강도형 교수의 <감정시계>를 읽으면서 필자는 한국 출판계가 문학 중심의 한국 도서 해외 수출을 넘어, 한국 사회의 독특한 정서와 심리적 고민을 담은 비문학 도서도 세계로 내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2016년 한강 작가가 한국인 최초로 세계적 권위의 맨부커상을 수상한 이후 한국 문학의 세계화는 더 이상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몇 년간 한국 소설과 시가 아시아와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잇달아 번역·출간되면서 K-문학은 국제 문학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그러나 K-문학의 확장은 소설과 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제는 심리학과 정신의학을 아우르는 교양서, 곧 비문학 도서의 수출이 K-문학의 저변을 확장하는 중요한 열쇠가 되고 있다. 필자는 최근 그 대표적인 대상으로 떠오르는 책이 지난달 출간된 서울대 정신의학과 강도형 교수의 <감정시계>라고 생각한다. <감정시계>는 감정을 뇌의 전기적 신호나 화학물질의 결과 대신 몸 전체에 분포된 감각의 언어로 설명한 획기적인 책이다. 특히 정신 분석과 심리학적 성찰을 결합해 감정의 구조를 탐색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저자는 인간의 감정을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이해
2025-10-08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현대인은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가 과거 어느 때보다 긴밀하게 연결돼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스마트폰 하나로 지구 반대편 사람과 실시간 대화가 가능하고, 수많은 소셜 네트워크가 하루에도 수십억건의 소통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스피드하고 다양한 연결이 가능한 사회 속에서 현대인은 정작 단절된 삶을 살아가고 있다. 특히 세대 간 단절된 체 자기들 세대의 리그에서만 살아가고 있다. 어느 사회나 세대 간 연결이 약해지면 위기를 맞는다. 노년층은 돌봄의 공백 속에 고립되고, 청년층은 사회적 지지망 없이 불안정한 삶을 견뎌야 한다. 더 나아가 세대 갈등은 정치적 양극화로 번지고, 복지 재정 부담을 둘러싼 갈등은 세대 전쟁으로 치닫는다. 결국 세대 단절은 개인의 불행을 넘어 국가적 위험 요인이 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를 지탱해 온 힘은 늘 ‘세대 간 연결’이었다. 자식은 부모를 돌보고, 부모 세대는 다음 세대의 길을 열어줬다. 노인은 지혜로움을, 청년은 활력과 도전을 제공하며 서로의 빈 곳을 채워 왔다. 특히 우리나라의 세대 간 연결은 추석이 그 시작이자 기반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추석의 의미가 퇴색되면서 세대 간 연결이 점점 약해지고 있어 안타깝
2025-10-04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올해 추석연휴는 3일 개천절, 4일 토요일, 5-7일 추석연휴, 8일 추석 대체공휴일, 9일 한글날까지 이어져 총 7일간이다. 비록 10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지 않았지만, 쉬는 기업이 많고, 연차를 낸 직장인들이 많아 국민이 느끼는 추석연휴는 3일부터 12일까지 10일간이다. 역대급 황금연휴다. 명절 연휴가 길어지는 이유는 대체공휴일 때문이다. 올해 추석연휴가 7일로 된 것도 8일이 대체공휴일이어서다. 만약 대체공휴일 제도가 없었다면 올해 추석연휴는 황금연휴가 아닌 징검다리연휴였을 것이다. 대체공휴일은 지난 2014년 처음 도입됐다. 설연휴, 추석연휴, 어린이날이 주말이나 다른 공휴일과 겹칠 경우, 그 다음 첫 번째 비공휴일을 휴일로 보전하는 제도다. 이후 대체공휴일은 3·1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에 이어 부처님오신날, 성탄절까지 그 대상이 확대됐다. 공휴일에 관한 법률 제3조(대체공휴일) 2항에 의하면, 대체공휴일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있다. 그래서 대체공휴일은 자동 지정이 아니라, 행정안전부가 전년도 12월에 해당 연도 공휴일을 검토해 올린 안이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이 재가해야만 비로소 공휴일이 된다. 다시 말해, 대
2025-10-03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1960년대는 대한민국 역사에서 가장 왕성한 출산의 시대였다. 이때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는 산업화를 일궜고 민주화를 이뤄냈으며, 지금은 어른이 됐다. 하지만 베이비붐 세대가 80세 이상 초고령층으로 진입하는 2040년대 이후, 우리 앞에 놓일 가장 큰 사회적 과제는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이다. 보험 전문가들은 2025년 3월 국민연금 개혁 이전 제도를 유지할 경우, 국민연금 기금은 베이비붐 세대가 80세 이상으로 넘어가는 시기와 겹치는 2050년대 중반부터 고갈된다고 수차례 경고해 왔다. 2040년대 이후엔 수급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보험료를 낼 젊은 세대는 줄어드는 구조적 불균형이 심화되기 때문이다. 지금도 “내가 낸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라는 불안이 크지만, 그때는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일본은 2004년 ‘매크로경제 슬라이드’를 도입해 물가나 임금이 올라도 연금 급여는 덜 오르도록 자동 장치를 만들었다. 독일은 연금 산식에 ‘지속가능성 계수’를 집어넣어, 부양비가 나빠지면 자동으로 급여가 줄도록 했다. 스웨덴은 아예 ‘명목확정기여(NDC)’ 제도로 바꿔서, 기대수명이 늘면 개인 연금액이 자동으로 줄어들게 만들었다. 이들 나라가 공통적으로 택한
2025-10-01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이재명 대통령은 국정감사를 며칠 앞둔 지난 29일, 김현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을 제1부속실장으로, 김남준 제1부속실장을 대변인으로 옮기는 이례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측근 그룹인 ‘성남·경기 라인’의 핵심인 두 사람이 정부 출범 3개월여 만에 자리를 교체한 것이다. 겉으로는 조직 정비이자 역할 재조정이라지만, 속내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국감 국면에서 정치적 부담을 안고도 인사를 단행한 까닭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이번 인사는 국민의힘이 김현지 비서관의 국감 출석을 요구하고, 민주당이 거부하는 상황 속에서 이뤄졌다. 대통령실의 인사·예산을 담당하는 총무비서관은 매년 국감에 출석해 왔지만, 김 비서관은 국회 출석을 다소 불편해하는 분위기다. 총무비서관은 역대 정부에서 국감 증인 출석이 관례여서 야당은 당연히 이번에도 김 비서관을 증인석에 앉히려 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그의 의지에 따라 이를 막고 싶었을 것이다.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 수행과 일정 관리가 주된 임무인 만큼 국감 출석 전례가 드물다. 또 김 비서관을 국회에 부르려면 더불어민주당 동의도 필요하기 때문에 그의 국회 출석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 따라서 이번 보직 이동이 야당의 공세를 희석시키려는
2025-09-30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이재명 대통령은 28일 오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인한 국가 전산망 장애 사태와 관련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국정 책임자로서 송구하다며 사과했다. 그는 국가 전산망에 이중 운영 체계가 없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원점부터 철저히 조사하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곧바로 전 정부를 향해 날선 비판을 가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 2023년 대규모 전산망 장애 사태와 양상이 매우 유사하다는 지적이 많다며, 전 정부가 2년이 지나도록 국가 전산망 보호를 게을리한 게 아니냐고 윤석열정부를 공격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무슨 문제가 생기면 ‘전 정부 탓’이라는 말을 자동 반사처럼 쏟아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이런 구태를 답습하지 않겠다고 했고, 지금까진 대체적으로 전 정부 탓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국정자원 화재 사태로 결국 이 대통령도 전 정부 탓을 하고 말았다. 국민 앞에서 책임 대신 변명을 한 셈이다. 정권이 바뀌면 당연히 전 정부의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 그러나 위기와 사고 앞에서 “우리 잘못 아니다, 전임 잘못”이라는 태도는 무책임의 극치다. 국민이 듣고 싶은 건 핑계가 아니라 해결책이다. 현 정부가 권력을 쥐고 있는 한, 모
2025-09-29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우리나라에는 4만여개의 사단법인이 등록돼있다. 중앙정부 허가 법인만 7000여개, 지방자치단체 허가 법인은 3만개가 넘는다. 이들은 문화·예술, 학술·복지, 체육·환경 등 각 분야에서 공익을 내세우며 출발한 단체들이다. 그러나 이름은 ‘비영리’고, 간판은 ‘공익’을 내세우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과연 공익을 위한 사단법인인지 의문이 든다. 현대는 투명성이 중요한 시대인데, 아직도 일부 사단법인은 상 장사를 하면서 공익보다 사익을 챙기고 있다. 이들 때문에 “돈만 내면 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정서가 사회적 관습이 된 지 오래다. 이들이 주는 상은 심사위원회라는 허울을 쓰지만, 실상은 비용 납부 여부가 당락을 결정한다. 정부의 감독도 문제다. 허가를 내주고 관리는 대충한다. 수만개 사단법안을 일일이 점검할 역량이 없다는 핑계다. 회계 보고는 형식적이고, 부실 운영에 대한 허가 취소는 극히 드물다. 그 결과 사단법인은 공익의 탈을 쓰고 사익을 추구하는 무풍지대가 됐다. 사단법인은 세제 혜택과 사회적 신뢰라는 공공 자산을 바탕으로 운영돼야 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방치되면 피해는 국민이 떠안게 된다. 공익의 이름으로 세워진 제도가 공익을 해치는 아이러니, 이것이
2025-09-28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불과 10년 전만 해도 ‘100세 시대’라는 화두는 언론과 정부의 단골 메뉴였다. “이제 인간은 100세를 산다” “노후 30년을 준비하라”는 구호가 넘쳐났고, 서점가엔 ‘100세 인생’이라는 제목의 책들이 쏟아졌고, 노래도 유행했다. 장수는 곧 축복이자 기회라며 호들갑을 떨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 화려한 수사는 자취를 감췄다. 10년 전, 전 세계 100세 이상 인구는 45만명이었는데 지금은 100만명을 육박하고 있다. 우리나라 100세 이상 인구도 2024년 기준 8737명을 기록하고 있다. 그럼에도 100세 시대라는 구호가 입에 오르내리지 않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제 장수는 놀라운 소식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감당해야 할 무거운 짐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장수 담론’이 퇴색한 자리를 메운 것은 냉혹한 현실이다. 세계 최악 수준의 노인 빈곤율, 갈수록 불안한 연금 재정, 치매와 돌봄 공백, 그리고 초저출산으로 인한 세대 갈등 등의 이유로 이제 장수는 축복이 아니라, 사회적 비용과 세대 간 부담 전가의 문제로 변했다. 언론도 더 이상 ‘100세 시대’라는 구호를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초고령 사회’ ‘돌봄 위기’ 같은 차갑고 건조한 구호가 현실을
2025-09-27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이재명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각)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정부의 한반도 정책 구상이 담긴 ‘END 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END 이니셔티브는 “‘교류(Exchange), 관계 정상화(Normalization), 비핵화(Denuclearization)’, 즉 ‘END’를 중심으로 한 포괄적인 대화로 한반도에서의 적대와 대결의 시대를 종식(END)하고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기 위한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는 한반도 평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세 가지 원칙을 바탕으로 우선 남북 간 불필요한 군사적 긴장과 적대 행위의 악순환을 끊어내고자 한다”며 “앞으로 우리 정부는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회복의 길을 일관되게 모색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평화는 남북은 물론 국제사회가 함께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며 “남북 관계 발전을 추구하면서 북미 사이를 비롯한 국제사회와의 관계 정상화 노력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북핵 문제와 관련해 “비핵화는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다.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 ‘중단’부터 시작해 ‘축소’의 과정을 거쳐 ‘폐기’에 도달하는 실용적, 단계적 해법에 국제사회가 지혜를 모아야 할
2025-09-25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각) 유엔 본부에서 열린 80차 유엔총회 연설에서 한 발언이 전 세계를 경악시켰다. 그는 “It’s the greatest con job ever perpetrated on the world, in my opinion(내 판단엔, 기후변화는 전 세계에 가해진 최대의 사기극)”이라고 주장했다. 이 발언 외에도 연설 전반에서 ‘green energy policies’ ‘carbon footprint’ ‘green scam’ 등의 표현을 반복하며 재생에너지 전환, 기후 예측, 탄소 감축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유엔과 과학자들의 경고를 “바보들의 거짓말”이라고 몰아세웠다. 트럼프는 “한 유엔 관리가 1989년에 ‘10년 안에 지구온난화로 전체 국가들이 지도에서 사라질 수 있다’고 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며 “1920년대와 1930년대에는 지구 냉각이 세상을 파멸시킬 것이라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공동 과제를 향해 던진 그의 언어는 단순한 과장이나 정치적 농담이 아니다. 이는 과학과 국제 협력, 그리고 미래 세대를 향한 노골적인 조롱이며 무책임한 도발이자 사기극이 아닐 수
2025-09-24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지난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회의장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야당은 간사 선임을 요구했고, 위원장은 발언권을 차단했으며, 회의장은 피켓과 고성으로 뒤덮였다. 법사위원장의 “윤석열 오빠”라는 조롱 섞인 언사까지 오갔다. 정작 국민의 삶과 직결된 법안은 단 한 줄도 논의되지 못했다. 국회가 스스로 국민을 저버린, 그야말로 민주주의의 치욕적 장면이었다. 이날 난투극은 법사위가 가진 과도한 정치적 중독성, 절차적 불투명성, 지도부 중심 권력 집중의 폐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건이었다. 이는 법사위가 ‘왜 국회 디톡스의 1순위 대상이어야 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며 “법사위를 디톡스하라”는 요구가 단지 비판적 구호가 아닌, 시급한 개혁 과제라는 점을 법사위 스스로 보여준 것이다. 디톡스란 불필요한 독소를 배출해 본래의 건강을 회복하는 과정이다. 정치인은 ‘개인 입법 기관’이긴 하지만, 절차와 공공성의 수호자여야 한다. 회의가 파행의 장이 되고, 정치적 감정 싸움이 중심이 될 때, 국민의 대표 기관으로서의 권위는 무너진다. 법사위가 더 이상 ‘정쟁의 무대’가 돼선 안 된다. 대한민국 국회의 고질병은 ‘정치 중독’이다. 권력 쟁탈과 당리당략에 취한 국
2025-09-23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이재명 대통령이 제80차 유엔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22일 오전 출국했다. 이 대통령은 26일까지 뉴욕에 머물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공개 토의 주재를 비롯해 유엔총회 기조연설, 미 상하원 의원단 접견, 뉴욕 동포 간담회, 외국 정상 미팅 등 3박5일간의 일정을 소화한다. 이 대통령이 5일 동안 국내에 없는 사이 더불어민주당은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정부의 국정 운영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 체제를 개편하기 위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법도 동시에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지난18일 행정안전위 소위에서 통과시켰고, 22일 국회 행정안전위 전체회의를 거쳐, 23~24일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후, 25일 본회의에서 최종 처리할 예정이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검찰청 폐지 및 중대범죄수사청(수사 담당)·공소청(기소 담당) 신설, 기획재정부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분리, 기후에너지환경부 설치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개정안은 법률 공포 1년 후 시행된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지난 8월20일 이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가 추석 전까지 꼭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던 법안으
2025-09-22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