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포털 메인 화면은 뉴스의 관문이 아니라 자극의 진열대에 가깝다. 차분한 분석 기사도 제목에는 ‘충격’ ‘파국’ ‘죽음’ 같은 단어가 붙는다. 최근 정치인 관련 기사에서 ‘죽음’이라는 표현이 전면에 배치돼 실제 맥락과 전혀 다른 인상을 줬다. 본문은 은유에 가까웠지만 제목은 현실 사건처럼 오해를 유도했다. 제목이 결론을 단정하고, 독자는 제목을 사실로 소비한다.
이것이 클릭베이트의 구조다. 클릭베이트는 Click(클릭)+Bait(미끼)의 합성어로, 낚시의 미끼처럼 클릭을 유도하는 콘텐츠를 뜻한다.
문제는 특정 기사나 특정 인물의 문제만이 아니다. 특히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 생명 끝’ ‘몰락 임박’ ‘붕괴 초읽기’ 같은 표현이 일상화됐다. 기사 내용은 복합적 설명이지만, 제목은 판결문처럼 단정한다. 정정은 눈에 띄지 않는다. 클릭은 쌓이지만, 신뢰는 무너진다.
국내 주요 포털은 단순 플랫폼이 아니다. 수천만명이 뉴스를 접하는 공론장의 관문이다. 관문이 자극을 우선하면 공론장은 왜곡된다. 알고리즘이 클릭률을 기준으로 노출을 확대하는 한, 자극적 제목은 구조적으로 유리하다. 문제는 개인의 윤리가 아니라 설계된 보상 구조다.
필자 역시 그 구조의 소비자였다. 반복된 ‘사망’ 제목에 속다 보니 “또 예전 기사겠지” 하며 넘기기 시작했다. 얼마 전 가수 방실이 관련 부고 제목이 포털에 떴을 때도 가짜라 단정했다. 그러나 그것은 실제였다. 그 순간 과장이 반복되면 진짜 죽음도 의심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 장면은 이솝 우화 속 양치기 소년의 결말을 떠올리게 한다. 거짓 경보가 반복되면 공동체는 반응을 멈춘다. 진짜 늑대가 나타나도 아무도 달려오지 않는다. 클릭베이트는 디지털 시대의 거짓 경보다. 신뢰가 닳는 순간, 위기 대응 능력도 함께 약해진다.
피해는 분명하다. 당사자의 명예는 실시간 화면에서 훼손되고, 가족과 지인은 충격을 받는다. ‘파산’ ‘구속 임박’ 같은 제목은 시장에 영향을 준다. 과장은 공포를 만들고 판단을 흐리게 한다.
신뢰가 무너진 사회는 사실이 아니라 소음을 소비한다.
현행 법체계는 충분한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허위·조작 정보에 대한 책임을 묻고,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은 정정보도와 손해배상을 규정한다. 그러나 클릭베이트는 허위와 사실 사이의 회색지대를 이용한다. 사실을 왜곡하지 않으면서 오해를 설계한다. 제목과 본문의 ‘현저한 불일치’는 명확한 제재 기준이 되지 못한다.
지난 26일 김민석 국무총리는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가짜 뉴스는 민주주의의 공적”이라며 무관용 원칙을 천명했다. 정부는 AI 기반 허위 정보 확산에 대비해 범정부 대응 체계를 가동하고, 전담수사반을 운영하며 딥페이크와 허위 선거 정보를 집중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명백한 허위 조작 정보에 대한 엄정 대응은 당연하다. 선거 질서를 흔드는 거짓은 민주주의를 직접적으로 위협한다.
클릭베이트가 가짜 뉴스는 아니다. 그러나 결과는 닮아 있다. 거짓을 퍼뜨리지는 않지만, 사실을 가장해 오해를 확산시킨다. 법의 그물망을 피해 가면서도 신뢰를 갉아먹는다. 허위가 민주주의를 공격한다면, 클릭베이트는 민주주의의 면역력을 약화시킨다.
클릭베이트를 방치하면 계속 합리적 선택이 된다. 그래서 이 공백을 메워야 한다.
첫째, 제목과 본문의 사실 일치 의무를 법률에 명문화해야 한다. 통상적 독자가 오해할 정도의 불일치를 금지하는 기준을 세워야 한다. 둘째, 고의성과 반복성을 요건으로 삼아 반복 위반 매체에 노출 제한이나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 셋째, 플랫폼 알고리즘의 투명성을 의무화해 자극적 키워드가 구조적으로 우대받지 않도록 감독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이는 표현을 위축시키려는 검열이 아니다. 공적 신뢰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 규범이다. 자유는 책임과 함께 작동할 때만 힘을 가진다. 클릭이 보상이 되는 구조에서는 과장이 합리적 선택이 된다. 그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아무도 멈추지 않는다.
플랫폼의 자율 규제도 필요하다. 기사 배열 기준을 개선하고, 제목 검증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 내부 가이드라인으로 과도한 자극어 사용도 제한해야 한다. 자율이 작동하지 않으면 타율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신뢰를 잃은 공론장은 결국 영향력을 잃는다.
신뢰는 국가의 무형 자산이다. 신용이 무너지면 금융이 붕괴하듯, 신뢰가 무너지면 민주주의도 버티지 못한다. 국민이 정보를 믿지 않는 사회에서 정책은 설득력을 잃고, 위기 대응은 지연된다. 플랫폼의 과장은 단기 수익을 올릴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국가 정보 주권을 잠식한다.
우리는 ‘클릭의 속도를 택할 것인가, 신뢰의 무게를 택할 것인가’라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자극에 중독된 사회는 합리적 판단을 잃는다. 판단을 잃은 사회는 위기 앞에서 흔들린다.
클릭베이트 공화국을 멈춰야 한다. 제목은 독자를 속이는 덫이 아니라 사실을 압축하는 창이어야 한다. 포털과 언론이 양치기 소년이 되는 순간, 독자는 더 이상 클릭하지 않는다. 진짜 위기는 그 다음에 온다.
법 개정은 침묵을 강요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신뢰를 복원하기 위한 설계여야 한다. 과장과 왜곡을 보상하는 구조를 방치한다면 피해는 누적된다. 클릭은 숫자를 남기지만, 신뢰는 우리 사회를 지킨다.
늑대는 아직 오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신뢰가 무너진 자리에는 언제든 위기가 들어선다. 그리고 그때, 아무도 믿지 않는 사회는 스스로를 지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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