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종편이 만든 건강식품 집단 최면

광고와 건강 프로그램이 함께 만든 반복 노출의 함정

요즘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보면 묘한 기시감이 든다. 채널을 돌려도, 시간을 바꿔도, 프로그램이 달라도 광고 화면은 놀랄 만큼 비슷하다. ‘알부민’ 광고가 끝나면 또 알부민 광고가 나오고, 다른 채널로 옮겨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마치 모든 방송사가 하나의 광고 대본을 공유하는 듯한 풍경이다. 시청자는 어느 순간 “요즘은 알부민이 대세인가 보다”라는 인식을 한다.

이런 현상은 과거에도 반복됐다. 어느 시기에는 홍삼 광고가, 또 다른 시기에는 오메가3가, 비타민이, 관절 건강식품이 방송을 장악했다. 짧게는 석 달, 길게는 반년 넘게 특정 품목이 종편 광고를 독점했다. 소비자는 다양한 선택지를 접하기보다 특정 상품군만 반복적으로 보게 된다. 광고 편성은 유행처럼 움직이고, 방송사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같은 흐름을 탄다.

문제는 광고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건강 정보 프로그램 역시 같은 흐름을 보인다. 광고 상품에 맞춰 전문가 인터뷰와 실험 자료, 체험 사례까지 동원되며 사실상 광고와 유사한 메시지가 반복된다. 시청자는 광고 시간뿐 아니라 프로그램 시청 과정에서도 같은 건강식품을 지속적으로 접한다. 정보 프로그램과 광고의 경계가 흐려지는 순간이다.

이처럼 광고와 프로그램이 같은 건강식품을 반복 노출하면 시청자의 인식은 더욱 강화된다. 광고가 인지도를 만들고, 프로그램이 신뢰도를 보완하는 구조다. 결과적으로 건강식품은 ‘상품’이 아니라 ‘상식’처럼 자리 잡는다. 의학적 필요성에 대한 개별 판단보다 방송 노출 빈도가 판단 기준이 된다.

이는 정보 전달이 아니라 인식을 설계하는 구조이며, 시청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반복 노출이 만들어낸 ‘집단 최면’ 상태에 놓이게 된다.

이 현상을 설명하는 심리학 개념이 있다. 바로 ‘단순 노출 효과’다. 사람은 어떤 대상이 반복적으로 노출될수록 그것에 대한 호감과 신뢰가 자연스럽게 증가한다. 정보의 진위를 따지기 전에 익숙함이 먼저 감정을 지배한다. 결국 많이 본 것이 좋은 것처럼 느껴지고, 자주 들은 말이 사실처럼 받아들여진다. 광고는 이 심리 메커니즘을 누구보다 정교하게 활용하는 영역이다.

여기에 ‘가용성 휴리스틱’이라는 인지 편향도 더해진다. 사람은 쉽게 떠오르는 정보를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다. TV를 켤 때마다 같은 건강식품 광고나 건강 프로그램이 반복되면, 사람들의 기억 속에는 건강식품과 건강이 자동으로 연결된다. 의학적 필요성과 무관하게 노출 빈도가 판단 기준이 되는 것이다.

또 ‘사회적 증거 심리’도 작동한다. 모든 채널에서 같은 건강식품이 등장하면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이렇게 생각한다. “이 정도면 다들 챙기는 것 아닐까.” “이렇게 자주 나오면 효과가 검증된 것 아닐까.” 다수가 선택한다는 인상이 개인의 판단을 압도한다. 실제 소비량이나 의학적 권고와 무관하게 ‘많이 보인다’는 사실이 신뢰의 근거로 둔갑한다.

문제는 이 같은 심리 작용이 소비자의 합리적 판단을 흐릴 수 있다는 점이다. 건강식품은 개인별 필요성이 가장 중요한 영역이다. 누구에게는 단백질 보충이 필요하지만, 누구에게는 혈관 개선이 더 시급하다. 어떤 사람에게는 비타민이 먼저고, 다른 사람에게는 관절 관리가 우선이다.

건강은 유행이 아니라 개인 맞춤의 영역이다. 그럼에도 방송은 건강 정보를 제공하기보다 특정 상품을 ‘익숙한 선택’으로 만드는 노출 설계에 가까운 모습을 보인다.

방송 광고 편성 구조도 영향을 미친다. 특정 시기에 광고주들이 한 건강식품에 집중하면 방송사 역시 안정적인 수익을 위해 비슷한 광고를 반복 편성하게 된다. 동시에 관련 건강 프로그램에서도 해당 건강식품을 집중 조명하며 광고 효과를 배가시킨다. 시청자는 다양한 정보를 접할 기회를 잃는다. 광고와 건강 프로그램의 다양성이 사라지면서 소비 선택의 균형도 함께 무너진다.

결국 시청자가 접하는 것은 ‘정보의 경쟁’이 아니라 ‘노출의 집중’이다.

이 과정에서 시청자의 불안 심리가 자극된다. “나만 안 챙기면 건강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결국 광고는 필요를 설명하기보다 결핍을 암시하게 된다. 결핍의 공포는 구매를 유도하는 가장 강력한 장치다. 건강 불안과 반복 노출이 결합하면 소비자는 합리적 비교 대신 즉각적 선택을 하게 된다. 판단은 정보가 아니라 분위기에 의해 내려진다.

최근 이런 종편의 구조적 문제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 있었다. 지난달 26일 김종철 방송통신위원장은 종편채널 4사의 제작 현장을 방문했다. 글로벌 OTT와의 경쟁 속에서 채널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다. 제작진들은 제작 환경 변화와 인력 수급 문제를 호소했고, 경영진은 광고·편성·심의 관련 규제 완화와 재승인 조건 개선을 건의했다.

정부는 콘텐츠 투자 확대와 제작 환경 개선을 약속했다.

그러나 정작 시청자가 체감하는 방송의 공공성 문제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유행 건강식품이 광고와 건강 프로그램을 동시에 장악하는 현상, 특정 상품군이 전 채널을 뒤덮는 편성 구조에 대한 지적은 없었다. 규제 완화와 산업 지원 논의는 있었지만, 방송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따끔한 질책은 들리지 않았다.

필자는 이 대목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국무회의 장면을 떠올린다. 장관에게 정책의 허점을 집요하게 묻고, 국민이 체감하는 문제를 직설적으로 지적하던 모습 말이다. 만약 대통령이 임명한 방통위원장이라면, “왜 요즘 종편은 특정 건강식품이 광고와 건강 프로그램을 동시에 싹쓸이하고 있습니까? 방송사들이 사실상 담합한 것 아닙니까?”라고 따져 물었어야 했다. 산업 경쟁력 강화 이전에 공공성에 대한 점검과 질책이 먼저였어야 했다.

방송은 단순한 산업이 아니다. 국민의 인식과 소비 판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공적 매체다. 건강 정보는 특히 더 엄격한 균형성이 요구된다. 반복 노출로 특정 성분을 ‘국민 필수품’처럼 인식하게 만드는 환경은 정보 제공이 아니라 인식 유도에 가깝다. 방송이 사실상 ‘집단 최면 장치’처럼 작동하는 순간, 공공성의 균형추는 무너진다.

건강식품은 만능 해결책이 아니다. 의학적 진단과 생활습관 개선이 우선이다. 그러나 광고와 프로그램이 결합된 반복 노출 구조는 이를 주객전도시킨다. 특정 성분이 건강의 핵심 열쇠인 것처럼 포장된다. 반복은 과장을 강화하고, 과장은 기대를 부풀린다.

이제 필요한 것은 광고와 건강 정보의 ‘균형성’이다. 한 품목을 집중 노출하기보다 다양한 건강 정보와 제품군이 고르게 소개돼야 한다. 방송은 유행을 확대 재생산하는 플랫폼이 아니라 정보의 균형추 역할을 해야 한다. 국민 건강은 마케팅 전략의 실험 대상이 아니다. 반복 노출로 특정 건강식품을 각인시키는 방식은 소비자의 심리를 이용하는 행위에 가깝다.

많이 보여준다고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자주 나온다고 반드시 더 좋은 것도 아니다. 단순 노출 효과가 만든 착시는 소비자의 판단을 흐릴 뿐이다. 방송이 신뢰를 얻고자 한다면, 유행을 만드는 플랫폼이 아니라 선택을 돕는 매체가 돼야 한다.

건강은 유행이 아니라 기준의 문제다. 방송이 그 기준을 흐리는 순간,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이제는 반복 노출이 아닌 균형 잡힌 정보 제공으로 건강식품 광고와 건강 프로그램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방송은 건강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가 아니라 소비심리를 조작하는 ‘최면 장치’로 기억될 것이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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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특검, 대북송금 수사 막전막후

공수처·특검, 대북송금 수사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쌍방울 대북송금을 두고 수사기관이 대거 투입됐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수사팀을 꾸리고 ‘조작 기소’ 혐의를 받는 검사들을 겨눴다. 법조계에서는 두 기관이 대북송금 진상규명을 이끌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수사 전문성 논란에 이어 인력난에 허덕이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점에서다. 검찰을 향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다. 쌍방울 대북송금과 대장동·위례 신도시 개발 비리 사건을 ‘조작 기소’라고 규정하면서 복수의 기관이 수사에 착수했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특별검사 권창영)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사정도 녹록지 않다. 고질적 인력난이 걸림돌이다. 수사에 착수했다고 해도 사건의 전모를 밝혀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이유다. 이례적 수사 착수 서울고등검찰청 인권침해점검 태스크포스(TF)는 2022~2024년 대장동 사건을 수사해 이재명 대통령을 기소했던 서울중앙지검 2기 수사팀 검사 9명을 감찰 중이다. 앞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 7일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 기소 의혹 진상규명 국정조사’ 국회 기관보고에서 “지난해 9~12월 감찰 요청이 접수됐다”며 “별건 수사로 피의자를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회유, 정영학 녹취록을 조작한 내용 등”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9·11월 법무부에 엄희준, 강백신 등 대장동 사건 담당 검사들에 대한 감찰을 요청했다. 이들은 민간사업자들 진술을 근거로 2023년 민주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을 대장동·위례 사건 공범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자신 몫 배당 이익이 “이재명 거니까 떼어먹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고, 남욱 변호사도 “천화동인 1호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본인 지분이 포함된 것으로 이해했다”고 증언했다. 민주당은 이후 조작 기소 의혹을 거론하고 나섰다. 대장동 피의자들의 주장도 뒤집히기 시작했다. 남 변호사는 재판에서 “검사들한테 ‘배 가르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협박당했다고 주장했다. 정영학 회계사는 자신과 남 변호사 대화가 녹음된 녹취록에서 “위례신도시도 너 결정한 대로 해줄 테니까” 중 위례신도시를 검찰이 “윗 어르신”으로 왜곡해 이 대통령 또는 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 주장을 X(옛 트위터)에 공유해 “황당한 증거 조작”이라고 반박했다. 쌍방울 조작 기소 의혹의 핵심은 북한 공작원 리호남이 필리핀에 없었음에도 그가 “필리핀에 있었다”는 진술을 기반으로 수사가 진행됐다는 것이다. 민주당 측에선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필리핀에서 리호남을 만나 이 대통령 방북 비용 일부인 70만달러(약 10억원)를 건넸다는 법정 진술이 사실이었는지 추궁 중이다. 만일 김 전 회장이 사실이라며 진술을 유지하면 민주당 측에선 위증이라며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고발할 가능성이 있다. 이종석 국가정보원은 지난 3일 국정조사에서 “리호남이 필리핀 아닌 제3국에 체류한 증거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 중심 국조 후 수사기관 대거 투입 검찰→대통령실 연결고리 증거 확보 의문 박상용 인천지검 부부장검사도 고발당할 처지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박 검사가 지난해 9~10월 국정감사에서 연어 술파티가 없었다는 등 취지로 증언한 것을 위증으로 보고 고발을 의결했다. 법사위에서 정 장관은 박 검사의 연어 술파티 의혹 감찰은 시효가 도래하는 5월17일 전 “후속 조치를 가능한 신속하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박 검사가 전날 국민의힘이 개최한 ‘민주당 공소 취소 진상규명 청문회’에 참석한 것도 정치 중립 의무 위반으로 보고 감찰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종합특검팀도 조작 기소 의혹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당초 종합특검팀은 지난해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이 끝내지 못한 잔여 사건을 마무리하겠다며 출범했다. 인력난에 골머리를 앓고 있음에도 수사 역량을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조작 기소 의혹에 투입했다. 종합특검팀은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관련 윤석열 대통령실의 개입 시도를 확인했다”며 관련 사건을 서울고검TF에서 이첩받았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종합특검팀은 파견검사 1명, 특별수사관 2명, 파견경찰관 약간명으로 구성된 ‘국정 농단 의심 사건 전담수사팀’을 꾸렸다. 윤석열정부 대통령실이 당시 수사 과정에 개입을 시도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하지만 대통령실과의 연결고리를 입증할 수 있을지가 이번 수사의 관건으로 꼽힌다. 이번 수사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자체보다는 수사 과정에서의 절차적 위법성과 권한 남용 여부가 핵심 쟁점이다. 국가정보원의 객관적 자료가 대북송금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누락됐거나 국정원에 파견된 검찰 인사들이 대북송금 수사를 대통령실에 보고한 정황들이 사실인지 규명하는 데 수사력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중복수사 논란도 수사권에 대한 논란도 현재진행형이다. 종합특검법상 수사 대상에는 ‘윤석열과 김건희가 본인 또는 타인의 사건 관련 수사 상황을 보고받고, 수사 및 공소 제기 절차 관련 적법절차를 위반한 사건’이 포함돼있어 종합특검팀은 이를 근거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해당 기준을 두고 대통령실이 보고받았을 모든 사건이 수사대상이 될 수 있어 ‘남용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박 검사가 핵심 증인들을 회유했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연어 술파티’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측과 형량 거래로 이 대통령이 대북송금의 주범이란 진술을 끌어냈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공수처도 박 검사를 직권남용, 그리고 민주당이 통과시킨 법왜곡죄로 수사 중이다. 법왜곡죄는 지난달 시행되기 전 행위에 소급 적용할 수 없다. 하지만 공수처는 사건을 지난달 26일 수사3부에 배당했다. 다만 공수처는 법왜곡 혐의를 ‘단독’으로 수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행 공수처법상 수사 대상으로 명시된 형법 제122조부터 제133조까지의 죄에 법왜곡죄(형법 123조의2)도 포함되지만, 수사 범위에 대한 판례와 적용 기준이 없어 추후 영장 청구나 재판 과정에서 수사권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특히 종합특검팀과의 중복 수사 문제 등도 일부 불가피한 상황이다. 수사 이후의 ‘공소 유지’ 단계 역시 공수처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공수처가 독자적으로 수사를 마무리하더라도 재판에서 공소를 유지하려면 결국 검찰의 협조가 필요하다. 향후 수사 주체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종합특검팀이 사건 이첩을 요구할 경우 공수처가 이를 넘길 수 있다. 공정성 논란 종합특검팀은 수사 초기부터 흔들렸다. 권영빈 특검보가 이 전 부지사와 방용철 전 쌍방울그룹 부회장을 변호한 경력으로 이해충돌 논란이 일었다. 박 검사는 최근 <한국일보>에 “조사 과정에서 방 전 부회장이 ‘사실 권 변호사와 진술을 짰는데, 거짓말하는 것이 힘들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말 그대로 ‘진술 세미나’를 했다는 것”이라면서 “질문이 구체적으로 이뤄지고 피의자의 말과 배치되는 물증이 있다 보니 허위로 답변하기가 힘들어졌던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분석했다. 권 특검보는 2012~2014년 이 전 부지사가 저축은행 등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건 1·2심 변호를 맡았다. 이 사건은 ‘금품을 받았을 것으로 의심되긴 하나 객관적 물증이 없다’며 무죄로 확정됐다. 이후 이 전 부지사와 친분을 쌓은 권 특검보는 2022년 방 전 부회장이 이 전 부지사에게 쌍방울 법인카드 등 뇌물을 준 혐의 사건 변호를 맡았다. 방 전 부회장은 최근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이 전 부지사가 소개해 줬다”고 말했다. 수사 초기 “법인카드 등은 이 전 부지사의 측근에게 준 것”이라고 했다가, 김 전 회장이 국내 압송된 후 “이 전 부지사에게 줬다”고 말을 바꿨다. 재판에선 법인카드가 사용된 병원에서 발견된 이 전 부지사 진료 내역이 공개되기도 했다. 그는 이후 재판부 질의에 “검찰 조사 발언을 후회한다”면서 “변호사 사무실에서 권 변호사를 소개받고, ‘어떻게 줬냐’ 의논한 것에 맞춰 (검찰) 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착수는 했는데…인력난에 골머리 수사 권한 정리 안 돼 공방 불가피 종합특검팀은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었다. 종합특검팀은 입장문에서 “권 특검보가 상담이 끝난 후 (사무실)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 (방 전 부회장과 이 전 부지사가) 진술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법정에서 쪽지를 주고받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종합특검팀은 지난 16일 언론 공지를 통해 “기존 사건 담당 특검보인 권 특검보가 과거 이화영, 방용철을 변호한 것은 이 사건과 무관하다”면서도 “향후 수사 과정에서 제기될 수 있는 공정성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며 담당자를 김치헌 특검보로 전격 교체했다. 종합특검팀은 법무부에 검사 3명 추가 파견을 요청했으나 일주일이 지나도록 배치받지 못했다. 이 가운데 한 명은 파견 절차가 진행되다가 최근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종합특검팀에 배치된 검사는 정원 15명 중 12명으로 인력 공백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대북송금 사건을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기 위해 추가 인력이 필요하지만 파견이 늦어지면서 수사 준비 단계부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검사 파견이 지연되는 배경으로는 사건의 민감성이 거론된다. 3대 특검팀과 상설특검팀에 투입된 검사들이 50명을 넘는 상황에서 전반적인 인력 부족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재경지검 한 부장검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대체로 안 가려고 한다. 지금 수도권 검찰청은 사건 적체로 한 사람이 수백개의 사건을 처리해야 할 정도로 사람이 없다. 수도권 외 지청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며 “더군다나 같은 집단 사람을 겨누는 게 어디 쉬운 일이냐. 워낙 민감한 사안이다 보니 파견을 꺼리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이 없다 실제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전국 검찰청 장기 미제 사건은 12만1563건으로 집계됐다. ▲2022년 5만1825건 ▲2023년 5만7327건 ▲2024년 6만4546건 ▲2025년 9만6256건이던 미제 사건이 올해 들어 12만건을 넘어섰다. 불과 1년여 만에 약 2배 늘어난 셈이다. 지역별로 보면 지난 2월 기준 수원지검의 미제 사건은 2만1398건으로 가장 많았다. 의정부지검은 1만410건, 부산지검은 1만229건, 인천지검은 9764건, 대구지검은 9402건이었다. 종합특검팀은 인력 보강이 이뤄질 때까지 서울고검으로부터 넘겨받은 자료를 중심으로 기초 검토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