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5박6일 ‘24시간 국회’의 민낯

‘법안 상정–필리버스터–종결–법안 표결’ 5차례

이번 2월 임시국회 본회의는 하나의 공식으로 기억될 것이다. 법안 상정, 무제한 토론 요구, 24시간 경과, 종결 동의 표결, 본회의 가결, 그리고 곧바로 다음 법안 상정. 이 과정이 첫날부터 다섯 차례나 반복됐다.

절차는 모두 국회법 안에 있었으며 위법은 없었다. 그러나 정치의 평가는 합법 여부를 확인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국회가 법을 만드는 공간이라면, 그 법을 만드는 방식 또한 국민의 신뢰 위에서 작동해야 한다.

합법의 반복
신뢰의 축적

결국 2월 임시국회는 ‘24시간 단위 입법’이라는 새로운 정치 풍경을 남겼다. 야당은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으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요구했고, 여당은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으로 종결 동의를 제출했다. 그리고 24시간이 지나면 종결 표결, 통과되면 즉시 본회의 표결. 숫자는 정확했고, 절차는 기계처럼 반복됐다.

그러나 숫자의 정확함이 정치의 설득력을 대신할 수는 없다. 문제는 합법의 반복이 신뢰의 축적이 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1차 (2월24~25일), 상법 개정안 통과= 지난달 2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3차 상법 개정안’이 상정됐다. 상정 직후 국민의힘은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 요건을 충족해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국회는 즉시 24시간 체제로 전환됐다.

이튿날 오후, 토론 개시 24시간이 경과하자 민주당은 곧장 종결 동의를 제출했고,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필리버스터는 종료됐다. 이어진 본회의 표결에서 법안은 가결됐다. 상정–토론–종결–표결이라는 구조가 처음 완성된 순간이었다.

상법 개정안은 자사주 취득 시 1년 이내 소각을 원칙으로 하고, 이사 전원이 서명·날인한 보유처분 계획을 매년 주총에서 승인받는 경우를 예외로 규정했다. 기업 지배구조와 시장 신호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법안이 일련의 공식 안에서 처리된 만큼 향후 평가 대상이 될 수 있다.

2차 (2월25~26일), 형법 개정안(법왜곡죄) 통과= 이날 오후, 상법 개정안 통과 직후, 민주당이 주도한 일명 ‘법왜곡죄’를 신설하는 형법 개정안이 상정됐다. 야당은 다시 필리버스터를 선택했다. 국회는 하루 만에 두 번째 24시간 구조에 진입했다.

같은 달 26일 오후, 24시간 경과 직후 종결 동의 표결이 이뤄졌고 재적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토론은 종료됐다. 곧바로 본회의 표결에서 형법 개정안은 가결됐다. 상정 직후 필리버스터, 하루 뒤 종결, 즉시 통과라는 패턴이 명확해졌다.

임시국회 새로운 정치 풍경
첫날부터 다섯 차례나 반복

법왜곡죄는 판사·검사가 수사·기소·재판 과정에서 법리 왜곡이나 사실관계 조작으로 국민의 권리와 공정한 절차를 침해할 경우 처벌하도록 명문화했다. 사법 책임성 강화라는 명분은 분명했지만, 반복된 공식에 의해 법안이 통과돼 판사 위축 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3차 (2월26~27일),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재판소원제) 통과= 이날 오후, 법왜곡제가 가결된 직후 역시 민주당 주도의 재판소원제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이 상정됐다. 국민의힘은 사실상 4심제 도입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또다시 무제한 토론이 시작됐다.

다음 날 저녁, 24시간 경과 후 다시 종결 동의 표결이 이뤄졌고 재적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토론은 종료됐다. 이어 본회의 표결에서 법안은 가결됐다. 사법 체계의 근간을 바꾸는 법안 역시 같은 반복 구조 속에서 처리됐다.

재판소원제는 기본권 보호 확대라는 이상을 담고 있다. 동시에 사법 안정성 약화 우려도 존재한다. 제도 변화의 깊이에 비해 처리 속도가 빠르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4차 (2월27~28일), 법원조직법 개정안(대법관 증원) 통과= 이날 재판소원제 통과 직후, 대법관 12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민주당 주도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상정됐다. 야당은 즉시 필리버스터를 요구했고 국회는 네 번째 24시간 구조에 진입했다.

다음 날인 28일 저녁, 24시간 경과 후 종결 동의가 가결됐다. 이어 본회의 표결에서 법안은 최종 통과됐다. 사법 구조 개편 법안 3건이 나흘 사이에 연속 처리됐다.

대법관 증원은 적체 해소라는 현실적 명분과 권력 균형 변화라는 구조적 의미를 동시에 갖는다. 처리 과정 역시 평가 대상이다. 속도는 있었지만 숙의의 밀도는 충분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

5차 (2월28일~3월1일), 국민투표법 전부개정법률안 외 통과= 이날 저녁, 사법 패키지 처리 직후 역시 민주당 주도의 ‘국민투표법 전부개정법률안’이 상정됐다. 전자투표 도입과 재외국민 참여 확대 등 제도 전반을 손보는 전면 개편안이었다. 야당은 다시 필리버스터를 선택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3월1일 오후 3시30분, 필리버스터 중단을 전격 발표했다. 대구·경북 행정통합 특별법 처리를 위해 민주당이 법사위를 열 수 있도록 시간적 여유를 주겠다는 판단이었다. 이에 따라 지난달 24일 시작된 필리버스터는 5박6일, 약 100시간 만인 3월1일 오후 3시47분경 종료됐다.

필리버스터
선택했지만…

본회의는 법안 처리를 위해 같은 날 저녁 다시 열렸고, 민주당 주도의 국민투표법 전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됐다. 이어 전남·광주 행정통합 특별법, 지방자치법 개정안, 아동수당법 개정안도 상정 직후 별도의 필리버스터 없이 곧바로 가결됐다. 당초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법안마다 필리버스터를 진행할 것으로 보고 3월3일까지 하루에 한 건씩 처리할 계획이었다.

결국 3월1일 오후를 기점으로, ‘상정–필리버스터–24시간 경과–종결–표결’이라는 반복 공식과 이른바 ‘24시간 국회’의 구조는 깨졌다.

정족수와 24시간이 만든 입법 공식= 이번 2월 임시국회는 총 다섯 차례의 필리버스터가 이어진 기록으로 남았다. 법안이 상정될 때마다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이 무제한 토론을 요구했고, 토론은 정확히 24시간을 채운 뒤 곧바로 종결 동의 표결로 넘어갔다. 그리고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토론은 종료됐고 이어진 본회의 표결에서 법안은 가결됐다.

지난달 25일부터 28일까지는 사법 구조 개편 법안 세 건이 연속 처리됐다. 형법 개정안과 헌법재판소법 개정안,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상정 다음 날 즉시 가결되는 동일한 경로대로 진행됐다. 입법 속도는 전례 없이 빨랐고 정치적 공방은 24시간이라는 시간 단위 안에 압축됐다.

특히 필리버스터 상황에서 상법 개정안과 국민투표법 전부개정안까지 더해지며 다섯개 법안이 반복된 공식으로 가결됐다.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1일까지 국회가 사실상 ‘24시간 체제’로 운영된 것이다. 다수는 정족수로 밀어붙였고 소수는 시간으로 맞섰다. 5박6일은 숫자의 기록이자 신뢰를 시험한 시간이었다.

상법 개정-투명성 강화와 시장의 신호= 지난달 25일 가결된 상법 개정은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주주 권리 강화와 책임 경영은 세계적 흐름이기도 하다. 시장의 건전성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방향성은 설득력이 있다. 기업과 투자자의 신뢰를 제도화하려는 시도다. 개혁의 명분은 충분하다.

그러나 기업 활동은 예측 가능성이 핵심이다. 급격한 제도 변화는 투자 환경에 불확실성을 줄 수 있다. 정책 신호가 안정적으로 전달돼야 시장은 신뢰를 유지한다. 반복된 속도전 입법은 시장에 혼선을 줄 가능성도 있다. 개혁과 안정은 함께 가야 한다.

이해관계자와의 충분한 협의가 있었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기업, 노동자, 투자자 모두에게 영향을 주는 법은 폭넓은 논의가 필요하다. 법은 통과됐지만 그 영향은 이제 현실에서 드러날 것이다. 제도 변화는 현장에서 평가받고, 신뢰는 결과로 축적된다.

법왜곡죄-책임 강화인가, 사법 위축의 시작인가= 지난달 26일 가결된 법왜곡죄는 사법 책임성을 제도화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판결의 고의적 왜곡을 처벌 대상으로 명시한 것은 사법 영역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정치적 선언이기도 하다. 사법 불신이 누적된 상황에서 일정 부분 국민 정서와 맞닿아 있다. 판결이 절대 영역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이 점에서 개혁의 명분은 분명하다.

충분한 협의?
폭넓은 논의?

그러나 사법 독립은 민주주의의 핵심 축이다. 판결 판단 과정이 형사적 책임의 영역으로 들어올 경우 판사의 위축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법리 해석은 본질적으로 해석의 영역인데, 그 경계를 어디까지 책임으로 볼 것인지 모호하다. 위축은 곧 소극적 판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책임 강화와 독립 보장은 정교한 균형 위에서 작동해야 한다.

문제는 내용 못지않게 처리 과정이다. 사법 체계에 영향을 주는 형법 개정이 24시간 단위 구조 속에서 반복 처리된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사회적 합의와 전문가 논의가 더 충분히 축적됐는지 점검이 필요하다. 절차적 합법성은 확보됐지만 숙의의 밀도는 평가 대상이다. 개혁은 속도보다 설득이 먼저다.

재판소원제-권리 확대의 이상과 구조 변화의 현실= 같은 달 27일 가결된 재판소원제는 기본권 보호 확대라는 이상을 담고 있다. 법원 판결도 헌법적 통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발상은 권리 구제의 폭을 넓힌다. 억울한 국민에게 또 하나의 통로를 열어주는 장치라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도 가능하다. 권리 중심 국가로의 진전을 상징한다. 이 취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러나 사법 체계는 안정성이 핵심이다. 사실상 4심 구조가 형성될 경우 재판의 종결성이 약화될 수 있다. 판결의 확정성이 흔들리면 법적 예측 가능성이 낮아진다. 이는 사회 전반의 신뢰 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권리 확대와 제도 안정성 사이의 균형이 관건이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권한 관계도 재정립이 필요하다. 권한 중첩과 해석 충돌이 발생할 경우 사법 권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이런 중대한 제도 변화는 충분한 공론화와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24시간 단위 반복 구조는 그 깊이를 담아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제도 설계는 속도전이 아니다.

대법관 증원-적체 해소인가, 권력 구조 재편인가= 2월28일 가결된 대법관 증원은 사법 적체 해소라는 현실적 문제에서 출발했다. 사건 처리 지연은 국민 불편으로 직결된다. 인원 확대는 즉각적 대응책처럼 보인다. 행정적 측면에서는 합리적 선택일 수 있다. 실무적 필요성은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증원이 곧 구조 개선은 아니다. 재판 시스템과 사건 배당 구조, 판결 방식의 개선이 병행되지 않으면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인원 확대는 단기 처방일 뿐 장기 설계가 필요하다. 숫자는 늘릴 수 있지만 구조는 설계해야 한다. 제도는 총체적 접근이 요구된다.

표결 및 숫자 정확했고
절차는 기계처럼 반복

사법 권력의 균형도 고려해야 한다. 대법관 수 증가는 판결 방향과 법리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정치권의 인사 추천 구조가 어떻게 작동할지도 중요하다. 사법의 중립성과 독립성은 구조적 설계 위에서 유지된다. 단순 인원 확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않는다.

국민투표법 전부개정법률-직접민주주의의 확장과 정치 구조의 재설계= 지난 1일 가결된 국민투표법 전부개정은 헌법상 직접민주주의 장치를 현실에 맞게 정비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디지털 환경 변화와 선거 제도 발전을 반영해야 한다는 요구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절차의 명확성과 접근성 확대는 국민 참여를 넓히는 방향이다. 주권자의 의사를 보다 직접적으로 반영하겠다는 점에서 상징성도 크다. 민주주의의 형식을 현대화하려는 시도라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국민투표는 강력한 정치적 도구다. 의제 설정 방식에 따라 정치 지형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질문의 설계, 투표 시기, 캠페인 규칙 등 세부 구조가 결과를 좌우한다. 직접민주주의는 참여를 확대하지만 동시에 정치적 양극화를 심화시킬 위험도 내포한다. 제도는 의도뿐 아니라 작동 방식으로 평가받는다.

권력 구조와의 관계도 중요하다. 대통령, 국회, 헌법기관 간 권한 배분 속에서 국민투표가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 명확해야 한다. 반복적 활용은 대의제의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고, 반대로 지나친 제한은 형식적 장치로 전락시킬 수 있다. 균형은 설계에서 나온다. 직접성과 숙의는 함께 가야 한다.

광주·전남 행정통합 특별법-지역 재편인가, 국가 공간 전략 신호인가= 이날 가결된 광주·전남 행정통합 특별법은 지방 소멸 위기와 행정 비효율 문제에 대한 대응으로 제시됐다. 인구 감소와 재정 부담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통합은 규모의 경제를 기대하는 선택지다. 광역 행정 단위를 재설계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지역 차원의 생존 전략이라는 설명도 설득력을 가진다. 공간 재구성이 곧 정책 역량의 확대라는 논리다.

그러나 행정통합은 단순한 조직 합병이 아니다. 권한 배분, 재정 조정, 인사 구조 등 복합적 재설계를 요구한다. 지역 정체성과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갈등 가능성도 높다. 통합 이후의 권력 중심이 어디로 이동하는지도 중요한 변수다. 통합은 선언보다 설계가 핵심이다.

국가 차원의 균형발전 전략과의 정합성도 따져봐야 한다. 특정 지역의 통합이 다른 권역과 어떤 파급을 낳을지 예측이 필요하다. 연쇄적 통합 요구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공간 정책은 하나로 끝나는 선택이 아니라, 다음 결정을 부르는 흐름이다. 한 지역의 선택이 국가 전체 지형을 바꿀 수 있다.

합법의 반복은 신뢰를 보장할까= 이번 2월 임시국회는 국회법의 절차를 정확히 실행한 사례였다. 국회법 제106조의2는 무제한토론을 허용하면서도,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 동의로 종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입법 과정은 이 조항이 설계한 절차가 그대로 작동한 사례였다. 상정, 필리버스터, 24시간 경과, 종결 동의, 본회의 표결. 모든 과정은 합법이었다.

2월이 남긴
분명한 질문

그러나 민주주의는 합법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절차적 정당성은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아니다. 다섯차례 반복된 24시간 구조는 정치적 효율성을 보여줬지만, 국민이 목격한 것은 설득의 축적이 아니라 힘의 반복이었다.

숫자는 정확했고, 절차는 기계처럼 작동했다. 그러나 기계는 설득하지 않는다. 신뢰는 시간과 설명의 축적에서 나온다. 속도는 개혁 의지를 보여줄 수 있지만 공감대를 대신할 수는 없다. 사회적 합의 없이 반복되는 표결은 피로감을 남길 수 있다.

이번 임시국회가 남긴 질문은 분명하다. 합법은 지켰다. 절차도 완비됐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합법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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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